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무서운 거 하나 말해줄까?
상하이 시장과 면담을 끝낸 강우와 이재원은 곧 중국 공영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끝낸 강우와 이재원은 곧장 상하이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스르륵.
상하이 스타디움의 앞쪽으로 고급 세단이 들어섰다. 가까이서 본 상하이 스타디움은 하늘을 뚫을 듯 높고 거대했다.
“와~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장난 없네.”
고층 빌딩이 많은 상하이에서도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상하이 스타디움이었다. 오늘 상하이 스타디움은 개장과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E-SPORTS 리그의 개막도 앞두고 있었다. 기존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스페이스 크래프트 리그는 물론이고, 튀니지 2 공성전과 PVP 리그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는 게임의 새로운 프로리그였다.
“한국에 있는 용산 스타디움이랑 상하이 스타디움이 앞으로 E-SPORTS 리그의 중심이 될 거예요. 이 정도 규모는 갖춰야죠.”
“크…. 역시 스케일이 달라.”
강우와 이재원이 스타디움 주차장에 도착했다. 상하이 스타디움의 주차장은 크기도 엄청나게 컸다. 상하이 스타디움은 E-SPORTS 스타디움이 있는 최상층의 아래로 거대한 쇼핑센터와 대형마트 그리고 영화관을 비롯한 온갖 문화 시설들이 들어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진남규가 강우와 이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우와 이재원이 진남규의 안내를 받아 최상층으로 향했다. 최상층에는 E-SPORTS 리그 개막전 준비로 한창이었다. 여러 개로 나누어진 경기장에서는 오늘 일제히 써머리그가 개막할 예정이었다.
“강우야!”
준비가 한창인 경기장에서 남재식이 강우를 부르며 달려왔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남재식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다만 강우를 만나 반가움은 가득했다. 강우도 남재식을 보며 반갑게 웃었다.
“와…. 일을 얼마나 한 거야? 사람이 망가졌네. 망가졌어.”
“우리가 주관사잖냐. 준비할 게 한두 개가 아니야.”
남재식이 이번에는 이재원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재원이 형. 오셨어요.”
“그래, 먼저 와서 준비하고 있느라 고생이 많다. 한창 신혼인데.”
남재식은 얼마 전 박지혜와 결혼식을 올렸다. 가장 먼저 결혼 약속을 했지만, 강우와 이재원보다도 늦게 결혼을 했다. 그동안 JG 소프트의 일이 너무나 바빴기도 했고, 박지혜가 의사 생활로 바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요. 내가 강우를 만나서 게임 개발에 뛰어들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스케일이 커질 줄 상상도 못 했다니까요.”
“회사가? 아니면 게임판이?”
강우의 질문에 남재식이 어깨를 으쓱했다.
“둘 다.”
“잘되면 좋지. JG 소프트하면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 아니겠냐? 크…. 정말 강우 저 녀석은 대단하다니까. 자기 회사에 우리 회사에 재식이, 네 회사까지 성공시키고 말이야.”
이재원이 강우를 보며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매일 붙어 다니는 동생이었지만, 매일 볼 때마다 놀랍고 대단했다.
“앞으로 더 커질 일만 남았다던데요. 강우 저 녀석이.”
강우가 씩 웃었다.
“두고 봐라. JG 소프트는 앞으로 게임계를 손에 넣고 뒤흔들 테니까.”
강우의 자신감은 허세가 아니었다. JG 소프트는 런칭하는 모든 게임마다 초대박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공격적인 투자로 다른 게임개발사들을 모두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중에는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개발했던 개발사도 포함이었다.
“이번 E-SPORTS 리그가 그 시작이고?”
남재식의 질문에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E-SPORTS 리그는 JG 소프트에서 주관하고 있었다. 텔레비전과 여러 인터넷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에 송출되는 E-SPORTS 프로리그는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래, 앞으로 세상은 점점 인터넷 세상으로 변해갈 거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인터넷 영역의 확장으로 게임은 사람들에게 더 영향력을 끼치게 될 거야.”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의 시대와는 다른 모습들이 세상을 차지할 것이었다.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만나 게임을 즐기고, 안부를 묻고, 쇼핑, 문화,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인터넷은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런 시대의 변화에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이 바로 동양 그룹과 대진 그룹이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JG 소프트라는 초거대 IT 업체가 든든한 지원군이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런칭할 팀오브레전드 프로리그는 엄청난 히트할 거고.”
