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패치
"어이쿠! 회장님, 한동안 저희를 안 부르셔서 얼굴 잊어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바쁘게 살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오늘 오셨으니 잘 놀다 가십시오."
안서진 회장은 대한궁도협회에서만 인맥이 있는 게 아니라 어디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모기업의 회장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그 외에도 다른 인사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협회의 인사들이었다.
"빨리빨리 움직여. 손님들이 먹는 음식이 부족하잖아."
희성과 재성은 참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뷔페를 준비시켜 음식을 장만했지만 그 음식을 나르는 데 두 사람을 부려먹고 있었다.
"으아, 힘들다. 아침도 많이 안 먹고 나왔는데."
희성은 아침을 가볍게 먹고 와서 그런지 상당히 배가 고팠다. 그리고 음식을 차리기는 했지만 자신이 손을 댄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하나만 집어먹으면 안 될까."
"아서라. 랩핑만 뜯어져도 넌 저 위에 있는 과녁에 묶여서 스승님 화살받이가 될 거다. 그러고 싶으냐."
재성은 희성의 행동을 만류했다. 어차피 나중에 음식을 먹지만 지금은 상당히 배가 고팠다.
"크, 손님이 먼저라서 아쉽네."
"여기서 꾸물떡거리고 있으면 밥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어서 움직여. 손님들 점심시간 돼간다."
"네."
둘은 별수 없이 손님들이 먹을 음식에 손도 대지 못하고 바쁘게 움직였다. 음식을 나르고 그 외에 음료수를 준비하는 것도 두 사람의 몫이었다.
"다 끝났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손님들이 한쪽 자리에서 음식을 집어먹는 사이 둘은 따로 뷔페 음식을 들고 나와서 먹었다.
"너, 그거 아냐. 『판게아 월드』 패치?"
"무슨 패치? 난 모르는데."
"이런 정보력 부족한 놈. 이번에 전사와 궁수들 패치한다고 하잖아. 아마 하향 패치래."
"뭐!"
희성은 그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범려가 구성한 해골들은 크게 분류하면 전사와 궁수들이다. 그걸 패치한다고 하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이다.
"아니, 그리 심각한 건 아니고, 궁수들 광역 기술하고 전사들 광역 기술을 약화시킨데. 『판게아 월드』가 팀플레이 방식을 선호하잖아."
광역 기술은 거의 없는 해골들이라서 범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다행이네. 난 또……."
"그리고 한 개 더 있어. '나의 집' 시스템이 도입된대."
"집?"
『판게아 월드』에서 야심차게 나의 집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그건 더 이상 여관에서 머물지 않고 자신의 집을 지어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도시 안에 있는 빈집이나 혹은 빈 땅에 집을 사거나 짓는다고 난리를 치던데."
"이사도 되냐?"
"물론 되지. 자신의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가서 집을 다시 살 수도 있어. 그래서 마을이나 도시에 부동산 중개소가 생긴데."
"난 별로 필요 없겠다. 해골들을 집 안에 모두 다 집어넣지도 못해."
희성은 해골들을 집 안으로 들여보내려면 집 크기가 보통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해골들 집어넣으려면 네가 고생이겠다. 그리고 해골들 숫자가 30이지?"
"아니. 지금 40이야."
"헛! 언제 숫자가 그렇게 늘어난 거냐."
재성이 해골 병사들의 늘어난 숫자에 놀란 표정을 짓자 희성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기병이 생겨서 숫자가 늘었어."
"뭐, 뭐냐! 완전 사기잖아!"
"사기? 사기 같은 소리 하네. 네가 해골들 키워봐. 등골이 휜다, 휘어!"
희성은 해골들을 키우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직하면 무조건 레벨 1. 그리고 해골들이 부서지면 그걸로 끝이니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것만 가지고도 상당한 페널티를 자랑한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좋기는 하다.
"그럼 얼마나 숫자가 늘어나는 거냐?"
"나도 잘 몰라. 맨 처음에는 숫자가 고정된 30이었는데 기병이 나오면서 그 제한이 풀려, 기병 하나당 병사 제한 1이 늘어나더라."
"더 늘어난다면 숫자도 어마어마하게 불어나겠구나."
