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17화 (17/80)

제7장. 지휘의 천재

끼이익!

범려는 활시위를 힘차게 당기면서 홉고블린 킹을 향해 화살을 날렸고, 화살에 맞은 녀석은 갑자기 홀을 들면서 외쳤다.

"나를 보호하라!"

그 말 한마디가 헬렌과 범려를 경악하게 만드는 소리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홉고블린!"

킹이 홀을 들면서 펼친 마법은 30마리의 홉고블린들을 소환하는 물건이었다.

"진형을 유지해!"

병사들은 자신의 진형을 유지하면서 자리를 고수했고, 궁수들은 열심히 활을 당기기 시작했다.

"헬렌 님, 마법!"

"네? 네!"

다급한 상황이라서 범려는 헬렌을 재촉했고, 프리징이 발동되자 일부 홉고블린들이 그 마법에 걸려서 몸이 서서히 얼어갔다.

"연노병! 시우(矢雨)!"

연노병들의 손이 갑자기 빨라지더니 정말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며 홉고블린들에게 데미지를 주자 일정한 속도로 생명력을 계속 갉아먹고 있었다.

"기병들은 뒤를 쳐라!"

발 빠른 기병들이 홉고블린들의 뒤로 돌아가서 뒤통수를 치기 시작하자 수십의 홉고블린과의 전투가 단숨에 난전으로 치달았다.

"보병들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라!"

전방에 있던 병사들이 약간 물러나자 몇몇은 그걸 따라오거나, 혹은 뒤에 있던 기병들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갈라졌다."

홉고블린들이 두 패로 갈라지자 일단 머릿수로 유리한 범려의 해골들이 점점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한 마리당 2명 이상씩 공격을 하는 방향으로 잡힌 것이다.

"파이어볼!"

헬렌은 위력은 낮지만 여러 대상을 동시에 공격하는 마법을 썼다.

"회색의 빛!"

전투가 이렇게 지속되는 동안 범려는 홉고블린 킹을 주시했다.

"나를 보호……."

쉬이익!

킹은 뒷말을 더 이상 하지 못했다. 그건 범려가 킹의 왼쪽 눈을 향해 화살을 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직 홉고블린들이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소환이야."

3초간의 혼란에 빠지자 그사이 홉고블린들이 다 정리되고 목표는 킹으로 바뀌게 되었다.

"쳐라!"

"나를 보호하라!"

혼란이 풀리자 범려는 녀석의 소환을 막지 못하고 다시 진형을 갖추어서 홉고블린과 전투를 벌였다. 킹은 아무래도 지속적인 공격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헬렌 님! 킹을 공격하세요."

범려는 헬렌에게 킹을 공격하라는 말만 남기고, 병사들을 데리고 다른 녀석들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숫자가 줄었다."

더 많을 줄 알았는데 병사들의 숫자가 20으로 확 줄었다. 그리고 딱 10마리를 잡았을 때 다시 킹이 5마리를 더 소환했지만 별 어려움이 없이 잡을 수 있었다.

"나의 병사들을 죽이다니 죽어라!"

쾅!

범려의 머리 위로 벼락이 한 번 떨어지더니 체력이 순식간에 30퍼센트나 날아가 버렸다.

"으윽! 이런 썅!"

절로 욕이 나왔다.

범려가 말을 달리면서 시위를 당기자 킹은 그에게 다시 벼락을 떨어트렸다.

"죽어라!"

"컥!"

이번에는 40퍼센트가 날아가는 공격을 당하자 몸이 벼락으로 인해 찌릿찌릿했다.

"크르릉."

범려가 공격받자 해골들의 몸 전체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해, 이것들아! 공격해!"

체력이 단 두 번의 공격에 70퍼센트 날아가 버렸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범려는 지금 해골들의 뒤통수만 보고 있어서 모르지만, 그들의 퀭하니 뚫린 두 눈에서는 푸른빛이 아니라 선홍색의 붉은빛이 빛나고 있었다.

"크아-!"

해골 병사들이 동시에 울부짖자 메시지가 하나 떴다.

-격노(激怒) 상태에 빠집니다.

"격노?"

해골들의 몸에서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이상이 보이지 않지만 퀭하니 뚫린 해골들의 눈에서는 붉은빛이 나오면서 전보다 더 강하게, 그리고 매섭게 킹을 향해 덮쳐들었다.

