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18화 (18/80)

제8장. 인연

"하암, 지루하다."

범려는 한동안 사냥을 계속하다가 친구들끼리 놀러 가자는 이야기에 지금 카페에서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오늘 어디 가서 놀자고 그럴까나."

놀러 간다는 말에 희성은 두둑하게 돈을 가지고 나왔다. 게임으로 벌어놓은 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학비는 내가 어디다 함부로 쓰지만 않으면 충분하고, 생활비도 그렇고, 학교는 이번 2학기에 다시 복학하면 되고."

돈이 있으니 뭔가 바쁘게 살아갈 이유가 없어졌지만 그래도 생긴 돈 일부는 적금을 들어놓았다.

"음, 돈 조금 더 벌어서 차를 살까."

하지만 차를 산다고 해도 그걸 유지할 돈이 많지 않아서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차는 내버려 두자."

"희성아!"

"왔냐?"

친구들은 동시에 카페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다들 대학생들이고 같은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은 없었다.

친구들 이름은 재성, 춘호, 성민, 승욱이었다.

"그런데 이런 바쁜 몸을 왜 부른 거냐."

"왜 부르긴, 놀러 가기 위해 불렀지. 다들 오늘 수업이 없어서 잠깐 헌팅이라도 할까 해서."

"헌팅-!"

희성은 헌팅이라는 말에 자신의 꼴을 봤다. 절대로 헌팅을 한다고 해서 성공할 모습이 아니었다.

"야, 이 꼴로 헌팅을 하라는 거냐."

"물론이지. 오늘 네가 희생 좀 해라."

"이런, 제길."

친구들이 말하는 희생은 다른 게 없다. 폭탄 제거반이 되라는 것이다. 결국 희성은 오늘 옷을 허술하게 입고 나온 것을 원망하며 친구들을 따라나섰다.

"오늘의 타깃을 찾으러 가자. 하나라도 성공을 위해."

"성공을 위해."

"에휴, 철저한 폭탄 제거를 위해."

희성은 혼자 한숨을 쉬면서 폭탄 제거반이 되었고, 다들 거리로 나가서 목표물을 노리고 있을 때 친구들의 눈에 몇 명의 여성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거 봐라. 숫자 딱이다."

정확히 숫자가 자신들의 숫자와 맞아떨어지는 여자들이 있었다.

"음, 얼굴들을 봐라. 상당하다. 그리고 저기 저 여자 죽인다!"

다들 괜찮은 얼굴들을 하고 있는데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여자가 하나 있었다.

하지만 희성은 폭탄 제거반. 이미 옷차림부터 나 폭탄 제거반이니 알아서 하라는 오라를 피우고 있었고 여자들한테 신경도 안 썼다. 어차피 걸리는 여자, 그중에서 제일 떨어지는 여자일 테니 말이다.

"춘호야, 부탁한다."

"나만 믿어라 내가 이런 일은 또 자신 있지."

친구들 중에서도 춘호가 제일 입담이 좋고 남자답게 덩치도 좀 있는 녀석이다.

잠시 후 그가 여자들에게 몇 마디 말을 걸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자 여자들이 한번 크게 웃었다.

"됐다!"

춘호는 확실하게 상대를 물어오더니 여자들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었다.

희성은 게임을 하면서 NPC들과 로즈에게 단련된 정신, 그리고 자신이 여자들에 대한 병을 고치기 위한 굳은 의지가 지금 발휘되었다.

후웁!

"안녕하세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제대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이 모두 커질 대로 커지고, 여자들은 왜 희성을 바라보는지 신기해서 보게 되었다.

얼떨결에 완벽히 시선이 집중됐고, 이후에 뭐라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후웁!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아니, 멀쩡해. 걱정 마."

친구들은 한동안 안 보이다가 변해서 돌아온 희성을 보고 내심 놀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들 대학생인가요?"

"물론입니다. 여기 학생증 보이시죠."

