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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216화 (216/223)

회귀한 검왕은 폭군이 되기로 했다 216화

예언 (7)

“이런! 갇혀 버렸다!”

퇴로를 가로막은 에스테반의 병력과 후방을 압박하는 골렘들.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쪽에 집중할 수 없었다. 평원을 내달리는 연방제국 병력의 눈에는 오직 그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마력의 일 점만이 보일 뿐이었다.

“인공 태양!”

“설마!”

미티어 스웜……!

그들은 에스테반의 내전을 잠식시켰던 고대마법의 정체를 알고 있다.

궤도가 틀어졌음에도 윌리엄 공작의 군세를 반으로 줄여 놓았던 위력!

그것이 한낱 병사로는 항거할 수 없는 살상마법이란 사실 역시도.

비로소 놈들이 퇴로를 막은 의도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으아아아!”

“우린 다 죽을 거야!”

그것만으로도 병사들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저것이 떠올랐다는 말은, 대마법사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과도 마찬가지였으니 당연했다.

“동요하지 마라!”

“헛!”

“고, 공작 각하!”

하지만 새로 나타난 병력을 확인한 공작의 표정은 의외로 덤덤했다.

“놈들의 숫자는 적다! 게다가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방어선을 넓게 퍼뜨리고 있으니, 돌파하기란 어렵지 않을 터다.”

“하지만 놈들의 대마법이……!”

“멍청한 새끼! 이 상황에서 놈들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

공작의 신경질적인 손짓을 따라간 수하의 눈이 적군의 병력들을 향했다.

곧 정신을 차린 그 눈에 이채가 띄었다.

“그, 그러고 보니 이렇게 병력이 뒤얽힐 상황이라면…….”

“그래! 곧 정면으로 맞붙게 될 상황에서 운석을 떨어뜨렸다가는, 본인들의 병력 역시 충격을 피해 갈 수 없을 테지.”

하물며 이전처럼 궤도가 틀어졌다가는 그 참상을 되돌릴 수 없으리라.

그런 상황에서 놈들이 아군을 향해 검을 겨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즉, 저것은 제국군의 혼란을 유도하기 위한 허세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차분하게 상황을 되짚은 공작이 빼든 칼을 길게 뻗었다.

“오오! 과연!”

비록 분노로 인해 잠시 이성을 잃었다지만, 그는 연방제국의 총사령관이자 소드마스터였다.

그런 그의 한마디는 병사들을 안정시키고 삽시간에 혼란을 잠재웠다.

“전 병력은 방어선을 돌파한다! 또한 이곳을 벗어나면, 병력을 재정비하고 즉각 놈들의 추격에 대응하겠다!”

“예! 알겠습니…….”

드드드드드-

“……!”

그런데 별안간 폭탄이라도 터진 듯 그들이 내디딘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기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며 망토 자락이 꺾이듯 휘날렸다.

이히히히힝!

“이, 이게 갑자기 왜…….”

동시에 이변을 감지한 말들이 크게 날뛰었다. 제어는 불가능했다.

순간적인 이상 현상에 당황한 공작이 말을 더듬었다.

“지진…… 이런 상황에서 지진이 발생할 이유가…….”

“각하! 하늘을 보십시오!”

“……!”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수하의 외침에, 공작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런 공작의 얼굴 역시 핏기가 사라져 나갔다.

쿠구구구구궁-!

“……이런 미친.”

주변의 마력이 모조리 흡수되고 원초의 흑백만이 남아버린 하늘.

그 이질적인 광경 속에는 떠오른 태양을 등지고 선 남자가 있었다.

전조.

그것은 남자가 사용할 대마법의 신호탄이었다.

* * *

“으음! 드디어 마탑주께서 움직이기 시작하셨군.”

에드워드가 요동치는 대기를 보며 감탄했다.

과연 경이로운 광경. 살면서 이토록 순수하게 감탄할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될까?

그 살기가 에스테반을 향하지 않은 것에 감사할 정도였다.

투두두두!

“흐음?”

하지만 감탄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를 빗겨 가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딜 그리 급히 가시는가?”

“뭣이! 대체 어느 틈에!”

푹!

이히히히힝!

