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 김필도-141화 (141/225)

# 141

이동 마법진이나 통신실은 마나가 계속 활성화가 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장소보다는 마나 활동이 훨씬 강하다. 액티브 마나 마법을 펼쳐 찾아낼 장소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인비지빌러티(Invisibility)!”

이어 올가 드보르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인 인비지빌러티 마법을 펼쳐 그녀와 아버지의 몸을 숨겼다. 두 사람은 허공 속에 몸을 숨긴 채 이동 마법진과 통신실을 찾아 나섰다.

통신실은 30분 만에 찾아냈다. 그 안에 있는 통신 마법구들을 전부 부수고 이번에는 이동 마법진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이동 마법진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얼마나 남았느냐?”

드보르칸 후작은 딸을 보며 물었다.

이동 마법진은 용병들이 불을 지르기 시작하는 새벽 2시 전까지는 찾아 없애야 했다.

“1시간 남았어요.”

“젠장!”

이러다가 이동 마법진을 찾지 못하고 마는 게 아는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차라리 이콰라 그자를 찾는 게 낫지 않아요?”

“공작 정도 되는 사람의 방에는 8클래스 마법사까지 감지해낼 수 있는 알람 마법이 설치돼 있어. 우리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알람 마법을 해제하지 못해. 경보가 울리게 되면 그잔 곧바로 이동 마법진에 올라 도망치고 말 거야.”

사실 7클래스 유저인 마법사는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검사와 맞먹을 정도로 강하다. 그런 그가 이콰라 공작을 직접 없애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공작의 방에 설치돼 있는 알람 마법 때문이다.

알람 마법이 발동되면 경보가 울리고 이콰라 공작은 그의 침실에 마련된 이동 마법진에 올라 도망치고 만다.

하지만 침실 깊숙한 곳에 있는 그 이동 마법진은 본 마법진이 아니다. 즉 그 마법진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성을 빠져나갈 수가 없다.

성을 완전하게 빠져나가려면 침실에 있는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서 1차로 움직인 다음 본 마법진을 이용하여 성을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드보르칸 후작이 찾고 있는 건 바로 그 마법진이었다.

“찾았다!”

드보르칸 후작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가까운 곳에서 강한 마나의 움직임이 감지된 것이었다. 그 정도로 강한 마나의 흐름은 이동 마법진밖에 없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지하 깊숙한 곳에 발을 들였다.

“여우같은 놈!”

이동 마법진은 창고처럼 허름한 공간 안쪽, 문 안에 만들어져 있었다.

“찾았습니다, 대공 전하.”

드보르칸 후작은 통신 마법구를 통해 김필도에게 연락을 했다.

“파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오?”

“가능합니다.”

“그럼 그렇게 해주시오. 그리고 그곳도 표시해두고.”

“알겠습니다, 입구를 찾지 못하도록 해 놓겠습니다.”

드보르칸 후작은 문에는 언락(Unlock) 마법을 펼치고, 주위에는 환영 마법을 펼쳤다.

“끝났습니다, 대공 전하.”

“수고했소, 후작. 이쪽으로 오시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드보르칸 후작은 이콰라 성을 나와 김필도가 서 있는 성벽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이콰라 성 성벽 위에 내려섰다.

성벽 위에는 김필도, 리시아, 알마니, 베른, 쿠다, 아베다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주위에는 기사 십여 명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전투기갑을 착용하려고 한 듯 손은 전부 가슴에 댄 채였다.

“수고했소, 후작.”

김필도는 드보르칸 후작을 보며 말했다.

“수고는 대공 전하께서 하고 계시죠. 이제…….”

“성문을 열어야지.”

김필도는 왼편을 향해 손짓을 했다.

“감아라!”

나직한 외침이 흘러나오고 네 명의 기사가 성문을 들어 올리는 장치를 감았다. 어른 팔뚝 두께의 두꺼운 쇠사슬이 감기고 천천히 성문이 들어 올려졌지만 아무런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소리를 죽이는 침묵 마법이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대기하라!”

김필도는 낮게 소리치고는 통신 마법구를 주시했다.