다들 학생증을 내밀면서 신분을 증명했고 희성 역시 학생증을 보여 줬다.

"다들 동갑이네요. 저희들도 나이가 똑같거든요."

"편하게 말 트고 할까요?"

"그래."

다들 대화를 편하게 하면서도 자신을 잘 보이기 위해 자기소개를 했고, 희성은 폭탄을 집중적으로 마크하면서 떨어트리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

반대로 희성을 제외한 친구들은 다들 제일 예쁜 여자에게 관심이 쏠리면서 어떻게 해서든 저 여자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빠라바라 빠라밤! 빠라바라 빠라밤!

"잠시, 전화가 와서."

범려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언제나 심호흡을 하면서 오기로 여자들 앞에서 더듬거리는 병을 고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네, 스승님."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야, 『판게아 월드』를 하느냐.)

"하고 있습니다, 스승님."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그 『판게아 월드』를 만든 회사에서 우리를 스폰서해준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캡슐 한 100개 받았는데, 캡슐을 너한테 하나 주려고 전화했다.)

아쉽게도 범려는 캡슐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몇 달 안 된 커플용 캡슐. 그리고 이미 그 캡슐에 익숙해져 있다.

"스승님, 『판게아 월드』 할 때 하나 구했습니다. 그냥 협회에서 사용하시는 게 어떨지요."

(그래? 알았다. 나중에 『판게아 월드』 할 사람 모아서 협회에서 친목 길드를 만들 계획이거든. 길드 만들면 다시 연락하마.)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희성의 스승인 안서진은 어떻게 그 『판게아 월드』의 스폰서를 획득했는지는 모르지만, 워낙 사업수완이 좋으신 분이라서 방법이 있겠지 하며 막연하게 생각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스승님이 전화를 하시는 바람에."

"스승님? 어디 무도하세요?"

"후웁! 활을 좀 만지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요."

희성의 팔뚝은 굉장히 단단한 편이다. 그리고 활을 만지는 손은 이미 굳은살이 박여서 철판처럼 딱딱했다.

한참 날씨가 따뜻한 6월 초라서 반팔을 입고 있는 상태였고, 다들 그 한마디에 시선이 희성의 팔로 쏟아졌다.

"……."

순간 친구들의 살짝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자 희성은 자연스럽게 팔을 감추었다.

'넌, 폭탄 제거반이야. 그 점을 명심해.'

친구들이 오늘의 폭탄 제거는 너라면서 눈치를 주자, 희성은 그래도 여자들 앞에 잘 보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이건 친구들과 약속한 절대 헌팅 룰이다.

나중에 가서 서로의 짝을 자연스럽게 찾아가고, 다들 적당히 떨어지더니 범려는 폭탄 제거반이라는 사명으로 폭탄을 제거해버렸다.

"후, 폭탄 제거만 몇 번째인지."

친구들 헌팅 나가서 말더듬는 것 때문에 폭탄 제거를 한 지도 열 손가락이 넘는다. 그리고 조용히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같은 방향이네요."

"아!"

방금까지 같이 있던, 여자들 중에서 제일 예쁜 친구였다. 그런데 희성을 보고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이다.

"집이 이 근처인가 보네요."

"후웁! 집은 걸어서 20분 정도 돼요."

"그럼 차를 타시지 않고 왜 걸어서 가세요?"

"그, 그냥 걸어서 가려고 했어요. 어, 어차피 혼자 사는데요, 뭘."

희성의 부모님은 다른 곳에서 산다. 이곳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 전세를 얻어서 생활을 하는 곳이다.

"후웁, 그런데 아……."

희성이 순간 상대방의 이름을 잊어버려서 멍하게 있자 그녀는 왼쪽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지만 곧 이름을 이야기해줬다.

"이미진."

"아, 미진 씨."

다시 한 번 눈썹이 움직였지만 밝은 미소로 말해줬다.

"그냥 편하게 미진이라고 불러. 방금 전에도 편하게 이름 부르기로 하지 않았어?"

