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해골 마법사
"이런."
취선은 범려에게 받은 해골마를 가지고도 다른 기병들처럼 행동하지 못했다. 그가 들고 있는 도끼는 말을 타고 싸우기에는 너무 부적합했고, 기마술은 다른 기병들에 비해 너무나 뒤처져 있었다.
다그닥다그닥.
반대로 범려는 능숙하게 말을 다루고 있어서 왠지 비교가 됐다.
"후아! 범려 형님은 실제로도 기마 무예를 배웠나요?"
"아니, 안 배웠어. 여기서 익힌 거야."
범려는 실제로 기마 무예를 배운 적이 없다. 지금의 기마 실력은 게임에서 배우고 익힌 것일 뿐이다.
"형님, 같이 가요."
"너도 연습 좀 해야겠다. 그래 가지고는 내가 해골마를 준 게 아깝다."
"쳇!"
범려는 병사들을 다루면서 이리저리 전투를 벌이는 반면, 취선은 거기에 따라오기도 힘들었다.
번쩍!
갑자기 해골 병사들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솟아오르면서, 범려와 취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빛을 일으킨 장본인은 해골 마법사였다.
-레벨 100이 되었습니다. 수습생이 마법의 깨달음을 얻어 정식 마법사가 됩니다.
-해골 마법사의 힘으로 인해 자신을 포함한 병사의 제한이 3 늘어납니다.
-마법 화살:마법사들이 처음 배우는 마법으로 가장 기초가 되는 마법이다.
캐스팅:1.8초, 마나 소비:18
-원소 마법:4대 속성의 마법 중 하나를 무작위로 시전한다(속성별로 아이스 볼트, 썬더 볼트, 파이어 볼트, 어스 스파이럴).
캐스팅:1.6초, 쿨 타임:12초, 마나 소비:24
-마법 방어막: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을 흡수하는 방어막이다. 10초 동안 발동되며, 일정 수준의 데미지를 흡수한다. 해골 제작자의 체력 10%에 해당한다. 방어막이 걸린 대상에게는 30초 동안 같은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다.
캐스팅:즉시 시전, 쿨 타임:40초, 마나 소비:40
범려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말만 수습생이지, 레벨 100이 되면 자동적으로 마법사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깨달음을 얻었다고 표현했을 뿐, 레벨 100 되니까 저절로 마법사가 되냐."
그래도 마법사가 되었기에 범려는 한시름 놓았다. 처음에는 깨달음이라고 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형님, 방금 그 빛 뭐예요?"
"별거 아니야. 저기 보이는 저놈이 마법사가 됐다는 메시지를 봤을 뿐이야."
"마법사요? 그럼 유저들과 똑같은 마법을 사용하는 건가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직 해골 마법사를 부려 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방금 나온 스킬을 봐서는 일부분만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형님, 그래도 마법사인데, 마법 쓰는 걸 한번 봐야죠."
"그거야 어차피 사냥을 하면서 자연히 알게 될 거, 뭐가 그리 급하냐?"
범려는 나중에 가면 지겹도록 보게 될 거라 생각했기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취선은 달랐다.
"제가 한 무리 끌고 올게요."
취선이 멀지 않은 곳에서 몬스터 무리를 하나 끌고 오자, 범려는 그가 원하는 대로 마법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네놈의 재주를 한번 보자."
간단한 말이었지만, 마법사는 곧장 두 손을 앞으로 내밀더니 남들이 흔히 말하는 주문을 외우는 것이 아닌 손으로 수인(手印)을 맺었다.
"말 대신 손으로 수인을 맺어 마법을 부리다니."
수인을 맺는 거라면 지팡이는 불필요하게 된다.
"지팡이가 필요하냐?"
범려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지만, 해골 마법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필요 없다는 말을 대신했다. 지팡이가 있으면 지능이나 다른 능력치가 올라가지만,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알았다. 언제든 지팡이가 필요하다면 말해라. 내 돈이 되는 한에서는 준비해주지."
해골 마법사는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와! 마법 캐스팅 시간이 무척 짧아요."
