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11화
미래를 바꾸기 위해 (1)
무력을 성장시키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말 그대로 신체의 퍼텐셜을 성장시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실전 경험을 통해 가진 힘을 몸에 녹이는 것.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게 내 이야기라면 말은 달랐다.
‘적어도 내게는 실전 경험 따위가 중요하지 않을 터다.’
짓밟고 넘어간 적군의 몸뚱이가 얼마나 되던가?
북쪽의 작디작은 나라가 제국과 맞붙기 위해서는 국왕 스스로도 검을 들어야만 했다.
실전을 통해 가진 힘을 성장시킬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족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전투 경험은 이미 ‘검왕’의 검술을 완성시켰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부족한 힘과 오러를 충족시키기 위한 훈련뿐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부족하다.’
느긋한 훈련 따위로는 결코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짧고, 적들은 기다려 주지 않았으니까.
특히나 나를 적대시하는 세력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지금이라면.
감히 내 행보를 의심하는 쓰레기들을 간단히 짓밟을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힘이 필요했다.
……일신의 무력.
검왕이라 불리던 그때의, 압도적인 힘이.
“드, 듣던 대로 정말 으스스한 장소입니다.”
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 오는 비도르 남작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왕궁으로 돌아가도 좋다만.”
“이, 이런 곳에 전하를 혼자 계시게 하다니…… 절대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쯧.”
“하지만 정말로 호위 없이 오셔도 괜찮겠습니까? 전하의 옥체에 해가 갈까 두렵습니다.”
이번에는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나를 생각해 주는 것은 좋지만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그런 말을 해도 설득력이 있지는 않았다.
“시끄럽다. 따라올 거라면 조용히 쫓아오도록.”
“그, 그렇다면 차라리 제가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마음대로.”
어깨를 으쓱하며 몸을 살짝 비튼다.
짙게 깔린 어둠과 시야를 가리는 희뿌연 안개.
그 사이로 얼핏 보이는 낡은 비석들을 보자, 남작의 숨이 멎을 듯했던 것은 당연했다.
나는 한심함과 대견함 중간에 있는 남작을 보며 피식 웃음 지었다.
“그럴 거면 뒤따라 들어오지 그랬나?”
“그, 그런!”
“굳이 앞장서서 웃음거리가 될 필요는 없겠지.”
“…….”
나는 남작의 어깨를 툭툭 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목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안개의 너머.
“그리운 느낌…… 인가.”
일 년 내내 정체를 알 수 없는 안개가 끼어 있기에 영혼의 안식처라고도 불리는 이곳, 아즈란 공동묘지.
이 장소에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흘러나오는 섬뜩함은 전장의 그것과도 매우 닮아 있었다.
‘재미있는 분위기야.’
그래서일까? 남작에게는 오싹하게 느껴졌을 그 분위기가, 내게는 고향과도 같은 편안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꼭 몬스터…… 아니, 시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군요.”
“그럴 수도.”
“예? 하하, 농담도 참 짓궂게 하십니다.”
나는 일부러 그 의문에 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안개를 헤쳐 나갔다.
일종의 배려에 가까웠다.
가족, 혹은 지인의 죽음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부정적인 감정의 변질.
본래 공동묘지란 흑마법사들의 성지라 해도 좋을 만큼 막대한 음 차원의 마나가 응집되는 장소다.
이는 대륙의 사람들에게 정말로 당연한 상식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공동묘지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뭘까?
그건 실로 간단한 이유였다.
‘음 차원의 마나 따위가 응집된다 한들, 시체가 살아 움직이지는 않으니까.’
대기 중에 흐르는 마나의 움직임이 과도해진다 해도 마법이 발동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흑마법사의 마법이 발동되지 않는다면, 음 차원의 마나가 많아지는 것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역시도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상식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라는 것에는 종종 상식을 깨는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단지 평범한 공동묘지에 음 차원의 마나가 응집되는 것만이 아니었다면?
정말 운이 좋지 않아서, 하필 공동묘지가 세워진 곳이 평범한 장소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느새 도착한 목표 지점을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도착이다.”
이제는 심장을 죄어 오는 음산함마저 느껴지는 공동묘지의 중심.
아닌 게 아니라, 이곳은 시체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소문으로 유명한 ‘금지’였다.
소문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가 되겠지만 말이다.
‘눈치가 좋은 건지, 좋지 않은 건지.’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온 남작에게는…… 꽤 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게, 누가 따라오라고 협박이라도 했는가?
불행 중 다행인 것이 있다면, 아직까지는 회귀 전에 들었던 것처럼 눈에 보일 정도의 귀기를 뿜어내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여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요.”
“음.”
확실히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장소는, 잘 닦인 도로가 한데로 모인 공동묘지의 중심이라는 특징 밖에는 없었다.
