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7화 (7/80)

제7장. 집결지 습격

범려는 퀘스트를 받고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 광장에는 몬스터들이 습격을 알리는 시간이 적혀 있었다.

"현실 시간으로 5일 남았다."

생각보다 시간은 촉박한 상태다. 물약도 적고 더군다나 집결지가 어디인지 몰랐다.

"집결지를 먼저 찾아야 돼."

"뭐 해요?"

로즈는 아직도 파티를 풀지 않고 범려의 뒤를 따라다녔다.

"모, 몬스터들이 어디에 집결을 할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걸 뭘 생각해요. 이곳 지리도 모르면서. 지도나 받아요."

로즈는 범려에게 지도를 건네주면서 같이 생각하자는 뜻을 비쳤다.

범려는 지도를 받자 대충 몬스터들의 마을이 어디 있는지부터 체크했다.

"여기는 노란 갈기, 붉은 발바닥 오크들……."

지도를 보면서 대부분의 이 주변 몬스터들이 오크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고, 주변에 오크 부족만 6개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여기에 유일한 트롤 마을이 있어요."

로벤 마을의 최고의 골칫거리, 트롤 마을이 남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많은 유저들이 로벤 마을의 마지막인 저 트롤 마을을 깨부숴야 이곳을 떠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한번 몰려오면 어마어마하겠는데……."

오크들의 마을 6개, 트롤 마을 1개, 나머지는 별로 의미 없는 곳이다.

"몬스터 마을들을 이어주는 곳은 여기 던전이구요."

로즈는 각 마을을 이어주는 중심부에 로벤 마을의 최대 던전, 검은 손톱 오크 던전을 꼽았다.

"혹시 이 던전에 가봤나요?"

"물론이죠."

범려가 이 던전을 한번 가본 적 있냐고 물어보자 대답은 즉각 튀어나왔다.

"그럼 던전의 난이도는 어떤가요?"

"음, 던전은 의외로 쉬웠어요. 녀석들이 대부분 체력이 약한 마법사들만 있었거든요. 그리고 멍하니 서서 광역 마법만 날리는데 그 자리만 피하면 금방 잡아요."

범려는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그 마음을 접었다.

"아니야.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기어 나올 리 없지."

혹시나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나올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던전은 다른 공간이다. 그러니 안에 있는 녀석이 바깥으로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무슨 말이에요?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나올 리 없다니."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이 바깥으로 나오지 않을까 해서……."

"이 게임이 아직 6개월밖에 안 돼서 저도 그건 모르겠네요. 그것보다 저희랑 같이 할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경비 대장 하렌을 구한 사람은 둘밖에 없는데 어떻게 같이 할 파티원을 구해요."

맞는 말이다. 하렌 구출 퀘스트는 범려와 로즈, 두 사람이 했으니 다른 사람들은 일절 손도 대지 못하는 퀘스트라는 소리다.

범려는 그래서 퀘스트를 받을 때 신중히 고민을 하는데, 로즈는 그걸 덥석 받아버리고는 자신도 같이 퀘스트하자는 식으로 몰아세우니 당장이라도 포기를 누르고 싶었다.

"일단 집결지로 의심되는 검은 손톱 오크 던전 앞에 가보죠."

"네."

범려는 던전의 입구에 도착하자 주변을 스윽 하고 둘러보았다. 공터가 꽤 넓으니 이 정도면 수천 명 정도는 거뜬하게 모일 만한 장소였다.

"군대 1천 정도는 우습게 모일 수 있겠는데."

"와, 이 정도 넓이면 집결지로는 최고인데요."

범려는 검은 손톱 오크 던전 앞마당 말고는 더 이상 좋은 장소는 없을 것 같았다.

"장소는 찾았는데 이제 어떻게 하지."

모이는 장소를 찾아내기는 했지만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 많은 몬스터들을 어떻게 공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건 공격을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죽기 십상이다.

"함정 같은 거 없어요?"

솔직히 함정을 파낸다 해도 30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런 함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건 제가 해봐서 아는데 땅을 파면 무덤이라도 30분 후면 원래대로 돌아와요. 차라리 펄펄 끓는 기름을 붓는 게 좋겠네요."

범려가 어떻게 몬스터들에게 타격을 줄지 고민하고 있는데, 로즈가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주변에 나무는 잘라도 목재는 남거든요. 그리고 기름은 로벤 마을에서 굉장히 싸게 팔아요. 1골드면 큰 기름통으로 10개 정도 살 수 있어요."

