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네크로맨서
사냥을 계속하는 동안 범려의 해골 병사들 숫자는 많이 늘어났다.
-속박(중급 0.080%)
해골 제작자에게는 병사들을 소유하고, 그들을 부릴 수 있게 만듭니다. 대신 제한된 숫자를 넘어서서 병사들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해골 병사 숫자 110/110
기병 40/???
병사들의 숫자는 벌써 110이라는 숫자에 다다랐다. 하지만 숫자는 이 이상 만들지 않았다.
기병 한 명당 추가 병사 제한이 1씩 늘어나서 기병은 40이지만 최종 늘어난 숫자는 80이 되어 기본적으로 30을 더하게 되니 110이라는 무서운 숫자가 나왔다.
"기병 40, 보병 70이라. 굉장히 많은데."
하루에 화살을 소비하는 양은 41만 개 일인당 1만 개가량을 소비하는데, 궁수 계열만 40라는 숫자가 나오지만 범려를 포함 41명의 궁수들이 있다. 나머지는 다 근접 보병이다.
"필드를 쓸고 다녀도 레벨 올리기가 힘든데."
언제부터인가 해골들이 범려의 경험치를 야금야금 뺏어먹더니 지금은 경험치의 60퍼센트를 뺏어가고 정작 본인은 40퍼센트 경험치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
"쳇!"
한번은 정확하게 경험치 1,000이 들어왔는데 자신에게 400이라는 경험치만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어느새 경험치를 잘라먹은 해골들이 미워서 몇 놈을 발로 차고 다녔다.
"뭐 해! 몬스터 잡아! 이것들이 어디서 놀고 지랄이야!"
뒤에서 레벨이 낮아서 사냥에 참가 못하는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해골 병사들을 뼈가 닳아 없어질 만큼 부려먹기 시작했다.
"야, 나 피곤하다. 알아서 잡아. 저기 저놈 보이지. 사냥해."
가끔 게으름도 피우면서 사냥을 했지만 슬슬 퀘스트를 진행해야 할 때가 오기는 왔다.
"아, 너무 오랫동안 빈둥거리며 사냥을 했나. 긴장감 떨어지네."
범려가 잠시 하품을 하면서 녀석들을 지휘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땅이 흔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음?"
우르르르!
범려가 이끄는 해골 병사들처럼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저건 또 뭐냐."
분명 해골 제작자인 범려가 이끄는 해골들이 아니라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네크로맨서들의 언데드 병사들이다.
"네크로맨서들의 병사들이 좀 되는데."
숫자를 비교해봤을 때 얼추 80명 정도의 병사들이었다. 범려는 그 숫자를 보고 왠지 한바탕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110명의 해골 중에서 20명 정도가 아직 사냥에 참가를 못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라."
분명 저 병사들을 잡으면 중요한 단서 같은 것을 떨어트릴 예감이 들었지만 다른 몬스터 무리를 노렸다.
"이것들 뭐 해! 어서 몬스터 잡지 않고!"
목표가 생기자 범려는 열성적으로 돌변했고, 직접 활을 당겨 전투를 벌였다.
"기병들 몇 명은 흩어져서 다른 무리들을 끌고 와!"
기병들이 각자 흩어지면서 몬스터 무리들을 공격해 끌고 오자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흐흐흐, 전투에서 빠져 있는 너희들을 곧 전선에 밀어 넣어주마."
범려가 뒤에서 대기하는 20명의 해골 병사들을 보고 음침하게 웃었지만 해골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꽉 쥐면서 당장이라도 전투에 참여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렇게 사냥만 3일을 하자 모든 해골들이 전투에 참여가 가능할 정도의 레벨까지 올라 있었다.
* * *
"클클클, 이제 우리가 만들어놓은 병사들이 힘을 발휘할 때가 왔소이다."
"흐흐흐, 어둠의 힘을 이용해 만든 우리의 병사들이 움직일 때가 되었어."
"아직 이르오. 아무리 병사들이 두려움을 모르지만 그들을 지휘해줄 데스나이트가 없다면 소용없소이다."
한 네크로맨서가 데스나이트 이야기를 꺼내자 다른 네크로맨서들이 입을 다물고야 말았다.
