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15화
미래를 바꾸기 위해 (4)
왕궁으로 귀환하자마자 부른 것은, 정보 수집을 위해 남아 있었던 조지였다.
녀석의 어미를 치료해 준 이후로 어떤 정보를 찾아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사적인 용건도 있었기에.
똑똑-
“들어오도록.”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귀찮다는 분위기를 잔뜩 풍기는 조지가 들어왔다.
역시나 그 태도만큼은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녀석은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이전과 달라지셨군요.”
오랜만에 마주하고 한다는 첫 마디가 달라졌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다.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녀석이 어깨를 으쓱이며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전하께 느껴지는 기도가 달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것도 알 수 있나?”
“반쯤은 농담입니다만. 이전에는 거친 짐승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사냥감을 기다리는 포식자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호오.”
무의식적이라고 해야 하나?
실제로 은신처에서 마력을 흡수한 이후로는, 행동에 한 층 여유가 생기긴 했다.
본래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조리 죽였을 암살자들에게서 정보를 캐내고자 한 것은 그 일환이었다.
‘물론 관용을 베풀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나는 내 목숨을 노린 녀석들을 용서해 줄 정도로 무르지 않았다.
다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유를 부린 것은 사실이었고.
“보는 눈은 있는 모양이구나.”
과연 미래의 참모라고 해야 할까…….
벌써부터 녀석이 모은 정보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런 내 생각은 천천히 올라가는 입꼬리에서부터 드러났다.
“그럼 슬슬 보고를 시작하도록.”
“예.”
그러자, 녀석이 품에 숨겨 온 서류 한 장을 꺼냈다.
대충 휘갈겨 쓴 한 장의 메모장이었다.
“일부 귀족들이 전하에 대한 여론을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겠지.”
“확인된 것만 해도 열둘. 수상하게도, 개중 여섯 귀족은 여론 악화의 원인인 아수스와 큰 접점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현시점에서 아수스에게 가담했던 귀족은 모두 일곱.
내가 죽여 없앤 오노레오 자작을 제외한다면 여섯이다.
조지가 언급하지 않은 여섯 귀족은, 필연적으로 아수스의 잔당이라는 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이 써 놓은 메모장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 5월 10일 16시경. 발몽스 백작의 시종이 왕궁의 시종들에게 헛소문을 퍼뜨림.
- 17시경. 해당 시종이 루킨즈 자작의 수하와 왕궁 밖에서 비밀스런 만남을 가짐.
- 수상한 서신을 주고받음. 이후 10분의 간격을 두고 각자 자리를 떠남.
- 5월 11일 11시경…….
내용은 전체적으로 시간의 순서에 따라 나열되어 있었다.
명령을 착실하게 이행하려 했는지, 여론을 악화시키는 세력을 중점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랬다.
“악필이군.”
“전하께서도 만만치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그 점은 부정하지 않겠다.”
악필이야 어쨌든.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건네받은 메모장은 별로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미묘한 수준이다.
이 정도의 조사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영역이었기에.
‘너무 기대를 했나.’
생각해 보면 내용이 아쉬울 만도 했다.
왕궁에 갓 들어온 신입 보좌관이 대체 무슨 재주로 원하는 정보를 가져온단 말인가?
그것도 귀족들에 대한 조사라면 더욱 그러했고.
‘그래도 이 정도라면 심증은 충분하다.’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책상 위로 발을 올렸다.
두 번째 메모장이 건네진 것은 그다음이었다.
“……이건?”
“여섯 귀족의 관계에 의문을 갖고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흐음.”
뭐, 애당초 바라던 것은 내 지식과 합쳐서 정보를 그려 나가는. 딱 그 정도였으니까.
나는 최대한 기대를 죽인 채로 메모장을 받아서 읽어 나갔다.
그리고.
“하하, 하하하!”
첫 대목을 읽은 순간, 절로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내용이라서?
회귀 전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한심한 수준의 조사여서?
아니.
-여섯 귀족은 평소 아무런 친분이 없었으나, 공통적인 요소가 존재함.
-모두가 본인 명의의 철광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를 수도의 특정 상회에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상회에 잠입하여 장부들을 빼돌림.
딱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미친놈.”
제정신이 아니다.
거기가 어디라고 몰래 잠입해 정보를 꺼내 온단 말인가?
그 방법은 둘째 치더라도 들키면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닐 텐데도.
“어떤 방법이든 사용해도 좋다고는 했지만, 장부를 털어 오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만.”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인정한다.
내 생각이 틀렸다.
아무리 어리고 경험이 없더라도, 녀석은 그 카롯트 연방제국의 참모였던 놈이다.
내 판단으로 놈을 재단하기에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고작 같은 상회에 물품을 납품한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이런 행동을 벌이다니…….’
흐름을 읽는 눈.
그 과정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조지만의 촉과 확신이 있었겠지.
덕분에 다음 내용을 읽어 나가는 내 입꼬리는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장부의 내용을 종합한 결과, 해당 철광이 특정 귀족의 손에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
-아마도 물자의 흐름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
-하지만 주요 장부를 습득하지 못한데다, 이후의 흔적을 모두 지운 탓에,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음.