범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해골 마법사는 수인을 맺어 마법을 펼치는데, 그 손이 번개처럼 빨랐다.
"형님, 보통 사람은 쉽게 따라 하지도 못하겠어요."
"저거야 마법사나 되니까 하지,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은 저 손짓 따라 하기도 힘들 거야."
"확실히 그러겠네요."
제일 빠른 마법은 2초짜리, 정확히는 1.8초의 캐스팅 시간을 가진 마법 화살이다.
유저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4대 속성별 ○○애로우 시리즈가 있지만, 그건 한번 사용하면 쿨 타임 2초, 캐스팅 2초가 된다. 막상 보면 마법을 4초마다 한 번씩 쓰게 되는 것이다.
"사기스러운 마법이야."
취선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지만, 범려의 눈에는 그렇게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거라고 볼 수 없었다. 왜냐면 데미지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능력의 수준이군."
"무슨 소리예요? 그저 그런 능력이라니! 저 정도면 사기예요! 모든 마법에는 캐스팅과 쿨 타임이 존재해요. 그런데 저 마법은 쿨 타임이 없잖아요."
범려는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가 아는 마법사라고는 헬렌이 전부다.
"그런 건 몰라. 마법사의 수는 한 명이고, 마법은 이제 하나 썼어."
"그럼 다른 마법을 보면서 판단하죠."
"네가 해골 마법사 키우냐? 내가 키워, 이것아!"
범려가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지르자, 취선은 움찔하면서 꼬리를 말고 말았다.
"가뜩이나 마법사 퀘스트할 때는……."
힘들었다고 말하려던 범려는 드래곤들이 자신에게 키스한 게 머리에 떠오르자 얼굴을 붉혔다.
"말을 말자."
"죄송해요, 형님"
"됐어. 나도 화내서 미안하다."
둘은 잠시 동안 서먹해졌지만 그것도 잠시, 취선이 살갑게 말을 하면서 관계가 회복되었다.
"해골이나 만들란다."
범려는 해골 마법사가 탄생하자 또 다른 마법사를 만들기 위해 뼈를 꺼내 들었다.
"형님, 마법사 만드실 거예요?"
"물론이지. 이제 겨우 하나 만들었어. 적어도 다섯은 만들어야지."
범려는 해골들을 실로 엮으면서 해골 병사를 만들었고, 깃털 펜으로 마법의 각인을 새겨 넣는 작업도 같이 했다.
"그 펜은 뭐예요?"
"이거? 마법의 깃털 펜이라는 건데, 마법 각인을 새기려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지."
"그 책 좀 봐도 돼요?"
"여기 있다."
취선은 각인의 마법서를 보더니 인상을 찡그리며 범려에게 말했다.
"이게 뭐예요? 이상한 그림만 가득하고, 이해 안 되는 설명들만 잔뜩 있네요."
"나도 잘 몰라. 그런 건 넘어가."
범려는 취선이 들고 있는 각인의 마법서를 다시 돌려받더니 다시 해골의 몸에 각인을 새겼다.
"후! 다 됐다."
범려는 각인 하나를 새기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고, 그사이 옆에서 보고 있던 취선은 심심한지 작은 돌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형님, 그거 언제 끝나요?"
"글쎄다. 이제 하나 만들었고, 다음 해골을 제작하려면 쿨 타임이 조금 남았네."
"그럼 사냥 가죠."
지루해하던 취선의 손에 이끌려 범려는 사냥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냥을 하다가도 해골 제작 쿨 타임이 돌아오면 그는 여지없이 자리에 주저앉아 해골 병사를 만들었다.
"형님, 한창 바쁜데 뭐 하시는 거예요?"
"걱정 마. 해골들 안 죽어. 난 병사들을 만들어야 하니까 이 기회에 네가 지휘 좀 해라. 알았지?"
"네?"
범려의 말이 떨어지자, 모든 해골들이 전부 다 취선을 바라보았다. 한 번도 지휘를 해본 적이 없는 취선은 머리가 아파왔다.
"이걸 어떻게……."
"아니면 이게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든가."
"…기다리죠."
