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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145화 (145/223)

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145화

반란 (2)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잘못되고도 한참이나 잘못되었다.

아마도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동이 트기 직전의 새벽 어스름 속에서 기사단의 본부가 포위당했다는 것을 눈치챘을 때쯤이었으리라.

“부, 부단장님! 무, 물 샐 틈조차 없이 막혔습니다!”

“비밀통로까지도 모조리 틀어막았습니다!”

“……제기랄.”

왕실 제1 기사단의 부단장은 창문을 가린 커튼을 슬그머니 들어 올리며 바깥의 상황을 확인했다.

지금 자신들의 주변을 에워싼 저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르곤 기사단이었다.

내부의 질서를 위해 첩보를 다루는 그 존재는…… 지금의 자신들에게 있어서 심판관과도 같은 존재임이 분명하리라.

“대체 놈들이 어째서 이곳을…….”

“모, 모르겠습니다!”

“멍청한 새끼! 생각이 있으면 그 머리를 굴려 보란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부단장은 부하의 사죄에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달달 떨었다.

‘……대체 어째서지?’

결코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더욱 의문스러웠다.

자신들이 윌리엄 공작을 따르며 내부에서 반란을 돕기로 한 것은 반란에 가담한 극히 일부의 귀족들만이 알 뿐이었으니까.

‘……그 정도의 기밀이 새어 나가는 일은 불가능해.’

그런데 반란의 주동자가 아닌 이상 알 수도 없는 그런 사실을 들켰다?

그것도 엄중한 보안으로 최후까지 감추어져야 할 사실을?

그에겐 이 상황 자체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다.

그때였다.

“부단장님, 어쩌면 저들은 저희 왕실 수호 기사단을 찾아온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한껏 예민해진 목소리가 휘하 기사에게 잇따랐다.

그러자 기사는 작게 고개를 숙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애초에 왕실 측에서 반란의 낌새를 느낀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 병력을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반란이 일어난 시기는 당장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그사이에 제1 기사단의 배신이 밝혀질 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확실히.”

그저 켕기는 것이 있기에 제 발 저려서 오판한 것일지도 몰랐다. 저들이 제1 기사단의 배신을 유추할 만한 요소가 전무했으니.

부단장이 마른 입술을 혀로 적셔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은 마지막까지 내부에서 대기하다가 수도의 심장을 타격할 최후의 무기였다.

어쩌면 윌리엄 공작의 반란보다도 은밀하게 안배되어 있던 존재.

처음부터 들켰을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조차’ 없던 것이다.

“그렇다면 놈들은 어째서 이곳을 포위했지?”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단장님을 찾고 계실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놀드 단장님을?”

그 말에는 무언가 생각나는 것이 있었기에, 부단장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 갔다.

“……그래, 이전에 있었던 호출 때문이군.”

“그렇습니다.”

왕실 직할 제1 기사단.

이른바 국왕의 친위대라고도 불리는 왕실 수호 기사단이었기에, 모든 생활은 왕궁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 기사단장인 아놀드와 일부 기사들은 작전을 위해 공작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호출에 응하지 못했다.

그들로서는 이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고 이곳에 방문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본부에 이상이 생겼을 것을 걱정해 방문했을 터입니다.”

“흐음…….”

“그 증거로 저들은 곧장 들이닥치지 않고 외부에서 상황을 지켜볼 뿐이 아닙니까?”

“……맞아. 그 말을 들으니 확실하군.”

이런 혼란한 상황이니 급하게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러니 사람을 보내 그 안전을 확인하려 들었겠지.

결코 들켰을 리 없다는 사실을 되뇌자, 비로소 진실이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르는 척하며 사람을 보내면 되겠군.”

“그렇습니다.”

“……좋아.”

왕실 수호 기사단의 부단장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덧 떨리던 다리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따라와라.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면 저들도 이상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기사들은 즉시 본부를 나서는 부단장의 뒤를 따랐다.

어둠 사이로 드러난 제3 기사단은 그들이 보인 직후에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에 안심하며, 부단장은 점차 다가갔다.

“이보시오.”

“부단장 슬로터 테슬라.”

“음?”

무언가 자신의 신분을 확인하는 듯한 목소리.

……착각이었을까?

부단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차 ‘천연덕스러움’을 연기했다.

“한밤중에 이게 무슨 소란인지 여쭤도 되겠소?”

“기사단 내부의 인원은 그게 전부인가?”

“……아놀드 단장님을 포함한 약 이십의 인원은 이미 며칠 전부터 외출을 하고 있는 상태요. 본부에 남은 것은 삼십의 기사들이지.”