오히려 주위로 나열한 무덤들이 눈에 띄었으면 띄었지, 보기에는 정말로 평범한 길목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뭐,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지는 보면 알겠지.”
나는 바닥을 유심히 살펴본 뒤, 고갯짓으로 남작을 불러냈다.
그러자 비도르 남작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옆으로 다가왔다.
“비도르 남작.”
“예, 전하. 하명하십시오.”
“이제 준비해 온 물건을 꺼내라.”
“물건? 아! 혹시 이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남작이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물건을 꺼내 들었다.
은은한 보랏빛의 보석, 바로 최하급의 마정석이었다.
“이리 내도록.”
“알겠습니다.”
남작이 공손하게 고개를 조아리며 마정석을 건넸다.
명령에 순순히 따르면서도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어쨌든.
“집에 들렀으니 노크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
나는 몸속에 있던 오러를 일으켜서 마정석을 향해 가볍게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갈라진 틈 사이사이부터 시작해서 조그마한 홈까지, 무기에 오러 블레이드를 덧씌우는 것과 같은 초고위의 테크닉.
그리고 그 반응은 오래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오오!”
상품 가치가 거의 없는 장식품에 불과했던 최하급 마정석에 붉은빛이 타오르자, 제법 그럴싸한 모양새로 보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지옥 불에 감겨 있는 그 모습이, 여느 마정석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파아앗!
“허억! 이렇게 강한 마나 반응이라니!”
곧이어 터져 나온 붉은 기의 무리가 허공을 가득 수놓았다.
은하수가 펼쳐진 밤에 보석으로 폭죽놀이를 하면 이런 느낌일까? 섬뜩했던 안개의 행렬도 화려한 빛에 밀려 점차 옅어져 가고 있었다.
남작의 눈동자가 황홀함에 젖어 들어갔다.
그리고…….
쿠구구구궁!
땅이 울린다.
지진 따위가 아니란 것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남작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사라져 가는 무덤가의 안개 사이로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나타났기에…….
마침내 허공에 수 놓였던 붉은빛의 무리가 사라지자, 남작이 크게 벌려진 입을 뻐끔거렸다.
“……어어?”
썩어 버린 살점을 드러내며 일어서는 일단의 시체 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열 마리가 넘는 숫자였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진한 흑마법의 냄새가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노크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시, 시체가 움직입니다. 전하! 대체 저건…….”
“보다시피 무덤 속에 숨어 있던 구울이다만.”
“구, 구울? 허억! 이럴 수가!”
몬스터 자체를 본 것이 처음일 것이다.
하물며 시체가 살아 움직이는 광경을 본 일은 있겠는가?
“시, 신이시여!”
그러니 저렇게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어느새 뽑아 든 검 끝을 놈들에게 겨누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온다.”
“예!? 설마 싸우시려는 것입니까? 저렇게 많은 숫자인데…….”
“잔말 말고 조금 떨어지도록. 가까이 있다가는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고는 돌아올 대답도 듣지 않고 땅을 박찼다.
이미 녀석들이 지근거리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케에엑!
“어딜.”
내내 긴장시키고 있던 근육을 폭발적으로 움직여 가장 선두에 있던 구울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반응할 새도 없이 내질러진 검이 놈의 상반신을 베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게 전부였다.
캬악!
‘모두 잘리지 않았나?’
힘이 부족한 탓이다.
나는 언데드 특유의 재생 능력이 발동하기 전에 한 번 더 검을 휘둘러 상반신을 베어 냈다.
썩 마음에 드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내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손님 접대가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나.”
빈말은 아니었다.
과거로 돌아온 이래.
짧지 않은 자숙기간을 버텨 내고 처음으로 적이라는 것과 맞붙게 되었다는 충족감과 투지는,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이번엔 둘.
나는 곧바로 다음 사냥감을 찾아 검을 휘둘렀다.
목표는 놈들의 약점인 머리였다.
서걱!
살과 뼈를 가르고 지나가는 검의 감각이 팔을 통해 머릿속으로 전달된다.
문제가 있다면…… 이전보다야 몸이 풀렸다지만 힘이 부족한 것은 여전했다는 사실이었다.
키에엑!
가장 얇은 목을 노렸음에도 죽은 것은 고작 한 마리뿐.
살아남은 구울은 덜렁거리는 머리통을 지탱하며 달려들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마무리를 위해 또다시 검을 휘둘러야만 했다.
반발력 탓에 무리하게 움직인 근육이 순간적으로 뻣뻣하게 굳어 버렸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순간.
캬악!
“흐어억!”
남작의 숨넘어가는 비명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땅속에서 썩어 문드러진 팔 한 짝이 튀어나와 남작의 발목을 움켜쥔 것이다.
이제는 거의 기절할 듯 보이는 남작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쯧.”
펼쳐 둔 기감으로 놈들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생각했기에, 눈앞의 적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내 감각에도 잡히지 않았던 것을 보면, 아마도 방금 탄생한 구울일 테지.