취선은 지휘를 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해골들도 그의 명령을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금방 끝난다. 조금만 기다려."
해골 병사를 만드는 건 금방 하지만, 해골의 몸에 각인을 새기는 일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범려가 해골 마법사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게임 시간으로 4시간이었다. 그것도 정식 마법사도 아닌 수습생인 녀석이다.
"형님, 이러다 날 새겠는데요."
"시간 넉넉하다. 걱정 마라."
범려의 기준으로는 지금 아주 빨리 해골을 만들고 있었다. 처음 같았으면 이보다 더 오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아이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형님 다음에 봬요. 내일부터는 기말 시험 준비를 해야 해서 시험 끝날 때까지 접속 못할 거예요."
한참을 기다리던 취선은 기말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로그아웃을 했다.
"시험이라……. 그럼 난 복학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된 거군."
입으로는 복학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손은 해골의 몸에 각인을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해골의 몸에 각인을 새기던 중, 문득 머리에서 번쩍하고 스쳐 가는 생각이 있었다.
"가만, 각인을 새기는 것은 쿨 타임이 없잖아."
뼈를 엮을 때는 쿨 타임이 있어서 기다려야 하지만, 각인을 새기는 일은 스킬이 아니다.
"아, 이걸 만들고 각인 먼저 새겨 볼까?"
범려는 해골 제작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각인을 먼저 새기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각인은 스킬이 아닌 관계로 계속할 수가 있었고, 각인이 다 새겨진 뼈는 일반 해골과 다르게 분류되었다.
-마법의 각인이 새겨진 뼈를 만들었습니다.
"각인이 새겨진 이 뼈는 마법사를 만들기 위한 전용 뼈가 되는 거야."
범려는 각인을 새긴 뼈를 10개나 만들어놓고, 쿨 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마법 수습생을 하나씩 만들었다.
"수습생들 참 많다."
수습생들이 늘어날수록 범려는 흐뭇해졌다. 이들은 레벨이 100이 되면 정식 마법사가 된다. 그렇게 되면 사냥을 하는데 화살 값이 안 들어가는 병과가 생기는 것이다.
* * *
쾅! 쾅! 화르르! 번쩍!
수습생들의 레벨이 올라서 정식 마법사들이 되자 그들이 뿜어내는 마법은 대단했다.
"이제 혼자 사냥해도 문제가 없겠어."
해골 마법사들의 숫자가 딱 11명이 되자 범위 마법은 아니지만 마법 하나하나의 공격력이 엄청났고, 마법을 한 녀석에게 집중적으로 퍼부어버리면 아무리 강한 녀석이라도 죽고 말았다.
"으하하! 이제 다 죽었어!"
마법사가 생긴 이후로 전투가 더욱더 공격적으로 변해버렸다.
"이제 할 건 어느 정도 마무리했고, 정보 길드를 찾아가야지."
마법의 깃털 펜 퀘스트를 하기 위해 돈 대신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조건으로 정보 길드에서 정보를 얻었는데, 이제 마법사도 만들고 했으니 정보 길드를 찾아가 그 부탁을 들어줘야 할 때가 왔다.
"도시로 가자."
범려는 해골들을 이끌고 자연의 도로시 지역에 있는 제일 큰 도시를 찾아 움직였다.
"들풀 도시."
자연의 도로시 안에 있는 도시 중에서 제일 크고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숲 속의 도시였다.
"숨어라."
범려는 해골들을 숨기고 나서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들풀 도시에는 사냥을 하면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유저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 많은 유저들이 다들 어디 갔나 했더니 도시 안에 있었구나."
범려는 도시 안에 있는 술집을 먼저 찾았다. 찾아간 술집은 아티잔에 있던 반돌 도시와 분위기가 좀 달랐을 뿐, 기본적인 형태는 다 똑같았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정보 길드를 찾아왔소이다."
범려가 작은 소리로 말하자, 술집 주인은 표정이 살짝 굳어지더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안내를 부탁하오."
"절 따라오시지요."
다른 유저들도 자리하고 있었지만, 술집 주인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범려를 지하 창고로 안내해주었다.
