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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150화 (150/223)

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150화

책임 (1)

반란군이 제압당하고 주동자가 사로잡힌 뒤로 흐른 며칠이라는 시간.

그사이 수도는 제법 안정을 되찾았다.

규모나 사안에 비해 무척이나 간결한 마무리였던 덕분이다.

하지만 에스테반의 왕실은 그 뒤처리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었고,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신을 정리해라! 하루빨리 수도의 기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아직 저쪽의 정리가 안 됐잖아! 빨리빨리 움직여!”

“옙!”

회수하지 못한 시신과 얼룩진 핏물들은 참혹했던 상황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처럼 흩어져 있었다.

비단 시신뿐만이랴?

깨어진 병장기들은 물론이고 쏘아 보낸 화살촉까지. 성벽의 주변은 온통 위험 요소로 가득했던 것이었다.

때문에 수도는 아직도 봉쇄되어 있는 상태였다.

“급한 대로 인근 영지의 병사들이 지원을 오기로 하였습니다. 우선은 이들을 시켜서 주변을 정리한 다음에, 날붙이는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후우…… 그렇게 하지.”

정리의 책임자를 맡은 귀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의 일은 젖혀 두더라도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된 것이다.

다행히 객관적으로 보면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가 큰 상황은 아니었던지라, 아마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짜로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어떻소? 해결할 방법이 있겠소?”

귀족은 조사관으로 파견된 궁정 마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마법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즉각 부정의 의사를 보였다.

“아무래도 방도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라면 마법으로도 불가능합니다.”

“……그렇소?”

눈앞의 거대한 크레이터를 바라보는 책임자의 표정이 착잡하게 변했다.

그래.

저 유성이 떨어진 끔찍한 흔적만큼은 도무지 복구할 방법이 없었다.

죽죽 금이 가서 뒤틀린 지각부터 시작하여 일대의 아수라장까지, 그 흔적을 지우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저 봉쇄하고 있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이었다.

“이 정도라면 완전히 파괴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대지에 담긴 원소의 구조조차 붕괴되었으니, 당분간은 일대에서 식물이 자라나는 일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아…… 이렇게 넓은 땅이 모조리 망가지다니…….”

“그렇다고 해도 봉쇄를 평생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할 테니…… 아무리 잘 쳐줘도 흙으로 메우는 것이 전부일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하오.”

이곳이 바로 수도의 인근이라는 점과 저 큰 크레이터를 메울 만한 흙이 없다는 것.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구덩이를 메우는 것은 마법사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흙 자체가 주변에 없소.”

“확실히…….”

“수도 인근이 아닌 먼 곳에서 퍼다 나르면 또 모르겠지만…….”

그것이 어디 간단한 일이던가?

이대로라면 정말로 평생을 봉쇄하는 방법까지도 생각해 봐야 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마법사는 그리 말하면서도 내심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역사상 처음 일어난 신위를 증명하는 장소.

그 대마법의 흔적을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오른 것이다.

마법사. 진리의 탐구자라는 명칭이 어울릴 만한 사고방식이었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저곳을 연구할 수 있도록 공개를…….”

“그건 아니 되오.”

책임자는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며 그 말을 일축했다.

마법사가 시무룩하게 돌아서는 것을 확인한 그는 다시 표정을 풀며 주변을 둘러봤다.

폐허가 된 파괴의 흔적을.

그리고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그렇지만 어쩌겠나.”

그나마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과 재산 피해는 적었으니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그런 그의 시선이 성벽 보수 작업을 진행 중인 드워프들에 닿았다.

‘이 모든 것이 결국 1왕자 전하의 손바닥 위에서 벌어진 일이란 말인가…….’

일 만에 가까운 반란군은 수 배나 적은 수도 상비군을 상대로 마땅한 피해를 입히지 못했고, 두 절대자의 손에 무릎 꿇게 되었다.

그들은 지금 포로가 되어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저 드워프들 또한 1왕자의 명령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는 이들이었으니.

시작부터 끝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 정도니, 그분을 향한 의심은 그것만으로도 불경한 일이라 할 수 있으리라.

“……고맙소, 케팔린 자작.”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크흠! 아무것도 아니오. 잠시 떠오른 것이 있어서…….”

책임자는 자신에게 1왕자파에 남아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던 제 친우를 떠올리며 멀쩡하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런 한편.

철컥-

콰직!

“...”

억센 손길에 휩쓸린 공작은 감옥의 내부로 내동댕이치다시피 던져졌다.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쓰러지는 그 모습. 하물며 고통에 신음할 법도 하건만, 공작은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폐인.

이미 이 남자는 온전한 정신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호송을 맡은 아르곤 기사단의 단원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반란의 주동자.

그런 윌리엄 공작에게 인권이라는 것이 존재할 리는 없었으므로.

게다가 이곳은 왕궁의 감옥 중에서도 최하층에 위치한 장소.

관리도 되지 않아 벌레가 들끓었고, 따사로운 햇볕조차 이곳만큼은 침범하지 못했기에 싸늘한 냉기만이 흘렀다.

그 서리와도 같은 감옥 위로, 기사의 더욱 싸늘하고 고저 없는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윌리엄 공작. 아니, 베르레토 윌리엄.”

“…….”