“커억!”

콰당탕!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유성의 공포. 방어선을 뚫기 위해 돌진하던 공작의 수하가 낙마의 충격으로 바닥을 굴렀다.

설마 말이 공격당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

그런 와중에도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말을 베어 낸 원인을 찾아냈다.

“큭! 네놈은……!”

“왕실 직할 제3 기사단 소속 에드워드라고 하네.”

“뭐라고?!”

검을 바로잡은 수하의 눈이 의심으로 일그러졌다.

제3 기사단이라 함은 첩보와 질서를 다루는 아르곤 기사단을 뜻했다.

비록 검술에 문외한은 아닐 테지만, 이런 전장의 최전방으로 나설 리는 없는 이들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상대가 그런 자신을 제3 기사단 소속이라 소개했으니 납득하지 못할 수밖에.

“에드워드. 에드워드……!”

하지만 그 이름을 곱씹던 수하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놈……! 설마 아르곤 기사단의 기사단장이냐!”

“기세로 보면 평기사로 보이지는 않네만 역시나 정세에 밝은 모양이군. 정답일세.”

“역시 그랬군! 상황을 세세하게 조율하고 있던 것이 바로 네놈들이었나!”

예의 노련한 검술과 태도는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마찬가지로 나부끼는 깃발은 이곳에 제3 기사단이 도착했음을 증명하기도 했고.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앞을 가로막은 그가 전투에 특화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명확했다.

“마침 잘 되었군, 네놈이라도 죽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

“환영하는 바이네.”

슈우욱!

챙!

눈을 번뜩이며 도약한 수하가 검을 찔러 넣었다. 에드워드는 재빨리 검을 들어, 이를 막아 냈다.

“……세검?”

공격이 가로막힌 수하의 눈썹이 꿈틀댔다.

그것은 시퍼런 예기가 잔뜩 담긴 레이피어였다.

“감히 그딴 장난감 같은 것을!”

챙! 챙!

챙!

“……!”

그러나 수차례 공방이 이어지던 그때. 수하의 갑옷 이음새를 노리고 검이 찔러졌다.

서걱!

촤악!

“흡?!”

얄팍한 세검의 모습에 방심하던 놈은 예기치 못한 일격을 허용했다.

물론 상대의 실력이 예상보다 뛰어났던 탓도 있었다.

“방심했군.”

“큭! 제아무리 단장급의 기사라 하더라도 아르곤 기사단 소속 따위가 어떻게 나를…….”

“그것이 궁금한가?”

“뭣이!”

에드워드가 고상하게 웃으며 제 갑옷을 가리켰다.

그러자 수하는 손가락 끝이 향한 곳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법진?”

갑옷 위로 덧대고 덧대어진 마법진.

그것은 마치 갑옷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설마 그 마법진이 전부……!”

수하의 눈이 부릅떠졌다.

“맞네. 이것은 전부 신체의 능력을 올려 주는 마법이지.”

본디 하나만 사용되어도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강화 마법.

하지만 그런 것이 수 개나 중첩되어 있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상대는 본신의 힘을 월등히 상회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말도 안 돼! 설마 에스테반의 마탑이 저런 것까지 만들어 낸단 말인가!’

다급히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살피자, 방어선을 뚫기 위해 함께 움직였던 공작의 기사들이 하나씩 낙마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비슷한 갑옷을 입은 아르곤 기사단이었다.

‘제기랄! 실수했다! 이럴 틈이 없는데!’

수하의 갈 곳 잃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설마 놈들에게 숨겨 둔 수가 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심지어 이곳에 있는 적군 모두 같은 갑옷을 입었다면, 필시 이곳을 뚫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이곳은 사지나 다름없었던 것이었다!

‘어떻게든 이 사실을 전달해야…….’

푹!

하지만 뒤로 물러서려던 몸은 자리에 굳은 듯 움직이질 않았다.

주르륵-

“끄윽…… 어, 어째서…….”

순식간에 목을 꿰뚫고 나온 한 자루의 단검.

그것이 마지막이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던 탓일까?

최후의 힘을 다해 고개를 돌린 그는 이내 뒤에서 기습한 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암살…… 자…….”

