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나의 경험치 도둑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해골 병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를 보자 범려는 흐뭇하게 웃었다. 해골 병사들은 아직 레벨이 낮아서 경험치를 받고 나더니 2레벨 업을 했고 범려는 1레벨 업을 했다.
"아, 리더는 잡았는데 나온 아이템이 이런 쓰레기 검이라니."
"검?"
범려는 검이라는 소리에 약간 귀가 솔깃했다.
"무슨 검인데 그러세요?"
"장검인데요. 제가 들고 있는 검보다 성능이 떨어지네요. 그리고 무기가 도(刀) 계열이에요. 전 대검을 드는데. 범려 님이 이거 가지실래요?"
제키는 선뜻 무기를 내밀면서 보여 주었다. 크기가 그리 큰 무기는 아니었다.
"제가 받아도 될지."
"아니에요, 범려 님이 받으세요. 범려 님이 고블린들 붙잡고 시간 끌어주지 못했으면 리더는 잡을 수도 없었을 거예요."
헬렌이 나서서 아이템을 범려에게 줘버리자 그는 감사를 표시했다.
"고맙습니다."
-부장(部將)의 환도
옛 무장들이 사용했던 도다. 등허리에 착용하는 검으로 활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아주 적당하다.
공격력:60 내구력:50
옵션:명중률 1%
매직 아이템 정도 수준의 물건이다. 레어가 아닌 게 아쉽지만 그래도 활을 쓰는 범려로서는 아주 좋은 무기였다. 더군다나 명중률 1퍼센트 증가 옵션이다.
"이렇게 착용을 하면."
곧바로 아이템을 등허리에 착용하자 범려의 모습이 제법 그럴싸해졌다.
"이야, 무기가 범려 님한테 딱 어울리는데요."
헬렌이 칭찬을 하면서 입을 열자 범려는 약간 쑥스러워했다. 한 손에는 활을 들고 등허리에는 검을 착용하니 얼추 조선시대 무장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활을 쓸 때 몬스터가 가까이 붙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어? 설마 보조 무기 없으셨어요?"
"보조 무기?"
보조 무기는 모든 유저들이 사용하는 형태의 무기다. 활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궁수 같은 유저들은 몬스터나 이런 것들이 가까이 붙었을 경우 바로 단검을 꺼내 공격하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처음 듣는데요."
"모르셨어요?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헬렌이 보조 무기에 관해서 설명을 해주자 범려는
'아!'
탄성을 지르면서, 왜 아직도 이런 걸 모르고 있었는지 자신도 참 바보라고 생각했다.
"그럼 다음에 또 봬요."
헬렌은 파티가 끝나자 손을 흔들면서 로그아웃을 해버렸고, 다른 일행들도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홀로 남은 범려는 다시 무덤으로 걸어갔다. 또다시 해골 병사를 만들 생각인 것이다. 해골의 숫자가 많으면 전투에서 아주 편하게 작용할 것 같았다.
범려는 7일간 해골 병사를 만들 수 있는 시간만 되면 무조건 무덤으로 달려가 병사들을 만들었고, 병사들의 수는 어느새 23이라는 숫자를 차지하게 되었다.
"후후후, 이제 고블린 던전을 가보자!"
범려는 마을에는 무기를 살 때 말고는 가지 않았다. 매일같이 무덤과 고블린 던전을 오가며 해골 병사들을 이끌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상한 소문이 하나 돌기 시작했다.
어떤 네크로맨서가 해골 부대를 이끌고 돌아다닌다!
초보 마을에서는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 입을 통해 퍼진 소문이다.
범려는 지금 마을에 퍼진 소문을 잘 몰랐다. 해골들의 숫자가 늘어나다 보니 눈에 띄는 게 왠지 부담스러워서 사람들의 이목(耳目)을 피해 다니는 것이다.
"고블린 리더, 널 잡으러 왔다!"
"카악-!"
고블린 던전에 들어오면 늘 듣는 소리. 이제는 슬슬 지겨워졌다.
"돌격-!"
고블린 던전에 들어와서 점차 범려가 할 일이 없어졌다. 해골의 숫자가 15명이 넘어가면서부터 뒷짐 지고 명령만 내릴 뿐이었다.
