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161화 (161/200)

< 계속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

“아! 다시 3초대로 벌어지는데요?!”

10랩 3.3초의 격차에서 11랩 단숨에 2.9초까지 서준하와의 격차를 줄였던 보타스. 하지만 12랩 스타트라인을 통과하고 기록된 두 선수의 랩타임 차이는 다시 3초를 넘어서고 말았다.

“보타스가 집중력을 발휘할 것처럼 보였었는데요. 메르세데스 팬들로선 이번 랩 결과가 정말 아쉽겠군요.”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지는 격차. 13랩을 마치고 두 선수의 격차는 3.8초를 넘어서고 있었다. 현재 상황을 분석하던 해설자가 조심스럽게 얘길 꺼냈다.

“지금 트랙의 상황으로 볼 때 선두 차가 가장 빠르게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높은 트랙의 온도가 추격자들의 과감한 주행을 망설이게 만든 데 더해, 선두 서준하는 클린 에어로 앞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 어느 GP보다 오늘 레이스는 폴포지션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 결국 15랩 서준하와 보타스의 격차가 무려 4.5초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이렇게까지 트랙 온도가 높아지리라곤 모두가 예상치 못한 상황. 꼭 선두 경쟁이 아니더라도 앞선 드라이버와의 격차를 최소 3초 이상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팀들은 페라리와 메르세데스의 페이스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4위 해밀턴의 뒤를 달리는 막누스는 15랩에 들어서면서 10초 이상 벌어지고 말았군요.”

5위를 달리는 막누스의 경우, 나름 앞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까지 멀어진 뒤에도 페라리와 메르세데스의 페이스를 따라잡지 못했다. 레이스 초반 1분 38초대와 1분 39초대의 랩타임은 메르세데스와 페라리 두 팀만이 가능한 기록이었다.

“자, 이렇게 되면, 오늘 레이스에서 순위 변동의 기회는 피트 스탑 타이밍과 백마커들의 트래픽이 될 수 있겠군요.”

“그렇죠, 사실 오늘 레이스가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참가 팀들은 여전히 긴장을 놓을 수 없을 겁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SC 상황에 벌어졌던 격차는 한순간에 줄어들 테니까요.”

“오늘 피니시 52랩까지 아직 서른 바퀴 넘게 남았거든요? 뒤차와 격차가 제아무리 크다고 해도 레이스, 특히 그랑프리는 마지막 피니시 라인을 밟을 때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겁니다. 끝까지 봐야 해요.”

스타트 직후 두세 바퀴가 최고의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상황. 중계진들이 순위 변동 없는 지루한 레이스에 변수를 만들어줄 요소들을 체크했다.

“어느덧 보타스와 격차는 5.5초! 20랩을 마친 서준하가 조금 더 추격자들과 멀어집니다...!”

“자, 이제 슬슬 US 타이어의 한계가 다가올 때가 됐어요! 상위권 팀들의 눈치 싸움이 시작됩니다!”

피트 스탑 한 번에 지금까지의 격차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최상위권 네 명의 드라이버는 쉽게 피트스탑 타이밍을 잡지 못하며 21랩을 시작했다.

***

[1.서준하 US - 23 Lap]

[2.보타스 US + 5.5s]

[3.페텔 US + 10.9s (+5.4)]

[4.해밀턴 US + 14.1s (+3.2)]

[5.막누스 US + 26.3s (+12.2)]

[6.마싸 US + 34.6s (+3.4)]

.

.

“24랩, 준하의 랩타임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타이어 교체 타이밍이 온 것 같습니다!”

“보타스의 랩타임은 어떤가?”

“다행히 보타스도 한계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 랩과 격차 동일합니다!”

“흠...”

전략팀 스태프들이 전략 책임자 안토니오치에게 현재 상황을 알렸다. 제아무리 타이어 부담이 적은 소치 서킷이라도 US 타이어로 스무 바퀴가 넘어가면 한계가 오기 마련. 하지만 서킷 위에 한 선수만큼은 다른 듯 보였다.

