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궁수가 필요해
"이런! 내가 지금 이런 걱정할 때가 아니잖아!"
범려는 지금 해골 병사들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열을 올려야 할 시점이었다.
"그리고 병사들도 부족해!"
아직 30이라는 숫자도 다 채우지 못했다. 부지런히 사냥을 하고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시도 쉴 틈이 없다.
범려는 다시 묘지로 달려가 뼈를 채취해서 병사를 하나 만들고 바로 장비를 장착시켜 사냥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저레벨 해골은 앞에 내세우지 않고 뒤에서 때리며 지원만 하다가 경험치를 쌓도록 했다.
"더 빨리 잡아, 이것들아!"
이벤트 퀘스트라는 목적이 생기자 범려는 급해졌다. 그러다 보니 해골들을 닦달하면서 사냥을 하고 몬스터를 잡으면 바로 다음 녀석들을 화살로 끌고 오고를 반복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해골 병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더디게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지더니 범려의 레벨도 어느덧 30에 이르고 있었고, 해골들도 평균 레벨이 27 정도 됐다. 30이 되는 녀석들도 간혹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해골들은 꽉 채워서 30이라는 숫자를 전부다 채웠다.
"하하하, 해골들 숫자도 다 채웠고 나도 30레벨이다!"
범려는 바로 아르테미스를 불렀다.
"아르테미스 님!"
부활의 천사 이름을 부르자 범려의 앞에 차원의 문이 열리더니 고결한 자태를 내뿜으면서 아르테미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시죠, 범려 님."
"이제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나요?"
"네, 이제는 가능해요. 가르쳐 드릴까요?"
"네!"
범려가 큰 소리로 대답하자 아르테미스는 잠시 귀를 막더니 그의 머리 위에 빛을 내려 주었다.
"이제 그대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합니다."
-해골 병사 전직(Master)
해골 병사들이 일정 수준의 경험치를 쌓게 되면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단, 레벨은 다시 1레벨이 됩니다.
전직이 가능한 해골들의 상태를 보시려면 병사 관리 메뉴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마나 소비:10
"어라? 새로운 스킬이라고 했더니 전직시켜 주는 게 전부?"
"네, 범려 님. 지금 배울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에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에 머리가 띵하게 울렸지만, 그래도 해골들을 새로운 형태로 바꿀 수 있다는 마음에 당장 병사 관리 메뉴를 불러내자, 메뉴에서 몇몇 병사들이 황금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전직할 녀석들이 황금색으로 반짝이는데!"
범려는 그들을 당장 전직시켰다. 마나도 겨우 10밖에 안 들기에 문제도 아니었다. 그리고 넘쳐나는 게 마나다.
-해골 장검병이 해골 궁수로 바뀝니다.
순식간에 몇 놈이 전직을 했다. 그리고 전직한 녀석들을 보자 아무런 장비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뭐야! 옷을 벗었잖아! 아르테미스 님,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그리고 레벨이 1 됐어요-!"
"당연하죠.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무기나 방어구를 가지고 있으니 그렇게 되는 거고, 마지막으로 전직을 하면 그동안 키워놓은 힘이 사라지고 새로운 힘을 채우게 됩니다. 옛 속담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죠."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어서. 그럼 다음에 또 봬요."
아르테미스가 사라지자 범려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해골들을 키우느라 허리가 휠 정도로 장비를 사고 바꿨는데 이제는 활을 장비해야 한다니 막막하기만 했다.
"활은 화살 값이 장난이 아니라고-!"
아직 근접전만 해서 그런지 큰돈을 쓸 일이 없었지만, 이제 화살을 사용하기 시작하니 돈이 점점 많이 들어간다.
"내 피 같은 돈!"
지금까지 악착같이 벌어놓은 돈은 10골드. 정말 안 쓰고 아끼고 잡템을 팔며 모은 돈이다.
"에이, 내가 언제 돈이랑 인연이 있었냐-!"
스스로 돈과 인연이 없다고 단정 짓고는 바로 마을로 달려가 궁수들이 입는 장비와 기본적인 활과 화살을 사가지고 왔다.
"자, 전직한 녀석들은 이거 가져가고 그동안 쓰던 거 내놔."
장비를 건네받고는 좋은 것은 다시 해골들에게 장비시키고, 남은 장비는 자신의 인벤토리에 넣어서 나중에 상점에 팔 생각이다.