공작의 첫 번째 수하는 그렇게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털썩-

이윽고 시체가 바닥으로 허물어지자, 그 뒤에서 어깨를 으쓱이는 ‘암살자’가 보였다.

그런 그의 복장은 도무지 전쟁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양복 차림이었다.

“아, 혹시 놈에게서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습니까.”

“…….”

“그렇다면 실수했군요.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런 것은 아니네.”

에드워드가 못마땅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의 틈도 남기지 않고 얼굴을 가린 붕대. 그리고 특유의 거칠고 기괴한 목소리.

“……다만 그대가 전쟁에 참전한 이유를 아직 납득하지 못했을 뿐이지.”

바로, 암살자와 용병들을 이끌고 이 자리에 찾아온 아르곤 기사단의 공적.

암흑가의 수장인 존 헤드윅이었다.

“으음. 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이내 침음을 흘린 그는 단검을 닦아 내며 입을 열었다.

“이득을 위해 움직였다.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했습니까?”

“당연한 말을 하는가.”

에드워드의 표정이 굳었다.

물론 그 역시도 눈앞의 사내와 국왕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그에게 무슨 이득일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그런 임무를 맡아 하다 보니 생긴, 어찌 보면 직업병이기도 했다.

그때, 붕대 속에 감추어진 눈이 길게 휘어졌다 생각한 순간이었다.

“간단합니다. 그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 다만 그뿐이지요.”

“……눈도장이라면.”

“적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고 한다면, 응당 그에 걸맞은 보상이 따라오지 않겠습니까?”

한 점 꾸밈없이 속내를 드러낸 존 헤드윅이 양팔을 뻗었다.

그러고는 이내 소중한 것을 안아내듯 팔을 끌어당겼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나, 마치 금화의 산이 있기라도 한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대는…….”

“뭐가 되었든 상관없습니다. 하나 이런 금광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은 답지않은 행동이지요.”

“거참, 그게 전장을 감수할 정도라는 건가.”

“하하,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피해랄 것조차 없는 일방적일 게 분명한 싸움 아닙니까?”

존 헤드윅에게 있어서 이 전쟁은 무조건 이득이 되는 장소였다.

놈들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자신들은 그저 한 손을 거들면 될 뿐이었으니까.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확신할 수 있었지.’

철저하게 놀아나는 1황자와 북부의 전선!

그래. 그것을 본 순간부터.

연방제국이 전쟁에서 이길 미래라는 것은 처음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것이 그대의 생각이라면.”

“예.”

결국 못마땅하게 고개를 돌린 에드워드가 전선의 상황을 살폈다.

거침없는 용병들과 에스테반의 병사들은 봉쇄하듯 적군의 움직임을 막아 나갔고. 시간이 지나자 놈들의 병력은 점차 포위망 속에 갇힌 모양새가 되었다.

마갑을 입은 일당백의 전사들.

결국 저들은 에스테반의 방어선을 뚫어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그들에게 한정된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마법의 완성 쪽인가.’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본다.

거대한 마법진은 거의 완성되어 찬란한 마력을 흩뿌리고 있었다.

슈우우욱!

그리고 그 순간.

놈들의 병력 사이에서 무언가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미티어 스웜의 완성을 막아 내려는 적들의 마법사였다.

* * *

살려 줘!

아아아악!

죽고 싶지 않아!

“…….”

병사들의 비명이 이명처럼 귓가로 울린다.

공작은 그 아우성을 듣다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어느덧 고삐를 잡은 손에 땀이 흥건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었다.

“바, 방어선이 뚫리지 않습니다!”

“각하! 마법이 완성되고 있습니다! 어서 각하만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

지휘관들이 몸을 빼내기를 권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는 어서 저 대마법사를 처리해 주길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소드마스터인 각하께서라면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어서 놈을 죽이고 마법을 멈춰 주십시오!’

마지막 희망.

어느덧 그 속내는, 힘을 잃은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공작은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제, 젠장.”

“각하?”

하지만 공작은 놈들의 마법이 발동된 이후로 계속 요지부동이었다.

무언가에 사로잡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마치 힘이 없는 일반 병사 같은 모습.