"글쎄, 일단 숫자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언제 멈출지도 잘 몰라. 더군다나 난 해골들 없으면 특별한 사냥 기술도 없고……."
"다시 만들면 되잖아."
명쾌한 대답이지만 희성은 그 말을 듣고 짜증이 확 솟구쳤다. 그걸 다시 만들려면 몇 날 며칠을 고생해야 하는데 그걸 다시 하고 싶을까? 아니다.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네가 해골 만들어봐 얼마나 짜증나는데!"
버럭 소리를 지르자 재성은 침착하게 희성을 달래면서 화를 가라앉혔다.
"그런데 내가 준 반지는 어떠냐."
"좋던데."
친구가 준 기원의 반지의 효과는 정말 좋았다. 특히 방어력이 늘어날 때마다 늘어나는 수치가 장난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10퍼센트의 데미지 반사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 그렇게 레벨 계속 올려. 그 뒤에 나랑 같이 사냥하자."
친구 녀석은 자신과 같이 사냥하는 날을 기다렸다. 그 말에 희성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나 좀 키워주라. 연금술사라서 여전히 레벨 올리기 힘들다."
"…그러면 그렇지."
연금술사 키우기 힘드니 경험치라도 얻어먹어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재성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던 도중 스승인 안서진이 찾아왔다.
"희성아, 여기 있었냐. 너 어서 궁 들고 와라. 나랑 같이 오랜만에 놀아보자."
"네!"
희성은 힘찬 대답을 하면서 활과 화살을 준비했다. 대부분 몇 개의 화살을 가지고 쏘며, 누가 더 정확하게 맞히는지 시합을 하는 것이다.
"흐흐흐, 그동안 제자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감상해주마."
스승인 안서진이 저렇게 음침한 웃음을 날리는 이유는 단 하나, 뭔가 돈 내기가 걸려 있는 것이다. 전에도 이런 내기가 걸린 게임을 한 적이 있지만 희성은 스승인 안서진을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것이 문제다.
'무슨 내기를 걸었지? 설마 나와 대결을 해서 누가 이길지 승부를 걸었다는 건가.'
희성은 스승의 승부와 관련된 내기가 되었다는 생각에 눈빛이 바뀌었다.
"스승님, 내기가 걸리신 것 같은데 이번에는 스승님을 이겨 보겠습니다."
"흐흐흐, 잘해보자, 제자."
서진은 음침한 웃음을 흘리면서 희성을 놀렸고 절대로 이 시합에서 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 희성이었다. 비록 지더라도 평수를 이룬다면 큰 성과를 얻는 것이다.
"시작하지."
두 사람이 받은 화살은 9개. 신중하게 쏴서 저 멀리 있는 목표물에 명중시키는 것이다.
"그냥 화살을 가져왔군. 오늘은 손님들에게 보여 줄 겸 편전을 쓰자."
스승이 그렇게 말하자 다시 통아와 편전 9개를 가져왔고, 다른 화살들을 치워버렸다.
희성은 편전을 만져 보고 사용도 해봤다. 그리고 느낀 건 그냥 사용하는 화살과 느낌이 조금 다르다는 것.
아직 협회의 사람들이 즐기며 다른 곳에서 오신 외부 손님도 있는데 시범을 보이는 것이다.
"시작하자."
희성은 통아에 편전을 끼우기 전에 그의 특유의 습관이 나왔다. 검지로 활줄을 서너 번 건드리는 행동이다.
피이잉!
희성은 게임 안에서 무수히 활을 당기며 해골 병사들과 같이해왔다. 실제로는 연습량이 부족하지만 게임에서 했던 활 다루는 감각은 더 좋아졌다.
"전보다 좋아진 것 같구나."
"감사합니다, 스승님."
희성의 집중력이 전보다 좋아진 것을 알게 된 스승이었다. 그래도 내기가 걸린 승부. 절대로 질 수가 없었다.
편전이 날아가는 소리는 작아서 이게 진짜로 날아가는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저 멀리 있는 과녁에 명중되었다는 소리에 사람들은 다들 작게 박수를 쳤다.
"후웁!"
손님들에게 편전의 시연을 보여 주자 다들 좋아했지만, 특히 스승인 안서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시범이 끝나고는 과녁판에 붙여 놓았던 종이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자, 보시지요."