"일단 해골 궁수 능력치 한번 보자. 스탯창! 스킬창!"
-해골 궁수
부활의 천사, 아르테미스가 부여해준 능력으로 인해 언데드지만 신성 마법으로 인한 타격을 받지 않고 축복으로 인한 효과를 정상적으로 받게 됩니다.
레벨:1
힘:8 민첩성:13 지능:10 정신력:8 체력:4
생명력:45 마나:15
공격력:30 방어력:25
마법 공격력:15 마법 방어력 25
-속사
효과가 발동하면 30초 동안 공격 속도의 1.5배 속도로 화살을 쏘게 된다. 저격수는 속사를 사용할 수가 없다.
쿨 타임:2분, 마나 소비:10
-조준 사격
적을 정조준해서 공격하며 공격 준비 시간은 2초, 공격력은 100%의 추가 데미지를 준다. 노병은 사용 불가능
쿨 타임:3분, 마나 소비:5
-불화살
일반 공격이 아닌 화살이 불을 붙여 공격한다. 기본 데미지의 1.2배, 화(火) 속성 공격력을 가지며 20초 동안 발동한다.
쿨 타임:8분, 마나 소비:15
"그나마 해골 장검병보다는 능력치가 좋네. 어휴."
해골 궁수는 생각보다 능력치가 괜찮았지만, 해골 궁수로 바뀐 녀석은 무려 다섯이나 된다. 하지만 궁수의 레벨은 1레벨. 절로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광렙뿐이다-!"
범려는 새로운 병사를 얻자 바로 광렙 모드로 돌아섰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 시행되는 이벤트 퀘스트를 위해 달리는 것, 그것 하나뿐이다!
"얘들아, 느긋하게 놀 시간 없다. 움직여라!"
범려가 뒤돌아 병사들에게 이르자 그들은 그 명령을 듣고 뻥하고 뚫려 있는 두 눈에서 푸른빛을 반짝거리면서 명령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새로 생긴 해골 궁수들을 데리고 사냥을 시작하자 첫 시작은 녀석들이 레벨이 낮아서 힘들었지만, 일정 레벨 이상의 녀석들을 잡아서 사냥을 하는 통해 아무리 나누어지는 경험치가 적다고는 하지만 빠른 속도로 레벨이 바뀌고 있었다.
-화살이 없습니다.
사냥을 계속하는 도중에 화살이 벌써 다 사라지자 범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남은 쿠폰을 포함해 돈의 절반 정도를 화살을 사는 데 소모하고, 녀석들에게 화살을 나눠줬다.
"내 돈 절반을 썼다. 확실히 사냥을 못하면 네놈들을 내 손으로 부숴버릴 거다."
해골들에게 으름장을 놓으면서 명령을 내리자 해골 궁수들은 범려의 말에 주눅이 들었는지 약간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까지 겁먹을 필요는 없어. 네 녀석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실력을 보여 줘."
범려는 해골들을 독려하면서 일일이 반질반질한 해골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다시 병사들의 퀭하니 뚫린 눈에서 푸른빛이 일어나더니 녀석들의 투지가 불타올랐다.
"궁수들은 전부 다 내가 공격하는 녀석만 공격해. 알겠지?"
명령을 떨어지자 해골 궁수들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범려가 노리는 목표만을 공격했다.
"조준 사격!"
일단 높은 데미지를 위해 쿨 타임이 되는 시간을 보고 바로 바로 조준 사격을 날렸다. 화살이 많지 않기에 속사 같은 스킬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발사!"
쉬쉬쉬익!
아무리 낮은 레벨의 공격이지만 추가 공격력 100퍼센트라는 옵션이 있어서, 지금의 레벨의 공격보다 1레벨 위의 공격력을 보여 주며 그나마 괜찮은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여기 적당한 사냥터가 있다. 여기서 하자."
범려가 그렇게 열심히 사냥을 하고 있는 동안에 생각지도 않은 불청객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많은 유저들이 이번 퀘스트에 목숨을 걸었는지 너도 나도 사냥하기 바빠서 문제다. 동시에 범려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오면 자신의 사냥 경험치가 쭉 떨어진다. 그것이 걱정이었다.
"이곳도 오래 있을 곳이 못 되네.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는데."