네크로맨서들은 지휘관이 아니다. 그들은 어둠 계열의 마법사. 지휘관들과는 거리가 멀다.
"병사를 지휘해줄 데스나이트는 완성 단계에 들어갔소이다."
"데스나이트가 있다면 병사들을 지휘해줄 수 있소이다."
"데스나이트……."
네크로맨서들은 데스나이트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면서 자신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회색의 빛!"
반대로 범려는 무서운 속도로 해골 병사들의 레벨을 올리고 있었다. 퀘스트를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완수하기 위해서다.
"밀어붙여!"
기병들의 숫자가 좀 된다는 것을 이용해 몬스터들을 말발굽으로 밟아버리며 공격을 펼치자 숫자로 밀리는 몬스터들은 그대로 몸이 으스러져서 죽었다.
"아, 뼈가 박살이 났네."
해골 병사로 만들어야 할 뼈가 작살이 나버리자 범려는 그 뼈를 포기해버렸다. 조각난 걸 다시 주워서 병사를 만드느니 차라리 새로운 뼈를 찾는 게 빠르다.
"다음!"
범려는 능숙한 기사(騎射)를 보여 주며 몬스터를 잡아내고 있었다.
게임에서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지만, 초보자도 말을 탈수 있게 설정이 되어 있기에 활 실력만 된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더 안쪽으로 이동한다!"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네크로맨서들을 찾으려고 안으로 진입하자 초입에는 단순한 검을 들고 있는 녀석들만 있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활을 들거나 창을 들고 달려오는 녀석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해골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지잖아."
구조가 복잡해지고, 무리의 구성원들에 전술적 측면이 뚜렷해짐을 느끼자 범려의 머릿속이 천천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갈수록 종류가 다양해지네."
그래도 안심이 되는 부분이라면 힐링을 하는 몬스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병 돌진!"
명령이 떨어지자 기병들이 우렁찬 말발굽 소리를 내면서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그러다 바로 뒤에서 이상한 해골을 하나 보게 되었다.
그 해골은 양손을 가슴으로 모으면서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화르르!
"흩어져!"
제일 싫어하는 마법사였다. 리치는 아니지만 마법을 부리는 해골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해골 병사들이 범려의 명령에 따라 순식간에 간격을 벌리며 흩어졌지만, 서넛은 녀석의 마법에 당해서 체력이 빠져나가버렸다.
"저격수! 마법사를 공격해!"
범려 역시 시위를 당기더니 방금 마법을 부렸던 녀석을 조준해 바로 활을 당겼다.
"저격수들은 마법사가 보이면 최우선으로 처리한다!"
명령이 떨어지자 저격수들은 알아서 마법사로 판단되는 언데드 몬스터를 노리기 시작했다.
범려는 저격수들이 노리는 마법사들을 같이 공격해 다른 녀석들이 피해를 입기 전에 방지를 했다.
"그나마 저격수들이 많아서 다행이군."
마법을 부리는 녀석들은 후방에서 마법 공격을 하게 되면 제대로 위협이 되는 몬스터 최고의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공격당한 병사들은 뒤로 빠져."
생명력이 온전한 녀석들로 자리를 교체하고는 다시 전투를 속행했다.
사냥을 하면서 계속 전진을 하는 도중 범려는 발길을 멈추었다.
"해골 탑?"
뼈와 시체로 이루어진 탑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탑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곳이 네크로맨서들이 있는 곳이다."
퀘스트를 해야 할 목적지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저 탑 안으로는 일부의 병사들만 들어갈 수 있다. 대신 탑을 포위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런 건물 내부에서의 전투는 내가 절대적으로 불리한데."
모두 다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간다고 해도 몇몇의 병사들로 클리어 가능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럴 때는 로즈가 필요한데."
비록 범려가 여자 앞에서 약해지는 병 때문에 다루기 힘들지만 그래도 사제다. 위험한 순간을 넘기게 할 포션 같은 존재다.
"그럼 녀석들을 바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건데."
잠시 왼손으로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안에 있는 녀석들을 바깥으로 나오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을 말이다.
"뼈와 시체들로 만들어진 탑도 부서지나?"
범려는 탑을 부수는 데 제일 좋은 무기를 생각해보았다. 탑이 부서질지 안 부서질지는 모르지만 한번 만들어볼 참이었다.
