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185화 (185/200)

< 보너스 얘기 들었어? >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싱가폴 레이스가 끝나고 시간은 계속 흘러 15라운드 말레이시아 그랑프리. 세팡 인터네셔널 서킷에는 참가자들의 파이널 랩 질주가 한창이었다.

“믿을 수가 없구만...”

“끝났어요. 막누스와 격차가 무려 18초나 차이 나요. 잠깐 멈췄다 들어가도 될 정도니.”

선두 서준하의 차량이 막누스보다 한 섹터 가량을 앞서 달리며 피니시 라인으로 진입 중인 상황. 또 한 번 등장한 서준하의 독주에 포뮬러 B의 기자 존 핵과 숀 편집장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다시 반전의 불씨를 지피는 게 쉽지 않겠어. 내가 볼 땐 오늘 레이스 해밀턴과 페텔한텐 굉장히 중요했는데 말이야.”

무엇보다 이들이 관심 있게 지켜본 건 오늘 포디엄에 오르게 될 선수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반대로, 서준하의 뒤를 따라오는 드라이버는 막누스와 보타스였다.

“음, 그런가요? 아직 시즌 종료까지 다섯 경기나 남았잖아요. 막판 뒤집기가 충분히 나올만한 거 같은데요?”

게다가 체커기가 휘날린 이후 1분이 지나서야, 해밀턴과 페텔이 3, 4위로 골인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계산을 해보자고. 15라운드가 지금 이대로 끝나게 된다면, 해밀턴이 234, 페텔이 232포인트야.”

“서준하가 오늘 우승으로 25포인트 추가하니까... 총 299포인트, 그러면 2위와의 차이가 65포인트네요?!”

오늘 우승을 끝으로 이번 시즌에만 9경기를 따낸 서준하. 이제 슬슬 WDC 결정전을 위한 경우의 수를 따져볼 시기가 됐다.

“해밀턴과 페텔도 피니시... 역시나 반전은 없었구만.”

편집장의 말에 존이 최종 포인트를 합산하기 시작했는데,

“...와! 이, 이러면...!”

앞으로 흘러갈 WDC의 경우의 수를 따져보던 존 기자. 편집장과 피니시 라인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제 알겠지? 내가 왜 오늘 레이스가 중요하다고 했는지.”

오늘 그랑프리 관람 이전에 미리 흐름을 예측했던 편집장이 그런 존의 얼굴을 바라봤다.

“17라운드에선 챔피언이 나올 수 있겠는데요?!”

만약 서준하가 다음 라운드에도 우승을 차지한다면, 17라운드에선 월드 챔피언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이후 몇 번의 포디엄만으로 챔피언을 확정 짓게 된다.

“그렇지, 올 시즌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안 가게 될지도...”

자신의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에 묘한 미소를 띠던 편집장. 위닝랩을 시작한 선두 차량으로 시선을 돌렸다.

“15라운드 우승자는 페라리 팀의 서준하 선수입니다!!!”

승리의 아이콘, 서준하의 이름이 세팡 서킷 전역으로 울려 퍼졌다.

***

일본은 아시아의 분명한 자동차 강국이자 모터레이싱 문화 선진국이다. 덕분에 비교적 이른 시점에 F1 그랑프리를 유치한 것은 물론, 1960년대 중반 F1 팀이 참가했고, 지금까지 모두 20명의 F1 드라이버를 배출했다.

“도착했습니다, 대표님. 아직 도착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잠깐 기다리시죠.”

일본 나고야시에 위치한 나고야 중부국제공항. 공항 터미널 근처로 검은 세단 한 대가 도착했다.

“아뇨, 나가서 기다리죠. 슈퍼스타가 오셨는데 앉아서 기다릴 순 없지.”

세단에서 내린 남자는 PH 인베스트먼트의 대표 필립 황. 아시아의 마지막 그랑프리인 16차전 레이스 일정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유건석 실장을 필두로 에이전시 직원들과 공항 안으로 들어서는데,

“...!!!”