범려는 새로운 사냥터를 갈망했다. 해골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들어오는 경험치는 해골들 때문에 절반 수준인 데다, 지금 당장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공격 스킬이 없다. 그러니 저기 널려 있는 해골 병사들이 공격 스킬 그 자체다.
"사냥터, 어디가 좋을까."
범려 혼자 사냥터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얼마 전에 봤던 검은 머리 코볼트 마을에 가서 사냥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그래, 그 코볼트 마을에 가면 되겠어. 그곳은 레벨도 딱 적당하고 리젠도 빠른 편이었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범려는 바로 그 사냥터를 향해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사람이 없는 유일한 사냥터였다. 지역 자체도 어느 정도 숲 속 깊은 곳에 있다.
"아주 좋아!"
레벨을 올리기에 이만한 최적의 장소도 찾기가 힘들었다.
범려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자 바로 화살을 날렸다. 해골들의 레벨도 일정 수준에 올랐고, 이곳에는 한 무리가 7마리나 되고 숫자도 많다.
"두 무리씩 싸운다. 다들 긴장해!"
범려는 진짜로 두 무리씩 공격을 해서 끌어왔다. 해골들은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보고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둘러야 했다.
해골들의 체력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범려는 마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사냥을 했고, 개중에는 검은 머리 장로 코볼트, 혹은 근위 코볼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놈들 좀 강해 보이는데."
특히 코볼트 장로로 보이는 녀석은 무척 꺼림칙했다. 왠지 모르게 마법을 쓸 것 같아서 걱정이 됐다.
"아직 마법은 위험해."
범려의 생각에 코볼트 장로가 범위 마법 한 개 정도는 가지고 있을 거라 판단했다. 유저들도 파티를 이루어 사냥하고 몬스터들도 무리를 지으니, 범위 마법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음, 그래도 장로 녀석을 잡고 싶은데. 아니야. 궁수들 레벨이 1이라도 더 오르면 생각해보자."
아직 궁수들이 열심히 화살을 날리고 있지만 평균 레벨은 11 수준. 코볼트 마을 안쪽의 몬스터들은 평균 19레벨 ±2 정도다.
-해골 병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해골들이 레벨이 올랐다. 궁수들은 전원 해당되고, 나머지 해골 병사들은 겨우 하나 둘 정도 올랐다.
"음, 한번 도전을 해봐야지."
범려는 일단 마법에 대한 경계심을 극도로 높였다. 싸워보지 않아서 마법을 쓰는지 안 쓰는지 모르지만 지팡이 들고 폼 잡는 모습이 '난 마법을 쓰는 놈'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한번 해보자."
범려는 주변에 해골들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시켰다. 만약 마법이 날아온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끼이익!
활시위가 조심스럽게 당겨졌다. 그러면서 화살이 시위를 떠나 장로의 머리에 정확하게 명중되자 주변에 있던 코볼트들이 모여들더니 공격을 하려고 달려들었다.
"온다!"
코볼트 장로는 범려의 치명타 공격을 당하자 느린 걸음으로 움직였다. 확실히 머리가 치명적인 공격은 되지만, 이것은 게임이라서 계속 움직인다.
"궁수들은 장로를 공격해!"
범려의 명령이 떨어지자 해골들은 거침없이 화살을 날리면서 장로를 공격했다.
장로는 지팡이를 들고는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입으로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범려는 고블린 던전에서 써먹었던 방법을 사용했다.
-검은 머리 코볼트 장로가 눈을 공격당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3초간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바로 눈을 공격한 것이다. 마법을 준비하려다가 공격당해 마법 캐스팅이 끊어지자 다시 화살을 날리면서 장로를 차디찬 땅바닥에 눕게 만들었다.
"후, 살았다."
한 고비를 넘겼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다른 코볼트들을 쓰러트리고 아이템을 줍는 와중에, 장로에게서 약간 이상한 물건이 옆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아이템을 집었다.
"지팡이?"
장로가 사용한 것이라 조금 작은 지팡이지만 분명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아이템 확인!"
-코볼트 장로의 지팡이
코볼트 장로가 사용하는 지팡이. 몬스터가 사용하는 물건치고는 꽤 좋은 아이템이다.
공격력:10 내구력:40/40
옵션:지능+20
캐스팅 속도 4% 상승, 불 계열 마법 공격력 4% 상승
착용 제한:마법사 계열
"레어 지팡이다!"
코볼트 장로가 정말 극악한 확률로 드롭을 한다는 아이템. 범려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템을 집고는 인벤토리에 넣었다.