팀오브레전드는 2009년에 강우가 인수한 개발사인 리엇 게임즈에서 개발한 게임이었다. 강우가 미국까지 직접 날아가 인수한 회사였다. 강우는 리엇 게임즈의 개발진들과 직원도 그대로 인수했다.
“하…. 기대된다.”
남재식이 몸을 부르르 떨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래의 기억과 달리 스페이스 크래프트 리그 역시 아직 인기를 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미 출시된 지 십 년이 훌쩍 넘은 게임이었다. 슬슬 다른 게임으로 프로리그의 중심을 옮겨갈 시기이기도 했다.
“걱정하지 마.”
강우의 말에 이재원과 남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강우가 손을 대고 실패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강우가 남재식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물었다.
“준비는 잘 끝났어?”
“보다시피.”
남재식이 씩 웃으면서 주변을 가리켰다. 커다란 경기장으로는 수많은 스태프가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방송을 위한 카메라도 사방에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중국 프로리그의 방송사는 대진 엔터에서 운영한 거 있는 중국 현지 방송사였다.
“개막 무대는?”
“한국이랑 중국 가수들로 적절히 배분해서 하기로 했다.”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막 축하사 해주실 시장님은 시간 맞춰 오시기로 했다.”
“어, 개막 축하 연설문 미리 받아서 점검 끝냈다.”
강우가 다음 질문을 던졌다.
“초대인원 좌석 배치랑 경호 문제는?”
“좌석 배치가 조금 골치 아팠다. 이거 너무 쟁쟁하신 분들이 오시다 보니까 자리 배분하기가 힘들더라고.”
오늘 E-SPORTS 프로리그 개막에는 중국의 여러 유명인사도 참석하기로 했다. 개막식은 상하이 스타디움의 개장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내 정계와 재계의 여러 유명인사 사이 치열한 초대권 다툼이 있기도 했다고 들었다.
“그럼 내가 확인 한번 해보자.”
“알겠어.”
남재식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대기하고 있던 직원을 불렀다. 그리고는 초대인원 좌석 배치 현황표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직원이 알겠다고 하며 빠르게 뛰어갔다.
“경호 문제는 경호원들 배치도 끝냈고, 외부 경호는 공안에서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 좋네.”
공안의 협조까지 받는다면 안전 문제야 걱정이 없었다. 남재식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우 너랑 관련된 일이니까. 매사가 일사천리다.”
강우가 말없이 웃었다. 위진오가 중국 주석의 자리에 오르며 강우 역시 중국에서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위진오가 강우를 자신의 양자이며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혹자들은 강우가 중국인이었으면 차기 주석의 자리에 올라도 될 정도라고 했다. 위진오의 인맥도 인맥이지만 강우 자신의 능력을 최고로 평가하면서 말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잘못 하나 하면 양부님이 욕먹는 거야.”
“걱정하지 마라. 내가 누구냐.”
남재식이 걱정하지 말라며 가슴을 쳤다. 그리고는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참…. 위 주석님께서 축하 영상 편지도 보내주셨다.”
“양부님이?”
남재식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편지는 강우도 모르는 일이었다.
“있다가 전화 한 통 해봐야겠군. 알겠다. 진짜 고생 많았다. 밥은 먹었냐?”
“밥? 하~ 언제 먹었더라?”
남재식이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 개막할 E-SPORTS 프로리그를 위해 밤낮으로 일에 매달린 남재식이었다. 조금만 굶어도 살이 쭉쭉 빠지는 남재식의 모습은 마치 해골 같았다.
“아…. 나 이러면 지혜한테 한 소리 듣겠는데….”