로즈의 말은 간단하게 말해서 불을 지르자는 것이었다. 전략 중에서 가장 손쉽게 적을 무너트리는 것이 화공(火攻)이다.

"기름 살 돈이……."

"그건 걱정 마세요. 지금까지 모아둔 돈으로 기름 한 100통 사면 돼요."

그녀가 같이 퀘스트를 한다는 의미에서 돈을 아끼지 않고 내놓자 범려는 벌목용 도끼를 31자루를 사서 해골 병사들과 같이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주변의 목재를 계속 베어가면서 집결지에 화공으로 사용할 화륜(火輪)을 수십 개 만들어갔다.

"영차-!"

두 사람이 열심히 화륜을 만드는 것을 보고 지나가던 플레이어들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특히 사제가 모든 파티를 거부하고 범려와 같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가장 신기했다.

"조금만 쉬면서 해요."

"그럼 쉬세요. 전 이거 마무리하죠."

범려는 게임상이라지만 전혀 쉬지 않았다. 아무리 신체적인 무리가 없다 해도 계속 뭘 하고 있으면 지겹고 정신적으로 지치기 마련이다.

"쳇!"

로즈는 조금 쉬어볼 요량이었는데 범려가 혼자서 계속 일을 하자 별수 없이 쉬는 걸 나중으로 미루고 일을 거들어야 했다.

"조금 쉬세요."

"됐어요!"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고, 범려는 무슨 이유인지 잘 몰랐지만 그의 사고방식은 약간 달랐다.

'안 좋은 일이 있나 보네.'

간편한 사고방식이다. 지금까지 변변한 애인 하나 없는 게 이해가 될 정도다.

집결지 방향으로 주변에 딱 100개의 화륜을 만들고는 이제 녀석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집결지가 지형적으로 아래에 있어서 화륜을 굴리기도 쉬웠다.

"전 이만 갈게요. 내일 봐요."

"네."

로즈는 먼저 로그아웃을 했다.

범려는 마지막으로 해골들을 이용해 위치가 제대로 잡혔는지 확인을 한 뒤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콸콸콸

해골들이 나무에 기름을 붓자 나무에 그 기름들이 빠르게 스며들더니 나중에 불만 붙이면 아주 잘 탈 것 같은 모양새를 갖추었다.

"캬,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잘 만들었어."

범려에게 남은 것은 이제 남은 시간 동안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사냥하면서 레벨을 올리는 게 전부다.

"사냥 시간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시 몸이 피곤하다.

"음, 세 시간만 자고 오자 사냥은 나중에. 로그아웃."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로그아웃을 하고는 딱 3시간만 자려고 알람을 맞춰뒀다.

범려가 로그아웃을 하고 나서 마을에서는 촌장이 용사들을 하나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저희 마을을 도와주십시오! 이 로벤 마을을 살려 주십시오! 바로 여러 용사님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아, 저 할아버지 목소리 안 듣는 방법 없나?"

로벤 마을에 있는 모든 유저들이 마을을 지키는 이벤트에 참가를 한 상태다. 시간도 넉넉하고 보상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소리를 거의 보름 동안 듣고 있자니, 촌장이 하는 말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달달 외울 지경이 되었다.

"이벤트 끝나면 촌장 죽일까……."

암살자 직업을 선택한 한 사람이 품에서 단검을 꺼내들더니 입을 열었지만, 옆에 있는 사람이 그를 말렸다.

"넌 NPC를 죽여도 아무런 페널티가 없다지만, 그래도 아무 죄 없는 마을 촌장이다. 참아라. 그리고 퀘스트 끝나면 촌장이 무슨 입을 연다고."

"알았다."

암살자는 바로 옆에 있는 친구의 말에 다시 단검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촌장의 용사 모집 광고는 이제는 피해가 갈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시간은 이제 몬스터가 습격하기 현실 시간 12시간 전이 되어 있었다. 범려는 그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혹 전투를 하다가 화살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또한 병사들의 무기들도 최대한 최고의 무기들도 장비를 해주었다.

"으아, 장비 값만 해서 20골드 나갔네."

아무리 상점에서 파는 물건을 장비해준다고 하지만 숫자가 많으니 돈은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말았다.

"범려 님, 이곳에서 뭐 하세요?"

