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 김필도-40화 (40/225)

# 40

히데우스는 골든 브리지로 시선을 던졌다. 세이아칸이 천좌10군 열 명과 함께 골든 브리지를 향해 이야크를 몰아가고 있었다.

“친위대는 나를…….”

고함을 내지르려던 히데우스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기억 속 저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던, 지금은 거의 잊힌 기운이 감지됐다.

그는 벌판 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붉은색 전투기갑을 걸친 열 명이 이편을 향해 이야크를 몰아오고 있었다.

“하이닐!”

히데우스는 하이닐을 불렀다.

“하명하십시오, 군단장님!”

“넌 지금 친위대와 함께 부군단장에게로 가라.”

“군단장님!”

하이닐은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그 역시 벌판 동쪽에서 다가오는 엄청난 기운을 감지했다. 하이닐은 살아오면서 수많은 강자를 많이 봐 왔지만 지금보다 강한 기운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군단장인 히데우스 이후로 처음 대하는 강자였다.

“설마 그잡니까?”

하이닐은 물었다.

“이건 내 사적인 일이다!”

“저들은 열 명입니다, 군단장님!”

“그는 삼대 명검 중 최강이라는 헤힐의 주인이자 전대 부군단장이었고, 유죄 선고를 받기 전엔 최상급 마족이었다. 그런 그가 합공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지 않느냐, 칼베리언.”

“으하하하! 크하하하!”

양측의 싸움이 뚝 그칠 정도로 칼베리언의 웃음소리는 컸다.

“물러나라!”

“대천신군은 물러나라!”

칼베리언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천족의 대천신군이 물러났다.

“마계10군단은 물러나라!”

히데우스는 우렁차게 소리쳤다.

적이 물러가는데 쫓아가면서 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계10군단 또한 일제히 물러났다. 양측이 물러난 자리엔 수백 구의 시체만 나뒹굴고 있었다.

“뭐 하고 있느냐, 하이닐!”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위대를 보며 히데우스는 버럭 소리쳤다.

“군단장님!”

“지금 이 시간부터 마계10군단 군단장은 이카렌 쿤타 카킬레우스 백작이다. 나를 대하듯 신임 군단장을 대하도록 하라!”

“추웅!”

마계10군단 대원들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가라, 하이닐!”

“옥체 보중하십시오, 군단장님!”

하이닐은 고개를 들었다.

“절대적인 믿음이란 의미를 아느냐?”

“의심하지 않는 겁니다, 군단장님!”

“좋다, 가라!”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하이닐은 고개를 숙이고는 이야크를 돌렸다.

하이닐을 따라나선 마족은 총 1백 명이었다.

“나를 따라라!”

하이닐은 우렁차게 고함을 내지르며 골든 브리지를 향해 내달렸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뿌연 먼지를 날리며 1백 기의 이야크가 골든 브리지를 향해 내달렸다.

“대천신1군은 나를 따라라!”

대천신군 진영에서도 황금색 전투기갑을 걸친 자가 이야크를 몰고 나오더니 마계10군단 친위대를 쫓아 골든 브리지를 향해 내달렸다. 천족 진영에서 그자를 따라 뛰쳐나온 자는 150명 정도 되었다.

히데우스는 멀어지는 친위대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거침없이 내달렸다.

“믿어라!”

선두에서 달려가던 하이닐이 아무런 의심 없이 이야크를 몰고 협곡으로 몸을 날렸다.

“믿는다!”

“믿습니다.”

친위대 대원들은 거침이 없었다. 그들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다리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단체로 자살을 하는 자들 같았다.

마계10군단 친위대들이 전부 뛰어내리고 이번에는 천족들의 차례가 왔다.

“난 믿는다!”

시작은 좋았다. 마족들이 뛰어내린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한 그들은 질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몸을 날렸다.

앞서 뛰어든 자들은 대부분 신분이 높은 자들이라 자존심도 강했고, 상급자들에 대한 신뢰도 확실했다. 하지만 뒤쪽에 있는 자들은 달랐다. 불안한 얼굴을 한 자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누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악!”

처절한 비명이 협곡을 타고 울렸다.

“크아아! 크아아아! 크아아! 크아아!”

떨어진 자의 비명은 메아리가 돼 협곡의 남쪽과 북쪽으로 퍼져 나갔다.

“헉!”

“억!”

천족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믿음을 가져라! 문이 있다는 사실을 믿으면 절대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가라! 마족 놈들이 뛰어내린 것을 보지 못했느냐!”

맨 후미에서 조장 한 명이 대원들을 독려했다.

천족들은 주춤주춤 앞으로 나아갔다.

“가지 않는 놈은 베겠다!”

살기 어린 외침이 들려오자 천족들은 앞으로 달려갔다.

“크아악!”

“아아악!”

“으아아아!”

처절한 비명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고, 그 비명은 메아리가 되어 영혼처럼 헤린느 협곡을 떠다녔다.

“큭큭! 교육은 잘 시켰구나, 히데우스.”

칼베리언은 빙그레 웃으며 이야크에서 내렸다.

리모스로 들어가는 것은 충성심을 시험하는 무대와 비슷하다.

사실 리모스로 들어가는 입구가 저 아래쪽에 있는지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때 상관이 저 아래쪽에 입구가 있으니까 뛰어내려도 상관없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상관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쪽은 미련 없이 몸을 던질 테고 그렇지 못한 쪽은 주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마족은 무사히 들어가고, 천족은 수십 명이 떨어져 죽어 나간다. 그건 곧 마족들의 훈련이 더 잘돼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전 군단장님의 뜻을 받들었으니까.”

히데우스 또한 이야크에서 내렸다.