"아티잔에 있던 도시와 다를 게 하나도 없잖아."
들어가는 입구나 방식이 아티잔에 있던 도시와 매우 똑같았다.
"여기로 들어가시지요."
역시 비밀 통로의 방식도 똑같았다. 단지 들어가서 만나게 된 길드 요원의 얼굴만 달랐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범려 님."
"네……."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에 범려는 약간 긴장했다.
"이것이 저희가 부탁할 내용입니다."
범려는 상대방이 내민 종이를 받고 조심스럽게 그 내용을 읽었다.
-정보 길드의 부탁:엘프
정보 길드에서 얼마 전 우연치 않게 옛 엘프들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호기심은 그 끝이 없는 법. 그들이 어디 살고 있는지 찾아내라.
난이도:C
발동 조건:암흑가의 명성 1,000, 정보 길드와 중립적 관계
완료 조건:엘프들의 마을을 찾아 그들의 흔적을 가져와라 (엘프의 머리카락, 엘프의 무기).
보상:암흑가의 명성 500
"엘프?"
현 『판게아 월드』에서는 엘프가 나타나지 않았다. 유저들은 애당초 『판게아 월드』에 엘프가 없다고 생각했다.
범려는 지금 『판게아 월드』의 에피소드Ⅳ 스토리 퀘스트를 받은 것이다.
"혹시 엘프들을 어디서 발견하셨는지 아십니까?"
"저희 길드에서는 엘프를 공허의 보리스로 연결된 단절의 산맥 끝자락에서 발견했습니다. 그 뒤로 저희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해봤지만, 엘프들의 흔적을 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엘프들을 찾아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길드에서는 엘프들을 찾아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고객이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할지 모르니 미리미리 정보를 모으는 것이죠.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정보 길드에서는 이런 정보를 활용이 아닌 수집을 하고 있었다. 단순히 돈을 위해서였다.
"좋습니다. 부탁을 들어드리지요."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마친 범려는 퀘스트를 받아들이고는 술집을 나왔다.
"단절의 산맥 끝자락이라."
발견 위치가 그곳이라면 들풀 도시에서는 멀리 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산맥 끝자락이라면 공허의 보리스 지역과 맞닿아 있는 곳을 말한다.
"우선 그곳으로 가보자."
퀘스트를 받았으니 일단 말을 타고 산맥의 끝자락으로 이동했다.
단절의 산맥 주변은 몬스터가 없어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다.
"몬스터가 없어서 이상해."
범려는 항시 몬스터를 잡으면서 해골들의 레벨을 올려야 했다. 자신의 생존보다는 병사들의 생존이 우선시돼서 늘 병사들의 생명력 관리에 신경이 쏠린다.
"오랜만에 이런 여유를 즐겨 보네."
게임 안에서 간만에 느껴 보는 휴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휴식도 잠시, 그는 휴식보다는 해골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노는 것도 오랜만인데, 해골이나 더 만들어야지."
범려는 11이라는 해골 마법사의 숫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제한에 걸릴 때까지 계속 만들어야지."
길을 가면서도 해골 제작 쿨 타임이 돌아오면 바로 뼈를 꺼내 병사들을 제작했고, 그렇게 작업한 결과 해골 마법사들의 제한을 단 3일 만에 다 채워버렸다.
"제한이 20이라니, 아쉽다."
해골 마법사의 제한은 20이 한계여서 더 이상 만들 수가 없었다.
-속박(중급 0.184%)
해골 제작자에게는 병사들을 소유하고, 그들을 부릴 수 있게 해줍니다. 대신 제한된 숫자를 초과해 병사들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해골 병사 숫자 130/170
기병 40/40
마법사 20/20
마법사들만 만들어놓아서 조금 비어 있는 숫자가 보였지만, 이건 금방 채울 수 있다.
"병사 40을 채우면 되는구나."
마법사들을 채우고 나서 병사들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 중이었다. 근접 병사들로 깔아놓는다면 공격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원거리 병사들로 한다면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자로 돌아선다.
"적자가 좀 생기더라도 병사들 30을 궁수들로 채우자."
