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1화 (401/402)

우리가 해냈습니다.

본격적인 선거 유세가 시작됐다. 대한민국은 온통 선거로 뜨거운 분위기가 되었다. 강우는 일찌감치 자신의 지역구 유세를 마치고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선거 유세 시작 바로 전 시행한 지지율 조사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남구 갑이 보수당의 전통적 텃밭인 걸 생각하면 충격적인 결과였다.

-함께시민당 박강우 부대표는 오늘(8일) 하루 서울의 접전 지역 17곳을 돌았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표심의 향방이 총선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이틀 연속 수도권 공략에 나선 겁니다….-

뉴스에서는 연신 총선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물론, 각 정당의 상대 정당에 대한 비방과 의혹 제기 등도 난무했다. 물론, 함께시민당에 대한 견제도 있었다. 지난 2년간 함께시민당의 존재감이 그 정도로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함께시민당의 후보들은 파도 파도 의혹으로 삼을 것이 없었다.

-함께시민당 후보들의 이력이 연일 화제입니다. 정치 초보라며 공격을 받던 유세 초반과는 달리 깨끗하고 정직한 이미지로….-

함께시민당은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정치 평론가와 기존 정치인들의 평가를 단번에 부숴버리고 있었다. 언론에서도 함께시민당의 당선율을 조정하고 기존에 준비했던 방송을 수정하느라 난리라는 소문도 있었다.

“오늘은 경남지역을 들렀다가 내일은 부산 그다음 날은 울산. 마지막으로 강원도까지 들르는 게 이번 일정이야.”

“그래?”

달리는 차 안에는 강우와 연정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기호 21번이 새겨진 하늘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함께시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끝 번호인 21번을 부여받았다. 사실 정당으로서는 주목을 받기 힘든 기호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함께시민당은 신선한 후보와 새로운 홍보방식 그리고 젊은 층을 선거로 끌어들이는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었다. 모두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모인 탓에 막힘없이 유세전략을 풀어나가고 있었다.

“어, 이번 유세가 우리한테 가장 중요한 전략지 유세일 거야. 다른 곳에 비해 이 지역 지지도가 낮은 편이거든.”

“그래, 알겠어.”

강우가 눈을 빛내며 의지를 다졌다.

“나은이는 이번에 내려올 수 있다고 해?”

“어, 저녁에 내려올 거야.”

이나은은 선거 유세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상태였다. 이나은이 나타나는 곳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릴 정도였다. 강우와 이나은이 함께 유세하면 그 일대가 마비될 정도였다. 덕분에 수호와 수민이는 한남동 부모님이 돌봐주고 계셨다.

“그래, 나은이 오면 또 난리가 나겠구나.”

“어째 나보다 나은이가 더 인기가 있는 거 같더라.”

강우와 연정호가 서로를 보며 픽하고 웃었다.

“아무튼, 이제 유세 기간도 얼마 안 남았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강우가 연정호를 보며 고맙다 말했다. 연정호는 선거 유세 기간 내내 강우를 옆에서 완벽하게 보조했다. 전국의 각 정당 지지율은 물론이고 각 후보자의 이력과 유세 일정표를 꿰차고 있었다. 강우의 유세 일정은 연정호의 완벽한 계획에 의해 움직여졌고, 그 효과는 두 배,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

스르륵.

이윽고 강우를 태운 유세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도 시작해 볼까?”

“오케이.”

강우가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박강우! 박강우!-

강우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준비된 연단 위에 올라갔다. 강우가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기호 21번 함께시민당의 박강우입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강우의 인사말에도 열광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강우가 감사함을 느꼈다. 이 모습이 현재 함께시민당에 쏟아지는 유권자들의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우는 참 고맙고 고마웠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생 정당을 지지해주는 것은 모두 올바른 정치에 대한 열망이라고도 생각했다.

-먼저 바쁘게 생활하시는 생업의 현장에서 유세로 인해 소음을 끼쳐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우가 다시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존경하는 부산 시민 여러분. 함께시민당에 보내주시는 사랑과 관심에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함께시민당은 올바른 정치 그리고 국민 여러분을 위한 정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한국은 현재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의 경기 침체를 지나 이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정 계층에 쏠리는 부의 집중과 혜택이 아닌 국민 여러분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강우의 입에서 뜨거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우는 자신이 정치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시민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강우의 우렁찬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강우의 확신이 담긴 연설에 어느새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 신기하죠? 부대표님 연설은 이상하게 가슴에 와닿아요.”

강우의 연설을 듣고 있던 함께시민당 지역구 후보가 연정호를 향해 감탄하며 말했다. 연정호가 씩 웃었다.

“예전부터 저런 사람이었습니다. 강우는. 언제나 주변 사람에게 힘이 되고 자신이 한 말에는 책임을 지는 그런 사람이었죠. 지금 저 말도 반드시 실현될 겁니다. 저는 그래서 강우가 꼭 정치계의 정상에 서는 걸 보고 싶고요. 이번 총선이 그 시작이 될 겁니다.”

연정호의 말에 지역구 후보가 입을 벌리며 놀라워했다. 연정호의 말에 담긴 강한 신뢰와 확신이 가슴에 박혔다.