"그, 그래, 그렇지."

희성은 순간적으로 그 일을 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미진의 얼굴을 보니 왠지 낯이 익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글쎄, 난 처음 보는데. 설마 나한테 작업 거는 거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희성은 자꾸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떠오를 듯 말 듯했지만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어릴 적 누군가의 얼굴과 무척이나 닮은 느낌을 받았다.

"아, 벌써 우리 집이네. 나중에 봐!"

뭔가 기억이 날 듯하더니 미진은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면서 가버렸다.

"아, 어디서 봤지? 최근에 본 기억은 없고 좀 오래된 것 같은데."

희성은 아무리 옛 기억을 더듬어 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모르겠다!"

일단 기억이 나지 않으니 방금 그 생각은 접어버리고 희성도 집으로 돌아왔다.

"미진? 아! 그 미진!"

희성은 집으로 돌아오자 방금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요즘 한창 게임 VJ를 하고 있는 미진이었다. 얼굴이 예뻐서 어디 연예인이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집이 이 동네인 건가."

아무도 몰랐다. 친구들도 몰랐다. 설마 그런 게임 VJ를 하고 있는 사람이 이런 곳에 올 거라는 상상을 누가 했을까.

희성은 연예인을 만났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다음에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는 텔레비전을 켰다. TV에선 마침 게임을 방송하고 있었다.

"진짜네."

게임에 관해서 소개를 하고 있는 VJ 미진을 보니 정말 똑같다? 아니, 실물이 더 예뻤다.

게임 방송에서 VJ 미진은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하루에도 그녀에게 전국 각지에서 오는 팬레터에 허우적거릴 지경이다.

"참 나, 이런 연예인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다니."

희성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방에 드러눕고는 바로 눈을 감았다.

* * *

"누나, 진짜야?"

"엉, 날 못 알아봤어."

"그 형은 누나를 딱 보고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긴 그 형 기억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미진은 집으로 돌아와서 동생한테 오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 춘호가 헌팅을 했을 때 미진이 눈에 들어온 것은 희성이었다. 오래전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헌팅을 승낙한 것이다.

"그런데 얼굴은 예전 그대로더라."

"누나, 너무 추억에 빠져 있는 거 아니야?"

"왜 잘못됐냐?"

미진이 순간 매섭게 노려보면서 눈치를 주자 동생은 한 발자국 물러났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 형이 누나를 못 알아봐서 잘못한 거지."

"그렇지?"

"물론이지. 이렇게 예쁜 누나를 희성이 형이 못 알아본 게 제일 큰 잘못이지."

동생은 슬그머니 자리를 벗어나더니 방문을 나왔다.

'에휴, 세상에 어떤 열녀가 우리 누나만 할까.'

그녀의 동생인 동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곧 모종의 결심을 했다.

* * *

"저기 해골 제작자다-!"

"헉! 튀어!"

범려는 최근 사람들의 이목에 한창 집중되고 있었다. 해골마를 팔고 나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직업이고, 더군다나 범려가 끌고 다니는 해골들은 단연 눈에 안 띄려야 안 띌 수가 없었다.

"말 타고 간다! 동영상 찍어!"

"이크!"

범려는 황급히 얼굴을 가리면서 해골마를 타고 멀리 도망가 버렸다.

"요즘 뭐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사람이 날 쫓아오지."

당사자는 몰랐다. 지금 『판게아 월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골 제작자가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해골 제작자, 그는 누구인가! 혹은 네크로맨서와 다른 직종이다! 아니면, 이건 사기 클래스다! 라는 말들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고 같은 『판게아 월드』 유저들끼리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정작 범려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문제지만.

더군다나 사람들은 범려가 지나가면 동영상을 필히 찍어서 해골 제작자에 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모으려고 했다.

『판게아 월드』에서는 지금 해골 제작자에 관해서는 일절 답변이 없다. 그들이 만든 것에 대한 답변이 없었고, 돌아오는 말은 하나였다.

