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 김필도-194화 (194/225)

# 194

“좋다, 제군들.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나와 제군들은 함께 휴도니아 대륙으로 간다!”

“감사합니다, 가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사들은 조금 전 그랬던 것처럼 연속해서 세 번 외쳤다.

“지금 남항에는 20척의 선박이 대기 중이다. 각 선박 당 50명씩 승선한다.”

“알겠습니다, 가주님!”

고개를 숙인 대원들은 일제히 남항으로 이야크를 몰아갔다. 선착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이야크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던 선박에 올랐다. 50명을 태운 선박은 바다로 나가고 다른 선박이 접안하는 식으로 해서 대원들을 태웠다. 맨 마지막에 오른 자는 홀딘이었다.

“알리악입니다, 총리대신.”

홀딘이 오르자 선장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가는 길은 아는가?”

“휴도니아 대륙까지는 가보지 못했지만 문 대륙엔 두 번 가봤습니다.”

“골동품이라도 주워서 한 밑천 잡을 생각이었던가?”

“그것도 있고. 또 어떻게 생긴 곳인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문 대륙은 어떻던가?”

“몬스터 때문에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도망쳐 왔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이라 고기는 많았을 것 같은데, 차라리 그물을 던지지 그랬는가?”

“던져 봤습죠.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어?”

“네.”

“내가 바다를 잘 몰라서 그런데 그럴 수도 있는 건가?”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수천 년 동안 어부의 출입이 통제된 곳이라면 물 반, 고기 반이라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그 후로도 많은 어부들이 그물을 던졌는데 빈 그물만 올렸다고 합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게…….”

선장은 말끝을 흐렸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말해 보게.”

“보통 그런 경우 어부들은 바다 속에 엄청난 몬스터가 있다고 합니다.”

“남해 전역에 물고기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습니다.”

“그 정도 되려면 드래곤이 뿜어내는 드래곤 피어보다 더 강해야 한다는 건데,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몬스터가 있다는 말은 아입니다.”

“그런가.”

홀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갑판으로 향했다.

“선장실 위쪽을 개조해서 지휘소를 만들었습니다, 가주님.”

뒤따르던 메이션이 선장실 위를 가리켰다.

“그건 잘했네.”

홀딘은 빙그레 웃으며 선장실 위로 올라갔다. 지휘소에는 각 선박과 연락을 할 수 있도록 커다란 북이 걸려 있었다.

“신호는 보낼 수 있는 건가?”

홀딘은 메이션을 보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보내게.”

“알겠습니다.”

메이션은 북 옆으로 가더니 북채를 들고 힘차게 쳤다.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각 전함은 정렬하라!”

“전함은 정렬하라!”

각 선박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오고 19척의 선박은 홀딘이 탄 선박 20미터 앞에 일렬로 정렬했다. 세 차례씩 세 번의 북소리는 정렬하라는 명령이었던 것이다.

“선박의 구분은 어떻게 하나?”

“1호부터 20호로 정했습니다. 1호와 2호에는 1조가 타고 있고, 2호와 3호에는 2조가 타는 식입니다.”

“내가 탄 배는…….”

“1홉니다.”

“잘했네.”

홀딘은 지휘소 가장자리로 가 섰다.

그러고는 마나를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제군들!”

마나를 잔뜩 머금은 홀딘의 목소리가 전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스마디온 전사단 전사들은 말없이 홀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우린 드디어 배를 탔다! 앞으로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하겠다. 앞으로 우리가 겪는 모든 고난의 선두에는 내가 있을 것이다!”

“우와!”

“와!”

“우와!”

둥둥둥둥! 둥둥둥둥! 둥둥둥둥!

이스마디온 전사단 전사들이 내지르는 함성과 북소리가 바다를 가득 채웠다.

“출발한다!”

홀딘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1조는 출발하라!”

홀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헤케르는 노잡이들이 있는 하갑판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노를 저어라!”

쿵! 쿵! 쿵! 쿵!

츄악! 츄악! 츄악!

