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탈것(1)
친구인 재성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눴지만 녀석은 게임상에서도 자신을 보자고 했다. 숨겨진 직업의 능력이 겨우 해골 제작이라는 단순한 부분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희성아, 저녁 8시에 꼭 접속해라 나도 그 시간에 접속을 할 테니. 너 위치가 반돌 도시라고 했지? 그럼 도시 중앙 분수대에서 보자.'
"해골 제작자 별 능력이 없는데."
범려는 게임에 접속하자 중앙 분수대에서 친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많이 기다렸냐?"
"어, 빨리 왔네."
친구인 재성이 게임에서의 아이디는 제마.
그리고 이놈도 얼굴을 바꾸지 않아서 단번에 얼굴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크크크, 너도 얼굴을 안 바꿨구나."
제마는 자신도 얼굴 안 바꾸고 게임을 하면서 범려의 얼굴을 보며 안 바꿨다고 웃었다.
"사돈 남 말하네."
"야, 그런데 네가 말한 해골들은 어디 있는 거냐? 왜 안 보여."
"도시 바깥에 있어. 보여 줄게."
범려는 친구를 데리고 도시 바깥으로 나오더니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하고는 입을 열었다.
"나와라."
땅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는지 땅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은 정말 음산한 분위기였다.
해골들은 땅 위로 나오자 바로 정렬을 하면서 범려를 맞이했다. 제마는 해골들을 보자 약간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는 말했다.
"이게 별 능력이 없는 거냐."
140레벨이 되는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제마다. 한눈에 봐도 소환 계열 언데드 몬스터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 해골들 낮에도 능력치 하락 없지?"
"어, 그런 건 없는데 기본 능력치가 시작할 때부터 좀 낮아. 근데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
"이걸 봐라. 쨍쨍하게 내리쬐는 태양이 있는데 언데드라면 햇빛을 보면 바로 그늘로 찾아간다. 그런데 멀쩡하게 있잖아. 이것만 봐도 그냥 언데드랑 다르다는 걸 알지. 그리고 무기들, 단순하게 낡은 검이나 방패가 아닌 저 번쩍이는 창과 검들!"
완벽하게 핵심만 집어내는 제마의 안목에 박수가 절로 쳐졌다.
짝짝짝.
"대단해. 누구도 이런 걸 단번에 알아맞힌 사람이 없었는데."
"내가 140레벨 연금술사다. 그 어렵다는 캐릭터를 지금까지 버티며 키우고 있다. 그리고 50레벨이랬지? 이거 받아라."
-기원의 반지
신에게 기도를 올려 축복이 내린 반지
옵션:모든 능력치+10
주변 파티원의 방어력을 30% 상승시키며 적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 10%의 데미지를 반사하는 헌신의 오라를 발산합니다.
"헉! 이런 반지가."
범려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런 반지는 유니크급 아이템이다. 이런 건 현질을 해서 산다고 하면 거의 200만 원이 넘는 물건이다.
"음, 이 형님이 돈 좀 만진다. 그런 반지 너한테 줘도 전혀 문제없으니 걱정 마라."
범려는 갑자기 제마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런 걸 순순히 내줄 녀석이 아니다. 이런 걸 줄 정도면 녀석이 지금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은 현 시중에 나와 있는 최고의 세트로 착용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너, 연금술사 한다더니 납을 금으로 바꾸는 비법이라도 배운 거냐?"
"하하하, 이놈 눈치 챘구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 건 아니지만 비슷해. 납을 다이아몬드로 바꿀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상당히 고가의 아이템이다. 이유는 다이아몬드는 검과 갑옷의 장식으로 사용되고, 재료 아이템으로 엄청난 소비를 하는 것이다.
"그럼 난 간다. 그동안 레벨 업 열심히 해라. 그래야 같이 다니지."
제마는 범려에게 반지 하나를 주고는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더니 사라져 버렸다.
"아이템만 주고 가버리네."
일단 제마를 친구 등록으로 해놓은 범려는 사냥을 시작했다. 80레벨까지는 아주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그걸 조금이라도 일찍 끝내기 위해선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제마가 준 아이템 덕분에 해골들의 방어력이 크게 상승했다. 특히 방어력이 올라가면서 제일 크게 효과를 보는 것은 근접 무기를 들고 싸우는 창병과 도끼병이다.
