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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166화 (166/223)

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166화

개편 (1)

집무실로 돌아가자, 서고로 향하기 이전의 모습 그대로의 조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아버님과의 대화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체되었기에 지루함으로 몸을 꼰 채였다.

손님용 소파에 거의 드러눕다시피 한 상태였다.

“끄응…… 아니,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디까지 갔다 왔습니까?”

“서고.”

“서고라면, 왕실의 서고요?”

조지가 눈썹을 까닥이며 물었다.

국왕이 아니라면 출입조차 불가능한 곳.

그것만큼이나 의미심장한 장소가 있을까?

“그래.”

하지만 인제 와서 딱히 숨길만 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던 조지의 눈이 찡그려지는 것이 보였다.

“……사용법을 알 것 같다고 하시더니, 거기에 그 아티팩트와 관련된 뭐라도 있었나 봅니다.”

내 손에 들린 펜던트를 보며 한 말이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아티팩트로서의 힘을 잃어버린 한낱 골동품.

가뜩이나 낡아 있던 펜던트가 빛조차 바래 버렸으니 추측할 정황이야 충분했으리라.

당연히 그 추측은 맞아떨어졌고.

“잉?”

그때, 녀석이 해괴한 소리를 내며 소파에서 다가왔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얼굴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미간에 골을 만든 채로 쏘아붙였다.

“뭐지.”

“혹시 서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뭐?”

“아니 뭐…… 무언가 달라졌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이내 말끝을 흐린 조지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느껴지는 분위기에서 위화감이 들어서 말이죠.”

“…….”

그 의미심장한 말에 나는 놀람을 감추며 녀석을 쳐다보았다.

그곳에서 보냈던 시간들은 외부에서 보면 극히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겉보기에 드러나는 것은 오른 소매에 감추어진 마법각인이 전부.

한데 녀석은 아버지도 눈치채지 못하셨던 것을 언급하며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을 짚어 낸 적이 있었지.’

흑마법사의 은신처를 다녀왔을 때였던가?

그때도 지나가는 말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때의 행동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케 하는 것이다.

통찰력. 혹은 육감이라 부르는 무언가에 가까운 것.

즉, 객관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분야의 재능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재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다가오는 겨울인가.”

나는 그렇게 녀석에 대한 기대감을 미뤄 두며 펜던트를 책상 위로 올려 두었다.

효용가치가 다했으니 알베도에게 돌려줘도 되겠지만, 녀석이 어떤 의미로 내게 이것을 주었는지 알기에 그대로 가지고 있기로 했다.

스윽-

다만 펜던트와 함께 책상 위에 모습을 드러낸 것에는 조지 역시 관심을 보였다.

“흠? 못 보던 임명장이네요. 방금 받아 온 겁니까?”

“음.”

“뭐, 슬슬 그런 시기이기는 하죠.”

왕위를 물려받기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권한들을 위임받고 인수인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 일환.

아버님은 여전히 시련의 일로 혼란스러워 하고 계셨으나, 권한을 달라는 내 요구에 잔말없이 임명장을 써 주셨다.

“어디 보자…….”

하지만 그것이 왕세자가 건들 만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이거 진짜입니까?”

제정신이냐는 듯 눈을 뻐끔대는 녀석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였다.

“보다시피.”

“어어? 하지만 이건 병영 관리의 전권이 아닙니까?”

“문제라도 있나.”

“아, 아니, 이게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녀석은 황당함에 입을 다무는 것조차 잊을 정도였다.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들이 왕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병영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말이 달랐기 때문이다.

“에스테반에서 군사를 관리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을 것 아닙니까?!”

그랬다.

군사 통제.

대륙에서 기사의 나라인 에스테반만이 유지하고 있는 이 관례는, 단어 그대로 왕이 전군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왔다는 말은 즉 왕세자가 일국의 무력 전체를 관리하고 움직일 권한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었고.

실질 왕권을 그대로 쥐었다는 이야기다.

“자칫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잘못 움직였다가는 일국의 무력 전체가 퇴화하게 되는 참사로도 끝나지 않을 겁니다.”

조지가 얼굴을 굳혔다.

단지 국정을 운영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것은 국가의 안보, 나아가서는 외교와도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자칫했다가는 외교적인 문제로 빚을 수도 있었다는 소리다.

오죽했으면 즉위 후의 일정 기간 동안은 선왕이 병력 관리를 돕는 것이 당연하다 말할 정도일까?

제아무리 제왕학을 배운 후계라 하더라도 그것을 바로 손대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그것은 세간의 입장일 뿐.

적어도 전쟁의 무게를 견뎌 본 내게는 통용되지 않는 소리에 불과했다.

“그러니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예?”

“현 에스테반의 병력 운용 방식은 전반적으로 경직된 면이 있으니까.”

나는 눈을 번뜩이며 달력을 바라보았다.

왕위에 오르기까지 한 달.

그리고 그 이후 전쟁이 다가오기까지 다시 수개월…….

“기사의 나라라는 이름은 병력의 자긍심을 고취 시켜 주는 역할도 하지만, 병사의 훈련부터 기사의 선별까지. 무척이나 고지식한 방식을 유지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기도 하지.”

“족쇄…… 즉, 기사의 나라이기에 불가능한 일이 있다는 말입니까?”

“정답이다.”

그 단편적인 예시가 마탑의 성장이었다.

기사의 나라이기에 그에 맞는 방향성을 가진다.

좋은 말로 하면 방향성이지만, 결국은 가짓수를 제한하는 족쇄로 볼 수도 있었다.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용맹한 병사들은 수만 많을 뿐인 연방제국의 오합지졸들을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는다.”