“그렇군.”

그 순간 부단장의 눈썹이 불쾌함으로 꿈틀거렸다.

“그 전에, 나는 제1 기사단의 부단장이오. 그대는 대체 누구기에 내게 하대하는 것이오?”

“…….”

“이보시오?”

“아쉽군, 아놀드는 이쪽엔 없나…….”

“……뭐라?”

“허위 정보일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군. 돌입한다.”

“충!”

“뭐, 뭣이……!”

부단장 슬로터는 고작 명령 한마디에 급작스럽게 달려드는 아르곤 기사단의 모습에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리 준비한 듯 완전 무장을 마친 기사들은 본부를 향해 짓쳐 들기 시작했다.

“돌입하라!”

“심문을 위해 일부는 생포해야 한다! 팔다리 하나쯤은 없어도 좋다!”

“제, 제기랄!”

그제야 상황을 알아챈 제1 기사단의 기사들은 기겁하며 검을 뽑았다.

그러나 상대는 무려 백에 달하는 숫자.

그것도 의심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무장만으로 나선 자신들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제아무리 아르곤 기사단이 전투에만 특화된 기사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포위를 당한 상태에서 결코 저것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걱-

“으아아악!”

“무, 물러서라…… 커억!”

푹!

털썩-!

“이, 이런……!”

……들켰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던 것을 보면, 놈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자신들이 배신했다는 사실을…… 부단장은 자신이 멍청했음을 깨닫고 이를 악다물었다.

우우우웅!

“이 개새끼들이!”

부단장의 검에 푸른빛의 오러가 덧씌워졌다.

과연 제1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짙은 오러의 밀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휘둘러진 순간,

챙!

파각-!

“……!”

그 검은 허무하게도 다른 검에 가로막히며 꺾였다.

전력으로 휘두른 것이 무색할 정도로 간단한 제압이었다.

부단장은 자신의 검을 막아 낸 이와 황금빛의 오러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너, 너는…….”

“친히 아르곤 기사단에게 정보를 제공하다니, 배짱도 좋군.”

처음, 자신에게 반말 따위를 지껄이며 돌입의 명령을 내린 남자.

오러의 광채에 얼굴이 비치자, 비로소 그 중년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제3 기사단장 에드워드.”

“본래라면 전하께서 오실 때까지 포위만 해 둘 생각이었다만, 스스로 나서서 돌입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니 이쪽에서는 고마울 따름이지.”

에드워드의 눈은 차가운 분노를 담고 있었다.

누구보다 앞장서 지켜야 할 자들이 제 왕실을 배신하고 혼란을 만들어 낸 이들에 대한 분노.

기사의 나라에서 기사답지 못한 짓을 한 버러지들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네놈에게는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이건…… 그런 것이 아니고…….”

“또한 그 건방진 목은 수도 성벽에 걸린 채로 한낱 개새끼보다 못한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제기랄.”

그것을 마주한 부단장 슬로터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은.

……아니, 자신들은.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이곳에서 살아나갈 길이 없다는 사실을.

* * *

“사망 이십에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중상자는 다섯. 투항하여 생포 당한 인원이 나머지 다섯입니다.”

“나쁘지 않군.”

반면 아르곤 기사단의 피해는 전무(全無).

나는 눈앞에 끌려온 채로 덜덜 떨고 있는 다섯 명의 기사를 보며 차갑게 읊조렸다.

“내가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지속적인 압박감을 주어 경각심을 갖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내부의 인원까지 파악한 이상, 망설임은 독이 될 뿐이겠지요.”

“그렇군.”

내 시선이 에드워드에게 잠시 닿았다가 떨어졌다.

반드시 ‘피해 없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나?

역시 첩보를 다루는 기사단의 수장답게 빠른 판단력이었다.

스윽-

의자에 걸터앉은 나는 간이로 작성된 보고서를 빠르게 읽어 내렸다.

“아쉽게도 ‘본체’는 없었던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아마 외부에서 공격할 인원과 내부를 공격할 인원을 나눈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큰 수확이다. 놈들이 내부에 숨어 있다가 들이닥쳤다면 피해가 생길 뻔했으니까.”

“모든 것이 전하의 혜안 덕분입니다.”

어깨가 절로 으쓱여졌다.

큰 수확이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배신자들에게 나의 병사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었으므로.

……그래. ‘아까운’ 일.

고작 이깟 놈들 따위에게 피해를 입는 것은 너무나 아깝다고 표현하겠다.

저들이야 뭔가 엄청난 대업을 한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딱 그 정도의 취급이었다.