"크윽!"
"이런!"
스승인 안서진은 희성이 쏘아 맞힌 과녁판을 보여 주면서 웃었다.
"정확히 10센티에 다 맞았으니 약속대로 스폰서가 되어주시는 거겠죠?"
그렇다. 스승인 안서진은 외부 손님들에게 스폰서를 계약한다는 조건으로 내기를 걸었다. 그것도 희성이, 정중앙에서 딱 10센티를 벋어나지 않는다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흐흐흐, 감사합니다. 그럼 약속대로 5년간 잘 부탁드립니다."
"스승님, 스폰서 계약으로 하신 거예요?"
"하하하, 고맙구나. 언제나 희성이 네 덕에 지금까지 돈 걱정 안 하고 사니까."
약간의 내기, 그리고 그걸 이용한 사업 수완, 두려울 정도의 활 실력. 이런 사람이 희성의 스승 안서진이었다.
'내 스승님이지만 무섭단 말이야.'
손님들이 모두 다 나가고 희성은 뒷마무리를 마친 뒤에 집으로 돌아왔고, 바로 게임에 접속하려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재성이 말한 패치가 오늘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일 오후 2시까지 한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업데이트 내용을 볼 수는 있었다.
"뭐가 업데이트됐지?"
재성이가 말한, 나의 집 시스템이 생기면서 거기에 관련된 이사와 부동산이라는 부분에 설명이 있었지만 낮에 다 들었던 내용들이라 대충 읽고 내려갔다.
"이런……."
희성은 패치의 내용을 읽어보다가 밸런스 패치 부분에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졌다.
-일부 아이템 중 의도되지 않는 형태로 아이템 스킬이 발동하는 현상이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대상:벼락검, 우민의 활, 하늘의 망치, 그 외 20종)
"벼락검 버그는 이제 끝이군."
벼락검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아이템인지도 모르는지 다들 벼락검보다는 하늘의 망치에 대한 말이 많았다. 희성은 그런 하늘의 망치를 직접 만져 본 적도 없다.
"다음에 공구장을 만나면 어떻게 상대하지."
벼락이 떨어지는 것을 이용해 잡았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된다.
"별수 없지, 뭐. 죽어라 사냥할밖에……."
희성은 내일이 되면 순백의 크라운 지역을 벗어나 다시 아티잔 지역으로 이동할 생각이다. 녀석과 마주치는 짓은 지금 상태에서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패치를 하는 동안 범려는 푹 쉬면서 체력을 보충했다. 해골 기병들의 숫자를 늘려 병사들의 숫자를 확실하게 뽑아 올릴 계산인 것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서 『판게아 월드』에 접속한 후 범려는 바로 말을 달려 아티잔 지역으로 움직였다.
"후후후, 공구장 여섯 번 남아 있다."
범려는 아직도 그 숫자를 채우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만 패치로 인해 벼락검의 버그가 사라지는 바람에 답이 없었다.
몇 시간에 걸쳐서 다시 고요의 아티잔 지역으로 돌아왔지만 어디로 가야 사냥하기가 편할지 고민이었다.
"남쪽으로 가볼까. 그곳에는 아직 미개척지가 남아 있다고 하던데."
미개척지라고 하면, 아직 유저들이 그곳으로 진입하기가 힘든 지역이자 고레벨을 요구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음, 어차피 사람들 이목을 끌면서 사냥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범려는 다시 남쪽으로 움직였고, 아티잔 남쪽의 냉혈의 아멜리아 지역 근처에 단절의 산맥 입구로 오게 되었다.
"여기 몬스터 레벨이 얼마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는 않아서 모르지만 어림잡아 95레벨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레벨 100짜리들만 아니라면 해볼 만하겠지."
범려는 편하게 생각하고는 근처 사냥터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자리 잡은 곳은 평균 몬스터 레벨이 93이고, 주로 출몰하는 몬스터는 좀비 트롤들이다.
재생력이 뛰어난 트롤이 언데드가 되어 재생력을 상실했지만 힘은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뛰어나다.
"좀비 트롤들이라."
