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58화
물밑에서 탑을 쌓는다 (3)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제3 기사단장 에드워드는 괴로운 표정으로 나를 찾아왔다.
그러고는 명령했던 추적에 관한 결과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놈들을 뒤쫓아 보았지만…….”
“놈들을 놓쳤다?”
“……그렇습니다.”
“흐음.”
결과적으로 아르곤 기사단은 놈들의 흔적만을 확인하는 데에 그쳤다.
정확히는 그 흔적을 따라가 보았으나, 발견한 것은 연방제국으로 향하는 땅굴만이 전부였던 것이다.
물론 그건 당연한 결과였다. 놈들은 이미 내 손에 죽은 지 오래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그 땅굴이라는 것이 듣고 싶군.”
“……땅굴은 인위적으로 파인 것이었습니다. 내부가 무너진 것을 보면, 아마 추격을 의식해서 수작을 부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 아쉽게 되었어.”
땅굴을 무너뜨린 것은 내가 아니었으므로, 적어도 그것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마 그 존재가 들켰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즉각 폐쇄하라 지시했겠지.
쓸 데가 있다 생각하여 남겨 두었거늘, 정말로 아쉽게 되었다.
‘뭐, 그렇게까지는 멍청하지 않다는 말인가.’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고생했다. 땅굴에 관한 이야기는 직접 아버님께 말씀드릴 테니, 자네는 기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도록.”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에드워드는 고개를 숙이고 떠나갔다.
그러자, 집무실 내부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조지가 중얼거렸다.
“아니,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생했다니…….”
이내 그 게슴츠레 떠진 눈이 나를 훑었다.
“애초에 헛걸음을 시킬 거면 추적은 왜 시켰습니까?”
이번 추적에서 아르곤 기사단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나 역시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놈들에게 추적을 명했다.
녀석이 보기에는 헛걸음을 시켰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이미 설계되어 있었다면?
내 목적이 처음부터 놈들을 추적하는 것이 아닌, 놈들을 놓쳤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면?
나는 여유롭게 등받이로 몸을 기대며 말했다.
“경각심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경각심이요?”
“그래.”
나는 이 연극의 종지부를 찍을 경각심이 필요했다.
막연하게 에스테반이 노려지고 있다 말하는 것이 아닌, 진정 눈앞에 다가온 위협을 ‘체감’하게 만들어 줄 경각심이.
그리고 연방제국의 회수책이 도망갔다는 소식은 가장 좋은 미끼였다.
상단과 마탑에서 벌어진 일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그런 미끼일 테지.
그런 내 설명을 들은 조지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세작을 잡았다는 사실보다, 그런 세작들이 빼돌린 물건들을 놓쳤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리고 전하는 그렇게 보이도록 설계했고요.”
“정확하다.”
“그렇다면 회수한 물품들은…….”
“그래.”
나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것들은 때가 되면 나를 위한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실제로 물건들은 내게 있었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내 손으로 만들어 나가면 될 뿐이었다.
거기에서 나올 이득부터 시작해서 미래에 대한 대비까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다.
“아버님을 뵈러 가겠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순위를 따라 움직여야 할 순간이었다.
* * *
“뭐, 뭣이……!”
아버님은 충격에 두 눈을 부릅뜨셨다.
그도 그럴 것이. 연방제국의 회수책을 놓친 것도 모자라서, 두 국가 사이를 잇는 땅굴까지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 아니던가?
문제는 회수책이 들고 간 물품들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에스테반에서 훔친 기술인지, 아니면 단지 재물들에 불과할 뿐인지.
그것마저 아니라면 에스테반의 약점이 담긴 문서들인지조차 말이다.
“……한 방 먹었구나.”
아버님께서는 지그시 감은 두 눈을 양손으로 쓸어내리셨다.
그 난처하다는 듯한 행동에서 아버님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드물게도 당황하신 것만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버님. 연방제국과의 관계는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악화 될 것입니다.”
“…….”
과거보다 최소 십 년은 이른 시점.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국왕의 암살을 꾀했을 때부터……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놈들은 조만간 세간의 시선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에스테반을 노려 올 것입니다.”
“세간의 시선조차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은…….”
“수면 아래에서만 수작을 부리던 지금까지와 다르게, 정치적인 공격도 시작할 거라는 뜻이지요.”
“……허어.”
“최악의 경우, 에스테반의 약점들이 놈들에게 모조리 노출되었다는 사실까지도 염두에 두어 야 합니다.”
족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들이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국왕의 암살을 꾸몄던 그때처럼, 놈들이 어떤 수작을 부려올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래, 네 말대로다. 슬슬 그런 점에 있어서도 대비를 하긴 해야겠지.”
아버님이 손을 움직여 외투의 주머니 속을 더듬어 나가기 시작하셨다.
이윽고 금빛 테두리의 고상한 안경 하나를 꺼내시고는, 눈가로 가져다 대신다.
가뜩이나 야만족이다 신성제국이다, 국무로 바쁘신 와중에 세작의 일까지 안겨드렸으니. 강철 같은 체력을 가지신 아버님께서도 피로를 느끼시는 모양이셨다.
