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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102화 (102/223)

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102화

새로운 톱니바퀴 (2)

“허 참.”

“…….”

“허.”

“…….”

“얼씨구?”

조지는 금색 머리카락의 아이, 로엘의 주변을 빙빙 돌며 그것을 관찰했다.

차라리 돋보기라도 있었다면 꼼꼼하게 살폈을지도 몰랐다.

“……이딴 게 열다섯 살이라고요?”

마침내 녀석의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그 여리여리하고 자그마한 체구는 좋게 봐야 열 살 남짓, 솔직히 말하자면 그 이하로 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불안한 듯 내리깔린 고개는 또 어떠한가? 아무리 쳐 줘도 어린아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사실이 그러한 것을 어쩌겠는가.

마탑주는 호탕하게 허허 웃으며 그에 답했다.

“믿기는 어렵겠지만 틀림없는 이야기이네. 하지만 나는 전하께서도 그 사실을 알고 계실지도 모른다 생각했거늘.”

“……뭐, 왕성의 근로법 때문에요?”

“음, 그러네. 열다섯 살 미만의 아이는 왕실의 사용인으로 들이지 못한다고 되어 있지 않은가?”

마탑주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무심하게 턱을 괸 채로 대강 답했다.

“그딴 것 내가 알 게 뭐지?”

“허허.”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녀석에게 쓸 만한 재능이 있다는 사실 뿐이다.”

“전하께서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기껏해야 한 살 차이.

나이가 부족하여 왕실에 들이지 못한다는 것 따위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였다.

설사 그만한 재능이 있다면 더 어렸다고 해도 지체 없이 들였을 거다.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데 반대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이미 왕성에서의 내 위상은 점차 무소불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어린아이를 사용인으로 쓰는 것쯤은 화두에 오를 일조차 아니었다.

“아니, 그런데 얘는 왜 아무 말이 없답니까?”

조지는 금빛 머리카락의 아이, 로엘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는 아예 어깨를 톡톡 건드려 보는 것이, 신기한 것을 발견한 원숭이와 비슷한 행동 양식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으려고 하니.

“……하지 마.”

“잉?”

“……하지 말라고.”

“…….”

로엘이 조지를 노려보며 처음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마치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쳐다보는 그 시선에, 조지는 어안이 벙벙한 듯 눈두덩이를 씻어 냈다.

“……얘가 이제 뭐가 된다고요?”

“내 개인 시종이 될 것이다.”

“말하자면 제 후임으로 들어온 녀석이네요?”

“그렇게 되겠지.”

“……허, 참 나.”

그렇게 기가 막혀 하는 조지의 표정이 아까 전보다 더욱 크게 일그러졌다.

무척이나 억울한 표정이었다.

“하필 들어와도 왜 이런 후임입니까? 조금 더 싹싹한 놈은 없습니까?”

“허허, 너무 그러지 말게. 그 아이는 크롬웰, 그자의 밑에서 고생한 탓에 경계심이 많을 뿐이니 말일세. 자네가 잘 돌보아 주게나.”

“아니…… 그렇게 말한다 한들…….”

녀석은 마탑주의 말에 당황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이 곤란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그래서.”

내 시선이 로엘에게 닿았다.

“다섯 달. 분명 그 안에 나를 놀라게 할 성과를 보인다 했지.”

“예, 전하. 그렇습니다.”

“그 말은, 지금 자네가 데리고 온 저 아이에게 그럴 가치가 있다는 뜻이겠군.”

에스테반의 유일한 대마법사가 직접 마법적인 소양을 기른 아이.

대체 무엇을 가르쳤는지는, 나로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호언장담했을 정도라면, 모르긴 몰라도 대단한 것을 가르치기는 했을 터였다.

그 자신이 ‘로드’라는 자리에 오르면서 느꼈던 깨달음들을 말이다.

예상대로 나를 바라보는 마탑주의 고개가, 확신으로 끄덕여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직접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나쁘지 않은 이야기군.”

나는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법사로서의 성취를 가졌음에도 그 재능은 기사와도 유사한 수행마법사.

때문에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하나의 돌연변이.

그런 녀석이 다섯 달 사이에 무슨 성장을 이루었는지. 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 * *

1왕자의 개인 수련장. 로엘은 내 맞은편에 서며 긴장한 듯 몸을 굳혔다.

마탑주에게 이미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앞으로는 내 개인 시종으로서 일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후의 재능을 내 손으로부터 꽃피우게 되리라는 사실도.

그런 사람과 본격적으로 마주하는 장소가 수련장이라니, 긴장될 법도 할 테지.

나는 그런 로엘을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검은?”

“……아직.”

“그렇다면 검을 들어라.”

녀석은 여느 마법사들처럼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녀석의 재능은 그 기운을 증폭시켜 발현시키는 데에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에게 주어진 최강의 재능이었다.

지금까지는 마법을 배웠을지라도, 그 재능은 결국 기사의 길을 종용한다는 소리였다.

‘내가 바라는 것 또한 그런 것이고.’

나는 조지에게 눈짓하며 말을 이어 갔다.

“당장 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라고 하지는 않겠다. 다만, 지금부터라도 검을 드는 것에 익숙해지는 편이 좋을 것이다.”

어느새 조지는 내 말을 알아듣고는 날카롭게 벼려진 검 한 자루를 들고 왔다.

여린 체구가 들고 있기에는 너무도 무거운 진검. 하지만 그 미래에는 반드시 그것을 휘둘러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단순히 연습이라 해서 그것을 간과할 생각은 없었다.

