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8화 (8/80)

제8장. 보물 열쇠

퀘스트가 끝나고 시간이 흘렀지만 로즈가 접속을 하지 않자 범려는 그녀를 기억 속에서 지우고 해골들을 키우는 데에 열중했다.

"아자! 레벨 50 달성!"

범려는 드디어 50레벨을 달성했다. 로즈가 사라진 후 정말 많은 사냥터를 전전하면서 레벨을 올렸고 남들 다 60레벨 이상을 달릴 때 혼자 묵묵히 50레벨을 올린 것이다.

"이놈의 해골들만 아니라면 나도 60레벨일 텐데."

원망을 해도 소용없다. 이놈들이 아니면 사냥을 할 수가 없다. 왜! 공격 스킬을 50레벨이 되는 그 순간까지 안 주니까!

"아! 아르테미스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절 부르셨나요?"

"헉!"

단순히 아르테미스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바로 앞에 부활의 천사가 나타났다.

"이번엔 무슨 일이시죠?"

"……."

범려는 그냥 불렀다고 말하려다가 그런 소리를 하면 불이익이 떨어질지 몰라서 적당히 둘러댔다.

"다름이 아니라, 해골들이 다른 직업으로 전직이 가능한지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요."

"음, 어디… 해골들의 힘이 꽤 강해졌네요. 이 정도면 거의 변화가 일어나겠는데요."

"진짜요? 어떻게 변화하나요?"

"새로 등장한 병과가 도끼병, 창병, 노(弩)병으로 변화가 되네요."

"도끼, 창, 노(弩)병이라……."

"전 이만 일이 바빠서 가볼게요. 다음에 봬요, 범려 님."

범려는 아르테미스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손을 흔들었지만, 입으로는 방금 말한 병과에 대해서 중얼거렸다.

"노(弩)라면 해골들이 석궁 비슷한 무기를 장착이 가능하다는 거고, 도끼하고 창을 든다는 게 마음에 드는데. 그럼 해골을 변화시켜 볼까……."

범려는 무턱대고 해골 전직 스킬을 사용하려다가 손을 멈췄다.

"잠깐, 이것들은 전직하면 다시 1레벨 되지……."

-해골 병사 전직(Master)

해골 병사들이 일정 수준의 경험치를 쌓게 되면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단, 레벨은 다시 1레벨이 됩니다.

마나 소비:10

위와 같이 한꺼번에 많은 해골들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차후 사냥을 하는 데 위험하다. 종류별로 순차적으로 조심스럽게 변화를 시켜야 한다.

"그럼 장검병 넷을 변화하고 궁수 둘을 변화시켜야지. 해골 전직!"

총 여섯의 해골들이 변화를 일으키면서 지금 착용하고 있던 무기들이 해제되고 빈손이 되었다.

-해골 창병

레벨:1

힘:12 민첩성:9 지능:7 정신력:5 체력:8

생명력:80 마나:4

공격력:40 방어력:40 마법 공격력:10 마법 방어력:50

-해골 도끼병

레벨:1

힘:11 민첩성:9 지능:7 정신력:5 체력:9

생명력:90 마나:4

공격력:30 방어력:50 마법 공격력:10 마법 방어력:50

-해골 노(弩)병

레벨:1

힘:10 민첩성:18 지능:10 정신력:15 체력:6

생명력:60 마나:20

공격력:45 방어력:35 마법 공격력:20 마법 방어력:35

비록 레벨이 다시 1이 되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기본 능력치가 조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 능력치가 점점 좋아지네. 다음 전직을 하면 얼추 일반 유저 1레벨보다 좋아지려나?"

범려는 일단 무기를 사기 위해 반돌 도시로 들어갔다. 물론 해골들은 도시 입구에 들어서자 경비들이 제지했다.

"병사들은 들어갈 수 없소!"

아마도 도시 경비들은 해골 병사들을 일종의 타국의 군대로 인식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범려 혼자 들어가면 막지 않았다.

"나 혼자 들어갈 거야."

"그럼."

범려가 해골들에게 손짓하자 알아서 그들 나름대로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다시 범려가 부를 때까지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아, 마을 바깥에 녀석들을 세워두면 좀 불안하단 말이야."

자신의 피 같은 해골들을 부수려는 유저들은 없었다. 『판게아 월드』에서 최고의 암울한 직업을 꼽으라면 소환 계열의 네크로맨서를 꼽는다. 하지만 범려는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

"얼른 물건을 챙기고 나가야지."