“대, 대표님. 이쪽으로...”

터미널 입구부터 북적거리는 인파. 벌떼처럼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에 PH의 직원 모두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야, 준하 때문에 이렇게 모인 거라고?”

“취재진들을 보니까 맞는 것 같습니다. 언제 이렇게 소식이 흘러나갔는지...”

게이트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공항 이용객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손엔 짐가방 대신 카메라와 팻말이 들려있었고, 한국에서 온 듯한 익숙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으니까.

이번 그랑프리 일정과 한국의 추석 일정이 겹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찾은 듯 보였는데,

“근데 한국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향하는 필립 황. 사업가의 촉이 발동한 그가 걸음을 옮기면서도 대기 중인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저것 봐요, 실장님. 지금 여기만 봐도 한국 사람보다 일본인이 훨씬 더 많잖아.”

“저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일본이야말로 원래 F1의 인기가 엄청난 곳이긴 합니다만...”

날이 갈수록 서준하의 인기는 높아졌지만, 대부분 유럽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 이 현상의 원인을 단순히 한 가지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였는데,

“음, 아무래도 최근 한류의 영향 같기도 하고...”

“한류...?”

‘한류’라는 말에 눈이 번뜩이며, 말없이 생각에 잠긴 필립.

2017년부터 일본에서는 특히 10~20대 청년층들 사이에서 보이그룹 BTSS나 걸그룹 트와스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였다.

“시즌 마무리만 잘해준다면, 앞으로 일본에서도 다양한 이벤트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팬 미팅과...”

“아뇨, 앞으로가 아니고 이번에 당장 해야지.”

서준하의 인기를 실감한 지금, 유건석이 앞으로 일본 시장에 대한 태도를 달리할 것으로 보이는 듯한 말을 내뱉자, 필립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

“물이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이번 라운드 끝나고 서준하가 언제 또 여길 오겠어요. 당장 하는 건 힘드니까, 레이스 끝나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이벤트 열어주세요.”

팬미팅과 하이터치회 등 다양한 펜 베이스 행사를 지시 내리는 필립 황. 지금 그의 머릿속엔 서준하를 슈퍼스타로 만들기 위한 플랜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떠오른 한 선수의 얼굴.

“이번에 잘 살려서 어디 한 번 일본의 세나, 그 유명한 세나를 한 번 만들어보도록 하죠.”

닛폰 테리비 선정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F1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 1980년대 그가 활약하던 당시 일본에서 그의 인기는 영화, 다큐멘터리, 교향곡 등이 나올 정도로 엄청났다.

“아, 세나... 네, 대표님. 곧바로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준하의 팬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듯한 모습에 에이전시는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

“나온다...!!!”

게이트로 등장한 한 선수. 필립이 여지껏 들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함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16라운드 공식 일정이 시작되기 하루 전, 일본 스즈카 서킷의 패독. 페라리의 팀 하우스로 엔지니어들이 회의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보너스 얘기 들었어?”

“보너스?”

“이번에 준하도 보너스 나온다잖아. 챔피언만 따내면 작년 페텔이랑 똑같이 주기로 했다는데?”

“와, 페텔이랑 똑같이 준다고? 그때 장난 아니었는데, 얼마였지, 그게?”

회의 시작 전 담소를 나누기 시작하는 스태프들. 역시나 팀 내 가장 핫 이슈는 팀원들의 연봉과 보너스다.

16시즌 F1 드라이버들 가운데 가장 많은 보너스를 챙긴 페텔과 같다는 말에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한 스태프들의 눈이 돌아갔다.

“연봉 빼고 천만 달러!”

“우리 회장님이 배팅 완전 제대로 하시는구만...!”

페라리로 이적하며 연봉과 별도로 천만 달러 이상(한화 110억)의 보너스를 챙긴 페텔. 아직 한 시즌도 끝내지 않은 신인에게 엄청난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시즌 끝나면 연봉 조정 들어갈 거래.”

