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개마 기병과 망구다이
-눈을 공격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3초간 혼란에 빠집니다.
"아자!"
범려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공격이 통한 것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헬렌은 범려가 화살을 쏘기 전부터 마법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실패를 하든지 말든지 그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토네이도를 날릴 생각인 것이다.
"하나, 둘……."
범려는 보스가 혼란에서 깨어나, 다시 발 구르기를 할까 봐 소리 내어 초를 세었다. 백색의 더스틴이 다시 발 구르기를 하려는 순간 한쪽 눈마저 맞혀서 녀석을 혼란에 빠트렸다.
마법을 준비하던 헬렌은 두 번의 혼란으로 정확히 15초가 채워져 마법을 펼칠 수 있었다.
"토네이도!"
날카로운 바람들이 백색의 매머드 더스틴을 향해 모여들더니 그 육중한 몸뚱이를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저것밖에 못 뜨네."
땅에서 약 50센티미터 높이에 떠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놈의 생명력은 확실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멈추지 말고 공격해!"
해골 병사들은 매머드가 토네이도에 갇혀 있는 사이에 최대한 피해를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들 온 힘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다.
"취선, 뭐 해!"
"예? 예!"
거대한 매머드가 돌고 있는 것을 넋 놓고 보고 있던 취선은 범려의 부름에 뒤늦게 무기를 휘두르면서 공격했다.
토네이도가 발동한 시간은 20초. 그사이 더스틴은 생명력을 어마어마하게 잃었다.
"토네이도 시간이 끝났다!"
마법은 끝났지만 전투는 이제부터였다.
"점프!"
다들 발 구르기를 피하기 위해 뛰고 또 뛰었지만, 헬렌은 뛰다가 지쳤는지 뛰는 걸 포기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파이어볼!"
더스틴의 발 구르기는 이동속도와 공격 속도에 영향을 미칠 뿐, 캐스팅 속도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기에 5초 안에 사용 가능한 마법 중에서 제일 화력이 강한 마법들을 구사했다.
"이 흰둥이 새끼! 죽어라, 죽어!"
더스틴 이놈의 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좀처럼 쓰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범려의 파티에는 사제가 없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기병들은 더스틴의 공격을 다들 한 번씩 돌아가면서 맞아야 했다.
"제길, 해골들의 생명력이 걸레가 됐어. 이제 내가 나서서 두들겨 맞아야 하다니."
이제는 범려가 몇 대 맞아야 할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러자 말을 타고 달려가 정말로 보스 더스틴의 공격을 세 번이나 맞았다.
"우억! 아프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이건 꽤나 아팠다. 때문에 범려의 생명력은 얼마 안 남은 상태였다.
-격노(激怒) 상태에 빠집니다.
"다시 격노?"
"크아-!"
해골 병사들이 분노하면서, 두 눈에서 빛나는 푸른빛이 선홍빛으로 바뀌며 보스를 공격했다.
"헛! 해골들이!"
제일 놀란 것은 해골 병사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싸우던 취선이었다. 공격 속도나 공격력이 갑작스럽게 상승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점프!"
해골 병사들이 점프를 하면서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무기를 휘둘렀다.
"공중에서 무기를 휘두르다니."
전에는 이런 행동은 보이지 않았지만, 격노에 돌입하자 점프 상태에서 무기를 휘두르게 된 것이다.
근위병은 점프를 하며 창으로 매머드의 몸을 콱 찌르더니 그대로 더스틴의 몸 위로 올라타 버렸다.
결국 더스틴은 격노에 빠진 해골 병사들의 손에 의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차디찬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죽였다!"
더스틴을 죽였다는 기쁨에 범려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아이템 확인 시간이 되었다.
"뭐가 나왔을까."
-매머드의 털모자
백색의 매머드 더스틴의 털로 만들어진 털모자
재질:가죽
방어력:300 내구력:100/100
옵션:민첩성+30
추위에 대한 저항을 10% 올립니다.
-더스틴의 뿔 나팔
백색의 매머드 더스틴의 상아로 만들어진 뿔 나팔. 목에 걸고만 있어도 매머드의 힘이 느껴진다.
