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천하제일 광부들
"으아! 하루 동안 잘 쉬었다."
"형님, 그런데 어떻게 다음 날 풀려날 줄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냐고? 간단해. 이건 게임이야. 유저를 별다른 특정 이유 없이 하루가 넘게 감옥에 가둬두었다가는 게임 망해. 그리고 우리가 공짜로 게임하냐? 계정비 내고 당당하게 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취선은 그제야 범려의 말을 이해했다. 유저가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어 하는데도 유저로 하여금 억지로 게임을 못하게 막는 짓은 게임사에서 절대 안 한다는 거다.
그러니 하루가 지나면 알아서 드워프 장로 같은 사람이 올 것이고, 적당히 이야기하면 믿어주는 척하면서 풀어주는 거다.
"그러니까 죄를 안 지으면 꿇릴 게 없다."
"범려야, 이제 뭐 할 거야?"
"뭐 하다니? 여기서 퀘스트나 하면서 드워프들이랑 친해져야지."
범려는 드워프 도시에서 이들과 친밀도를 쌓으며 뭔가 하나 건져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범려야, 나도 너 따라서 가면 안 될까?"
로즈는 그와 같이 드워프 도시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찰싹 달라붙어서 애절한 눈빛으로 범려를 유혹했다.
"으윽… 눈빛이……."
"로즈야!"
"어? 언니!"
헬렌은 로즈와 범려가 같이 있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애인이 없어서 그런지 괜히 범려 커플을 따로 떼어놓은 것이다.
"나랑 다른 데로 가자."
"어, 언니……."
범려는 약간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로즈는 저 멀리 가버린 후였다.
"음, 범려야, 나도 도시를 좀 돌아다녀봐야겠다."
"어, 잘 갔다 와."
제마는 드워프들에게 뭔가 얻어낼 게 있는지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형님, 그런데 드워프 도시에서 뭘 얻으시려고 그러죠?"
"장비."
범려는 드워프들이 만드는 장비를 구하고 싶었다. 그걸 해골들에게 입힐 생각인 것이다.
"그럼 뭐부터 할까?"
드워프들에게 장비를 얻으려면 친밀도도 중요하지만, 일단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줘야 한다.
"장인들이 뭔가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겠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범려는 곧장 광장으로 걸어갔다.
"형님, 같이 가요."
취선은 범려와 함께하는 게 제일 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를 따라 움직였다.
"어디 보자, 광장에 게시판 하나 정도는 있겠지."
"형님, 게시판에서 무슨 일자리 찾으시려고요?"
"비슷해. 특히 광산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광산이라면 여기 있네요."
-철광산 광부 구함
몸 튼튼하고 힘 좋은 광부 구함
하루 일당:1골드
"철광산 아주 좋은데. 하루 일당도 괜찮고."
"형님, 근데 저희 둘이서 일해 봤자 하루 2골드밖에 안 되는데요."
"취선아, 내가 혼자냐?"
"그럼 혼자죠, 둘이에요?"
"왜 해골들은 빼먹어."
취선은 해골이라는 소리를 듣자 손으로 이마를 탁 치며
'아!'
하고 소리쳤다.
"해골들 숫자가 정확히 170인데, 거기서 힘없는 마법사 20명 빼도 150명이거든. 계산해봐라."
"하루에 150골드!"
취선은 범려가 이렇게 돈을 쉽게 벌 줄은 몰랐다. 단순 광부 일을 하는 것뿐인데 150골드라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가자, 광산으로."
"네! 형님!"
취선은 힘차게 대답하면서 범려를 따라 광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향한 곳에는 광산에서 일할 사람을 뽑을 면접관이 대기하고 있었다.
"광부를 뽑는다기에 왔습니다."
"우리 광산은 체력이 빈약한 인간은 안 뽑아."
드워프 면접관이 비리비리한 인간은 죽어도 뽑지 않겠다면서 엄포를 놓자, 취선이 앞으로 나오더니 면접관 앞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힘이라면 지지 않을 자신 있는데, 저랑 팔씨름 한판 어떨까요?"