이곳에 왜 언데드들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범려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트롤의 최대 장점이 사라졌다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녀석들을 끌어오겠다."
범려는 직접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사냥을 하면서도 말을 타고 이리저리 화살을 날려서 녀석들을 끌어올 목적이다.
다그닥다그닥!
말을 타면서 화살을 날리자 정확하게 녀석들의 머리에 명중되며 치명타 메시지가 떴다.
"후후, 어서 쫓아와라."
범려는 다시 말의 기수를 돌리며 해골들에게 가는 사이 뒤에 쫓아오는 녀석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이건 말로만 듣던 무빙 샷이었다.
크오-!
좀비 트롤들이 괴성을 지르면서 6마리가 쫓아왔지만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녀석들의 걸음이 너무나 느려서 이건 경험치 상자와 다름이 없을 정도였다.
"공격해!"
범려가 좀비 트롤들을 끌고 오자 병사들은 거침없이 공격을 시작했고, 벼락검의 버그 패치로 인해 병사들이 공격을 해도 벼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떨어져라, 벼락아."
범려가 공격을 해야만 벼락이 떨어졌고, 그것도 공격의 대상이 되는 녀석에게만 떨어지는 것이다.
쾅! 쾅!
전보다 떨어지는 숫자가 확 줄어서 절로 가슴이 쓰라렸지만 그래도 안 떨어지는 것보다는 좋았다.
"야! 너, 조심해. 기병은 뭐 하고 있어. 공격당하잖아!"
범려는 힘찬 목소리로 해골들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해골 병사들이 위험해 처할 때 그걸 구해줄 만한 공격 기술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럴 때 공격 기술이 아니라 버프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공허한 외침이 울리고 있을 때 하늘에서 또 다른 외침이 들려왔다.
키아악-!
"우악-!"
지축을 흔들 정도의 굉음에 범려는 양손으로 저절로 귀를 막으며 하늘을 보았다. 그러자 곧 메시지 음이 들려왔다.
-고요의 아티잔의 외침으로 인해 주변에 몬스터들이 10초간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유저를 제외한 몬스터들이 혼란 상태에 빠지자 한창 싸우던 좀비 트롤들에게도 혼란 상태가 찾아왔는지 줄곧 잘하던 공격이 멈추고 말았다.
"넘어트려!"
범려는 이때다 싶어서 바로 녀석들을 넘어트리고 난도질을 해버렸다.
청록색 드래곤 고요의 아티잔. 범려는 처음으로 드래곤이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사람들이 말만 하던 드래곤 피어라는 것도 느껴 보았다.
"후, 드래곤 피어라는 게 저거군."
저 소리가 만약 범려를 향해 날아왔다면 무척 위험했을 것이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 설명이 안 되었다.
"정말 거대한 드래곤이네."
저기 천천히 날아가는 청록색 드래곤 고요의 아티잔의 크기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저 멀리 가면서도 소리를 내지르며 날아갔는데 그 소리의 영역에 닿은 몬스터들은 어김없이 혼란 상태에 빠졌다.
『판게아 월드』에서는 아직 드래곤들의 레어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가끔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래곤들의 모습을 봤다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계속 사냥을 해보실까."
범려는 다시 좀비 트롤을 잡으면서 사냥을 지속해나갔다. 그러다 좀비 트롤이 철로 만들어진 작은 쇠판을 떨어트렸다.
-낡아빠진 작은 쇠판 [퀘스트 시작 아이템]
"어라, 이건 뭐지?"
쇠로 만든 얇은 판을 집어 들자 그 쇠판에는 깨알처럼 작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작은 단서
이 쇠판에는 누군가 비밀을 담아놓은 단서가 쓰여 있다. 더군다나 이런 문자는 본 적이 없다. 일부러 암호를 철판에 새겨 넣은 것 같다. 이 암호를 해독하려면, 술집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난이도:E
완료 조건:술집에 가자.
보상:없음
"퀘스트였어."
퀘스트를 땅바닥, 그것도 몬스터에게서 줍게 되자 당황스러웠다. 이런 퀘스트를 준다는 게 범려에게는 새롭게 다가왔다.
"수락할까?"