옵션:몸이 활성화되는 활력의 오라를 내뿜는다. 파티 전체 이동속도 10% 상승
다들 더스틴이 준 아이템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단한 물건들인데요, 형님."
"그래, 대단한 물건이야."
이동속도 10퍼센트 상승 아이템이 범려의 눈에 들어왔고, 그 외에도 상당히 좋은 가죽 방어구 아이템이 나왔다.
"으흐흐, 아이템 좋은데."
"헬렌 누나, 나랑 이야기 좀."
"어?"
범려가 두 아이템을 보고 침을 흘리고 있을 때, 취선은 갑자기 헬렌을 데리고 한쪽 구석으로 가서 둘이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템을 두고 작당 모의를 하는 것 같아서 범려는 기분이 묘해졌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별거 아니에요, 형님. 아이템을 어떻게 처리하면 될까 해서 누나와 이야기했는데, 두 개 다 형님 드세요."
"저, 정말?"
"물론이죠."
범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취선은 직접 아이템을 집어서 건네주었다.
"고, 고맙다."
"별말씀을요. 그렇지 않아도 형님 머리에 쓰는 아이템이 없는 게 마음에 걸렸거든요."
취선은 마음 씀씀이가 참 고왔다.
범려가 취선이 건네주는 아이템을 받자, 오라의 효과를 발휘하는 메시지가 하나 떴다.
-활력의 오라가 발동합니다. 이동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이제 나가죠."
헬렌은 이제 이곳에 볼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범려는 이곳에서 더 사냥을 하고 싶었다.
"이렇게 아이템도 생겼는데, 우리 여기서 나오는 아이템 모조리 챙기자. 누나도 같이 동참해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돼 고개를 갸웃거리던 헬렌은, 취선이 범려의 말을 적당히 해석해서 알려 주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7일간 여기서 살자고!"
"어차피 레벨도 올려야 하고, 아이템도 좋은 거 나오잖아요. 그리고 7일 금방 가요."
이삼 일간은 같이 어울릴 수 있지만, 자그마치 7일 동안이나 이들과 함께해야 하는 게 약간 부담이 되는 헬렌이었다.
"좋아요, 형님."
취선이 먼저 7일간의 아이템 사냥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에 헬렌은 찌릿찌릿한 눈빛으로 취선을 쏘아보면서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포기를 하고는 7일간의 아이템 사냥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 후, 이들은 7일간 지독한 사냥을 하게 되었고, 그 기간 동안 두 사람은 무기와 옷이 바뀌었다. 범려는 맨 처음 먹은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먹을 게 없어서 그저 손가락만 빨았다.
"아싸! 양손 검이다!"
"어머나! 로브야!"
아이템이 나오면 판금이 나오든가, 천 혹은 지팡이, 양손 검 등 범려가 사용 불가능한 아이템이 나오거나, 그것도 아니면 마법사 전용 또는 전사 공용 아이템이 나왔다.
"7일 동안 아이템은 건지지도 못하고 레벨만 올라가는구나."
7일 동안 아이템은 하나도 얻지 못하고, 오로지 해골과 범려의 레벨만 올랐다. 그사이 범려의 레벨은 어느새 103이 되어 있었다.
"형님, 축하해요."
"범려야, 축하해."
둘은 따뜻하게 축하를 해줬지만, 범려는 자신의 레벨보다 해골들의 레벨에 더 눈이 갔다. 이제는 100이 넘는 녀석들이 꽤나 많은 것이다.
"한번 스탯을 확인해볼까."
이름:범려 레벨:103 성향:무(無) 직업:해골 제작자
칭호:로벤 마을의 영웅
생명력:7,923 마나: 3,380
힘:68(+20) 민첩성:135(+80) 지능:77(+40)
정신력:20(+40) 체력:76(+80)
공격력:1,623 방어력:1,203
마법 공격력:30 마법 방어력:524
스탯 포인트:0
암흑가의 명성:1,002
"레벨도 백 단위가 넘었는데 뭐 안 나오나?"
