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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128화 (128/223)

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128화

창공의 제왕? (3)

왕실의 정원.

놀라운 소식을 접한 나와 비도르 남작은 급히 그곳으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직접 볼 수 있었다.

짹짹-!

서른 마리의 그리폰들이, 제 몸통만한 드워프의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광경을.

“허, 그 말이 정말이었다니!”

“흐음.”

놈들은 걸으라 하면 걸었고, 날으라 하면 활공하듯 도약하며 날아올랐다.

인간의 손에 마지못해 통제되던 모습과는 달랐다. 정말로 들려온 소식이 사실이라 증명하듯, 드워프들은 마치 교감하듯 녀석들을 부리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짹짹-!

짹!

“호오.”

바닥으로 착지한 그리폰들은 마치 동족을 대하는 것처럼 스스럼없이 드워프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머리를 비비는 것으로 친근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오히려 여태껏 보여 준 건방진 모습들이 거짓말처럼 보일 정도로.

“……그렇군.”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짧은 감상을 남겼다.

예컨대…… 피에 반응하는 것이라 했다.

드워프들의 몸에 있는 요정족의 피가, 환수들을 제어하는 열쇠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것도 친근감이라 이거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상념에 빠졌다.

고대의 기록과 마법처럼, 이종족에 관한 일들도 전설로만 치부되었을 정도로 오래전의 일이었다.

그렇기에 관련된 기록들은 대부분 소실되었기 마련.

에스테반의 학자들은 전설의 내용과 대화를 토대로 드워프들의 능력을 짐작할 뿐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이 그리폰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전설 속에서조차 나오지 않았었다.

당연히 회귀 전에도 밝혀지지 않은 지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드워프들은 노예에 불과하거나 지하 골방에 갇혀 지냈으니까.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사실이었다.

그런 또 하나의 비밀이, 무척이나 공교롭게도 알맞을 때 밝혀진 것이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정말로 그 요정족 뭐시기가 그리폰에 반응한다니까요?”

조지는 그렇게 가슴을 퍽퍽 두드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무언가 묘하게 이죽거리는 말투였다. 처음, 녀석의 말을 바로 믿지 않은 것에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그 모습이 심히 고까웠기에, 닥치라고 말하며 드워프를 불러오게 시켰다.

“커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놈들을 제어하던 드워프는 새삼 헛기침을 하며 다가왔다.

이미 앞서 사육 상황을 들었을 터.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설명하라.”

“아, 그리폰과 우리 일족의 관계 말이오?”

“그래.”

“설명하자면 조금 긴데…… 일단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 주겠소.”

그러면서 녀석은 기억을 더듬듯, 지그시 눈을 감고 말을 이어 갔다.

“일단은 환수종의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구려. 그들이 현재에 와서는 몬스터의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은 들었소. 하지만 본래 환수종은, 엄연히 따지면 요정족의 피를 물려받은 동물이오.”

“요정족의 피를 받았다?”

“그렇소.”

드워프가 요정족의 피를 물려받은 인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환수종 역시 그와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다.

곧장 보이던 친밀감의 정체는 요정족의 피 때문이었던 모양.

다만 드워프와 다른 점이 있다면, 놈들이 물려받은 피가 무척이나 얕다는 점을 들 수 있었다.

“환수종이 이지를 유지하는 것은 소량이나마 물려받은 요정족의 피 덕분이오. 하지만 그 탓에 성격 역시 무척이나 까탈하고 우월감이 강하지.”

“요정족의 피라…… 놈들이 사람을 낮잡아 보는 이유가 있었군.”

“아마 인간들에게는 그 피가 느껴지지 않으니 그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오.”

녀석은 그렇게 수긍하며 짐작에 확신을 더해 주었다.

물론 내가 말하던 바는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하는 짓거리가 드워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더라니.’

과도한 우월감과 기괴한 성격으로 고생을 자처하는 것이.

