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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208화 (208/223)

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208화

광기(狂氣) (2)

쿵! 쿵! 쿵! 쿵!

“헛……! 협회장님?!”

“비켜라!”

퍽!

“죄, 죄송합니다.”

제국 마탑 직속 고대학 연구 학회.

협회장은 거추장스럽게 앞길을 막아 내는 학회원들을 밀어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넘어진 이는 물론이고 주변의 시선 역시 곱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철컥-

“크윽!”

협회장실로 들어온 그가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다.

“제기랄……! 이게 무슨 상황이야!”

졸지에 황제의 명을 받고 고대 마법을 부활시키게 생긴 고대학 학회.

물론 제국 마탑의 직속 학회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상, 그것은 필연적인 목표나 다름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은 장기적 목표지 당장의 결과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

정치질과 권위를 위해 이곳에 몸담은 그들에게, 그것을 개발할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황제가 요구하는 ‘디텍팅 마법’은, 그들이 끝끝내 무시하던 남자가 연구하던 것의 이름이었다.

당연히 그의 연구를 모조리 조롱한 자신들이, 그 정보를 알 리 없었고.

“레이튼 이 개새끼가…….”

즉, 자신들은 사라진 그놈을 찾기 전까지 황제의 명령을 완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영원히.

……아니. 자신들의 목이 달아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느샌가 포기하고 도망쳤다 생각했거늘, 끝까지 엿을 먹이는구나!”

그렇게 한 사발 욕지거리를 내뱉은 학회장이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만에 하나라도 남아 있을 연구 기록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게 있었다면 진즉에 발견했을 테지.

결국 학회장은 모든 서적을 뒤집어 까 낸 뒤에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연구한 이 디텍션 마법이 마법사들 사이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자네의 망상이라는 말이네.

자신들이 멸시하던 놈의 짐작은 정녕 틀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최소한 연구 내용을 검토하기만이라도 해 주십시오.

-한 번만 더 이따위 주제를 들고 왔다가는, 학회를 능멸한 대가로 그 자격을 영구적으로 제명하겠네.

자신들은 이후에 닥쳐올 미래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치지직-!

“……!”

그 순간, 책상 위에 올려 둔 마법구로 신호가 울렸다.

타다다다!

팟-!

-학회장님!

“어, 어찌 되었나! 놈의 행적을 찾았느냐!”

학회장은 다급히 그곳으로 다가가며, 통신을 연결시켰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놈의 딸이 운영하던 서점을 수소문하여 찾는 데에는 성공하였습니다!

“서점?”

-그렇습니다! 다행히 정리를 마치고 떠난 것은 아닌지, 대부분의 짐이 그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그렇단 말이지?”

그 이야기를 들은 문득, 머릿속으로 희망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점이라면…… 어쩌면 놈이 연구하던 것들이 그곳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놈을 추적할 단서도 얻을 수 있으리라.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죽은 것이 아니라면 연방제국 내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찾아내야만 했다.

자신들의 목숨을 위해서라도.

“……지금 바로 그곳으로 가지.”

학회장의 하얗게 질린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 * *

“여긴가?”

“예, 학회장님. 바로 이곳입니다.”

“그렇군…… 큭! 이게 무슨 냄새야!”

트레카의 낡은 고서점.

원체 낡았기도 했으나 벌써 일 년이 넘도록 방치된 탓에 내부는 온통 곰팡이 내음으로 진동했다.

문을 열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질 정보였다.

끼익- 끼익-

“이건 또 뭐야?!”

설상가상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바닥의 상태.

바닥의 목재는 썩어 문드러져, 발걸음을 따라 비명을 질러 댔다.

“잘도 이딴 곳을 뒤지겠군. 정말로 이곳에서 놈의 흔적을 찾아야 한단 말인가?”

“하,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고작 나흘밖에 남지 않았으니…….”

“쯧, 나도 안다!”

학회장은 오만 인상을 쓰며 혀를 찼다.