"아, 기분 좋다."
자신이 쓰지 않는 아이템이라도 이런 건 돈이 되는 거라서 좋은 물건이다.
"후후, 그럼 계속 사냥을 해볼까."
기분이 좋은지 연신 입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화살이 떨어질 때까지 사냥한 범려는 곧 화살이 떨어지자 마을로 돌아와 화살을 보충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람들에게 지팡이 하나를 선보였다.
"지팡이 팔아요!"
장로의 지팡이는 생각보다 볼품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좋은 지팡이들은 굉장한 능력치와 동시에 눈으로 보여 주는 비주얼적인 이미지가 좋다.
"어라? 겨우 지팡이 하나?"
겨우 지팡이 하나를 판다고 해서 별 볼일 없이 여기고는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상태로는 물건이 안 팔린다!"
범려는 물건을 팔아서 화살을 더 살 돈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아도 궁수들이 늘어나서 화살 값이 늘어나고 있었다.
"지능 20짜리 지팡이 팝니다!"
"지능 20?"
사람들은 범려가 외치는 소리에 귀가 솔깃했다. 지능 20짜리 아이템은 레벨 45 이상 아이템에 붙어 있다. 그 이하는 거의 10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지팡이 좀 봅시다."
"예, 보세요."
어차피 장사를 위해 내놓았기에 아이템의 능력은 자연스럽게 공개가 된다.
"이건!"
물건을 본 마법사는 탐욕의 눈빛을 발하면서 침을 흘렸다. 그런 탐욕의 눈빛은 그 사람 혼자만이 아니었다.
"이거 얼마요?"
"제시 먼저 하세요."
범려는 눈치를 살폈다. 가격을 먼저 제시하라는 말은 이 정도 지팡이의 가격의 평균치를 계산하려는 수작이다.
"25골드."
"난 30골드 내지."
바로 옆에서 다른 마법사가 오더니 30골드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자 25골드라고 말한 법사는 지금 소지하고 있는 돈을 계산하더니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그럼 30골드에 팔겠습니다."
"여기 돈."
거래를 통해 물건을 주고받았다.
범려는 곧 30골드를 벌었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 지팡이를 산 인간을 머지않아서 다시 발견했다.
"음? 헛!"
방금 판 30골드 지팡이를 이 사람은 50골드에 올려놓은 것이다.
"당했다……."
확실한 시세를 모르면 간혹 이런 경우를 당한다. 중요한 것은 이미 물건이 넘어갔다는 것이다.
범려는 그 인간의 멱살을 잡고 한번 따지고 싶었지만, 자신은 이미 저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
"후, 숨 돌리고… 로그아웃!"
범려는 로그아웃을 하더니 바로 다시 인터넷 접속을 시도했다. 그리고 『판게아 월드』에서 돌아다니는 아이템의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여기 있다!"
바로 아이템의 시세를 실시간에 가깝게 표기해놓은 인터넷 사이트. 거기에 나온 물건들은 거의 모든 아이템의 시세가 나와 있었고, 범려가 방금 팔아치운 장로의 지팡이도 있었다.
"50골드! 젠장!"
정확히 50골드 정도 되는 아이템이었다. 저레벨 아이템 중에서 그만큼 좋은 아이템을 찾기가 힘든 물건이었다. 그래서 가격은 50골드. 그러나 그것도 최하의 가격이었다.
"20골드를 손해 봤다."
절망 아닌 절망에 빠져서 허우적거려야 했었다. 범려에게 지금 20골드면 굉장히 큰돈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장로가 다시 아이템을 드롭하게 만들어주마!"
게임에 다시 접속하더니 범려는 해골들을 끌고서 바로 코볼트 마을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장로가 그 아이템을 드롭하는 순간까지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아쉽게도 장로는 다시 지팡이를 떨어트리지 않았고, 대신 해골 궁수들의 레벨만 올랐다.
범려는 아이템을 떨어트리지 않은 장로의 시체를 발로 차면서 분풀이를 했지만 그런다고 아이템이 나오진 않았다.
"일단 궁수들 레벨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해볼까?"
지금 중요한 문제는 궁수들의 레벨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을 했다.
"20!"
다들 기본 20레벨 이상의 궁수들로 탈바꿈되고, 다른 해골 병사들 중 다섯을 해골 궁수로 전직시켰다. 이제 궁수들의 숫자는 정확히 10이라는 숫자를 가리켰다.