"역시 이 반지 좋네. 생명력이 빠지는 게 눈에 띄게 줄었어."
해골 병사들은 벌써 4가지의 오라 효과를 받고 있었다. 한두 개일 때는 별로 안 느껴지다가, 그 숫자가 늘어나자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사냥을 하고 있었다.
범려는 며칠 동안 사냥만 주야장청 했다. 해골들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사냥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랐고, 반지의 영향은 정말 기가 막히는 수준이었다.
"드디어! 80렙이다!"
80레벨을 달성하자 범려는 바로 아르테미스를 불렀다.
"아르테미스 님!"
범려의 부름에 응답한 아르테미스는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자신이 또 실수로 입을 뻥끗 거릴까 봐 그런 것이다.
"이제 80레벨이 되었으니 저격수 말고 다른 전직은 없나요?"
"네, 네? 아, 있어요. 창병은 근위병으로, 도끼병은 돌격병으로 전직이 가능해요."
범려의 눈빛이 겨우 그것뿐이냐는 듯 말하고 있자 아르테미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노병은 연노(連弩)병으로 전직돼요."
"연노?"
연노라는 말을 듣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연노의 발사 속도가 엄청나서 그것은 궁수 부대 500으로 일반 병사들 수천을 유린할 만큼 살상력과 연사력이 높은 무기다.
"그리고 저번에 저한테 억지로 답을 얻었으니 제가 낸 과제를 하나 푸셔야 해요."
"네? 그건 아르테미스 님이 실수로 말하신 거잖아요."
"그,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예요."
강압적으로 말을 던졌지만 아르테미스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죠. 그 과제가 뭔가요?"
그가 아르테미스에게 과제를 묻자 눈앞에 작은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토라진 아르테미스의 마음을 돌려놓아라.
해골 제작자가 함부로 비밀을 알려고 했기에 아르테미스는 토라지고 말았다. 그녀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을 물건을 갖다 바쳐라.
난이도:E
완료 조건:아르테미스에게 건네줄 선물
보상:아르테미스의 마음이 풀린다.
범려는 퀘스트 보상을 보니 답답했다. 겨우 마음만 풀리는 것이다. 아르테미스에게 비밀을 캐내려고 했기에 어느 정도 수긍은 가는데 보상이 너무 짜다고 느꼈다.
"수락……."
범려의 대답은 약간 힘이 빠졌다. 보상이라도 좋으면 의욕이라도 생기는데,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그럼 나중에 봐요, 범려 님."
나올 때와는 다르게 아르테미스는 새침한 얼굴을 하고는 돌아가 버렸다.
"아, 선물을 뭘 줘야 하지. NPC지만 여자고 그것도 모자라 천사란 말이야. 어설픈 선물은 통하지도 않을 텐데."
범려는 고민을 해봤지만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여자들과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서 문제다.
"가만히 고민을 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아. 이럴 때는 연인들이 자주 가는 곳으로 가서 확인하는 거야!"
닭살이 좀 생기겠지만 범려는 연인들이 자주 모인다는 반돌 도시의 연인의 거리에 가봤다. 아니나 다를까, NPC 연인들을 비롯해 일반 유저 연인까지, 혹은 신혼부부도 눈에 띄었다.
"이렇게 심한 곳이 있다니……."
거리의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범려의 몸에 닭살이 일어 몸이 말을 안 들을 지경으로 괴로웠지만 그는 꿋꿋이 참고는, 연인들의 행동을 보면서 화해를 하거나 혹은 연인끼리 싸우는 행동을 하는 곳으로 찾아다녔다.
"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내 사과를 받아줘."
"흥!"
"자기가 화를 풀지 않는다면 난 여기서 죽을 거야."
한 남자가 품속에서 시퍼런 날이 선 단도를 꺼내더니 자신의 심장 근처에 검을 갔다댔다.
"흥!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아니, 난 죽을 수 있어. 잘 있어, 내 사랑."
"안 돼!"
여자는 황급히 남자의 손을 저지하면서 단검을 빼앗아 저 멀리 던져 버리고는 남자를 끌어안으면서 펑펑 울었다.
"자기야, 미안해."
멀리서 보고 있던 범려는 선물을 주는 게 아니기에 바로 고개를 돌렸다.
"으, 짜증나는 것들……."