"하암, 이 짓거리도 지겹네."
해골 병사들 숫자도 많고, 레벨도 평균 17 정도 된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해골 병사들은 장비의 탈부착이 가능했다. 즉, 해골들의 무기나 방어구를 바꿀 수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몇 놈은 리더가 떨어뜨리는 부장의 환도로 장비를 하고 있다.
"크악!"
고블린 리더는 얼마 가지도 않아서 부하들을 제대로 소환도 못해보고 사망하고 말았다.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해골들 머릿수가 늘어나니 정말 편해졌다.
"이번에는 뭘 떨어트렸나? 전과 다름없네."
별다른 아이템을 떨어트리지 않았고, 겨우 부장의 환도 하나가 추가될 뿐이었다.
"누가, 아이템이 안 좋지? 병사 관리!"
해골 병사가 20이라는 숫자가 넘어가자 '병사 관리'라는 해골 제작자만의 독특한 메뉴가 생성됐다. 이건 일괄적으로 표가 나오면서 해골들의 장비와 레벨, 그리고 체력 등의 내용을 표시해주는 메뉴였다.
"많네. 그리고 레벨도 약간 들쭉날쭉하고……."
해골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점점 그들의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
"하, 여기를 또 와야 하나. 이것들 내 경험치 50퍼센트를 뺏어가네."
숫자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되는 게 해골 제작자 자신에게 돌아오는 경험치가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50퍼센트를 가지고 자기들끼리 분배를 하게 된다.
"이 직업 과연 좋은 건가."
약간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런 저레벨 던전을 손가락 빨면서 사냥하는 캐릭터는 없다. 아무리 고레벨이라도 마법 한 번 쓰고 칼 한 번은 휘두른다.
그게 바다를 가르고 산을 부술지라도 한 번은 움직이지만, 범려는 가만히 손가락만 빨며 입으로 명령만 내리면 되었다.
"아니야.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가자. 이곳도 슬슬 한계점에 도달했으니."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너무 재미가 없어진다. 이제 다른 곳을 찾아서 사냥을 해야 할 때다.
범려는 던전을 나와 해골들을 이끌고 초보 마을로 돌아왔다. 물론 해골들은 마을 바깥에서 몰래 숨겨 둔 채로 가만히 있었다.
"아, 해골들을 어떻게 숨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점점 사람들 눈에 띄면 거슬리지 않을까 걱정이네."
해골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문제였다. 제한 숫자는 30. 현재 23이나 되는 숫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 정도 숫자면 다른 사람들 눈에 너무나도 쉽게 띈다.
한참 해골들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직업을 가르치고 기술을 배우는 길드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늘도 사람들은 스킬을 배우기 위해 몰려가는구나. 배울 스킬이 뭐 저리도 많은지."
저들을 보는 사이 범려는 자신도 한번 저기로 가야 하지 않는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레벨이 20인데 스킬은 10렙에 배운 거 그대로네. 난 누구한테 직업 스킬을 배우지?"
직업은 아르테미스에게 얻었지만 막상 스킬은 어디서 배워야 하는지 몰랐다. 초보 마을에는 일단 기본적인 기초 직업군들의 스킬만 가르친다.
"다른 마을로 가야 하는 건가."
큰 마을로 가면 각 직업이 조금 세분화되기에 그만큼 다양한 스킬들을 배우게 된다. 물론 그 해당 직종에 한해서지만 수많은 직업들을 보게 된다.
"물건을 대충 챙기고 다른 마을로 가야겠어. 혹시 내 직업 스킬을 가르쳐 주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범려는 그렇게 생각을 굳히곤 바로 마을을 떠날 채비를 했다. 하지만 해골들을 이끌고 가야 하니 약간 부담이 되었다.
"눈에 띌까 봐 걱정이네."
눈에 띄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자신의 스킬을 어디서 배워야 하는지, 혹 누가 해골 제작자의 스킬을 가르쳐 주는 건지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이 마을을 벗어나야 했다.
"로벤 마을로 가자."
다른 목적지인 로벤 마을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해골들은 인근 숲 속에 숨어서 대기하고 있다가 범려가 나타나자 다들 모습을 드러내고는 조심스럽게 그를 따라서 움직였다.
