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3화 (3/80)

제3장. 또 다른 전직

범려는 눈에 보이는 녀석들을 먼저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가장 가까이 있는 녀석들을 선택했다.

"일단 저 두 녀석을 같이 죽이자."

범려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붉은색의 오크와 녹색의 오크를 보더니 바로 화살을 날렸다. 그러자 주저 없이 녀석들의 머리통에 화살이 꽂히고, 바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제 두 명 처리."

두 녀석을 한꺼번에 처리했지만 카운트는 넘어가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었다.

"어라? 왜 숫자 변화가 없지."

분명 두 녀석을 한꺼번에 잡았는데 숫자의 변화가 없었다.

"다른 조건이 있는 건가."

범려가 잠시 생각에 잠길 틈도 없이 그를 향해 공격하는 녀석들이 주변에 우수수 깔려 있었다.

"제길, 이곳은 무슨 몬스터가 이리도 많아. 쉬는 시간이라도 줘야 할 것 아니야!"

눈에 보이는 녀석은 둘. 종족은 인간 해적과 엘프 해적!

"왜 엘프가 해적 마크를 달고 나한테 달려드는 거냐!"

쉬이익! 쉬이익!

엘프는 반사 신경이 좋은지 범려의 화살을 피했지만, 인간은 피하지 못하고 가슴에 화살을 맞고는 풀썩 쓰러졌다.

"살아남을 거다!"

엘프 해적은 검을 횡으로 그어버리면서 범려를 베려고 했지만, 그는 몸을 숙이면서 화살을 들고 엘프의 발등을 찍어버렸다.

"크윽!"

이어 다른 화살을 꺼내 그 엘프의 목 깊숙이 화살을 찔러 넣었다. 범려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엘프를 처절하게 쓰러트렸다.

"헉헉!"

게임에서는 몬스터와 유저의 레벨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이상 한 방에 죽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한 방에 죽었다. 범려는 지금 하는 퀘스트가 이상하다 여기고 스탯창을 열었다.

"스탯창!"

이름:범려 레벨:-- 성향:-- 직업:--

생명력:-- 마나:--

힘:-- 민첩성:-- 지능:-- 정신력:-- 체력:--

공격력:-- 방어력:- 마법 공격력:-- 마법 방어력:-

스탯 포인트:-

모든 능력치가 없어져 버렸다. 체력 게이지도 보이지 않고 마나 게이지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은 현실하고 거의 비슷하다는 거냐."

모든 게 현실과 똑같이 반영되고 있다는 소리다. 몬스터의 레벨이 있어도 지금처럼 다 스탯이 없을 테니 1레벨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고,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다.

씨익!

썩소를 지으면서 범려는 더욱더 자신감이 생겼다. 현실에서도 활과 화살만 있다면 산속에 있는 호랑이도 안 무섭다.

"그럼 죽여야 할 사냥감들만 가득하구나. 후후후."

범려에게 지금 순간은 스트레스를 풀기에 아주 적당한 조건이었다.

범려는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화살을 날리기 시작하자 주변이 빠른 속도로 정리되어갔다.

한결같이 머리에 화살이 꽂히는데 멀쩡히 살아 있을 녀석들은 아무도 없었다. 간혹 투구를 쓰고 있는 녀석도 있었지만 목구멍에다 화살을 날리면 그만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으하하하!"

너무 쉬웠다. 적아 구분 없이 서로 뒤엉켜 싸우기 때문에 조금만 조심한다면 녀석들 죽이는 거야 순식간이고, 그에게 달려들던 녀석들이야 범려의 활 실력에 허수아비처럼 몸에 화살을 맞고 생을 마감해버렸다.

번쩍!

퀘스트를 완료하자 자동적으로 다시 아르테미스가 있는 공간으로 오게 되었다.

"천사님!"

"범려 님, 수고하셨어요. 이제 스트레스가 풀리셨으니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물론이죠!"

범려는 이런 기회를 준 아르테미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곳을 관장하고 있지만 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하나 있어요. 그곳에 있는 영혼들은 다들 지옥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불쌍한 자들이랍니다. 그들을 구원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범려가 아르테미스의 부탁에 응하자 퀘스트가 하나 발동했다.