빠른 걸음으로 무기 상점에 들어가서 창과 도끼, 그리고 새로운 무기 노(弩)를 사서 해골들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무기를 바꾸자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병사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아직 레벨이 1이기에 조심해야 한다. 부서지면 그것만큼 화나는 것도 없다.

"조심스럽게 사냥을 해볼까."

툭!

문득 누군가 범려를 향해 부딪치자 황급하게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네, 저야말로."

부딪친 사람이 해골들을 지나치려는 순간 그들이 녀석을 에워싸 버렸다.

"흡!"

해골들은 유저한테 무기를 겨누면서 금방이라도 공격할 태세를 취하자 범려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왜 그래?"

한 해골이 검끝으로 유저의 가슴을 툭툭 치자 땅바닥으로 열쇠가 하나 떨어졌다.

"쳇!"

"엇! 내 열쇠! 소매치기?"

방금 자신에게 부딪친 유저는 직업이 도둑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아이템을 빼앗는 일은 없다.

훔치기 스킬은 몇 가지 제약을 가지고 있다. 소지하고 있는 돈의 최대 3퍼센트를 훔칠 수 있고, 혹 단순한 열쇠같이 장비로 사용을 할 수 없는 아이템에 한해서 훔칠 수 있다.

툭툭.

해골들은 열쇠를 떨어트렸는데도 여전히 살기를 드러내며 날카로운 검끝으로 유저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바로 궁수들이 활을 겨누고 있었다.

"훔쳐간 걸 다 내놔라."

범려는 열쇠를 다시 줍고는 모든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그러자 도둑은 조심스럽게 손을 품 안에 집어넣더니 훔쳐간 돈을 내놓았다.

"쳇! 네크로맨서들의 해골들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니."

도둑은 범려의 해골들을 훔치기 스킬을 간파하는 능력을 가진 해골들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해골들은 그런 간파 능력을 가지지 않았다.

단 하나, 자신의 주인에게 해로운 일을 벌인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즉, 훔치기 스킬이 공격 스킬은 아니지만 주인을 공격했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살벌하게 나왔던 것이다.

"길을 비켜 줘. 물건 돌려받았으니까."

범려의 명령이 떨어지자 해골들은 길을 열어줬지만 병사들은 녀석을 향해 살기를 드러냈다. 허튼수작을 하면 즉각 죽이겠다는 신호다.

도둑은 혼자서 중얼거리더니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다시는 해골들을 끌고 다니는 네크로맨서를 털지 않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러고 보니 이 열쇠 가지고만 있었지 사용을 한 번도 안 했네."

노란 갈기 오크 부족 마을을 처리하다가 나온 아이템인데, 퀘스트 이후 레벨을 올리기 위해 열을 올렸지 아이템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그 마을로 가볼까. 뭐, 안 좋은 아이템이 나와도 그냥 상점에 팔면 되고."

반돌 도시에 와서 사냥을 하고 있지만 거리상 로벤 마을과는 멀지 않다. 범려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는 생각으로 노란 갈기 오크 부족을 찾았다.

"확실히 레벨이 올라서 그런지 오크들이 금방 죽네."

예전에 왔을 때는 사냥 속도가 늦었지만 지금은 해골들이 알아서 쓸고 다녔다.

해골들이 알아서 싸우는 동안 범려는 부족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열쇠를 사용할 만한 금고나 혹은 비밀의 문을 찾았다.

"모든 곳을 다 뒤져 봐도 뭐 하나 사용할 데가 없다니."

이곳의 오크들은 어디 자물쇠 비슷한 것도 하나 사용하지 않았다.

"혹시 땅속에 묻어둔 건가."

뭐 하나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범려는 해골들을 시켜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어차피 삽은 늘 인벤토리 안에 넣고 다니는 물건이다.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땅속에서 금고를 하나 발견하고는 그걸 위로 끄집어 올렸다.

"무식한 오크 놈들, 금고를 통째로 땅에 묻을 줄이야."

딸칵!

열쇠를 이용해 금고를 열자 그 안에는 다른 건 없었지만, 단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다.

"돈!"

금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골드. 아마도 오크들이 몰래몰래 모아서 이 금고 안에 조금씩 채워 넣은 것이리라. 그게 지금은 금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의 골드가 된 것이다.