가는 길목에 몬스터가 있다면 그 몬스터는 어김없이 사냥의 표적이 되었고, 해골들의 유용한 경험치가 되었다.
"꺄악! 살려 주세요."
그때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범려는 급히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람 목소리!"
범려는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갔다. 그곳에는 한 소녀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살려 주세요!"
"어디, 괜찮아요?"
범려는 그 소녀를 보고 어디 다친 데가 없는지 물어봤지만 소녀는 어디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제발 도와주세요. 저희 아빠가 몬스터에게 끌려갔어요. 도와주세요."
범려는 그 말을 듣고는 강력한 퀘스트의 냄새를 맡았다.
"아버지가 어디 있다고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길 잃은 소녀의 부탁 1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소녀. 그녀의 아버지가 몬스터에게 납치되었다. 지금 무슨 짓을 당하는지 알 수가 없다. 몬스터들이 먹어버렸는지, 아니면 아직 살아 있는지 말이다.
난이도:D
완료 조건:소녀의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라
보상:경험치 10,000
"헛! 경험치 1만."
범려에게는 아주 좋아 보이는 퀘스트다. 그렇지 않아도 경험치 들어오는 게 시원치 않았는데 경험치 퀘스트는 아주 반가웠다.
"아, 대충 내가 5천 경험치 먹고 나머지들은……."
뒤를 돌아보니 경험치에 침을 흘리고 있는 것은 범려 혼자만이 아니었다. 해골들도 경험치에 침을 흘리고 있었다. 진짜로 침을 흘릴 만한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입은 벌리고 있었다.
"꼬마야, 혹시 그 몬스터들이 어디 있는지 아니?"
범려는 경험치 도둑들인 해골들에게 눈을 돌리고 소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손가락으로 북동쪽을 가리켰다.
"저쪽에 몬스터들의 마을이 있어요. 흑흑, 저희 아빠를 찾아주세요."
"그래, 내가 아빠를 찾아줄게."
범려는 소녀의 말대로 북동쪽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움직였고,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마을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음, 확실히 몬스터 마을이긴 한데, 저곳에 사람이 잡혀 있다는 건가."
어디를 보나 평범한 몬스터 마을로 보였다.
"무슨 마을인지 확인을 좀 해야겠어. 누구를 정찰병으로 보내 볼……."
한순간 정찰을 보낼 병사를 색출하려고 했지만 전혀 도움 안 되는 게 하나 있었다. 해골 병사들은 범려의 말을 들을 수는 있어도 대답은 하지 못한다.
"내가 직접 가야겠네."
별수 없이 자신이 직접 저 몬스터 마을에 가서 어떤 몬스터인지 확인을 해야 했다. 범려는 은밀하게 행동하면서 마을 가까이 다가갔다.
"검은 머리 코볼트 부족."
곧 코볼트라는 종족을 알아내자 범려는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코볼트는 『판게아 월드』 홈페이지에서 본 적이 있다. 머리가 개의 머리라서 코가 유난히 발달한 몬스터라고 한다.
"개 코를 달고 있는 녀석들이네."
범려는 자신의 냄새가 녀석들에게 걸릴까 봐 조심스럽게 마을 주변에서 벗어나 병사들이 있는 곳까지 안전하게 왔다.
"음, 작전을 구상해봐야겠는데. 저들이 부락을 유지하고 있다면, 한 곳을 공격하면 다른 녀석들이 인식을 하고 몰려올 가능성이 있어."
범려는 무리 시스템을 걱정했다. 일반 필드 몬스터처럼 최소 4마리 정도의 무리를 가진 몬스터인지, 아니면 마을 전체가 무리를 이루고 있는지의 차이다.
"한번 실험을 하자."
끼이익!
범려는 꽤 먼 거리에서 시위를 당기더니 조심스럽게 조준을 하고는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작은 소리를 내면서 날아가 마을 입구를 지키던 녀석의 몸에 깊숙이 박혔다.
"맞았다."
목표에 명중하자 입구에서 대충 일곱 놈이 자신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쳇! 많이도 오는군. 전투 준비!"
네다섯의 몬스터가 아니라 정확히 일곱이라는 숫자의 몬스터들이 움직였다.
척! 척!