범려는 레벨이 크게 올랐으니 새로운 스킬을 배우지 않을까 해서 아르테미스를 불렀다.
"아르테미스."
"온다! 10골드 천사가!"
취선은 범려가 부른 아르테미스를 보고 정말 신기해했다. 사냥을 할 때 범려가 간간이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 아르테미스는 참 순진한 아가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범려 님, 오늘은 무슨 일이시죠?"
"이야! 아르테미스 님은 언제 봐도 아름다우시네요."
"어머나, 취선 님."
취선이 범려의 옆으로 끼어들면서 아르테미스의 미모를 칭찬하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수줍어했다.
"취선아, 내가 볼일 있어서 부른 건데 넌 왜 자꾸 나서서……."
"형님 혼자만 이런 미인을 독차지하고 있잖아요. 저도 얼굴 좀 들이밀고 싶다고요."
범려가 아르테미스를 부른 이유는 혹시 뭔가 스킬을 가르쳐 주지 않을까 해서였는데, 옆에 있는 취선은 오로지 아르테미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르테미스 님, 옆에 있는 취선은 신경 쓰지 마시고 혹시 배워야 할 기술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깜빡 잊고 있었네요."
아르테미스는 손을 급하게 휘저으면서 2개의 공간의 문을 만들더니 영혼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오리지널 해골 병사를 소환했다.
"헛! 저것들은……!"
영혼의 세계에 있는 놈들은 범려가 데리고 다니는 해골 병사들보다 강하다.
더군다나 소환된 녀석들은 기병으로 하나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개마 기병이고 다른 하나는 가벼운 복장의 기마 궁수인데, 느껴지는 분위기를 봐서는 보통 기마 궁수가 아니었다.
"이 둘은 뭔데 여기에 불러낸 건가요?"
"시험을 보려고 불러냈어요."
"시험?"
시험을 본다는 소리에 범려는 잔뜩 긴장했다. 설마 소환된 저 둘과 싸워서 이기라는 말을 하는 거라면… 눈앞이 깜깜해진다.
"이 둘과 싸워 이기세요."
"이런… 우려했던 일이……."
-[강제]시험을 치러라
아르테미스는 새로운 병사들을 주기 전에 이들을 다룰 수 있는지 능력을 시험하려고 한다.
난이도:C
완료 조건:개마 기병과 망구다이를 이겨라.
보상:개마 기병과 망구다이 병과를 보유하게 된다.
"이런!"
개마 기병은 그저 그런 개마 기병이 아니다. 고구려 시대에 최고의 기병이라고 불리는 기병이고, 망구다이라면 칭기즈칸이 정복 전쟁을 할 때 세상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기마 궁수다.
"시작하세요."
"전 아직 준비가……."
범려는 아직 준비도 안 됐는데, 아르테미스가 공격 명령을 내리자 두 기병들이 매섭게 달려들었다.
"염병할!"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범려는 해골마 위에 풀썩 뛰어올라 말을 내달렸다.
후우웅!
개마 기병은 범려를 향해 기다란 창을 휘둘렀지만 범려는 아슬아슬하게 창을 피했다.
"무슨 창이 저렇게 길어!"
개마 기병의 창은 그냥 창이 아니다. 길이가 3미터나 되는 기다란 창이고, 말은 더구나 해골마. 저 무거운 갑옷을 입고도 전혀 지치지 않는 궁극의 말이다.
쉬이익!
"헉!"
개마 기병 뒤에서는 망구다이가 범려를 향해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범려 님, 파이팅!"
아르테미스는 이런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지 범려를 응원했지만, 그는 지금 아르테미스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형님 말 잘 타시네."
"그러게."
취선과 헬렌의 눈에는 범려가 쫓기는 모습이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해골마를 너무 잘 타는 모습에 반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당하고만은 살 수 없지!"
범려는 개마 기병을 향해 화살을 날렸지만, 녀석의 철갑은 화살을 허용하지 않고 튕겨 내버렸다.
"뭐 저런 무식한 갑옷이 있냐!"
