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402)

새로운 시작 (2)

깊은 밤. 간만의 과식으로 속이 불편했던 강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가자 바로 앞쪽으로 화장실이 있었다. 강우가 화장실로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왔다.

달가닥.

그때, 주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강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주방으로 나갔다.

“엄마? 뭐 하세요?”

“응? 아들?”

강우 어머니는 주방에서 식기들을 정리 중이었다.

“내일 아침에 하시죠.”

“응…. 잠이 안 와서….”

강우의 가슴 한편이 꿈틀거렸다. 강우의 어머니는 속상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집안일에 몰두하는 버릇이 있었다. 강우가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달그락. 달그락.

한참 동안 식기를 정리하던 강우 어머니가 정리를 마무리했는지 손을 탁탁 털더니 앞치마에 쓰윽 닦았다. 그리고는 강우를 향해 몸을 돌렸다.

“엄마가 시끄럽게 해서 깬 거야?”

“아니요. 탕수육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배가 아파서요.”

“오랜만에 고기 먹어서 그런가 보다.”

강우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약통에서 소화제를 찾았다. 그러자 강우가 배를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소화 잘될 나이니까 금세 괜찮을 거예요.”

“으응….”

강우 어머니가 희미하게 웃었다. 강우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

“엄마, 무슨 고민 있으세요?”

“아니, 걱정은 무슨 이렇게 좋은 일만 있는데.”

강우 어머니가 감격에 젖은 듯 집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아직 살림살이가 부족해 휑해 보이는 집안이었다.

“그냥 안 믿겨서 그래. 갑자기 이렇게 일이 잘 풀리니까 또 무섭기도 하고.”

“엄마,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도 회사 열심히 다니실 거고 저도 공부 열심히 할 테니까요.”

강우 어머니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동안 정말 많은 고생을 하신 어머니였다. 오직 하나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그 고생을 견디신 어머니였다.

“그래, 이제 우리 가족 아무 일 없이 행복할 일만 남았을 거야.”

“네, 그럼요.”

“이제 가서 자. 내일 아르바이트 가야 하잖아.”

“네, 먼저 들어가세요.”

강우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강우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형제들 생각이 나시나 보네.’

강우 어머니의 형제들은 늘 돈 문제로 다툼이 많았다. 원주 아버지가 베푼 대가 없는 호의에 아마 생각이 많아지셨을 것이다.

‘얼마 전 외삼촌이랑 그런 일까지 겪으셨으니.’

강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외가 쪽과 얽히고설켰던 수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수많은 문제의 중심에는 항상 돈이 있었다.

‘그놈의 돈이 뭔지….’

그때마다 강우 어머니는 힘들어하셨고, 괴로워하셨다. 강우는 그게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핏줄을 어찌 끊겠어…. 미우나 고우나 다 형제들인걸….’

강우가 다시 한번 다짐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니라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돈에 얽매이기는 싫지만, 돈 때문에 얽매이기도 싫었다.

‘많이 벌면 돼. 그까짓 문제들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많이.’

그래서 강우의 어머니가 힘들어하는 상황 자체를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잠시 혼자 생각에 빠져있던 강우가 슬쩍 부모님의 방으로 다가가 조심히 문을 열었다. 강우 어머니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고, 어린 강용이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강용아, 왜 그래?”

강우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머리를 만져 보았다. 몸이 뜨끈한 게 감기라도 걸렸나 싶었다.

“으응…. 형아.”

강용이 강우를 보고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강우 어머니의 품에 파고들었다.

“강용아, 어디 아파?”

“아니, 집이 더워.”

강우가 이마에 묻은 강용의 땀을 손바닥으로 훔쳐주었다. 강우의 손길에 강용의 얼굴에 포근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강우가 손바닥으로 강용의 몸을 살며시 두들겨 주었다. 이윽고, 강용이 깊은 잠에 빠졌다.

‘.......’

강우가 방문에 서서 한참이나 가족이 잠든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 *

크리스마스가 지나가자 거리가 연말 분위기로 물들었다. 곳곳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들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나중에는 이런 분위기도 느끼기 힘들어질 테지.’