범려는 남은 병사들의 비율을 1 대 3으로 하고 근접 병사 하나에 궁수 계열의 병사 셋을 만들었다.
범려가 혼자서 병사들을 만들고 레벨을 올리는 지루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그 지루함을 달래줄 단비 같은 사람이 찾아왔다.
[형님, 기말 고사가 끝났습니다!]
[어? 취선아, 왔냐?]
[네, 형님. 아, 그리고 지금 혼자 계시죠?]
[혼자서 뼈들이랑 놀고 있다. 어서 와라. 위치는…….]
범려는 자신이 지금 단절의 산맥에 있다고 알렸고, 취선은 곧장 범려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면서 달려왔다.
"형님, 저 왔습니다."
"그, 그런데 뒤에 있는 사람이……."
"제 친누나예요. 로즈 누나."
취선이 뒤에 있는 사람을 친누나라고 소개하면서 선보이자 범려는 정신이 몽롱해졌다.
"친누나라니……."
"그동안 잘 지냈어?"
로즈는 범려에게 한 발자국 다가오더니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으윽! 저 미소! 거부할 수 없는 저 미소!'
범려의 머리는 저 미소는 거부하고 싶지만, 가슴은 저 미소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로즈는 범려에게 가까이 오더니 귀에다 대고 작게 속삭였다.
"나랑 마지막에 헤어졌을 때 기억나?"
"그때가… 말을 팔고 너무 기쁜 나머지 널……."
범려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러자 로즈가 다시 속삭였다.
"처녀를 함부로 끌어안고는 그냥 넘어갈 줄 알았어?"
"서, 설마 때리지는 않겠지?"
"아니, 안 때릴 거야. 이제는 다른 걸로 복수해야지."
"어, 어떤 복수를 하려고……."
복수를 한다는 로즈의 말에 범려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너, 초등학교 3학년 때 기억나?"
"응? 3학년 때?"
범려는 머리를 굴리며 잠시 과거를 떠올렸다.
희성이 나이가 딱 10살 때 일이었다. 그 나이 때 희성은 친구들한테 단 하루도 빠짐없이 주먹다짐을 하고 왕따처럼 놀림을 받고 있었다. 그 이유는 너무나 단순했다.
"희성아, 같이 놀자."
"아, 안 돼."
"흑흑! 희성아, 놀자."
"크윽. 알았어."
"진짜! 너무 좋아!"
"으헉! 끌어안……."
10살 때의 희성은 여자 앞에서 말을 더듬지 않았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얼레리꼴레리! 희성이랑~ 미진이랑~ 사귄대요~"
"이것들이 진짜!"
어린 나이에 희성은 놀림받는 게 무척이나 싫었다. 더군다나 이런 놀림을 받게 만든 범인이 미진이었다.
"메롱, 메롱! 희성이는~ 미진이랑~ 사귄대요!"
"다 죽었어!"
희성은 매일같이 이런 일로 또래 애들과 싸웠고, 항상 일 대 다수의 싸움을 자주 벌였기에 두들겨 맞는 쪽은 항상 희성이었다.
"으아앙! 희성이 때리지 마!"
"넌 비켜!"
미진은 울음을 터트리며 두들겨 맞는 희성을 돕기 위해 나섰지만, 오히려 땅바닥에 넘어진 것은 미진이었다.
"어! 미진아!"
미진이 땅바닥에 넘어지자 희성은 10살의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상대를 처참하게 뭉개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퍼벅! 퍽! 퍽!
10살짜리 아이는 주먹 불끈 쥐며 혼자서 일 대 다수의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에서 죽기 살기로 싸웠고, 결과는 희성의 승리였다.
"다음에 덤비면 죽을 줄 알아!"
"두, 두고 보자!"
"하나도 겁 안 나!"
희성의 얼굴은 정말 심각하게 변해 있었다. 눈은 부어 있었고, 쌍코피에, 입술은 터져서 피가 흘렀다. 땅바닥을 굴러서 흙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괘, 괜찮아?"
"걱정 마. 이런 걸로 안 죽어."