지금은 불평불만을 토로할 때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어떻게든 황제의 분노를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

‘……음? 안쪽에 공간이 있는데?’

그때, 주변을 살피던 학회장이 무언가 수상한 공간을 발견했다.

“네놈들은 이쪽에 있는 서적들을 뒤져라. 나는 저쪽을 찾아보지.”

“알겠습니다.”

학회 소속의 마법사들이 흩어져서 수색을 시작했다.

학회장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내부의 공간으로 발길을 들였다.

“……그렇군. 놈이 활동하던 연구실인가?”

서점에서 이어진 장소는 생활감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연구실로 보인다.

예상대로 가장 먼저 앞에 보이는 노트를 펼치자, 익숙한 필기체가 눈에 들어왔다.

“놈의 연구 기록……!”

황급히 노트의 장을 넘겨 가며 그 내용을 확인했다.

확실했다. 분명 이것은, 놈이 남긴 기록의 일부였다.

그 옆에 쌓인 다른 노트를 펼쳐 봐도 마찬가지!

“됐다……! 이제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기만 하면…….”

마침내 원하던 것을 발견한 학회장의 눈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쿵!

와르르!

“제기랄!”

손에 든 수첩을 내던지자, 쌓여 있던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불과 방금까지만 해도 소중하게 생각하던 모습과 정반대의 태도였다.

“중요한 부분을 모두 가져가 버렸잖아!”

그랬다.

이곳에 남은 것들은 모두 고대학의 기초보다 못한 상식 수준의 기록뿐. 이따위 것들은 학회 서고에 얼마든지 존재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 추측만을 덧댄 이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기초보다 못한 수준.

놈이 남겨 두고 간 것은 말 그대로 쥐뿔에도 쓸모없는 것들 뿐이었던 것이었다!

팔랑-

“…….”

그 순간, 쌓여 있던 책더미 속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져 내렸다.

저 책더미 어딘가에 끼워져 있던 것일까?

분노하던 학회장은 그것이 발치에 떨어지자 그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건…… 고대의 술식?”

그러고는 무언가가 이끄는 듯한 감각에, 홀린 듯 그것을 주워 들었다.

거기에는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마법진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비록 급하게 휘갈겨 그린 것처럼 엉성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것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생김새인데…….”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 순간,

“학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소란을 듣고 학회원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제야 옷가지를 확인한 학회장이 뒤로 물러섰다.

“……쯧, 아무것도 아니다.”

먼지가 풀풀 피어오르는 내부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덤이었다.

“그런데 이 마법진의 정체를 아느냐?”

“예? 어떤…….”

학회원들은 엉겁결에 그가 내민 종이를 받았다.

그러고는 마법진과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도리어 되물었다.

“음? 이 형태는 에스테반에서 공개했던 유성 낙하 수식의 일부가 아닙니까?”

“……뭐? 이게 놈들이 가지고 있던 수식이라고?”

“그렇습니다. 이쪽을 보십시오. 분명 형태는 달라도 그 구조가 동일하지 않습니까? 저희 연구원들이 고대 마법의 형식이라 추측했던 것과 같은 것입니다.”

“…….”

학회장의 눈매가 좁혀졌다.

그렇고 보니 비슷하기는 비슷했다.

어째서 자신이 익숙한 생김새라고 느꼈는지 단박에 이해했을 정도로.

“뭐, 어디까지나 놈들이 공개한 수식을 해부하여 추측한 것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흐음…….”

“한데 어째서 이런 것을 들고 다니시는지요? 혹시 견본품으로 비교하기 위해 가지고 오셨습니까?”

“어째서냐니 이건…… 헉?!”

그 순간 좁혀져 있던 그의 눈매가 부릅떠졌다.

묘한 불길함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 탓이었다.

‘에스테반의 수식이라고? 하지만 이건 방금 발견한 수식인데?’

절대로 그럴 리가 없으리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불안감은 떠나가질 않았다.

‘설마…….’