'해골 제작자 해보시면 아실 거예요. 저희들이 계획한 건 전혀 문제가 없어요.'

이 말은 유저들이 직접 그 숨겨진 직업을 찾아서 해보고 느껴 보라는 것이다. 유저들은

'너무 무책임한 답변이 아니냐!'

라고 했지만 더 이상 답변은 없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해골 제작자의 직업을 어떻게 얻었는지 확인하려고 다들 동분서주했지만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누가 10골드 천사 아르테미스가 그 직업을 줬다고 생각이나 할까. 그냥 단순하게 부활만 시켜 주는 NPC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래서 나온 말이 '해골 제작자를 잡아서 어떻게 직업을 얻었는지 파헤쳐라'이다.

"저기다!"

"왜 자꾸 날 쫓아오는 거지?"

범려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자신은 이미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님! 해골 제작자 어떻게 되는……."

그 뒷말을 듣기도 전에 범려는 병사들을 데리고 저 멀리 가버렸다. 사람들은 아무리 범려를 쫓아가려고 해도 말 타고 도망가 버리니 마법사가 아니면 쫓아가기도 어려웠다.

"블링크!"

"어라!"

마법사 하나가 블링크까지 써가면서 범려를 쫓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블링크는 마나 소비가 생각보다 큰 마법이다. 계속 쓰기에는 마나가 달린다.

"전속력으로 달린다!"

우르르!

천둥소리와 맞먹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면서 달려가자 마나가 바닥이 난 마법사는 추적을 그만두게 되었다.

범려는 고요의 아티잔 지역에서 사냥을 좀 하려는데 많은 수의 유저들에 의해서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어디로 가서 사냥을 하라는 거냐."

범려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 지역에서 사냥을 해 110레벨을 넘겨야 다른 지역으로 가서도 사냥이 수월하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계속 도망을 치다 보니 범려는 이상한 곳으로 와버렸다.

"약간 추운데."

주변이 온통 눈 덮인 지역이다. 그리고 뜨는 메시지가 있었다.

-냉혈의 아멜리아 지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일명 『판게아 월드』에서 제일 사냥하기 까다롭다는 아멜리아 지역이었다. 사냥이 까다롭다는 것은 이 추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음, 살짝 싸늘한 정도인데."

그건 눈보라가 몰아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은 하루에 한 번 지독한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그것은 바로 냉혈의 아멜리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각 드래곤들은 자신의 영역을 원하는 형태로 기후를 바꿀 수 있다. 분노의 아만은 화산을, 고요의 아티잔은 초원을, 자연의 도로시는 밀림을, 공허의 보리스는 사막이다.

"아, 여기가 냉혈의 아멜리아구나."

하얗게 눈 덮인 이곳에 들어오자 유저들을 볼 수가 없었다. 대부분은 자연의 도로시 지역과 분노의 아만으로 가버리기에 이곳에는 상대적으로 유저들의 숫자가 적었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가까운 마을을 찾아야겠다."

일단 화살이나 이런 물자들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마을의 위치가 중요하다.

"마을, 마을."

휘이잉!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자 범려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점점 어두운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뭐지?"

범려는 구름이 몰려오는 의미를 잘 몰랐지만 딱 1분 후에 그것을 알게 되었다.

"크윽!"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급격하게 떨어진 기온과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눈보라가 몰려오다니."

눈보라는 게임 시간으로 하루에 한 번, 한 시간 동안 몰아친다. 그러니 현실 시간으로 한다면 하루에 두 번, 30분 동안 몰아친다는 것이다.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5분 안에 피하지 않는다면 동상에 걸리게 됩니다.

"뭐? 5분!"

갑자기 타이머가 눈앞에 생기더니 카운트를 세는 것이 아닌가.