범려는 잠시 고민을 했다. 보상이 없다는 것을 보고 하기가 싫은 것이다. 그렇다고 퀘스트 보상이 아주 없지는 않다. 적어도 소량의 경험치는 기본적으로 들어온다.
"그래, 하자. 어차피 레벨만 올리는 노가다는 재미가 없으니."
범려는 퀘스트를 수락하고는 한동안 계속 좀비 트롤을 잡으면서 레벨은 90을 맞춘 후에 움직이게 되었다.
"술집이라. 술집이 어디 있지?"
범려는 가는 길에 마을에 들르면 일단 술집을 찾았지만 마을 크기가 작으면 없었고, 조금 큰 마을은 여관과 같이 술을 파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전문적으로 술만 파는 곳이 아니었다.
할 수 없이 고요의 아티잔에 있는 반돌 도시로 돌아와 술집을 찾았다.
"결국 여기로 다시 왔네."
조용히 술집 문을 열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오늘은 쉬는 날입니다."
"……."
운도 안 좋게 오늘은 쉬는 날이라면서 들어온 손님을 내보내려고 했지만, 반대로 범려에게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툭!
범려는 술집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작은 철판은 보여 줬다.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거라서 한눈에 보기에는 그냥 쓰레기로 보이지만 술집 주인은 달랐다.
"이걸 어디서……."
"트롤을 잡다가 녀석의 몸에서 나온 겁니다."
"따라오시지요."
범려가 사실대로 이야기하자 술집 주인은 그걸 들고는 그를 지하 창고로 안내했다. 그리고 이상한 술통 문을 열더니 다른 곳으로 연결하는 문을 열어주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셔서 철판을 보여 주시면 이 내용을 아실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범려는 작은 메시지가 울리자 술집 주인의 말대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다른 건물과 연결되는 독특한 구조의 지하 터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냐."
"술집 주인에게 안내를 받았소이다."
누군가 길을 막자 범려는 술집 주인에게 안내를 받았다며 말했다. 그제야 그 사람은 범려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말로만 듣던 정보 관련 길드인가?'
정보를 취급하는 녀석들이 이런 형태로 건물을 지어 한다는 건 소설책에 매번 나오는 단골손님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한 정보 길드원이 먼저 악수를 하면서 손을 내밀자 범려는 얼떨결에 그 손을 맞잡았다.
"저희 길드에서 사용하는 쇠판을 우연히 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 쇠판입니다."
범려는 그에게 쇠판을 건네주었다. 길드 요원은 쇠판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음, 이건 저희 정보 길드에서 만든 암호 문자, 그리고 누군가 정보를 의뢰한 내용이 적혀 있는 철판이군요. 이걸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 그걸 우연히 주웠을 뿐입니다."
"그래도 이걸 다시 돌려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는 사람은 이름도 모르지만 범려에게 무척 친절하게 대했다.
-정보 길드와 중립적 관계가 성립되었습니다.
범려는 방금 들려온 메시지에 놀랐지만 얼굴에 표현하지는 않았다. 정보 길드라는 곳에서 중립적 관계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저희 길드의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탁이라니요?"
"다른 게 아니라, 이건 저희들이 길드 자체에서 조사했던 것 중에 하나입니다. 네크로맨서들이 아티잔 지역 남쪽에서 음흉한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겁니다. 물론 사례를 해드리겠습니다."
-정보 길드의 부탁:네크로맨서
정보 길드에서 네크로맨서들에 관한 정보가 입수되었다. 그들이 아티잔 지역에 피바람을 몰고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정보 길드가 의뢰를 하는 것이다. 그들을 찾아 비밀을 파헤쳐라.
난이도:C
완료 조건:네크로맨서들의 비밀을 파헤쳐라.
보상:암흑가의 명성+1,000, 500골드
범려는 암흑가의 명성을 얻는다고 나오자 잠시 생각을 했다. 일반적으로 명성이라면 신전이나 이런 곳을 이야기하지만, 암흑가의 명성이라면 뒷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그곳의 명성이라면 아무나 얻는 게 아닐 것이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의 부탁을 들어주셔서."
퀘스트를 수락하자 범려는 당장 좀비 트롤을 발견한 곳으로 이동을 했다.
"이곳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는 건가."
