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 김필도-130화 (130/225)

# 130

“타앗!”

“차앗!”

“이럇!”

마족들은 김필도를 쫓아 내달렸다.

“달려 750!”

쿠워워워억!

블랙칸은 앞발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크아아아!”

이어 김필도가 헬칸을 쳐들며 포효하고, 블랙칸은 바닥에 내려섬과 동시에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

“내가 가겠다!”

마족 중 한 명이 이야크를 몰아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다른 이야크들은 속도를 줄였다. 마족이 인간을 상대로 합공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두 이야크는 서로를 향해 내달렸다.

“이야압!”

“차아앗!”

서로 간의 거리가 10미터로 가까워지자 마족과 김필도는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콰앙!

허공을 가른 두 검이 굉음과 함께 교차했다.

지켜보던 마족들은 동료의 검이 김필도의 검을 부러뜨리고 목까지 잘라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카앙!

그들의 예상대로 부러진 조각 하나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헉!”

“억!”

마족들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놀랍게도 부러진 검은 김필도의 검이 아니라 그들 동료의 검이었던 것이다.

“아아악!”

검에 이어 잘려 나간 머리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쓰고 있던 투구가 기체로 변해 사라지고 맨 얼굴이 나타났다. 그 또한 다른 마족들처럼 경악한 듯 눈을 뜬 채였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쿠어어어억!

벌판을 내달리던 블랙칸은 괴성을 내지르며 멈춰 섰다. 그러고는 마족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또 누가 나설 테냐?”

김필도는 마족들을 보며 소리쳤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그러자 마족 한 명이 튀어나와 김필도와 1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섰다.

“750 달려!”

쿠워워워워!

“차앗!”

두두두두! 두두두두!

두 마리 이야크는 서로를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해 갔다. 그리고 금세 접전 거리에 마주 선 둘은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마족들은 이번엔 동료가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 왜냐면 이번에 나간 동료는 죽은 동료보다 한 단계 더 강하기 때문이었다.

콰아앙!

슈캉!

“크아악!”

하지만 결과는 처음과 같았다.

눈을 부릅뜬 마족의 머리가 허공으로 떠오르고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한꺼번에 쳐라!”

누군가 고함을 내지르자 다섯 명의 마족이 이야크를 몰아 김필도를 행해 쏘아져 갔다.

“방패!”

김필도는 왼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왼손 팔목에, 윈드 소드를 생성한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달려!”

김필도의 외침이 떨어지자 블랙칸은 마족들의 이야크를 향해 질주했다. 거리는 금세 가까워졌다.

쿠워워워워워억!

순간 블랙칸이 강력한 살기를 머금은 괴성을 토해냈다. 그러자 마족들이 탄 이야크들이 움찔했다.

“차앗!”

블랙칸의 외침에 답을 하듯 함성을 내지른 김필도는 앞에서 다가오는 마족을 향해 헬칸을 휘둘렀다.

이미 동료가 당한 걸 목격한 마족은 모든 마나를 그의 검에 실었다.

콰아아앙!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마족의 검은 부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필도의 힘에 밀려 옆으로 젖혀졌다. 바로 그 순간 김필도는 오른발을 당겼다. 블랙칸이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고, 김필도의 정령의 방패가 허공을 갈랐다. 그사이 오른손에 들린 헬칸은 역수로 쥐었다.

퍼억!

방패는 그대로 마족의 뒷목으로 파고들어 갔다.

“크악!”

마족의 목에서 터져 나온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김필도는 찍었던 방패를 빼냄과 동시에 오른손의 뒤로 찔러 올렸다.

까앙!

쇳소리가 들려오더니 헬칸이 쑥 들어갔다. 김필도는 헬칸을 통해 혼돈의 기운을 밀어 넣었다.

“커억!”

마족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이야크에서 뚝 떨어졌다.

“흐름의 광풍 쿠라 라콰(Kura laqwa)!”

휙!

순식간에 김필도의 신형이 블랙칸을 떠나 전방으로 쏘아져 갔다. 블랙칸 역시 김필도가 안장에서 떠났지만 계속 같은 방향으로 내달렸다.

“차앗!”

달려오는 마족 머리 위쪽에 당도한 김필도는 헬칸을 그대로 내리그었다. 마족은 급하게 검을 들어 올렸다.

콰앙!

슈캉!

그러나 헬칸은 마족의 검을 자르고 그대로 머리를 갈랐다.

“크악!”

“광염의 바람 세딕 라콰(Sedic laqwa)!”

마족의 목을 잘라낸 김필도는 이야크 등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몸을 날려 가는 그의 헬칸에서는 죽음의 불꽃이 넘실댔다.

이야크를 타고 달려오는 마족 앞에 멈춘 그는 조금 전 그랬던 것처럼 도끼질하듯 헬칸을 찍었다.

콰앙!

카앙!

푸악!

프스스!

검을 치고, 잘라내고, 투구를 쓴 머리로 파고들고, 그 다음엔 가루로 만들었다. 그가 처음으로 펼친 불과 바람의 합성 마법이었다.

쿠워워워워!

광포한 포효와 함께 블랙칸이 쏘아져 왔다. 마족의 몸통을 차며 블랙칸에 올라탔다.

“달려 750!”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김필도가 타자마자 블랙칸은 마족이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잠시 후 조금 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마족들은 목이 잘리고, 머리가 가루로 변하고, 방패에 찍혀 죽임을 당했다.

마족은 빠르게 죽어 나갔다.