"으흐흐, 200골드나 되는구나. 어라, 이건 뭐지?"

범려는 돈을 회수하고는 금고 안에 있던 작은 지도를 발견했다.

-보물 지도

오크 부족장이 몰래 보물을 숨겨 둔 지도다. 그 보물은 그냥 숨겨 둔 게 아니라 수호자들이 그것을 지키고 있다.

보물 지도라는 말에 내용이 어떤지 확인을 했다. 약간의 암호화된 지도로 그림은 오크치고는 섬세하고 잘 그려져 있지만 특정한 지명, 그리고 지도를 보기 불편하게 동서남북도 표시가 안 되어 있다.

"무식한 오크 녀석들, 지도에 동서남북도 표시를 안 하면 어떻게 찾으라는 거냐."

범려는 별수 없이 마을에 들러서 지도를 하나 구입했다. 오크들이 사용한 지도와 대조를 위해서다.

"똑같은 곳이 없잖아."

지도를 사서 비교해봤지만 보물 지도와 똑같은 곳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다른 곳에서 파는 그 지형의 지도를 구해야 한다.

"다른 도시나 마을의 지도를 구하자."

범려는 그때부터 다리품을 팔면서 지도를 사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오크들이 들고 있는 지도와 똑같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얼추 비슷한 곳은 있지만 똑같은 곳은 없다. 혹시 이곳 지형이 어디 숨어 있는 건가."

지도라고 해서 모든 곳을 표시하지는 않는다. 대략적으로 큰 마을을 기준으로 잡고 일정한 크기 이상의 지형만 표시한다.

"다 표시를 안 한다는 가정하에 예상이 되는 지점은 열 곳!"

숨겨진 곳으로 판단을 하고 예상했지만 그것도 잠시, 지도가 있는데 굳이 숨겨진 장소를 표시한다는 것이 약간 이상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말이 안 되네."

지도는 누구나 쉽게 찾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걸 굳이 빙빙 돌려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오크들이 그렇게 두뇌가 좋은 녀석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간혹 이벤트에서 지휘하는 오크들처럼 똑똑할 수도 있지만."

물론 예외는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

"분명 내가 이 지도를 보고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거야."

범려는 오크들의 지도를 다시 보더니 천천히 하나씩 확인을 하고는 각 마을에서 구입한 지도와 비교를 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 몰라, 몰라. 그냥 보물 때려치울래!"

지도를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내 주제에 무슨 보물을 찾는다고, 하면서 외쳤다.

그렇게 화를 내며 씩씩거렸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보물 지도를 손에 쥐었다.

"아, 내 팔자야."

범려의 인생에서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마도 사냥을 하고 있을 때뿐이리라.

"음?"

범려는 널브러진 지도를 보면서 다른 지도끼리 이어져 있는 것을 보고 머리에서 번쩍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설마……."

범려는 각각의 지도들을 경계선을 이어서 붙여 봤다. 그리고 그 경계선 지점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런 거였어! 오크들이 무식한 게 아니라 내가 무식한 거였네."

오크들이 그린 지도는 4개 마을의 지도를 가져다붙인 교차점을 그려 넣은 곳이었다. 그러나 보물이 있다고 표시된 곳은 퀘스트도 던전도 몬스터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구나."

범려는 지도에 표시가 된 곳으로 왔지만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다만 있다면 다 부서져 가는 석상들이 주변을 뒹굴고 있다는 것뿐.

"일단 보물이 있는 곳이 어디더라."

지도를 보고 도착한 곳은 큰 석상 앞이었다. 사자를 조각해놓은 조각상이다.

"이 조각상 밑에 있는 건가."

해골 병사들을 시켜서 조각상을 밀어내자 그 밑에 작은 구멍이 보였고, 그 안에 작은 관 같은 게 하나 있었다.

관에 손을 대려고 하자 근처에서 돌 부스러기가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르릉! 쿠르릉!

주변에 가만히 있던 돌덩어리들이 자신들이 지키는 보물에 손을 대려고 하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냥 석상이 아니라 가고일이네."

약간 음침한 석상이라고 여겼는데 마법 생명체인 가고일이다.

"그, 그 물건에… 소, 손을 떼라……."

