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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116화 (116/223)

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116화

준비된 일, 잊힌 땅 (3)

두두두두-!

재빠르게 말을 달리고 있는 것은 태양기사단이었다.

눈 덮인 오지. 그리고 칼날처럼 불어 닥치는 매서운 바람.

하지만 그런 것쯤이 황금빛 갑옷을 드리운 그들의 발목을 잡을 수 없었다.

“주변 야만족들을 확실히 처리해야 한다! 거리를 유지하며 산개하라!”

“충!”

두두두두!

기사단이 조금의 오차도 없이 일제히 퍼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중 일부 단원들은 이미 선발대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현장에서 지휘하는 로데르는 그런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때와 다른 점은, 선발대로 활동 중인 단원의 수가 백에 달하는 숫자라는 사실이었다.

“우측에 야만족 전사 둘이 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라!”

“알겠습니다! 이럇!”

경로에 있던 두 기사가 신호를 보내며 힘을 가하자, 땅을 박차던 말의 속도가 더욱 가속했다.

이윽고 적들의 얼굴이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갔을 때는, 이미 두 야만족 전사를 향해 검을 내지르고 있는 상태였다.

슈우우욱!

“이런…… 컥!”

“크억!”

기사들이 내지른 검이 일격에 놈들의 몸을 절단하고 지나갔다.

놀랍게도, 기사들의 검에는 모두 오러가 씌워 있었다.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일선을 넘었다는 소리였다.

1왕자가 전수해 준 검술을 익히면서 생긴 노하우, 그리고 끊임없이 산맥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며 쌓인 실전 경험 덕이었다.

“아니, 젠장!”

게다가 그들이 들고 있는 검은 또 어떠한가.

드워프들이 제련한 그 검들은 조약한 야만인들의 무기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제아무리 태초부터 오러를 다루듯 잠력을 폭발시키는 야만인들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모든 점에서 벌어진 상황에서야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사살 확인!”

“우측의 야만족들을 처리했습니다!”

그런 기사들의 표정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작년, 잔뜩 위축되어 있던 원정군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또 옵니다!”

“이번에는 여덟입니다!”

하지만 그때 넓게 퍼진 우현에서 또 다른 야만족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수는 여덟.

방금 전에 죽인 두 명은 저 일행에게서 잠시 떨어져 나온 놈들이었던 모양이다.

로데르는 그 모습을 보며 재차 명령을 내렸다.

“베넷 경! 지금 바로 합류하도록!”

“예!”

그 명령에 우측으로 퍼지던 기사 한 명이 추가로 합류했다. 베넷 리프레.

갈데르드 평야에서 트윈 헤드 오우거의 공격에 기절했던 기사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그는 무려 1왕자의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더욱 고된 훈련을 받은 사람이었으니, 평범한 야만족 전사 따위가 상대될 리 없었다.

맹렬히 돌격해 오는 야만족 전사 여덟이 우회하는 기사 셋과 곧 부딪혔다.

두두두두!

“하압!”

서걱!

야만족 전사의 목 하나가 순식간에 하늘을 날았다. 반응할 수 없을 각도로 내질러진 공격을 막아 내지 못한 것이다.

다른 야만족 전사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이 새끼가!”

번뜩이는 도끼날이 허공으로 날아들었다. 영리하게도 타고 있는 말을 향해 쏘아진 공격이었다.

그러나 베넷은 침착하게 안장을 박찬 뒤, 도약하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도끼를 비껴 쳐 냈다.

챙-!

날아든 도끼는 그렇게 땅바닥으로 처박히며 그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노린 기사 둘이 야만족들을 향해 검을 들이밀었다.

“이, 이런!”

서걱!

“으아악!”

“상대는 세 놈이다! 말을 노려!”

“도끼를 던지라고!”

아직은 야만족 전사들의 숫자가 월등하게 많았다. 때문에 그들은 허리춤에 묶인 손도끼를 다급하게 던지며 기사들에 대항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말에 덧씌워진 마갑 사이로 강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기사와 말 전체를 감싼 우윳빛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이윽고 던져진 손도끼가 보호막에 닿는 순간,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가 허무하리만치 튕겨 나갔다.

야만족들은 그 광경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주술?”

그들이 부르는 주술은 마법을 뜻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명칭 따위가 중요하지 않았다. 기사들의 검이 번뜩이며 재차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빠르게 처리한다!”