해골들은 범려의 앞에 서면서 전투태세를 잡더니 방패를 앞세웠다.
"돌진!"
범려의 명령이 떨어지자 해골들은 모두 다 돌진을 하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골들이 쉽사리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자 범려는 지원 사격을 시작했다.
"이것들 레벨이 좀 되는데."
범려가 화살을 날리면서 코볼트들의 체력을 푹푹 깎아나가자 병사들은 거기에 맞춰서 녀석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거 시간 좀 걸리겠는데."
한 번에 모든 몬스터들이 달려오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7마리 정도가 몰려오면 솔직히 해골들의 레벨이 낮아서 죽으면 어떻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
"그럼 또 간다. 준비해라."
해골들이 다시 방패를 앞세워 전투태세를 갖추자 2차 공격을 시작했다.
"죽여!"
범려는 혼자서 해골들에게 지원 사격을 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화살의 소비는 많고 데미지도 점점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크아-!"
검은 머리 코볼트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가자 어느새 마을 입구에 도달했다.
"목책까지 세운 마을이네. 이제 입구에 들어섰으니 나머지들도 해결을 해야지."
시간이 걸리지만 몬스터들을 해결하는 동안에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맨 처음 죽인 코볼트들이 리젠된 것이다.
"헛! 도망쳐!"
뒤에서 공격을 받자 범려는 해골들을 데리고 마을 바깥으로 도망쳤다. 앞으로 가야 하는데 뒤에서 공격해오면 나중에 몬스터들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서 죽는다.
"아, 이런."
맨 처음에 죽은 녀석들이 리젠된 거면, 잠시 후 그다음에 잡은 몬스터도 리젠될 터였다.
"아, 몬스터 잡는 속도가 못 따라가네."
아직 입구에 도착한 것밖에 없는데 벌써 리젠이 돼서 뒤에 생겨난 것이다.
"리젠이 꽤 빠르네. 화살 잔량도 6천 개뿐인데."
범려는 고민에 빠졌다. 화살이 6천 개면 마을 안에서 사냥을 하다 보면 부족해진다.
물론 근접 무기가 있어서 사냥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근접 무기는 자신의 특기가 아니다. 더군다나 공격 스킬도 없다.
"아, 아르테미스를 만나서 스킬에 대해서 물어보는 게 어떨까?"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살짝 꺼려졌다. 아르테미스를 만나려면 자신이 죽어야 한다. 그리고 부활을 하려면 10골드 내지 현실 시간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정말 그놈의 시간과 돈만 아니라면 확 죽어서 갔다 오는 건데."
범려는 일단 죽는 문제는 뒤로하고 저기 눈앞에 보이는 퀘스트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했다. 해골들의 레벨은 분명 저 코볼트보다 낮다.
"뭔가 함정을 파서 유인할 방법은 없나?"
한순간에 절반에 가까운 병력을 괴멸시킨다면 해골들의 레벨이 낮아도 커버가 가능할 것 같았다.
"일단 나무를 한번 베어볼까."
가장 작은 나무로 보이는 것을 해골 병사 4명을 불러서 자르라고 명령해봤다.
쿵! 쿵! 쿵!
도끼가 아니라서 그런지 별로 흠집은 나지 않았지만 분명 지형지물에 손상을 입혔다.
"손상이 간다. 도끼를 들면 분명 잘린다!"
범려는 머릿속이 환해지면서 코볼트 마을을 바라봤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약간의 희망이 보였다.
"흐흐, 삽질 좀 하자."
범려는 무덤을 파기 위해 삽 10개를 가지고 해골들을 이용해 삽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구덩이가 언제 사라지는지 시간을 체크했다.
구덩이가 사라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 결과, 땅을 파냈던 구덩이는 정확하게 현실 시간으로 30분이 지난 후에 자연스럽게 복구가 됐다.
"30분 후에 자연 복구라. 나쁘지 않아. 야, 너희 10명은 땅 파라. 깊이는 내 키보다 조금 깊게, 넓이는 12명이 들어갈 공간이다."
범려의 명령이 떨어지자 해골 병사들은 삽을 들고 열심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깊이와 넓이를 맞춰줬다.
"그럼 어디 한번 해보자."