10살의 어린 소녀가 봐도 희성의 얼굴은 처참하게 망가졌지만, 걸음걸이만은 이 주변을 주름잡는 사나이의 걸음이었다.
"집에 가자."
"응."
집에 도착하자 제일 많이 놀란 사람은 희성의 부모님이었다. 겨우 10살짜리 아이의 얼굴이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던 것이다.
"어머나! 얼굴이 이게 뭐니!"
"괜찮아, 엄마. 영광의 상처야."
따악!
"아악! 머리!"
"어디서 영광의 상처를 운운하는 거냐!"
가뜩이나 온몸이 아픈데 꿀밤을 때리시는 희성의 엄마였다.
그날 이후로 그 어떤 누구도 희성을 건들지 않았다. 학교에 이미 소문이 쫙 퍼져 버린 이후였다.
"희성아, 같이 가!"
"어서 와."
그 일이 있은 이후로 희성과 미진은 더욱더 가까워졌지만, 둘의 사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왜냐면 미진이 식구들과 함께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으앙! 난 이사 안 갈래! 안 갈 거야!"
"미진아, 왜 그래! 오늘 이사 가는 날인데 왜 그렇게 떼를 쓰는 거니?"
"난 싫어! 안 가!"
"으앙! 누나!"
미진이가 이사를 안 가겠다며 떼를 쓰고 있을 때, 옆집에 살고 있던 희성이네 가족이 찾아왔다.
"미진이 엄마, 안에 있어요?"
"어머, 희성이 엄마 오셨어요?"
"이사를 간다고 하기에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보려고요."
"고마워요. 아 참, 희성이 좀 잠시 빌려도 될까요?"
"무슨 일인데요?"
"잠깐 그럴 일이 있어서요."
미진이 엄마는 딸을 설득시키기 위해 희성을 부른 것이다.
"희성아, 이 아줌마 좀 도와다오. 미진이가 이사를 가지 않으려고 해. 네가 말을 하면 잘 들으니까 이 아줌마 좀 도와주렴."
희성은 사실 아줌마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미진의 엄마는 거의 세뇌를 하듯이 희성을 설득하더니 미진에게 잘 좀 이야기하라고 부탁했다.
"알았지? 이 아줌마가 부탁할게."
"아, 알았어요."
미진이 버티고 있는 방으로 혼자 들어간 희성은 훌쩍거리고 있는 미진을 보게 되었다.
"희성아."
"헉!"
미진은 희성을 보자 풀썩 뛰어들더니 스스럼없이 희성을 끌어안았다.
"나 어떻게 해!"
희성은 자신의 품 안으로 뛰어든 미진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나 울보 미진은 자신에게 의지해왔기 때문이다.
"괜찮아. 이사를 가도 내가 널 잊지 않을 거야."
"지, 진짜?"
"그래. 난 널 죽어도 잊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도 날 잊지 마. 만약 내가 널 잊으면 날 때려도 좋아. 아니, 발로 막 차버려."
"정말 그래도 돼?"
"그래, 막 때려도 돼! 있는 힘껏 때려. 기억이 날 때까지."
희성은 자신이 기억을 못하면 힘껏 때리라면서 미진을 위로해줬다. 그러자 미진은 표정이 다시 밝아지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불안해. 내가 기억할 만한 추억을 가지고 갈 거야."
미진은 자신이 간직하고픈 추억을 가지고 싶다면서 어린 나이에 희성의 입술을 강제로 빼앗고 말았다.
"읍!"
희성은 미진의 입술이 닿는 순간 정신을 놓아버렸고,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런 희성을 향해 미진은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나 이외의 여자랑 말하면 안 돼. 알았지? 말을 걸어오면 말을 더듬어서라도 피해."
이미 정신이 나가 있는 희성의 머리에는 미진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입맞춤을 통한 충격 요법으로 인해 최면 상태에서 빠져 든 것이다. 그리고 미진의 마지막 말 한마디로 희성의 미래를, 아니 앞으로 만날 여자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여자들 앞에서 말 더듬기'가 탄생한 것이다.