과거의 나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실수.
어찌 되었든 변명할 여지가 없는 방심이다.
“안일해졌군.”
남작의 발치까지 도착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대략 1초 남짓.
콰직!
나는 팔이 솟아오른 쪽을 향해 오러를 덧씌운 발로 땅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땅속에 있기에 충격을 흡수했을 터인 구울이었으나, 어찌나 강하게 내리찍었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즉사한 것이다.
그렇게 썩은 몸뚱이가 박살 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발목을 움켜쥔 구울의 힘이 풀어지자, 남작의 입이 다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금 더 떨어져 있도록.”
“가, 감사합니다.”
위급한 상황인 것 같았기에 방해라도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후에 나온 비명은 자각도 없이 거의 반사적으로 벌어진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게 뭔가?
눈앞에는 그 언데드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가고 있고, 자신이 모시는 상관은 즐거운 듯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
“이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넋을 놓고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상황은 끝난 뒤였다.
한참 동안 검을 휘두르던 제 상관은, 어깨를 돌리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후우, 조금 뻐근하군.”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며 당겼다.
아무리 들고 있는 검이 좋다고 한들, 완력만으로 살과 뼈를 갈라내는 것은 무척이나 고된 일이었다.
특히나 무의식적으로 신체를 강화시키는 오러마저도 부족한 지금이라면 더욱.
나는 부족한 실력을 통감하며 천천히 검을 칼집으로 밀어 넣었다.
“이동한다.”
“예? 예. 대체 어디로…… 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보이는 남작.
어느새 그의 옆에는 마정석의 반응으로 인해 생겨난, 어디론가 향하는 지하통로가 드러나 있었다.
“잠시 후에는 사라질 테니 따라오도록.”
나는 멍하니 통로를 바라보는 남작의 어깨를 툭툭 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 역시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반사적으로 나를 따라 들어왔다.
뚜벅- 뚜벅-
손에 들린 랜턴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지하통로를 비춘다.
뒤쫓아 따라오는 남작의 구두 굽 소리만이, 적막한 공백을 채울 뿐.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남작은 아까보다 편안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 전하께서는 검술 실력을 숨기고 계셨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지?”
“소인이 무예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예의 실력은 틀림없이 세간에 알려진 전하의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군.”
나는 별다른 수긍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또다시 남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이러한 곳에 오신 이유도 제가 짐작할 수 없는 뜻이 있으셨겠지요. 경매장에서 그리하셨던 것처럼요.”
“…….”
“마찬가지로 굳이 제게 알려 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그저 전하의 뜻에 따르기로 했을 뿐이니까요.”
분명 그 외에도 많은 의문들이 있었을 터다.
믿고 따라온다는 그 확실한 각오는 아마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고 내뱉은 말이겠지.
그 점이 아수스와 정반대로 보이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나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게 하겠다.’
이건 일종의 단조였다.
아수스를 죽인 뒤로 조금은 안일해진 나를 다잡아 줄, 경각심을 가지게 할 그런 각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우리는 통로의 끝에서 나타난 거대한 문을 앞두게 되었다.
그 광경이 마치 지옥 괴수의 아가리라도 되는 양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풍겨 왔다.
“도착인가.”
이제는 드문드문 놓인 조명의 불빛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낡은 벽화.
이를 살피던 남작이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유적? 아니, 이건 흑마법사들의 흔적으로 보입니다.”
“호오. 룬어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는 모양이군.”
“대단한 정도는 아니고, 그저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은 됩니다. 그보다…….”
시체가 일어서는 일련의 상황. 공동묘지 아래에 위치한 의문의 통로. 그리고 그 끝에 다다르자 보이는 흔적들.
그 사이에 있었던 이해하지 못할 상황들은 둘째치고, 정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여기는 흑마법사들의 은신처군요. 그것도 이미 버려진 장소.”
“정답이다. 왕궁의 금서에서 자취를 발견했지.”
“과연, 그렇기에 조사를 위해서 이곳으로 오신 것이군요.”
“음.”
금서에서 발견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물론 조사를 위해서라는 것도 오해를 틈탄 핑계에 불과했고.
‘내 사람을 속이는 것은 석연치 않지만…….’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말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게 한참이나 벽면을 살피던 남작이 입을 열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마른침을 삼키는 남작의 우려에 나는 작게 웃으며 답했다.
“과연 어떨까? 만약 그렇다고 해도 따라올 것인가?”
이미 돌아올 대답을 알고도 물어본 것이다.
근거는 있었다.
“전하께서 계신데 걱정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좋은 대답이다.”
나는 남작의 기대에 부응하듯 석문을 열어젖혔다.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으나,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눈을 감는 것이 좋을 거다.”
그리고 그 순간.
우우우우웅-
머릿속으로 울리는 굉음과 함께, 시야가 점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