범려가 조심스럽게 활시위를 당겼고, 저기 보이는 코볼트를 향해서 화살이 날아가자 공격을 당한 코볼트들이 뛰어왔다.
범려는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는 바보 같은 몬스터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봤다.
"푸하하하-!"
범려의 생각보다 코볼트들의 인공지능이 떨어지는지 눈앞에 보이는 구덩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 안으로 빠지고 말았다.
7마리의 코볼트가 빠지자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어떻게 할 줄 몰라 하는 사이, 범려는 다른 무리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등신들이네."
두 번째도 같은 방법으로 코볼트들이 걸려들었고 역시나 안에서 허우적댔다.
"이렇게 발을 묶으면 30분간 유지가 되니까, 저기 안으로 들어갈 시간도 벌 수 있는 거지."
코볼트들이 고블린보다 조금 큰 녀석들이지만 이만한 구덩이도 못 빠져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사냥을 시작하자."
범려는 세 번째부터 제대로 된 사냥을 시작했다. 확실히 앞에 둘을 묶어둬서 그런지 해골들의 체력 소모나 범려가 가지고 있는 화살의 소비도 눈에 띄게 줄었다.
"후후, 금방이네."
코볼트 마을 깊숙이 들어가자 마을 안은 이미 반쯤 황폐화되었다.
"그럼 아저씨의 생사를 확인해볼까."
범려는 마을을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안을 뒤졌다. 그리고 이 마을 안에는 사람을 가두고 있을 만한 장소가 없음을 판단했다.
"예감이 안 좋은데."
범려는 살짝 불길한 예감이 들어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다가 끔찍한 것을 보게 되었다.
사람 시체로 보이는 고기가 잘 다져져서 뼈와 살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었다.
"……."
이 게임은 만 15세 이상의 건전한 게임이기에 잔인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너무 더러웠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완료 메시지가 떠올랐고, 범려는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소녀에게 돌아왔다.
"아, 아빠. 흑흑."
소녀는 울음을 터트리면서 부모를 잃은 슬픔을 달랬고, 범려는 조금 찝찝한 퀘스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어디에 갈 곳이라도 있는 거니?"
범려는 소녀에게 어디 마땅히 갈 곳이 있는지 물어봤다.
"저는 원래 로벤 마을에 있는 이모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저를 이모 집에 맡기기로 했거든요."
"그럼 내가 그곳으로 데려다줄게."
-길 잃은 소녀의 부탁 2
소녀를 로벤 마을에 있는 이모 집으로 데려다줘야 한다.
난이도:E
완료 조건:소녀를 이모 집에 데려다주어야 한다.
보상:경험치 5,000, 작은 선물
범려는 퀘스트를 수락하고는 소녀를 로벤 마을로 데려다주기 위해 길을 걸었다. 뒤에는 해골들이 있어서 소녀는 약간 주눅이 들었지만, 범려는 자신의 명령이 아니면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는다며 달래주었다.
"그런데 이름이 뭐니?"
"졸리! 안젤리나 졸리!"
이런 곳에서 유명 배우의 이름을 듣자 약간 움찔거렸지만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범려라고 해."
"범려 오빠네."
졸리는 범려를 보고 바로 오빠라고 부르면서 살갑게 대해주었다. 어느 의미로 대단한 소녀가 아닐 수 없었다.
범려가 가는 길은 평범한 대로가 아닌 산길과 숲길을 이용해 몬스터들과 조우가 잦은 곳이었다. 그럼에도 소녀는 이곳을 혼자 거닐고 있었던 것이다.
"범려 오빠, 저기가 로벤 마을이야!"
로벤 마을에 도착하자 자신이 전에 있던 초보 마을보다 배는 커다란 마을로 보였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해골들에게 마을 바깥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그들은 각자 몸을 숨겼다.
"잘 숨었군."
범려는 해골들이 빠짐없이 숨은 걸 확인하고 마을로 들어가 졸리의 이모 집이라는 곳에 도착해 소녀를 넘겨주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흑흑흑, 형부가 그렇게 죽다니."
졸리의 이모는 자신의 형부가 몬스터에게 도륙을 당해 죽었다는 소리에 구슬프게 눈물을 흘렸다.