그런 김필도의 활약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닥불 가에 있는 올가 드보르칸 일행이었다. 아니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껏 김필도와 함께 왔던 리시아와 베른, 알마니. 그리고 싸우기까지 했던 쿠다까지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김필도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올가 드보르칸은 여전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자신을 비롯한 1백 명의 기갑 기사가 출발했고, 이곳까지 오는 도중 60명의 기갑 기사가 마족들에게 당했다. 그런데 그 마족을 대공 혼자 상대하고 있다. 아니 도륙하고 있다.

싸우는 광경 또한 엄청나다.

이야크에서 몸을 날려 마족을 없애고, 죽은 마족의 몸을 박차고 다른 이야크로 날아가 숨통을 끊어 놓는다.

마치 꿈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법입니까?”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올가 드보르칸은 고개를 돌렸다. 드보르칸 기사단 단장 뱅글러 자작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올가 드보르칸은 말끝을 흐렸다. 주문 영창이나 움직이는 걸로 볼 때 마법이 분명하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펼치는 마법이 있다는 말은 아직 들어 보지 못했다.

“설사 마법이라고 해도 엄청나군요.”

뱅글러 자작은 김필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싸움은 서서히 종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어느새 남은 마족은 지휘관뿐이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저자도 일합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김필도는 블랙칸을 몰아 케이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김필도를 바라보는 케이안의 얼굴은 흙빛이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멍한 얼굴로 달려오는 김필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히데우스 후계자답구나. 하지만 네가 헬칸의 주인이란 사실은 이미 단장님께 보고가 들어갔다. 머잖아 넌 나보다 더 처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케이안은 그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헬칸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슈캉!

헬칸은 전투기갑과 목을 동시에 잘랐다.

“크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케이안의 머리가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쿠워워워워억!

싸움이 끝나자 블랙칸은 처음 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앞발과 상체를 쳐들고 승리의 외침을 토해냈다.

그 상태에서 김필도는 헤를리온을 해제했다.

앞발을 내린 블랙칸은 경쾌한 걸음걸이로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모닥불 가에 있던 알마니가 달려 나오더니 등자에 묶어져 있는 블랙칸의 고삐를 풀었다.

“내가 죽든 말든 상관도 안 한다, 이거야?”

블랙칸에서 내린 김필도는 알마니를 빤히 바라보았다.

“저는 물론이고 우리 모두는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요.”

“준비만?”

“오히려 방해만 될 것 같아서 그랬죠, 뭐.”

대답은 모닥불 가에 앉아 있던 리시아가 했다.

“그래도 그게 아닙니다.”

김필도는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서 자기 자리에 앉았다.

“카판?”

리시아는 카판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카판보다는 술이 더 낫지 않아요?”

“그럴까요?”

리시아는 한편에 두었던 술잔에 술을 따라 김필도에게 건넸다. 술잔을 받아 든 김필도는 올가 드보르칸 옆에 있는 노 기사를 바라보았다.

“벌컨 쿨토 뱅글러 자작입니다, 대공 전하. 드보르칸 기사단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시선이 마주치자 뱅글러 자작은 고개를 숙이며 자기소개를 했다.

“반갑네, 단장.”

“시키실 일이라도 있습니까?”

“저 마족들이 속한 단체인 블러드 데빌단의 총원은 3백 명이었네.”

“이곳에서 동료가 당한 걸 알면 복수를 하겠다며 쫓아올 수도 있겠군요.”

“쫓아올 수도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쫓아올 거네. 문제는 3백 명이 한꺼번에 덤비면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 된다는 거네.”

김필도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목을 그었다.

“제가 보기엔 3백 명 아니라 3천 명이 와도 전혀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대공 전하.”

단순한 아부의 말이 아니었다. 김필도가 마족을 없애는 광경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날 그렇게 봐주니 고맙네. 아무튼 벌판에서 마족의 흔적을 깡그리 지웠으면 좋겠네. 아울러 자네들 머릿속에서도.”

“당장 지우겠습니다. 그리고 기사들에게도 오늘 본 광경은 마음속에만 담아두라고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뱅글러 자작은 기갑 기사들을 데리고 싸움터로 나가 마족들을 묻었다.

30분 후 기갑 기사들은 벌판에 흩어져 있던 이야크 21마리와 크레디온 15개를 가지고 왔다.

“6개를 놓쳤네.”

김필도는 머리를 긁적였다.

의식적으로 혼돈의 기운을 배재했는데, 완전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디자이너!”

김필도는 알마니를 불렀다.

“이거 인간이 사용해도 돼요?”

아공간을 열고 크레디온을 집어넣던 알마니가 물었다.

“마족의 피로 인식해 작동되기 때문에 타 종족은 착용할 수 없대.”

“그럼 그림의 떡이잖아요.”

“연구를 해 보면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우선은 챙겨놔.”

“알았어요.”

알마니는 크레디온을 전부 집어넣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된 건가?”

김필도는 올가 드보르칸을 돌아보았다.

“전쟁이 일어났어요.”

목숨을 구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듯 올가 드보르칸은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전쟁?”

김필도는 깜짝 놀랐다.

“저도 술 한 잔만 주실래요?”

올가 드보르칸은 리시아를 보았다.

“그렇게 하죠.”

리시아는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 올가 드보르칸에게 건넸다. 올가 드보르칸은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독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올가 드보르칸은 얼굴을 찡그렸다.

“고마워요.”

리시아에게 인사를 한 그녀는 김필도를 보았다. 그러고는 물었다.

“전쟁이 일어난 걸 모르세요?”

“전혀.”

김필도는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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