"……."
"나 이제 갈게. 다음에 만날 때 절대로 나 잊으면 안 돼."
미진은 자신의 입맞춤으로 희성의 정신이 나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부모님을 따라서 서울로 이사를 가버렸고, 이후 희성은 대학생이 되어 서울에 전셋집을 얻어 생활하게 된 것이다.
범려는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입을 열었다.
"아, 그때 미진이 집에 간 것까지만 기억나는데."
범려는 미진의 입맞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서 냉혈의 아멜리아가 한 것이 첫 키스라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런데 로즈,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어떻게 알기는. 희성아, 너 나 아직도 몰라?"
"어디서인가……."
미진의 얼굴에는 이미 어릴 적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희성으로서는 지금의 미진과 과거의 미진의 얼굴에서 닮은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아무리 내 얼굴이 어릴 때와 다르다지만, 어떻게 기억을 못하니!"
퍽! 퍽!
"크악!"
범려의 두 다리를 공격한 미진은 정말 밉다는 얼굴로 범려를 노려봤다.
"쯧쯧쯧. 형님, 아직도 기억 안 나세요? 미진이 누나예요. 얼굴이 옛날에 비해서 눈부시게 바뀌기는 했지만, 형이 알고 있던 미진이 누나예요."
"…그렇게 말하는 너는… 동호?"
범려는 갑자기 머리를 쥐어짜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미진의 친동생 동호 역시 얼굴이 많이 바뀌어서 상당한 미남이 되어 있던 것이다.
"으,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려고 해."
"동호야, 너 로그아웃해."
"누나, 갑자기 뭐 때문에 로그아웃을 하라는 거야?"
"하라면 해. 무슨 잔말이 많아."
"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동호는 겨우 1살 차이밖에 안 나지만, 누나 앞에서는 두려움에 떠는 동생일 뿐이었다.
동호가 로그아웃을 하자 이내 범려와 로즈, 둘만 남게 되었다.
"희성아, 너 집에 있는 거야?"
"응, 집이야."
"알았어. 집에서 꼼짝 말고 있어."
로즈가 곧 바로 로그아웃을 해버리자 범려는 가슴이 철렁했다. 예전에 자신의 집 주소를 알려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거리상으로 그는 로즈의 집과 무척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범려에게 어떤 의미에서 살 떨리는 시간이 찾아왔다.
띵동! 띵동!
"로즈?"
"문 열어, 어서."
희성은 후줄근한 추리닝 바지에 반팔을 입은 상태로 문을 열어줬지만, 미진은 그런 추한 모습은 보지 않고 바로 희성에게 뛰어들었다.
"왜 날 기억 못하는 거야?"
"그, 그게……."
희성은 자신의 품에 뛰어든 미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여인의 향기에 머리가 띵하게 울려오는 것이다.
"난 널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는데."
"미, 미안… 읍-!"
희성의 머릿속으로 또다시 엄청난 감각이 밀려들어오면서 과거에 잃어버렸던 기억이 단숨에 회복되고 있었다.
"미진아!"
꽈악!
미진은 희성의 품에 뛰어들더니 결의에 찬 눈빛으로 희성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야.'
희성은 갑작스럽게 돌아온 기억에 혼란을 느꼈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진을 끌어안았다.
'흐흐흐! 이런 미인이 되어 돌아오다니!'
둘은 서로 다른 상상을 하면서 서로의 품에 안겨 좋아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동상이몽(同牀異夢)이었다.
"희성아, 저 캡슐 왜 저리 커?"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감정을 진정시킨 미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일반 캡슐보다 배는 커다란 캡슐이었다.
"아, 커플용 캡슐이야."
미진은 희성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저 안에서 같이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여자가 먼저 그런 말을 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같이 할래?"
"뭐?"
같이 게임을 하자는 희성의 말에, 미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같이 하자."
희성이 손을 잡아당기자, 미진은 말없이 그 손에 이끌려 게임에 접속하게 되었다.
"접속!"
캡슐은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추어진 물건이라서 6월 초의 뜨거운 날씨에 걸맞지 않게, 그 안에서는 약간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둘 다 어디 간 걸까?"