“들어라. 그리고 휘두르지 못할지라도 대련이 끝나기 전까지 그것을 놓지 마라.”

“…….”

로엘은 말없이 내 지시에 따랐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한 손.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무거운 진검이 쥐어졌다.

오히려 그것에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마탑주였다.

“전하, 진검은 아직 이르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지금은 가검을 쥐여줌으로써 검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만들어 주시지요.”

“전장에는 가검 같은 건 없다.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한 수단만이 있을 뿐이지.”

“허어.”

나는 그 말을 증명하듯 엘베른을 뽑아 들었다.

드워프와 미스릴이라는 두 요소가 만들어 낸 세기의 명검.

아마 그 검날에 닿기만 하더라도, 단지 상처가 나는 데서 그치지는 않을 테지.

물론 그것을 진심으로 휘두르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와라.”

대련의 신호탄이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엘의 왼손에서 마력이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호오.”

하지만 그것은 주문과 수식으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마법과는 궤를 달리했다.

그야말로 마력의 덩어리. 녀석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마력을 극도로 증폭시켜 발현해 낸 폭탄 그 자체였던 것이다.

‘재능을 십분 살리는 데에 집중했다는 건가.’

나는 마탑주가 어떤 의도와 방향성으로 교육을 진행했는지 깨닫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런 공격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오히려 가공되지 않은 날것이었기에,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다.

슈욱-

“……!”

날아온 마력 덩어리가 흐릿한 잔상만을 꿰뚫고 지나갔다.

이윽고 땅에 닿으며 흙먼지가 비산했으나, 당연히 피해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은 이미 로엘의 뒤를 점거하고 있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

“……아!”

처음. 이 아이를 발견했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맞닿은 마력에 마법 각인의 기능이 일부 무효화 되기도 했다.

하지만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마력의 질 역시 강해졌는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마법 각인의 마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저 왼팔에서 솟아 나오는 마력의 수준이란……!

나는 그 막대한 마력의 세기를 느끼며 검을 내질렀다.

슉!

검이 아슬아슬하게 금빛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당연히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 다급한 상황을 대처하는 능력을 확인하고자 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놀랍게도 로엘의 몸 주변으로 마력이 발산되더니, 강한 반발력으로 내 몸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기의 장벽?’

그건 마치 경지에 오른 기사의 기술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힘이었다.

나는 호기심에, 오른팔의 마법 각인을 발동하여 그것을 흩뜨리려 했다.

하지만 각인의 마력이 ‘마력 장악’을 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벽은 전혀 흩어지지 않았다.

명백히 그 증폭된 마력의 질이 마법 각인의 것을 상회한 것이다.

마침내 내 입술이 짙은 미소를 띠었다.

“뭐, 호언장담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군.”

덥석-

“……아!”

나는 왼손으로 로엘의 옷자락을 잡고 살짝 잡아당겼다.

그러자 마력의 방어막은 허무하게 사라지며 허공으로 흩어졌고, 로엘의 몸 역시 힘없이 당겨져 왔다.

이윽고 내 몸에 밀착한 아이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깜빡거렸다. 그리고 그건 마탑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어, 대단하십니다. 그 마력의 장벽을 맨손으로 파훼하시다니요.”

마탑주가 놀란 목소리로 감탄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순수 마력의 질로만 보면 최소한 치프급 이상의 수준으로 보이는군.”

“정확히 보셨습니다. 적어도 치프급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저 보호막에 흠집조차 내지 못할 것입니다.”

치프급 마법사라면 흔히 말하는 고위 마법사의 바로 아래 단계에 있는 이들이었다.

물론 그것은 비정상적인 수준의 증폭 덕분이다. 정말로 그 정도의 실력자라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그 재능이 단지 ‘증폭’과 ‘발현’에만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쓸모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겠지.

말 그대로 지금은 완성되지 않은 원석이란 뜻이다.

“역시…… 전하께서는 이 아이를 마법사들의 대적자로 사용하실 생각이시지요.”

“그래.”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마력을 오러처럼 증폭시켜 운용한다는 뜻은 그러했다. 적어도,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마법사라도 마력의 질에서는 결단코 지지 않는다는 소리였으니.

그렇다면 거기에 평범한 기사처럼 검술을 가르친다면 어떨까?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아마 마법사를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지니게 될 터다. 기사와 마법사의 상성이란 그런 것이니.”

“거기에 높은 등위의 마력 앞에서는 그 어떤 마법도 통하지 않겠지요.”

……마법사의 재능을 더한 검사.

기사를 상대로 맞붙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검술을 배웠으니 상성에서도 밀리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마력을 이용한 변칙적인 공격이 가능하기에, 보다 우위에 있다 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그 어떤 힘보다 압도적인 재능이라는 뜻이었다.

“어쨌든 나를 놀라게 하는 데는 충분했군. 수고했다.”

“어디까지나 전하께서 펼치신 그림에 따랐을 뿐입니다.”

마탑주는 그렇게 겸손하게 답하며 물었다.

“하면 저 아이를 언제부터 수련시킬 예정이십니까?”

“굳이 미룰 필요는 없겠지. 시종 업무의 적응이 끝난 후에 시작하겠다.”

“흐음…… 그렇군요.”

한데, 그렇게 말하는 마탑주의 표정은 무언가 미묘했다.

꼭 어떠한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전하께서 그리하시겠다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군.”

“어차피 곧 알게 될 사실일 터인데, 숨긴다고 표현하기는 어폐가 있군요.”

……작은 비밀이라 하지요.

마탑주는 그렇게 짓궂은 얼굴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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