-영혼의 구원

영혼의 세계를 관장하는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하나 있다.

그들은 세상에 미련을 가지고 있어서 천국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악행을 저지르지 않아 지옥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불쌍한 영혼들이다. 그들에게 세상에 대한 미련을 해결해주어라.

난이도:C

완료 조건:영혼의 구원 0/1000

발동 조건:아르테미스의 부탁을 받은 자 영혼 상태

보상:??

"보상이 물음표네."

범려는 보상이 물음표인 퀘스트는 처음이었다. 뭐, 지금까지 퀘스트를 진행하는 중에 경험치를 얻는 것이 없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자신이 만족하는데 남이 뭐라 할 것은 없었다.

"상실의 땅으로 보내드릴게요."

범려는 다시 한 번 아르테미스의 힘에 의해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이상한 공간에 도착하게 되었다.

"흑흑, 난 그녀에게 버림받았어."

"내 아내를 돌려줘……."

"이 원수를 갚아야 돼."

뭔가 원한이 가득한 곳에 도착한 듯 약간 오싹하게 느껴졌다.

"뭐지, 이 우울한 분위기는."

분명 아르테미스가 있던 공간과 별 차이는 없었지만 한(恨) 많은 영혼들이 각자의 한을 되씹고 또 되씹으면서 마치 악귀가 되려는 영혼처럼 보였다.

"아저씨, 우리 엄마 어디 있어?"

아이의 영혼이 범려에게 다가오더니 엄마가 없다면서

'우리 엄마 어디 있어?'

하며 물어왔다.

범려는 이런 아이가 가엽게 느껴져 아이의 엄마를 찾는 데 도와주려고 말을 걸었다.

"엄마?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데. 그걸 알려 주면 내가 엄마를 찾아줄게."

"엄마가 엄마지. 우리 엄마 어디 있어? 우리 엄마 어디 있어?"

아이는 막상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엄마만을 찾고 있었다. 영혼 상태인 아이라지만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엄마! 엄마!"

아이는 엄마를 부르면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범려는 아이를 잡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정확히 이곳이 어떻게 된 곳인지 궁금했다.

"어디 있소, 내 사랑. 날 버리지 마오. 내 사랑 어디 있소!"

이번에는 사랑 타령을 하면서 헤매는 영혼이 있었다.

"누굴 찾나요? 어떻게 생겼나요?"

"내 사랑을 찾고 있소. 제발 내 사랑을 찾아주시오. 나의 사랑……."

이 영혼도 똑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맹목적으로 찾을 뿐, 그 대상이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다.

"이 사람도 방금 전 꼬마랑 다를 게 없어."

가장 중요한 대상이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찾기만 할 뿐인 영혼들이었다.

"이러니 지옥에서도 안 받아주지."

최소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인지해야 하지만 이 영혼들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딱히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만 한을 품고 있어 하늘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저 아래인 지옥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옛 말을 빌리자면,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다.

"대충 이들의 원하는 목적을 이루어주면 된다는 건가."

혼자서 조용히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갑자기 범려의 눈앞에 소리를 지르며 한 영혼이 나타났다.

"네놈이냐! 네놈이 내 아비를 죽인 원수인 거냐!"

"이제는 별놈이 다 나타나네."

원수를 찾으면서 소리를 지르는 녀석은 범려를 붙잡고 다짜고짜 외치면서 부친의 원수냐며 다그쳤다.

"아닌데요."

"그러냐. 그럼 누가 내 부친을 죽인 원수냐? 너냐! 네놈이 내 부친을 죽인 원수인 거냐!"

"단순한 녀석."

아니라는 말만 듣고는 자신의 부친을 죽인 원수를 찾고 있는 것이다.

"아, 이거 참.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 거야."

하나같이 각기 다른 이유로 인해 미련을 남긴 영혼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골머리가 아파왔다.

"흑흑흑."

한참을 고민하다가 바로 옆에 있던 여자가 하염없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영혼과 다르게 무엇을 찾아야겠다는 목적이 없이 울고만 있는 영혼이었다.