“알겠습니다!”

기사들이 보호막에 둘러싸인 채로 달려들었다. 야만족 전사들은 도끼를 치켜들고 다급하게 검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그들은 단순한 기사단이 아니라 하나의 잘 벼려진 명검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서걱-

챙!

“커헉!”

“내, 내 손……!”

“도망쳐!”

그렇게 남은 야만족들을 처리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삼십 초 남짓.

마침내 마지막 야만족의 목을 베어 넘긴 베넷과 기사들은, 재빠르게 말을 달려 수색 무리에 합류했다.

“처리하였습니다.”

“음, 잘했다.”

부단장 로데르는 그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처음 이 땅을 밟았을 때와 비교하자면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좋아, 목적대로 최대한 위험 요소를 줄이는 데에 집중한다! 우리의 목적은 건설될 주둔지 주변의 정리라는 것을 잊지 마라!”

“예!”

그렇게 기사들은 다시금 저마다 정해진 방향을 향해 말을 달려 나갔다.

* * *

“주변을 완전히 정리하였습니다.”

“다친 인원은?”

“전무합니다.”

“그렇군.”

히히히힝-!

나는 로데르의 보고를 들으며 말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투레질을 하는 말의 갈기를 가볍게 쓰다듬어 준 뒤, 주변에 서 있던 변경백의 가신에게 말했다.

“예정대로 이곳에 첫 번째 주둔지를 건설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주둔지를 건설하는 위치는 확정되었다.

에스테반에서 세운 전략은 주둔지를 건설하며 점차 점령지를 넓히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첫 번째로 건설할 예정인 주둔지는, 북부 국경지대로부터 이틀거리에 위치한 이곳.

‘보급과 병사들의 컨디션을 생각한다면 옳은 선택이다.’

기사들에게 처리를 일임했던 지금과는 다르게 내부로 들어갈수록 전투 역시 치열해질 터다. 그렇다면 이 위치부터 자리를 잡는 것이, 놈들의 전력을 밀어내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남아 있던 로데르를 바라보았다.

“평평한 공터를 만들어 두어라. 지금 바로 통신을 남기겠다.”

“최대한 빠르게 만들라 지시하겠습니다.”

그렇게 로데르가 떠나간 뒤, 지시를 받은 병사들이 움직였다. 이윽고 적당한 크기의 공터가 완성되었다.

나는 그 주변으로 서 있는 병사들을 뒤로 물리며 통신용 마법구를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몇 번의 소음이 지나가자, 상대와의 통신이 연결되었다.

치지직-!

-예, 1왕자 전하. 신 엘레이드, 통신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주둔지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예정된 작전을 실행하도록.”

-알겠습니다.

뚝-

들려오던 마탑주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그러나 곧장 통신이 끊어지기 무섭게 건설 예정인 주둔지 한가운데의 공터로 막강한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갑자기 바람이…….”

급격한 마나의 움직임.

마탑주의 마법이자 대마법사의 권능인 순간이동이, 공간의 저편에서 펼쳐진 것이다.

우우우우웅!

“헛!”

“저, 정말로 사, 사람이 나왔다!”

마침내 휘황찬란한 빛무리가 터져 나오고, 그 뒤로 수많은 인영들이 물자와 함께 속속히 모습을 드러냈다.

물러서 있던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며 턱이 빠질 것처럼 경악했다.

가장 먼저 빛무리 사이로 걸어 나온 것은, 마지막까지 수도에서 작전의 준비를 하고 있던 조지와 마탑주였다.

“허허, 이곳이 바로 야만족의 땅이군요.”

마탑주는 마법사라는 족속답게 곧장 호기심을 드러내며 주변을 살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땅. 어쩌면 그가 원정에 참여한 것도 학술적인 이유였을 지도 몰랐다.

조지는 벌써부터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진짜로 봄 날씨가 맞습니까? 아무리 봐도 더럽게 추운데…….”

“엄살 피우지 마라.”

“엄살이 아니고 진심입니다. 그 어떤 나라가 미쳤다고 이런 날씨에 원정을 한답니까?”

“그게 싫으면 수도로 돌아가도 좋다.”

“…….”

당연히 돌아가는 길은 지금처럼 편한 공간이동이 아닐 테지만…….