"공성 병기인 투석기인데."
주변에는 공성 병기를 만들 재료나 기술자가 없다. 그렇다면 범려가 직접 해골들과 같이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숨어라. 조금 있다 다시 오마."
해골들은 땅속으로 몸을 파고들고 범려는 로그아웃을 했다. 그리고 바로 인터넷을 뒤져 옛날 시대에 쓰던 투석기에 관한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투석기라 투석기… 찾았다!"
희성은 12세기경에 사용되었던 투석기를 보고 그걸 만드는 설계 도면과 얼마만큼의 무게의 바위를 어디까지 날아가게 만드는 탄도학 공식도 구했다.
"그까짓 탑 박살 내주마."
희성은 바로 재접속을 시도하더니 해골들을 데리고 투석기를 만들 재료를 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나무만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지라 일부 재료는 마을에서 구입하고 인터넷에서 구한 설계 도면을 이용했다.
"너희들은 이 부분을, 넌 저걸 만들어."
범려는 마을에서 구입한 종이에다가 자세하게 투석기의 구조를 그려 명칭을 적어놓았다. 그림 실력이 좋은 게 아니라서 약간 어정쩡하지만, 최대한 똑같이 그려서 해골들이 못 알아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빨리 만들어. 시간 없다!"
해골들을 무지막지하게 부려먹은 결과 투석기 2기를 만들었고, 바위를 날려야 하기에 무게도 맞춰서 조절했다.
"이제는 탄도학 계산이지."
범려는 인터넷에서 찾은 탄도학 공식으로 거리를 계산하고, 어디에 명중이 될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다.
"흐흐흐, 멀쩡한 탑이 부서지는 걸 보는 최초의 목격자가 되는 거다. 바위를 올려!"
범려의 명령대로 투석기에 바위가 올라가자 오른손으로 가볍게 신호를 날렸다.
후웅! 후웅!
거대한 2개의 돌덩이가 뼈로 만들어진 탑을 향해 날아가자 깜짝 놀랄 굉음을 내면서 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오기 전에 탑을 박살낸다. 바위를 올리면 바로 날려!"
준비한 바위들을 수차례 날리니 탑 한쪽이 뚝 하고 부서지며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탑이 공격당하자 그 안에 있던 네크로맨서들은 당황했다.
"무슨 소리인가!"
"공성 병기입니다!"
쾅! 쾅!
"피하셔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탑이 무너집니다!"
"피하기는 뭘 피해! 우리를 공격하는 녀석들을 이대로 살려 둘 수 없다! 당장 병사들을 데리고 나가라!"
우두머리로 보이는 네크로맨서는 빨리 언데드 병사들을 데리고 탑 바깥으로 나가라며 명령하고는 자신도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 병사들을 탑 바깥으로 데리고 나왔다.
"나오는구나."
범려는 투석기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었다. 몇 번 던지지도 않았는데 탑 일부가 작살나고 밑에 있던 몬스터들은 그 돌덩이에 깔려서 죽기를 수차례. 이미 탑 아래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나온다. 준비해라."
기병들은 앞장서서 몰려오는 언데드 군대에 대비했다.
"던질 바위가 떨어지면 너희들도 전투에 참여해!"
해골들은 명령대로 바위를 되는 대로 올리고 쏘기를 반복했다. 투석기가 날린 바위의 총 횟수는 30. 얼마나 녀석들이 죽었는지 범려의 레벨이 오를 정도로 많은 숫자가 죽어버렸다.
"기병들 돌격 준비!"
챙!
40이나 되는 기병들이 동시에 무기를 뽑아들자 마치 한 명이 무기를 뽑아드는 것처럼 소리가 들렸다.
"돌격!"
우르르르!
기병들이 소리를 내고 바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돌진을 하자 보병들이 그 뒤를 이어 나아갔다.
"가자!"
탑에서 나온 언데드들은 기병이 없는지 다들 걸어서 움직였고, 많은 녀석들이 깨지고 부서져서 온전한 녀석들을 찾기가 힘들었다.
"기병!"