한국을 할퀴고 지나간 거대한 상처 때문일까?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거리는 차가운 도시로 변해갔다. 하지만 90년대인 지금은 낭만과 여유라는 게 남아있었다.

“하아~”

강우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발걸음을 재촉한 강우가 서울대에 도착했다.

‘오늘은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야지.’

그때, 누군가가 강우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강우가 고개를 돌렸다. 이재원이 잔뜩 차려입은 채 웃고 있었다. 가뜩이나 잘생긴 외모의 이재원이었다. 이렇게 차려입으니, 마치 연예인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형 생각이요.”

“으윽…. 방학에 시커먼 사내놈만 만나는 것도 서러운데 그러지 말아줘라.”

이재원이 괴로운 듯 가슴을 부여잡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강우가 피식 웃었다.

“날도 추운데 뭐 그리 빼입고 왔어요.”

“아, 누구 좀 만나고 오느라….”

이재원의 얼굴에 그늘이 스쳐 지나갔다. 강우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모른 척했다.

“빨리 연구실로 가요. 형 감기 걸리겠어요.”

“어? 나 약골 아니거든?”

강우와 이재원이 투탁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방학을 맞이한 경영 대학관은 썰렁했다. 강우와 이재원이 교수실로 향했다.

똑똑.

“누구세요?”

원주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원주 아버지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강우 왔구나.”

이재원이 질세라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다.

“교수님, 저도 있습니다.”

“재원이도 왔구나.”

원주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 위에서 자료집 몇 개를 집어들은 원주 아버지가 교수실을 나섰다. 강우와 이재원이 그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이 연구실에 도착했다.

띠릭.

보안 장치가 열리고 안쪽으로 들어선 원주 아버지가 자료집을 내려놓았다.

“그동안 둘이서 고생이 많았다. 남은 기간은 내가 검수에 들어갈 테니 두 사람은 자료 조사를 계속해줘.”

강우와 이재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컴퓨터를 작동시켰다. 그리고는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원주 아버지는 두 사람의 중간에 앉아 그동안 정리된 자료를 검토했다.

타다닥. 타다닥.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와 사라락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만이 연구실을 가득 메웠다.

“음….”

원주 아버지는 정리된 자료를 보며 미간을 좁히거나 감탄을 뱉어내기도 했다. 자료에는 미국에 있는 중견 기업들의 목록이 대분류인 업종 카테고리부터 시작해 세부적으로 취급하는 품목으로 나뉘어 있었다.

‘대단하군. 대단해.’

이윽고 원주 아버지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두 사람에게 물었다.

“이 자료들은 전부 누가 정리한 거지?”

원주 아버지의 말에 이재원이 강우를 가리켰다.

“강우가 했습니다.”

원주 아버지가 놀란 눈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강우가 재빨리 손을 저었다.

“혼자 다 한 거는 아니고요. 미리 정리된 자료도 있었고, 재원이 형이랑 같이했습니다.”

강우의 겸손함에 원주 아버지의 강우를 향한 호감이 짙어졌다. 평소 아끼는 제자인 이재원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원주 아버지였다. 이재원의 말은 백 퍼센트 사실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녀석이 이 정도 자료를 수집할 정도의 통찰력과 영어 실력을 갖췄다 이거지.’

지난번 집에서 잠깐 강우의 능력을 마주했을 때도 놀랍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 정말 몰랐다. 이재원을 도와 무난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강우를 뽑은 것이었다.

‘그런데 강우가 주도적으로 재원이를 이끌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해놓았다.’

원주 아버지가 자료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사실 대학원생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원래 참여했던 대학원생이 개인 사정으로 빠져버려 이재원이 긴급 투입된 프로젝트였다.

‘완벽하다.’

물론, 자신이 손을 봐야겠지만, 상상 이상의 결과물이 나와버렸다. 원주 아버지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정말 재능이 뛰어난 아이군.’