고수의 북소리에 맞춰 노가 물살을 밀어내기 시작하자 전함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2조는 출발하라!”

1조 대원을 태운 선박 두 척이 앞서 나가자 곧바로 2조 대원 1백 명을 태운 선박 두 척이 물살을 갈랐다.

그리고 나머지 선박들도 일제히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홀딘이 이끄는 이스마디온 전사단이 천계를 떠나는 소식은 곧바로 수도의 베칼에게 전해졌다.

“홀딘과 이스마디온 기사단이 전부 떠났단 말이지?”

베칼은 확인하듯 물었다.

“그렇습니다, 국방대신.”

“알았다.”

베칼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얼마 후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천계 최악의 감옥이라고 불리는 블랙 아일랜드 지하였다.

“너는 모를 거다, 홀딘. 우리 에바르본 가문이 ‘어둠의 비밀’의 수장(首長) 가였다는 사실을.”

베칼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맺혔다.

천계의 어둠. 그것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었다.

-천계의 어딘가에 검은 로브를 걸치고 ‘사신의 낫’을 든 자들이 잠들어 있는데 그들은 고대 ‘율법의 집행자’들의 후예다. ‘율법의 집행자’들의 주인이 되는 자, 천계의 최강이 될 것이다.

약간은 허무맹랑한 듯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신을 낫을 무기로 사용하며, 블랙 로브 전사단이라고 부르는 율법의 집행자들은 분명 존재했다. 문 대륙에서 생활할 때만 해도 율법의 집행자들은 어둠 속에서 천왕을 보필했다.

하지만 문 대륙을 떠나면서 천왕을 보필하는 임무는 끝났고, 대신 감옥을 지키는 파수꾼이 됐다.

최고의 위치에서 최악의 위치로 떨어졌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천왕이 다시 불러줄 거라는 생각에 실력을 갈고닦으며 기다렸다.

하지만 1천 년이 지나고, 2천 년이 지나고, 억겁의 세월이 지나도 천왕은 율법의 집행자를 불러주지 않았다. 결국 율법의 집행자들은 한을 짓씹으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수장 가문인 에바르본 가문의 가주가 국방대신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베칼은 전면으로 다가가 움푹 파인 벽면에 손바닥을 댔다.

그르릉!

거대한 석문이 열리고, 천장에 마법등이 걸려 있는 좁은 공간이 나타났다.

“어서 오십시오, 가주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검은색의 로브를 걸친 자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블랙 로브 전사단의 단장인 헬드레이크였다. 헬드레이크가 입고 있는 로브의 중앙에는 사신의 낫이 수놓아져 있었다.

“전부 모였느냐?”

“인내의 광장에 모여 있습니다.”

“안내해라!”

“따라오십시오.”

헬드레이크는 베칼을 안내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고, 지하 통로를 지나가기를 몇 차례. 둘 앞에 거대한 광장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헬드레이크와 같은 로브를 걸친 자들이 자신들의 키보다 더 큰 사신의 낫을 들고 정렬해 있었다. 사신의 낫은 접혀 있는 상태였다.

“3천 명이라고 했더냐?”

“그렇습니다, 가주님.”

“오늘 홀딘이 휴도니아 대륙으로 떠났다.”

“성공하셨군요.”

“하지만 놈을 없애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가주님.”

“물론이다, 헬드레이크. 동항에 전함 60척을 준비해 주었다. 그 배를 타고 휴도니아 대륙으로 가라.”

“그곳엔 누가 있습니까?”

“세이아칸이 먼저 가 있으니까 지시를 받으면 될 게다. 그리고 세이아칸을 만나면 15만의 병력을 추가로 파견할 거니까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가주님!”

“지금 당장 떠나라.”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헬드레이크는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잠시 블랙 아일랜드의 비밀 문이 열리고 검은색 로브를 걸친 자들 3천 명이 길을 나섰다.

제8장 깨어나는 자들

홀딘이 이스마디온 전사단을 데리고 출병했다는 소식은 천계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던 마계로 바로 전해졌다. 그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자는 추가 병력의 파견 기회만 엿보고 있던 프리메우스였다.