병사들이 내뿜는 기세는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로 공포스러웠고, 뼈의 파도를 보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홉고블린 킹은 해골 병사들에게 파묻혀서 어떻게 됐는지 범려는 보지 못했다. 킹이 홀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해골들이 그 홀을 강제로 빼앗아 저 멀리 던져 버리자 그 많던 생명력이 사라지고, 싸늘한 시체가 됐다는 거다.

"순식간에 죽여 버리네."

홉고블린 킹이 죽자 해골들이 던져 버린 홀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킹의 몸에서 나온 아이템은 마법서였다.

-마법서:토네이도

사나운 바람을 일으키는 마법입니다. 한번 이 안에 걸리게 되면 무엇이든지 바람의 공포를 알게 될 것입니다.

"마법서다."

매즈 마법은 아니지만 광역 마법서 중에서는 상위 계열 마법이다. 썬더스톰에는 약간 밀리지만 그래도 상위 마법 중에서는 몇 안 되는 범위 마법이다.

"후웁! 헬렌 님이 가져가세요."

범려는 같이 파티를 한 헬렌에게 물건을 내주었다. 던전의 룰 중 하나는 각 직업에 해당하는 무기가 나오면 그 직업에게 준다는 것이다.

"그래도 범려 님이 혼자 다 하셨는데."

"후웁! 아니요. 어차피 돈도 어느 정도 있고, 마법사가 있는데 마법서를 가지고 갈 수는 없잖아요."

마법사가 마법서를 가져가겠다는 것은 당연한 거다.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다.

헬렌은 마법서를 받아들더니 그걸 바로 펼쳐보고는 스킬을 습득해버렸다.

마법을 습득하고는 헬렌이 실험 삼아 토네이도를 일으키자 날카로운 바람이 몰아치면서 모든 걸 휩쓸어버리는 위용을 과시했다. 그와 동시에 마법 한번 쓰고는 바닥에 주저앉는 헬렌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거 한 번에 마나를 1,000이나 소모하네요."

헬렌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범려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격노? 그게 뭐지.'

바로 해골 병사들이 아무 이유 없이 격노에 빠진 것이다. 물론 그전에 자신이 번개를 두 번이나 맞아서 무지막지하게 생명력이 떨어진 이유도 있었다.

'나중에 알아봐야겠어.'

"범려 님?"

"네, 네?"

범려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헬렌이 그를 불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요? 아 참, 전 이만 가볼게요. 약속이 있어서 더 이상 오래 못할 것 같네요."

"후웁! 안녕히 가세요."

헬렌은 로그아웃을 하면서 사라졌지만 범려는 혼자 남아서 격노에 관해서 궁금하여 아르테미스를 불렀다.

"아르테미스!"

"무슨 일이신가요, 범려 님."

아르테미스가 나타나자 범려는 바로 본론부터 말했다.

"혹시 격노 상태에 대해서 아시나요?"

"겨, 격노? 자, 잘 모르겠는데요."

아르테미스의 음성이 살짝 떨며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뭔가 있다.'

얼굴 표정에서 이미 숨기기 힘들다는 모습을 보이는데 누가 모르겠나. 범려는 여기서 집요하게 물어보려다가 그만뒀다. 전처럼 토라진 그녀에게 선물을 하는 퀘스트를 받기가 약간 부담스러웠다. 전에는 꽃을 줬지만 이번에는 뭘 줘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 나중에는 알 수 있는 거군요."

"네! 어머나."

별거 아니지만 순진한 아르테미스는 혼자 놀라고, 비밀에 관해서 뭔가 물어보면 얼굴 표정에서 그걸 감추기가 어려웠다. 그 모습이 무척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그럼 나중에 격노라는 것에 대해 조건이 생기면 바로 와주세요. 그때 배우죠."

"그, 그럴게요. 이만 안녕히 계세요."

적당히 구슬려서 뭔가 있다는 것만을 알아낸 범려는 다음을 기약했다.

"아르테미스 님!"

"네! 네!"

갑자기 큰 소리로 부르자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려던 아르테미스가 다시 범려에게 다가왔다.

"혹시 다른 전직 가능한 직업 있나요?"