"으하하하! 드워프를 상대로 힘을 겨루려고 하다니! 내 네놈의 콧대를 단단히 꺾어주마."
면접관은 호쾌하게 웃으면서, 오크 술통을 하나 가져오더니 팔씨름을 할 장소를 만들었다.
"덤벼라, 애송이! 너 같은 인간 100명이 덤빈다고 해도 거뜬하게 물리쳐 주마."
"그 말 후회하게 만들어드리죠."
"하하하! 어디 한번 그래봐라."
취선과 드워프 면접관은 각자 손을 잡더니 서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심판은 제가 보지요."
범려가 심판을 보겠다며 나섰지만, 취선과 면접관은 누가 심판을 보든 상관이 없었다. 눈앞에 있는 상대방을 힘으로 꺾어버릴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
"흣!"
"으!"
시작과 동시에 둘 다 힘을 줘서 상대를 단숨에 끝장내려고 했는데, 힘이 막상막하인지라 다들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고정되어 있었다.
'이 드워프 힘이 장난이 아니잖아!'
'애송이 힘이……!'
둘 다 상대의 힘에 놀라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이봐, 애송이! 힘깨나 쓰는군."
"드워프 아저씨도 좀 하는데요."
광산에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졸지에 팔씨름이나 하고 있으니, 범려는 작은 한숨을 쉬면서 둘을 지켜보았다.
둘의 힘이 호각이다 보니 슬슬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저씨, 머리에 땀방울이 맺히는데요."
"애송이, 넌 땀이 줄줄 흐르는구나."
서로 지기는 싫은지 계속해서 신경전을 펼쳤고, 여전히 팔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넘어가지 않고 있었다.
"하암! 이거 언제 끝나지?"
옆에서 지켜보던 범려는 이 시합이 지루한지 하품을 하면서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벌써 팔에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다니! 겨우 인간 따위에 내가!'
'크윽! 이 아저씨 아직도 버티고 있다니! 팔에서 힘이 슬슬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둘 다 같은 시기에 힘이 빠져서 이제는 버티기도 힘든 상황인데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힘을 짜내서 상대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애송이… 그만 포기하는 게 어떠냐."
"그 말 그대로 돌려 드리지요."
취선은 팔에 힘은 빠졌지만, 눈빛만큼은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애… 송이……! 내가……! 크윽!"
드워프 면접관은 팔에 힘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무너져 내렸다. 취선도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어서 아주 힘겹게 드워프 면접관을 꺾은 것이다.
"이, 이겼다."
둘 다 팔이 축 처져서는, 오늘 하루는 일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크윽! 애송이 내일 일을 나와라.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보고 싶구나. 그 옆에 있는 인간도 오고."
"그럼 내일부터 나오죠, 아저씨."
취선 덕분에 범려도 같이 광산에서 일하게 되었다. 내일 아침 일찍 와서 면접관을 만나 광산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다음 날, 일을 하기 위해 찾아온 취선과 범려를 면접관은 반갑게 맞이했다.
"으하하! 그럼 두 사람만 광산에서 일을 할 거지?"
"아, 눈에 보이는 이 둘만이 아니라, 저기 보이는 것들도 같이 일을 할 겁니다."
"헛! 해골!"
범려의 뒤를 따라온 해골들은 무장을 해제한 상태여서 드워프들에게 별다른 위협적인 인상을 주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거부 반응은 있었다.
"자네가 그 회색의 전승자인가?"
"그렇습니다. 해골들과 같이 일을 했으면 하구요. 임금도 똑같이 주셨으면 합니다."
"으음."
면접관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범려와 해골들을 번갈아봤다.
"해골들이 다른 드워프들이 일하는 데 방해가 안 되게 해주면 그렇게 하지."
"문제없습니다. 해골들은 제 명령이 아니면 그 누구도 손대지 않습니다."
"좋아. 그럼 광산에서 일하는 것을 허락하지. 그래도 해골들을 보면 광부들이 꺼려할지 모르니, 인부들을 재배치해서 자네가 일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어주지."
"감사합니다."