"졸리를 구해주신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저희 집이 가난해 드릴 게 없지만 이거라도 받으세요."
-낡은 상자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워낙 오래돼 보이는 상자라 옛 물건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기대는 하지 마라.
범려는 퀘스트 보상 아이템이라도 잘 챙겨 뒀다. 워낙 생활이 궁핍한 시점이 돼서 그런지 돈이 필요했다.
"그럼 전 이만."
인사를 하고 범려는 그 집을 나왔다. 어차피 퀘스트가 끝났으니 볼 장 다 본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 낡은 상자를 보니 뭔가 있을 것 같았다.
"이 상자에 뭐가 들었을까요?"
상자가 천천히 열리면서 범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작은 약병이 하나 있었다.
-영혼 분리 시약(1회용)
약 한 시간 동안 육신에서 영혼을 떼어내 영혼의 세계로 인도한다. 유효 시간이 지나면 영혼은 다시 육체로 돌아온다.
(주의 사항! 이걸 쓰면 누가 물건을 빼가도 모르니 조심해라.)
범려는 약병을 보는 순간 희열에 가득 찼다. 그렇지 않아도 아르테미스와 만날 방법이 없다고 여겼는데 이런 방법이 생긴 것이다.
"후후, 당장 먹어볼……."
범려는 약병을 들이켜려다가 잠시 주의 사항을 읽고 약을 그냥 먹으면 위험할 것 같으니 여관으로 들어가서 마시기로 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조용하고 편히 쉴 수 있는 방 하나."
"4실버입니다."
범려는 바로 돈을 지불하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문과 창문이 단단히 잠겼는지 확인하고 침대에 누워 약병을 들이켰다.
꿀꺽!
약병을 단숨에 들이켠 범려는 눈을 감아버렸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르테미스의 앞에 있었다.
"어마나, 범려 님. 오랜만이에요. 무슨 일이세요?"
"다른 게 아니라 뭣 좀 물어보려고요.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간단하게 물을게요. 제 직업 스킬은 누가 가르쳐 줍니까?"
"음, 맞아요. 제가 기술을 가르쳐 드릴 수 있어요."
아르테미스의 말에 범려는 웃음 지었다. 부활의 천사가 스킬 가르쳐 주는 교관인 것이다.
"그럼 지금 배울 스킬은 있나요?"
"아직 조건이 부족해요."
"조건이오? 스킬을 배우는데 돈이 필요한가요?"
아르테미스는 고개를 저으면서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럼 뭔가요?"
"범려 님의 힘이오. 그 힘을 얼마나 길렀느냐에 따라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생겨요."
아르테미스는 말을 살짝 돌려서 말했지만 범려는 그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다.
곧 배울 기술이 하나 있지만, 지금은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바로 레벨이 낮아서였다.
"아르테미스 님, 그럼 이곳에 언제든지 올 수 있는 방법 없나요? 이곳에 오려면 죽어야 해서……."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범려 님. 운명의 실과 인연의 바늘을 가지고 계시죠?"
"항상 가지고 다니죠."
"그걸 이리 줘보세요."
그녀의 말대로 실과 바늘을 주자 아르테미스는 바늘에 실을 꿰고는 조심스럽게 새끼손가락에 바늘을 찔렀다. 그러자 피가 한 방울 나왔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바늘을 통과시켰다.
"설마 손가락을 그렇게 뚫어야 하나요?"
"네."
범려는 새끼손가락에 바늘을 뚫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뒤로 주춤 물러섰지만, 아르테미스가 손짓을 한 번 하자 범려의 몸은 어느새 그녀의 앞에 섰다.
"손을 주세요."
"아, 안 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손이 아르테미스를 향해 올라갔고, 그녀는 인연의 바늘로 거침없이 범려의 생살을 뚫었다. 하지만 아픔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라?"
피는 조금 흘러나왔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바늘로 실을 살짝 건드려 주자 그때서야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크윽!"
"이제 다 됐어요."
실은 어느새 사라져 있고, 범려의 손에 다시 실과 바늘이 돌아와 있었다.
"이제 제 이름을 외치시면 전 언제나 범려 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요. 인연으로 인해 만나고 운명으로 이어졌으니 된 거죠."