술자리를 가지며 강우 아버지에게 들었던, 독립운동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강우 아버지의 묘사에 따르면 천재가 따로 없는 분이셨다. 원주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핏줄을 물려받았으니 강우 역시 뛰어난 인재인 것이 분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함께한 재원이를 추켜세워주는 배포까지 있다.’

도저히 나이에 어울리는 행동이 아니었다. 원주 아버지가 강우를 탐나는 눈빛으로 보았다.

‘가르쳐 보고 싶은 인재인데 말이지….’

하지만 얼핏 듣기로 강우의 성적은 서울대에 올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원주 아버지가 내심 아쉬움을 삼키며 자료집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탁.

잠시 후, 원주 아버지가 자료집을 내려놓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다른 자료집의 완성도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원주 아버지가 한참 동안 눈을 빛내며 강우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흘렀다. 강우가 주도적으로 자료를 정리하면 이재원이 마무리를 했다.

“마지막 자료집입니다.”

이재원이 원주 아버지에게 자료집을 건넸다. 자료집을 받아든 원주 아버지가 신중히 검토했다.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깔끔하구나.”

이재원이 강우를 보면서 엄지를 척 들었다. 강우가 씨익 웃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놓고. 우리끼리 밥이나 먹으러 갈까?”

* * *

지글지글.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익어가는 고기를 바라보는 강우가 침을 꿀꺽 삼켰다. 고기의 한쪽 면이 익어가자 강우가 집게를 이용해 고기를 뒤집었다.

치이이익.

붉은색을 자랑하던 고기의 반대편이 불판을 만나 익어갔다. 고기 익기를 기다리던 이재원이 한쪽에 놓인 소주병을 들더니 원주 아버지를 향해 공손히 내밀었다.

“교수님, 한잔 따르겠습니다.”

“그래.”

원주 아버지가 잔을 내밀자 쪼르륵 소주가 따라졌다. 원주 아버지가 술병을 가져와서는 이재원을 향해 내밀었다. 이재원의 잔이 채워졌다.

“다 익었습니다.”

강우가 집게로 고기를 집어 원주 아버지와 이재원의 접시에 놓았다. 고등학생답지 않은 사회생활 스킬에 원주 아버지가 또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재원은 신기한 놈 보듯 강우를 보았다.

“빨리 드세요. 식으면 맛없습니다.”

강우의 말에 원주 아버지와 이재원이 술잔을 들이켰다.

“크….”

술이 약한 이재원이 인상을 썼다. 그 점을 익히 아는 원주 아버지가 이재원을 보며 웃었다.

“재원아, 천천히 마셔. 저번처럼 인사불성 되지 말고.”

“교수님, 제가 언제요?”

이재원이 강우를 힐끗 보며 진실을 부정했다. 기회를 엿보던 강우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래, 많이 먹어라.”

강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집에 가구들 보내주신 거요. 이렇게 받기만 해서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강우의 말에 원주 아버지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사실 이재원의 앞이라 모른 척하려 했다. 예민한 고등학생이었다. 가정사가 드러나는 것이 부끄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우는 원주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랐다.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내 돈이 아닌 거였으니까.”

원주 아버지는 이런 분이셨다. 교수직에 있으면서도 늘 공정하고 대쪽 같은 분이셨다. 이번에는 상대방이 억지로 보내 받으셨지만, 그 돈마저 강우네 가족을 위해 쓰시지 않았던가.

“친구 아버지이지만, 제 아버지라 생각하고 존경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버지.”

강우의 당당한 말에 원주 아버지가 환하게 웃었다.

“하하! 녀석. 오늘 아들 한 명 늘었구나.”

기분이 좋은지 원주 아버지가 다시 술을 드셨다. 이재원의 얼굴에 진한 부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

강우가 원주 아버지의 빈 잔을 채웠다. 그리고는 선언하듯 말했다.

“저는 꼭 서울대 경영학과에 올 생각입니다. 그때까지 교수직에 계셔야 합니다?”

“강우야, 너 이과라며?”