가고일은 잘 움직이지도 않는 입을 움직이며 말했다. 하지만 범려가 손을 떼라고 해서 떼는 인간도 아니고, 눈앞에 경험치를 주는 몬스터가 있는데 공격을 안 할 인간도 아니다.

"전투 준비."

나지막하게 명령을 내렸지만 병사들은 빠르게 무기를 빼들고는 공격 태세를 갖췄다.

"돌진!"

해골들이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달려들자 가고일과 전투가 벌어졌다. 하지만 가고일들은 기본적으로 돌덩어리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검이나 화살이 먹히는 것들이 아니다.

캉! 캉! 틱틱!

화살을 날리고 검을 휘둘러도 녀석에게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대신 가고일들의 공격력은 형편이 없었다. 맞으면 돌덩어리라 아프지만, 세월의 풍화를 이기지 못하고 몸 이곳저곳이 부서져 있어서 공격력이나 움직임 자체가 둔했다.

"주변의 바위를 들어서 녀석들을 때려!"

이에는 이, 돌덩이에는 돌덩이다.

범려의 말대로 해골들은 주변에 있는 큰 돌을 들고는 달려들었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큰 바위를 여럿이 들어서 던지고 냅다 찍어버렸다.

쿵! 쿵!

"저기도 찍어버려!"

결국 가고일들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몸이 산산이 부서져 범려에게 경험치만 주는 꼴이 되었다.

"클클클, 순순히 경험치로 변하는구나. 그럼 관을 열어볼까."

관을 열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활 하나였다. 활은 부분적으로 미세한 장식이 되어 있어서 고급스러운 냄새를 풍겼다.

"아이템 확인."

-명인의 활

활의 명인이 만든 최고의 활. 아무리 보아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활이다.

공격력:200 내구력:30/30

옵션:명중률+3%,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을 경우 50% 확률로 데미지 30% 증가

활의 능력치를 보자 범려는 입이 함지박만 하게 커졌다. 이런 것은 어디 가서도 쉽게 못 구하는 아이템이다.

그리고 제일 좋은 것은 치명타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범려인데 추가 데미지 30퍼센트를 준다는 것이다. 확률이 절반이라는 게 약간 걸리지만, 그래도 두 발 쏘면 한 번은 터진다는 것이다.

"활이다-!"

그는 어디 백 년 묵은 산삼이라도 찾아낸 것처럼 소리를 치며 좋아했다.

"이제 공격력 좀 나오겠구나. 하하하!"

새로운 활을 얻자 뛸 뜻이 기뻤다. 기분이 좋으니 사냥에 속도가 붙는 것은 당연했고, 그건 해골들의 레벨 업 속도에도 직결된다.

"사냥이다! 사냥-!"

범려는 미친 듯이 사냥을 시작했다. 그리고 팍팍 터지는 데미지를 보면서 크게 만족했다. 추가 30퍼센트라는 것이 굉장히 좋은 조건이라서 만족하고 있었다.

-해골 병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몇 번 사냥을 하자 들리는 메시지는 범려의 기분을 더욱더 좋게 만들었다. 특히 해골 창병, 도끼병, 노병은 빠른 속도로 레벨이 오르고 있어서 더더욱 좋았다.

"슬슬 몇 놈을 더 바꾸자."

이번에는 해골 셋을 전직시키고 장비도 교체해주었다. 구형 장비는 다시 상점에다 파는 식으로 반복을 하자 해골들의 평균 레벨이 48에서 뚝 떨어져 30 정도로 바뀌었다.

"음, 너무 많이 바꿔 놨나."

활을 새로 얻어서 기분 좋다고 마구잡이로 전직시키자 슬슬 사냥이 벅차기 시작했다. 그래도 범려가 계속 데미지를 주고 있어서 벅차지만 꾸준히 사냥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힘들다. 조금만 쉬었다 해야지."

사냥을 멈추고 천천히 쉬고 있는 사이, 범려는 멀리서 켄타우로스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잘도 뛰어다닌다."

『판게아 월드』에서 제일 잡기 까다로운 몬스터의 종류를 꼽자면 초원을 달리는 켄타우로스들이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치고 빠지는 전법을 구사하기에 잡기가 굉장히 어렵다.

"너희들이 말을 타고 다니면서 싸운다면 저 녀석들을 잡을 수 있을 텐데."