그는 아직 입구 부분이라고 할 만한 지역에서 멈춰 섰다. 분명 퀘스트는 이곳을 시작으로 하라고 나와 있으니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다. 문제는 저 안으로 들어가려면 레벨이 높아야 한다.
"어차피 사냥이다. 천천히 가자."
범려는 활시위를 당기며 몬스터들을 토벌하기 시작했다. 좀비 트롤들을 잡으며 계속 안으로 들어가려 시도했지만 레벨의 차이가 있기에 안으로의 진입은 어려웠다.
그리고 화살이 떨어진다면 알짤 없이 가까운 마을로 가서 화살을 12만 개씩 가져와야 했다.
해골 궁수 계열들이 소모하는 화살은 한 명당 평균 1만 개. 범려 역시 1만 개 정도 소비를 한다. 화살 소모하는 녀석들의 숫자가 12. 늘어나는 건 좋지만 돈도 그만큼 나간다.
"후아, 힘들다."
오랜 시간을 사냥에 매달려서 그런지 해골들의 체력도 관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들 생명력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런 해골들이 죽지 않은 것도 범려의 지휘 덕분이었다.
"아르테미스!"
범려는 무료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재미나게 보내기 위해 아르테미스를 불렀다.
공간의 문을 통해 나타난 아르테미스는 밝게 웃으면서 범려에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저를 찾아주시네요, 범려 님."
"하하하, 그게 해골들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지다 보니……. 그런데 제가 새로 배울 기술 같은 건 없나요?"
"음, 하나 있는데."
"어떤 거예요? 공격 기술? 아니면 보조?"
범려는 이번에 가르쳐 줄 기술이 무슨 기술인지 기대감이 컸다. 특히 90레벨이 됐지만 공격 스킬이 없는 것도 아쉬웠다.
"공격 기술이에요."
"공격!"
범려는 그 공격이라는 말에 뛸 듯이 기뻤다. 지금까지 기술은 오로지 해골 제작과 전직 말 만드는 게 전부였다.
"어서 가르쳐 주세요! 어서!"
"보채지 마세요."
범려는 한 마리의 성난 야수처럼 어서 가르쳐 달라며 스킬을 갈망했다.
"새로운 힘을 확인하세요."
아르테미스가 범려의 머리 위에 빛을 내리자 메시지 하나가 떴다.
-회색의 빛
모든 무기에 회색의 힘을 부여하여 공격합니다. 2×2m 안에 있는 모든 적을 공격합니다. 공격력은 해골 제작자의 물리 공격력에 의해 100% 추가 피해를 줍니다.
쿨 타임:20, 마나 소비:40
"하하하, 공격 스킬이다-!"
범려는 크게 소리치며 드디어 원하고 원하던 공격 스킬을 얻었다는 것에 미친 듯이 웃었다.
"아르테미스 님, 감사합니다."
"어머나, 범려 님.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범려는 공격 스킬을 얻어서 기쁜 나머지 아르테미스의 손을 잡고는 감사함을 표시했지만 그녀는 약간 당황했다. 범려가 손을 잡을 거라는 생각은 못한 것이다.
"전 이만 가볼게요. 범려 님, 그럼 다음에 봬요."
아르테미스는 조심스럽게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 버렸다.
공격 스킬을 얻은 범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사냥을 시작하자, 얘들아."
해골들은 범려의 명령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걸음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범려의 스킬의 첫 희생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
"저기 좀비 트롤들이 희생양이 되겠구나. 후후후."
범려는 웃으면서 시위를 당겼고,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빛 하나만큼은 지독하게 차가웠다.
"회색의 빛!"
범려는 공격 스킬을 발동하자 화살 끝에 강렬한 빛이 모여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범려는 그걸 보고는 시위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번쩍! 쾅!
섬전같이 쏘아지더니 그 빛이 폭발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공격 스킬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었고, 동시에 벼락이 떨어졌다.
"으하하하-! 벼락도 떨어졌구나."
좀비 트롤이 덩치가 커서 공격에 휩쓸린 녀석들은 겨우 둘. 마음 같아서는 모두 다 휩쓸렸으면 했지만 그건 마음만 그럴 뿐 현실은 냉정했다.
"해치워!"