범려는 개마 기병의 튼튼한 갑옷에 기겁을 하고는, 일단 놈을 떨어트려야 할 것 같아서 전속력으로 해골마를 내달렸다.
"도망가자."
해골마를 전속력으로 몰자 일단 무거운 철갑을 두르고 있던 개마 기병은 기본적인 속도에서 차이가 나면서 멀어졌다.
"하나는 떨어졌다."
쉬이익! 쉬이익!
하나가 떨어지자 그 뒤에 있던 망구다이가 쫓아오더니 화살을 날리면서 범려의 뒤를 노렸다.
"너만 활을 다루는 게 아니야!"
범려는 바로 뒤에서 쫓아오는 망구다이를 향해 활을 겨누고 화살을 날렸다.
"어라! 피해?"
반사 신경이 뛰어난 건지 어떤지는 몰라도 상대는 범려가 쏜 화살을 피하면서 여유롭게 활을 들고 그를 겨냥했다.
"젠장! 회색의 빛!"
범려는 땅바닥을 향해 화살을 겨누었고, 곧 명중된 지점에서 빛의 폭발이 일어나자 뒤에서 쫓아오던 망구다이는 순간적으로 주춤하면서 달리다가 이내 멈췄다.
"받아라!"
다시 한 번 화살이 날아갔고, 이번에는 망구다이가 피하지 못하고 범려의 공격에 당하고 말았다.
"어때! 내 실력이!"
범려는 한껏 자신의 실력을 과시했지만 그것도 잠시, 망구다이가 다시 활을 겨누더니 범려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이런!"
범려는 급하게 몸을 숙여 화살을 피하고 허리춤에 있는 벼락검을 들었다.
"이건 어떠냐!"
검을 잘 다루는 건 아니지만 활로는 승부를 내기가 어려울 같아서 검을 들었는데, 문제는 녀석도 검을 들었다는 것이다.
챙! 챙!
망구다이는 활과 검에 능한 병과이다. 때문에 적이 가까이 와서 검을 휘두르니 자기도 검으로 맞상대를 하는 것이다.
범려가 망구다이와 한참 검으로 싸우고 있을 때, 뒤에서 다시 개마 기병이 쫓아왔다.
"일대일로 싸우면 안 되냐!"
범려는 신경질을 내면서 다시 해골마를 달렸다. 그러고 보니 해골 병사들은 범려를 따라오지도 않고 멀리서 보고만 있었다.
"이것들이! 날 도와줄 생각도 안 하네! 퀘스트라 이거냐?"
퀘스트로 인해 그들은 범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범려는 이 둘을 어떻게 이겨야 할지 머리가 아팠다. 기동력이라면 둘 다 뒤지지 않았고, 두 기병 다 한 시대를 풍미한 병사들이라 정공법으로는 녀석들을 잡을 수가 없다.
"조금 비겁하지만, 방법이 없다."
범려는 말을 타고 다시 빙그르 돌아서 아르테미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퀘스트에서는 정정당당히 싸우라는 말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범려는 갑자기 말에서 내려 아르테미스 뒤에 서서 두 기병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앗! 범려 님!"
"죄송해요, 아르테미스 님."
쉬이익!
아니나 다를까, 두 기병은 아르테미스에게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좀 비겁한 방법이지만, 저 둘의 연계 공격과 능력은 범려를 꼼짝 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머!"
범려는 아르테미스를 방패로 내세우면서 요리조리 피해 다녔고, 개마 기병은 그런 범려를 공격할 방법을 딱히 찾지 못해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이건 활을 들고 있는 망구다이도 마찬가지였다.
"후후후! 이 게임은 내가 이겼다."
쉬이익.
범려는 아르테미스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두 기병들을 향해 멈추지 않고 화살을 날렸다. 그들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해 범려에게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부서진 기병은 망구다이였다. 그 녀석의 갑옷은 가죽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무너졌지만, 개마 기병의 갑옷은 너무 튼튼해서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졌다.
"하하하! 이겼다!"