"음, 어디… 하나 있네요. 자세한 내용은 병사 관리 메뉴에서 확인하세요."

아르테미스의 말대로 병사 메뉴에서 확인을 하자 기병들 중 절반 이상이 황금빛을 내면서 자신을 어서 전직시켜 달라는 빛을 내고 있었다.

"절반이 넘잖아."

기병의 절반이 넘는 숫자라면 20이 넘는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바꾸게 되면 사냥에 차질이 생기기에 일단 가볍게 10명만 전직을 시켰다.

-해골 기마 궁수

레벨:1

힘:17 민첩성:30 지능:15 정신력:13 체력:13

생명력:130 마나:50

공격력:80 방어력:60

마법 공격력:40 마법 방어력:42

-기사(騎射):마상에서 사용하는 사격 기술이다. 기마 궁수계열만 사용이 가능하며 말을 달리는 도중에도 사용이 가능한 기술이다. [패시브]

-회오리 사격:화살이 급격한 회전을 거듭하면서 대상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공격력의 300%에 해당하는 피해를 줍니다.

쿨 타임:20초, 마나 소비:30

"기마 궁수."

기병 중에서도 최고의 기동성과 뛰어난 궁술 실력으로 인해서 기습 전술을 펼치는 데 으뜸인 병과다.

"흐흐흐, 이걸로 새로운 전술을 펼치게 되는구나."

범려는 당장 기마 궁수에 착용 가능한 장비들을 마을에서 구입했다.

"갑옷도 바뀌고 활도 바뀌고, 그래도 얼마 안 된다."

범려는 기마 궁수들을 데리고 전투에서 하루라도 빨리 운용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필드에서 전투를 진행시켰다.

* * *

퍽!

말을 몰아서 몬스터를 말발굽으로 공격하는 방법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사냥에 몰입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범려의 모습을 보고 다들 영상을 찍거나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 시작했다.

네크로맨서가 말을 타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진짜 네크로맨서들은 해골마를 만들 수가 없다는 답변이 나오고

'그럼 이 인간이 누구냐!'

라는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숨겨진 직업을 의심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판게아 월드』에서 해골 제작자라는 직업이 나왔다고 소개를 했음에도 다들 그걸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누군가 이 사람이 해골 제작자가 아닐까 하는 글이 등장을 했다.

"혹시 숨겨진 직업 중에 해골 제작자가 아닐까요?"

사람들은 해골 제작자라는 소리에 혹시 하면서도 예전 해골들의 사진을 비교하고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정말 해골 제작자입니다. 이것 보십시오. 해골 병사들을……."

누군가 증거 자료로 범려가 병사들을 이끌고 가는 장면과 단 10초 정도의 전투 영상, 그리고 몇 가지의 사진들을 보며 주었다. 사람들은 파파라치의 정보를 통해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해골 제작자에 대한 소식 들었어?"

"들었어. 정말 대단하지 않냐. 해골 군대를 이끌고 전투를 하는 모습."

사람들은 범려를 나름대로 상상하고, 그 위용이 어떨지 궁금해했지만 이걸 움직이는 범려는 달랐다.

"앗싸! 수익이 1골드. 좋아!"

화살과 장비 등의 지속적인 소모, 미친 듯이 사냥을 하지 않는다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괴로움, 돈 떨어지면 해골마를 팔아 화살 값이라도 충당해야 하는 상황.

겨우 1골드 벌었다고 좋아하는 범려…….

"기마 궁수를 20으로 늘린 게 타격 크네."

하루에 화살 소모가 61만 개를 넘는다. 그리고 근접해서 싸우는 병사들의 수리비는 얼마 안 되지만 그건 한 명이나 있을 때 소리다. 근접 병과의 숫자가 무려 50명이나 된다.

"이러다가 하루에 화살 100만 개 소모되는 것은 일도 아니네."

범려는 오른 수익이 1골드라는 것을 보고 크게 좋아했다. 대부분 물건 바꾸고 수리를 하다 보면 아슬아슬하게 남는 돈이 1실버 미만일 경우가 많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하나 있었지."

간혹 가다 던전에서 주운 아이템을 팔기도 하지만 그렇게 얻은 돈은 다 해골들에게 들어간다.

"이거 팔면 돈 얼마 나올까."