“접니다, 대공 전하!”

바로 그때 통신 마법구 표면에 마법사가 나타났다.

“보고하라!”

“남문은 조치 끝났습니다.”

마법사가 말한 조치란 언락 마법을 말한다.

이콰라 성 안에 있는 자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이곳 북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통제를 해버린 것이었다.

“접니다, 대공 전하!”

“동문은 조치 끝났습니다.”

“접니다, 대공 전하!”

“보고하라!”

“서문은 끝났습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나가지 못합니다.”

“수고했다. 지금 당장 경비 기사들 숙소로 이동하라!”

“알겠습니다, 대공 전하!”

김필도는 세 마법사에게 차례로 명령을 내렸다. 그러고는 아래쪽의 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전투기갑을 착용하라!”

김필도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들은 일제히 전투기갑을 착용했다.

이콰라 성을 장악하기 위해 동원된 전력은 기갑 기사 1백 명, 마법사 1백 명, 그리고 라쿤들이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대공 전하!”

“마법사들은 올라와라!”

김필도의 명령이 떨어지자 1백여 명의 마법사가 성벽 위로 올라왔다.

김필도는 곧바로 오른손을 심장에 대고 헤를리온을 소환했다. 검은 기체가 그의 온몸을 감싸고 곧 헤를리온을 걸친 모습이 됐다. 그는 아공간을 열어 헬칸을 꺼내 들었다.

“불길이 오르고 있습니다, 대공 전하!”

외각을 주시하고 있던 마법사 한 명이 말했다.

“접니다, 대공 전하.”

그때 김필도 귓전으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용병단 단장 코라트였다.

“보고해.”

“벨라의 모든 성문은 장악이 끝났습니다.”

“계속 수고해.”

“전하도 수고하십시오.”

“시작합시다, 후작.”

코라트와의 통신을 끊은 김필도는 드보르칸 후작을 보았다.

“알겠습니다.”

드보르칸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딸 올가 드보르칸과 함께 플라이 마법을 펼쳤다. 그러자 주위에 늘어서 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마법사 부녀를 비롯한 1백 명의 마법사들은 빠르게 왼편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경비 기사들이 머물고 있는 성에서 불길이 피어올랐다.

“진입하라!”

김필도는 아래쪽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진입하라!”

우렁찬 외침과 함께 기갑 기사들이 성문 안쪽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라쿤은 진입하라!”

쿠다는 성벽 아래로 몸을 날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쿠다와 아베다를 비롯한 1백 명의 라쿤은 가공할 속도로 쏘아져 갔다.

“달걀들도 들어가 볼까요?”

김필도는 리시아를 바라보았다.

“달걀?”

“다들 우리를 달걀로 생각하잖아요.”

“그러니까 이콰라 공작가는 바위고, 우린 달걀이란 말이죠?”

“아주 적절한 비유 아닌가요?”

“풋!”

리시아는 빙긋 웃었다.

“제 말이 틀려요?”

“맞아요. 아주 적절한 비유예요.”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게 있어요.”

“뭘 말이죠?”

“달걀이 바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거죠.”

“그럼 우린 쇠 달걀인가요?”

“쇠가 아니라 오르하르콘 달걀이죠. 쇠보다 훨씬 단단한 달걀 말이에요.”

휙!

김필도는 성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9미터를 날아 바닥에 내려선 그는 경비 기사들의 성을 향해 쏘아져 갔다.

제7장 택배 도착지는?

삐익! 삐익! 삐익!

이콰라 성에 걸려 있던 세 번째 경계 장치가 깨어나고 날카로운 소리가 잠자던 이콰라 성을 깨웠다.

두 번째로 이콰라 성을 깨운 건 다름 아닌 시뻘건 불길이었다.

“불이야!”

“불이다!”

“불이 났다!”

경비 기사들이 잠들어 있는 성에서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언락!”

“언락!”

성 곳곳에서 창문을 열지 못하도록 하는 언락 마법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에 불을 질렀던 마법사들이었다.

“라쿤은 나를 따라라!”