이 해골들은 기병이 아니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켄타우로스들을 잡기 힘들다. 더군다나 저들의 레벨은 60. 이제 50이 되는 범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러고 보니 난 아이템을 별로 착용한 게 없잖아."

저 멀리 있는 곳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었다. 아무리 활로 사냥을 한다고 하지만 좋은 아이템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냥을 하는 데 좋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이 공격력 3퍼센트 올려 주는 반지하고 망토 대신 입는 외투, 마지막으로 활이 전부인가."

이건 아이템을 들고 다니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거지가 따로 없었다. 대부분의 돈은 해골들을 위해 장비와 화살을 지원하느라 소비가 되고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아이템 사냥을 해야겠다."

아이템 사냥을 하려면 제일 좋은 방법이 던전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해골들의 평균 레벨이 30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50레벨에 걸맞은 던전은 무리다. 결국 35레벨 수준이나, 조금 위험하더라도 40레벨 수준의 던전을 찾아야 한다.

"음, 40레벨 정도로 적당한 던전이 없을까?"

지도를 보면서 표시가 된 40레벨 수준의 던전을 찾던 범려는 필드 던전인 줄라임이라는 트롤들이 지배하는 던전을 찾을 수 있었다.

"줄라임 던전이 적당하겠네."

목표가 정해지자 바로 움직였다. 줄라임 던전의 입구는 트롤의 덩치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가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컸다.

"던전은 다 이렇게 생겼군."

『판게아 월드』의 모든 던전은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모든 이들이 쉽게 보스와 싸울 수 있도록 배려한 덕분이다.

"덩치 큰 비곗살을 쭉쭉 썰어버릴 시간이 왔다."

범려가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해골들도 따라서 들어왔다.

"쿠오! 줄라임의 영광을!"

입구에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5마리의 트롤들이 모여서

'줄라임의 영광을!'

혹은 승리를 외치면서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전투 준비! 궁수, 조준 사격!"

범려는 전투 준비와 동시에 궁수들에게 조준 사격을 명령했는데, 조준 사격 태세를 갖추지 않는 병사들이 보였다.

"너희들은 왜 안 하냐?"

노병으로 전직한 병사들에게 왜 안 하냐고 물었지만, 자신이 들고 있는 노(弩)를 보여 주면서 고개를 저었다.

"스킬창!"

-연사

노병 계열의 병사들만 사용이 가능한 스킬이다. 40초 동안 노(弩)를 연속적으로 당겨 공격 속도가 1.8배가 증가한다.

쿨 타임:2분, 마나 소비:10

-불화살

일반 공격이 아닌 화살이 불을 붙여 공격한다. 기본 데미지의 1.2배. 화(火) 속성 공격력을 가지며 20초 동안 발동한다.

쿨 타임:8분, 마나 소비:15

-시우(矢雨)

노병 계열만의 특권이다. 연사와 다르게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며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비가 내리듯이 화살을 일정 범위 안에 뿌린다.

쿨 타임:10분, 마나 소비:30

노병들의 스킬에는 조준 사격이 없었다. 대신 시우(矢雨)라는 스킬이 존재했다. 말 그대로 화살을 비처럼 뿌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속사 스킬의 시전 시간이 궁수보다 10초나 길다.

"없네. 너희들은 그냥 쏴라."

범려는 없는 스킬은 어쩔 수 없기에 그냥 쏘라고 말했다. 결국 조준 사격은 해골 궁수 다섯으로 해결을 봐야 했다.

"큰 데미지는 내가 주면 되니까. 발사!"

쉬쉬이익!

화살이 발사되면서 한 트롤 녀석의 그 커다란 몸집에 깊숙이 박히자 녀석이 이쪽을 향해 쳐다봤다.

"쿠어! 인간이다!"

"연사!"

연사를 외치자 노병의 특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보통 궁수보다 확연한 차이로 화살을 날리는데 트롤 하나가 다가오기도 전에 생명력이 간당간당 남은 것이다.

"돌진!"

명령이 떨어지자 맹렬하게 돌진하는 해골 병사들이 트롤의 몸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기 시작했다.

"두 녀석은 묶어두고!"

범려는 바로 활을 당겨 두 트롤 녀석의 눈을 하나씩 맞혔다. 역시 고통으로 인한 혼란 상태에 빠지고 3초간 안전한 시간이 된 것이다.

"궁수들은 한 놈씩 잡아!"