"곡(哭)소리 한번 죽여주네."

얼마나 곡소리가 처량하던지 범려는 왜 우는지 물어는 봐야 관심을 끊든지 할 것 같았다.

"아주머니, 왜 울고 계시는 겁니까?"

"제 아이를 잃어버렸어요. 아이를 찾아주세요. 아이를 찾아주세요. 흑흑흑."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말에 참으로 딱한 사정을 가진 영혼으로 보였다. 동시에 범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꼬마 어디 갔어!"

아까 있던 꼬마가 어디 갔는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모든 영혼들의 색깔이 회색으로 치장되어 누가 누구인지 전혀 분간이 안 된다.

"이런 퀘스트였어!"

퀘스트의 방식은 굉장히 단순한 그림 맞추기 게임이었다. 문제는 이 영혼들의 숫자가 기가 막히기 많다는 것이다.

"꼬마를 찾아야 돼. 꼬마를!"

범려는 이때부터 발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그 엄마를 찾는 꼬마를 말이다.

"네놈이냐!"

"내 사랑, 내 사랑."

주변에서 별의별 놈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지만 범려는 오직 하나, 꼬마를 찾기 위해 수많은 영혼들의 틈 사이를 비집으면서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엄마!"

"저쪽이다."

큰 소리로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쏜살같이 움직였다.

"엄마!"

"잡았다."

"아저씨, 우리 엄마 어디 있는지 알아?"

"알아. 그러니 날 따라와."

또다시 곡소리가 기가 막히게 들려오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그곳에는 울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아주머니, 아이를 찾았어요?"

"우리 남편 찾아주세요."

"아……."

여기가 아니었다. 같은 곡소리가 났지만 이 아줌마는 남편을 찾아달라는 소리를 했다.

"이곳이 아니다. 다른 곳이다."

아이의 손을 붙잡고 다시 곡소리가 나는 곳으로 움직였다. 동시에 남편을 찾는 아줌마의 위치도 대략적으로 기억했다.

"아줌마! 여기 아이를 찾았어요."

"내가 죽인 게 아니에요."

"어이쿠,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봤네요."

"흑흑흑, 내가 죽이지 않았어!"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우는 소리 하나만큼은 다 똑같았다. 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다. 그것도 여자들이.

"제길, 이것도 쉽지 않네."

"흑흑흑, 내 아이……."

그때 바로 뒤에서 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범려는 웃으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여기 아이를 찾았어요!"

"아가야!"

"엄마!"

모자가 상봉을 하자 하늘에서 빛이 내려왔다. 모자는 그 찬란한 빛을 받으며 회색이 아닌 총천연색으로 바뀌더니 하늘로 올라갔다.

-영혼의 구원 2/1000.

"이제 둘 처리!"

퀘스트의 숫자를 보면 대충 1천이라는 숫자지만, 두 사람씩 짝을 짓는다면 총 횟수는 500회. 빌어먹을 정도로 많은 숫자다.

"다음!"

범려는 방법을 알았으니 서서히 퀘스트에 박차를 가했다.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무슨 사연인지 확인을 하면서 찾아가기 시작했다.

"네놈은 내 부모를 죽인 원수!"

"넌, 그 전에 내 아비를 죽였어!"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지만, 지금은 외나무다리가 아니라 범려가 원수들을 손 붙잡고 만나게 해줬다.

원수들은 서로 주먹질을 하며 미친 듯이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땅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와 둘이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놈들은 지옥으로 가네. 하긴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으니 둘이 싸우면 지옥으로 끌려가는 거 맞네."

범려는 둘이 끌려가는 것을 잠깐 보고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서로 짝이 맞는 영혼들끼리 조건을 맞추며 퀘스트를 진행했다.

-영혼의 구원 500/1000

-영혼의 구원 502/1000

-영혼의 구원 504/1000

……

……

-영혼의 구원 998/1000

-영혼의 구원 1000/1000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끝났다!"

퀘스트가 완료되자 그의 주변에는 아무런 영혼도 없이 범려 혼자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퀘스트 완료 보상 받으러 가자."