프리메우스는 곧바로 원로 평의회를 소집했다.

“휴도니아 대륙과 천계의 상황을 알려드리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소이다.”

잠시 일행을 둘러보던 프리메우스는 입을 열었다.

“먼저 전할 소식은 우리가 가장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우려하던 일이란 무얼 말하는 겁니까?”

제3원로인 파라크가 물었다.

“헤를리온의 주인인 루시안 아이작 프리우스가 발탄 제국 황제의 보호 하에 놓이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그를 체포하거나 없애기 위해 제10군단을 파견한 거 아니었소?”

이번에 질문을 한 사람은 쿤할이었다.

“제10군단은 발탄 제국군과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소. 그래서 직접 움직이지 못하고 4백 명의 별동대를 보냈는데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오.”

“인간에게 당했단 말이오?”

“그곳엔 천족과 인간이 다 있었다고 하였소.”

“이제 어떻게 할 참이오?”

“원래는 발탄 제국 황제와 협상을 시도할 생각이었소.”

“협상이라고요?”

쿤할은 피식 웃었다.

협상이라니. 휴도니아 대륙을 점령하여 식민지로 만들려는 프리메우스의 생각을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천연덕스럽게 협상이란다.

프리메우스의 성정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정말처럼 둘러대는 저 능력은 부러울 지경이었다.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쟁이 아니라 협상이잖소.”

“하지만 협상을 하지 못할 사정이 생겼겠지요.”

“그럴 어떻게 아셨소?”

프리메우스는 놀란 시늉을 하며 물었다.

“그게 아니라면 협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겠지요.”

“그건 아니오, 쿤할. 이스마디온 신좌가 휴도니아 대륙으로 향하지 않았다면 나는 협상을 했을 거요.”

“그게 무슨 소린가?”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질문을 한 이는 마왕이었다. 프리메우스는 마왕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천계의 총리대신인 이스마디온이 그의 전사단을 이끌고 휴도니아 대륙으로 향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마왕. 그리고 지금 천계의 남항에는 병력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지도 휴도니아 대륙인가?”

“그렇습니다.”

“규모는 어느 정돈가?”

“총 15만 명인데 우선은 5만 명이 먼저 출발할 모양입니다.”

“천왕은 전면전을 할 생각인가 보군.”

“자칫 잘못하면 휴도니아 대륙은 물론이고 그들이 지닌 헤를리온마저도 천계에 빼앗기게 됩니다, 폐하.”

“그래서 우리도 병력을 파견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 상황을 방치하면 휴도니아 대륙은 천계의 식민지가 될 테고, 우린 고립됩니다. 그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병력을 파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폐하.”

“2원로 생각은 어떻소?”

마왕은 쿤할을 보았다.

“이스마디온이 휴도니아 대륙으로 건너갔다면 우리 또한 준비를 해야 할 걸로 봅니다.”

쿤할 또한 파병을 주장하는 프리메우스의 의견을 반박할 수가 없었다. 홀딘이 가지 않았다면 이의를 제기해 보기라도 하겠지만, 이건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총리대신이 움직였다는 건 천왕의 뜻이 휴도니아 대륙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홀딘이 휴도니아 대륙으로 향한 이유가 그의 딸 하라미 때문이란 사실을 알 리 없는 마족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전함을 건조하는 것 같던데 진척 상황은 어떤가?”

마왕은 프리메우스를 보며 물었다.

“대형 전함 1천 척이 완성됐습니다.”

“휴도니아 대륙에는 2원로가 가 주어야겠네.”

마왕은 쿤할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은 2원로가 맡고, 1원로와 3원로, 4원로는 병력을 최대한 지원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1원로는 추가로 15만의 병력을 준비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회의를 마치도록 합시다.”

마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행은 일제히 일어나 회의실에서 나가는 마왕을 배웅했다.

-쿤할, 오늘 밤 은밀하게 ‘술 취하는 방’으로 오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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