네크로맨서들은 해골 기병들을 보자 놀랐는지 자신들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지만, 지휘를 해보지 못해서 어떻게 녀석들을 다뤄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하는 짓거리를 보니 바보들이군."
범려는 망원경으로 네크로맨서들의 엉망진창인 지휘에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엉터리로 병사들을 움직이고 있어서 단일 병과(兵科)인 기병에게 유린을 당하고 있었다.
"쏴라!"
뒤에서 화살이 날아 들어오자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범려는 만에 하나 네크로맨서들이 사용하는 흑마법에 대한 위험이 있을까 봐 그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크윽!"
"마법사는 안 좋아."
적 마법사는 힐러만큼이나 위험한 존재다. 보이는 즉시 척살 순위 1위다.
네크로맨서들이 가지고 있는 흑마법을 쓰기 전에 범려는 작정을 하고 달려들어서 녀석들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네크로맨서들을 잡아!"
네크로맨서들은 지휘 체계도 엉망이고, 병사들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다.
"퀘스트 너무 쉬운 거 아니야."
"크악-!"
이대로 퀘스트를 완료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건 범려의 생각일 뿐, 무너진 탑 속에서 잔해를 헤치며 유유히 걸어 나오는 하나의 언데드를 봤다.
"크아-!"
엄청난 괴성이었다. 그 소리는 범려의 해골 병사들을 주춤하게 만들 정도로 무서웠다.
"뭐지!"
"드디어 완성이다! 데스나이트다-!"
네크로맨서들은 데스나이트가 나왔다는 소식에 아주 반가워했다.
범려는 데스나이트가 눈에 들어오자 똥 씹은 표정이 되었고, 바로 녀석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챙!
데스나이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녀석은 범려의 화살을 자신의 검으로 막아내고는 네크로맨서들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지휘관이 납시었군."
아니나 다를까, 데스나이트는 범려의 화살을 막고 전진하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언데드 병사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네크로맨서들만 죽인다. 회색의 빛!"
바로 목표를 바꾸고는 생명력 부족한 네크로맨서들을 찍어내자 4명이나 되던 녀석들이 1명으로 줄어버리고, 마지막 하나도 죽이려고 했지만 데스나이트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기병들은 후퇴!"
데스나이트가 군대를 지휘하며 진형을 갖추자, 범려는 기병들을 물러나게 하고 궁수들을 이용해 네크로맨서들의 군대를 지속적으로 공격했다.
"저 데스나이트를 잡아야 하는데."
생전에 무슨 일을 했던 녀석인지는 몰라도 병사들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검 실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휘를 하는 능력은 검 실력보다 좋아 보였다.
"포위해!"
범려는 적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데스나이트는 그 포위망에 갇히기 전에 병사들을 뚫고 빠져나와 버렸다.
"추격!"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는 바로 부대의 뒤를 치자 몇 놈을 잡아낼 수 있었다.
"크아-!"
데스나이트가 괴성을 지르면서 다시 공격해오려고 하자 범려는 이번에도 병사들을 지휘해 넓게 포위망을 구축하려고 했다.
"하하, 쉽게 들어오지 못하지."
진형을 구축하다 보니 학익진 비슷하게 펼쳐졌다. 또 그는 궁수들을 이용해 계속 괴롭혔고, 상대방도 궁수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범려가 그걸 가만히 두지 않았다.
"기병들, 후방의 궁수들을 공격해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병들은 굉장히 능동적으로 움직이기에 순식간에 후방으로 달려가 궁수들을 위협하고, 데스나이트와 네크로맨서가 그 기병들을 몰아내기는 하지만 그것도 하나 둘일 때나 가능하지 40명이나 되는 기병들이 어지럽게 움직이는데 죽어나는 것은 네크로맨서의 해골 궁수들이었다.
"회색의 빛!"
우웅! 번쩍! 콰쾅!
범위 안에 몰려 있던 병사들은 어김없이 범려의 공격에 휩쓸리고 하늘에서는 벼락이 떨어지며 피해를 입었다.
"네놈이 아무리 똑똑해도 병사들의 한계가 있는 이상 쉽게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범려는 녀석들의 지휘관인 데스나이트를 잡고 싶었지만 놈의 능력은 범려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었다. 레벨은 몇인지 파악은 안 됐지만 절대 쉽게 잡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
"녀석을 저기서 떨어트려 놔야 빨리 진행이 되겠어."