드워프 면접관의 배려로 드워프들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해골들과 같이 광부 일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일을 하면 될 거야. 그리고 일을 지도해줄 친구를 하나 붙여 주지. 바론이라고 하는데, 30년째 광부 일만 해온 친구라네."
"바론이라고 하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나누고 나자 바론은 어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범려에게 어디를 파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지시를 내려 주었다.
"자, 어서 일들 하게."
"네."
그렇게 다 같이 어두운 광산에서 곡괭이질을 하며 철광석을 파내기 시작했다.
"으랏차!"
쿵! 쿵!
채굴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단순했는데, 광석의 주성분이 철이라서 안으로 깊이 파고들 수가 없었다.
"오전 내내 곡괭이질만 했는데도 얼마 파지도 못했네."
"하하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철광석을 이만큼 파냈으면 드워프 광부들도 놀랄 만한 실력이야."
바론은 범려와 취선, 그리고 해골들을 칭찬했지만, 처음 광부 일을 하는 이들은 막연하게
'그렇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이대로 간다면 상당한 양의 철광석을 캘 수 있을 거야."
"원래 한 사람당 광석을 얼마나 캐나요?"
"하루에 30킬로그램이 못 되지."
범려는 예상보다 적은 양이라고 생각하고는 돈을 벌면 그걸 철로 바꾸려고 계획을 세웠다.
제마가 철을 미스릴로 변환시키는 게 가능하니 많은 양의 철을 한꺼번에 바꿀 계획인 것이다.
"혹시 여기서 철을 구입할 수 없을까요?"
"철을 구입해? 광산에서는 제철소 일도 겸업하고 있어서 철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하지만 무슨 일로 철을 구하려고 하지? 보아하니 대장장이 일을 배운 것 같지도 않은데."
"대장장이 일보다는 저 해골들에게 장비를 만들어주실 장인을 찾거든요."
범려의 말에 주변에 있는 해골들을 스윽 둘러본 바론의 표정이 좀 바뀌었다.
"저 해골들에게 줄 건가? 보기에는 아무런 능력도 없어 보이는 녀석들인데."
"무장을 하지 않아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요. 원래 해골들은 병사예요."
"병사?"
바론은 병사라는 말에 놀라는 눈빛을 보였다. 지금 해골들은 앙상한 뼈다귀에 곡괭이 하나 들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무장을 하면 훌륭한 병사로 변모하게 된다.
"병사들이라면 무기가 필요하겠지."
"병사들에게 좋은 무기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런 물건은 어디 가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래서 이곳에서 대장장이를 찾는 거군."
바론은 범려의 말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건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드워프만큼 뛰어난 재주를 발휘하는 종족도 드물다.
"그렇다면 아직 해골들에게 무장을 해줄 대장장이를 만나지 못한 거로군."
범려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하자, 바론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내가 그런 대장장이를 한 명 소개시켜 주지. 뭐, 그래봤자 내 동생이니까."
"가, 감사합니다."
범려는 직접 장인들을 찾아가 고생 고생해서 그들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아는 이를 통해 좀 더 편하게 부탁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이제 일을 다시 시작해볼까?"
일을 다시 하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난 바론은 곡괭이를 집어 들었고 그 뒤를 이어 범려와 취선이 움직였다. 해골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광석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캉! 캉! 캉!
"이 단단한 것들아! 부서져라!"
범려는 미친 듯이 곡괭이질을 하며 철광석을 캤지만 점점 몸에 힘이 빠지면서 지쳐 갔다.
"크윽! 이거 무지하게 단단하네."
"하하하! 철광석이 단단한 건 당연하지."
"차라리 이걸 써볼까?"
범려는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져 있는 섬전의 창을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창은 곡괭이처럼 땅을 파는 도구가 아니라 잘못하면 창날이 손상될 수도 있었다.
"아, 이것들이 너무 단단해서 안 파진다. 딱 한 번만 써보자."
결국 섬전의 창을 꺼낸 범려는 그것으로 눈앞에 있는 광석들을 다 캐낼 작정이었다.
"창에는 환영섬(幻影閃) 기술도 있고 하니 어쩌면 될지도 몰라."
활을 만질 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을 집중하니 일순간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환영섬!"