"헉! 깜짝이야."

뒤에서 귀신처럼 모습을 드러낸 로즈의 모습에 범려는 깜짝 놀라 그리 크지 않은 눈을 크게 떴다.

"겨우 이런 걸 가지고 놀라다니, 무슨 남자가."

"이런 거라니요! 그렇게 귀신처럼 나타나는데 누가 안 놀랍니까."

"미안해요."

범려가 놀란 걸 뒤로하고 딱딱한 얼굴로 대답하자 재미가 없어진 로즈였다.

'무슨 남자가 저렇게 재미없어! 흥이다! 메롱.'

범려의 뒤통수에 대고는 혀를 삐쭉 내밀면서 장난을 치고 있던 로즈는 범려가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을 쳐다봤다.

"……."

범려가 뚫어지도록 바라보자 로즈는 방금 행동을 들킨 건 아닌지 내심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모든 게 들통 날 것 같아서 선수를 쳤다.

"집결지로 가요."

먼저 돌아서서 집결지로 가버리는 로즈였고, 범려는 약간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계속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은데.'

범려는 다른 의미로 로즈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많이 닮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뒤돌아서서 길을 가려다가 멈춰 서서 로즈의 얼굴을 뚫어져라 본 것이다.

"음, 누가 이것들을 건드리진 않았네요."

둘이 만들어놓은 화륜을 아무도 건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안 그랬으면 다시 만들어야 했으니까.

"하, 이제 시간이 될 때까지 뭐 하지."

일명 폭풍 전 고요라고 해야 하나. 필드에는 몬스터 하나도 보이지 않고 황량한 벌판만 자리했고, 심지어 그 많던 동물들도 숨을 죽이고 있을 정도였다.

"몬스터도 안 보이고 딱히 뭐 할 것도 없고, 아! 하나 있다."

로즈는 범려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눈을 마주쳤다.

"뭐, 뭐예요. 사람을 그런 눈으로 보다니."

"어머나, 실례되는 말씀을 하시네요. 이런 미인이 당신같이 못생긴 추남을 봐주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셔야죠."

"모, 못생긴 추남……."

분명 범려의 얼굴은 미남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추남이라고 할 정도로 못난 얼굴은 죽어도 아니다. 그냥 어중간하다.

"추… 남……."

"어머나, 상당히 충격이었나 보네? 걱정 마세요. 그렇게 추남은 아니니까."

로즈는 뒷수습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범려는 완전히 자신감을 잃고 우울한 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중증이네. 원래 이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나이나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흑흑, 추남이었어. 난 추남. 그래, 그래서 21살이 되도록 변변한 애인 하나 없는 거야."

"정말, 애인 하나도 없었어요?"

"으아-!"

"나이도 21살? 나랑 동갑이네. 이제 남은 곳은 사는 곳인가."

로즈는 이왕 밝혀내는 거, 사는 지역까지 알아낼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자 옆에 있는 해골들이 범려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래. 너희들밖에 없다. 흑흑."

"범려야, 어디 살아?"

그녀는 나이를 알아내자 바로 반말을 하면서 범려를 툭툭 건드렸다.

"왜 남에 집 주소는 알려고 하나요. 그리고 왜 반말을 하는 겁니까!"

"억울하면 너도 해! 나도 우리 집 주소 알려 줄 테니까. 너도 말해라. 응?"

어떻게 보면 '뭐, 이런'이라는 소리를 들을 상황이지만, 상대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집 주소가 어떻게 돼?'

이러니 막상 화를 내기도 뭐했다.

"00시 00동 1XX번지."

"어라, 우리 집에서 버스 타고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잖아. 굉장히 가깝게 사네. 그리고 불편하면 너도 반말해. 같은 동갑인데 억울할 거 없잖아."

맞는 말이다. 로즈의 말대로 범려도 같이 반말하면 된다. 하지만 여자 앞에만 서면 약해지는 그에게는 그게 쉽지 않았다.

"로, 로즈야……."

"왜? 범려?"

싱글싱글 웃으면서 범려 앞에 얼굴을 들이대는데 그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귀까지 붉어진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 여자에 대한 면역력이 약한 범려는 한동안 얼굴을 붉혀야 했지만 그것도 잠시, 멀리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부우~ 뿌우웅~

뿔 나팔 소리는 한 곳에서만 들려오는 것이 아닌 여러 곳에서 들려왔다. 그것도 일곱 군데에서 동시에.