범려의 몸이 번쩍 빛이 나더니 다시 아르테미스가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범려 님. 그곳에 영혼들을 모두 다 돌려보내주셔서. 이건 감사의 표시예요. 받아주세요."

아르테미스가 범려에게 건넨 것은 실과 바늘이었다. 범려는 그 아이템을 받자 바로 확인을 했다.

"아이템 확인!"

-운명의 실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고 있는 실.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해주기도 하며 생판 모르는 남녀 관계를 단숨에 연인 사이로 뒤바꿀 수 있는 실

-인연의 바늘

실이 있으면 바늘도 있는 법. 운명의 실을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인연의 바늘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으며 남녀 관계를 급진전시키기 위해서 이 바늘로 상대를 살짝 찔러라. 그렇게 되면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이거 어디다 쓰는 거지?"

실과 바늘을 받았지만 어디에 활용하는지는 몰랐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디 재봉을 하는 데 쓰이는 물건 같지만, 아이템의 내용을 보면 인연을 연결시켜 주는 물건이라고 나와 있었다.

범려가 실과 바늘을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르테미스가 당부의 말을 일러줬다.

"그걸 잘 간직하세요."

아르테미스가 잘 간직하라는 말에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부활의 천사. 이 영혼의 세계를 관장하는 천사가 이상한 소리를 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는 그걸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12시간이 됐습니다. 자동 부활을 하게 됩니다.

"어!"

겨우 2개의 퀘스트를 하고 아르테미스와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을 제외하면 시간이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12시간이 지나 자동적으로 부활을 하게 되었다.

"안녕히 가세요, 범려 님."

아르테미스가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했지만, 범려는 인사를 받아줄 시간도 없이 빠른 속도로 몸이 사라져 다시 초보 마을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 아쉽다."

범려는 아르테미스의 미소에 제대로 화답도 못하고 그곳을 나와야 했다.

"다시 죽을 수도 없고."

범려는 다시 죽는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서 이후에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때 감사의 표시를 하기로 했다.

"그럼 다시 레벨 업을 해볼까."

활을 잠깐 점검하고 별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 범려는 다시 사냥터로 나갔다. 혹시 그 공구장이라는 녀석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몰라 사냥터를 배회하면서 주변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녀석은 이곳에 먹을 게 없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좋아, 녀석이 없어. 지금 그놈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피해야 하지만 나중 만난다면 내가 그놈을 철저하게 뭉개주마."

범려는 눈에 독기가 서리더니 공구장이라는 녀석을 차단 등록시켜 놓았다. 녀석을 죽이는 데 단 한마디도 듣지 않고 이유를 불문하겠다는 것이다.

사냥은 파티원들 없이 혼자서 시작되었다. 여럿이서 하면 좋지만, 빠른 레벨 업을 위해서는 조금 위험하고 힘들지만 많은 몬스터를 잡아야 했다.

"광렙을 하는 거다! 하암, 근데 왜 이렇게 졸리지."

입으로는 광렙을 외쳤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피곤한지 졸음이 막 쏟아지기 시작했다. 잠시도 쉬지 않고 게임을 한 탓에 몸이 먼저 지친 것이었다.

"광랩은 나중에 하고 일단 잠이나 자야지. 로그아웃."

졸린 목소리로 로그아웃을 하고는 캡슐에서 나오지 않고 그냥 캡슐을 열어둔 채로 잠에 들었다. 어차피 방에 침대가 없기 때문에 침대를 대신해서 쓰는 거다.

드르렁, 드르렁.

오랜 시간을 게임에 집중해서 하다 보니 코까지 골며 그는 곧 잠에 깊이 빠져 들었다.

희성이 다시 눈을 뜬 시각은 오전 10시였다.

"이런! 출근 늦겠다!"

그렇게 일어났지만 5초도 안 돼서 다시 누웠다.

"회사 부도났지."

희성은 사회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다시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아 눈을 뜨고 말았다.

"아, 다시 자려니까 잠이 안 와."