온몸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려는 것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계속 돌아다녔다. 하지만 정작 선물을 주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돈이 안 드는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연인이라서 가능한 방법들밖에 없군."
소득이 없었다. 아르테미스와 남이라곤 할 수 없지만 연인은 더더욱 아니다. 이럴 때는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내 주변에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해결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천천히 생각을 하다 보니 친구들 얼굴이 조금씩 스쳐 지나갔지만 다들 연애 경력이 그리 길지 않았다. 대부분이 대학에 들어와서 사귀기 시작한 녀석들뿐이다.
"생각해보니 이쪽으로 도움 되는 녀석들이 하나도 없네. 결국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어."
범려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연예라는 걸 해본 적 없는 그로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자신을 도와줄 최고의 구원의 손길이 내려졌다.
"범려야!"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큰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사제 한 명이 서 있었다. 그것도 여사제가.
"로즈……."
"이게 얼마 만이야? 으응?"
약간 무섭게 자신을 노려보던 로즈는 검지로 범려의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를 제외한 여인의 손길을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그였기에 로즈의 손짓에 그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이런 순둥이가 감히 내가 접속을 종료하자마자 연락을 끊고 말이야."
"그, 그게……."
범려는 로즈의 터프한 행동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여자에게 약한 것이 문제이지만 이럴 때는 모르는 척하고 잡아뗄 만한 힘이 없었다.
"너, 나 친구 등록했냐?"
"아, 아니. 안 했는데."
"뭐! 이 사제님을 친구 등록 안 했다는 거야."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정말 고양이 앞의 쥐처럼 힘도 못 썼다.
"지, 지금 친구 등록할게."
범려가 자신을 친구 등록하자 그제야 로즈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뭐 하고 있었어?"
방금 전에는 약간 조직에 몸담은 인간처럼 성격이 나오더니 이제는 '저는 가련한 사제랍니다'라는 모습을 하며 행동하고 있었다.
"아, 아니. 잠시 고민을 좀……."
"무슨 고민? 설마 어떻게 날 떼놓고 갈까 뭐 그런 건 아니겠지."
"그, 그런 고민이 아니라 토라진 여자를 다시 돌려놓는 법을 고민 중이었어……."
그 말을 들은 로즈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범려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머나, 날 위해 그런 거야? 안 해도 되는데. 그냥 가볍게 다이아 반지 정도면 충분할 텐데."
로즈는 아무런 반지도 끼워지지 않은 손을 내밀며 다이아 반지를 찾았다. 하지만 범려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르테미스에게 선물을 해야 돼."
"그래, 아르테미스에게 선물을 한다고. 그럼 역시 다이아 반지가 최고지… 엥! 나한테 선물을 주는 게 아니야?"
"나, 난 퀘스트를 받아서 그 이야기하는 건데……."
로즈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퀘스트로 그런 게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시에 선물을 주는 대상이었다.
"그러니까 퀘스트 이야기란 말이지."
"으, 응."
범려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숨길 이야기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로즈는 조금 달랐다. 오해를 했다고 하지만 은근히 선물을 바라고 있었다.
"이! 하아……."
순간 화를 내려다가 기운이 빠졌는지 로즈는 한숨을 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선물 없어?"
"무, 무슨 이유로?"
범려는 이유를 몰라 물었지만, 로즈는 그렇지 않았는지 약간 눈썹이 꿈틀거리면서 반문했다.
"이유라니, 나도 토라졌다고. 적어도 화를 풀 만한 작은 선물 같은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그래야 하는 건가."
범려는 순수하게 여자를 상대할 때 그래야 하는 건지 생각해봤다. 그렇게 생각이 잠겨 있는 범려를 보고 로즈는 이 남자가 정말 순둥이인지, 아니면 머리를 굴리는 건지 구분이 안 됐다.
"그, 그런데 여자들 토라졌을 때 무슨 선물을 줘야 하는 거야?"
"몰라!"
퍽!
"크악!"
범려의 정강이를 차버린 로즈는 획 돌아서서 혼자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해댔다.
"너무해. 난 안중에도 없는 거야? 속상해."
범려에게는 로즈의 혼잣말은 들리지 않았고, 자신의 다리를 만지면서 고통을 호소할 뿐이다.
"아파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범려야, 따라와, 어서!"