범려는 아르테미스의 말을 되새겼다.
인연으로 만나고 운명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자 범려의 영혼은 다시 육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스킬을 하나 배워야 하기에 당장 여관을 나와서 해골들을 불렀다.
"나와라. 광렙 할 시간이다."
범려의 말을 들은 해골들은 은폐한 몸을 다시 드러내며 그와 마주했다.
"준비됐지?"
해골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범려를 따라갈 것이라는 확실한 의지를 보였다.
"가자. 새로운 스킬이 머지않았다."
범려는 로벤 마을에서 인적이 드문 사냥터를 찾아 움직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저기 봐! 해골들이야!"
"뭐야? 몬스터야? 아니잖아."
몬스터라면 머리 위에 붉은 글씨로 이름이 써져 있어서 이것으로 자신이 몬스터라는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름이 없었다. 그럼 저들은 소환물이거나, 혹은 NPC라는 말이 된다.
"저 앞을 봐. 유저야."
"네크로맨서다."
"고레벨 유저인가 봐, 저렇게 많은 숫자의 해골들을 끌고 다니다니. 그런데 소환 계열은 사람들이 안 하잖아."
네크로맨서 중에서 소환 계열은 별로 각광받지 못했다. 언데드들이 햇빛에 약하고, 밤이 된다고 해서 그리 좋아지는 것도 아닌 탓이다.
더군다나 체력도 빌빌거리고 소환 시간도 짧아서 별로 소용이 없다. 그래서 같은 네크로맨서라도 소환보다는 흑마법 계열로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저 유저 나중에 캐릭을 지우고 다시 키우겠는데."
다들 범려를 보고 고레벨 유저라고 착각했지만 그는 그런 직업이 아니다.
"사람들 눈에 띄기 싫은데."
자신은 눈에 띄기 싫지만, 해골들은 그런 걸 거부라도 하듯이 숫자가 좀 된다.
"이곳이 좋겠다."
범려는 주변에 인적이 거의 없는 곳에 도착하고는 몬스터의 숫자를 확인했다. 딱 적당한 숫자의 몬스터들, 이상적인 사냥터다.
"다들 준비!"
병사들이 정렬을 하더니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태세를 갖췄다.
끼이익!
활시위가 거침없이 당기는 소리가 들리고 그 뒤에 바로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몬스터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촌장님, 큰일 났습니다. 4월의 재난에 대비해서 반돌 도시에 병력을 지원해달라며 연락을 보냈는데. 반돌 도시에서는 지금 병사들을 내줄 수 없다고 합니다."
"뭐라! 마을을 지켜 줄 병사들을 내줄 수 없다고! 당장! 공문을 내걸고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모으게!"
촌장은 마을을 구하기 위해 용병들이나 용사들을 모으는 공문을 마을 광장에 붙이고, 마을 전체에 퀘스트가 발동했다.
-마을을 구할 용사님들을 모집합니다! [마을 방어하기]
로벤 마을을 구해주실 용사님들을 모집합니다. 매년마다 오는 몬스터들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마을에서 용사님들의 용맹을 필요로 합니다.
난이도:C
완료 조건:몬스터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해질 때까지
기간:지금으로부터 1개월 후 몬스터가 습격한다. 나머지 1개월간 마을 방어를 하게 된다.
보상:몬스터를 처치한 숫자에 비례하여 차등 경험치 분배, 로벤 마을의 수호자 칭호 지급!
로벤 마을 안에 있던 모든 유저에게 갑작스런 퀘스트가 생겨나자 많은 유저들이 이런 퀘스트가 나타난 것에 대해 신기해했다.
"이야, 퀘스트다. 퀘스트. 얼른 수락해!"
수많은 유저들인 마을에서 발생된 퀘스트에 흥분하면서 뭔가 대단한 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뭐야, 몬스터를 처치한 숫자에 비례해서 차등 경험치 분배?"
퀘스트의 조건이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차등 분배라는 말은 참으로 신선했지만 동시에 불만을 표시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우리 같은 사제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직접적인 공격 마법이 제한적인 사제들 경우, 오히려 이런 이벤트에 참가해서 뭐 얻겠냐면서 불평을 했다.