전투를 빨리 끝내고 싶은 범려는 데스나이트를 병사들과 떼어놓기 위해서 직접 나서기로 결정했다.
"나와 한판 겨루자, 데스나이트!"
범려는 말을 달리면서 활을 당겨 직접 데스나이트를 향해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녀석은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병사들을 대신해서 상대하게 만들었다.
'계략이란 한 번에 걸리는 게 아니지.'
범려는 데스나이트를 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을 당겨 공격했고, 적 병사들은 끝까지 그를 노리려고 공격했지만 말을 타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활을 쏘는 범려가 절대 공격당할 리 없었다.
"나와라! 이 뼈다귀 자식아."
해골 병사들을 통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면서도 데스나이트는 절대로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그 안에서 거북이처럼 웅크렸다.
'뼈다귀 주제에 대가리가 돌아간다 이거냐.'
데스나이트가 나오지 않고 안에서 버티면 골치 아프다. 해골 기병들이 몇 번 공방을 나누는 걸 봤는데, 기병들이 몇 대 맞으면 체력이 반이 날아가 버린다.
"나오지 않는다면 계속 말려 죽이는 수밖에."
결국 화살로 공격하면서 기병으로 몇 번 치고 빠지는 방식을 취하며 상대를 고사시켜 버렸다.
"크억-!"
"잡았다."
마지막 네크로맨서를 잡아 죽이자 언데드 병사들이 기운을 서서히 잃어갔고, 그건 데스나이트도 마찬가지였다.
"마력을 공급해주는 녀석이 죽었으니 힘을 잃어가겠지."
범려는 이때부터 여유롭게 공격을 시작했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녀석이 발광하기만을 기다렸다.
"언제 발악하는지 두고 보자."
계속해서 시간을 보내며 녀석을 괴롭히자 결국 약한 언데드 병사들은 제풀에 지쳐서 쓰러지고, 남은 녀석은 데스나이트 혼자뿐이었다.
범려가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해골들은 데스나이트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더니 녀석의 뼈를 박살내 버렸다.
"잘게도 부숴놨네."
범려는 데스나이트 뼈를 회수하지 않았다. 아주 뼈를 토막토막 잘게 부숴놔서 재활용하는 것을 포기했다.
"네크로맨서들을 다 죽였는데 완료가 안 뜨네."
분명 퀘스트 완료를 기대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범려는 잠시 퀘스트 내용을 확인했다.
"'네크로맨서의 비밀을 파헤쳐라'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녀석들을 죽일 필요까진 없었잖아."
결국 모든 결과는 저 무너져 내린 탑에 있는 것이다.
"…저걸 뒤져야 하는 건가."
별수 없이 범려는 해골 병사들과 같이 이리저리 탑의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책과 연구 기록들 같은 것은 따로 분류해놓았고, 일일이 책을 확인했지만 비밀에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없어. 그렇다고 책을 다 없애버릴 수는 없고. 그나저나 저 공성 병기를 어떻게 하지."
범려는 책보다는 저기 버려져 있는 공성 병기인 투석기의 처리가 더 골치였다.
"아르테미스에게 부탁해볼까. 아르테미스!"
범려의 부름에 곧 모습을 드러낸 아르테미스는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범려 님. 무슨 일이신가요?"
"혹시 영혼의 세계에 물건을 보관해도 될까요?"
"안 될 것도 없죠."
"상당히 큰 물건이거든요."
범려가 저기 보이는 투석기를 가리키면서 이야기하자 아르테미스는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았다.
"상관없어요. 영혼의 세계는 넓으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렇게요."
딱!
아르테미스가 손가락을 살짝 튕기자 투석기가 영혼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너무나 쉬웠다.
"그럼 볼일 끝난 거죠?"
"네? 네, 끝났어요."
"나중에 일이 생기면 불러주세요."
아르테미스는 손을 흔들며 사라졌지만 범려는 단숨에 커다란 녀석을 없애버린 아르테미스가 더 신기했다.
"아, 역시 보통 천사가 아니야."
아르테미스는 영혼의 세계를 관장하는 천사. 그곳에서는 신과 다름이 없는 힘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투석기 2기 정도는 손가락 한 번 튕기는 걸로 가볍게 해결할 수 있었다.