“뭐, 잔당의 처리는 미뤄 두지. 시간의 차이일 뿐, 죽는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일 테니.”

“알겠습니다.”

“다만 아놀드가 이곳에 없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군.”

왕실 수호 기사단은 의외로 그 어떤 기사단보다도 알력 다툼이 강한 곳이기도 했다.

국왕의 최근접을 호위하는 그들이었기에 신분이 확실한 귀족의 자재들‘만’을 선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이가 있는 반면, 서로 척진 가문과 얼굴을 맞대기도 한다.

왕실의 일이란 것은 그러했다.

불편하지만 귀족들만이 모여 있으니 필시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다면?

개개인의 능력으로 세력 하나를 통째로 규합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 속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이는, 기사를 선별할 권한을 위임받은 기사단장이었으리라.

그의 말 한마디만 있다면 구태여 불편한 인물을 마주 볼 필요가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하나의 사조직처럼 변질한 왕실 수호 기사단은 곪을 대로 곪아 있었고, 이미 그 내부에는 자정작용 또한 바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어느 곳보다도 청렴해야 할 첫 번째 기사들이 알량한 권력에 취해 타락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현 기사단장인 아놀드가 취임한 이후였다. 정확히는 놈들이 아수스 백작의 후원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아마, 가문을 잇지 못하고 기사가 된 자신들의 운명을 비관한 탓일까?

작은 우물 속에서 그들 스스로가 나누어 가진 권력과 돈은……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래.

분명 그것이 놈들이 반란을 도운 이유겠지.

회귀 전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반란에 성공한다면 일선에서 ‘왕’을 도운 공로로, 지금보다도 막대한 권력을 취할 수 있을 테니까.

뭐, 어쨌든.

‘놈에게는 약간의 유예가 생겼다는 것이겠지.’

나는 기사들을 내려다보며 짧게 상념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시선을 번뜩였다.

기다림 또한 커다란 재미였다.

적어도 불안감 속에서 지탱하던 모든 것이 무너진다면, 그 표정 또한 눈요깃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으므로.

그 즐거운 순간을 기약하며 나는 다만 명령할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조리 죽여라.”

* *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어느덧 수도의 인근까지 다다른 반란군.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군.”

진격하는 윌리엄 공작은 위화감 따위를 느끼고 있었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단 한 명의 병사조차 마주치지 못한 것이다.

기분이 좋지 못한 듯 인상을 팍 찡그리는 공작.

그러자 그의 오른팔인 발몽스 백작이 다가오며 살랑살랑 아부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노린 출전이 아니었습니까? 놈들로서는 아마도 대응할 시간조차 챙기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기습.

그것이 윌리엄 공작의 이번 계획을 획책하면서 제일 중요히 여긴 요소긴 했으니.

상대적으로 생각했을 때 왕국의 병력은 강하다.

하지만 그 병력들은 강력한 나라에 둘러싸인 탓에 사방으로 흩어져 있어, 단숨에 모두 모을 수 없다.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끝낼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렇기에 눈을 돌렸고, 속였으며, 여러 획책을 하였다.

물론 그 이후로도 준비되어 있는 ‘변수’가 있었으나, 어쨌든 이 쾌진격이야말로 그가 제일 신경 썼던 일이기도 했다.

“고작 이 며칠 사이에 병력을 집결시키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들로서는 시간을 끌어야 할 테니, 고작해야 인근의 직영지에서 수도로 징집하는 정도겠지요. 그래서 이리된 게 아니겠습니까.”

“음. 수비의 이점을 챙기겠다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확실히 그들이 오는 와중 수상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들키는 것이 최대한 늦게 하기 위해서 관문도 돌아 진행하였고.

종국에는 속도를 위해 대로를 이용했으나 인근 요새는 그저 문을 걸어 잠그곤 그들을 견제조차 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 위화감 따위는 2만이라는 무지막지한 숫자의 반란군과 쾌속의 전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자신감이 넘친다는 소리였다.

“……어?”

그때, 저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 수도의 성벽을 살피던 마법사가 의문스러운 목소리를 표했다.

공작은 그곳에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아니 그게…….”

마법사는 짐짓 당혹스러운 듯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다가 말했다.

“성벽이 텅 비어 있습니다.”

“……비어 있다?”

“정확히는 사람이 있기는 한데…….”

마법사는 마나를 더욱 강하게 퍼뜨려 시야를 선명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당장 보이는 것은 마법사로 보이는 중년 남성 한 명뿐입니다.”

“……뭐라?”

그렇게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껄일 뿐이었다.

윌리엄 공작의 눈매가 매섭게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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