아르테미스의 충실한 부하 둘은 꼼짝없이 범려의 잔재주에 당하고 말았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범려 님, 이런 방법을 쓰시면 안 되죠."
"그럼 저 둘을 어떻게 이겨요? 화살도 막아내고, 가까이 붙으면 검도 쓰고. 전 검을 잘 다루지 못해요. 공격 스킬이라고는 딸랑 하나뿐인데."
아르테미스는 범려의 항변에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하고 그저 한숨을 쉬었다.
"후! 알았어요. 어찌 되었든 제가 낸 시험을 통과하셨어요."
"고맙습니다, 아르테미스 님."
아르테미스는 범려가 이런 방법으로 이길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또한 퀘스트에는 어떤 방식으로 이기라고 제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완료가 되었다.
"개마 기병과 망구다이는 병사 메뉴를 통해 확인하세요."
"네!"
힘찬 대답을 한 범려를 바라보는 아르테미스의 표정은 약간 불만스러웠지만, 별다른 말없이 영혼의 세계로 돌아갔다.
"하하하! 또 다른 병과 등장이다!"
범려는 바로 병사 메뉴에서 기병들을 확인해보았다. 기병들 절반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디 보자, 기마 궁수는 망구다이로 변경이 되고, 그냥 기병은 개마 기병이구나."
"형님, 방금 그 기병들 뭐예요? 굉장히 멋지던데."
"응응! 정말 멋지던데."
헬렌과 취선은 아르테미스가 소환했던 두 기병을 보고 무척 감탄했다. 그들과는 반대로 범려는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난 죽을 뻔했는데……."
"그건 범려 사정이고."
매몰찬 헬렌이었다.
범려는 병사들을 5명씩 해서 모두 10명을 전직시켰다.
-해골 개마 기병
레벨:1
힘:40 민첩성:17 지능:13 정신력:20 체력:20
생명력:200 마나:60
공격력:102 방어력:100
마법 공격력:50 마법 방어력:60
-휩쓸기:개마 기병의 고유 기술이며, 창으로 전방의 적들을 쓸어버린다. 자신의 공격력에 210% 추가 공격을 한다.
쿨 타임:20초, 마나 소비:40
-보조 무기:일반 유저들처럼 보조 무기를 사용한다. 사용 무기는 한손 검만 가능하다. [패시브]
-해골 망구다이
레벨:1
힘:19 민첩성:40 지능:20 정신력:20 체력:15
생명력:150 마나:80
공격력:96 방어력:70
마법 공격력:43 마법 방어력:56
-올가미 던지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올가미를 던져 상대방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는 수법이다.
쿨 타임:10초, 마나 소비:40, 지속 시간:20초
"이것들 대단하구나."
전직을 하면서 기병의 능력치가 크게 상승되었고, 새롭게 추가되는 스킬도 있었다. 그리고 개마 기병은 사슬 갑옷보다 한 단계 위 갑옷인 미늘 갑옷을 입는다. 마갑도 미늘 갑옷 형식의 마갑(馬甲)이었다.
"마을로 가자."
범려는 장비를 사기 위해 마을로 갔고, 무기 상점과 마구간에서는 마갑과 그에 걸맞은 무기와 방어구를 팔았다.
"이야, 해골마에 마갑을 씌우니까 멋진데요. 그리고 저 망구다이 역시 멋져요."
취선은 개마 기병과 망구다이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걸 키우려면 또 무리를 좀 해야 해."
범려는 두 병과를 다 키우려면 시간깨나 잡아먹을 거라 여겼다.
"형님, 당장 던전으로 가서 저 기병들 위력을 시험해요."
"던전에 못 가. 저것들 레벨 1이야."
"네?"
해골 병사들이 전직을 하게 되면 레벨이 초기화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취선이었다.
"넌 아직 모르구나. 해골 병사들은 병과가 바뀌면 자동적으로 레벨이 초기화돼."
"그 말은, 레벨 노가다를 해야 하는 건가요?"
"맞았어. 레벨 노가다를 해야 돼."