묘하게 드워프와 닮아 있었다고 생각되던 것은 착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눈썹을 작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래서, 드워프와 그리폰의 관계는?”

“환수종인 그들은 예로부터 요정족의 동반자였소. 때로는 걸음이 느린 드워프들의 발이 되어 주기도 했고, 나아가서는 소식을 전해 주는 바람이 되어 주기도 했소.”

“쉽게 표현하면 말(馬)의 대용이었군.”

“두 인연을 그렇게 매몰차게 단정 지을 수는 없소.”

……결국은 하늘을 나는 이동 수단이었다는 소리잖아?

나는 그렇게 속으로 간략하게 정의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환수종이라…….’

그리폰에 대한 지식은 지금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태나 행동 따위의 잡다한 지식일 뿐. 크게 도움이 되는 구석은 없었다.

그런데 저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쩐지 좋은 활용 수단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처럼 귀찮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의외로 쓸 만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 아이들은 유독 말을 잘 듣는 것 같소. 마치 이미 교감이라도 완료한 것처럼…….”

“그렇겠지.”

“음? 인간들이 교감이라도 시도한 것이오?”

“죽도록 굴렸다.”

“…….”

“죽도록 굴리다 보면 허튼 생각은 하지 못하는 법이지.”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며 그리폰들을 바라보았다.

짹짹!!

짹!!

놈들은 어느덧 내 시선이 닿기만 해도 꼿꼿이 자세를 바로잡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는 완전히 나를 서열의 윗선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까마득한 윗선…….

정말로 근래, 확실할 정도로 각인을 시켜 놓은 것이다.

“……난폭하기는 해도 확실한 방법이구려.”

드워프는 질색하듯 표정을 구기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원체 자유로운 아이들인지라 다루기 위해서는 오랜 교감이 필요하오만, 이렇게 되면 곧장 일족과 함께할 수 있겠소.”

“그렇군.”

듣던 중 마음에 드는 소식이다.

나는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녀석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녀석들을 모조리 갈데르드 평야에 보내지.”

“음? 그래도 되겠소? 우리야 적적하지 않으니 좋겠지만…….”

“안될 건 없겠지.”

드워프는 놀라며 되물었다.

이 그리폰들은 연구용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따위 시원찮은 연구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그리폰을 탈 것으로 이용할 수 있다라…….’

……그래.

이미 녀석에게 들었던 내용만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것이다.

나는 흡족하게 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놈들이 성체까지 자라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음? 성장이 빠르니 반년 정도면 충분할 것이오.”

“그렇군.”

내 입술이 더욱 짙게 미소 지어졌다.

서른 마리나 되는 그리폰들을 이용한다니? 그 얼마나 훌륭한 전력이 될까?

비록 드워프들밖에 다룰 수는 없겠으나, 그 정도로도 이미 충분했다.

그렇다면 망설임은 없다.

“지금 당장 놈들을 평야로 데리고 가도록. 사육에 필요한 것들은 즉각 지원하겠다.”

“알겠소. 그대의 말을 따라서 나쁜 것은 없겠지. 대장에게는 말을 전해 두겠소.”

“음.”

“……아니, 또 무슨 일을 꾸미시는 겁니까.”

조지의 핀잔 아닌 핀잔이 이어졌다.

하지만 비틀어지는 입꼬리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추가로, 놈들의 성장 방향은 이런 식으로 하지.”

“성장 방향이라면…….”

오히려, 그렇게 내뱉는 입술은 이전보다 더욱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 *

“결국 가 버렸군요.”

비도르 남작은 하루아침에 텅 비어 버린 정원을 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이곳에 있었을 때는 마냥 악동처럼 보였던 그리폰들이었으나, 막상 사라지니 시원섭섭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것은 그리폰을 연구하던 학자들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내 결정 한 번에 사라져 버린 그리폰들을 상기하며,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그딴 감상에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마탑에서의 연락은?”