학비가 해결돼서 큰 고민은 생기지 않았지만 생활비는 지속적으로 소모를 하기 때문에 철저한 계획을 세워 소비 생활을 해야 한다.

"에잇, 그래도 황혼의 던전에 가서 아이템 사냥 좀 하면 골드를 벌겠지. 어차피 나 혼자밖에 모르는데."

하지만 범려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범려가 그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서 어느 한 파티가 그 황혼의 던전을 클리어했다.

물론 최초 발견자라는 소식이 아니라서 아쉬워했지만 그 던전을 사람들에게 공개를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열광했다. 아이템 주는 보스들이 6명이나 돼서. 그러다 보니 거기서 나오는 아이템의 가격은 급 하락.

이제는 아무도 안 사고 그냥 던전에 들어가서 아이템 노가다를 하는 게 더 빠를 정도라고 한다.

범려는 이 사실을 나중에 알았고, 로브를 팔기 위해 경매장에 가서 돈을 확인하고는 경악했다.

"아악-! 자연의 로브가 50골드밖에 안 해-!"

아이템 주는 녀석들이 6명이다. 그것도 최종 보스를 포함한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 만한 던전이다.

범려는 아이템 가격이 너무 싸게 변해버려서 팔지도 못하고 그냥 인벤토리에 집어넣어 버렸다.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줘야지."

그냥 인심 쓰는 셈치고 아는 사람에게 로브를 줄 생각이었다.

범려는 다시 사냥에 몰입했다. 기마 궁수들을 이끌고 사냥하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일반 기병들과 달리 움직이면서 한 녀석씩 차가운 시체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기마 궁수 좋네. 기병 하나 더 만들어서 기마 궁수로 다른 녀석 전직시켜야지."

기마 궁수의 위력은 정말 좋았다. 활을 쏘면서 이리저리 상대를 유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기병을 더 이상 만들 수 없습니다.

범려는 이 메시지를 보고는 약간 당황했다. 병사들의 숫자를 더 늘리기 위해 기병을 만들려고 했는데 제한이 걸린 것이다.

"이런, 왜 그런 거지. 속박 스킬에 문제가 있는 건가."

-속박(중급 0.080%)

해골 제작자에게는 병사들을 소유하고, 그들을 부릴 수 있게 만듭니다. 대신 제한된 숫자를 넘어서서 병사들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해골 병사 숫자 110/110

기병 40/40

전에 있던 물음표가 사라지고 제한 숫자가 딱 나온 것이다. 이걸로 기병의 제한 숫자가 40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이상 기마 궁수로 무턱대로 전직을 시킬 수 없다.

"이거 함부로 기마 궁수를 늘리면 몸빵시킬 녀석이……."

기병이 없으면 돌격병이 맷집을 하게 되는데, 의외로 돌격병은 체력이 좀 떨어진다. 기본적인 방어력에 체력으로 친다면 기병의 등급이 더 높다.

"기마 궁수 20명 고정……."

이 이상 궁수를 늘리는 짓은 한도 초과다. 자신이 벌어들이는 돈과 수리비, 그리고 화살 값에 이미 답이 나와 있는 것이다.

범려는 아티잔 지역 저 남쪽 아래의 바닷가를 찾았다. 그곳은 해안 지역이라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만 그리 많지는 않고, 심해의 노턴으로 가기 위한 항구 도시에 불과하다.

"고래 도시라."

항구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배들이 선착장에 정박을 해 있고, 배가 나오고 들어가는 것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수상 도시라고 불리는 네스 도시로 가는 거라면 필수적으로 거치는 곳이 고래 도시다.

"용병 구합니다! 네스 남쪽 성에서 공성전을 합니다. 용병으로 오시면 넉넉하게 지원해드립니다. 피레체 길드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공성전 하는 날인가."

범려는 공성전을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는 용병으로 공성에 한번 참여를 해볼까 생각했다.

레벨은 이제 95. 참가를 하게 된다고 해도 별다른 피해나 이득은 없다. 순전히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한번 해볼까?"

범려는 아직 공성전 경험이 없다. 한번 하게 된다면 계약에 의해서 돈을 받게 되기에 한번쯤 해도 상관은 없지만, 이거 해골들을 데리고 들어가려니 한번 부서지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아니, 저 사람은……."