녀석은 한껏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공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일단은 당장 필요한 것들을 위주로 가져왔습니다. 가지고 왔다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요.”

나는 빛무리가 사라졌음에도 자리에 고정되어 서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원정군의 치료를 책임질 신성제국의 치료사제. 그리고 이 오지에서 주둔지와 방어선의 구축을 맡을 기술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들을 책임질 드워프들까지.

그들은 하나같이 처음 겪는 공간이동에 놀라,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조지는 그에 대해 짧은 감상을 남겼다.

“작년의 원정과는 다른데요.”

“그런 것 같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의 원정은 말 그대로 열악하고 초라한 환경에서 진행되었다.

내게 주어진 것은 불안함에 질려 있던 태양기사단뿐이었고, 그마저도 여론 대부분은 멍청하고 실리 없는 행동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고작 일 년도 지나지 않아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자신감과 실력을 동시에 겸비한 기사단.

대마법사라는 최강의 전력과 에스테반에 없는 치료사제. 그리고 드워프와 나를 믿고 따라온 수많은 병사들.

……모든 것이 내 손으로 이루어 낸 성과들이었다.

‘나쁘지 않군.’

고작 일 년 사이에 이루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할 정도로.

나는 길게 자란 턱수염을 쓰다듬고 있던 드워프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녀석들은 멍하니 있던 정신을 애써 붙잡으며 내게 말했다.

“이, 익숙한 지형이구려. 정말로 우리들의 마을이 있던 땅이 맞군…….”

“분명 그렇다고 했을 텐데?”

“……커흠! 잠시 놀라서 물었을 뿐이오.”

드워프들은 최대한 놀란 기색을 지워 내며 시선을 피했다.

“어쨌거나 이제 이곳에 첫 번째 주둔지를 세운다는 말이겠구려.”

“그렇다. 북부 점령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니 튼튼하게 지을 필요가 있을 터. 얼마나 걸릴 것 같지?”

“이미 재료는 있으니 세우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오.”

드워프들은 그렇게 말하며 공간이동에 따라온 물품들을 바라보았다.

갈데르드 평야에서 수급해 온 벽돌들과 나무가 공터 위로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어차피 그 단단함은 카이멘툼이 해결해 줄 테니까.”

“그렇군.”

“일단은 하루 정도면 충분하겠구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병사들을 일손으로 지원해 주시오.”

“알았다.”

하루라면 야만족들이 이변을 눈치채고 몰려들기 전에 완공된다는 말이었다.

말 그대로 옮기고 쌓기만 하면 될 뿐이니 걱정은 없었다.

“드워프들을 도울 인원을 차출하고, 치료사제들이 쉴 곳을 마련하도록.”

“오자마자 업무 시작입니까?”

“최대한 빠르게 작업을 마치고 병력을 정비하겠다.”

“하아…… 예, 뭐,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조지가 툴툴대며 떠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변경백의 가신 중 한 명을 불러냈다.

북부 병력의 통솔을 맡고 있던 이었다.

“부르셨습니까?”

“가장 발이 빠르고 은신에 특화된 이들을 데려와라.”

“……음? 이미 수색 작업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까?”

“아니.”

태양기사단을 이용해 수색 작업을 마쳤다 하더라도, 그건 일시적인 위협을 차단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더 근본적으로 놈들의 공격을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병력을 보내고 이것을 설치하게 만들도록.”

“전하, 이것이 무엇입니까?”

“적들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아티팩트다.”

나는 무덤덤하게 말하며 아티팩트를 내밀었다.

색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전 연방제국의 학자, 이젠 나의 사람이 된 레이튼이 개발한 아티팩트였다.

비록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아직 그 해석이 완전치 않아 고대 마법과 융합시키지는 못했지만, 적당한 도움이 될 터였다.

‘직접 그 성능을 확인하기까지 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가신은 원반에 뾰족한 뿔이 달린 것처럼 생긴 아티팩트를 받아 든 뒤, 고개를 갸웃거리며 떠나갔다.

이렇게 생긴 물건이 도움이 될 거라고는 믿기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 날, 요란하게 울리는 경계음을 듣자 그의 의구심은 씻은 듯 사라졌다.

어두운 밤을 시뻘겋게 물들이는 표식.

“노,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군.”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막사에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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