"저길 봐! 몬스터들이야!"

몬스터들이 일정한 행렬을 유지한 채 시커멓게 몰려오는 모습은 옛 군대가 어떻게 행군을 하고 다녔는지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취익! 우리가 누구!"

"취익! 용맹한 오크(Orc)!"

"쿠오! 용맹한 트롤의 전사들이여, 소리쳐라!"

"쿠오-!"

각기 부족의 오크와 트롤들이 엄청난 함성을 지르면서 집결지를 향해 모여드는 사이, 집결지 앞에 있는 검은 손톱 오크 던전 입구에서 신기한 광경이 일어났다.

"취익! 나와라! 나의 형제들이여!"

"취익! 취익! 어둠에 물든 오크 형제들이여!"

던전 입구에서 검은 손톱 오크들이 나온 것이다. 저들 대부분은 체력이 빈약한 마법사로 알고 있었다.

"어머나, 던전에서 녀석들이 나오다니."

"이런, 빌어먹을. 던전에서 진짜로 나올 줄이야."

범려는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이벤트 퀘스트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이벤트를 하는 동안엔 뭐 하나 안 될 것이 없다.

"몬스터들을 다 합치면 병사들만 2천은 되겠다. 어디 영화 찍는 것도 아닌데 뭐 저리 많이 몰려와!"

범려의 파티원과 해골 병사들의 숫자를 다 포함해도 32명, 저쪽은 2천. 수적으로 너무나도 차이 나는 병력이었다. 그리고 로벤 마을에 있는 유저와 NPC를 포함해도 500을 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1천이라는 숫자를 쓸어버려야 하는 건가."

아무리 전략적으로 우위를 차지한다고 해도 서른이 조금 넘는 숫자로는 불가능이다. 어디 메테오라도 떨어트린다면 모를까, 그런 게 가능한 두 사람이 아니다.

"다들 위치로!"

해골들은 몸을 숨기며 몬스터들이 집결지로 다 모이는 순간을 기다렸다. 화륜으로 저들의 숫자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줄이려는 것이다.

"범려, 나도 굴려?"

"그, 그럼 굴려야지. 100개 빨리 굴려야 한다고."

"…이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저 무식한 걸 굴리라는 거야."

"그, 그럼 나도 안 해! 퀘스트 실패를 하든지 말든지."

범려는 퀘스트 실패를 빌미로 로즈를 협박했다. 이대로 가면 퀘스트 실패는 불 보듯 뻔하고, 저 숫자가 마을로 간다면 마을에 있는 사람들도 대다수 죽어나갈 것이다.

"너, 너, 어디 두고 봐. 흥!"

협박이 통했는지 로즈는 결국 화륜을 밀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러면서도 범려에게 죽일 듯이 살기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크윽, 온몸이 짜릿할 정도로 무섭게 째려보네.'

몬스터들이 집결지로 다 모여들자 이제는 서로의 수장들이 모여서 군단장을 뽑으려는 순간이었다.

"밀어!"

"으, 으, 으아!"

로즈가 사제의 몸으로 온 힘을 다해 화륜을 밀자 아직 불도 붙지 않은 화륜이 집결지를 향해 열심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불화살 발사!"

해골 궁수들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굴러가는 화륜을 향해 불화살을 쐈다.

화르르!

불이 붙자 진정한 화륜의 모습을 보이면서 맹렬하게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덮쳤고, 불덩어리는 집결지를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었다.

"취익! 막아라!"

"취익! 불을 꺼라!"

집결지에 모인 오크들과 트롤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고, 군대를 지휘하는 오크들이 소리를 치면서 혼란을 잠재우려고 했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범려가 아니었다.

"후웁!"

쉬이익!

화륜이 계속 굴러가는 시점에 범려는 오크들을 지휘하는 녀석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그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취익! 내 눈!"

"취익! 방패를 들어라! 부족장님을 보호하라!"

오크들은 생각보다 지휘관의 보호를 철저히 했다. 운 좋게 한 녀석의 눈을 맞혀 혼란 상태에 빠트렸지만 그것도 잠시, 오크들이 달라붙어서 지휘관들을 재빨리 감쌌다.

"지휘관을 잡는 건 포기해야겠다."

"뭐 해! 어서 안 밀고!"

로즈가 짜증 섞인 말투로 소리를 지르자 범려는 눈치껏 화륜을 밀었다.

