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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83화 (83/223)

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83화

흔적 (7)

“고대의 마법이라…….”

1왕자의 집무실로 호출된 부탑주 윌포드는 레이튼이 들고 온 연구기록들을 신중하게 살폈다.

그러고는 이미 읽어 내린 다른 연구물들을 괜스레 뒤적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음? 다른 것들은 더 없는 것인가?”

“그, 그렇습니다.”

“……그렇군.”

레이튼이 들고 온 조촐한 짐에 포함된 것은 연구기록이 전부였다.

그야말로 연구에 매진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윌포드는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다.

“전하, 고대의 마법에 대해서는 알겠습니다. 하면, 이자를 어떤 부서에 배치하실 생각이십니까?”

“구태여 기존의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새로운 부서를 만든다.”

에스테반의 마탑에는 고대 마법을 연구하는 부서가 없었다. 하지만 레이튼의 진가는 고대의 마법을 연구할 때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 레이튼을 기존의 연구 부서에 배치한다는 것은 인력을 낭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다만 그것이 에스테반의 발전과 무관하지는 않을 터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마탑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뜻을 알아챈 마탑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가능성이 있네만, 이자의 도움이 있다면 가장 먼저 마정석에 새겨진 방어 마법을 해석할 수 있을 걸세. 그리고 곧장 고대 마법의 부활을 앞당길 수도 있을 테고.”

“흐음…….”

부탑주 역시 고대 마법에 관한 사실을 전달받은 인물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방어 술식을 해석할 수 있다는 말과 고대 마법의 부활 가능성은 무척이나 긍정적인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것은 전하와 의견을 나눈 끝에 떠올린 이야기다만…….”

“음? 또 다른 것이 있었습니까?”

“아무래도 고대의 마법을 현대의 것에 접목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더군.”

“그, 그게 정말입니까?”

고대와 현대의 마법을 섞어서 사용한다고?!

부탑주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긍정의 뜻을 나타냈다.

“기본적으로 고대 마법의 온전한 부활은 장기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고대 마법의 지식들을, 자연스럽게 기존 마법으로 녹아들게끔 하는 것. 그것이 내 ‘최종적인 계획’이자, 마탑의 최종 목표였다.

그런 내 계획을 들은 윌포드는 침음을 흘렸다.

“……먼 이야기가 되겠군요.”

“아니, 그리 멀진 않을 거다.”

본래라면 마탑은 처음의 의도대로 기사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게 될 터였다. 실제로 회귀 직후의 내 계획도 그러했고.

하지만 대마법사라는 존재의 탄생은, 기사들의 보조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에스테반의 또 다른 주축이 될 수 있는 방향성의 발판을 제시했다.

기사의 나라라고 불리며 그에 맞춰 온 에스테반이었으나, 이제는 한쪽으로만 치우쳐지지 않은 모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연결고리는 고대의 마법이 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에스테반의 가장 커다란 약점을 제거한 셈이다.’

……그래, 그리하면 사실상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오른팔을 슬쩍 쓰다듬은 뒤에 말했다.

“부탑주 윌포드, 자네는 당분간 이자가 마탑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도록. 업무에 관한 지시는 마탑주에게 일임해 두었으니,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예, 전하.”

그리고 내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자네에게는 그런 의미로 과제를 하나 내주지.”

“……예?”

연이은 사건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레이튼에게 한 말이었다.

그는 조지가 가지고 온 책을 보며 멍하니 물었다.

“그건…….”

“왕궁 서고에서 가지고 온 고대의 기록들이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 따위와는 그 질이 다를 것이다.”

“고, 고대의 기록……!”

그의 전공 분야이자 삶의 전부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을 건네받은 레이튼의 눈이 천직을 찾은 것처럼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입꼬리를 비틀었다.

“나흘 내로 그것에 관한 정리를 끝마치고 마탑주에게 전달하도록. 이후의 과제는 그것을 토대로 진행될 테지. 네 녀석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음.”

굴리다 보면 회귀 전의 실력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내 지론은 고대학에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도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발전의 지름길이었다.

* * *

며칠 뒤에 찾아온 달빛은 1왕자의 집무실에 운치 있게 드리웠다. 굳이 표현하자면 무척이나 정적이고 조용했다.

하지만 집무실로 찾아온 조지의 보고는 아니었다.

“연방제국으로부터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들어 보도록 하지.”

“놈들이 중소 도시를 포함한 제국 전역에 감시할 인원을 파견하였습니다. 옛 황궁의 일을 마법에 의한 테러라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나는 그 말에 어깨를 으스댔다.

어리석은 놈들.

하기야, 그만한 흔적을 보고 테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겠지. 그것이 오해라는 것도 모르고.

“뭐, 그렇군. 덕분에 용의선상에서는 벗어났겠지.”

“하지만 앞으로 연방제국으로의 공간이동에는 많은 제약이 따를 것입니다.”

그것은 내내 참고 있던 의문이었다. 또한 어째서 그런 일을 벌였느냐는 우려의 표현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에 대한 이유는 간단했다.

“단순한 화풀이였다.”

“예?”

녀석은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도 모른 채로 되물었다.

나는 그 황당함을 뒤로하고 책상 위에 놓인 와인 잔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여유롭게 웃었다.

“그 휘황찬란한 모습이 꼴 보기 싫었거든.”