경비 기사의 성에 당도한 김필도는 곧바로 정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를 이어 라쿤들이 쏘아져 갔다.

“웬놈이냐?”

불 때문에 뛰쳐나왔던 기사 한 명이 김필도를 보며 소리쳤다.

“차앗!”

김필도의 신형은 공간을 가르고 헬칸은 경비 기사의 목을 갈랐다.

“크악!”

달걀로 바위 치기의 서막을 알리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명도 남기지 마라!”

“조온!”

라쿤들은 우렁차게 소리치며 각 기사의 방을 박차고 들어갔다.

콰앙!

김필도 또한 다르지 않았다. 방문을 걷어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웬 놈…… 크악!”

스악!

“아악!”

헬칸이 연속으로 다섯 번의 검은 궤적을 남기고, 기갑 기사 다섯 명의 머리가 떨어졌다.

“적이다!”

“불이다!”

“기사들은 전투기갑을 착용하라!”

“적이다!”

“불이다!”

사방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전투기갑을 걸친 기사들이 각 방에서 쏘아져 나왔다. 그들은 노르탄 가문의 핵심인 기갑 기사들이었다.

“흐름의 광풍 쿠라 라콰!”

물과 바람의 마법 속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김필도의 신형이 기갑 기사들을 향해 쏘아져 갔다.

“적이다…….”

슈캉!

“아아악!”

헬칸은 더 강하고 더 빨라져 있었다.

전투기갑을 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머리를 잘라냈다. 잘려 나간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머리가 잘려 나가자 투구 형태를 이루고 있던 전투기갑이 바로 해제되면서 본래 얼굴이 드러났다.

기사의 얼굴은 공포로 인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슈캉!

카앙!

“크악!”

“으악!”

“아악!”

헬칸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처절한 비명이 줄을 이었다. 김필도를 향해 쏘아져 가던 기사들은 주춤주춤 물러났다.

카앙! 차앙! 카앙!

안으로 침입해 들어온 자는 김필도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 들어왔던 라쿤들은 허공을 누비고 다니며 기갑 기사들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그들이 기갑 기사를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기갑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김필도처럼 일 검에 잘라내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검에 모은 힘을 집중하고 찌르기를 시도하면 기갑 정도는 어렵지 않게 뚫고 들어간다. 그들이 계속해서 찌르기만 시도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비록 베기 기술을 펼치지 못하는 반쪽의 검술에 불과하지만 허공에 몸을 숨기는 완벽한 은신술은 약점을 보완하고도 남았다.

“컥!”

“크억!”

“큭!”

라쿤에게 당한 기갑 기사 수십 명이 불길 속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탈출하라! 성을 탈출해 본관 앞으로 모여라!”

경비 기사의 수장인 도하 백작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갑 기사들은 탈출을 시도했다.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부수고 나가라!”

와장창! 콰앙! 과아앙!

기갑 기사들은 창문을 뚫고 튀어 나갔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탈출로가 아니라 드보르칸 기사단과 마법단의 공격이었다.

거대한 불덩어리들이 유성처럼 쏟아지고, 기갑 기사들이 검과 하나가 돼 쏘아져 왔다.

“크악!”

“으악!”

“아악!”

성 외각 곳곳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창문을 뚫고 탈출을 시도했던 기갑 기사들이 내지른 비명이었다.

“누구냐?”

도하 백작은 앞에 선 자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지금 상황이 아직 믿어지지가 않았다.

단 한 번도 이곳이 공격당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발탄 제국 3대 공작가의 한 곳인 이콰라 공작가 아닌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발탄 제국 영주들 중 이곳을 공격할 자는 없다.

다만 전쟁을 시작했던 하다르만 백작이나 이코스트 백작이 가능성이 있기는 한데, 그들에게는 발탄 제국 후작에 임명하고 볼삭 영지의 주인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적힌 황제의 칙서를 가진 사자가 가 있다. 설령 황제의 제안을 거절한다고 해도 아직은 공격해 올 때가 아니었다.

“달걀이야.”

도하 백작 앞에 서 있는 자는 김필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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