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48화 (48/80)

제8장. 해적과 해골들

한순간에 해태 길드의 간부로 등록이 되자, 범려가 궁귀를 바라보았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거라. 내 수제자가 길드의 간부가 아니면 누가 그 자리를 맡을 것이냐."

"하지만 전 이 일이 끝나고 탈퇴할 건데……."

"후후후, 누구 마음대로 탈퇴를 하려느냐."

범려는 궁귀의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일이 틀어졌음을 느꼈다.

"역시 스승님, 제자를 이런 식으로 묶어두시다니 너무하십니다."

"보아하니 네 옆에 2명의 예쁜 아가씨도 있고, 얼굴은 곱상하나 당차게 생긴 사내자식도 보이던데."

궁귀는 범려를 이용해 그와 관련된 인맥들을 모조리 흡수할 생각이었지만, 게임 내에서 생각보다 인간관계가 좁았던 그였기에 흡수하려고 해도 몇 명 되지 않았다.

"이 제자, 인간관계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상관없다. 단 한 사람이라도 유능한 인재면 된다."

궁귀의 사람 보는 눈은 보통이 아니었다. 때문에 로즈 남매와 헬렌을 길드에 끌어들이고 싶은지 범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은 것이다.

"그리고 제마는 혹시 재성이 아니냐?"

"맞습니다. 암울한 연금술사지요."

범려가 제마의 직업을 말하자 궁귀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연금술사는 키우기 어렵고 직접 전투에 참여 불가능한 데다 고생길이 훤한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놈 얼굴을 봐서는 고생할 녀석이 아닌데, 용케 그 어렵다는 연금술사를 아직도 하고 있구나."

"네."

동시에 『판게아 월드』에서 알려지지 않은 부자로서, 지금도 조선소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천문학적으로 기록되고 있을 것이었다.

"뭐, 힘든 연금술사는 길드에 가입해도 전력에서 제외되니까 빼고."

궁귀는 제마를 길드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보지 않았지만, 만약 범려가 길드를 세운다면 반드시 그를 끌어들여 길드의 자금을 급격하게 불려 나갔을 것이다.

'제마는 전력에서 제외시켜 버리네. 그래도 포션 같은 건 필요할 텐데.'

"스승님, 제마를 길드에 등록시키는 것은 안 하셔도 되지만 녀석의 직업이 연금술사라 각종 포션들을 제작 가능합니다. 재료비만 잘 챙겨 준다면 며칠 안에 엄청난 양의 포션을 제조해올 것입니다."

"음, 연금술사가 포션을 만드는 직업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구나."

궁귀는 연금술사가 키우기 어렵고 암울하다고만 들었지, 정작 무슨 장단점이 있는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 제마를 데려와라.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

범려가 궁귀의 말을 전하자 제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제마야, 스승님이 너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신다."

"정말? 평소에는 너 말고 다른 사람 별로 안 찾잖아."

"네가 만든 포션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으신 것 같던데?"

"포션?

제마는 포션이라는 말에 대충 짐작 가는 부분이라도 있는지 느긋한 걸음으로 궁귀가 있는 곳에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이다, 제마야. 그동안 연금술사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힘들게 지냈다고 하더구나."

"네, 조금 그런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포션을 만들어 팔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제마가 일부러 포션 이야기를 꺼내자, 궁귀는 그것을 왕창 사들일 생각을 했다.

"내가 널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포션을 구하기 위해서다. 네 직업이 연금술사라고 했으니, 좋은 포션이 있으면 내가 길드 차원에서 어느 정도 구입하려고 한다."

"아,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싸게 해드려야지요. 아니, 그냥 재료비만 주시면 제가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제마가 재료비만 주면 포션을 만들어주겠다고 하자 궁귀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허허허,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그럼 필요한 포션의 개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일단 인원이 100이 넘으니 생명력 포션은 개인당 최소 30개 정도는 줘야겠지."

"제가 알기로는 우산 길드와 전쟁을 하시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당 100개는 있어야 합니다."

궁귀는 생명력 포션이 개인당 100개는 들어야 한다고 하자, 살짝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많이 필요할까?"

"우산 길드는 길드 랭킹 15위인 길드입니다. 거기다 단순히 힘으로만 따진다면 랭킹 2위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솔직히 100개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제마는 우산 길드의 위험성을 피력하고 반드시 포션 100개를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너의 말대로 하마. 개인당 생명력 포션 100개를 지급할 수 있게 준비해라."

"그럼 돈은 어떻게 보내주실 겁니까?"

"범려를 통해서 주겠다. 일단 제작을 시작해라."

"네."

제마는 궁귀에게서 떨어져 나와 범려가 있는 곳으로 갔다.

"범려야, 난 포션 만들러 다시 돌아가야겠다. 재료비는 스승님이 너를 통해 보내주신다고 했다."

"그래? 알았다. 돈을 받으면 바로 달려가지."