섬전의 창이 수십 가닥으로 갈라지는 듯한 그림을 연출하더니 철광석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쾅!
"뭐, 뭐야? 갱도가 무너진 건가?"
폭음이 들려온 방향으로 취선과 바론이 급하게 다가왔다. 그들의 눈에 비친 곳은 자욱한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범려 형님!"
취선이 큰 소리로 불렀지만, 그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형님!"
"안 돼! 기다려! 다른 곳이 무너질 수도 있어! 어설프게 움직이면 우리 둘 다 죽어!"
바론은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혹시 다른 곳도 무너지지 않을까 주의하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른 곳은 멀쩡하기만 했다.
"으하하하! 성공이야!"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 안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와, 취선과 바론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휴! 이런, 흙먼지 제대로 뒤집어쓰네."
범려가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며 바깥으로 나오자 취선이 큰 소리로 범려를 불렀다.
"형님!"
"왜 그래, 취선아?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니요."
너무 멀쩡하게 걸어 나오는 범려의 모습에 취선은 할 말을 잃었다.
"자네, 저 안에서 무슨 일을 벌인 건가?"
"아, 철광석을 캐는 게 너무 더뎌서 그냥 창으로 한번 쑤셔 줬어요."
"창으로?"
범려의 말에 흙먼지를 헤치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 살펴본 바론은 경악하고 말았다.
"어떻게……."
범려가 파놓은 자리에는 엄청나게 많은 철광석들이 널려 있었다. 이 정도 수준이면 혼자서 거의 3명분의 몫을 한 거나 다름이 없을 정도였다.
"아, 그런데 마나 소모가 엄청난 스킬이네."
마나를 한 번에 800이나 잡아먹는 스킬이다. 현재 범려가 가지고 있는 마나로 스킬을 사용한다면 많아봐야 5번을 넘지 못한다.
"대신 효과는 최강이군."
범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섬전의 창을 바라봤다.
무슨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건인지는 모르지만, 철광석들을 향해 창을 내지를 때 창날이 손상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창은 멀쩡했다.
"형님, 어떻게 한 거예요?"
"창으로 한번 뚫어봤다."
"창으로요?"
창으로 광석을 캤다는 말에 취선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일반적으로 창은 몬스터나 잡을 때 쓰지, 광석을 캘 때는 쓰지 않는다.
"너도 한번 해봐. 그 천공의 도끼인가 하는 걸로. 그럼 철광석이 우수수 나올 거야."
"형님, 저는 그런 짓 안 합니다. 위험하잖아요. 그냥 곡괭이 들고 팔래요."
취선은 이런 일로 죽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곡괭이를 들고 열심히 파나갔고, 범려는 환영섬의 쿨 타임이 2분이라서 그걸 기다렸다가 터트리기를 반복했다.
"으! 스킬은 좋은데 마나를 너무 많이 소모해……."
딱 10분 만에 범려의 마나가 환영섬을 쓰는 데 사라졌지만, 덕분에 혼자서 철광석 150킬로그램을 캘 수 있었다.
"형님, 너무 심하게 일하시는 거 아니에요? 여기 일당 겨우 1골드밖에 안 되는데."
"후후후! 이제 그만 할 거야. 이 이상 캔다고 해도 돈이 늘어나는 건 아니니까."
"쳇!"
범려가 창을 이용해서 한 번에 드워프들이 캐내는 철광석의 양을 뛰어넘어 하루 할당량을 채워버리자, 취선은 질투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난 저쪽에 가서 잠시 쉬어볼까."
흙먼지가 날리지 않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범려의 폼을 보니, 난 오늘 할 거 다 했으니 놀겠다는 의지의 표명 같았다.
"에잇! 나도 곡괭이 버리고!"
취선도 인벤토리에 있는 천공의 도끼를 꺼내들더니 결의에 찬 눈빛을 했다.
"후! 태풍 몰아치기!"
후우웅! 쾅!
범려와 마찬가지로 취선도 요란한 소리와 함께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켰고, 곧 그쪽에서도 환호성이 들려왔다.
"된다!"