그들은 그게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공작을 설득하기를 포기한 지휘관들이 다급히 지시했다.

“우선 어떻게든 저 대마법사를 막아야 한다!”

“놈의 호위로 보이는 인물은 없다! 최소한 마법의 캐스팅이라도 막아야 해!”

“아, 알겠습니다!”

마법사들이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몇 차례나 무리한 탓에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운석에 죽느니, 마력을 과다로 소모해 몸져눕는 쪽이 그들에게도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우우우웅!

“커헉!”

“쿨럭!”

“으윽…….”

그렇게 마력을 움직이려던 마법사들이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와중. 일부는 마나를 밟고 날아오르는 데에 성공했다.

이를 지켜보던 지휘관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돼, 됐다!”

“마법을 캐스팅하는 도중이라면 공격을 막아 내지 못할 것이다!”

우우우웅!

파파팟!

사방에서 수식이 맺어지고 마법이 발사된다.

틀림없이 저것들이 마법의 사용을 방해할 거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서걱-!

촤아악!

“……!”

그런 마법사들의 몸이 떨어져 내린 것은 그 순간이었다.

이윽고 하늘로 흩뿌려지는 무수한 핏방울들!

후우욱!

그와 동시에 발사된 마법들이 무언가에 가로막혀 소멸하기 시작했다.

“이런!”

마법사들이 이변에 당황하며 몸을 내뺐다. 그러나 이변을 만들어 낸 주인공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로질러 그들을 추격했다.

그제야 마법사들은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어린애?”

서걱!

“크아악!”

열둘 남짓이나 되었을까?

로브로 몸을 가린 자그마한 체구의 검사가 마법사들을 베어 냈다. 또한 오러가 담긴 그 검이 마법을 갈라내자, 마력은 힘을 잃고 소멸했다.

그들을 방해한 것은, 고작 한 명에 불과했다는 소리였다.

“마, 마법을 소멸시켰다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마법사들이 몸을 굳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오러로 마법을 소멸시킬 수 있을 리가……!”

“애초에 검사가 어떻게 허공을…….”

“정신 차려! 놈은 검사가 아니라 마법사다!”

“뭐, 뭐라고?”

당황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정말로 검사의 레이피어 위로 타오르는 것은 오러가 아니고 마법이었다.

그러니 더욱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마법으로 검을 강화하는 것 따위,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으므로.

“끝이다.”

“……!”

그리고 그 순간.

그들에게 사형선고와 같은 단호한 음성이 들려왔다.

캐스팅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다.

쿠구구구구궁!

“아, 아아아……!”

“이럴 수가!”

그 대가는 참혹하다.

대기 중에 타오르던 모든 마력이 일 점으로 집중되고, 비로소 마법의 수식이 끝맺음한다.

이윽고 허공으로 소멸한 마법진.

하지만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흩어져 버린 것이다.

모든 용도를 다하고. 모든 쓸모를 다하고, 이내 모습을 감추어 낸 것이다!

콰과과과광!

하늘의 저편에서 부름을 받은 유성이 다가온다.

긴 꼬리를 남기고, 그들을 반기듯 대기의 궤도로 진입한다.

“어, 어어…….”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하나. 둘.

차차 모습을 드러내는 유성들은 이전의 ‘실험작’과는 궤를 달리했다.

“……맙소사.”

그래. 내전이 벌어진 이후로부터 보강된 고대 마법은 이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오직 정확한 목표물을 향해 떨어져 내릴 뿐이고, 본래의 위력을 발휘할 뿐이었다.

파아앗-!

또한 에스테반의 진형에서는 찬란한 빛이 터져 나오며 접근 불허의 방어막이 펼쳐졌다.

앱솔루트 배리어.

그것은 에스테반이 탄생시킨 또 하나의 대마법이었다.

“마지막 인사를 남기지.”

그리고 마법을 완성시킨 대마법사는 차갑게 뇌까렸다.

“감히 그분의 땅을 노린 대가를 받아들여라.”

“…….”

──────!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초월한 굉음이 울린다.

그리고 눈을 멀게 하는 섬광이 그곳에 인다.

이십오만의 대병력.

이곳은, 시체조차 남지 않은 그들의 무덤이 될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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