“그야, 일단은 북부를 위협하는 야만족에 대비해서 군사의 훈련 강도가 거세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전쟁을 노리는 연방제국을 짓밟기 위해 움직였던 지난 시간들.

그럼에도 더욱 완벽을 기해야만 한다.

내가 알고 있을 놈들의 수준도 필시 회귀 전과 같지는 않을 테고, 나는 조금의 피해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까.

‘놈들에게 단 한 명의 무고한 피도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

그것은 바로, 건국왕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진의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단호하게 말했다.

“현 병력의 체제를 전쟁을 어울리게끔 만들도록 하지. 효율적으로 움직이겠다.”

“후우…… 알겠습니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데 어쩌겠는가.

조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숨을 푹 내쉬면서도 앞으로의 일을 계산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해 둔 개선의 방향은 있습니까?”

“물론이지.”

나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 시선은, 녀석을 향한 채였다.

“……마침 좋은 견본이 있거든.”

“예?”

조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북부의 군사 특구.

점검한 야만족들의 땅에 만들어진 그곳은, 오로지 병력을 양성하고 북부를 견제하기 위해 세워진 공간이었다.

“무기를 휘둘러라!”

“하앗!”

“핫!”

챙!

수많은 병력들이 일제히 창칼을 휘둘렀고, 곳곳에서는 기합과 병장기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옆으로 세워진 마법사들의 구역. 그곳에서는 오늘도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탑과는 사뭇 다른, 오로지 전투만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는 공간이었다.

본래라면 혹한의 땅인 이곳에서 생활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나, 이제는 왕세자가 된 1왕자가 발견한 ‘인공 태양’은 그것을 가능케 했다.

얼어붙은 땅을 녹이고 에너지를 방출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뽑아낼 수 있는 덕분에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커흠! 게다가 마정석의 충전 기술까지 완벽해지면 앞으론 다 쓴 인공 마정석을 역으로 마탑에 공급할 수도 있을 걸세.”

마탑에서 파견된 수많은 마법사. 그리고 하루가 멀다고 강해지는 병력과 몰려드는 물자들까지.

어느새 이곳은 증축 중인 세 개의 성체를 후방에서 거들어 주는 필수지역이 된 지 오래였다.

그런 군사 특구로 통신 하나가 보내졌다.

“와, 왕세자 전하께서 이곳에 방문하신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관리를 맡은 귀족은 통신이 왔다는 사실을 접하자마자, 한달음에 사령실로 달려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왕세자가 직접 방문한다는 소식.

소식을 전달한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식적으로 보내진 통신의 전문을 건넸다.

“시기는 확실하게 말씀하지 않으셨으나, 조만간 방문하신다고 하십니다.”

“그, 그렇소? 어디 한번 봅시다.”

귀족은 상기된 표정으로 내용을 읽어나갔다.

군사 특구의 관리는 변경백의 수하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북부 점령전의 일은 전설 속 일화와도 같은 것.

그 ‘1왕자’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

그런데 문득 통신의 내용을 읽어나가던 귀족의 몸이 굳었다.

마법사는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안경을 치켜올리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무언가 안 좋은 소식이라도 쓰여 있습니까? 혹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다는…….”

“그, 그건 아니오.”

“그렇다면 방문 시기가 늦어질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까?”

“그것도 아니오만…….”

전문에 적힌 것은 안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좋은 소식 역시 아니었다.

‘대체 이게 무슨 뜻이지…….’

변경백의 수하는 보내온 소식에 당황하며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통신 전문에 적힌 내용이 마법사에게도 언뜻 보이기 시작했다.

-군대의 구조와 전술을 재편하겠다.

-현재 북부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보병들을 모두 휴식 상태로 만들어 두도록.

-이후의 훈련은 직접 지휘하겠다.

그것은 곧 이어질 대격변의 예고나 다름없었다.

* * *

“……보병들의 병과를 세분화하고 무기의 가짓수를 늘리겠다는 말입니까?”

“그래.”

“하지만 이 병과들은 도무지…….”

조지는 내 설명에 당황해하며 되물었다.

기사의 나라답게 검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에스테반에서 보병의 비율은 무려 80%에 달하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어려서부터 검을 잡고 살아온 이들이 대다수.

그런 보병을 함부로 세분화 했다가는 훈련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말 그대로 혼란이 가중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 목표는 확고했다.

“제아무리 검술에 능하다 하더라도 병과가 획일화된다면 그만큼 상대하기가 수월하다. 변수가 없다는 말이지.”

“사용할 수 있는 변수를 늘리고자 하는 것은 알겠지만…… 너무 급진적인 방식이 아닙니까? 애초에 그것이 먹힐 거라는 보장도 없고.”

“그렇지 않다.”

“아니, 대체 어디서 그런 확신이…….”

“경험이지.”

“예?”

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래. 에스테반의 병력이 농락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조지 본인이었다.

회귀 전.

녀석이 내세웠던 계책들은 검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보병들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고, 그것으로 하여금 병과의 중요성을 깨닫게 만들어 주었다.

실제로 연방제국은 녀석이 재편한 병과들로 무장한 상태였지.

‘녀석이 연방제국으로 가지 않은 것으로 미래는 달라졌을 테지만.’

기껏 그 장본인이 이곳에 있는데, 그 전략을 이쪽에서 써먹지 않으면 아깝지 않겠는가?

놈들 역시 병과가 다양하다 하더라도 보병의 비율은 60%에 육박하는 상태.

그 효과는 충분하다 못해 대비하지 못할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어울리는 인재를 데리고 와야겠지.”

새로이 바뀐 병력을 이끌고 보조할 수 있는 인재.

즉, 병력의 총사령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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