“방금 전에 도착하였습니다. 드워프들이 안장을 만들기만 하면, 그 내부에 비행을 도울 마법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훈련에 차질이 빚을 일은 없겠군.”

나는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생각했다.

‘정말로 의외의 쓸모가 있었군.’

……그리폰의 알.

처음부터 이런 용도를 바랐던 건 아니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좋았기에.

“전하, 그렇다면 나머지 알은 어떻게 할까요?”

“부화에 실패한 알이 몇 개가 남아 있지?”

“총 열네 개입니다. 일부는 이미 썩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군.”

나는 책상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었다.

처음 가지고 왔던 알의 개수는 44개. 환경이 부실했던 탓인지 부화율은 70퍼센트를 넘지 못했다.

물론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아쉬울 수 있었으나…….

“마법 처리를 하고 학자들에게 넘겨라. 부화 실패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법까지 온전히 알아내게 하도록.”

“아, 이후에 평야에서 부화할 2세들을 생각해서군요.”

평야에 보낸 놈들 역시 이후에는 번식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실패 원인을 찾아내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연구일 터.

오히려 원인을 명백히 밝혀냄으로써 폐사를 없앨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겠지.’

계획은 완벽했다.

예상치도 못한 열쇠가 주어진 덕분이었으나, 그 또한 드워프를 구해 온다는 내 안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

하나하나, 내 행보가 그 결실을 맺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저, 전하……! 큰일이…… 아니,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알의 관리를 맡긴 남작이 소식을 들고 온 것은, 그 직후였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의 예정에도 없던 계획이었다.

“폐사했다 생각했던 알 중 하나에서 그리폰이 부화했다고 합니다!”

……서른한 번째의 그리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 *

“……그래서, 저건 왜 저러고 있습니까?”

이제는 이런 의문도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조지였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물음을 참기 어려웠다. 뒤늦게 부화한 조류 언저리 하나가, 창고의 구석진 어둠 속에서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대강 답했다.

“상태가 좋지 않아 부화시기를 놓친 모양이다.”

“그게 저러고 있는 것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병약하다 보니 경계심이 많은 것 같다더군. 안정을 취하고 있는 거라고 학자들이 말했다.”

말 그대로 구석에서 쌕쌕거리는 한 마리의 새끼 그리폰.

녀석은 딱 봐도 정원을 거닐던 그리폰들과 다르게 어딘가 병약한 모양새였다.

조지는 왈칵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귀찮아지기 전에 당장 평야로 보내죠?”

“불가능하다.”

“왜요.”

“이미 무리에서 벗어난 그리폰은 동료로 받아지기 어렵다 하더군.”

이른바 각인 효과였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새끼들끼리는 동료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지만, 다른 누군가가 새로 끼어든다면 그게 아니라는 소리다.

“무리에 낄 수는 있겠지만 따돌림이 심할 거라고 학자들이 말했다.”

특히나 병약하니 놈들의 텃세를 버틸 재간도 없을 테지.

꼴을 보면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저건…….”

“따로 키워야겠지. 시설과 사육사가 남아 있으니 문제는 없을 터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답니까?”

조지는 황당해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나 역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니, 이해는 갔다. 물론 나와 상관은 없었지만.

“그렇게 되었으니 사육에 관해서는 네 녀석이 알아서 관리하도록.”

“하아, 역시나 귀찮게 되는구나.”

그렇게 조지는 또다시 추가된 일거리에 좌절했다.

꽤 오랜 시간 왕성에서 함께하며 길러진 감이라고 해도 좋았다.

귀찮음을 감지하는 센서 따위의.

“이렇게 될 것 같아서 평야로 보내려 했더니만…….”

그래 봤자 이미 정해진 사항을 녀석이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뭐, 어쨌거나 학자들이 관찰용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마침 잘 되긴 했다.

오히려 한 마리라도 늘어난 점에서 환영해야 할 정도로.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하게 눈을 번뜩이며 입을 가까이 했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연방제국이 미끼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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