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 김필도-220화 (220/225)

# 220

쿠웅! 쿠웅! 쿠웅! 쿠웅!

투두둑!

우뚝 멈춰 서 있던 블랙 로브 전사단 대원들이 쓰러지더니 얼음조각으로 부서졌다.

“맙소사!”

빛의 검술 최고 경지인 만광을 펼친 것만 해도 엄청나거늘 얼음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바로 눈앞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믿어지지가 않는다.

놀란 건 라팔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스마디온 전사단 대원들도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척!

그제야 하라미는 바닥으로 내려섰다.

“와아!”

“우와아!”

이스마디온 전사단 대원들은 검과 방패를 번쩍 들어 올리며 함성을 내질렀다. 절반의 대원을 잃은 슬픔을 한꺼번에 날려 버리는 통쾌한 일검이었다.

“아빠!”

홀딘을 발견한 하라미는 뒤편으로 달려왔다.

“아이고, 살아 있었구나, 이 녀석아.”

홀딘은 양팔을 활짝 벌렸다.

휙!

하라미는 그대로 홀딘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죄송해요, 아빠.”

“네가 죄송할 게 뭐 있어? 세이아칸 그놈이 나쁜 놈이지. 그보다 어떻게 된 게냐?”

“우선 라팔 아저씨와 전사 아저씨들에게 인사부터 하고요.”

“그래라.”

콰앙! 콰앙!

“으아악!”

“아아악!”

느닷없이 일행이 있는 곳 북쪽에서 무기 부딪치는 소리와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또 누구야.”

김필도는 곧바로 바닥을 차며 몸을 날렸다.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 곳은 알리토 일행이 있는 곳이었다.

“함께 가요.”

김필도가 내달리자 이카렌이 몸을 날렸다.

“같이 갑시다, 마스터!”

이어 라이자칸이 이카렌을 쫓아 몸을 날렸다.

“혼자만 가면 어떡합니까, 가주님!”

그리고 록과 히발 그리고 마족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1천여 명이 일시에 빠져나가자 공터에는 홀딘과 이스마디온 전사단 그리고 하라미를 따르는 천족만 남았다.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

하라미를 안고 있던 홀딘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뭐가요?”

“라이자칸은 마스터라고 불렀고, 마족 친구들은 가주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내가 잘못 들은 게냐?”

“아니에요, 제대로 들은 거예요.”

“누구냐?”

“루시안 아이작 프리우스오테르 대공이에요.”

“그러니까 나랑 함께 나온 그 인간 녀석을 라이자칸은 마스터라고 부르고, 마족 친구들은 가주님이라고 부른단 말이냐?”

“라이자칸은 프리우스오테르 가문의 총집사니까 전부 가신들이에요.”

“마족들 전부가 그 인간 녀석의 부하들이라고?”

“여기에 있는 저들도요.”

하라미는 옆에 서 있는 천족을 가리켰다.

“저, 저들도 가신들이라고?”

홀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아빠. 일단 가요.”

하라미는 몸을 날렸다.

“하, 하라미.”

홀딘은 다급하게 하라미를 불렀다.

하지만 하라미는 이미 그의 시야에서 모습을 감춘 후였다.

“책임자가 누구냐?”

홀딘은 대천신군 대원들을 보며 물었다.

“접니다.”

크레디안이 앞으로 나왔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저희는 이곳에 뼈를 묻었을 겁니다.”

“그 인간 녀석이 너희 목숨을 구해 주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아무리 목숨을 구해 주었다고 해도 인간의 부하가 된단 말이냐?”

“그, 그게…… 하라미 님께서…….”

“하라미가 어쨌단 말이냐?”

“주, 주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 주무셔?”

“네.”

“그러니까 내 딸 하라미가, 그 인간 녀석하고 잤다고?”

“잔 게 아니고 주무신…….”

“이런 싸가지 없는 자식이!”

파앗!

홀딘의 신형이 가공할 속도로 쏘아져 갔다.

“야! 이 나쁜 자식아! 하라미가 내게 어떤 딸인지 알기나 하느냐? 금이야 옥이야…….”

그는 바락바락 고함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잠시 후 그는 마족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당도했다.

그곳에는 김필도와 고스트 킹, 오디안, 알리토 그리고 시아나가 마족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칼베리언을 비롯한 블러드 데빌단이었다.

슉! 슉슉! 슉슉! 슉!

“아악!”

“크악!”

“으아악!”

검은 원반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마족들이 목을 틀어쥔 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서 있는 것도 잠시 블러드 데빌단 대원들이 머리가 떨어져 나가며 풀썩풀썩 쓰러졌다.

“차앗!”

김필도의 신형이 불쑥 떠오르고 되돌아오는 다크 아이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연속해서 세 번의 발길질이 끝나자 다크 아이는 다시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목을 그러쥔 블러드 데빌단 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잘려 나간 통나무처럼 무너졌다.

“나머진 우리에게 맡기십시오, 가주님.”

“수고해요.”

김필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스트 킹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야압!”

콰앙! 콰앙! 콰앙!

그때 칼베리언은 고스트 킹을 향해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고스트 킹은 너무 쉽게 칼베리언의 검을 막아 냈다.

휙!

김필도가 다가오자 고스트 킹은 뒤편으로 물러났다.

“교대하자.”

-알았다, 권능의 주인!

고스트 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났다.

김필도는 가만히 서 있는 칼베리언을 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히데우스 님의 후계자고, 헬칸의 주인이며 오테르 가문의 현 가주야.”