페이지는 해당 문장을 끝으로 뜯겨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뒤 내용을 읽지 않아도 안다.
“대단하군. 덕분에 확신이 섰어.”
“그건 무슨 뜻입니까?”
“나를 적대하려 드는 세력의 정체에 대해서 말이야.”
이미 회귀 전의 기억들을 토대로 귀족들의 역학관계를 정리해 두었다.
정치, 사업, 지리적 요건 등등 현시점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모든 요소를 고려한 관계도.
조금의 물증이 있다면 확신이 든다고 했던가?
바로 앞에 그 물증이 나온 이상,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그렇기에 내 얼굴에는 어느새 싸늘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윌리엄 공작. 이번에는 왕좌를 노리는가.’
2왕자의 외할아버지이자, 아수스가 공작 위에 오르기 전까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었던 윌리엄 공작.
아수스라는 구심점 덕에 왕태자라는 견고한 입지를 가졌었던 회귀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빈틈을 비집고 허튼수작을 벌이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팔짱 낀 손을 여유롭게 까닥거리며 이 순간을 만끽했다.
‘재미있군.’
지금쯤이면 암살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소식이었을 텐데, 참으로 유감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놈의 성격상 공작가(家)의 기물들이 남아나질 않았을 테지.
‘입막음을 위해 움직였을 것은 당연한 일이고.’
암살자 길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찡그린 얼굴의 조지가 질문을 던져 왔다.
“이 내용만을 보고도 귀족들의 뒷배를 알아내셨단 말입니까?”
“음.”
“…….”
하지만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눈치다.
혹은 내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제 스스로도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을 테니.
“네놈의 조사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가지고 온 정보도 꽤 쓸모가 있는 수준이었지.”
“그렇게 되겠죠.”
“한데 결국은 마지막까지 매듭짓지 못했다. 어째서라고 생각하나?”
분명 정보 수집을 막는 애로 사항이 존재했을 것이다.
일손의 부족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신분의 벽이 행동반경을 좁혔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것쯤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변명하는 핑계에 불과했다.
“에스테반 귀족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지?”
“…….”
“여섯 귀족이 아수스와 관련되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지?”
“……그건.”
“간단한 이유다. 관련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국왕 파의 중심인 아수스와 가까이 지낼 수 없었다는 것이지.”
정보 수집의 가장 기본은 그 스스로가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로 정해진다.
누구에게는 결정적인 증거가, 누구에게는 사소하게 흘려들을 법한 잡담이 되기에…….
이는 말 그대로 ‘기본’의 영역이다.
그런데 조지의 경우는 어떤가?
비록 시골에 위치한 곳이라지만 상회에서 일하며 많은 정보를 주워들었다.
본인도 흐름을 파악하는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핵심을 꿰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너는 네가 본 것만 확신한다. 그게 네놈의 시야를 가렸다고 할 수 있지.”
놈이 사전에 조금이라도 많은 기초 정보를 알아보았다면?
필연적으로 아수스와 가까이 지낼 수 없었던 반대 세력에 대해 눈치챘을 것이다.
당연히 그 끝에는 여섯 귀족의 뿌리가, 오래전 윌리엄 공작가로부터 뻗어 나왔다는 사실을 짚어 냈을 것이고.
본인이 가진 능력만을 맹신한 나머지 초보자도 하지 않을 실수를 했다는 점.
조지가 가진 무기가 단점으로 승화되는 이유였다.
“모든 상황에는 의도가 있다. 그리고 정보에는 반드시 이를 관통하는 축이 있기 마련이지. 내가 어째서 정보 수집을 시켰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알겠나?”
“……이해했습니다.”
“좋군.”
나는 메모장들을 서랍에 집어넣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걸로 녀석에게도 긍정적인 경험이 쌓였을 터다.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자 더욱 부단히 노력하겠지.
목적했던 경험도 쌓고, 새로 나타난 적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었다.
“보고는 이만 됐으니 나가 보아라.”
“알겠습니다.”
“특별한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남작의 밑에서 가르침을 받도록.”
“예. 그럼 이만.”
철컥-
“동요한 모양이군.”
그렇게 조지는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물러진 것은 착각이 아니었으리라.
“뭐, 알아서 잘할 테니 걱정은 덜었고…….”
이제는 개인적인 용무를 해결할 차례였다.
나는 주머니 속에 고이 넣어 두었던 반지를 꺼내 들었다.
비도르 남작이 은신처에서 발견했던 그 반지였다.
우웅-
“호오?”
집어 들기 무섭게 숨겨 두고 있던 마력을 방출하는 녀석.
자가 보호의 일종일까?
오러로 보호되고 있기에 육체를 손상시키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격한 반응에 흥미를 느꼈다.
“역시 고대의 아티팩트라 이건가.”
아티팩트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을 꼽으라면, 고대 마법사들의 아티팩트가 당연 으뜸이었다.
그 성능은 둘째 치고, 워낙 고대의 물건이기에 발견 자체가 드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아마도 흑마법사들이 연구를 위해 안배해 둔 물건이었으리라.