취선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강의 스킬을 써서 철광석을 캐냈고, 몇 분 만에 모든 마나를 다 소모하고는 범려가 있는 곳으로 왔다.
"후! 다 했다."
"너도 끝났냐?"
"네."
두 사람은 조용히 바닥에 앉아서 철광석을 실어갈 광산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요란한 소리가 들려서 달려와 봤더니, 취선 자네도 광석을 저만큼이나 캐낸 건가?"
"네. 그것 때문에 진짜 힘들었어요."
취선은 범려와 비슷한 수준으로 광석을 캐냈다.
"허허! 이런. 아직 하루 반나절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저만큼이나 캐다니."
두 사람이 캐낸 철광석을 보자니 바론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제 놀아도 되죠?"
"알아서 하게나. 저만큼이나 캤으면 솔직히 나로서도 할 말이 없네."
취선과 범려는 바론이 와서 일이 끝났다고 말할 때까지 한쪽 구석에서 놀았다.
"형님, 여기 있는 동안 계속 광산 일을 하실 거예요?"
"아니. 철을 얻고 나면 안 할 거야."
"철이 얼마나 필요한데요?"
"한 1톤 정도."
1톤 정도면 해골들 무구 만드는 데 차고 넘칠 만한 양이다.
"와! 많다."
"아니, 많지 않아. 개마 기병한테 갑옷하고 마갑, 무기들을 전부 다 해주면 그놈 혼자 기본 60킬로그램의 철을 소비해."
"헛! 그렇게나 많이."
"어차피 나는 철을 좀 구해서 그걸 제마한테 부탁해 미스릴로 다 바꿀 거야. 정령석도 만들어서 얻어내고 말이지."
취선은 미스릴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범려에게 다시 물었다.
"혀, 형님, 미스릴이라고요? 제마 님이 미스릴을 만드나요?"
"응. 어떻게 미스릴을 만들 수 있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해."
"저도 그 미스릴을 얻을 수 없을까요? 요즘 방어구가 무거워지는 것 같아서……."
취선은 미스릴로 만든 방어구를 입고 싶었다. 그것도 풀 세트로 말이다.
"내가 제마한테 부탁해보지."
"감사합니다, 형님!"
"너도 미스릴이 탐나는 모양이구나."
"헤헤헤!"
취선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뭐, 상관없겠지. 미스릴로 만든 무구는 누구나 다 원하는 물건이니까."
"이보게, 자네들!"
바론이 범려와 취선을 불렀다.
"무슨 일이신가요?"
"오늘 일이 끝나서 하루 일당을 지급하러 왔지. 자, 받게나."
범려는 하루 품삯을 151골드나 받았다. 마법사들은 빼고 나머지 인원을 포함한 금액이었다.
"하! 적다, 적어. 사냥하면서 벌어들이는 금액이 더 많겠다."
"하하하! 취선아, 1골드 받았다고 해서 그러는 거냐? 그 정도면 많이 받은 거지. 나 봐라. 150골드를 벌어도 해골들 장비 준비해주면 남는 돈 없어."
"그래도 형님은 많이 받았잖아요. 저는 겨우 1골드… 암담하네요."
취선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에 투덜거렸다. 녀석의 성격상 1골드에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넌 다른 일을 해보는 건 어때? 보니까 철 말고도 돈을 많이 버는 일자리는 많던데. 3골드짜리도 있었을 걸."
"진짜요? 그럼 내일부터 나가봐야겠네."
취선은 1골드 광부 일보다는 3골드나 주는 다른 일을 알아보기로 했고, 범려도 그걸 추천해주었다.
"형님은 광부 일 계속하실 거예요?"
"철을 어느 정도 구할 때까지는 여기서 일할 거야."
범려는 철을 구하기 위해 광산에 취직을 한 거지,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다른 곳에 일자리를 구했을 것이다.
취선은 다음 날부터 범려를 따라 광산 일을 하기보다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러 움직였다.
"오늘은 자네 혼자뿐이군."
"하하하! 녀석이 광산 일이 체질에 맞지 않는지 다른 일을 찾으러 갔어요."