그때 범려의 눈에 소환 계열의 네크로맨서가 보였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는 아주 듬직한 언데드 몬스터 몇을 데리고 있었다.

"피레체 길드에 용병으로 공성전을 하고 싶은데요."

"아, 그러시군요. 여기 계약서에 서명하시고요. 돈은 공성전이 끝나고 지급해드립니다."

그는 아주 간단하게 계약을 끝내고 몇 마디 말을 주고받더니 어디론가로 걸음을 옮겼다.

범려는 그 네크로맨서를 잡고 물었다.

"안녕하세요. 잠깐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혹시 공성전에 참가하시나요?"

"네, 그런데요."

"다른 게 아니라 소환 계열 네크로맨서 같은데, 언데드 병사들도 같이 공성전에 참여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아, 그게 궁금하신가 보군요. 공성전에 참가를 하면 제 언데드 병사들은 전투에 참가합니다만 문제는 없습니다. 죽어도 다시 소환하면 되기에 걱정거리는 없는데요."

"아… 감사합니다."

네크로맨서가 범려에게 해준 말은 전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은 소환만 할 뿐이다. 일단 언데드를 부리는 조건이 해골 제작자와 달랐다.

"음, 나도 참가한다. 저격수 하나랑."

범려는 소심하게 저격수 한 명을 데리고 피레체 길드에 용병으로 참가 신청을 했다. 이건 약간의 실험이었다.

"여기에 서명하시고, 도시 안에 있는 피레체 길드 사무실을 찾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공성전 시간은 현실 시간으로 20시부터 24시까지입니다."

"알겠습니다."

이걸로 공성전에서 실험을 할 생각이었다. 저격수 하나는 박살날 각오로 해골 병사를 데리고 왔고, 나머지 병사들은 전부 다 땅속에 숨어 있다.

"너, 내 옆에서 절대로 떨어지지 말고 내가 쏘는 놈만 공격해. 알았지."

해골 저격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현실 시간 19시 30분이 되자 길드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고래 도시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해안가 성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공성전 25분 전입니다. 다들 준비해주세요. 10분 후에 인원 확인하겠습니다."

5분 거리밖에 안 되는 남쪽 성 상대는 아반 길드. 저쪽은 수성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 됐습니다. 인원 확인하겠습니다. 일단 용병들은 따로 확인을 할 테니 다들 한쪽으로 모여 주세요."

용병들로 고용된 사람들은 옆으로 빠지면서 인원을 확인했고,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였다.

공성전에는 범려의 직업이 드러나 보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길드원이 아닌 사람은 그냥 용병이라고 표시만 나온다.

'다행히 내 직업은 보이지 않아서 좋네.'

"공성전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위치를 알려 드릴 테니 그대로 따라 해주세요."

범려가 맡은 위치는 성벽 위에서 화살을 쏘는 녀석들을 견제하는 역할이다. 이런 일이야 쉽기에 문제가 없었다. 화살 숫자만 받쳐 준다면 계속 쏜다.

"공성전 5분 전. 다들 위치로 가주세요!"

일단 정해진 위치로 가서 대기를 하자 공성전이라는 긴장감이 흐르는지 다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공성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성 지역은 특수 지역으로 구분됩니다.

-사망할 경우 아이템을 일정한 확률로 떨어트리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예상 가능한 메시지였다. 그리고 범려에게는 따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해골 병사는 공성전 도중에 사망을 하여도 공성전이 끝나면 원상태로 부활을 합니다.

"젠장!"

부활을 한다는 메시지를 듣고는 욕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부 다 데리고 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아서 해골들을 데려올 경우 너무 이목을 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안 데려오기를 잘했어. 사람들 시선을 끄는 행동은 별로야."

하지만 사람들은 네크로맨서가 활을 들 수 없음을 알고, 범려의 행동을 약간 이상하게 보았다.

"저 사람 누구지? 궁수는 아닌데 해골들 데리고 다니고, 더군다나 네크로맨서는 활을 사용할 수 없잖아."

자신을 두고 사람들이 쑥덕거렸지만 범려는 사람들의 말을 다 듣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저것들을 그냥…….'

대놓고 이 사람이 왈가왈부하는 것이다. 정작 본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참았다. 더 이상 뭘 하기에는 이미 상황이 용병들 사이에 화제가 되어버린 상태다.