“저도 열심히 부대표님을 따라가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연정호와 지역구 후보가 강우를 바라보았다.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연설하는 강우에게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엿보았다.

* * *

선거 유세는 엄청난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투표 당일이 되었다. 강우와 이나은은 손을 잡고 지역구 투표소를 방문했다.

펑- 퍼펑-

기자들이 강우와 이나은의 등장에 바빠졌다. 강우와 이나은이 부드럽게 웃어준 후 투표소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각자 소중한 한 표 행사를 위해 줄을 섰다.

“떨린다.”

이나은이 몸을 살짝 떨었다. 유세 기간 동안 강우를 도우며 선거라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전쟁인지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강우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도 알았다.

“괜찮아. 최선을 다했으니까 좋은 결과 있을 거야.”

강우가 이나은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윽고 강우와 이나은이 투표장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투표용지를 받은 두 사람이 나란히 각각의 투표소에 들어섰다. 기다란 투표용지의 끝부분에 강우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최선을 다했고, 후회도 없다.’

강우가 자신의 이름에 도장을 찍고는 투표소를 나섰다. 이나은 역시 투표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투표를 끝낸 두 사람에게 기자들이 다가왔다.

“박강우 부대표님, 이번 총선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박강우 부대표님, 누구에게 투표하셨습니까?”

사방에서 질문이 날아들었다. 강우가 차분히 답을 해주었다.

“총선 결과는 유권자분들의 민심이 결정지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함께시민당은 여태껏 시민들이 계신 위치에서 겸손히 그리고 부지런히 일해왔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선택은 함께시민당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강우의 자신만만한 말에 기자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강우의 말이 현실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강우가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비밀입니다.”

강우의 말에 기자들이 김새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강우는 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나은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중앙당사로 갈 거지?”

이나은이 강우에게 물었다.

“응, 여보는 있다가 새벽에 애들 재우고 잠깐 들러줘.”

“알겠어.”

선거 결과는 새벽에나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나은은 아이들을 재우고 당사로 오기로 했다. 강우는 이나은이 옆에 있어 주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이나은과 헤어진 강우는 곧장 여의도에 있는 중앙당사로 향했다.

* * *

중앙당사에 도착하자 수많은 지지자가 운집해 있었다. 모두 함께시민당의 승리를 기원하며 응원을 했다. 강우는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중앙당사로 들어섰다.

“부대표님!”

당원들이 강우를 발견하고는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강우가 당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주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네요. 저는 승리를 의심치 않습니다.”

당원들이 강우의 이름을 연호했다. 강우가 당원들의 환호 속에서 당사에 준비된 선거본부로 들어섰다. 선거본부에는 이미 많은 당 지도부들과 후보들이 도착해 있었다.

“부대표님!”

강우의 등장에 지도부와 후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겼다. 강우가 인사를 받으며 준비된 자리로 향했다. 주변을 확인해보니 아진 강정후는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역구가 부산이었기 때문에 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다들 앉으시죠.”

강우가 자리에 앉자 다른 사람들도 자리에 앉았다. 정면에 준비된 여러 대의 텔레비전에서는 각 방송사의 개표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재 전국 투표율은….-

-현재 시각으로 예상해본 최종 투표율은 65%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송에서는 숨 가쁘게 투표장의 분위기와 투표율을 보도하고 있었다. 강우와 당원들 그리고 후보들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시간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지나갔다.

“당 대표님 오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정후가 중앙당사에 도착했다. 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정후와 악수를 하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대표님.”

“부대표님이야말로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선거 유세 기간에 강우와 강정후는 철인을 방불케 하는 행군을 했다. 특히 강우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니며 지원 유세를 펼쳤다. 그런 강우의 활약에 강정후도 힘을 보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선거 유세 내내 얼굴을 못 볼 정도로 바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출구조사 발표입니다.”

“긴장되는군요.”

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오늘 우리는 꼭 승리할 겁니다.”

“부대표님의 말을 들으니 이미 이긴 것 같습니다.”

강우와 강정후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선거 방송에 집중했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투표가 끝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침묵은 더욱 긴장감을 더해갔다.

-지금 선거 마감 시간이 끝났습니다. 이제 곧 방송 3사가 합동 조사한 출구 결과 조사를 발표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 조용했던 선거본부가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강우와 강정후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순간 선거본부에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이내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이겼다!”

“맙소사!!!”

당원들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함께시민당! 함께시민당!-

-강정후! 강정후! 박강우! 박강우!-

당원들이 승리를 만끽하며 당명과 당 대표, 부대표를 연호했다. 강우는 당연한 결과라는 듯 씩 웃었다. 강정후는 두 손을 덜덜 떨며 강우를 바라보았다.

“부대표님….”

강우가 강정후를 보며 눈을 빛냈다.

“대표님 이제 시작입니다.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치. 우리가 해냈습니다.”

강우와 강정후가 동시에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와 있었다.

-출구조사 결과. 함께 시민당 지역구 106석, OOO 당 지역구 65석, OOO 당 지역구 62석이 예상됩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세상은 새로운 인물을 원했고, 강우의 새로운 정치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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