범려는 다급한 마음에 주변에 눈보라를 피할 곳을 찾아봤지만 너무나 거세게 몰아쳐서 그런지 눈앞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동굴 같은 곳도 안 보이냐!"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눈보라 때문에 기온이 떨어져서 그런지 손발에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동굴이 없으면 이글루라도 만들어야 살지. 얘들아! 이글루를 만든다!"

100명이 넘는 해골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눈보라가 쏟아지는 혹독한 상황에서도 3분 만에 이글루 몇 개를 만들더니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진작 이렇게 할걸."

범려는 그나마 해골들이 적게 들어간 이글루로 들어갔다.

"헉!"

범려가 보고 놀란 것은 이글루 안에서 벌어진 광경이었다. 다들 몸을 웅크리고 모여서 거지처럼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다.

"불쌍하게 보인다. 이것들아, 좀 폼 나게 앉아 봐라."

해골들은 그때서야 자세를 바로 했다. 누가 보면 범려가 매일같이 폭력을 휘두르는 줄 알았을 것이다.

"언제까지 눈보라가 몰아치는 거지."

범려는 이곳에 처음 들어왔기에 언제 눈보라가 치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눈보라가 치기 전후 10분은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몬스터들도 동상에 걸려 죽기 때문에 그 전에 다들 대피한다.

"심심하다. 말 상대가 없어서."

범려는 처음으로 게임을 하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바깥으로 나가면 동상에 걸린다.

"아르테미스!"

"안녕하… 아얏!"

아르테미스는 이글루 천장에 머리를 쿵 찍고 말았다. 눈보라 때문에 이글루를 이루는 눈들이 얼음처럼 딱딱하게 변한 것이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범려 님,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나요."

"일이 있어야 부르나요. 같이 놀려고 불렀죠."

"좀 바쁜데……."

지금 영혼의 세계는 부활을 위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범려가 아르테미스를 부른 것이다.

"괜찮아요. 부활하는 거 조금 늦게 해도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유저들은 아르테미스를 욕하지 않는다. 그리고 범려를 욕하지도 않는다. 그저 『판게아 월드』 회사를 욕할 뿐이다. 왜냐면 이런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썅! 10골드 천사 어디 갔어! 급해 죽겠는데!"

"와! 뭐야, 이거. 나 죽인 놈 찾아가서 죽여야 하는데!"

사람들이 아르테미스를 찾고 있는 동안 범려는 그녀를 놔주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그것도 눈보라가 멈출 때까지.

"눈보라가 멈췄네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럼 다음에 보죠."

아르테미스가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자 사람들은 10골드를 아르테미스에게 상납하며 부활 타임이 돌아왔다.

쿠오-!

눈보라가 사라지고 몇 분이 지나자 여기저기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이건 눈보라가 끝났으니 몬스터들이 활동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소리다.

"소리 한번 크다."

괴성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자 범려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러자 몬스터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동안 몬스터는 계속 리젠되고 있었다는 건가."

눈보라가 몰아치는 동안 몬스터들은 나오지 못하지만 그게 끝나면 그 못한 만큼 갑작스럽게 튀어나온다.

"아주 좋아!"

범려는 손을 흔들며 병사들을 정렬시키더니 전투 준비를 시켰다.

"한 무리랑 싸워보자."

활시위가 당겨지면서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를 향해 화살이 날아갔다.

"공격!"

범려의 신호에 의해서 전투가 시작되었고, 눈밭에서 무한의 사냥 시간이 된 것이다.

해골 병사들이 주변의 몬스터들을 깡그리 쓸어버리고 있는 사이, 저 멀리서 혼자 무식하게 싸우고 있는 전사를 발견하게 되었다.

"덤벼라! 이것들아! 우하하하!"

싸우는 모습은 양손 도끼를 들고서 혼자 7마리나 되는 백곰을 상대하고 있었다.

범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전투 방식이었다.

"휘몰아치기!"

갑자기 양손 도끼의 자루 끝부분을 양손으로 잡더니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하자 작은 돌개바람처럼 돌며 백곰들에게 엄청난 공격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과격한데."

