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 김필도-186화 (186/225)

# 186

제5장 마족 부하가 생기다

스아악! 스아악!

섀도 기능을 활성화시키자 데무들의 모습이 허공으로 녹아들어 갔다. 그 상태에서 데무들은 천족과 마족 진영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슈아악!

선두에 선 데무 두 명은 뒤돌아 서 있는 천족과 마족의 등에 검을 찔러 넣었다.

카앙! 푸욱!

카앙! 푸욱!

두 자루의 검은 천족과 마족의 전투기갑을 뚫고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아아악!”

“으아악!”

천족과 마족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적이다!”

“적이 공격해 온다!”

다른 천막 앞에서 경계를 서던 자들이 일제히 고함을 내질렀다.

스아악!

휘익!

차앙!

“크악!”

또 다른 천족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첫 번째 검은 공격을 방어해 내긴 했지만 두 번째 공격을 허용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경계를 하고 있었던 터라 심장은 보호할 수 있었다.

“놈들은 어둠 속에 숨어 있다. 빛의 마법을 펼쳐라!”

천족 진영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오고, 경계를 서던 천족들의 검에서 광채가 흘러나와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그러자 죽음의 상단 데무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어 천막에서 자고 있던 천족과 마족들이 속속 튀어나왔다.

“천족을 먼저 공격하라!”

헬파이는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차앗!”

“타앗!”

데무들은 일제히 천족 진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섀도 기능은 여전히 활성화된 상태라 천족의 검에서 흘러나온 빛이 미치지 못한 장소에서는 그들의 신형이 사라지곤 했다.

차앙! 창창창! 창창!

“크악!”

“아악!”

“으악!”

처절한 비명이 천족 진영에서 터져 나왔다.

“뭐야?”

잠에서 깬 김필도는 알마니를 향해 물었다.

“크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신의 정원 정원사들?”

김필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풀어두었던 설향과 단도를 찼다. 두 자루의 도를 차는 위치는 늘 그랬듯 엉덩이 쪽이었다.

“그런 것 같아요.”

“나가 보자.”

김필도는 천막을 나섰다.

차앙! 창창! 창창창!

“아악!”

“으악!”

천막의 남쪽 부분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죽음의 상단 데무들은 선두에서 막혀 전진하지 못했다. 데무들을 전진하지 못하게 막는 자들은 마족들이었다. 비록 데무들이 강하긴 하지만 상대는 감옥에서 1천 년 이상 검술을 연마한 특급 전사들.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마족의 대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데무들의 몸은 이등분 돼 지면으로 떨어졌다.

“으음!”

상황을 지켜보던 체로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데무들이 마족과 천족의 선두를 뚫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더 밀어붙여라!”

체로키는 고함을 내질렀다.

“이카렌!”

밖으로 나온 김필도는 이카렌을 불렀다.

“응!”

선두로 달려가려던 이카렌은 김필도 곁으로 뛰어왔다.

“둥글게 장벽을 세울 수 있겠어?”

“무슨 장벽?”

“저놈들이 전부가 아냐.”

김필도는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데무들을 가리켰다.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자들은 나도 감지했어.”

“아마 놈들의 작전은 안쪽과 바깥쪽에서 동시에 공격하는 것일 거야.”

“그래서 못 들어오게 막는 거잖아.”

“크아악!”

천족 한 명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되면 피해가 너무 많을 뿐 아니라 놈들이 도망치면 잡을 방법이 없어.”

“장벽을 세워서 끌어들이자는 거야?”

“어둠의 마법을 펼치면 적은 수로도 장벽을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아?”

“그렇다고 해도 칠십 명 이상은 동원해야 해.”

“장벽 외부에 있는 자들은 방어만 하면 되지 않을까?”

“알았어. 언니, 이쪽으로 와 보세요.”

고개를 끄덕인 이카렌은 록을 향해 달려갔다.

곧이어 하라미가 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여자들이라 빨리 친해지네?”

김필도는 피식 웃었다. 마족인 이카렌이 천족인 하라미를 보며 언니라고 부르는 모습이 조금 생경했다.

“여자들이라서가 아니라 마스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옆에 있던 알마니가 말했다.

“내가 왜?”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공통분모가 존재하면 금세 친해지곤 하거든요.”

“그 공통분모가 나라고?”

“제가 보기엔 그런 것 같아요.”

“하라미는 몰라도 이카렌은 아냐, 인마.”

“하라미 저분과는 깊은 관계까지 간 거예요?”

알마니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깊은 관계까진 아니고 많이 친해진 건 맞아.”

하라미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비밀을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긴 키가 두 배나 큰데,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는 게 좀 그렇긴 하네.”

“두 배까진 아냐, 디자이너. 난 185센티미터고 하라미는 3미터밖에 안 된다고.”

“그게 그거죠. 아무튼 마스터 덕분에 천족과 마족들의 옷을 만드는 최초의 인간 디자이너가 될 것 같네요.”

알마니는 빙긋 웃었다.

그때 이카렌이 돌아왔다.

“어때?”

“그렇게 하기로 했어.”

그녀가 말을 하는 순간 마족들은 둥글게 원을 그리며 늘어섰다. 그리고 어둠의 마법을 펼쳐 장막을 형성했다.