범려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취선은 그 말을 듣고서야 해골 제작자의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새로운 병사들의 레벨을 올리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형님, 해골들 확실히 키워드리지요."
"고맙다."
범려는 해골 병사들 레벨이 1이 될 때마다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취선과 헬렌 덕분에 그 긴장감을 줄일 수 있어서 좋았다.
바바리안과 마법사가 있는데 사냥이 뭐가 어렵겠는가. 그냥 쓸어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이들로 인해 사냥이 어렵지 않게 되자, 범려는 기병들을 모두 다 개마 기병과 망구다이로 바꿔버렸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응? 퀘스트."
갑자기 들려온 퀘스트 완료 메시지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아! 아티잔이 준 퀘스트가 이거였구나!"
강력한 병사라고 해서 뭔가 했는데, 개마 기병과 망구다이를 지칭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레벨은 어느 정도 올리고 가야겠지."
범려는 여기서 레벨을 어느 정도 올린 뒤에 아티잔의 레어로 갈 생각이었다.
"형님, 레벨 얼마나 올리면 돼요?"
"90레벨만 넘기면 돼."
"그 정도면 쉽겠네요."
망구다이나 개마 기병을 90레벨까지 올리는 것은 헬렌이나 취선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숫자가 좀 많다 보니 오래 걸린다는 것뿐.
"형님, 해골들도 유저들처럼 경험치 먹나요?"
"나하고 경험치 나눠먹지. 내가 40퍼센트, 이것들이 60퍼센트. 해골 하나가 먹는 경험치는 적어. 다만 숫자가 100이 넘으니까 경험치 나눠먹느라 레벨이 늦게 올라."
"그래요? 제가 볼 때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오르는데요."
취선은 해골들의 레벨이 굉장한 속도로 오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몇 시간 안 되어서 90레벨이 될 것이다.
그렇게 대충 게임 시간으로 9시간 정도 사냥을 했다.
"이제 90레벨 됐다."
"형님, 이제 가죠."
"잠시만 기다려 봐."
범려는 말에서 내리더니 인벤토리에서 말뼈를 꺼내 실과 바늘을 이용해 그것들을 꿰었다. 워낙 빠른 속도로 실을 꿰고 연결하고를 반복한 그는 한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해골마 하나를 완성했다.
"이건 취선 네가 가지고… 후웁! 헬렌 누나는 쿨 타임이 지나는 대로 하나 만들어드릴게요."
"혀, 형님."
해골마를 받게 된 취선은 감격해했다. 그렇지 않아도 말을 하나 받고 싶어 했었다.
"안장은 마을에 가서 얻으면 되니까."
"형님, 감사합니다."
"나도 말을 줄 거야?"
"싫으세요?"
"아니, 그건 아닌데 받아도 될지 해서."
헬렌은 말을 준다는 말에 정말 좋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범려에게 받은 게 많은데 또 받으려니 부담이 되기도 했다.
후웁!
"누나 덕분에 게임이 즐거운데, 이 정도는 해줘야죠."
"고마워. 나중에 네가 어디 가자고 하면 난 무조건 따라갈게."
범려는 헬렌의 약속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죠.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부를게요."
"응, 꼭 불러줘."
헬렌의 표정을 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범려가 부르면 한달음에 달려올 듯했다.
"아티잔 지역으로 가죠."
병사들을 이끌고 모두 아티잔 지역으로 느긋하게 이동했다. 가는 도중에 가까운 마을에 잠깐 들러 헬렌에게 해골마를 만들어주고 물건도 조금 샀다.
"안장도 착용했으니 가죠!"
"예, 형님."
"응!"
기병들을 이끌고 달리자 활력의 오라 덕분에 말들이 더 빨리 움직였다.
아티잔 지역으로 들어서자 유저들의 숫자가 아멜리아 지역과 달리 많아서 그런지, 유저들이 범려의 해골들을 볼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저기 해골 제작자다!"
"동영상 찍어! 어서!"
사람들은 황급히 범려의 모습을 찍기 위해 서둘렀지만, 그래봤자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겨우 몇 초 정도만 찍을 수 있었다.