화를 꾹 참고 공성전이 시작되자 범려는 모든 화풀이를 저기 보이는 녀석들을 향해 풀었다.

"성벽 위에 있다고 좋아하지 마라……."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습니다.

범려는 한 놈이 죽을 때까지 화살을 날렸고, 연이어 터지는 치명타 공격에 놀란 유저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

"저놈 잡아!"

계속 터지는 치명타에 녀석이 치명타 확률을 올리는 아이템을 갖춘 플레이어라고 생각하고는 외친 것이다.

"회색의 빛!"

우우웅-! 번쩍! 쾅!

범위 안에 걸린 녀석들은 강렬한 섬광에 의해서 자신들의 머리에 벼락이 떨어진 것을 모르지만, 생명력이 훅 하고 빠져나간 것을 알 수 있다.

"저 녀석 위험한 놈이다! 집중 공격해!"

몇 번의 공격으로 범려는 공성전에서 시선을 끌고 있었다. 범려는 그거 몇 번 공격했다고 공격이 집중적으로 펼쳐지자 활 사정거리 바깥으로 물러났다.

"휴, 죽는 줄 알았네."

가까스로 몸을 피하고 활 사정거리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활을 당기자 조준 실력이 떨어지는 일반 유저들은 범려를 맞히지 못했다.

"저놈 뭐야, 왜 저리 활을 잘 쏴! 마법으로 공격해버려!"

범려를 잡으려 마법사가 마법을 날리려고 캐스팅을 외우는데,

-눈을 공격당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하여 3초간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범려는 마법사를 보는 순간 목표 대상을 바꾸고 바로 그의 눈을 공격한 것이다. 그것도 활 사정거리가 겨우 닿는 제일 끝에서 말이다.

"크억!"

"야, 저격수 뭐 해? 저 마법사 안 잡고!"

그나마 사정거리가 제일 멀다는 저격수가 저격 스킬을 사용하더니 마법사의 가슴에 화살을 하나 깔끔하게 박아버렸다.

"잘했어. 마법사만 죽이면 되는 거야."

범려가 저격수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칭찬을 하자 해골 저격수는 칭찬을 받은 게 좋은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이제부터는 맡겨만 달라는 행동을 했다.

"좋아, 마법사를 잡아!"

해골과 범려가 자신들을 노리는 마법사를 향해 계속 화살을 날리자 마법사는 결국 뒤로 물러섰다. 이 이상 공격을 당했다가는 자신이 이곳에서 죽을 확률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쳇! 도망가다니."

범려는 더 앞으로 다가가 공격을 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앞으로 갔다가는 자신을 노리는 궁수들이 많다는 것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

"운 좋은 녀석."

사정거리 제일 끝에서 공격을 하자 범려를 공격하는 유저의 숫자는 굉장히 적었다. 마법 사정거리도 거의 닿을 듯 말 듯하고, 활을 쓰는 궁수들은 주로 성문을 부수려는 상대에게 집중 공격을 하고 있기에 범려에게 공격할 여력이 부족했다.

"회색의 빛!"

쿨 타임이 돌아오자 바로 공격 스킬을 시전하며 성벽 위에 있는 유저들을 공격하자 몇 명이 심대한 타격을 입고 주춤 거렸다.

"이런 소모전을 오래 해봤자 도움 안 되는데."

범려는 이왕 공성전 하는 거 성문 확 뚫어버리고 싶었지만 자신은 이들의 지휘관이 아닌 용병 신분에 불과했다.

"공성 병기 소환해버려?"

2기의 공성 병기를 아르테미스에게 맡겨 둬서 이럴 때 써먹으면 되지만, 날려먹을 바위는 혼자 어떻게 준비할 만한 물건이 아니다.

"아! 맞다. 길드마스터라는 놈에게 바위 좀 구해달라고 해야지."

범려는 당장 피레체 길드의 길드마스터에게 달려가서 자신에게 저 성문을 날려먹을 방법이 있다고 했다.

"펠레 님, 저에게 저 성문을 박살낼 방법이 있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정말입니까?"

길드마스터 펠레는 그 말을 듣고 어떤 방법이 있는지 물었고, 범려는 자신에게 공성 병기인 투석기가 있다고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지요! 투석기라니요!"