"으라차차!"

얼마 지나지 않아서 100개의 화륜이 모두 불붙은 상태로 덮쳤지만, 녀석들의 지휘관들이 살아 있는 이상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저쪽이다! 저쪽에 인간들이 있다!"

혼란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자 지휘관들이 범려가 있는 곳을 향해 소리쳤고, 오크들은 흉험한 살기를 내뿜으면서 씩씩거렸다.

"헛, 들켰다. 튀어!"

"뭐야, 도망치는 거야!"

수많은 몬스터들이 자신을 노려보는데 안 도망갈 유저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동시에 몇 개의 메시지가 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몇 렙을 하는 거냐."

화륜으로 죽인 몬스터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순식간에 5레벨 정도는 올라버렸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자신 혼자만 나타나지 않았다.

"어머나! 7렙이나 올랐어."

자신은 해골들 때문에 경험치 50퍼센트밖에 받지 못해서 5렙이 올랐다. 로즈는 혼자서 그 많은 경험치를 먹고 7렙을 올리고, 거의 8레벨을 올리는 수준의 경험치를 먹은 것이다.

"레벨 볼 시간 없어. 어서 도망쳐!"

"아야!"

범려의 다급한 말에 재빨리 도망을 치려는데, 그만 로즈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순간 범려의 인상이 확 구겨졌지만 침착하게 대처했다.

"얘들아, 로즈를 들어라!"

"꺄악!"

해골들 수 명이 달려들더니 머리 위로 로즈를 들고는 뛰기 시작했다. 로즈는 저 뒤에서 쫓아오는 몬스터들 때문에 내려달라는 말을 못하고 그냥 해골들에게 몸을 맡겼다.

"마을로 가면 녀석들이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직 개전 시간이 되지 않아서 상황을 모른다. 섣불리 마을로 갈 수가 없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마을로 돌진이다!"

어차피 싸워야 할 상대. 조금 빨리한다고 뭐 달라질 게 없었다. 범려는 냅다 뛰었고, 마을을 향해 가는 중에 몬스터들의 추격이 점점 약해지더니 마을에 다 도착하기 전에 돌아가 버렸다.

"사, 살았다."

프로그램으로 인식된 녀석들이라 마을을 아직 공격할 시간이 아닌 걸 알고는 오지 않고 돌아간 것이다. 한마디로 프로그램이 범려를 살린 것이었다.

"몬스터들이 갔으면 날 내려 줘야지."

"내려 줘라."

해골들은 조심스럽게 로즈를 내려놓고는 빠르게 대열을 맞추었다. 확실히 군대 냄새가 팍 풍기는 광경이다.

"개전(開戰)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지?"

"10분!"

시간이 부족했다. 몬스터의 숫자를 어느 정도 줄이기는 했지만 아직 그 숫자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모른다.

"일단 몸을 숨기자. 몬스터들이 마을 입구에서 싸우기 시작하면 우리는 뒤에서 조금씩 기습을 펼친다."

범려는 로즈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내리고는 병사들을 이끌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해골들과 같이 몸을 숨겼다.

쿵! 쿵!

부우~ 부우웅~!

잠시 후 우렁찬 나팔 소리와 행군을 하는 소리는 몬스터들이 오는 신호를 알렸고, 로벤 마을에 있던 경비병들이나 유저들은 잔뜩 긴장했다.

"몬스터들이 왔다!"

유저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몬스터들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눈에 보인 것이다.

"굉장한 숫자다."

다들 지금 보는 숫자를 보고 놀랐지만, 반대로 범려는 크게 안심했다.

'많이 줄었다!'

화륜으로 죽은 숫자가 얼추 짐작이 될 정도로 몬스터의 숫자가 많이 줄어 있었다. 저 유저들과 싸운다면 분명 더 많은 숫자가 죽어나갈 것이다.

"승산이 보인다."

"무슨 승산?"

"이, 이길 수 있는 승산."

범려는 로즈의 갑작스런 물음에 말을 약간 더듬으면서 대답을 했지만, 그의 눈빛은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경험치들…….'

언제나 레벨 업에 목말라 있는 범려였다.

"취익! 용맹한 오크들이여! 저기 가증스러운 인간들이 있다! 우리의 공포를, 인간들에게 보여 주자!"

"우오-!"