억지로 다시 잠을 잔다고 해도 몸만 피곤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지개를 펴고는 간단한 아침 식사와 함께 몸에 활력을 되찾았다.

"후, 이제 뭐 하지."

잠시 게임을 할까 고민을 하던 중에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면서 문자 메시지가 하나 왔다.

<안녕하세요, 범려 님. 『판게아 월드』가 주체하는 이벤트에서 3개월 무료 쿠폰에 당첨되셨습니다. 쿠폰은 게임에 접속하시면 자동적으로 인벤토리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아싸!"

이벤트 당첨 문자를 받고는 3개월이나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소리에 큰 소리로 외쳤다.

"후후, 당장 게임에 접속을 해보실까!"

무료로 3개월을 할 수 있다는 기쁨에 희성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캡슐에 들어가 즉각 접속을 했다.

"으하하하! 드디어 3개월간 공짜로 하는구나!"

범려는 미친놈처럼 웃었고, 주변에 많은 유저들이 정신 나간 놈 아니냐고 손가락질을 했지만 그런 취급을 당하면서도 화가 나지 않았다.

"쿠폰, 쿠폰을 봐야지."

쿠폰 설명에는 이걸 소지한 상태로 마을 경비병에게 가서 이야기하면 된다고 나와 있었다.

범려는 곧장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에게 찾아가 쿠폰을 보여 주었고, 병사는 아주 반가운 표정으로 쿠폰을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3개월 동안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뜨자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래, 이 게임 3개월 동안 잘 써주마."

시작은 단순 며칠만 하는 걸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 기간이 3개월로 연장된 것이다.

"그럼 이제 사냥을 해볼까나."

다시 기쁜 마음으로 사냥을 하려는 찰나 눈앞에 이상한 공간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난히도 어여쁜 손이 하나 툭 튀어나오더니 범려의 멱살을 잡아 안으로 끌어당겼다.

"헉!"

"다시 보게 되네요, 범려 님."

공간의 문 안에서 튀어나온 손의 정체는 바로 아르테미스였다. 그녀가 왜 멀쩡하게 살아 있는 자신을 영혼의 세계로 불러들였는지는 몰랐다.

"……."

"아! 그러고 보니 이곳에 데려온 이유를 말씀드려야죠."

아르테미스는 범려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를 설명했다.

"다름이 아니라, 저를 도와주세요. 이곳에 마계의 병사들이 영혼의 세계의 영혼들을 빼앗아서 자신들의 힘을 키우는 원천으로 쓰기 위해 쳐들어왔어요. 제발 그들을 물리쳐 주세요."

-아르테미스의 부탁

언제나 평화롭고 고요한 영혼의 세계에 마계의 악마들이 쳐들어왔다. 그들은 이곳의 영혼들을 빼앗아가기 위해 날뛰고 있으니 아르테미스를 도와 녀석들을 물리쳐라.

난이도:D

발동 조건:운명의 실&인연의 바늘을 소지한 자

완료 조건:마계의 악마 모두 처치

보상:숨겨진 직업으로 직업 변경

"……."

범려는 고민했다. 이 퀘스트는 보나마나 자신의 레벨로는 절대로 해낼 수 없는 조건이다. 겨우 10레벨이 된 상황에서 마계의 악마들이라면 『판게아 월드』 최고의 랭커들이 달라붙어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인 대상들이다.

"범려 님,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제발 도와주세요."

아르테미스는 슬픈 눈망울로 범려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망울에서 눈물이 떨어질 듯 말 듯한 표정을 보자 차마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숨겨진 직업이라는 퀘스트 보상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네…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제 힘을 조금 나누어드릴게요."

퀘스트를 수락하자 범려의 몸이 순간 빛으로 휩싸였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퀘스트로 인해 일시적으로 레벨 500이 되었습니다.

아르테미스가 힘을 조금 나누어준다는 말에 뭐, 조금 능력치가 상승될 거라 생각은 했지만 500이라는 소리에 눈이 커질 대로 커졌다.

-퀘스트 아이템 '소울 크리스털'을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아이템 '영혼의 주머니'를 획득하셨습니다.

"스탯… 창."