미진이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후, 취선은 홀로 게임에 접속해 어릴 적에 하던 흙장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그렇다니까."
그러던 중 눈앞에 나타난 두 사람의 모습에 취선은 인상을 찡그렸다.
'커플 탄생!'
아직 솔로인 취선으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자신의 누나를 위해서 이런 일을 벌였지만, 막상 두 사람의 얼굴을 보니 로그아웃을 하고 싶어졌다. 아니, 로그아웃할 마음을 먹었다.
"로그아웃!"
취선이 로그아웃을 해버리자, 다시금 둘만 남게 된 로즈와 범려는 오랜 시간 못 만났던 시간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고 싶었다.
"그럼 이사를 간 뒤부터 나한테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려고 그런 거야?"
"응."
로즈는 서울로 이사를 간 후로 울보의 모습을 지우고, 예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했다. 그 결과, 10년 후 지금 VJ 미진으로 활동까지 할 정도의 미모와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한동안 게임을 안 해서 레벨이 좀……."
"어쩔 수 없었어. VJ 활동이라는 게 생각보다 바쁘거든."
"내가 책임지고 레벨 올려 줄 게 따라와."
로즈의 레벨은 현재 85. 범려와 20레벨의 차이를 보였다.
범려는 이 기회에 로즈를 20레벨쯤 올려 줄 계획이다. 물론 로즈의 방송 생활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해야겠지만, 접속하는 순간 미친 듯이 레벨 업을 시켜 줄 것이다.
"매머드 던전으로 가자."
범려는 로즈를 데리고 매머드 던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기병들이 형태가 바뀌고, 더군다나 해골 마법사와 사제인 로즈가 있다. 이전과 판이하게 다른 사냥을 할 수가 있다.
"거기가 어디인데?"
"아주 좋은 곳이지."
범려는 무작정 로즈를 데리고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단절의 산맥을 지나 냉혈의 아멜리아 지역으로 진입했다.
산맥에서 길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자연의 도로시에서 냉혈의 아멜리아로 가는 방법 중에서 단시간에 지역을 넘나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두 시간 만에 왔군."
산맥을 넘는 길이 아니면 게임 시간으로 최소 7시간이 걸린다.
"뭐가 이렇게 힘들어."
로즈는 산맥을 넘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 게임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고요의 아티잔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말 타고 왔잖아."
로즈는 범려의 말에 순간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범려의 해골마를 같이 타고서 단절의 산맥을 넘은 것이다.
"내가 해골마 준다는데도 싫다면서 거부하고."
"그, 그건……."
차마 범려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 마. 얘들아, 가자!"
우르르르.
병사들을 데리고 매머드 던전에 들어가자 난이도는 역시 전쟁 난이도였지만, 전투는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빠름을 보여 줬다.
"올가미 던져!"
마법사보다 더 좋은 병과는 뭐니 뭐니 해도 망구다이들이었다. 올가미 던지기라는 사기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매머드들과 하나씩 전투를 벌이다 보니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었다.
"쓸어버려!"
개마 기병은 튼튼한 방어력을 기반으로 매머드들 앞에 서서 녀석들과 싸웠고, 로즈의 힐에 생명력을 금방금방 회복했기에 물러나거나 혹은 자리를 바꿀 필요가 없었다.
"더스틴 앞이다! 다들 전에 한번 싸워봤으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해골 병사들은 매머드 던전의 메인 보스인 백색의 더스틴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동시에 발 구르기 쿨 타임도 기억하고 있었다.
"범려, 무슨 말이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다니?"
"그건 지금 설명해줄게."
범려는 차근차근 이 메인 보스가 어떤 기술을 쓰는지 알려 주었고, 그 대처법도 설명해주었다.
"생각보다 쉽네."
"막상 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둘은 매머드 던전의 보스 공략을 시작했고, 범려의 말대로 때맞추어 점프를 하자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보스를 잡을 수 있었다.
"쉽네?"
"쉽지? 3일 정도 이곳을 다니면서 아이템 챙기자. 알겠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