“전 군단장이라…….”

“왜 죽였나.”

히데우스는 헬칸을 들어 올려 가슴 앞으로 세우며 말했다.

“내가 카킬레우스 백작을 살해했다는 증거를 그가 가지고 있었거든.”

칼베리언은 헤힐을 뽑아 들었다.

파괴의 검이라 부르는 헤힐은 헬칸이나 발콘과 비슷했다. 다만 회색 검면과 드래곤이 새겨진 손잡이가 독특했다.

“부군단장의 조부를 없앤 자가 역시 너였구나.”

“나와 내 참모들은 우리 마계에 불필요한 자들을 없앴다. 가만두었으면 장차 해악이 될 자들이었다. 난 우리 마계의 쓰레기들을 처리했을 뿐이다.”

“카킬레우스 백작은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던 전사였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하는 일을 알아차리고 방해를 했다.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네가 카킬레우스 백작과 군단장을 살해한 이유가 바로 네 죄를 숨기기 위해서였단 말이냐?”

“큭! 착한 일을 하는 나를 방해한 대가였을 뿐이야.”

“넌 신이 아니다, 칼베리언. 그리고 오늘 내 손에 죽는다.”

히데우스는 헬칸을 불끈 틀어쥐었다.

“아냐, 히데우스. 마계10군단은 이번에도 군단장을 잃게 될 거야. 너는 물론이고 신임 군단장인 그 계집까지! 그러니까 마계10군단은 내 손에 3명의 군단장이 목숨을 잃게 되는 거야.”

칼베리언은 헤힐의 검면을 혀로 핥았다.

“죽여주겠다, 칼베리언!”

“내가 할 소리야 개자식아!”

파앗!

순식간에 거리를 단축한 칼베리언은, 움직이면서 들어 올렸던 헤힐을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히데우스는 곧바로 헬칸을 들어 올렸다.

쿠아앙!

헤힐과 헬칸이 부딪치면서 광포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푸아악!

두 신검이 부딪치면서 생겨난 역장으로 주위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차앗!”

히데우스는 헬칸을 힘차게 밀어붙였다.

슈캉!

헬칸이 자유로워지자마자 곧바로 칼베리언의 허리를 향해 쓸었다.

콰아앙!

이번엔 칼베리언이 헤힐을 수직으로 세워 헬칸을 막았다. 이번 역시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두 신검이 부딪치면서 생겨난 역장에 주위가 터져 나갔다.

“네가 증언만 제대로 해 주었더라면 난 감옥에 가지 않았을 거야. 그럼 난 군단장이 됐을 테고 네놈은 부군단장이 됐겠지. 그랬더라면 넌 편안하게 은퇴를 했을 테고 말이야.”

슈캉!

칼베리언은 히데우스의 검을 쳐냈다. 그리고 쳐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머리 위로 올라간 검을 도끼질하듯 내리찍었다.

쿠아앙!

검과 검이 얽히고 폭음이 터져 나왔다.

“너 같은 놈이 군단장이 된다는 건 마계10군단의 수치다, 놈!”

휘익!

콰앙!

“난 최상급 마족이다! 너희 평군 마족과는 차원이 다른 마족이란 말이다. 차앗!”

콰아앙!

이번에도 역시 칼베리언의 공격은 같았다. 그는 연신 도끼질 검법을 펼쳐 히데우스를 공격했다.

푹!

같은 공격이었지만 위력은 다른 듯, 히데우스의 발이 지면으로 조금 파고들어 갔다.

“움직여라, 히데우스!”

칼베리언은 조소 섞인 얼굴로 비아냥댔다.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다.”

히데우스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그의 검에서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마계10군단 대원들은 물론이고 칼베리언과 함께 온 켈러 일행의 얼굴에도 긴장의 빛이 감돌았다.

지금까지는 상대를 시험해 본 전초전에 불과했고,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히데우스가 강한 기운을 끌어올리자 칼베리언 또한 힘을 끌어올렸다.

둘의 몸에서 동시에 검은 운무가 피어올랐다.

“차앗!”

먼저 움직인 쪽은 히데우스였다. 그는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몸을 날렸다. 그의 헬칸에서 혼돈의 힘이 흘러나와 칼베리언을 압박했다.

“흐캬캬캬!”

칼베리언은 크게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헤힐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강한 기운이 쏘아져 나와 히데우스가 펼친 혼돈의 힘을 잘라 냈다.

그것은 마족 특유의 어둠의 힘이었다.

펑! 펑펑펑! 펑펑!

둘의 신형이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하지만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한다고 해도 둘의 위치까지 알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히데우스와 칼베리언이 2초 내지 3초가량을 머무는 것만으로도 그 장소는 초토화됐다. 그 흔적만 좇아도, 한발 늦기는 하지만 둘의 위치를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어때?”

칼베리언의 참모 중 한 명인 크레이지가 켈러를 보며 물었다.

“초반은 히데우스의 승리야.”

켈러는 단정하듯 말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단장님에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어.”

켈러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기술이 아니라 힘의 승리라는 뜻?”

“히데우스는 늙었어. 늙은 사자는 노련하긴 하지만 젊은 사자를 이기지 못해. 더구나 젊은 사자 옆에 머리 회전이 빠른 여우가 있다면.”

슈캉!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피가 확 튀었다.

“쿡!”

골든 브리지 쪽을 바라보던 켈러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데메우스와 그를 따르는 걸로 보이는 마족 50여 명이 은밀하게 골든 브리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녀석들 또한 리모스 안으로 들어갈 작정인 듯했다.

“성공할까?”

크레이지 또한 데메우스 일행을 본 듯 물었다.

“리모스로 들어가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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