오크들과 트롤들의 함성이 우렁차게 울렸다. 그러자 마을에 있던 경비 대장이 크게 외쳤다.

"우리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와-!"

역시 마을 경비 대장이라서 뭔가 거창함은 없었지만 비장함이 엿보였다. 그래도 유저들은 저들과 싸워야 퀘스트의 보상을 받는다는 조건이 있기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돌격-!"

"막아라-!"

양쪽에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자 범려는 때는 지금이라고 생각하고는, 해골 병사들과 함께 몬스터 군대 뒤로 돌아가서는 후방을 교란시켰다.

"공격!"

"신의 가호! 빛의 숨결!"

-신의 가호가 내려집니다. 체력이 30 증가합니다. 30분간 지속됩니다.

-빛의 숨결이 내려집니다. 모든 공격 형태의 공격력이 5% 증가합니다. 20분간 지속됩니다.

로즈는 버프를 시전하고는 즉각 마나를 회복하는 물약을 마셔 버렸다. 마나량이 좀 되기에 물약을 먹어도 많은 양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취익! 공……."

한 오크는 공격하라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해골들의 습격에 저지당해 얼마 안 가 죽고 말았다.

뒤에서 갑작스럽게 기습해온 해골들이 오크들을 도륙하며 혼란을 야기하자 한 오크가 소리쳤다.

"취익! 기습이다!"

그런 기습의 외침이 퍼지더니 몇몇의 오크들이 대응을 하며 나섰다. 그에 범려는 재빨리 외쳤다.

"후퇴!"

정말 발 빠르게 범려의 명령을 이행하는 해골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모두가 살아서 후퇴를 했다. 그러는 와중에 몇 놈의 오크가 쫓아왔지만 가볍게 그들을 죽여 버렸다.

"다시 공격."

재차 공격을 펼치자 이번에는 제법 반응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것이 범려가 바라는 방법이었다. 적은 숫자지만 적들은 후방을 걱정해야 하니 일부의 병력이 제대로 된 전투를 하지 못하게 된다.

"궁수들은 한 놈씩 잡는다. 나머지는 그 자리에서 대기!"

범려가 한 놈씩 처리하려 화살을 날리자 옆에 있던 궁수들도 같이 날렸다. 하지만 한 놈을 죽이자 다른 녀석들의 눈에 띄었다.

"취익! 화살을 쏜다. 너희 10명은 저놈들을 처리해라."

"취익! 네!"

따로 병력이 떨어져 나와 범려와 해골들을 처리하려고 나오자 범려는 뛸 듯이 기뻤다.

"하하하, 저 멍청한 녀석들. 겨우 10명만 오면 나야 좋지."

아무리 녀석들이 강하다고 하지만 오크 병사 10명은 일반 사냥하는 수준밖에 안 되는 숫자다.

"로, 로즈, 히, 힐 좀 해줘."

"알았어."

범려는 로즈의 마나가 많지는 않지만 천천히 사냥을 하면서 나간다면 부족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 파악하고 힐을 부탁했다.

"그런데 왜 자꾸 말을 더듬는 거야?"

"그, 그건 약간 문제가 있는데 나중에 설명해줄게."

지금 당장은 퀘스트를 끝내는 게 중요했기에 설명은 뒤로 미뤘고, 로즈도 지금 퀘스트가 중요하다고 느껴 그 말에 수긍했다.

"지휘관이 보인다! 조준 사격!"

한 오크 부족장으로 보이는 녀석을 향해 화살을 날리자 그는 심각한 부상을 당하고는 범려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재차 화살이 날아들었다.

"크윽-!"

범려의 연사 속도는 거의 스킬을 쓰는 수준이라서 녀석의 체력을 쭉쭉 빼버렸다. 덩달아 해골 궁수들이 같이 쏴대니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지휘관 하나가 죽어버렸다.

"죽였다!"

부족장 하나가 죽자 한 부족 전체의 명령 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취익! 대장이 죽었다!"

제대로 된 명령 체계가 흔들리자 그 영향은 단순히 한 부족에 그치지 않고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지휘에 방해가 되는 부족을 다른 부족들이 몰아내기 시작했다.

"취익! 파란 발톱 일족을 앞으로 내몰아라!"

지휘 체계의 혼란을 주는 녀석들을 앞으로 내몰면서 일부러 유저들의 힘을 소모시켰다.

"무슨 오크가 저렇게 똑똑해!"