『판게아 월드』에서 투석기를 만든 유저는 없었다. 아니, 그럴 생각조차 안 했던 것이다. 그냥 유저들끼리 치고받으며 성문을 여는 방법이 전부였다.

"그럼 보여 드리지요."

범려는 약간 떨어진 빈 공터로 가더니 조용히 아르테미스를 불렀다.

"아르테미스."

"범려 님, 무슨… 읍!"

범려는 다급하게 아르테미스의 입을 막고는 자신의 본론만 말했다.

"급합니다, 아르테미스 님. 제가 만든 투석기 두 대를 지금 소환해주세요. 사정은 나중에 설명해드릴게요."

아르테미스는 두말하지 않고 투석기를 즉각 소환해주었다.

길드마스터 펠레는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진짜 투석기!"

아르테미스는 투석기만 소환을 하고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 버리고, 범려는 다시 펠레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제 믿으시겠죠. 대신 저걸 사용하려면 바위가 필요합니다. 당장 사람들을 불러서 큰 바위를 가져오도록 도와주세요."

"그, 그렇게 하지요."

투석기에 쓸 만한 바위는 당장 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만 큰 바위 10개 정도는 구할 수 있다. 대신 크기가 제멋대로고 울퉁불퉁하다는 것이 문제다.

"바위를 올려라!"

진짜 공성 병기가 등장하면서 긴장을 한 것은 수성을 하고 있던 길드였다.

"뭐야! 어떻게 공성 병기가 등장한 거냐!"

아직 공성 병기 패치가 된 사실이 없었는데……. 다들 놀랐지만, 애초에 공성 병기를 만들 수 있도록 『판게아 월드』에서 시스템을 잡았는데 굳이 패치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발사!"

엄청난 크기의 돌이 바람 소리를 내면서 성문을 향해 날아가더니 묵직한 굉음이 들였다.

쿵! 쿵!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성문은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절반 가까이 성문이 우그러진 것이다.

"당장! 성문을 방어할 병력을 준비해!"

범려는 투석기에 돌이 올라가는 사이 돌의 무게를 대충 때려잡아 탄도학을 계산했지만, 돌의 무게가 정확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계산이 될 리가 없었다.

"젠장, 계산이 안 맞잖아. 그냥 대놓고 쏘는 수밖에. 발사!"

후우웅-! 후우웅-!

이번에는 거대한 돌이 성벽 위를 강타하더니 그 위에 있던 유저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건 공성전에 한 획을 그을 사건이다.

무턱대고 바위를 모두 소모해버리자 성벽은 튼튼해서 잘 버텼지만, 문제는 성문이 박살이 나 이미 성안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들 성문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걸 다시 돌려보내야지. 아르테미스."

범려는 다시 아르테미스를 불러 공성 병기를 영혼의 세계로 돌려보냈고, 다들 안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범려는 아르테미스에게 간단하게 공성전을 해서 사용하게 됐다는 말을 했다.

"공성전? 그러셨군요. 그럼 바로 저를 불러주시면 좋을 텐데."

"예? 왜요?"

"전투를 시작할 때 제가 축복을 내릴 수 있거든요. 호호호."

범려는 이 사실을 대충 듣고 흘렸지만, 공성전 전용 버프는 정확히 공성전이 발동하는 시간 안에는 죽어도 그 버프의 영향을 받는다. 대신 공성전이 끝나면 사라진다.

"그럼 나중에 보죠, 아르테미스 님."

"네, 수고하세요, 범려 님."

범려는 성안으로 달려오자 그 안에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난전에 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우아, 이렇게 치열할 줄이야."

밀고 밀리는 무서운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머리위에 상대방의 길드 마크가 있어서 적군과 아군의 구별이 가능했다.

"회색의 빛!"

범려의 공격 스킬이 전방에 있는 적들을 향해 쏘아지자 번쩍거리는 섬광과 같이 엄청난 데미지를 주고, 앞에서 싸우던 아군들이 그곳을 단숨에 밀어버렸다.

"지휘관이 어디 있냐."

범려는 전투를 하면서도 사람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각 간부들로 보이는 인물들이 사람들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발견!"

범려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화살을 날리자 간부로 보이는 인물의 머리통에 화살이 푹 박혔다. 바로 죽지는 않았지만 범려는 활을 당기고 바로 그다음 화살을 당기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넌 딱 걸렸어."