명령이 떨어지자 해골 병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좀비 트롤들에게 달려들었다. 범려의 공격 스킬에 명중된 녀석들은 시작부터 체력이 많이 빠져 있어서 그런지 금방 제압당했고, 다른 녀석들은 조금 더 오래 버티다 죽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잡는군."
중요한 퀘스트가 있지만 그것보다 레벨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네크로맨서들을 상대하려면 녀석들 분명 범려와 똑같은 해골들을 끌고 다니니 서로 난전이 일어날 것이다.
"해골들을 더 많이 늘려야 해."
레벨을 올림과 동시에 해골들의 숫자를 늘리려고 사냥 중인 범려였다.
"회색의 빛!"
쿨 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스킬을 퍼부었고, 영혼의 팔찌의 능력으로 마나 회복이 빨랐다.
레벨이 올라 좀비 트롤들이 있는 지역을 지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땅 색깔이 바뀌어 있었다.
"회색……."
땅이 힘을 잃었는지 주변에는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았고, 비가 내린 적도 없는지 바싹 말라 있는 땅이었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음산한 땅이야."
하늘은 구름으로 가려져 있어서 그런지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바람은 먼지와 함께 날리면서 범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악조건이군."
전투가 벌어진다면 범려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크아웅."
어디서 가래 끓는 소리에 다시 인상을 쓰면서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눈을 돌리자 그곳에는 언데드 해골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해골이군. 뼈도 튼실해 보이고, 해골 병사로 만들면 딱이야."
범려의 눈에는 언데드 몬스터가 해골 병사를 만드는 재료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해골 병사들 만들러 무덤에 가야 하는데 잘됐어. 여기서 충당해야지. 공격 준비!"
범려가 명령과 함께 시위를 당기자 해골 병사들이 언데드 병사들을 향해 화살을 날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놈들은 좀비들과 다르게 굉장히 민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포위해서 몰아붙여."
해골 병사들은 범려의 명령대로 포위를 하더니 순식간에 언데드들을 물리쳤다.
"그럼 하나 만들어볼까."
바닥에 떨어진 해골들을 가지런히 두고는 메마른 땅바닥에 앉아 즉석에서 해골 병사를 만들어버렸다. 중요한 것은 해골 병사들을 만드는 시간이 전에 비해 무척이나 단축되었다는 것이다.
"어라, 한 시간 만에 만들어버렸네. 왜 이렇게 빨리 만들었지. 어디 빠진 게 있나?"
범려는 자신이 너무 빨리 만들어서 뭐 빠진 게 없나 확인을 해봤지만 다행히 빠트린 건 없었다.
"나머지 뼈는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영혼 소환!"
범려는 해골 병사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활성화시켰다.
"이제 말을 만들어야지."
보병 하나 만들면 반드시 기병을 하나 만들어서 숫자를 조절하고 있었다.
"몇 녀석은 항상 사냥에서 제외가 되는구나."
기병이 등장한 이후로 모든 해골 병사들이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일부 병사들은 전직을 하는 바람에 레벨이 낮아서 참여가 불가능하고 뒤에서 대기 상태로 들어간다.
경험치는 들어오기에 빠른 속도로 레벨이 오르고 전직을 하게 된다.
"슬슬 배가 고프네. 점심시간이 된 건가."
범려는 공복감을 느끼면서 게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해보았다.
"점심시간이 되기는 됐구나."
규칙적인 게임 생활을 위해서 범려는 해골들을 땅속에 숨기고 로그아웃을 했다.
"오늘은 중국집!"
희성은 점심을 중국집에서 해결을 할 생각이다. 자장면도 안 먹다가 가끔 먹으면 그것만큼 맛있는 게 없다.
"아, 햇살 한번 좋다."
계절은 아직 봄.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뺨을 간질이는 계절이다. 동시에 커플들이 나들이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자기야, 아……."
"하하하, 내가 말이야 군대 있을 때 정말 이랬다니까."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여자부터 허풍떠는 남자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사이 유일하게 혼자서 궁상을 떨고 있는 인물은 희성밖에 없었다.
"아, 차라리 집에서 밥을 먹을걸."