로즈가 갑자기 자신을 따라오라면서 걸음을 옮기자 범려는 아픈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그녀를 따라갔다.
"여기가 어디야?"
"어디기는, 보면 몰라?"
로즈가 범려를 데려온 곳은 꽃집이었다. 반돌 도시에 이런 꽃집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아저씨, 예쁜 꽃다발 하나 만들어주세요."
"예, 손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꽃집 주인은 능숙한 솜씨로 꽃을 다듬더니 금세 꽃다발을 하나 만들어주었다.
"여기 다 됐습니다, 손님. 5실버입니다."
"뭐 해, 돈 안 내고."
"어? 엉."
범려는 꽃다발 값으로 5실버를 지불하고 가게를 나왔다. 이어 로즈는 말없이 어디론가 가다가 걸음을 멈췄다.
"그 퀘스트 어디서 받은 거야?"
"아, 퀘스트.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그런데……."
"그럼 사람이 없는 곳이어야 돼?"
범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로즈는 다시 발길을 옮기면서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 범려를 불렀다.
"이곳에서 하면 되지. 어서 퀘스트 끝내."
"아, 알았어. 아르테미스!"
그가 아르테미스를 부르자 범려의 눈앞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찬란한 금발에 호수처럼 푸른 눈을 가진 부활의 천사, 아르테미스가 나타났다.
"아르테미스 님, 제가 잘못했어요. 사과에 의미로 이 꽃을……."
"어머나, 꽃을 주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르테미스는 꽃을 받아들면서 너무나 좋아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영혼의 세계는 회색빛만 가득한 곳. 이런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은 보석보다 가치 있는 물건이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르테미스의 마음이 풀렸는지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런데 저 옆에 계시는 분은 누구세요?"
아르테미스는 범려의 옆에서 약간 심통 맞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제를 보고 입을 열었다.
"이쪽은 로즈 사제예요."
"안녕하세요, 아르테미스 님."
"만나서 반가워요."
로즈와 아르테미스가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로즈는 지금까지 플레이를 해오면서 죽은 적이 없기에 아르테미스를 몰랐다. 단순히 퀘스트를 통해 만나는 천사라고만 생각했다.
"로즈 님은 절 잘 모르시나 봐요. 딴 사람들이라면 알 텐데."
"글쎄요. 퀘스트를 잘 안 해서……."
"아직 죽으신 적이 없으시네요. 전 부활의 천사 아르테미스. 사후의 영혼들이 모여드는 영혼의 세계를 책임지고 있어요. 만약 죽게 돼서 영혼의 세계에 오시면 절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에? 그 10골드 천… 읍!"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르테미스를 10골드 천사라고 부른다. 부활을 위해서 언제나 10골드를 받고 부활을 시켜 준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갑자기 입을 왜 막으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깐 속이 안 좋아서."
입 밖으로 10골드 천사라고 말할 뻔한 로즈는 범려를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어떤 영문인지는 몰라도 유일하게 아르테미스를 자유롭게 부르는 게 신기했다.
"아르테미스 님, 과제는 풀었는데 혹시 다음 스킬은 뭘 배울 수 있죠?"
"아! 그러고 보니 범려 님 제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시겠어요?"
"네."
"전에 제가 영혼의 세계를 관장하기 전에 말을 하나 키우고 있었어요. 한때 그 말을 타고 자주 벌판을 달리고는 했지요. 그런데 그만! 악마들이 나타나서 제 말을 빼앗아 가고 말았어요. 악마들은 말을 죽이고 그 영혼을 아티잔 지역과 회색 산맥이 만나는 곳에 묶어놨답니다. 제 말의 영혼을 그대로 영혼의 세계로 돌려주세요."
-아르테미스의 애마, 비앙카의 영혼을 구원하라!
고요의 아티잔 지역과 회색 산맥의 접경 지역에 악마들의 거점이 있습니다. 그곳에 아르테미스의 힘을 받은 그녀의 애마 비앙카의 영혼을 구원해야 합니다.
난이도:C
완료 조건:비앙카의 영혼을 구원하라.
보상:해골마 제작 스킬 습득, 영혼의 팔찌
퀘스트가 나오자 범려는 보상을 보고 그냥 수락을 눌렀다. 스킬을 퀘스트로 해놓았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퀘스트다.