범려의 말대로 궁수들은 한 놈씩 목표를 정해서 화살을 날렸고, 거기에 맞춰 다른 병사들이 무기를 휘둘렀다. 아무리 레벨이 30 조금 넘는 해골들이지만 30마리가 두들기자 피가 금방 깎였다.

"레벨 40짜리 트롤이라고 해서 좀 강할 줄 알았는데."

아무리 강해도 쪽수엔 장사가 없다. 더군다나 전직을 한 녀석들은 기본적인 능력치가 좋아서 얼추 사냥이 잘되었다.

"던전을 빨리 끝내자. 아이템을 얻어야 한다."

비록 좋은 아이템은 아니더라도 안에 입을 가죽옷 정도는 구해야 한다.

범려는 한 무리를 잡으면 다음에 이어서 잡고 또 잡고, 또 화살을 날려서 녀석들을 끌고 왔다.

"연사!"

노병의 연사 능력은 정말 탁월했다. 단점이 있다면 화살이 빨리 소모돼서 그렇지, 나머지 측면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돈이 좀 빨리 소모된다는 것을 제외하면 좋은 스킬인데……."

범려는 미친 듯이 던전을 쓸고 다니는 동안 어느새 보스의 앞에 도착했다.

"어, 한 10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워낙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을 처리해버리고, 명령에 절대적으로 움직이는 해골들 덕분에 사냥이 이렇게 빨리되고 있었던 것이다.

"크, 다른 트롤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네."

줄라임 던전의 주인, 트윈 헤드 줄라임이다.

"이봐, '줄',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무슨 소리야, '라', 그건 내가 할 소리야. 너 때문에 내 몸이 고생을 하잖아."

왼쪽 머리의 이름이 '줄' 오른쪽 머리의 이름이 '라'이다. 둘의 이름을 합쳐 '줄라'지만, 이 게임의 개발자는 보스 트롤의 이름을 줄라임으로 지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에잇!"

"아야! 너 때렸어?"

"때리긴 누가 때렸다고. 네가 때렸잖아."

자신들이 한 몸이라서 통증을 같이 느낀다는 생각을 안 하고 때리는 것 같았다.

범려가 보기엔 둘이 하는 짓이 꼭 바보 둘이서 쇼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웃기기도 했다.

"하하하, 저 바보!"

얼마나 배를 잡고 웃었는지 웃음소리가 줄라임의 귀에 들렸다.

"뭐야, 누가 우리를 보고 웃는 거야?"

"하하하, 아이고, 배야."

"저 인간이다. 아무도 우리를 비웃을 수 없어!"

"그래, 라! 저 인간을 죽이자!"

"좋은 생각이야, 줄!"

범려는 웃음이 나와서 전투태세를 갖추라는 말 대신 손을 휘젓는 것으로 신호했고, 해골들이 방패를 들어 방어 자세를 취함과 동시에 해골들의 뒤에서 날아온 화살이 트롤 줄라임을 향해 날아들었다.

"큭! 인간 강하다!"

"저 삐쩍 마른 뼈다귀들이 문제야. 죽이자!"

굉장한 언어능력을 구사하면서 말을 하자 범려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는 트롤의 왼쪽 머리의 녀석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누구 마음대로 내 병사들을 손대려는 거냐!"

버럭 소리를 지르며 시위를 놓은 범려는 줄의 미간에 화살이 박히자 다음 화살을 시위에 올리더니 라의 미간에 화살을 박아버렸다.

"크윽! 저 인간! 우리를 화나게 했다!"

-줄라임이 광폭화 상태에 빠집니다.

쉽게 말해서 버서커가 된다는 소리다. 그런 광폭화 상태에 빠지면 범려는 더 좋다. 녀석이 머리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좌우로 흩어져!"

해골들은 정확하게 절반으로 갈라지면서 광폭화에 빠진 트롤을 혼란에 빠트렸다. 적은 혼자 빙빙 돌면서 싸우면 혼자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체력이 다해 죽는다. 그것이 범려의 시나리오였다.

"크아-!"

계속 흩어지고 뭉치기를 반복하면서 줄라임이게 지속적인 데미지를 주자 녀석은 혼자 발광을 하더니 체력이 다해서 죽고 말았다.

"하하하, 너무 재미있는 보스였다. 아이템을 확인해볼까."