“와, 26랩 페텔이 2.6초까지 줄였습니다! 무전으로 타겟 플러스 6 이상 해보겠답니다...!”

“오늘 작정했구만. 서른 바퀴를 넘을 수 있다는 건가...”

23랩 2위 보타스와 5초 이상 격차가 있던 페텔이 무시무시한 타이어 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이제 서준하의 피트 스탑 타이밍을 결정해야 하는 페라리 팀. 안토니아치가 다시 한번 현재 레이스 상황을 살피던 그때,

“보타스가 피트 인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안토니오치?!”

한계에 다다른 타이어와 페텔의 압박에 못 이겨 선두권 네 명 가운데 가장 먼저 피트 스탑에 들어간 보타스. 상대의 타이밍에 안토니오치가 빠르게 랩타임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루에다, 지금 준하의 페이스로 막누스가 피트 스탑 없이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준하가 피트 스탑 복귀 후 28랩과 29랩 둘 중 어디서 만날 가능성이 더 높은지 계산해보게.”

“네, 책임자님!”

“막누스... 막누스만 잘 피하면 될 텐데...”

모든 선수가 피트 스탑을 한번은 해야 하기에 먼저 들어가도 나중에 순위를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피트 스탑 복귀 후 다시 페이스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트래픽에 막힌다면, 랩타임에 굉장한 손해를 보게 된다. 때문에 안토니아치는 뒤차들의 랩타임을 분석해서 서준하의 피트 스탑 타이밍을 계산했다.

“29랩! 준하에게 29랩에 들어오라고 전하게.”

“아... 네!”

수 싸움에서만큼은 F1 최강으로 불리는 안토니오치. 분석을 맡긴 루에다가 답을 꺼내놓기도 전에 이미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 이제 팀이 계획했던 29랩이 진행되면서 서준하가 피트로 들어왔는데,

“저거 막누스 아니야?!”

“와! 막누스! 막누스도 29랩 피트 인합니다!”

“레드불이 우릴 돕는구만...!”

만약 막누스가 그대로 달렸더라면, 피트 스탑을 마치고 복귀하는 서준하와 출구에서 배틀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서준하의 선두 복귀를 방해할 잠재 요소가 사라지자 페라리팀이 크게 환호했다.

“서준하 2위로 복귀했습니다! 뒤따르는 보타스와 격차는 3.8초! 아직 여유 있습니다!”

“좋아, 완벽해! 준하와 페텔의 격차는?!”

“피트 스탑 직후 24.2초!”

“그 타이어로 랩타임을 더 줄였어... 대단해.”

피트 레인 통과와 타이어 교체 시간을 포함해 피트 스탑은 대략 30초가량. 경쟁자들이 타이어를 교체하는 동안 페텔은 기존 타이어로 무려 5초 이상 랩타임을 단축하는 신기에 가까운 마법을 부렸다.

“페텔에게 가능한 최대한 타이어를 몰아 쓰라고 전하게. 그리고 준하에게도...”

페텔이 원하는 대로 타이어 교체 시기를 정한 안토니오치. 이제 서준하에게 새로운 오더를 내리기 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감격스러운 순간에 눈시울이 붉어지기까지.

“앞으로 남은 세 바퀴, 페텔과 벌어진 격차를 최대한 줄이라고 하게!”

퍼스트 드라이버를 따라잡으라는 오더. 평소 같았으면 내리지 못했을 오더가 분명했다. 심지어 몇몇 팀원은 지금 이 상황을 어색해하기도 했다.

‘준하야... 이제 네가 진짜 누군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시즌 네 경기 만에 판을 뒤집어진 상황에 더욱 기대감이 커진 안토니오치. 오더를 받고 팀 메이트를 추격하는 서준하의 페라리카의 모습이 오늘 레이스 스타트와는 다르게 보였다.