범려는 오크들을 보고 정말 똑똑하다고 느꼈다. 지휘 체계가 무너진 병사들을 앞으로 내몰고 자기들의 병력을 온전히 보존, 불편한 것들을 몰아내는 전략이다.

"아, 저것들 어떻게 이기지……."

지금은 유저들이 레벨과 능력이 좋아서 버티고 있지만 오크들에게는 뛰어난 지휘관이 있다.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는다.

범려가 병력을 조금씩 갈아먹는 사이, 갑자기 오크들의 일부 병력 중 약 100여 명 정도가 뚝 떨어져 나오더니 마을 뒤로 가고 있었다.

"다른 입구로 간다!"

범려는 재빨리 마을 뒤로 병사들을 끌고 달려갔다. 100마리의 오크가 뒤에서 후방을 치면 완전히 무너진다.

"아무리 인공지능이라지만 너무하잖아!"

미친 듯이 뛴 범려는 오크들보다 먼저 마을 뒤에 도착했다. 역시 마을 뒤편에는 유저의 숫자가 단 하나도 없었고, 있는 거라고는 한쪽에 모여 있는 NPC들이 전부였다.

"전투 준비!"

척! 척! 끼이익!

아직 오크가 보이지 않지만 뒤로 온다면 분명 이곳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범려의 예상대로 오크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거침없이 활을 당겼다.

"발사!"

궁수의 숫자가 부족해서 그런지 돌진해오는 오크들의 숫자를 겨우 둘 셋 정도만 줄어들게 만들었다.

"속사!"

범려가 잘 쓰지도 않는 속사를 명령하자 해골 궁수들의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기존 속도의 1.5배가 빨라지는 스킬인 만큼 화살의 소모가 빠르고, 적중률이 떨어지지만 숫자가 많은 대상에게는 아주 적절한 방법이었다.

"취익! 길을 막는 모든 걸 쓸어버려라!"

오크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진하자 해골들이 방패를 들며 그들과 맞서 싸웠다.

"짜증나는 오크 새끼들!"

범려는 활을 당기면서도 짜증이 잔뜩 묻어나오는지 인상이 별로 좋지 못했다. 더군다나 오크들의 숫자가 많아서 자꾸 병사들이 고립되려 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했다.

"이럴 때 마법이라도 떨어진다면 좋으련만."

"힐! 힐! 힐!"

마법은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있는 건 사제 한 명. 그것도 회복 마법을 쓰느라 바쁘다.

"취익! 인간 죽어라!"

"쳇!"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오크를 보자 범려는 등허리에 차고 있던 무기를 뽑아 오크의 품으로 파고들어 옆구리를 베었다.

"컥!"

"내가 아무리 검술이 허접해도 너 같은 오크한테 당할 녀석은 아니거든."

허리를 베인 오크가 인상을 찡그리는 사이 범려는 거침없이 검을 휘둘러 죽여 버렸다.

"잘 가라. 덕분에 경험치가 오르는구나."

범려는 다시 활을 당기면서 녀석들을 쓰러트렸고, 시간이 갈수록 오크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해골 병사들은 기세가 등등해졌다.

"마지막!"

푹!

마지막 오크의 미간에 화살이 꽂히면서 32 대 100이라는 전투가 끝났다. 그리고 저 앞에서는 여전히 유저들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제 뒤통수치러 가자!"

범려는 쉬지도 않고 몬스터들에게 단단히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자신을 이렇게 고생하게 만든 그 부족장들을 죽일 생각인 것이다.

"마나 채울 시간 좀 주라."

"마, 마나 물약 마셔, 계속."

"돈 없어!"

즉시 마나를 채워주는 마나 물약은 생각보다 비싼 물건이다. 그런 건 물 쓰듯이 사용이 안 된다. 그만큼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아, 알았어. 그, 그러면 여기서 조금 있다가 전에 있던 곳으로 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범려는 저 앞에 싸우고 있는 유저들과 자신의 퀘스트를 위해서 움직였다. 방금 전처럼 많은 숫자의 오크와 싸우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

"가자!"

"잠깐!"

로즈가 갑자기 범려를 불러 세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정강이를 발로 차버렸다.

"아야! 아이고, 아파라."

"무슨 남자가 이렇게 무뚝뚝해. 여자가 좀 쉬자고 하면, 뭐 업고라도 같이 가야 한다고 말이라도 해줘야 할 거 아냐!"