한 간부가 도망가려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눈에 화살을 맞고는 혼란 상태에 빠지면서 우왕좌왕했다.

"저기 지휘관이 있다!"

길드마스터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범려는 바로 사람들에게 '저기 지휘관이 있다'라고 말하는 순간 단숨에 표적이 되었다.

"내가 마무리 짓지 않아도 죽는다니까. 크크크."

범려가 차례차례 사람들을 지휘하는 인물로 보이면 바로 외치면서 사람들의 공격을 유도하자, 범려 주변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저쪽으로 가자!"

우르르!

피레체 길드 사람들은 범려가 단순한 용병으로 왔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그가 지목한 대상을 죽이기에 바빴다.

범려가 자꾸 길드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면서 전투를 주도해나가자 길드마스터인 펠레는 어이가 없었다.

"저거 뭐야!"

범려 주변에 있던 길드원들이 그의 명령을 따라 움직이던 숫자가 맨 처음에는 적었지만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그러니 펠레는 어이가 없는 것이다.

"저기 저놈 지휘관이다!"

"와! 잡아라!"

방금 범려가 지목한 유저는 지휘관이 아니었지만 한창 전투 중에 그런 걸 신경 쓰는 유저들은 적었다. 지휘관이라고 지목이 되니 녀석이 그런 놈일 줄 알고 죽이는 것이다.

"사제가 힐 한다! 잡아라!"

한 50명 정도가 범려의 지휘 아래에 놓이면서 앞으로 치고 나가자 송곳처럼 상대방 진형을 단숨에 찔러버렸다.

한 곳에 구멍이 생기자 연쇄 반응이 일어나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면서 수성을 하던 길드는 바로 열세에 몰리고 피레체 길드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었다.

'너무 쉬운데.'

범려는 해골들을 부리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부리자 의외로 잘 통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해골들이 더 좋았다. 능력적인 면에서는 다양하지 않지만 자신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성안으로 진입해라!"

성안을 휘젓고 있을 때 적 길드마스터가 있는 건물 안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회색의 빛!"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건물 내부에서는 치열하게 치고받으며 움직였고, 범려는 사람들을 지휘하면서 앞장섰다. 그 누구도 그런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길드마스터를 찾아라!"

"와! 길드마스터를 찾아라!"

사람들은 왜 범려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저놈이 지휘관이다!'

라는 소리를 듣고서 적 우두머리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길드마스터를 찾아야 하는 걸로 바뀌고 있었다.

"내가! 길드마스터다!"

'바보냐. 길드마스터 찾는다고 나오게. 나 같으면 꽁꽁 숨어 있겠다.'

범려는 적 길드마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부터가 나 죽여주십시오, 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그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더 바보다.

"공격!"

사람들은 길드마스터를 지키기 위해 미친 듯이 싸웠지만 이미 끝까지 밀린 상황. 결국 오래 버티지도 못해 적 길드는 무너지고 피레체 길드가 승리를 거두었다.

"와, 이겼다!"

사람들이 이겼다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때, 범려는 조용히 돈을 받으려고 한쪽에서 후드를 눌러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길드에 가입되셨습니까?"

"네?"

범려는 존댓말을 쓰면서 자신의 이름을 묻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피레체 길드마스터인 펠레였다.

"그건 무슨 일로 그러시는데요."

"가입이 되지 않았다면 저희 길드에 초대를 하려고 합니다."

펠레는 범려가 사람들을 이리저리 이끄는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적의 아픈 곳을 정확히 찌르는 지휘 능력은 대단했다.

"아니요. 전 그럴 마음은 없습니다. 제 몸 하나 관리하기도 힘들어서요."

"그럼 다음 공성전 때 저희들을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니요. 전 다음에는 공성전에 참가 안 할 겁니다. 한 레벨이 200 되면 생각해보죠."

범려에게 레벨 200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

경험치도 해골들과 나눠 먹는 판에 언제 200까지 올리겠나. 만약 공성전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해골들과 하는 게 더 편할 거라 여기는 범려였다.

그 후 범려는 길드에서 용병으로 계약된 돈만 받고는 자리를 떠났지만, 떠나는 그 순간까지 펠레는 그를 붙잡으며 길드 가입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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