***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서준하의 팀 라디오로 페텔을 추격하라는 오더가 떨어졌다. 현재 자신의 순위가 2위인 걸로 봐선 31랩, 페텔은 아직도 타이어 교체 없이 달리려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 버티겠다는 거냐...’

페텔과의 격차는 24초 이상. 스타트 라인을 넘어서고, 맞은편 백스트레치쯤에서야 페텔의 경주차가 보였다. 앞으로 페텔이 얼마나 더 달릴지 모르지만, 타이어 상태가 유리한 서준하로선 지금 반드시 격차를 줄여야만 했다.

-선두 32랩 스타트! 이제 격차는 23.6초! 여기서 반드시 줄여야 해 준하야. 지금 못 줄이면 후반에 장담 못 해!

이미 평범한 드라이버가 상상할 수 있는 타이어 관리 능력의 한계를 넘어버린 페텔의 드라이빙. 더욱 놀라운 건 크게 변동 없는 그의 랩타임이었다. 이전보다 1초도 격차가 줄지 않았기에 롭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계속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차라리 상대의 강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드라이빙에 집중하는 게 낫다. 레이스가 후반으로 흐를수록 페이스 유지가 핵심. 주위를 흘겨보며 페텔의 위치를 확인하던 서준하가 동작을 멈추고 다시 자신의 주행에 집중했다.

-33랩, 페텔 피트 인. 선두 탈환! 30초 동안 최대한 스퍼트를 올릴 것!

결국 33랩에서야 피트로 들어간 페텔. 서준하는 더티 에어에서 벗어나며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덕분에 좀 더 타이트하게 코스 돌파가 가능해졌는데,

“빨라요! 서준하가 클린 에어 속에서 코스 돌파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서준하 이번 랩 1분 36초 844!! 경쟁자가 빠진 틈에 섹터 3에서 랩타임을 끌어올렸군요...!”

전방에 트래픽도 깔끔한 상황. 주변 선수들의 레이스 운용마저 서준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페텔이 빠진 사이 서준하가 앞으로 치고 나가고, 뒤따르는 차량으로 중계진의 시선이 향했다.

“그럼 이제 관건은 페텔의 복귀죠! 지금 격차라면 서준하의 앞으로 나오는 건 불가능하고요. 이렇게 되면...!”

그와 동시에 경쟁자들과 조금 더 멀어진 서준하. 이제 곧 페텔이 나오게 될 피트 레인 출구를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이제 페텔이 나옵니다!!!”

“그리고 보타스가 1턴을 지나는데요!!!”

1턴 직후 홈스트레치는 피트 레인 출구와 이어진다. 피트 스탑에서 타임 로스가 없던 페텔이 보타스와 맞닥뜨릴 것으로 보였다.

“아! 보타스! 보타스가 더 빨라요! 보타스가 2위 자릴 지켜냅니다!!!”

1턴을 빠져나온 보타스의 가속력이 훨씬 빨랐다. 80km/h 피트 레인 제한 속도 덕분에 탈출 속도가 뒤떨어진 페텔. 그와 나란히 달리던 보타스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

“DRS ON!!!”

첫 번째 DRS 존인 소치의 홈스트레치. 보타스에 뒤에 붙은 페텔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DRS와 함께 슬립에 들어가며 또 한 번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여기서 막히면 X되는 거야!!!

페라리 팀 라디오로 울려퍼지는 레이스 엔지니어 아다미의 분노 섞인 목소리. 슬립을 타자마자 스피드가 빨라진 페텔이 순식간에 앞차의 우측으로 튀어나왔다.

“나와, 넌!!!”

2턴 진입에서 보타스를 진로를 가로막으며 점점 앞으로 뻗어 나가는 페텔. 모두가 놀랄만한 순발력을 발휘하며 35랩 만에 제자리로 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다미, 선두와의 격차는?!”

이제 페텔의 앞으로 레이스 초반 그가 놓치고 말았던 팀 메이트의 경주차가 보였다.

< 계속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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