“…….”

“하지만 이 상황은 나쁘지 않은데?”

놈들의 감시가 퍼져 있는 상황에서 텔레포트를 사용한다면 꼬리를 발각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명백히 손해를 감수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놈들의 마법 병력이 넓게 퍼져 활동을 시작한다는 소리와 같았다.

“마법사들을 풀고, 정기적으로 마력을 방출함으로써 감시하게 한다라…… 과연, 그것을 공방에서 연구만 반복하던 녀석들이 버틸 수 있을까?”

“확실히…… 계속되는 감시작업에 지쳐 나갈 수 있겠네요.”

“그래. 마법사들은 점차 스트레스와 체력고갈로 인한 불만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고급 인력인 마법사들에게 분열의 씨앗을 안겨 줄 터였다.

같은 일을 방지하고자 하는 황실과 인력 부족을 겪는 마탑 사이에서의, 자그마한 분열을.

가뜩이나 북부의 야만족들과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야말로 수많은 이득을 보게 되는 격이었다.

“……자칫하면 불만을 가진 인력이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겠군요.”

“그래.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놈들의 응집력이 약해질 터다.”

놈들의 헛짓거리 덕분에 혐의에서 벗어났으며,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마법 병력을 흐트러뜨렸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길 불만을 야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그 영향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겠지.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네 녀석은 연방제국과 야만족의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 보고 있지?”

“이것 저것 있긴 했습니다만…… 뭐, 그렇다고는 해도 야만족들의 저력을 생각하면 앞으로 2년 정도는…….”

“아니, 다음 겨울이 오기 전에 전쟁은 끝나게 될 것이다.”

“다음 겨울이요?”

조지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지언정, 전쟁이 완전하게 끝나는 것은 한참 뒤라 생각한 모양이지.

확실히, 지금도 두 세력은 영원히 사그라지지 않을 듯 서로를 향한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었으니까.

“물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변수가 많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골자에서는 벗어나지 않겠지.”

“……그렇다면 전하께서는 겨울이 오기 전에, 그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까?”

“그래. 물론 그 즉시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허.”

그리고 그 조짐을 알고 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기본적인 골자’라고 칭한 흐름 역시 나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 4황자가 이미 나를 경계하고 있을 테니까. 적어도 그 시기가 좁혀졌으면 좁혀졌지, 결코 나중에 일로 밀리지는 않으리라.

예상대로 조지는 무척이나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뜻을 여실히 알고 있는 탓이었다.

“겨울이라니…… 전쟁을 피해 갈 수는 없겠지만 너무도 이른데요. 아직 고대 마법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그러니 우리는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 황궁의 일도 마찬가지지. 저들에게 최대한의 경각심을 심어 주는 것이다.”

“예?!”

경각심을 줄여도 모자랄 판에 더욱 심는다는 것은 무엇이던가?

이에 조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에 골을 만들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경각심을 심으면 연방제국의 준비가 더욱 철저해질 것입니다. 차라리 저들을 방심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다.”

“어째서…….”

“우리에게는 신성제국이라는 양날의 검이 있으니까.”

“그게 대체 무슨…….”

신성제국과의 협의 조건은 연방제국과의 강력한 외교적 단절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협의의 내용이 공표된다면, 애초에 저들로서는 에스테반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할 수밖에 없으리라.

양날의 검이라 한 것은 그러한 이유였다. 그 반대급부로 신중하게 움직일지언정, 놈들이 전쟁 준비에 소모해야 하는 시간은 길어질 테니까.

나는 대략적인 설명을 마치고 다시금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우리 에스테반에게도 전쟁을 준비하는 시간이 동일하게 주어진다는 뜻이다.”

“……어차피 저들의 준비는 철저해질 것이니, 더욱이 두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전쟁을 지연시키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말대로다.”

그런 의미에서 황궁에서의 일과 대마법사의 존재를 드러낸 것은, 신성제국을 끌어들인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였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이전에. 연방제국과 야만족의 전쟁을 유도한 것 역시도 말이다.

나는 조지의 염려 가득한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에스테반과 놈들이 같은 준비기간을 가질 거라는 사실이다. 그 외의 것은 수단에 불과하지.”

“하지만 저들은 제국입니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에스테반과는 점점 격차가 벌어질 터인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내가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

당당한 그 말에 조지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반대로 내 입술은 작게 휘어 있었다.

“기초 마법 연구와 같은 것도 전쟁을 대비하는 과정이다. 하물며 내 손으로 이루어 낸 것 중에 단 하나라도 이를 대비하지 않은 일이 없지.”

“그, 그건…….”

연방제국의 기술. 자본. 인력. 그런 것들이 약소국인 에스테반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한시도 쉬지 않으며 움직여 왔다. 놈들이 준비하는 것 이상으로, 이 흐름이 에스테반에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언젠가, 아버님께 연방제국과의 관계는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

“그리고 나는 이미, 아수스를 네는 순간부터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러니 나는 이에 대비해 왔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내 손으로 만들었다.

비로소 종국에는 연방제국을 내 발아래 깔아뭉갤 수 있도록.

“천천히 결실을 수확해 나가면 된다. 아직 에스테반에 주어진 시간은 많으니까.”

그것은, 치욕스러운 죽음 속에서 벼려진 분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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