“……그래, 조용히 사형의 집행을 기다려라. 네놈이 있을 자리는 그곳이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저 사로잡힌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들을 상태는 아닐 테지만 말해 주지. 반란에 연루된 협력자들은 모조리 잡아들였다. 조금이라도 구원의 가능성을 꿈꾸고 있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을 터다.”

“...”

모든 정리가 완료되는 순간이 바로 놈들의 사형일이 되리다.

단 한 명의 예외조차 없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1왕자 전하께서는 네게 먹을 것을 허락하셨다. 그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하도록.”

“은…… 혜?”

“배식 시간이 되면 찾아오지.”

철컥-!

그렇게 감옥의 문이 닫혔다.

수 겹의 마법으로 지켜지는 내부의 보안.

이곳을 여는 방법은 마법의 주체인 마탑주가 직접 여는 것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정말 일말의 가능성조차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은, 은혜라고…….”

마침내 홀로 남은 공작은 연신 중얼거렸다.

아니, 그저 반사적으로 같은 말만 되뇔 뿐이다.

“나, 나는 분명…… 이 에스테반을 구원할 사람이거늘…….”

몸을 걸친 것은 거적때기 같은 옷자락 하나.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그는 중얼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마저 스스로에게 최면하고 있는 것처럼.

* * *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구나.”

호출을 받고 아버님의 집무실에 도착한 나는 시작부터 아버님의 질문을 받게 되었다.

내부가 안정되기를 기다리시던 요사이의 시간 동안 궁금증을 계속 쌓아 두고 계셨던 모양이다.

“무엇이 그리 궁금하셨습니까?”

“마탑주가 펼친 대마법.”

그리고 순간 아버님의 눈이 진의를 꿰뚫어 보듯 올곧게 나를 향했다.

“……그리고 네가 감추고 있던 힘에 대해서도.”

“그렇군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히 모든 것이 내 계획하에 있던 일이니만큼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가 어찌 생각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였고.

“간단합니다. 마탑주와는 이전부터 고대의 마법을 부활시키기 위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고, 고대의 마법? 설마 지금 그 대마법이 고대의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냐?”

“예.”

“……허어.”

역시나 아버님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물들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고대의 마법이라는 것이 애 이름도 아니고, 그렇게 간단하게 뚝딱 복구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에게 성공했다 말하는 것부터가 놀라울 따름이셨으리라.

“대, 대체 언제부터더냐? 제국의 마법사들도 실패했던 것을 도대체 어떻게…….”

“정확히는 아렌델에 다녀온 이후였습니다. 그곳에서 마탑주가 첫 번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지요.”

“그, 그래?”

물론 그 이후로도 연방제국에 다녀오는 등 고대 마법을 부활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구태여 그것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설명을 해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니까.’

나로서는 안배와 여러 요소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일이었으나.

혹자에게는 기연과 기적으로 보일 만큼 수많은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며 성공한 일이었기에.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저 그것으로도 충분할 터였다.

이해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면 될 뿐이다.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마탑주에게 설명하라고 일러 두겠습니다. 마법에 문외한인 제 이야기보다는 그의 설명이 더 도움이 되겠지요.”

“어, 음…… 우선은 알겠다.”

궁금한 것은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일단은 넘어가기로 하셨나 보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으니까.

“……하면 그 힘은 어찌 설명할 테냐?”

스물한 살에 경지를 이루는 것.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불가능하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은 기사들의 ‘태양’이라 칭해지시는 아버님께서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리라.

“하물며 나는 짐작하고 있었다. 네가 그보다 훨씬 전부터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역시 그렇습니까?”

“……그래. 이미 벌어진 일, 어찌 그것이 가능했느냐는 묻지 않겠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지금까지 힘을 숨겨 온 것이냐?”

아버님은 대답이 나올 때까지 묵묵히 나를 바라보셨다.

일국의 왕자이기 이전에 자신의 아들이었기에…… 마음속으로 감추고 있던 속내를 이해하고자 하셨다.

그 고충을 함께 헤아리고, 같이 맞서고자 한 것이다.

“그 역시도 간단합니다.”

그리고 나는, 이에 천천히 답했다.

“나의 적들이 나와 왕실을 우습게 여기기를 바랐습니다.”

“……!”

쥐새끼처럼 숨어들지 말고 거침없이 행동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한 놈도 남김없이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비로소 내가 놈들을 남김없이 처리할 수 있게끔.

“그러니 이제야 드러냈다. 그것뿐입니다.”

그렇게 나는 아버님을 마주 보며 차갑게 웃었다.

그 덕에 간편하게 내부의 곰팡이들을 솎아 냈으니까.

물론…….

‘이것으로 전부가 아니긴 하지.’

연방제국.

놈들은 드러난 내 힘에 경각심을 가지고 이에 맞추어 준비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놈들이 그리했던 것처럼. 그리고, 회귀 전의 녀석들이 그랬던 것처럼…….

때문에 아직도 여력을 남긴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이 과연 그것을 알아챌 수 있을까?

‘그래, 놈들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역대 최연소 ‘소드마스터’라는 경지조차도 내 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날이 기다려지는군.’

부디 놈들이 재미있는 판을 준비해 주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다음 이야기라면…….”

꿀꺽-

아버님은 그 무거운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셨고.

나는 차가움에 가까운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반란군…… 그리고 알베도 녀석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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