범려는 떨리는 음성으로 스탯을 확인했다.

이름:범려 레벨:500 성향:무(無) 직업:궁수

생명력:34,000 마나:10,000

힘:400 민첩성:1,000 지능:500 정신력:200 체력:500

공격력:40,000 방어력:10,000 마법 공격력:20,000 마법 방어력:10,000

스탯 포인트:0

아주 깔끔한 스탯을 보고는 할 말이 없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죽을 일도 없는 레벨이자 능력이다. 퀘스트 때문이기는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범려 님, 이제 가요."

"네?"

번쩍!

스탯을 확인하고 있는데 아르테미스가 다짜고짜 범려의 손을 잡더니 바로 악마들이 쳐들어온 공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들은 제 부하들예요."

"해골들이오?"

"아주 착한 영혼들이에요. 일부러 저를 지켜 주겠다면서 스스로 해골의 몸으로 들어갔어요."

아르테미스의 말대로 해골들은 신기하게도 신성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들 스스로 천사의 수호자 역할을 평생 하겠다고 맹세를 한 모양이다.

"저 해골들을 지휘해 악마들을 퇴치해주세요."

"네? 지휘라뇨. 저들하고 같이 싸우는 게 아니에요? 전 지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저는 해골 병사들을 지휘할 줄 몰라요. 저들이 원해서 스스로 병사가 되었지만, 저는 영혼을 다룰 줄만 알지 부릴 줄은 몰라요. 범려 님, 제발 병사들을 지휘해주세요. 해골들에게 지시를 내리면 범려 님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거예요."

-아르테미스에게 해골 병사들의 지휘권을 넘겨받았습니다. 해골 병사들을 지휘할 수 있게 됩니다.

아르테미스는 자신은 연약한 여자라면서 모든 걸 범려에게 떠넘겼다. 그렇지 않아도 해골들은 무식하게 앞으로 돌진만 하면서 악마들을 저지하고 있었고, 악마들은 무식하게 달려오는 녀석들을 몇 번 때리더니 해골들을 멀리 날려 버렸다.

"아이템 확인!"

범려는 퀘스트를 위해 받은 아이템을 확인했다.

-소울 크리스털

원하는 무기로 변형이 가능합니다. 그게 어떠한 형태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단, 퀘스트가 끝나면 자동적으로 소멸합니다.

-영혼의 주머니

악마들의 영혼을 담기 위한 주머니입니다. 악마들은 죽으면 자신의 영혼들이 이곳에 남게 됩니다. 그들의 영혼을 이 안에 집어넣으시면 됩니다. 퀘스트가 끝나면 아르테미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뭐, 대충 알겠다."

범려는 소울 크리스털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크리스털이 번쩍임과 동시에 활로 모습을 바꿔버렸다.

"어라? 줄이 없잖아."

활대는 있는데 줄이 없자 옆에 있던 아르테미스가 말했다.

"줄 없어도 그냥 당기시면 돼요."

아르테미스의 말대로 활을 당기는 시늉을 하자 바로 활줄이 생기면서 그 위에 빛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한 개 생겨났다.

"이렇게 쓰는 거구나. 만화랑 비슷하네."

활시위에 화살이 생기자 악마들을 향해 겨누고는 화살을 쐈다. 그러자 찬란한 섬광을 뿌리면서 한 악마의 가슴에 그 화살이 박혔다.

"뒤로 물러서라!"

범려가 사자 같은 목소리로 소리치자 해골들은 돌진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마치 해골들이 아르테미스의 부탁을 받은 범려를 알아보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범려 님, 잘 부탁드려요. 전 여기서 응원할게요."

"…네."

응원한다는 소리에 할 말이 없었다. 천사가 돼서 악마와 싸울 생각보다 뒤에서 응원하면서 소리치는데 범려는 퀘스트가 아니라, 축구 경기를 하러 나온 선수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병과(兵科)가 뭐 뭐 있죠?"

"궁수, 방패병, 창병, 기병이 있어요."

범려의 물음에 재빠르게 대답하는 아르테미스였다.