몇 번 공방을 받을 때마다 곰들이 차디찬 눈 바닥에 몸을 눕고는 싸늘한 시체가 되고 있었다.

"으하하하!"

그는 그렇게 가뿐하다는 듯이 혼자서 사냥을 해갔다. 그리고 곰들에게서 떨어진 아이템을 회수하더니 다음 녀석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봐요."

"누군데 날 불러."

곰을 잡은 유저는 이곳에서 자주 사냥을 하는지 옷은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었고, 그 털옷 사이사이에는 판금이 눈에 보였다.

"초면에 반말하지 마시죠."

상대방이 거친 목소리로 말을 하자 범려는 약간 인상을 찡그리면서 역시 거칠게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날 찾았소."

별 시답지 않다는 얼굴로 말을 하자 범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사람이랑 별로 이야기 길게 하면 골치 아프겠군.'

"다른 게 아니라, 혼자서 사냥하는 것 같은데 직업이 어떻게 되나요?"

범려는 상대가 말만 거칠게 안 했으면 같이 사냥을 하자고 했을 건데, 그게 아니라서 말을 바꿔 직업을 물어보았다.

"바바리안!"

그 말을 듣고 범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전사라고 해도 쉽사리 상대하지 못하는 곰을 그것도 7마리나 상대한다는 것은 그냥 일반 직업이 아니라 숨겨진 직업이라는 소리였다.

"그럼 이만."

범려는 직업을 듣자 바로 돌아섰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말이 있었다.

"당신이 그 유명한 해골 제작자인가?"

"날 알아?"

"『판게아 월드』 홈페이지에 대문짝만 하게 떠들어대는 해골 제작자를 모르면 간첩이지."

범려는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의 병사들이 주르륵 깔려 있는 것을 보고 숨길 수 없음을 한탄했다.

"맞아. 내가 해골 제작자다."

"그렇지 않아도 너랑 일대일로 붙고 싶었는데. 결투 한판 어때?"

범려는 잔뜩 인상을 구겼다. 자신은 전투 계열의 직업이 아니다. 하지만 저렇게 나오는 녀석을 뭉개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직업을 알면서 결투를 하자는 거냐?"

"물론이지. 그렇다고 해골들을 가지고 공격해오지는 않겠지?"

범려는 짜증이 확 밀려와 그 결투에 응했다.

"좋아. 해골들 없이 싸우지. 해골마도 사용하지 않겠다."

"흐흐흐, 마음에 드는군."

-결투를 승낙하시겠습니까?

-네!

범려가 결투를 승낙하자 일정 구역에 선이 그어지면서 그 안은 결투 구역으로 설정되었다.

결투는 상대를 마음 놓고 때려도 되는 시스템이다. 패배 조건은 간단하게 결투 구역을 벗어나거나 생명력을 모두 잃는 것이다. 죽는다고 해서 아이템을 떨어트리거나 영혼의 세계로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즉시 부활된다.

"우하하하! 죽어라!"

"바보."

-눈을 공격당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하여 3초간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범려가 가볍게 활을 당겨 눈을 맞히자 녀석은 빙글빙글 돌다가 범려의 화살을 계속 맞았다. 범려의 모든 공격은 치명타다.

"컥!"

"회색의 빛!"

우르르, 쾅!

몇 걸음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녀석의 생명력은 한순간에 절반 가까이 없어져 버렸다.

"이놈!"

-눈을 공격당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하여 3초간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습니다.

범려는 우습다는 듯이 녀석을 유린했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인체에는 급소라는 게 존재한다.

"……."

결투 시간은 한 15초 정도였다. 그리고 녀석은 외쳤다.

"이건 사기야! 너, 버그 플레이어지!"

"그럼 신고해. 난 버그 따위는 안 써. 지금도 그랬고, 나중에도 마찬가지야."

신고를 해도 소용없다. 범려는 순수하게 자신의 실력으로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히기 때문이다.

"……."

"왜, 할 말이 없어?"