-줄라임의 가죽 갑옷

트윈 헤드 줄라임이 사용한 가죽 갑옷이다. 상당히 튼튼하고, 여타 다른 가죽 갑옷보다 질기다.

방어력:500 내구력:100/100

재질:가죽

능력치:힘+20, 민첩성+10

옵션:주변의 파티원들에게 공격 속도 5% 증가하는 신속의 오라를 발휘한다.

"오! 파티원 공격 속도 5퍼센트 대박이다."

황혼의 반지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해골들에게 아주 유용한 오라를 내뿜으니 정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아이템이었다.

범려는 줄리임의 가죽 갑옷을 입고서 캐릭터창을 확인했다.

이름:범려 레벨:50 성향:무(無) 직업:해골 제작자

칭호:로벤 마을의 영웅

생명력:900 마나:680

힘:30(+20) 민첩성:70(+20)

지능:50(+20) 정신력:10(+20) 체력:50(+20)

공격력:800 방어력:600

마법 공격력:30 마법 방어력:60

스탯 포인트:0

"꽤 올랐네."

범려는 스스로 만족하면서 이 정도면 하다못해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건 범려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 다른 유저들 같으면 저것도 능력치냐고 비난을 했을 것이다.

"이제 이곳을 몇 번 더 돌아볼까."

어차피 해골들 레벨을 생각해서라도 노가다를 해야 한다. 해골들을 전부 다 전직시키기 위해서다.

해골들의 평균 레벨이 얼추 40이 되고 도끼병 10명, 창병 10명, 노병 5명, 궁수 5명으로 숫자가 맞춰지자 병사들이 종류별로 약간의 특색을 띠게 되었다.

도끼병은 방패를 꽤 큰 걸 든다. 그리고 돌진을 해도 방패를 앞으로 내밀면서 나아가고 공격력보다 방어적인 면이 강했다.

반대로 창병은 방패를 들지 않는 대신 도끼병의 뒤에서 보조를 맞춰 창으로 찌르는 공격을 펼친다. 근접으로 따지면 창병은 공격형 병사다.

"음, 궁수하고 노병 둘은 같은 화살을 쏘지만, 전혀 다른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특히 노병은 사격 스킬이 일대일을 위주로 하는 게 아닌 일대다라는 전제 조건이 붙은 것 같았다. 조준 사격 스킬이 없는 대신 시우라는 스킬을 봐도 그렇다.

일정 범위에 화살비를 뿌리는 기술이다. 이것만 봐도 예가 될 수 있다.

아직 저격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스킬 중에서 저격수를 언급하는 걸 봐서 이 녀석은 노병 계열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활을 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저격수는 언제 나오는 거야."

범려는 언제 저격수가 나오는지 확인을 할 수가 없다. 유일하게 스킬을 가르쳐 주는 아르테미스가 입도 뻥끗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직업들을 가진 유저들은 전직 다음에 뭘 배우는지 잘 알지만 범려는 모른다. 그리고 범려의 레벨로 인해서 병사가 전직을 하는 게 아니라 해골들의 레벨로 전직을 하는 것으로 알 수 있으니 그의 레벨은 어떤 의미에서 전혀 필요가 없다.

"아르테미스!"

범려는 아르테미스에게서 어떤 스킬이 남았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담판을 지으려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범려 님, 무슨 일이세요?"

"저격수는 언제 전직이 되죠?"

"비밀인데요."

역시 직접적으로 물어봐서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유저에게 공개해도 해가 되는 정보가 아닌데 공개를 일절 하지 않았다.

"어차피 배울 거, 조금만 알려 주면 안 돼요?"

범려가 아주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아르테미스는 그의 눈빛을 피했다.

"아, 안 돼요. 그걸 알려 드릴 수 없어요."

"제발, 아르테미스 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점점 마음이 약해지는 아르테미스였다. 그렇지만 아직 능력이 모자란 범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줄 수는 없었다.

"저, 절대로 안 돼요. 그걸 가르쳐 주면 세상의 균형에 어긋나는 일이에요."

"어긋날 게 있나요? 해골 제작자는 저 혼자인데. 아직 저 말고 다른 사람이 해골 제작자가 됐다는 소식이 없는 걸로 아는데요."

"그건 사실이지만……."

간혹 『판게아 월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어떤 직업이 있고 어떤 식으로 변화를 한다든지, 혹은 히든 클래스, 즉 숨겨진 직업이 어떤 게 등장했다는 소식이 있다.