“……알렌 에스테반.”
“예, 아버님.”
“네가 생각하는 정치적인 공격이란 무엇이더냐?”
“간단합니다. 가장 먼저, 놈들은 에스테반의 숨통을 쥐려 할 것입니다.”
“……숨통?”
추상적인 비유였다.
그러나 아버님께서는 곧장 무언가를 떠올리시고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무역이군.”
“그렇습니다.”
무역 제재.
연방제국에 무역 대부분을 의존하는 에스테반의 사정을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 무엇보다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이미 한 차례 무역분쟁을 겪어 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누구보다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먼저 무역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국산화라는 것이군.”
“예, 하지만 식료품과 생필품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들은 조만간 개시될 신성제국과의 무역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래, 분명 그런 일이 있었지…… 지금 생각해 봐도 참으로 옳은 판단이었구나.”
“이미 예상한 바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가장 큰 걸림돌은 해결해 두었다는 말이었다.
나는 새삼스럽게 놀라움을 표하시는 아버님에게, 아무렇지 않게 설명을 이어 갔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문제?”
“예, 바로 놈들에게 100%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마도구의 원자재들입니다.”
“흐음, 확실히…….”
아버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역시 성군이라 불리시는 분답게, 이런 사소한 사항도 모조리 꿰고 계시는 듯했다.
“특히나 급한 것은 마법 시약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마탑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렇지.”
각종 연구의 핵심 재료인 마법 시약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또한 하루 이틀 내에 완성해 낼 수 있는 기술도 아니었다.
실제로 회귀 전, 놈들과의 외교 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것이 마탑이지 않았던가?
급히 마법사들을 시켜 시약 제조를 시도해 보았다지만,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마땅한 수가 생길 리 없었다.
“국산화는 반드시 진행되어야 합니다. 제아무리 에스테반의 용맹한 기사들이라 한들, 마법사들의 지원이 없다면 놈들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네 말대로만 되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터다.”
섣불리 말씀을 이어 가지 않으시는 것은, 쉽사리 손익을 따지기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아버님이 씁쓸함을 표하시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연방제국 만큼 뛰어난 기초 마법 기술이 없다. 너도 알지 않느냐?”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에스테반이 마법 시약을 쉽사리 국산화 시킬 수 있을지는…….”
“가능합니다.”
“……뭐라?”
아버님께서 잘못 들었다는 듯 반문하셨다.
그러나 마주한 내 입술은 비뚤게 올라가고 있었다.
“마법 시약부터 시작해서 여타 원자재까지. 불가능한 말씀을 드리지는 않습니다.”
“그, 그건…….”
“그러니 제게 연방제국의 수작에 대비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의 재량권을 주십시오.”
아무런 기반이 없다? 그건 결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쌓아 온 내 행보들이 곧 기반이 될 것이고, 이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되어 줄 터였다.
다만 그 첫 번째 목적이 마법 시약이 될 뿐.
“제가, 반년 내로 연방제국을 제치고, 에스테반의 마법 시약 기술을 대륙 제일의 수준으로 올려놓겠습니다.”
“……!”
그래.
이미 내 머릿속에는 그에 대한 해법이 그려지고 있었다.
더 이상 놈들의 계획에 대응하기만 할 뿐인 시간은 지난 것이다.
‘자,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 것이냐?’
4황자.
나는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
만에 하나, 인과가 뒤틀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미래가 다가오더라도 상관없었다.
내 몸을 움직이는 복수심과 분노가, 연방제국을 비로소 전쟁으로 이끌 것이었으니까.
이건, 필연적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준비였다.
* * *
‘1왕자’의 업무였던 사찰이 끝났다.
마탑 내부는 역사에 길이 남을 ‘이상 현상’으로 여느 때보다 시끄러웠다.
물론 사라진 크롬웰과 그 아래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았다.
아르곤 기사단의 처리가 완벽했던 탓도 있었지만, 이상 현상이라는 그늘에 가려져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잊힌 것이다.
마탑을 호령하던 세작의 최후라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
그러나.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나서 찾아온 것은, 또 다른 일거리였다.
“저, 전하……! 이게 당최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재무대신 발테르 후작이 집무실로 찾아왔다.
……아니, 들이닥쳤다.
후작의 손에는 한 장의 서류가 들려 있었는데, 이는 내가 재량권을 받은 직후 아버님을 통해 제출한 마탑의 예산안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시큰둥하게 답했다.
“무슨 일인가?”
“아, 아니, 무슨 일이냐고 여쭤보신들…….”
“마탑 예산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미 아버님께 모두 설명 드린 것으로 기억한다만?”
실제로 내게 이듬해의 예산을 ‘결정’할 권한까지는 없었다.
때문의 재량권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결정권자인 국왕에게 적정선을 보고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고.
하지만 보고된 ‘적정선’이란 것이 비정상적인 경우라면 얘기는 달랐다.
“마, 마탑의 예산을 전년도의 3배씩이나 증액한다니요?! 이런 파격적인 예산의 편성은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나는 그 경악과 같은 호들갑에 한껏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