"쳇!"

범려는 별로 상대를 하고 싶지 않아 다시 말 위로 올라타더니 병사들을 이끌고 천천히 지나쳤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범려를 졸졸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범려는 맨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계속 따라오니까 거슬리기 시작했다.

"……."

'저놈 뭐지. 왜 자꾸 따라오는 거지. 날 따라와서 뭐가 남는다고 저러는 거야?'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욕을 했으면 했지. 그리고 서로 감정 상한 상태에서 싸웠기에 서로 좋은 감정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왜 자꾸 따라오는 거냐."

"날 이긴 유저는 네가 처음이다."

"그게 날 따라다니는 이유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범려는 별 시답지 않은 이유로 사람을 따라다니자 어이가 없었다.

"겨우 그거 하나? 너 나이가 몇이냐?"

"20살."

"내가 1살 많네."

"형님."

범려는 갑자기 형님이라면서 고개를 숙이는 녀석을 보고 놀라서 뒤로 주춤거렸다.

"혀, 형님이라니!"

누가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할까 했지만 지금 범려가 그걸 당하고 있었다.

"저를 이긴 사람은 형님이 처음입니다. 형님으로 모시게 해주십시오."

"혹시, 어디 조직에서 일하시는……."

범려는 설마 하는 생각에 조직에서 일하는지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정반대였다.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

평범한 대학생이 어떻게 이런 정신세계를 가졌는지 의심스러웠다.

"형님으로 모시게 해주십시오."

"허, 이거 어이가 없네."

범려는 어이가 없었지만, 상대는 결심을 확고히 다졌는지 계속 따라다니면서 형님으로 모시게 해달라는 소리에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

"안 한다니까."

"형님!"

"그만!"

"혀어님-!"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지독한 놈이었다. 범려는 계속 거절했지만 이놈은 맹목적으로 형님이라면서 쫓아다녔다.

"알았어! 내가 형님 할게. 그러니까 그만 해!"

"감사합니다, 형님!"

범려는 녀석이 쫓아다니는 동안 한 10년은 늙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녀석에게 형님 소리 들으면서 게임을 하게 생긴 것이다.

"형님, 사냥 가죠."

"너 혼자 해. 난 로그아웃할 거야."

"형님, 이름을 알려 주셔야지요."

"범려."

"전 취선입니다."

범려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로그아웃을 하고는 캡슐에서 나왔다.

"우아, 괴물 같은 놈!"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다. 자신이 로그아웃하는 순간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아, 젠장! 그놈한테 이름을 알려 줬잖아!"

게임에 접속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자신을 쫓아올 것이다. 그런데 그저 녀석이 묻는 대로 순순히 말하고 말았다.

"으… 귀찮은 것이 하나 꼬이는구나."

범려는 귀찮았지만 상대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어서 문제이다.

"여자나 꼬이지, 하필 남자냐."

자신의 버릇이자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을 하던 중이다. 그래서 이제는 여자와 대화를 하는 게 그나마 좋아졌다.

"아침에는 녀석이 접속을 안 하겠지."

희성은 그걸 위안 삼으며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가벼운 아침 식사와 함께 약간의 산책을 하고는 게임에 접속했다. 다행히 제일 위험한 취선이라는 놈은 접속을 하지 않았다.

"그래, 아침이라서 학교에 있을 시간이군."

지금은 6월 초. 곧 있으면 대학생들의 방학이 찾아오고, 자신도 복학 준비를 해야 한다.

"녀석이 없을 때 열심히 사냥을 하는 거다!"

범려는 취선 녀석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 친구 등록을 했다는 가정을 한다면 반드시 나타난다. 그것도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녀석이 친구를 등록해놓았을 건데."

점점 마음이 급해지면서 사냥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결국 녀석이 접속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형님!"

"헉!"

바로 자신의 뒤에서 또렷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뒤로 돌아보자 취선이라는 녀석이 있었다.

"그래, 왔냐."

"예, 형님."