"뭐, 상관없지. 어차피 자네만 있으면 일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으니까."
범려의 해골들 때문에 철광석 생산량이 상당히 증가했다. 그러니 취선 한 사람 빠졌다고 해서 별다른 타격은 없다.
"바론 님, 일하기 전에 질문이 있는데요."
"뭔가?"
"철을 1톤 정도 구입하려는데, 얼마면 될까요?"
"1톤? 해골들 무구를 만드는 데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건가?"
바론은 어제 해골들이 병사라는 소리를 들어서 대충 감은 잡고 있었지만, 1톤이라는 소리를 듣자 내심 크게 놀랐다.
"그 정도는 필요합니다."
"음, 오늘 일이 끝나면 나와 같이 제철소로 가지. 상당히 많은 양의 철을 요구하니 거기로 가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일을 시작하게. 일이 끝나면 내가 바로 찾아오지."
일을 시작한 범려는 곡괭이를 들지 않고 창을 들더니 섬전의 창에 기록되어 있는 고유 스킬을 발동시켰다.
"환영섬!"
수십 개의 창의 환영이 생겨나더니 철광석이 있는 곳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자 범려의 눈앞에 수많은 광석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후! 곡괭이보다 이게 더 빠르다니까."
범려는 환영섬의 쿨 타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스킬을 시전하며 마나를 고갈시켰다.
"철광석이 발밑에 수북하게 쌓여 있네."
철걱철걱.
광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갱도 열차가 철광석을 바깥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해골들아, 열차가 왔다. 광석을 실어라!"
범려는 갱도 열차가 오자 바로 철광석을 삽으로 실어 상당량을 채웠다. 다른 해골들이 캐낸 것까지 실으니 열차 하나가 가득하게 채워졌다.
갱도 열차가 철광석을 한가득 싣고서 느릿느릿하게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자 범려는 한편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 철광석들이 순수한 철로 바뀐다, 이거지."
범려는 정령석을 주고 미스릴을 구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제마가 철을 구입해야 한다. 이곳 철을 다시 구입해야 하니 그건 친구를 번거롭게 하는 짓이라, 범려 자신이 직접 철을 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마나를 다시 회복해볼까."
해골들이 열심히 광석을 캐고 있는 동안, 범려는 자리에 앉아서 마나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마나가 4,000이 넘기 때문에 빠른 회복을 하려면 물약을 마셔야 하지만, 마나 물약은 개당 1골드가 넘어가서 좀 비싸다.
범려는 그렇게 마나를 회복하면 광석을 캐고, 다시 갱도 열차가 오면 광석을 담기를 반복하면서 하루 일과를 보내게 되었다.
"끝났다!"
하루 일이 끝나자 범려는 팔을 활짝 벌리면서 고된 일과가 끝났음을 좋아했다.
"범려 군, 오늘 일이 끝났으니 나와 함께 제철소로 가지."
"네."
때마침 바론이 범려를 찾아왔다.
"그런데 제철소는 어디 있나요? 근처에 있다고 들었지만, 그 비슷한 것도 보지 못했거든요."
"아하하! 제철소는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곳에 만들어져 있어서 그렇지. 날 따라오게."
범려는 바론을 따라 제철소로 발걸음을 옮겼고, 해골들은 광산 바깥에 적당한 자리를 잡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이 제철소지."
제철소는 광산에서 상당히 가깝게 자리해 있었다. 여러 드워프들이 그곳에서 철광석을 녹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철을 뽑아내고 있었다.
"으아! 뜨겁다."
철을 녹이는 용광로가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상당한 열기가 느껴져, 범려는 사우나에 들어온 것보다 더 심한 열기를 느껴야 했다.
"하하하! 이 정도 열기에 뜨겁다고 하다니. 자네 몸이 상당히 허약하구만. 드워프들은 이 정도 열기에 끄떡도 하지 않는다네."
"……."
범려는 중학교 때부터 활을 다루며 몸을 단련해왔다. 그 덕에 남들과 비교해서 월등히 건강하다고 자부해왔다. 그런데 허약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약간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제철소에서 철을 팔기는 파나요?"