"삼분의 일이 이제는 궁수가 됐다."
범려는 마음 같아서는 궁수를 더 늘리고 싶지만, 화살이라는 물자가 들어가니 이 이상 늘린다면 자신이 파산할 것 같기에 그냥 내버려 뒀다.
범려는 지금 궁수들을 해골 병사들과 같은 레벨로 맞추고, 사냥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고 싶었다.
"이제 궁수들 레벨만 적당히 맞추면 된다."
그의 머릿속에는 며칠 후에 다가올 대대적인 퀘스트로 이득을 챙길 목적만 가득했다. 물론 그렇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자금과 레벨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범려에게는 해골 병사들이 있다. 그들의 레벨을 올리면 자신의 레벨을 올리지 않아도 해결된다.
"어서 올라라. 레벨아, 올라라."
저주를 퍼붓는 것처럼 기도하는 범려였다. 지금의 해골들은 정말 약하다. 그렇지 않아도 동급 수준의 유저들과 너무나 차이가 났다.
"으, 나한테 공격 스킬을 주란 말이야-!"
범려는 악을 쓰듯이 소리쳤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공격 스킬이 있었다면 이렇게 발악하듯이 게임을 하지도 않았으리라.
"후, 진정하자. 스승님이 난 너무 화를 잘 낸다고 했지. 진정, 진정하자!"
범려의 모습은 방금 전 흥분한 모습이 아닌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집중력은 더욱더 향상되어 있었다.
"……."
쉬이익!
범려는 깔끔하게 코볼트의 머리에 화살을 꽂아버리고는 재차 화살을 날렸다. 그런 범려의 모습은 진정한 궁도(弓道)를 걷는 수행자 같았다.
"후, 이제 좀 흥분이 가라앉네."
하나의 화살에 화를 날려 보내버린 것이다.
그렇게 사냥하던 범려는 코볼트 사냥이 슬슬 한계치에 달하게 되자 이제는 사냥터를 바꿔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어디로 가지."
해골들의 레벨은 오를 대로 올라서 이제는 이곳에서 사냥이 무의미해질 지경이다. 해골들의 평균 레벨은 28이나 되었다.
"생각보다 녀석들 빨리 크네. 먹는 경험치가 나보다 많은 건가."
한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하면 경험치 50퍼센트를 나눠 먹는다. 그런데도 해골들의 레벨 업 속도는 자신과 비교해서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즉, 해골들 하나하나 먹는 경험치는 일반 유저들에 비해서 낮고, 동시에 능력치도 낮다. 범려와 경험치를 나누어 먹는데도 비슷한 레벨이 오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에잇, 복잡한 건 나중에 생각하고 어느 사냥터가 좋은지 그거나 찾아야겠다."
아직 습격 퀘스트가 발동하기 전까지는 현실 시간으로 6일 정도가 남았다. 그 안에 열심히 사냥을 하고 돌아다닌다면 적어도 4~5렙은 더 올린다.
일단 로벤 마을 주변을 샅샅이 뒤져 보면 레벨을 올리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을 벗어나자."
범려가 해골들에게 손짓하며 움직이라는 신호를 하자 해골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정렬을 하더니 바로 그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계곡 던전으로 가실 분 오세요. 오시면 바로 출발합니다!"
"폭포 상위 던전 갑니다. 사제 구해요."
마을로 돌아온 범려는 어느 사냥터를 가는지 확인하는 동안 대부분 필드보다는 던전을 찾아서 움직이자는 결론을 내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아이템도 먹고 경험치도 얻는다는 목적이었다.
"난 어디로 가지?"
사람들이 외치는 던전은 범려의 레벨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문제는 혼자서 가면 조금 위험하다는 것이다.
"저기, 사제님, 저희랑 같이 사냥 가지 않으실래요?"
"아니, 전……."
"사제님, 저희랑 같이 가시죠."
한참 사냥을 할 곳을 찾고 있던 범려는 여성 유저 하나를 놓고 서로 데려가겠다며 사제를 유혹하고 있는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사제가 귀족 취급을 받는구나."
어느 게임을 하나 힐러 계열의 유저는 귀하다. 특히 힐링을 전문으로 하는 사제는 가장 심하고, 그 뒤로 성기사 같은 유저가 있지만 그들은 힐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은 아니다.