"있을 건 다 있네. 방패병! 앞으로!"

악마들이 해골들을 깨부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범려는 놀라지 않고 방패병들을 앞으로 내밀면서 진형을 정비해나갔다.

"창병은 방패병 뒤로 대기! 궁병은 창병 뒤에 대기! 기병들은 좌우로 나뉘어 대기해라!"

범려의 외침에 해골 병사들이 혼잡 속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진형을 빠르게 구축해갔다.

"범려 님! 이겨라! 이겨라! V. I. C. T. O. R. Y!"

어느새 그녀의 두 손에는 치어걸들이 응원할 때 흔드는 빤짝이 수술을 들고서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해골들과 악마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응원하는 아르테미스를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지만, 그걸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궁수 제자리에 조준! 발사!"

척! 척! 끼이익! 슈슈우욱!

범려가 자신도 같이 활을 당기면서 외치자 궁수들 전체가 한 몸이 된 것처럼 그를 따라 동시에 화살을 날렸다.

"방패병! 전진!"

방패병들이 앞으로 걸어 나가자 그 뒤를 이어 창병들이 따라가고, 궁수들이 조금씩 전진을 하면서 지원 사격을 가했다.

"기병 돌격!"

우르르르!

뼈로 만들어진 말들이 자신들의 말발굽 소리에 미친 듯이 날뛰면서 악마들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은, 과연 천사 아르테미스에게 반해 스스로 영혼을 해골에 의탁한 존재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괴기스러웠다.

'얼떨결에 이것들을 지휘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잖아.'

범려는 지금 해골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 하나만으로도 재미있어 죽을 지경이었다. 레벨도 500 정도 되니 붙어서 싸워도 별로 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검의 형태로!"

범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울 크리스털을 검 형태로 바꾸고 악마들을 향해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푸악!

"컥!"

한순간에 옆에 있던 악마가 칼을 한번 휘두르고 살짝 스쳤는데 체력이 반 이상이 날아가 버렸다.

"이런……."

방어구가 없는 이유도 있지만 악마들이 너무너무 강했다.

"해골들은 레벨이 몇이야?"

해골들은 악마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다시 일어나 공격을 했다. 한 녀석이 대충 7대 정도 맞으면 부서졌으니, 체력으로만 따지면 지금 자신에 비해 서너 배는 된다고 봐야 한다.

"괜히 500레벨로 만들어준 게 아니었어! 젠장! 궁수 조준!"

범려의 말에 맞춰 다시 해골 궁수들이 시위를 당기면서 화살을 날리자 악마 몇몇이 화살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며 죽어나갔다.

"겨우 몇 놈만 누웠어! 제길!"

해골들이 없어지는 숫자는 악마들이 없어지는 숫자보다 더 많이 죽어가고 있었다.

"어머나, 안 되겠네……."

아르테미스는 지금 숫자로는 악마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순백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러자 그 뒤로 거대한 공간의 문이 열리며 해골 병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헉!"

"제 친위대는 안 쓰려고 했는데."

친위대라는 말에 범려는 할 말이 없었다. 이런 게 있었으면 진작 모습을 보여 줬어야 할 것을, 왜 다른 해골 병사들이 막 죽어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들이닥치는지 그게 궁금했다.

"파이팅! 이겨라!"

아르테미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응원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범려는 추가로 온 지원군들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진형을 다시 짜고 있었다.

"해골 돌격!"

병사들이 맹렬하게 돌격하자 거대한 뼈의 파도가 악마들을 덮치면서 대난전이 되었다.

"악마들을 모두 쓸어버리자!"

챙! 챙!

해골 병사들은 각자 차고 있던 무기를 빼들며 악마들에게 대여섯씩 엉겨 붙어서 싸웠다.

"죽어라!"

범려는 눈앞에 보이는 악마들에게 공격을 안 당하려고 바짝 긴장하면서 검을 쥐었다.

"저놈을 먼저 잡아라!"

악마 하나가 해골들 수 마리에 둘러싸여 싸우고 있었고, 그 악마는 범려에게 등을 내보이고 있었다. 범려는 이때다 생각하고 등 뒤에서 검을 찔러 넣었다. 단번에 치명타가 터졌는지 메시지 하나가 뜨면서 악마 하나가 죽었다.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습니다.