"팔지. 소량을 팔지는 않고 최소 1톤 정도는 돼야 파니까. 다행히 자네가 사려고 하는 양이 1톤이니까 이야기는 쉬울 거야."
다행히 범려가 구입해야 하는 철의 양이 1톤 정도니까 구입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가격은 얼마나 할까요?"
"글쎄,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 대신 제철소에서는 철을 싸게 파니까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거야."
범려는 철을 싸게 판다는 말을 별로 믿지 않았다. 광산에서 일하는 인건비가 1골드이니 제철소에서 아무리 싸게 값을 후려친다고 해도 2골드 정도 예상해야 한다.
'사람들이 파는 가격보다는 상당히 비싸게 사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인간들이 사는 도시에서 파는 철은 이것보다 몇 단계 아래 가격이다. 동시에 철의 질이 상당히 떨어지기도 하다.
"안녕하신가."
"아니, 이게 누구야? 바론 아닌가. 광산에서 일만 하는 일벌레가 이곳에는 어쩐 일인가?"
"하하하! 캐론, 다름이 아니고 철을 좀 사고 싶다는 친구가 있어서 말이야. 소개를 해주려고 왔네."
"철을 산다고? 여기서는 소량을 팔지 않는 거 자네도 알고 있을 텐데."
"이제부터는 제가 말하지요."
바론 옆에 있던 범려가 끼어들면서 앞으로 나서자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모아졌다.
"그래, 얼마나 철을 살 작정이지?"
"1톤입니다."
"그렇게나 많이 사서 뭐 하려는 건가? 그 정도 양이면 웬만한 군대를 무장시켜도 될 정도의 양이네."
"제 병사들을 무장시키기 위해 필요합니다."
"병사?"
범려가 해골 병사들에 관해 이야기하자, 바론의 옆에 있던 캐론은 며칠 전 언데드들이 드워프 도시에 왔다가 잠시 감옥에 갇혀 있다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혹시 자네가 해골들을 끌고 왔다는 그 해골 제작자인가?"
"맞습니다. 바깥에 제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지요."
"음, 좋아. 철을 팔도록 하지. 2천 골드네."
"여기 있습니다."
2천 골드가 범려의 주머니에서 너무나 쉽게 나오자 캐론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 친구 보기와는 다르게 통이 크군."
캐론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그 돈을 받았다.
"잠시만 기다리게. 내가 물건을 준비하지."
"이보게, 캐론, 물건은 최상의 품질로 준비해주면 좋겠는데."
"하하하! 바론, 걱정 말게. 내가 누군가. 최상급 품질의 철을 준비시키지. 날 따라오게."
캐론은 자신을 따라오라며 손짓을 했고, 범려는 그를 따라서 바깥으로 나왔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게. 내가 철을 금방 가져오지."
캐론이 어디론가 바쁘게 달려가더니 한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범려는 5개의 마차에 철이 한가득 실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드워프 도시에서도 최고로 쳐주는 최상급 철이라네."
"음,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내 바론 이 친구의 얼굴을 봐서 특별히 준비한 철이네."
범려는 해골마를 이용해 철이 실린 마차를 끌고 가버렸다. 덕분에 돈이 소비되기는 했지만, 이 철은 미스릴로 바뀔 운명이었다.
"어서 제마를 찾아야지."
철을 미스릴로 바꾸기 위해 범려가 제마를 찾던 그 시각, 제마는 혼자서 드워프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연금술에 관한 내용을 캐묻고 있었다.
"혹시 연금술을 가르쳐 주는 곳을 아십니까?"
"연금술? 난 잘 모르겠는데. 저기 보이는 저 집에 한번 가보게."
"네, 감사합니다."
혼자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드워프 도시에는 연금술에 관한 내용이 상당히 부족한 편이었다.
오히려 대장장이 기술이나, 무슨 제작 기술에 관련해서는 상당히 뛰어났지만, 연금술 쪽은 별로 소득이 없는 도시였다.
"후! 이거 연금술과 관련해서는 뭔가 얻을 게 없네."
혹시나 새로운 연금술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는데, 드워프 도시는 연금술에 관해서는 상당히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제마야!"