범려 역시 이왕 던전에 같이 갈 사람이라면 사제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들은 언제나 바빴다. 이리저리 던전을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전 던전 안 가요. 퀘스트 해야 돼요!"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 있는 사제 하나를 얻으려고 그렇게 노력했건만, 그 당사자는 자신의 퀘스트가 우선인지 짜증을 내면서 그 많은 유저들을 뿌리치고 가버렸다.
"입장 하난 확실하게 밝히고 가네."
범려는 방금 그 여성 유저를 보고는 조금 강단이 있다고 생각했다. 얼굴은 그렇게 안 보였는데.
"에휴, 그럼 뭐 해. 난 여자한테 말 더듬는데."
그래도 신기한 게 이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그 말 더듬는 것이 어느 정도 고쳐졌다. 실제 여성 유저를 만나면 예전과 똑같지만, 이 『판게아 월드』에서의 여성 NPC들에게는 말을 더듬지 않는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혼자 필드 나가보자."
던전이나 가볼까 하는 생각에 마을을 돌았지만, 딱히 갈 데도 별로 없고 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냥 필드를 쓸고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북으로 가보자."
로벤 마을 북쪽에 있는 아르틴산을 향해 가기로 했다. 그 산은 노란 갈기 오크들이 살고 있는데, 그 오크들은 레벨이 평균 33 정도다. 하지만 그곳은 사람들이 항상 만원이라서 몬스터들을 잡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아르틴산 주변에 오크들을 잡으려고 산에 올랐는데 이게 웬걸. 산에는 단 하나의 유저도 없었다. 그리고 널려 있는 것은 몬스터 무리들.
"오늘 무슨 날인가. 이곳은 거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고 하던데."
노란 갈기 오크 부족 마을 근처를 사냥이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이건 기회야. 이 오크들 내가 오늘 접수한다."
이런 천우신조(天佑神助) 같은 기회를 놓치면 하늘이 원망한다. 그래서 범려는 이 기회를 틈타 이곳을 확실하게 정리할 계획이었다.
"어머나!"
그때 범려의 등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범려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아보았다. 그 여자는 방금 마을에서 퀘스트를 해야 한다면서 나온 사제였다.
"또 네크로맨서 소리를 듣겠네."
"어머나, 네크로맨서인가요?"
아니나 다를까, 다들 하나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네크로맨서가 아니냐고. 그것에 범려가 하는 대답 역시 늘 똑같았다.
"뭐, 뭐, 비슷해요."
"그런데 사람이 하나도 없네요. 퀘스트를 하려고 왔는데."
"퀘스트? 이곳에 퀘스트가 있나요?"
"운 좋게 숨겨진 퀘스트를 하나 받았거든요."
범려는 이 게임을 하는 동안 퀘스트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봤지만 이곳에는 일반적인 퀘스트가 없다. 그저 단순 사냥터일 뿐이다.
"그, 그럼 퀘스트하세요."
범려는 여자 앞이라서 약간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자신의 목적은 사냥 퀘스트가 아니다. 하지만 사제인 여성 유저는 달랐다.
"……."
힐링을 전문으로 하는 캐릭터는 직접적인 공격 능력이 부족하기에 퀘스트 수행이 힘들다. 즉,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림과 동시에 퀘스트를 완성해야 한다.
"저기, 퀘스트 같이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네?"
이 여성 유저는 자신과 같이 퀘스트를 하지 않겠냐고 물어왔지만 범려는 대답을 망설였다. 상대가 여자라는 것에 몸이 약간 경직된 것이다.
"조, 좋습니다. 같이 해요."
"그럼 파티해요."
-로즈 님이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 Yes/No
-예.
파티가 수락되자 로즈는 바로 퀘스트를 공유해주었다.
"이 퀘스트 받으세요."
-노란 갈기 부족에게 잡혀 있는 경비 대장 하렌을 구하라!
로벤 마을을 지키는 경비 대장이 이곳 노란 갈기 오크들에 의해 잡혀 있다. 그를 구해라!
난이도:E
완료 조건:경비 대장 하렌 무사히 탈출
보상:15,000 경험치
"퀘스트 수락!"
"고마워요. 그럼 갈까요?"
싱긋 웃는 그녀의 미소는 심장이 털컥 내려앉을 정도로 무서운 매력을 뿜어대고 있었다.
"뭐 해요? 안 가고?"