"등 뒤만 찌르면 치명타가 터지는군."

솔직히 활이라면 자신 있지만 검은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 악마들은 워낙 강해서 한 대, 그것도 스쳐서 맞았는데 생명력이 반이나 훌쩍 날아가 버렸다.

악마가 범려를 정확히 한 방만 때린다면 그대로 죽는다.

"조금 비열하지만 등 뒤에서 공격할 수밖에……."

범려는 눈에 보이는 악마들 뒤로 돌아가서 녀석들을 검으로 찌르고, 또 찌르며 죽을 때까지 계속 찔렀다.

"어머, 우리 편! 잘 싸운다!!"

아르테미스는 여전히 저 뒤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고 싸움은 점점 해골들의 승리로 점쳐졌다. 워낙 쪽수로 밀어붙였으니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악마들을 다 쓸어버려!"

"쿠에에-!"

범려의 외침이 사기를 고양시켰는지 해골들에게선 목소리 대신 영혼의 공명음이 들려왔다. 약간 소름 끼치는 소리지만 해골들의 공격 속도가 상승돼서 더 빠르게 무기를 휘둘렀다.

"인간 놈!"

뒤에서 범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해골들에게 공격을 당하면서도 달려오는 악마가 하나 눈에 보였다.

"인간 녀석! 죽어라!"

"크윽!"

캉!

검으로 녀석의 공격을 막았는데도 워낙 힘이 강하다 보니 무릎을 꿇어야 했다. 다행히 한 번의 공격 이후 해골들이 그놈에게 무더기로 달려들더니 넘어트리고 말았다.

"순간 죽는 줄 알았네."

악마가 넘어지자 범려는 거침없이 녀석의 가슴팍 위에 검을 계속 찌르면서 난도질을 했고 해골들도 마찬가지로 난도질을 했다.

"크윽! 쿨럭!"

난도질을 당하다가 체력이 빠졌는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악마의 몸이 사라지더니 이상한 붉은 구슬만이 남게 되었다.

"이 구슬은 뭐지?"

범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혼의 주머니를 가져다대니 그 안으로 붉은 구슬이 빨려 들어갔다.

"이거구나."

영혼의 주머니 속에서는 빨아들인 악마의 영혼이 담겨져 있었다.

악마들은 아르테미스의 병사들, 즉 해골 병사들로 인해 그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더니 전멸해버렸고, 그 자리에 붉은 구슬만 남긴 채 모두 다 사라져 버렸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범려 님,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천사님 부탁인데 거절을 하면 안 되죠. 그리고 여기 영혼의 주머니."

아르테미스는 영혼의 주머니를 건네받자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풍성한 가슴이 있는 곳으로 가져갔다. 그와 동시에 약간 붉은빛을 띠던 영혼의 알들이 아르테미스의 품 안에서 서서히 푸른빛으로 바뀌었다.

"범려 님 덕분에 악마의 영혼들을 정화할 수 있었어요."

-직업이 변경됩니다. 궁수에서 해골 제작자로 변경되며 레벨은 1레벨로 초기화됩니다.

-궁수 직업과 스킬이 모두 사라집니다.

-해골 제작자로 전직되었습니다.

-액티브 스킬 '해골 제작'이 생성되었습니다.

-액티브 스킬 '영혼 소환'이 생성되었습니다.

-액티브 스킬 '뼛조각 찾기'가 생성되었습니다.

-패시브 스킬 '속박'이 생성되었습니다.

순식간에 몇 개의 메시지창이 떴다.

범려는 자신의 직업이 순식간에 바뀐 것과 스킬이 사라지고 생겨난 것에 주목했다. 어차피 궁수 스킬은 의미가 없었고 레벨이야 겨우 10레벨밖에 안 됐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

"뭐, 공격이야 활로 대충 때우면 되고, 스킬이나 볼까. 스킬창!"

범려의 입이 떨어지자 바로 스킬창이 눈에 확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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