"아르테미스 님, 동료와 같이 회색 산맥으로 가도 되나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조만간 다시 부를게요."
"범려 님, 수고하세요."
아르테미스가 다시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자 로즈는 범려를 붙잡고 질문 공세를 쏟아 부었다.
"어떻게 10골드 천사와 알게 된 거야. 그리고 영혼의 세계에서 꼼짝도 안 하는 NPC를 어떻게 불러올 수 있는 거지? 마지막으로 직업이 뭐야?"
"하, 하나씩 물어봐."
"알았어, 그럼 10골드 천사와 어떤 관계인 거야?"
범려는 아르테미스와 자신이 숨겨진 직업인 해골 제작자라는 것 때문에 알게 되었다고 했고, 어떻게 해골 제작자라는 직업을 얻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해골들이 사제인 신성 버프를 받고도 멀쩡한 거구나."
"이게 내가 아는 전부야."
"그런데 방금 받은 퀘스트는 뭐야? 설마 혼자만 하는 퀘스트는 아니겠지?"
아니나 다를까, 로즈는 범려가 받은 퀘스트를 보고는 자신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서려 있는 눈빛을 보여 줬다.
"가, 같이 할 수 있는 퀘스트야. 공유해줄게."
-아르테미스의 애마, 비앙카의 영혼을 구원하라!
고요의 아티잔 지역과 회색 산맥의 접경 지역에 악마들의 거점이 있습니다. 그곳에 아르테미스의 힘을 받은 그녀의 애마 비앙카의 영혼을 구원해야 합니다.
난이도:C
완료 조건:비앙카의 영혼을 구원하라.
보상:영혼의 팔찌
로즈가 받은 퀘스트는 해골마 제작 스킬이 제외되면서 아이템만 받는 퀘스트로 바뀌었다. 로즈는 영혼의 팔찌라는 말에 굉장한 아이템의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어서 가자, 퀘스트를 하러!"
로즈는 퀘스트를 받자 한시가 급한지 자꾸 범려의 발을 재촉하는 소리를 했다.
"자, 잠깐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
범려는 자신을 막 끌고 가려는 로즈를 일단 제지했다.
"무슨 일?"
"병사들을 전직시켜야 돼."
범려에게 있어서 병사들의 전직은 꽤 중요한 일이다. 로즈는 막 끌고 가려는 것을 멈췄다.
범려는 도시 바깥으로 나오더니 해골들을 대거 전직시켰다. 전부 80레벨이 되기에 전직을 시켜 버렸고 돌격병 10, 근위병 10, 저격수 5, 연노(連弩)병 5로 바꿔버렸다. 대신 다 레벨이 1이 되었다.
-해골 근위병
레벨:1
힘:17 민첩성:14 지능:9 정신력:9 체력:10
생명력:100 마나:20
공격력:60 방어력:50
마법 공격력:20 마법 방어력:60
-해골 돌격병
레벨:1
힘:16 민첩성:14 지능:9 정신력:9 체력:11
생명력:110 마나:20
공격력:40 방어력:70
-저격수
레벨:1
힘:10 민첩성:25 지능:12 정신력:15 체력:8
생명력:80 마나:40
공격력:50 방어력:40
마법 공격력:30 마법 방어력:40
-연노(連弩)병
레벨:1
-저격수가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저격
저격수만의 고유 스킬. 일반 활의 사거리보다 멀리 쏠 수 있다. 소리 없이 화살이 날아가기에 아무도 저격수가 쐈다는 사실을 모른다. 공격력은 300% 추가 데미지를 준다.
쿨 타임:15분, 마나 소비:30
-돌격병과 근위병이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나무 부수기
거대한 도끼를 한 손으로 들고 내려치는 기술. 일정 확률로 기절 상태에 빠지며 추가 공격력 50%(돌격병만 사용 가능)
쿨 타임:2분, 마나 소비:10
-회오리 찌르기
창을 격하게 회전시켜 공격하는 기술. 일정 확률로 출혈 상태에 빠지며 추가 공격력 50%(근위병만 사용 가능)
쿨 타임:2분, 마나 소비 10
"역시나 기본 능력치가 좋아지네."
범려는 병사를 전직할 때마다 좋아지는 기본 능력치를 보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제는 일반 유저보다 능력치가 좋다. 같은 수준의 능력치를 비교해도 월등하다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무슨 빛이 이렇게 번쩍거린 거야."