"음? 이 목소리는… 범려?"
덜그럭덜그럭.
해골들이 무거운 철을 질질 끌면서 도시를 누비고 다니는 상황에 제마가 범려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부르는 거야? 귓속말을 해도 될 걸 가지고."
"아, 그것보다 이 철을 미스릴로 변환 좀 해주라."
"미스릴?"
범려가 철이 담겨 있는 수레를 가리키자 제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많은 철들은 어디서 난 거냐?"
"돈 주고 샀다."
"너 돈 많다?"
"내가 무슨 돈이 많다고. 얼마 안 남은 자금 먼지 나도록 털어서 산 거야. 원래는 광산에서 철광석을 더 캐서 구하려고 했는데, 그냥 샀다."
범려의 말을 듣고는 수레에 실려 있는 철을 유심히 바라보던 제마의 두 눈에서 이채가 발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고급 철인데? 변환을 해도 부피는 크게 줄어들지 않겠어."
"부피?"
"응. 철의 순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미스릴로 변환했을 때 부피의 변화가 적어."
한마디로 철의 순도가 높으면 그 부피 그대로 가고, 순도가 낮으면 낮은 만큼 그 부피가 줄어든다는 소리다.
"진짜? 난 몰랐던 사실인데."
"당연하지. 순도 높은 철은 상당히 구하기가 힘들어. 그런데 지금 당장 미스릴이 필요해?"
"응. 최대한 빨리 이걸 미스릴로 바꿔줄 수 있어?"
"내일 하루 종일 변환한다면 가능해. 그런데 변환하는 것도 상당히 고된 작업이라서 말이야."
"알았어. 수고비로 정령석 30개 준다."
"참 야박한 녀석이로군. 50개로 해주면 안 되겠니?"
제마가 손가락 5개를 펴면서 말하자 범려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50개! 그 정도야 간단하지."
"좋아. 다 변환하는 대로 연락할게."
범려는 제마에게 수레를 넘겨주더니 숙소로 돌아왔다. 해골들에게는 제마 옆을 지키고 있다가 미스릴로 모두 다 변환하면 가져오도록 명령을 내려놓았다.
"아, 이제 기다리는 것만 남았나."
범려는 숙소로 돌아와 혼자서 습사(習射)를 했다.
그렇게 습사를 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아주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범려야, 나 왔어!"
"로즈야!"
로즈는 범려의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달려오더니 품속으로 풀쩍 뛰어들었다.
"으악!"
너무나 무섭게 육탄 돌격을 해오는 바람에 범려는 또다시 뒤로 넘어져 버렸지만, 로즈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범려의 품에서 떠날 줄 몰랐다.
'좀 살살하지…….'
품에 안긴 로즈는 좋았지만, 등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그리 좋지 못했다.
"범려야, 나 어디 갔다 온 줄 알아?"
"어디 갔다 왔는데?"
"드워프들이 있는 신전에 가서 봉사 활동을 좀 했는데, 신성 마법 하나를 가르쳐 주더라."
"진짜? 무슨 마법인데?"
"천사의 축복 버프 마법이야."
"어떤 버프야?"
"잠시만."
로즈가 자리에서 일어나 버프를 시전하자, 범려의 머리 위로 빛이 내려오면서 메시지가 하나 떴다.
-용맹 상태가 부여됩니다. 보스 몬스터로 분류된 몬스터에게 5%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30분 동안 지속됩니다.
"헉! 무슨 버프가……."
버프 내용을 보니 완전 보스 전용으로 사용되는 것 같았다. 던전에서나 주로 사용될 만한 버프였다.
"어때? 비록 보스한테만 통하는 버프지만, 쓸 만하지 않을까?"
"괜찮지. 던전 가면 항상 보스 잡을 때마다 고생하는데."
보스한테만 전문적으로 통하는 버프라……. 평상시에는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것임은 확실하다.
"나중에 드워프들에게 물어서 여기서 제일 가까운 던전 같은 곳을 물색해봐야지."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드워프 도시는 아직 인적이 드문 곳. 미발견 던전 같은 곳이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