강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중국에 한 달이 넘게 출장을 와있는 남재식이었다. 이번 출장길에 남재식의 밥 좀 챙겨 먹여달라며 신신당부했었다.
“하…. 나도 무서워서 영상통화 안 받는 중이다.”
“일단 뭐 좀 먹자.”
강우와 이재원 그리고 남재식이 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경기장의 한쪽에 있는 대기실이었는데 스태프들을 위한 음식들이 잘 준비되어 있었다.
“아니, 이렇게 음식이 잘 준비돼 있는데 왜 굶어?”
강우가 음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재원도 남재식을 보며 한마디 거들었다.
“입맛 없으니까 또 밥은 재끼고 매일 줄담배에 커피만 마셔댔지? 너 그러다 애도 못 낳고 일찍 죽는다.”
“윽…. 재원이 형, 그런 저주를….”
남재식이 심장을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그러자 강우가 쐐기를 박았다.
“저주가 아니고 충고지. 그리고 아무래도 너 이러는 거 지혜한테 보고해야겠다.”
강우가 품에서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내려 했다. 남재식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강우의 팔을 붙잡았다.
“야야…. 같은 유부남끼리 좀 돕고 살자.”
“어허! 같은 유부남이라니? 우리는 일등 신랑.”
이재원이 남재식의 팔을 슬쩍 밀어내며 말했다. 남재식이 고개를 푹 떨궜다. 강우와 이재원이 서로를 보며 씩 웃었다. 놀릴 만큼 놀렸으니 이제 그만하자는 신호였다.
“밥이나 먹자.”
마침 강우도 계속 이어지는 일정에 배가 고프던 참이었다. 강우와 이재원 그리고 남재식이 음식을 접시에 담기 시작했다. 이재원은 적당한 양을 접시에 담아 자리에 앉았다. 남재식은 영 입맛이 없는지 음식을 뜨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자리에 앉았다.
“먼저 먹자.”
이재원이 남재식을 향해 말했다. 강우는 접시를 여러 번 채워 나르고 있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신진대사량도 떨어져서 먹는 양도 줄어든다던데. 강우는 어째 먹는 양이 점점 늘어나는 거 같아요.”
남재식이 강우의 자리에 쌓여가는 접시의 양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자 이재원이 픽 웃으며 말했다.
“더 무서운 거 하나 말해줄까?”
남재식이 이재원을 바라보았다. 이재원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 강우를 뛰어넘을 먹방계의 인재가 있다는 거 알고 있냐?”
“아~ 수호요?”
남재식이 수호를 떠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수호는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존재였다. 현재 강우의 친구 커플들은 모두 결혼을 한 상태였다. 신원주와 채보라, 남재식과 박지혜, 김춘배와 김혜지 그리고 연정호와 조민정 커플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직 2세를 낳은 커플은 없었다.
“그래, 수호 중국 오기 전에 같이 밥을 먹고 왔는데, 진짜 잘 먹더라. 우리 수아가 수호 먹는 거 따라간다고 먹다가 배 터질 뻔했다니까?”
이재원과 남재식이 동시에 강우를 바라보았다. 강우는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음식을 퍼 나르고 있었다.
“사실 나는 강우가 정말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천재적인 머리에 운동능력은 괴물이고 먹는 건 거의 대형 육식동물을 보는 거 같잖냐.”
“그렇죠. 고기 먹을 때 보면 티라노가 살아온 듯하죠.”
이재원이 픽하고 웃었다. 무섭게 육식을 즐기는 강우의 모습과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존재가 겹쳤다. 특히 수호랑 수아가 요즘 공룡에 푹 빠져 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저놈이 외계인이라는 걸 계속해서 의심 중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말이야.”
이재원이 잔뜩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나은이도 수호 가지고 나서부터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건강하고 힘도 세지고 먹는 것도 늘었어. 그런데 수호까지…. 이건 내 생각인데 강우는 외계인이 분명해. 아니면 고대 신화에 나오는 데미갓이나 아틀란티스의 후계자?”
이재원의 너무나 진지한 표정에 남재식이 피식 웃었다.
“형, 요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