"해, 해골 병사들을 전직시킨 거야. 다들 레벨이 초기화돼서 새로 키워야 돼."
"무슨 소리야? 레벨이 초기화되다니."
그가 해골들이 전직을 하게 되면 레벨이 초기화된다는 사실을 알려 주자 로즈는 고운 얼굴에 인상이 써졌다.
"숨겨진 직업 맞아?"
"맞는데……."
정말 숨겨진 직업이 맞다. 문제가 있다면 해골들을 매일같이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키울 거야?"
"여기서 몬스터를 나 혼자 잡으면 돼."
범려의 말에 로즈는 자신의 손으로 이마를 탁 치더니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그것을 무시하고 진짜로 혼자서 사냥을 시작했다. 해골들 모두 레벨이 1이라서 순식간에 4로 오르고, 한 무리를 잡고 나서는 10이 되었다.
1레벨일 때는 해골들이 요구하는 경험치의 양이 일반 유저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다.
"음, 해골들 레벨이 10 됐다. 나머지 70 남았다."
"뭐! 70!"
로즈는 범려를 따라다니면서 혼자서 사냥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물론 파티는 되어 있는 상태지만 하품을 하면서 해골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너희 주인 참 잘 싸우지?"
끄덕끄덕.
해골들도 로즈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말을 대신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로즈는 장난삼아 던진 말을 해골들이 알아먹자 범려를 불렀다.
"범려야, 해골들 말을 알아듣는 거야?"
"알아들어. 대신 말은 못해.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가로젓는 것밖에 못해."
범려는 화살을 날리면서도 로즈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이때는 신기하게 말을 더듬거리지 않았다. 자꾸 대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을 더듬는 습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아쉽네, 말을 하지 못하는 게."
로즈는 말만 할 줄 안다면 대화를 다채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너희들 글은 쓸 줄 알아?"
[네, 쓸 줄 알아요.]
한 해골이 땅바닥에 글을 써서 보여 줬다. 그러자 로즈는 두 눈을 반짝거리면서 해골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그녀는 입으로 이야기하고 해골들은 땅바닥에 글을 쓰며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었다.
"로즈! 힐! 힐!"
범려가 다급하게 소리를 치며 로즈를 부르자 그녀는 한창 재미를 보고 있는 중이라서 힐을 해도 건성으로 하고, 범려가 있는 쪽은 잘 보지도 않았다.
"힐-! 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로즈는 힐을 주고는 해골들과 땅바닥에 앉아서 대화를 계속했다. 해골들은 로즈의 대답에 어느 정도만 말을 했지만, 개인 정보에 관한 내용은 전혀 발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로즈가 그걸 꼬치꼬치 캐물을 수는 없어 단순히 수다를 떠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해골들아, 그런데 너희 주인이 혹시 학대하거나 하지 않아?"
[아니요.]
해골들은 바닥에 글을 쓰면서 로즈의 물음에 대답했다.
"로즈! 힐! 힐!"
범려는 한참 사냥을 하다가 자신의 체력이 떨어지는지 힐을 외치면서 로즈를 불렀다.
"알았어. 힐! 힐!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범려가 활을 그렇게 잘 쏴?"
로즈는 힐을 하면서도 정신은 해골들과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사냥보다 범려에게 관심을 보이는 로즈였다.
[물론입니다. 저희가 겪어봤지만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가진 분입니다.]
"음, 고마워. 대신 너희들 내가 이런 거 물어봤다는 걸 알리면 안 돼. 알았지?"
해골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알리지 않겠다고 했다. 로즈는 해골들에게서 범려의 모든 행동을 알게 되자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힐을 주었다.
"해골 병사들 50레벨 금방이네."
"다, 당연하지. 80레벨 몬스터를 잡는 데 50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가 줘야지."
얼마 사냥한 것 같지도 않은데, 해골들의 평균 레벨은 50이 되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도 ±1이다.
"이제, 회색 산맥으로 가자."
"아니, 80레벨 만들고 가야지."
"뭐?"
"던전이 먼저야."
범려는 로즈를 데리고 던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둘이서 해골들을 이끌고 던전을 싹쓸이해버리자 해골 병사들의 레벨은 쭉쭉 올랐다.