"용사 여러분!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마을의 촌장이 직접 나와서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자 다들 무슨 일인지 듣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관심이 쏠리고 시작했다.
"반돌 도시에서 저희들에게 마을을 지킬 병사들을 내어줄 수 없다고 하기에 이렇게 용사님들을 모실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십시오. 제발 저희 마을을 구해주십시오. 특히 사제님들은 특별한 대우를 약속드립니다."
-사제들의 특별대우
사제들은 몬스터들을 잡은 숫자와 관계없이 최고의 대우를 보장받는다.
"어? 최고 대우면 해야지."
사제들은 최고 대우를 해준다고 하자 귀가 솔깃해져서 퀘스트에 응했고 전투 직업에 관련된 유저들은 역으로 불만을 표시했지만 그것도 잠시, 사제들 없이 이런 습격 이벤트 퀘스트를 쉽게 깰 수가 없었다.
"쳇! 전사들만 죽어나게 생겼네."
바로 맨 앞줄에서 싸우는 전사들만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 것이다. 궁수들은 뒤에서 지원 사격을 하기에 부담감이 훨씬 덜하다.
"한 달 후에 시작하는 거니까 준비나 해야지."
여기서 한 달은 게임상으로 한 달이다. 그러니 현실 시간으로는 보름 후에 전투가 시작돼서 보름간 마을을 지키는 것이다.
즉, 한 달에 절반은 죽어라 준비만 하고 나머지 보름은 죽어라 몬스터들만 잡는 것이다.
이런 습격 이벤트 퀘스트가 로벤 마을에서 생겨나기 시작하자 가까운 마을이나 도시에도 이와 비슷한 퀘스트가 많이 생겨났다.
"뭐지?"
범려는 한참 해골들과 사냥을 하는 데 죽어라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다들 미친 듯이 주변을 정리하면서 범려가 해골을 끌고 가든지 말든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어라, 평소 같았으면 눈길 한 번씩 주면서 네크로맨서 아니냐고 떠들던 사람들이 조용하네. 뭐, 나야 좋지만."
범려는 사냥터를 계속 전전하며 사냥을 했지만 쉽게 사람들이 사냥터를 점령하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것도 좋은 게 하나도 없잖아."
자기처럼 해골들과 경험치를 절반씩 나눠 먹는 직업은 사람들이 많은 곳은 딱 질색이다.
"에잇, 묘지나 가야지."
사람들이 조금 뜸해질 시간에 사냥을 하려고 일단 묘지를 찾았다. 해골 제작을 하는 동안은 그나마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런 짜증을 달랠 수가 있었다.
범려는 오랜만에 삽질을 하면서 사람들이 많은 것을 탓하며 화를 풀고 있는 동안, 이런 퀘스트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저거 몬스터냐?"
"딱 보면 모르냐, 저 사람 네크로맨서 아니냐."
"아, 정말 그러네. 습격 퀘스트 때문에 물약이나 이런 거 준비해야 하는데."
범려는 지나가는 사람들 말을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봐요."
그는 방금 말한 사람을 향해서 달려가더니 그 이야기를 물어봤다.
"방금 습격 이벤트라고 하셨나요?"
"아, 이벤트 퀘스트가 열려서 지금 마을에서 난리예요. 한번 가보세요."
범려는 다른 유저들에게 들은 습격 이벤트에 관해서 알아보려고 마을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을 촌장은 아니지만 웬 청년이 마을을 구해달라며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엇! 퀘스트!"
범려에게도 마찬가지로 방금 전의 퀘스트가 뜨면서 목록이 나온 것이다.
"이 퀘스트구나. 당연히 해야지."
범려는 경험치를 주는 퀘스트인데 수락을 안 할 수 없었다. 분명 몬스터를 잡아도 거기에 따른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아주 반가웠고, 마을을 방어하는 것인데 몬스터들이 많이 올 거라 여기고 좋아했다.
"시작이 게임 시간으로 한 달 후면 보름인데 그 뒤에 보름 동안 계속 방어 시즌이라는 거지."
범려 자신도 나름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근접전만 하는 병사들만 가득하니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마을에 대대적으로 쳐들어오는 것 같은데 준비도 필요했다.
"보통 퀘스트는 아니야."
퀘스트는 일단 수락했지만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