"크윽! 아파라. 알았어. 업고 가줄게."

"엎드려서 절 받기는 싫다! 흥!"

범려가 한쪽 다리를 문지르면서 해골들에게 손짓으로 명령을 내리자 몇 명의 해골들이 로즈를 자신들의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가, 가자."

"흥!"

로즈는 그래도 싫지는 않은지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고, 가는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약간이라도 마나 회복을 할 수 있었다.

그 시각, 마을 입구에서는 몬스터들과 유저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대충 몬스터들 1천 마리는 죽은 것 같은데."

거의 유저들과 몬스터들의 숫자가 비등비등했다. 동시에 몬스터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지휘관들을 지켜 줄 병사들의 숫자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금적금왕(擒敵擒王)."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친다는 소리다. 지금 몬스터들을 지휘하는 부족장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움직이고 있었고, 범려에게 저만한 목표물은 따로 없었다.

"가장 눈에 잘 보이는 녀석부터!"

범려는 먼저 오크 부족장들부터 처리할 생각이었다. 트롤 부족장은 워낙 강한 녀석이라 다른 녀석들을 먼저 잡아 군대의 혼란을 일으킨 뒤에 잡아야 한다.

"검은 손톱 부족장!"

가장 체력이 약하고 제일 뒤에 있는 녀석. 물론 몬스터 던전의 보스답게 강하지만 혼자서 녀석을 잡지 않는다.

"마법사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겠지."

범려는 조심스럽게 해골들을 데리고 검은 손톱 부족장의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고는 녀석이 마법을 쓰려는 순간을 이용해 잡을 생각이었다.

"취익! 파이……."

"돌진!"

해골들이 순차적으로 녀석에게 돌진을 하면서 마법 캐스팅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스물이 넘는 해골들이 뛰어들면서 주는 데미지도 꽤 되기에 전체 체력의 40퍼센트를 깎아버렸다.

"조준 사격!"

이번에는 궁수들을 이용해 최대의 데미지를 주자 정신을 못 차리고 체력이 쭉쭉 빠져나갔다.

그렇게 30명의 해골들이 두들기니 순식간에 부족장이 차디찬 땅바닥에 누웠다.

"마법 지원이 끊긴다."

범려는 나지막하게 말을 했지만 그 효과는 바로 나왔다. 부족장이 죽어버리자 몬스터들 중에서 유일하게 마법을 쓰던 오크 마법사들이 혼란에 빠져 마법 난사를 하는 것이다. 적군 아군이 없이 마법을 퍼붓자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혼란이 찾아왔다.

"취익! 검은 손톱 부족이 마법을 나한테 쏜다!"

"취익! 뜨겁다!"

"마법사 지원이 끊겼다!!"

오크들의 마법 지원이 끊기자 전사들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 마법을 맞으면서 싸우는 통에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음 부족장을 죽이자!"

범려가 몬스터 부대의 혼란을 틈타 계속 부족장들을 몰아치기로 죽여 버리자 남은 건 트롤 부족장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모든 부족장들이 죽어서 별로 힘도 쓰지 못했고 그 자신도 결국 우왕좌왕하다 눈먼 화살과 검에 맞아서 사망하고 말았다.

"와아-! 몬스터들이 도망간다!"

부족장들이 다 죽자 몬스터들은 서로 도망가기 바빴고, 전투가 끝나자 그때서야 퀘스트의 완료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드디어 완료다."

다들 퀘스트의 완료 보상을 받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단 하나 범려와 로즈는 다른 퀘스트이기에 경비 대장 하렌에게 퀘스트 보상을 받았다.

-황혼의 반지

드워프가 만든 반지. 매일 황혼이 물드는 시간에만 작업을 해서 붙여진 이름

옵션:체력+14

공격력을 3% 올려 주는 투지의 오라를 발산하여, 주변의 파티원들에게 영향을 준다.

-칭호:로벤 마을의 영웅

마을 안에서 모든 물건을 1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모든 능력치를 10 증가시켜 준다.

"아이템 옵션이 좋은데."

확실히 아이템의 옵션이 대단히 좋았다. 수호자 칭호는 어떤지 모르지만 말이다.

"야, 드디어 끝났다. 범려, 잘 있어. 다음에 봐!"

퀘스트 보상을 받자마자 로즈는 뒤도 안 돌아보고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별로 가까이 지내고 싶지는 않다."

범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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