동시에 로즈는 굉장히 힘들어하는 눈빛을 보였다. 회색 산맥으로 가기도 전에 기운이 빠져서 퀘스트도 못할 지경이다.
"회색 산맥으로 가야 하는데, 왜 여기서 죽치고 있는 거야."
"레, 레벨을 올려야 돼. 거기 가면 며, 몇 레벨 몬스터들이 깔려 있는지 확인도 안 해봤잖아."
살짝 말을 더듬으면서도 이야기할 건 다 했다. 로즈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할 말 다 하는 범려가 그렇게 미워 보일 수 없었다.
"쳇, 그냥 해주면 뭐가 덧나나."
"뭐,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로즈는 작은 소리로 말을 한 건데 그 말이 어설프게 범려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반문하는 그의 모습에 로즈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적당히 얼버무렸다.
해골들의 레벨이 오를수록 사냥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지만, 그 오른 레벨만큼 로즈는 지쳐 갔다.
"아, 지쳤다."
해골들의 레벨을 기어코 80을 만들자 범려는 이제 회색 산맥으로 갈 준비를 했다.
"이제, 회색 산맥으로 가자."
"뭐? 난 못 가. 내일 가!"
로즈는 지금 몸이 피곤한지 자리에 주저앉아 꼼짝도 안 하며 내일 가자고 소리쳤다.
"어, 언제 다시 접속하는데."
범려는 로즈의 접속 시간이 약간 불안정하다는 걸 느꼈다. 예전에도 퀘스트가 끝나자마자 얼마 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틀 뒤에 하루 종일 접속 가능해."
"조, 좋아. 그럼 이틀 뒤에 퀘스트를 진행하지."
로즈는 범려의 말을 듣고 로그아웃을 했다. 범려는 퀘스트를 좀 더 편하게 하려고 다시 레벨 업을 위해 열심히 사냥을 시작했다.
정확히 48시간이 지나고 로즈가 접속을 하자 범려는 회색 산맥의 끝자락으로 움직였다.
돈을 들여서 텔레포트를 이용해 가고 싶었지만 화살비도 부담이 되는 범려에게는 이동 포탈보다는 걸어서 그 머나먼 길을 걷는 것을 선택했다. 더군다나 해골들 때문이라도 텔레포트는 사용이 안 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회색 산맥의 끝자락이며 산맥을 중심으로 북동 방향으로는 분노의 아만이, 남동 방향으로는 자연의 도로시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 두 지역도 드래곤의 이름을 딴 지역이자 대륙이다.
"우와, 정말 멀리 왔다."
"어, 어서 가자, 악마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해골들을 이끌고 산맥의 입구로 들어선 범려는 회색 산맥의 입구부터 굉장한 몬스터들이 등장하자 기겁했다.
"오우거!"
지상에 있는 몬스터 중에서 최고의 완력을 자랑하는 육상 최고의 몬스터, 그것도 무리로 5마리씩이나 있었다.
"쉿! 아직 우리를 보지 못했어."
범려는 로즈의 입을 막으면서 오우거의 행동을 주시했다. 녀석의 레벨은 85. 상대가 안 되는 몬스터는 아니지만 문제는 저들의 숫자다.
5마리가 모여 있다면 해골들이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하나는 죽을 위험이 있다. 해골 병사 하나의 죽음은 범려로서는 뼈아픈 상실이다.
"일단 녀석들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파악한 뒤에 움직이자."
범려는 오우거 주변을 빙그르 돌아서 움직이더니 먼저 정찰을 하면서 주변에 몬스터들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을 했다.
"숫자는 많지 않아."
범려는 몬스터들이 배치되어 있는 공간을 조심스럽게 조사했는데 의외로 몬스터들의 숫자는 적었고, 배치되어 있는 공간이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이 정도면 한번 위험을 감수해볼 만하겠다."
범려는 사제인 로즈가 있어서 한번 도전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몬스터가 이곳에 조금, 저곳에 조금 멀리멀리 떨어져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깝게 몬스터들이 몰려 있으면 퀘스트를 신중히 진행할까도 했는데 그럴 걱정은 없어진 것이다.
로즈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범려는 당장 녀석들을 처리하면서 전진하기로 했다.
"정말 할 거야? 오우거한테 한 대 맞으면 해골들 부서질 것 같던데."