중국집까지 커플들이 몰려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혼자서 자장면을 먹고는 조용히 빠져나왔지만 먹은 게 먹은 것 같지가 않고 속이 살짝 더부룩한 게 그다지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아, 이대로 게임하면 분명 체할 거야. 속을 가라앉히고 해야지."
희성은 가까운 공원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소화를 시켰다.
그렇게 공원을 걷고 있는 동안 희성의 눈을 잡아끄는 사람이 한 명 보였다.
긴 생머리를 뒤로 묶고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입고서 달리는 여자를 본 것이다.
"꿀꺽."
희성은 자신도 모르게 절로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 여자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 여자는 희성의 눈길을 의식하고는 씨익 웃으면서 지나쳤다.
"누구지? 이 동네에서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몸매도 죽이네."
뒷모습을 보면서도 그 여자의 외모에 홀딱 빠져 버렸다. 속으로는 저런 여자가 자신의 애인이었으면 하는 작은 희망이 있었다.
여자를 바라보고 나서 적당히 시간을 보낸 뒤 희성은 집으로 돌아와 게임에 접속했다.
"여기 해골들을 내 병사로 만들어주마!"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외치는 소리가 해골 병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무덤 파기보다 이게 좋아."
사냥을 하며 마을과 무덤을 자주 오가면서 움직이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해골들과 함께하기에 물약 같은 소모품은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화살은 계속 소모를 했다.
"화살도 만들어서 자급자족하고 싶네."
범려는 점점 마을로 가는 길이 멀어지니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대장장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활을 만드는 궁장(弓匠)도 아니다.
"장인들을 납치해야 하나."
범려는 NPC 장인들을 납치해서 부려먹으려고도 생각했지만 곧 접었다. NPC들을 납치한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 납치범으로 몰리기에 목에 현상금이 걸린다.
"에구, 말자. 그냥 많이 물건을 사는 방법 말고는 없네."
범려는 답이 없음을 판단하고는 언데드 몬스터 사냥에 열을 올렸다. 최소한 무덤에 가는 일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회색의 빛!"
우우웅! 번쩍! 쾅!
공격 스킬이 작렬하면서 동시에 벼락이 떨어졌다. 그것도 3개나 동시에 말이다.
"어라."
벼락은 회색의 빛 스킬에 휩싸인 해골 몬스터 세 녀석이다.
"이거 또 버그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쿨 타임이 돌아올 때 다시 스킬을 시전했고, 아니나 다를까 범위 안에 걸린 녀석들 머리 위에 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버그네."
하지만 스킬의 쿨 타임이 20초이기에 아주 유용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100퍼센트 확률로 터지는 것을 찾은 것이다.
"나중에 패치되려나?"
벼락이 연속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언젠가 패치가 돼버렸다. 물론 범려 스스로 버그 신고를 한 적은 없다.
"포위!"
같은 해골들을 공격하자 범려는 약간 기분이 이상했지만 많은 뼈들을 얻을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기분이 조금 편해졌다.
"후후후, 그래, 뼈들을 놓고 죽어라. 내가 너희들을 유용하게 써주마."
음침한 웃음을 흘리면서 언데드 몬스터들의 뼈를 노렸다. 몬스터들은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를 공격해왔지만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자연스럽게 범려의 경험치로 환산이 되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때마침 레벨이 올랐구나. 스탯을 확인해볼까."
이름:범려 레벨:92 성향:무(無) 직업:해골 제작자
칭호:로벤 마을의 영웅
생명력:5,923 마나:3,380
힘:70(+20) 민첩성:121(+50) 지능:75(+40)
정신력:14(+40) 체력:98(+70)
공격력:1,300 방어력:923
마법 공격력:30 마법 방어력:524
스탯 포인트:0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지금의 순간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지독한 나날이었다. 잠도 줄여 가며 미친 듯이 사냥을 한 결과 정확히 석 달하고 8일 만에 달성한 결과였다.
"후후, 이만큼 올리기 힘들었다. 해골들도 키워야 했고 녀석들 때문에 레벨도 올리는 게 한없이 느리기만 했던 나날들."
범려는 잠시 상념에 빠졌지만 그것도 잠시, 눈앞에 있는 몬스터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활을 당기고 스킬을 시전하고 있었다.
"회색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