걱정거리를 덜어내자 다시 잔해를 뒤지고 있는 사이 해골 한 녀석이 범려에게 달려오더니 자신의 팔을 잡아당겼다.
"어어, 잡아당기지 마."
병사는 무너진 탑의 뒤편에 이상한 문을 발견했다는 손짓발짓을 하더니 범려를 데려갔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문은 바로 탑의 지하로 연결된 곳이었다. 일단 위험이 있을 것 같아서 가장 레벨이 높은 해골 병사 10명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몬스터도 사람도 없네."
작은 탑의 네크로맨서들을 모두 죽였기에 사람이 없었다.
지하를 돌아다니며 범려가 가장 넓은 방에 들어오자 메시지 하나가 떴다.
-비전(秘傳)의 방에 들어오셨습니다.
"아하, 이곳에 뭔가 있구나."
방에 들어오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다 책이었다. 그것도 네크로맨서와 관련된 마법서였다.
"…이게 비밀인가."
-네크로맨서의 비밀을 발견하셨습니다.
정보 길드에서는 네크로맨서의 마법서를 필요로 한 것이다. 왜 이런 걸 원하는지는 몰랐지만 범려는 해골들과 같이 마법서를 모조리 챙겼다.
"아, 이거 고민되네. 네크로맨서 전용 마법서라면 돈 주고 팔아도 되는데."
범려야 아르테미스에게 모든 스킬을 배우기에 마법서의 의미가 없지만 다른 직업들은 다르다.
"돈이냐, 퀘스트냐."
범려는 아직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뜨지 않고 비밀을 발견했다는 메시지에 고민이 되었다.
"으……."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정보 길드에 도착했다.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범려는 계속되는 갈등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네크로맨서 마법서를 하나 내밀었다.
"겨우 하나인가요? 아닐 텐데……."
길드원은 겨우 하나만 보고 자신에게 부탁을 하지 않았다는 눈빛이었다.
"다 내놓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
괜히 정보 길드가 아니었다. 범려는 일부러 하나만 빼고 책을 주기도 했지만 마지막 한 권은 어디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철저했다.
'제길, 그렇게 잘 아는 놈이면 자기가 하지 왜 나한테 시킨 거야.'
마지막 한 권까지 마법서를 모두 다 확인하자 길드원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여기 사례금."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암흑가의 명성 1,000을 획득하셨습니다.
-5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아까운 것들…….'
속으로 저 마법서를 판다면 적어도 수천 골드는 거뜬하게 벌 자신이 있었는데,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저희 길드에서 하지 못한 일을 하셨기에 수고조로 한 권의 사본을 드리겠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딱 한 권입니다."
"사본!"
즉, 똑같이 베껴서 주겠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범려는 눈여겨 뒀던 책을 손에 집었다. 그건 데스나이트 소환서였다.
"이걸로 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해드리지요."
길드원은 데스나이트 소환 책을 들고 가더니 30분도 안 돼서 다시 책을 두 권 들고 나왔다. 책을 인쇄기로 찍은 모양이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데스나이트 소환서면 네크로맨서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에겐 최고의 소환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경매장으로 가자. 흐흐흐."
범려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곧장 경매장으로 달려갔다. 이건 수천 골드의 가치를 가진 물건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경매장에 들어서자 접수원이 범려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물건을 하나 경매에 등록하고 싶은데요."
"어떤 물건입니까?"
"데스나이트 소환서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접수 요원은 순번표와 함께 경매 물품 등록 번호, 그리고 안전을 위해 호위 두 사람이 따라붙으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물건의 확실한 안전을 위해 익명으로 기재가 됩니다. 차후 불이익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아, 그렇군요."
익명을 해주는 조건으로 수수료는 10퍼센트 가져간다. 무서운 녀석들. 날로 먹는 건 없다는 것이다.
"물건을 받겠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범려는 조심스럽게 마법서를 건네주었고, 물건을 받은 경매 진행 요원은 큰 금고에 물건을 넣더니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 번호로 잠금장치를 해버렸다.
"철저하네."
"경매를 지켜보시겠습니까?"