"그, 그건 로즈한테 맡길게, 버프를 걸면 한 방에 안 죽어. 걱정 마."
"나만 생고생하는 거잖아."
로즈는 사제가 고귀해 보이는 직업이라서 선택을 했다 그런데 막상 하는 일을 보니 이건 노예처럼 부림만 당할 뿐이다.
"……."
로즈가 투정을 부리자 범려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여자의 투정을 받아주는 법을 모른다고 하는 게 정답이다.
"알았어. 어차피 퀘스트를 위해서 하는 거니까. 신의 가호! 빛의 숨결!"
파티원과 해골들에게 버프를 걸자 해골들의 체력과 공격력이 높아지고, 또 범려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의 능력에 의해서 버프가 몇 개 더 생겨났다.
"후, 마나 좀 채우고."
로즈의 마나가 버프 때문에 모두 다 소진되자 약간의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출발해."
"전투 준비!"
끼이익! 척! 척!
활시위가 당겨지고, 방패와 창을 든 병사들이 무기를 고쳐 쥐자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공격!"
오우거를 향해 날아간 화살이 정확히 박혀들면서 오우거들이 해골들을 향해 분노의 표정을 지으며 달려들었다.
"저격수! 저격! 연노(連弩)병! 시우!"
연노병이 노(弩)의 시위를 놓자 가공할 만한 속도로 화살들이 뿜어져 나갔고, 덩치 큰 오우거들은 그 화살들을 피하지 못해 모조리 몸에 박히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돌진!"
해골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근위병은 창으로 찔렀고 돌격병은 도끼를 휘둘렀다.
"회오리 찌르기! 나무 부수기!"
각 병과의 고유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오우거를 공격했고, 오우거의 두꺼운 가죽은 해골 병사들의 불같은 공격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생명력이 쭉 빠져나갔다.
"크오-!"
-오우거가 광폭화 상태에 빠집니다.
광폭화 상태, 즉 버서커로 변하자 오우거의 눈이 붉게 변하면서 자신의 무기를 미친 듯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버서커로 변할 줄이야."
범려는 바로 활을 당겨서 녀석의 눈을 명중시키고 일시적인 혼란 상태에 빠트렸다.
"집중 공격해!"
일단 광폭화 상태에 빠진 오우거를 집중 공격하자 오우거는 혼란 상태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차디찬 땅바닥에 누웠다.
"다음 녀석! 잡아!"
녀석들의 공격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범려는 더욱더 병사들을 다그치면서 명령을 했다.
"치유의 빛-!"
로즈는 파티원을 포함한 모든 주변의 아군들에게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힐링 마법을 시전했다.
"음-!"
피가 거의 다 떨어져 있는 해골들의 생명력이 한순간에 확 오르면서 전투가 원활해졌다.
"이런 기술이 있었으면서 왜 진작 안 썼어?"
"이 기술 굉장히 시간 오래 걸려. 캐스팅만 4초, 다시 사용하려면 8분을 기다려야 해!"
4초 후 발동에 쿨 타임이 8분이면 거의 쓸모가 없는 스킬이다. 힐링은 거의 초를 다투는 싸움인데 4초면 체력이 주르륵 하고 빠져나간다.
"벼, 별로 좋은 기술도 아니네."
"그래도 위급할 때는 이것만 한 스킬도 없어."
그래도 사제라서 자기가 사용하는 스킬이 좋다며 편을 들자 범려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로즈와 싸워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은 죽어도 없기 때문이다.
오우거 5마리를 힘겹게 물리쳤지만 녀석들은 추접하게도 아이템을 하나도 내놓지 않고 죽었다.
"돈이라도 줘야 먹고살지, 아무것도 안 주냐. 화살이 아깝다."
범려는 아이템을 안 주는 오우거가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녀석들을 잡으니 경험치가 제법 쏠쏠하게 들어와서 아이템이 안 나왔다는 사실을 금세 잊게 만들었다.
"경험치는 제법이군."
"아이템 안 나온다고 원망하더니 경험치가 좀 되니까 좋아하는 거야?"
"그, 그건……."
매일같이 해골들을 키우는 데에 전념을 하다 보니 경험치에 항상 목마르게 되었다. 아이템이야 사냥을 하다 보면 해골들에게 장비를 해주게 되니 상관이 없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전직을 하면 자꾸 1레벨로 초기화되는 것이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