"네? 네, 갈게요."
범려는 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큰 강적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미소를 가진 여자를 만난 것이다.
"조심해야겠는데."
나름 조심을 해야 한다며 생각은 하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네크로맨서라면 사제들의 버프는 안 되겠네요."
"아니요. 상관없어요. 전 네크로맨서가 아니니까. 비슷한 직업을 가지고 있을 뿐이에요. 그러니 그냥 버프하셔도 돼요. 해골들도 상관없어요."
범려나 그의 해골 병사들은 아르테미스의 축복으로 인해 신성한 기운에 대한 페널티가 없다. 그냥 걸면 된다.
"그럼 그냥 버프할게요."
-신의 가호가 내려집니다. 체력이 30 증가합니다. 30분간 지속됩니다.
-빛의 숨결이 내려집니다. 모든 공격 형태의 공격력이 5% 증가합니다. 20분간 지속됩니다.
"대단하네."
해골 병사들을 포함해 범려인 자신에게도 버프를 받았다. 즉, 두 번의 마나를 써서 단숨에 전체 버프를 거는 것이다.
"후, 잠시만 쉴게요."
"음, 두 번에 마나가 바닥?"
"네, 버프가 제법 마나를 많이 소모해요. 그래서 마나 물병을 항상 들고 다녀야 해요."
물병은 바로 앉아 있는 상태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마나를 채워주는 물약이다. 가격은 정말 싸다. 대신 일어서거나 전투 중에는 사용이 안 된다.
"그런 게 있었구나."
범려는 이런 걸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아니, 사용을 아예 하지 않았다. 전투 중에 마나를 사용할 일이 없고, 사용을 해도 해골을 제작할 때 제일 많이 소비를 하지만 그것도 오랜 시간 동안 작업을 하기에 금방 회복해버린다.
"이제 가요. 마나도 다 찼으니."
"네."
범려가 일어서 손을 들자 해골들은 그의 행동에 맞춰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마치 손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그의 손짓을 보고 진형을 갖추나갔다.
"멋지네요."
로즈는 말없이 손짓만으로 병사들을 부리는 범려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매, 매일 이 녀석들과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죠."
첫마디 말만 더듬더니 다음 말은 천천히 이어져 나왔다. 완전히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준비!"
척! 척! 끼이익!
준비라는 말이 떨어지자 해골들은 곧 전투태세를 갖추었고 범려 자신도 화살을 시위에 올려 당겼다.
"발사!"
하나의 대상을 향해 화살이 날아가자 목표물로 지정된 오크에게 명중되면서 오크 7마리가 뛰어오기 시작했다.
"돌진!"
해골 병사들은 빠른 속도로 뛰어들더니 오크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진형을 유지하면서 싸우는 해골들은 범려의 명령에 의해서 움직였다.
"……."
로즈는 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은 채 멍하니 그 전투를 바라봤다.
"뭐, 뭐 해요! 힐 해주셔야죠."
"아앗! 네, 할게요. 힐!"
신성력이 가득 담긴 힐이 해골 병사들에게 떨어졌지만 아무런 타격 없이 생명력을 채워나갔다.
"진짜로 타격이 없네."
로즈는 반대로 해골들이 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것은 없었고, 오히려 생명력만 잘 채워졌다.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습니다.
범려의 주특기인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치명타가 터지자 로즈의 눈에도 확연하게 보였다. 그것도 활로 말이다.
"어떻게 활을 들고 공격하고 치명타가 저렇게……. 혹시 버그 플레이어?"
"아, 아닌데요. 저 원래 활 배웠어요. 그리고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전 네크로맨서가 아니에요."
일단 로즈는 범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네크로맨서가 아닌 것은 알겠다. 그런데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치명타 공격은 약간 의심이 갔다.
"뭐, 나하고는 관계없지."
가볍게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치부해버리고, 만약 운영자가 나타나 범려를 처분한다고 해도 자신과는 무관하다.
"야, 거기 뭐 해! 이쪽으로 오크가 들어오잖아!"
오크 한 마리가 해골 궁수들을 공격하려고 달려들자 범려는 곧바로 화살을 날려 오크의 눈을 맞히고, 녀석을 맡고 있던 병사에게 소리치며 해골들을 독려했다.
'카리스마 넘치는데…….'