대뜸 고대 마법의 발현에 성공했다며 자신들을 찾아왔던 놈의 표정. 그리고 놈이 사라졌던 시기와 놈들이 고대 마법의 부활을 선포한 시기까지.

비로소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졌으므로.

……에스테반!

“이, 이런 제기랄!”

그렇게 놈이 있는 장소를 확신한 순간, 학회장의 눈앞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가만, 형태는 다르지만 구조는 똑같다고?’

생각해 보면 당연히 형태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공개한 수식은 어디까지나 유성 낙하에 관한 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만약 놈이 연구하던 디텍팅 마법의 마법진이라면?

이것을 그대로 연구하기만 해도 황제의 명령을 달성할 수 있다면?

‘놈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다!’

순간 희망을 되찾은 학회장이 다급하게 물었다.

“놈이 연구하던 것은 디텍팅 마법뿐이겠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마법진의 구조가 정말로 옳은 형식이 맞겠고?”

“유성 낙하 술식과 비교하면 놀라우리만치 흡사합니다.”

“돼, 됐다!”

학회장은 의문스런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소리쳤다.

“당장 학회로 돌아간다! 지금 당장!”

“예? 하지만 놈의 흔적은…….”

“당장!”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급히 학회원들을 이끄는 그의 표정에는 어느덧 욕망이라는 감정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 * *

“……누가 내 욕을 하나?”

피식 웃음을 흘린 레이튼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지금 향하는 곳은 마탑의 최상층.

마법의 주인(主人)이 거주하는, 마탑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마탑주님.”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반기는 것은, 매번 자신을 멸시하던 학회장이 아니었다.

“어서 오게나.”

에스테반의 위대한 마탑주, 로드 엘레이드.

선입견 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자신을 보아주는, 그의 상관이었다.

‘새삼 감회가 색다른 느낌이구나.’

어쩌면 ‘그 소식’을 접한 탓일까?

이 광경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레이튼이었다.

“이미 이야기를 들었을 테지만 그대가 떠난 장소에 불청객이 도착했네.”

“예. 황궁에서 흘러들어온 첩보까지 생각한다면, 아마 제 연구 기록이 필요했을 터입니다.”

그러니 안중에도 없던 고서점을 급히 뒤적거렸으리라.

귀가 간지러운 것만 봐도 뻔한 일이었다.

물론 자신을 내치기만 하던 그들의 고충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고양감이 느껴졌다.

“무엇을 걱정하실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나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가?”

“놈들이 바라던 물건은 하나도 남겨 두지 않았으니, 기껏 그곳을 뒤져 봐야 조금의 소득도 얻어 내지 못할 테지요.”

“허허, 역시 철저하군.”

“다만 ‘재미있는 장치’를 하나 남겨 두긴 했습니다만…….”

“음?”

언젠가의 대마법사가 직접 선보였던 고대의 마법.

자신의 연구가 틀리지 않았다는 마음에 학회로 달려갔었던가?

유일하게 남겨 놓은 흔적인 그 종이는, 당시에 놈들에게 보여 주려 했던 마지막 의지였다.

‘……확인한 마법진을 급히 그려 놓은 종이.’

그것으로 놈들이 사건의 내막을 알아차렸다면 모자라다 못해 충분했다.

“이미 모든 상황을 깨달은 뒤에는 늦었을 테지요. 저는 에스테반의 왕실과 마탑에 충성하기로 했고, 놈들은 황금 같던 마지막 기회를 날려 버리게 되었으니까요.”

“그것이 자네가 원하던 마지막 복수였군.”

“그렇습니다.”

지난 설욕을 모조리 비워 낸 레이튼은 이제 홀가분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심 이러한 상황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더 이상 놈들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유일한 고대 마법의 지식조차 황제의 분노 속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되겠지요.”

자신을 내버렸던 그자들이 자신이 평생에 걸쳐 이룩한 지식을 얻지 못하도록.

또한, 오직 에스테반만이 모든 영광 속에서 날아오를 수 있도록…….

그것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남자에 대한 보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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