이건 저승사자보다 무서운 녀석이다.

"형님, 같이 파티 사냥을 하죠."

"……."

하기 싫었다. 정말 하기 싫었다. 하지만 거부한다면 자신을 계속 쫓아다니면서 사냥하자고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취선 님이 파티에 초대를 신청했습니다.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네.

범려는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파티 초대 신청을 승낙했다. 그리고는 같이 사냥을 시작하자 범려는 자기 나름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움직였다.

"기병 앞으로!"

범려는 철저하게 해골 병사들을 지휘하며 움직여서 그런지 계획된 움직임을 보였지만, 취선은 혼자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형식으로 독불장군처럼 움직였다.

'파티를 하면 좀 맞춰주지 혼자 나가네.'

전혀 도움 안 되는 취선이었다. 저러다 죽으면 분명 원망할 사람도 없다.

"야, 너 거기서 뭐 해. 대열에 합류해! 혼자서 잘난 척하냐!"

범려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취선은 움찔하더니 해골들과 대열을 맞췄다.

"네가 제일 가운데서 앞장서."

"네."

유저의 숫자는 딸랑 둘이지만 해골들의 숫자를 합치면 100이 넘는다. 개인행동은 못하게 막아야 한다.

"돌격병 방패!"

일렬로 늘어서 돌격병들이 큰 방패를 앞으로 내밀면서 진형을 유지하자 그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마 궁수들이 말을 달리며 앞으로 나섰다.

"기마 궁수들 공격!"

말을 타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기마 궁수들은 정말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활을 쏘는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말을 타면서 활을 쏜다는 것은 커다란 메리트가 있었다.

기마 궁수들은 앞서 있는 몬스터들을 유인, 그리고 포위 공격을 물 흐르듯이 펼쳤다.

"온다!"

기마 궁수들이 끌고 온 몬스터 무리는 넷! 끌고 오면서 화살을 몇 대 쳐 맞았는지 다들 생명력이 조금 줄어 있었다.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 해골들은 동시에 몬스터들을 향해 덮쳐들었다. 늘 혼자 싸우던 취선에게는 이런 단체로 싸우는 전투는 처음이었다.

정해진 병과의 임무, 정확한 연계 공격, 철저한 전술적 움직임, 마지막으로 그걸 지휘하는 범려였다.

"다음!"

몬스터들이 마무리가 지어지는 상황에 기병들을 불러서 다른 무리를 끌고 오도록 명령했다.

"헉헉!"

장장 3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몰아치자 지치는 것은 취선이었다.

"조, 조금만 쉬었다가 해요."

자신도 이런 장기전을 처음이었다. 적어도 2시간 사냥하면 10분은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절대 그런 거 없이 계속 3시간 동안 사냥을 한 것이다.

"한 시간 후에 휴식한다."

범려는 한창 열이 오른 상황이다. 여기서 중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제 몬스터 없어요. 눈보라 올 거예요."

"눈보라?"

범려는 눈보라를 어제 겪었는데 정말 무서웠다. 그리고 취선의 말대로 주변에 몬스터가 없기도 했다.

"어쩔 수 없네."

해골들에게 눈보라를 피할 이글루를 지으라고 명령하고는 잠시 휴식을 가졌다. 이글루가 완성되고는 그 안에 들어가자 바로 눈보라가 몰아쳤다.

"다행이네. 잘못했으면 얼어 죽을 뻔했어."

취선은 아슬아슬하게 만들어진 이글루 안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 그런데 여자 친구 있어요?"

"없어."

"진짜로 없어요? 외모 면에서는 부족한 게 없는데."

취선이 보기에는 범려의 외모는 문제가 없었다. 잘난 얼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디에 내놔도 빠지는 것도 아니다.

"너,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아니요, 그냥 심심해서 물어봤어요."

취선은 딴청을 피우면서 어물쩍 넘겨 버렸다. 범려는 이글루 안에서 가만히 있다 보면 심심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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