로즈는 위엄 있게 대처하는 범려의 행동을 보고는 왠지 퀘스트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노란 갈기 오크들을 처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자 부족의 마을 절반이 쑥대밭이 돼서 오크들의 존재가 거의 지워져 있었다.
"힐, 힐, 힐!"
사제인 로즈는 오늘따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많은 숫자의 해골들을 일일이 관리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제라는 특성상 파티원들의 체력을 관리할 일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그들 소환수의 생명력을 보게 되고 그들의 체력을 회복하게 된다.
"이, 이렇게 힐 안 해주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그냥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덕분에 범려는 멈추지 않고 사냥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다 노란 갈기 부족의 핵심 간부들이 눈에 들어왔다.
"취익! 인간들이 우리의 마을을 부순다!"
방금 말한 녀석은 '노란 갈기 오크 근위 대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뭔가 아이템을 내놓을 것 같은 놈이다."
범려의 머릿속에는 녀석이 왠지 아이템을 떨어트릴 것 같은 존재감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것과는 달리 죽으면서 하나의 열쇠만을 주었다.
-황금 열쇠
이 마을에는 아주 중요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 그곳이 어디에 있지?
뭔가 있을 법한 설명으로 나왔지만 막상 퀘스트에 도움이 돼 보이진 않았다.
"뭐예요?"
"그, 그냥 열쇠예요. 이런 게 떨어져 있어서."
"그래요? 어서 경비 대장 구하러 가요. 경비 대장이 저기 보이는 감옥에 있어요."
로즈의 말대로 눈앞에 경비 대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처량하게 감옥에 갇혀 울상 짓고 있었다.
"하렌 대장님인가요?"
범려가 감옥으로 가서 경비 대장을 부르자 바로 반응이 왔다.
"내가 하렌이네. 로벤 마을에서 온 건가? 어서 날 이곳에서 빼주게. 한시라도 빨리 마을로 돌아가야 하네."
범려가 해골 병사들에게 감옥을 향해 손짓하자 그들은 우르르 달려들어서 열쇠도 없이 감옥을 부숴버렸다. 나무로 만들어진 감옥이라서 쉽게 감옥을 부수고 나올 수 있었다.
"날 구해줘서 고맙네… 으윽! 다리가! 아무래도 녀석들에게 고문을 당한 흔적으로 몸이 제대로 돌아오지 못했네. 날 마을까지 데려다주게나."
"네."
범려와 로즈는 같이 대답을 하고는 하렌을 호위하면서 전진했다. 어차피 주변의 몬스터들을 거의 다 정리해놓은 상태였기에 호위에 어려움은 없었다.
"헉헉!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어. 고맙네!"
하렌은 로즈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노골적인 시선을 보냈다. 로즈는 이런 행동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저기 손 좀……."
"날 구해줬으니 부탁을 하나만 더 들어주게. 오크들에게 잡혀 있는 동안 녀석들이 하는 말을 들었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을 대대적으로 습격한다는 소식을 말이지. 그래서 녀석들이 공격해오기 전에 먼저 공격을 했으면 하네!"
-선공을 가해라! [몬스터 집결지 습격]
하렌은 감옥에 잡혀 있는 동안 몬스터들이 로벤 마을을 습격한다는 소식을 듣고 녀석들에게 공격을 하기 전에 선공을 해서 큰 피해를 입히려고 한다.
난이도:C
완료 조건: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집결지에 몬스터를 쓸어버려라!
발동 조건:경비 대장 하렌을 구한 상태, 이전 마을 수비 퀘스트 수행 중 상태
기한:몬스터들이 마을을 습격하기 전에 공격하라.
(퀘스트를 받게 되면 마을 수비 퀘스트를 자동 포기합니다.)
보상:황혼의 반지, 로벤 마을의 영웅 칭호
범려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사이, 옆에 있던 로즈는 이 퀘스트를 생각도 없이 받아버렸다.
"수락!"
"어?"
물론 범려는 아직 수락을 누르지는 않았지만, 옆에 있던 로즈는 어서 퀘스트를 수락하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해요, 수락 안 하고. 이런 퀘스트 흔치 않아요. 그리고 저도 마을 수비 퀘스트 받았는데 별로 마음에도 안 들고, 그리고 칭호가 수호자 칭호가 아니라 영웅이잖아요. 뭔가 다를 거예요."
범려는 확실히 퀘스트 보상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수락을 해버렸다.
"그럼 이제, 같이 퀘스트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