“운이 좋았군.”
물론 고대의 아티팩트들이 무조건적으로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도리어 현대의 것보다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아티팩트들의 경우는 비싸고 귀하기에, 귀족들조차 구경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 아티팩트는 궤를 달리했다.
“마법 각인.”
활성화된다면 체내로 흡수되어 사용자를 강화시켜 주기에 그 이름이 붙은 마법 각인.
사용자의 컨디션을 회복시켜 주는가 하면, 신체 능력의 전반적인 부분을 향상시켜 주기도 했다.
어찌 보면 미묘하다고 할 수 있는 성능.
하지만 마법 각인의 최고 장점은, 대기 중의 마나를 자동으로 흡수하기에 번거롭게 발동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에 있었다.
그리고 이건, 효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불합리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용해 볼 만큼 큰 장점이었다.
“……물론 그건 지금의 이야기지.”
나는 반지를 쳐다보며 옅게 웃었다.
대 마법 방어용 아티팩트.
마법 각인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가 지난 뒤, 어느 마법사에 의해 그 진가가 드러나는 물건이었다.
정확히는 온전한 ‘각인’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밝혀진 것이지만…….
그전까지는 사용하기 편한 아티팩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뿐더러, 그 대부분은 마법사들의 연구를 위해 소모되었을 정도로 보잘것없는 취급을 받았던 점도 사실이었다.
‘결국 나조차도 마지막까지 상등품의 마법 각인을 구하지 못했었지.’
나는 피식 웃으며 반지를 움켜쥐었다.
검은색 구슬의 투명함을 보면 못해도 최소 상급의 물건이다.
자세한 것은 추후에 감정을 해 봐야만 알 수 있겠지만, 이 정도라면 당장 사용해도 나쁜 것은 없었다.
정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각인을 해체하면 될 일이니까.
스윽-
나는 오른손 검지에 반지를 밀어 넣은 뒤,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준비가 되었으니 시작하라는 일종의 신호.
다행스럽게도 아티팩트는 사용자의 뜻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우우웅-
반지를 중심으로 대기 중의 마나가 흡수되기 시작했다.
활성화가 시작된 것이다.
“호오, 과연.”
활성화라고 거창하게는 말했지만, 사실 과정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단지 대기에서 흡수되는 마나가 팔뚝에 스며들 뿐이었고, 기껏 보이는 거라고 해 봐야 반투명한 마나의 형체가 팔뚝으로 흡수되는 장면뿐이었다.
……아쉽게도 정말로 그게 끝이었다.
“말 그대로 용두사미라는 건가.”
몸속으로 들어온 마나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여 어느새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보통은 이 시점에서 활성화가 끝났다 생각했겠지만,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아직 나는 ‘온전한’ 각인을 활성화시키지 않았으니까.
어디 그럼…….
나는 미리 준비해 온 최상급의 마정석을 팔뚝에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각인을 활성화시킬 간단한 시동어를 중얼거리며, 손아귀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새겨라.”
쨍그랑!
반지의 기운이 흡수된 팔뚝 위로 마정석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예의 흡수가 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그 위에 문신을 새기듯 마법적인 코팅을 하는 단계였다.
그리고 그 고통은, 살갗을 태우는 것보다도 끔찍한 것이었다.
“따갑군.”
피부에 마력을 흘려보낸다는 것이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초인의 단계에 접어든 내게 있어서는 그저 따갑다는 느낌만 들 따름이었다.
그렇기에 책상에 올려 둔 찻잔을 홀짝이며 과정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핑!
반지가 허공으로 바스러지며 마침내 모든 활성화가 끝이 났다.
팔뚝에 나타난 기하학적 문신 위로 흰색 빛의 마나가 은은하게 감돌고 있었고, 머릿속으로는 아티팩트의 사용법이 자연스레 흘러들어 와 있었다.
이 검은 문신이야말로, 마법 각인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어디 보자.
내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방 안에 있던 마도구로 향했다.
그러자 약간의 저릿한 느낌이 들며, 마도구에 흐르던 마나가 순간 흐려졌다.
나는 팔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을 보며 고즈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등급이 높아서 그런지 만족스럽군.”
마력 방해.
문신에 축척된 마력을 소모해 대상의 마력을 일시적으로 흩트릴 수 있는 마법 각인의 고유 능력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아티팩트와 같은 마도구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이 아티팩트의 전부를 설명한다고는 할 수 없다.
대기 중의 마력을 흡수할수록 각인과의 동화율이 올라가고, 일정 수준 이상의 동기화가 진행된다면 더 강한 힘을 얻게 될 것이기에.
이런 일시적인 마력 방해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힘을…….
“새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늘었군.”
스윽-
어느덧 내 시선은 집무실에 걸려 있는 달력을 향해 있었다.
연방제국 측의 사절단이 당도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나흘.
“기다려라.”
연방제국과 아수스의 패거리는 물론이고, 감히 나를 암살하려 들었던 내부의 적들까지.
이제는 본격적으로 폭군의 행보를 드러낼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