그사이 김필도는 헤를리온을 소환했다.

“열어라!”

나직한 외침이 록의 입에서 터져 나오자 데무를 방어하던 이들이 좌우로 물러났다. 그들의 모습은 밀고 들어오는 데무의 힘을 견디지 못해 밀려난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웠다.

“뚫었다!”

“놈들을 뚫었다!”

“밀고 들어가라!”

헬파이는 고함을 내질렀다. 굳이 명령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데무들은 열린 통로를 통해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2백50여 명이 들어간 건 순식간이었다.

데무들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열렸던 통로가 닫혔다.

“헉!”

“억!”

“헛!”

안으로 들어간 데무들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갑자기 강력한 역장이 형성되며 온몸을 옥죄여 온 것이었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 함정?”

헬파이는 얼결에 중얼거렸다.

“맞아. 너희를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야.”

나직한 목소리가 왼편에서 들려왔다.

헬파이는 고개를 돌렸다. 특이한 전투기갑을 걸친 자가 곡선으로 휘어진 특이한 검을 들고 이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냐?”

헬파이는 소리쳤다.

“너희가 찾아 헤매고 있는 사람.”

“대공이란 말이냐?”

“맞아.”

김필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른손을 쭉 펴고는 고스트 킹을 소환했다.

파라온의 팔찌에서 나온 고스트 킹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익숙한 기운이군.

“몸은 어때?”

-최상이다.

“오늘은 200명쯤 될 것 같아.

-기분 좋은 말이다, 권능의 주인.

고스트 킹은 검을 들어 올렸다.

“빌어먹을!”

헬파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가주인 체로키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뒤편엔 검은 장벽이 가로막고 있을 뿐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었다.

잔뜩 일그러진 헬파이와 달리 체로키는 흡족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가 구상한 작전은 지금 눈앞의 상황이었다.

안쪽에서는 데무들이 공격하고 외각에서는 700명의 다르가 공격을 하면 제아무리 천족과 마족이라고 해도 무너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디어 데무들이 안으로 파고들어 간 것이었다. 그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다르는 공격하라!”

체로키는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와아!”

“우와아!”

천족과 마족을 포위하고 있던 다르들은 일제히 몸을 날렸다.

“방어 위주로 대항하라!”

“대열을 이탈하지 마라!”

“공격하라! 덩치만 클 뿐 아무것도 아니다, 공격하라!”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는 천족과 마족의 모습에 체로키는 잔뜩 고무돼 고함을 내질렀다.

“크악!”

“아악!”

“크아아악!”

때마침 안쪽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체로키는 그 비명을 지른 자들이 마족이나 또는 천족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아니 누구의 비명이라도 상관없었다.

외부에서 공격하는 다르가 천족과 마족의 비명이라고 생각하면 될 뿐이었다.

“천족과 마족의 비명이다. 우리는 승리한다!”

체로키는 고래고래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잔뜩 사기가 오른 다르들은 죽음을 불사하고 몸을 날렸다.

“아악!”

“으악!”

“악!”

또다시 안에서 비명이 새 나왔다. 하지만 거칠게 공격하고 있는 다르들은 그 비명의 주인이 데무들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말도 안 돼!”

헬파이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그는 눈앞의 광경을 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데무들을 공격하는 자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한 명은 최상급 마족이고 다른 한 명은 대공이다.

그런데 최상급 다르인 데무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섀도 기능을 극대화하여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상급 마족과 대공은 허수아비 베듯 데무들의 목 또는 몸통을 잘라내고 있다.

“크아악!”

“아아악!”

“으아악!”

처절한 비명이 연이어 들려오고 데무들이 철퍼덕철퍼덕 쓰러진다.

“이럴 수는…….”

헬파이는 고개를 거칠게 흔들었다.

“자네들 잘못이네.”

문득 귓전으로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헬파이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척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새 뒤를 내주고 만 것이다.

“누, 누구냐?”

“세다크라고 하고 불의 정령왕의 수신호위였던 적도 있었던 다란이네.”

“다, 다란?”

푸욱!

헬파이의 말이 끝나는 순간 시뻘겋게 달궈진 검이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커억!”

푸스스!

비명과 동시에 헬파이의 심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지금은 자네가 말한 그 대공을 주공으로 모시고 있다네.”

다란은 헬파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털썩!

헬파이의 신형이 풀썩 쓰러졌다.

“크악!”

“아악!”

“으악!”

“쯧! 강해도 너무 강하구먼.”

다란은 혀를 찼다. 안으로 들어온 자들이 250명 정도 되는 것 같았는데 살아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직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단둘이서 그들 전부를 없애버린 것이었다.

“통로를 열어!”

김필도는 소리쳤다.

“통로를 열어라!”

사방에서 복창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족과 천족들이 길을 텄다.

“뚫렸다!”

“길이 열렸다!”

외각에서 공격하던 다르들은 통로가 열리자마자 물밀듯이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순식간에 들어간 인원이 400명가량이었다.

“닫아!”

김필도와 고스트 킹은 검과 하나가 돼 다르들을 향해 쇄도해 들어가며 소리쳤다.

“닫아라!”

“닫아!”

이카렌과 하라미는 마족 언어로 소리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열렸던 통로가 닫히고 학살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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