"네, 어떻게 경매가 되는지 궁금했거든요."
"저를 따라오시지요."
진행 요원의 안내를 받아 참여가 아닌 구경을 위한 좌석으로 안내를 받았다.
"2,000골드!"
"더 이상 없습니까? 셋을 셀 때까지 더 높은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면 19번 손님에게 낙찰이 됩니다. 하나, 둘, 셋!"
땅! 땅! 땅!
"지몬의 검은 19번 손님에게 낙찰이 되었습니다."
불티나는 경쟁이 예상되는 경매장은 의외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고 있었다. 다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 아니면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몇 개의 물건들이 지나가면서 느낀 거지만 물건이 하나 끝나면, 그 뒤로 5개의 물건 품목을 보여 주면서 다음은 무슨 물건을 경매로 처분할 건지 알려 주고 있었다.
"헛! 데스나이트 소환서!"
사람들은 몇 개의 물건이 지나가다가 데스나이트 소환서라는 마법서가 목록에 올라오자 다들 경악성을 터트렸다.
"당장 길드 마스터에게 연락해."
"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길드 핵심 인물들에게 바로 연락을 취하면서 흔치 않은 물건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렸다.
네크로맨서들 사이에 해골들의 최고봉이라는 데스나이트의 소환서는 단연 눈길을 끌었고, 고레벨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람들은 데스나이트 소환서가 나왔다면서 자신들이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에 연락을 거쳐서 상위 랭커들의 귀에 모조리 들어갔다.
"반돌 도시 경매장에 그런 물건이 뜨다니."
데스나이트가 뭐냐. 궁극에 가까운 언데드 전사이며, 그 능력은 가히 네크로맨서들의 희망이라는 소리를 듣는 물건이다.
"내가 네크로맨서가 아니니까 아쉽네."
범려는 자신이 사용하지 못해서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그에 준하는 녀석들이 나타날 거라 믿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네크로맨서 전용 마법서인 데스나이트 소환서를 경매하겠습니다. 물건이 물건이니만큼 가격은 1,000골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000골드부터 시작한다는 소리에 범려는 내심 놀랐다. 해골마를 팔 때도 1,000골드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걸 얼굴로 드러내지 않아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1,100골드."
첫 시작은 가볍게 가격이 올라갔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들은 가격을 계속 올리기 시작하더니 순조롭게 3,000골드를 넘어버리고, 사람들은 슬슬 가격을 올리는 데에 부담이 들기 시작했다.
"3,200골드 나왔습니다. 더 이상 없습니까?"
사회자는 물건의 가격 한계치를 잘 파악해서 결정을 내리게 한다. 그리고 지금 온 손님들의 주머니가 제법 가볍게 되었다는 판단을 하고는 결정을 내리려는 순간,
"5,000골드!"
경매장 문을 거칠게 열면서 가슴에는 순번표를 달고 나타난 사람이 5,000골드를 부른 것이다.
"허억, 허억! 너무 급하게 뛰어와서 그런지 숨 찬다."
"누구 마음대로. 6,000골드!"
두 사람이 들어오자 바로 가격이 바뀌고 말았다.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은 네크로맨서인지 분위기가 상당히 음침했다.
"……."
무슨 짓을 해서 생긴 돈인지는 몰라도 6,000골드라는 거금을 부르자 사회자도 선뜻 낙찰이 되었다고 입을 열지 못했고, 경매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초대박이다!'
범려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그 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다. 가격은 6,000골드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바로 낙찰이 되었다.
물건은 엄중한 호위를 통해 가격을 지불한 사람에게 넘어갔고, 수수료 10퍼센트를 제외하고 범려가 받은 돈은 5,400골드였다.
"크크크."
범려는 한쪽 구석에 숨어서 소리도 나지 않게 작게 웃었다. 게임을 하면서 물건 하나 가지고 이런 돈을 만진 적은 없다. 해골마를 팔았을 때는 5마리를 묶어서 팔았기에 하나당 가격을 비교한다면 차이가 있었다.
또다시 『판게아 월드』의 골드를 산다는 곳에서 4,000골드를 처분하자 골드 시세가 1골드에 5천 원을 해서 2천만 원이라는 돈을 벌게 되었다.