이재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강우는 늘 항상 돈을 번다고 했었다. 그러려면 이과 쪽이 아무래도 갈 곳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강우는 이미 결심이 선 상태였다.

“맞아요. 이과. 그런데 문과로 전과하려고요.”

원주 아버지가 또 껄껄 웃었다.

“그래, 사나이가 목표는 크게 잡아야지.”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원주 아버지가 강우에게 술을 따라주려다 멈칫했다.

“이런, 내가 강우가 미성년자인 걸 순간 잊었구나.”

“이 년만 기다려 주세요. 그때는 제가 대작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러자꾸나.”

원주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재원이 왠지 모르게 신이 난 표정이 되었다.

“그래, 꼭 경영학과 와라. 나야 친한 후배 생기면 좋지.”

“주말마다 시간 내주기로 한 거 잊어버리지 말아요. 형.”

강우와 이재원이 동시에 픽하고 웃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이어진 술자리가 끝났다. 고깃집 밖으로 나온 이재원이 비틀 걸리며 딸꾹거렸다.

“다들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세요!”

강우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술이 약하다더니 그새 인사불성이 돼버렸다.

“재원이 형은 제가 데려다주고 갈게요. 먼저 가세요.”

“그러겠니? 그럼 재원이 데려다주고 이걸로 택시 타고 가.”

원주 아버지가 품에서 택시비를 꺼내 강우에게 주었다. 강우가 꾸벅 인사하며 돈을 넙죽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비는 네가 알려준 통장으로 바로 들어갈 거다.”

강우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드디어 처음으로 벌어보는 돈이었다. 원주 아버지가 씨익 웃었다.

“섭섭지 않게 넣어줄 테니 기대해. 그리고 집에 자주 좀 놀러 와라. 원주 엄마랑 원주가 불만이 가득해.”

“네, 아버지.”

원주 아버지가 호감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택시를 잡아타며 말했다.

“오늘 너 늦는다고 정식이한테 연락하마. 너도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드려라.”

지난번 강우의 잘못을 알고 있는 원주 아버지였다. 강우 아버지가 참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나 싶었다. 그만큼 강우 아버지도 원주 아버지를 마음에 담으셨나 싶었다.

부우웅.

택시가 떠나갔다.

“형, 집이 어디예요?”

“나아?? 서울~”

잔뜩 취한 이재원이 횡설수설했다. 강우가 한숨을 쉬며 이재원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강우가 이재원을 어르고 달래 집 주소를 알아냈다.

“가자아!”

“하아….”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강우가 이재원을 부축해 한참을 걸었다. 강해진 체력 덕분인지 성인 남성을 업다시피 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이윽고 강우가 커다란 오피스텔 건물에 도착했다.

“여기 살아요?”

“집이다!”

이재원이 집은 알아보는지 비틀거리며 앞장섰다. 그러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강우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어이구? 재원이냐?“

오피스텔을 지키던 경비아저씨가 이재원을 알아봤다. 강우가 이재원을 다시 부축하며 물었다.

“안녕하세요. 재원이 형 후배입니다. 혹시 재원이 형이 몇 호에 사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이고~ 술도 못하는 사람이 뭘 이렇게 많이 마셨데?”

강우가 민망한 듯 웃었다. 소주 한 병에 사람이 이 정도가 되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심지어 본인이 호기롭게 잔을 권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경비 아저씨가 작은 목소리로 이재원의 집을 알려주었다.

“1501호로 가게나.”

“네,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에 타니 15층은 가장 끝 층이었다. 강우가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소음을 내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띵.

15층에 내린 강우가 이재원을 부축해 1501호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벨을 눌렀다.

딩동.

반응이 없었다. 강우가 다시 한번 벨을 눌렀다.

딩동. 딩동.

역시 반응이 없었다. 순간, 이재원이 혼자 자취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재원이 형, 정신 좀 차려봐요. 집 열쇠 어딨어요?”

그때였다.

“누구세요? 재원이한테 무슨 일 있나요?”

나긋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그리고 드러난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강우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김…. 김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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