"나도 저 해골마 하나 얻을 수 있으면……."
사람들은 범려가 타고 다니는 해골마에 푹 빠져서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아서라, 해골 제작자 친구가 아닌 이상 해골마를 얻는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해골마의 인기는 거의 최고 수준에 달해 있었고, 천마 길드는 이 해골마를 이용해 길드 광고를 하고 있었다.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쫓아와."
취선은 해골 제작자의 인기가 이렇게 좋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서 아티잔을 만나러 가자."
범려는 사람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아티잔의 레어가 있는 곳으로 오더니 바로 레어의 문을 열고 해골들과 같이 들어가 버렸다.
"아티잔 님!"
번쩍!
맨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법에 의해 아티잔 앞으로 끌려왔다.
"호호호! 역시 회색의 전승자, 새로운 힘을 얻었구나."
고요의 아티잔은 범려를 칭찬했지만, 말투만 놓고 보면 전혀 칭찬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이걸 가져가거라."
고요의 아티잔이 건네준 것은 마법의 조각이었다.
-마법의 조각
아티잔이 심심해서 만든 물건이다.
-마법의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1/2)
"심심해서 만든 물건……."
범려는 심심해서 만든 물건이라는 것에 어이가 없었지만, 드래곤 앞에서 그런 표정을 지었다가는 브레스가 날아올 것 같아서 참았다.
"나머지 한 조각은 내가 실수를 해서 이름 모를 샘에 떨어트렸단다. 그 샘을 찾아서 조각을 회수해 오거라."
-아티잔의 또 다른 과제
아티잔이 마법의 조각을 이름 모를 샘에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그 샘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난이도:B
완료 조건:미지의 샘을 찾아라.
보상:마법의 깃털 펜
"난이도가……."
범려는 난이도가 B라는 것을 보고 표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그만큼 어렵고 길고 긴 시간 싸움을 해야 하는 퀘스트였다.
"샘을 어디서 찾지?"
"회색의 전승자, 그대에게 작은 힌트를 하나 주지. 그 샘은 보통 샘이 아니야."
범려는 보통 샘이 아니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렇다면 특별한 샘을 찾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회색의 전승자."
번쩍!
아티잔이 손짓을 하자, 범려의 파티는 순식간에 레어 바깥으로 이동되었다.
"두 번째로 이곳에 와보지만, 정말 대단하네요. 볼 때마다 자기 마음대로 마법을 부리고."
취선은 아티잔이 마법을 이용해 자신들을 바깥으로 보내는 방법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아홉 마리의 수호룡 중에 하나잖아."
범려는 혹시 이들 중에서 특별한 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두 사람 다 신비한 힘을 가진 샘에 대한 정보를 알아?"
"모르는데요. 전 냉혈의 아멜리아에서 주로 있어봤지만, 그런 소식은 듣지 못했어요."
"범려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신비한 힘을 가진 샘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어."
다들 신비한 힘을 가진 샘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홈페이지를 뒤져 봐야 하나."
"저도 같이 찾아볼게요."
"나도, 나도."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준다는 뜻을 비치자, 범려는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30분 후에 다시 모이죠."
다들 신비한 샘을 찾기 위해 로그아웃을 했다.
"먼저 공식 홈페이지를 뒤져 봐야겠지."
범려는 제일 먼저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봤지만, 독특한 샘 혹은 신비한 샘에 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없는 건가."
그는 팬 사이트를 찾아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특히 『판게아 월드』에 관한 유명 팬 사이트가 몇 개 있어서 그걸 중심으로 샘을 조사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답이 없네."
30분이 흐른 뒤, 범려는 다시 게임에 접속했고 다른 두 사람도 비슷한 시간에 접속을 했다.
"형님, 뭔가 건진 거 있나요?"
"아니, 없어."
"나도 찾은 게 없어. 범려나 취선도 마찬가지인가 보네."
세 사람은 아쉽게도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샘에 관한 던전도 없었고, 이름 있는 샘은 더더욱 없었다.
"저번처럼 정보 길드에 가야 하나."