“하찮은 인간을 후계자로 삼다니 오테르 가문도 다 됐구나.”

“딱 한 번만 공격할게, 칼베리언. 그 공격을 받아 내거나, 살아남는다면 살려 줄게.”

김필도는 헬칸을 든 오른손을 수평으로 폈다.

“건방진 놈! 나는 마계 최강 전사 칼베리언이다!”

“그건 옛날 옛적 호랑이 방귀 뀌던 시절 이야기고, 인마. 지금은 내가 최강이야.”

김필도는 칼베리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죽여 주겠다, 벌레.”

칼베리언 역시 김필도를 향해 나아갔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새꺄!”

파앗!

천천히 나아가던 김필도의 신형이 한순간에 빛으로 변했다.

슈캉!

그리고 칼베리언의 허리에서 새하얀 광채가 폭발했다.

척!

10여 미터를 더 나아가던 김필도는 그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아공간을 열고 헬칸을 던져 넣었다.

그는 이카렌 일행이 서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네가 최강이라고 생각해?”

칼베리언 곁을 지나가며 물었다.

하지만 칼베리언은 대답이 없었다.

“저승 가면 내가 보내서 왔다고 히데우스 그분에게 확실하게 말해. 알았지?”

김필도는 칼베리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툭!

그러자 똑바로 서 있던 칼베리언의 상체가 휙 넘어갔다.

“헉!”

“억!”

“저럴 수가?”

숨죽인 채 칼베리언을 바라보던 마족과 천족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마계 최강 검사인 칼베리언이 단 일합 만에 죽임을 당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김필도는 걸음을 옮기면서 헤를리온을 해제했다. 그리고 마족들을 헤치고 하라미와 함께 서 있는 홀딘 앞으로 갔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전 루시안 아이작 프리우스오테릅니다.”

김필도는 홀딘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잤다고?”

홀딘은 김필도를 쏘아보았다.

“네?”

김필도는 의아한 얼굴로 홀딘을 바라보았다.

퍼억!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홀딘의 주먹이 그대로 김필도의 턱에 꽂혔다.

“커억!”

김필도의 신형이 둥실 떠올랐다.

“내 허락도 없이 내 딸하고 잤다며, 자식아!”

홀딘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제8장 최후의 결전 그 시작

50척에 달하는 대형 선박이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선박이 항해하여 가는 곳은 얼마 전 차원의 벽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북해, 즉 문 대륙과 휴도니아 대륙 사이의 바다였다. 선박의 선두에는 여덟 개의 머리를 가진 다두 드래곤 깃발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깃발이 걸린 돛대 바로 아래쪽, 선장실 지붕의 지휘소에서는 검은 피부의 사내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홀리바인 가문의 총집사인 크라반이었다.

“접니다, 드반드쉬!”

크라반이 앉아 있는 옆 테이블 위에 놓은 통신 마법구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사내 얼굴이 나타났다.

“서로군벌과 북로군벌이 출병을 했습니다.”

“병력은 어느 정도냐?”

크라반이 물었다.

“전에 있던 병력에 마족과 천족이 각각 15만 명씩 늘어났습니다.”

“최후의 격전지는 어디가 될 것 같으냐?”

“프라넬 대평원 중앙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았다. 그리고 신의 정원이라는 우습지도 않은 조직을 만들어 신처럼 군림해 온 아반이란 놈은 어떻게 됐느냐?”

“크라반 님을 드반드쉬로 인정하기를 거부했습니다.”

“놈은 어디 있느냐?”

“신의 정원의 모든 전력을 이끌고 프라넬 대평원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럼 그놈도 그곳에서 해결하면 되겠구나. 알았다. 대기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드반드쉬.”

통신 마법구에서 사내의 얼굴이 사라졌다.

크라반은 통신 마법구를 쥐고 마나를 주입했다. 잠시 후 통신 마법구 표면에 천계 인물인 헤라반이 나타났다. 그 또한 배를 타고 가는 중인 듯 얼굴 뒤편으로 바다가 나타나 있었다.

“어떠냐?”

크라반은 물었다.

“잠시 후면 정적의 지역에 도착합니다.”

“쿨반은?”

쿨반은 문 대륙과 마계 사이의 바다로 나간 부하의 이름이었다.

“쿨반 역시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좋다. 도착하는 즉시 시작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드반드쉬!”

통신 마법구에서 헤라반의 얼굴이 사라졌다.

크라반은 고개를 돌렸다. 그가 이끌던 선단 또한 목표 지역에 도착한 듯 커다랗게 원을 그리고 있었다. 원의 지름은 거의 2백 미터에 달했다.

“도착했습니다, 드반드쉬!”

아래쪽에서 부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림 의식을 시작하라!”

“시작하라!”

둥둥! 둥둥! 둥둥! 둥둥! 둥둥!

시작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다섯 척의 전함에서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소리는 점점 커지고, 배들로 둘러싸인 공간의 대기가 검붉은 색으로 변해 갔다. 놀랍게도 그 기운은 혼돈의 마나였다.

“생혈을 준비하라!”

“생혈을 준비하라!”

“생혈을 준비하라!”

원을 그리고 있던 각 선박에서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마족 수백 명이 드반 족에게 끌려 나와 선박의 측면 갑판에 엎드렸다. 그들의 머리는 갚판 가장자리에서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상태였다.

제압을 당한 듯 마족들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마족들 옆에는 기다란 검을 든 자들이 한 명씩 서 있었다. 그들은 검을 들어 올린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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