“조정? 근데 아직 계약도 안 끝났잖아. 굳이 조정할 필요가 있나?”

“그러니까. 아마 내가 볼 땐 다른 팀이 계속 넘보니까, 임원진도 먼저 돈을 주겠다는 거지.”

07시즌 이후 어렵게 찾아온 부활의 기회. 이번 시즌 15라운드 동안 무려 10승을 페라리에게 안겨준 서준하에게 팀은 그 어느 신인보다 특별한 대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셨다.”

“페텔은 안 보이네.”

“이번에 리타이어 때문에 상심이 큰가 봐. 오전에는 좀 쉰다는데.”

비노토가 서준하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밸런스 문제가 여전했어요. 아마 셋업의 방향을 잘못 잡은 거겠죠. 중요한 시기에 하늘이 돕네요.”

“거봐, 이래서 업데이트 파츠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니까?”

이전 두 경기에서 경주차의 밸런스 문제가 있었던 해밀턴과 메르세데스 팀. 이는 분명 페라리 팀에게 희망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아니, 아직 방심하긴 이르네.”

진지한 표정과 함께 팀의 CTO 비노토가 얘길 꺼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서준하 역시 집중하고,

“15시즌에도 밸런스 문제가 있었지만, 일본에서 극복했던 경험이 있었지.”

2015시즌에도 싱가폴에서의 밸런스 문제를 일본에서 해결한 것처럼, 메르세데스가 또 한 번 레이스카의 밸런스를 잡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우리도 쉽게 내줄 생각은 없어.”

상황을 설명하던 비노토가 말을 멈추고 이번에는 서준하 쪽으로 고갤 돌렸다.

“준하, 아마도 이번 라운드 퀄리파잉쯤엔 새 ICE(엔진, Internal Combustion Engine)를 쓰게 될 거야.”

“퀄리파잉에서요?”

메르세데스의 승률이 높은 일본 그랑프리에서 승부수를 띄운 페라리의 엔진 팀. 강력한 파워 유닛 업그레이드와 함께 시즌 후반 승기를 굳히기로 마음먹었다.

새 엔진 얘기에 회의 분위기는 더욱 밝아졌는데,

‘왜 퀄리파잉에서?’

이미 업그레이드 파츠가 준비돼 있었음에도 팀은 지난 라운드에서 페텔의 경주차에만 우선적으로 엔진을 교체했다. 이번에도 곧바로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자, 서준하가 고갤 갸우뚱거렸다.

잠시 후,

업데이트 파츠에 대한 오랜 토론을 멈추고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갖기로 한 페라리 팀.

터벅터벅.

끼익.

장시간 집중한 끝에 머리가 지끈 아파 온 서준하도 회의실을 나섰다. 기지개를 펴며 하우스 바깥으로 나가려던 그때,

“···지금 투입하는 게 괜찮을까요, 비노토?”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엔진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완주능력은 됐잖나.”

“검증이요?”

흥미로운 얘기에 서준하가 발걸음을 멈춰섰다.

“페텔이 보여줬잖아. 터보차저만 조금 개선하면 ICE는 완벽해.”

사실 이번 시즌 새로운 엔진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었다.

‘이래서 일본에서 하겠다고 했구나···?’

팀에선 서준하에게 새 파츠를 적용하기 전 페텔을 통해 미리 점검을 했던 것. 이어지는 비노토의 마지막 말에 서준하는 더 크게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준하에게 아주 작은 문제도 생겨선 안 돼···”

여름휴가 이후부터 팀 내부에서 일어났던 변화들. 팀 내 서준하의 입지는 이미 페텔을 넘어섰다.

“이번 연습주행에서 페텔의 차로 최종 점검을 할 거네.”

시즌 후반 페라리 팀이 챔피언 드라이버를 만들려는 분위기는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 보너스 얘기 들었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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