범려는 자신의 수중에 있는 골드를 보면서 정보 길드를 떠올렸다. 그곳에 가면 확실한 정보를 구할 수는 있지만, 돈이 장난이 아니다.
공짜로 정보를 얻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니라면 사정을 해서라도 정보를 얻어야 한다.
"다들 여기서 기다려, 난 잠시 갔다 올 데가 있어."
"어디에 가시려고요."
"술집."
술집에 간다는 소리에 취선과 헬렌은 범려가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었다. 전에 드래곤 레어를 찾으려고 갔었던 그곳에 이번에도 가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범려 님.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정보 길드에서는 범려를 환영했다. 네크로맨서의 일도 있고 아티잔의 레어 위치에 관한 정보를 사기도 했다.
"다른 게 아니라 정보를 사고 싶습니다."
"어떤 정보를 원하십니까? 저희야 원하는 정보를 드릴 수는 있지만, 돈이 없으면 소용없습니다."
"돈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제가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이 많지 않습니다. 조금 이해를 해주십시오."
범려가 현재의 돈 사정을 이야기하자 정보 길드 요원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보 요원이 고민하는 이유는 범려의 암흑가 명성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공짜로 범려 님의 부탁을 들어드리지요. 대신, 저희들의 부탁을 한 가지 들어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원하시는 내용이 무엇입니까?"
"신비한 힘을 가진 샘을 찾고 있습니다. 저도 정확히 무슨 힘을 가진 샘인지는 모릅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정보 길드 요원은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이내 2개의 지도와 뭔가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를 가지고 나왔다.
"저희가 알고 있는 신비한 힘을 가진 샘입니다."
지도를 본 범려는 샘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각각의 샘은 회색 산맥과 단절 산맥에 하나씩 있었다.
"일이 끝나는 대로 다시 찾아오지요."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범려는 일이 끝나는 대로 다시 정보 길드를 찾겠다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왔다.
"형님."
"범려야."
두 사람은 언제 술집에 찾아왔는지 문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둘 다 언제 온 거야?"
"그보다 형님, 뭐 얻으신 거 있으세요?"
취선은 이 술집에 두 번째 오고 나서야 범려가 왜 이곳을 찾는지 대충이나마 짐작했다.
범려는 그의 말을 듣고 내심 놀랐다. 취선은 웬만한 사람보다 굉장히 빨리 눈치를 채는 편이었다.
"나중에 좀 더 정확하게 알게 되면 말해주지."
취선에게 정보 길드에 관해 알려 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판단하고는 대답을 보류했다.
"먼저 가야 할 곳은 단절의 산맥이다."
"단절의 산맥이오? 거기는 꽤나 위험한 곳인데. 그리고 가는 방향에 따라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이 달라요. 좀 쉽게 가려면 자연의 도로시를 통해서 가는 게 좋아요."
단절의 산맥은 자연의 도로시와 냉혈의 아멜리아 지역을 나누는 커다란 산맥이다.
"그럼 자연의 도로시로 가자."
범려는 편하게 생각했다. 굳이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갈 필요는 없으니까.
"빨리 가죠. 이랴!"
취선이 먼저 속력을 내자 범려와 헬렌도 같이 속력을 올렸다.
자연의 도로시는 모든 수호룡들의 영역 중에서 제일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동시에 거대한 숲으로 이루어진 지역이기도 했다.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네."
자연의 도로시로 들어서자 거대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거대한 나무들 때문에 작은 나무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무 높이가 얼마나 되는 거야?"
나무의 지름은 넉넉잡아 10미터 정도, 높이는 너무 높아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이 커다란 나무들 덕분에 아래 공간은 아주 넓었다. 범려의 기마병들이 넓게 포진하고 다녀도 될 만큼 말이다.
"햇볕도 은은하게 내리쬐네."
나무들이 워낙 크다 보니 나뭇가지나 잎 사이사이의 틈으로 햇볕이 은은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 밑에 있는 작은 개미 같군."
범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나무의 크기가 너무 커서 그 밑에 있는 사람이 마치 개미처럼 작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