"이제 난 돈 걱정은 완벽하게 끝이야!"
돈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걱정하는 일만 남았다.
"돈 생겼으니 적금 3개 정도 들어야지."
간단하게 생각을 하고는 바로 멀리 길을 떠났다. 돈이 생겼으니 이제는 해골들의 장비를 어느 정도 교체해주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유명한 무기 상점을 찾았다.
"아저씨! 최고급 전투 도끼 15자루, 최고급 창 15자루, 최고급 활 20개, 최고급 연노 20개, 최고급 검 40자루, 그리고 방어구도 바꿔야 하니 중급 사슬 갑옷 70개, 중급 가죽 갑옷 40개 주세요."
"컥!"
범려가 부른 물건들은 그냥 물건들이 아니다. 개당 3골드나 하는 것들이다. 이런 물건을 한꺼번에 사는 손님은 없다. 도시에서 병사들의 낡은 장비를 처분하고 새 장비를 사지 않는 이상 없는 일이다.
"소, 손님, 그걸 다 사실 건가요?"
"당연하죠. 그리고 대량으로 물건을 사는 건데 좀 할인되나요?"
"물론입니다. 손님 도합 가격은 660골드지만 60골드를 바로 떼서 600골드에 해드리겠습니다."
"여기요."
범려가 즉시 돈을 내밀자 가계 주인의 얼굴에 함지박만 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즉시 물건을 가져다드리지요. 혹시 배달을 원한다면 저희가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여기서 바로 챙겨갈 거예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물건을 가져오겠습니다."
돈이 생겼으니 바로 해골들의 장비를 새것으로 교체해줄 작정이다. 돈을 소비하는 양이 장난이 아니지만 이 정도라도 하지 않으면 해골들의 생명에 문제가 생긴다.
주인은 물건을 바로 내왔고, 범려는 그 물건을 받고 무장해제 상태로 물건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해골 몇 명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나가서 다 장비시켜라."
물건을 받은 해골들은 당장 마을 바깥으로 나가더니 동료들에게 장비를 나눠주면서 낡은 장비를 받아서 다시 범려에게 돌아왔다.
"그래, 낡은 장비도 가져왔구나. 이건 처분을 해야지."
다시 가계에 들어가 대량으로 물건을 처분했는데 낡은 물건들의 가격은 그리 높게 받지 못했다.
구형 장비들은 내구성이나 사용 정도가 너무 험악해서 총50골드에 처분을 하고, 추가로 화살을 42만 개 구입했다.
"550골드 정도 들어갔네. 뭐, 이 정도는 예상한 일이니까."
범려는 이래서 자신이 좋은 물건을 사고 싶어도 못 산다.
"다음에 또 올게요."
"네, 손님 꼭 오십시오."
화살을 해골들에게 나눠주고, 범려도 정말 가득하게 화살을 담아뒀다.
"돈 많이 벌어도 순식간에 사라지네."
장비들이 준비되자 병사들을 이끌고 범려는 사냥터로 움직였다. 사냥터는 고요의 아티잔과 자연의 도로시 경계 부근 동북쪽 방향으로, 평균 레벨 100대의 거대 바퀴벌레들이 출현하는 곳이다. 범려의 레벨보다 높은 몬스터지만 해골들을 믿고 이곳으로 왔다.
바퀴벌레들은 얼마나 징그러운지 여성 유저들은 이곳에 잘 안 오려고 한다. 그리고 남성 유저들도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지역으로 손꼽는 장소이다.
"확실히 징그러운 녀석들이 널려 있군."
정말 징그러웠다. 끈적끈적하게 침을 흘리기도 했고, 움직이는 관절마다 꿈틀거리는데 사람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 정도였다.
"이건 유저들이 이곳에 안 오는 이유 그 자체였어."
범려의 눈썹이 꿈틀거리면서 저것들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왔지만 이곳은 사람이 없는 곳. 범려에게는 최적의 사냥터다.
"전투 준비!"
해골들이 각자 자리를 잡으며 준비하자 범려는 바퀴벌레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공격!"
곧 이 거대 바퀴벌레 지역이 벌레들의 끈적끈적한 진액으로 넘쳐나고, 주변이 냄새 지독한 바퀴벌레의 무덤으로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콰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