그중에 해골 제작자에 관한 소식은 딱 하나 있다. 『판게아 월드』에서 지난 주 숨겨진 직업이 어디까지 등장했다는 걸 밝혔다. 하지만 해골 제작자는 제일 밑에 있고 누군지 이름도 안 밝혔다. 나왔다는 사실만 말할 뿐이다.

"그리고 해골 제작자 이름만 가지고는 별다른 메리트가 안 보이잖아요."

"무슨 소리예요! 이후에 80레벨 저격수, 그리고 해골… 헙!"

아르테미스는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으면서 놀란 토끼눈을 뜨고는 슬며시 뒷걸음질을 쳤다.

"저격수 80레벨? 그 뒤에 뭐죠?"

범려는 80레벨에 뭔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범려의 물음에 그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르테미스 님……."

"미, 미안해요!"

아르테미스는 도망쳐 버렸다. 범려는 재빨리 아르테미스를 불러봤지만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쳇! 중요한 거 더 캘 수 있었는데. 일단 저격수가 80레벨에 생겨난다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 하나."

범려의 레벨 80이 아니라 해골 궁수의 레벨 80일 것이다. 거기까지 오르려면 30레벨이라는 공백이 있다.

"후, 무한 사냥이군."

답이 없다. 무한 사냥 말고는 자신이 원하는 답에 근접할 방법이 없다. 범려는 쓴웃음을 한 번 짓더니 다시 활을 들었다.

"이것들아, 이렇게 쉴 시간 없다. 80레벨까지 부지런히 올려야 한다."

범려는 그날 밤을 레벨을 올리느라 하얗게 지새웠다.

빠라바라 빠라밤! 빠라바라 빠라밤!

"으, 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누가 전화하는 거냐."

꿀 같은 단잠에 취해 있을 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면서 잠을 깨웠다.

"여보세요."

(나다. 오래 묵은 된장 같은 친구.)

"재성이냐? 오랜만이다."

(너 요즘 뭐 하고 지내는 거냐. 연락도 안 하고, 회사가 부도났으면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알아봐야지.)

희성은 전화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다.

"나, 아르바이트 안 하고 게임하고 있다. 『판게아 월드』."

(뭐! 너, 너, 그게 진짜냐! 『판게아 월드』를 해?)

"그럼, 내가 너한테 거짓말해서 얻는 게 뭔데."

(까칠하게 나오기는. 알았다. 그런데 오늘도 게임할 거냐?)

희성은 전화를 받으면서 잠이 확 달아났고, 잠이 달아난 김에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게임 안 하면 뭐 맛있는 거 사줄 거냐."

(그래, 나와라. 한번 얼굴 보자. 백수 된 친구 놈 위로도 해줄 겸.)

"킁, 백수는 빼주라 내가 원해서 된 것도 아니고."

(알았다, 이놈아. 어서 준비하고 나와라.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보자.)

희성은 전화를 끊고는 바로 샤워를 한 후 대충 차려입고 약속 장소 카페로 갔다.

"희성아, 여기다."

재성은 손을 흔들며 맞이해주었다. 남자 둘이서 이런 카페에 오는 모양새는 그리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성은 유난히 카페에 오는 걸 좋아했다.

덕분에 친구들은 카페에서 주로 모임을 갖곤 했다.

"잘 왔다. 『판게아 월드』에서 얼마나 키웠냐. 이 몸의 레벨은 벌써 140이다. 직업은 연금술사."

"고렙이네."

연금술사는 키우기 힘든 캐릭터다. 그리고 연금술만으로 만들어지는 물건들도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다. 아직 희성은 연금술사를 잘 모르니 별로 큰 반응을 안 보였다.

"넌 얼마나 키운 거냐."

"50레벨."

"직업은?"

"해골 제작자."

희성이 자신의 직업을 말하자 재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듣는 직업인 것이다.

"숨겨진 직업이냐? 혹시 『판게아 월드』에서 공개한 직업이냐?"

"음, 전에 『판게아 월드』 홈페이지에서 이런 직업을 가졌다고 공개는 했지. 내 것도 거기 있었어. 그런데 사람들이 못 보고 지나갔는지 조용한데."

"능력이 뭐냐. 그래도 숨겨진 직업이면 고유 능력이 있을 거 아니야."

"하나 있다. 해골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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