"그리고 돈 가져올 때 정령석 천 개도 꼭 가져와라."

"그런 건 좀 잊어먹지……."

범려는 정령석 1천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심심하고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하기에 표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절대로 안 잊어먹으니까 반드시 가져와라."

제마는 범려의 투덜거림을 되받아치면서 웃었다.

이곳에 올 때 작은 배를 타고 온 제마는 갈 때도 마찬가지로 작은 배를 타고 돌아갔다.

그가 돌아간 뒤에도 남은 사람들은 반복 퀘스트를 계속했는데, 어찌 됐든 레벨이 올라가는 소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소리였다.

"우하하! 200레벨이다!"

200이 안 되던 사람들은 200을 달성했고, 범려는 그동안 해온 것도 있어선지 224레벨이 되었다.

"음, 나도 레벨이 224가 됐구나."

이름:범려 레벨:224 성향:무(無) 직업:해골 제작자

칭호:엘프의 영웅

생명력:10,023 마나:6,490

힘:130(+50) 민첩성:335(+120) 지능:108(+60)

정신력:70(+80) 체력:180(+110)

공격력:4,323 방어력:3,403

마법 공격력:30 마법 방어력:1,724

스탯 포인트:0

암흑가의 명성:1,502

명성:5,000

범려는 자신이 여기까지 캐릭터를 키웠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뿌듯해졌다.

'크, 여기까지 키우는 데 고난의 연속이었다. 해골들이 경험치를 강탈해 남들보다 몇 배나 사냥해야 했으며, 해골들 한 녀석이라도 죽지 않게 긴장해야 했던 매순간들.'

혼자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데, 해골 부장들이 달려와서는 긴급 보고를 올렸다.

"장군님, 해적들이 나타났습니다."

"해적?"

"예. 아직은 거리가 있지만 10분 뒤에는 해적들과 전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범려는 이 사실을 궁귀에게 알렸다.

"뭐? 해적? 나도 때마침 레벨 200을 달성했는데. 협회 사람들의 사기도 높여야 하고, 유저들 간의 해상 전투 경험도 필요했는데 잘됐구나."

궁귀는 해적의 출몰을 아주 고마워했다.

반대로 범려는 지금 나타난 해적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이곳은 대륙에서 꽤나 먼 지역의 바다다. 저것들이 유저들이 많은 곳을 놔두고 이곳으로 그냥 나올 리는 없을 텐데.'

해적들은 말 그대로 다른 유저들을 공격해 배를 강탈하는 자들이다.

'유저들이 다들 먼 바다로 여행을 떠나 이것들도 나온 거냐, 아니면 누구한테 쫓겨서 먼 바다로 나온 거냐. 구분이 안 가는군.'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범려는 일단 저들을 물리치고 유저 하나를 잡아서 물어보는 게 빠를 거라 여겼다.

"전투 준비! 해적들이 오고 있다!"

"빨리빨리 움직여!"

협회 사람들과 해골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해적들을 맞이할 만반의 태세를 구축했다.

"준비 완료!"

"잘했다, 부장. 녀석들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거침없이 발리스타를 이용해 공격해라."

"알겠습니다, 장군님."

해골 부장들은 범려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면서 해적들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고, 스승인 궁귀는 조심스럽게 범려가 타고 있는 충무공호의 뒤꽁무니에 배를 붙였다.

"궁귀 님, 범려의 배가 상당히 빠릅니다."

"저 크기와 배에 달린 돛을 봐라. 빠르게 생겼잖아."

궁귀는 충무공호의 밑에 있는 스크류의 정체를 몰랐기 때문에 단순히 배가 커서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것보다 곧 있으면 전투가 시작된다.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해적들을 잡을 생각이나 해라."

"죄송합니다, 궁귀 님."

"잘못을 알면 됐다."

궁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회장을 용서한 뒤 해적선을 지그시 응시하면서 사람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해적들을 무찌르자!"

"와아! 무찌르자!"

협회 사람들이 해적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키우고 있을 때, 범려는 차분하게 해골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발리스타의 사정거리에 들어왔나?"

"아직입니다, 장군님."

"발리스타는 활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을 때 쏘게 하라. 그 전까지 우리한테 발리스타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해골 부장은 범려의 명령대로 장전은 했지만, 활의 사정거리에 들어올 때까지 발리스타를 쏘지 않았다.

"녀석들이 활 사정거리에 들어왔습니다."

"쏴라!"

2척의 배에서 해적선을 향해 동시에 화살이 날아들자, 해적들은 기겁을 했다. 대부분 배에 올라탄 궁수들의 숫자는 아무리 많아봐야 30명을 넘지 않는데, 수백의 화살이 날아오자 당황한 것이다.

"선장님, 이대로 있다가는 저희들이 다 죽습니다."

"어쩔 수 없다. 후… 컥!"

해적선장이 후퇴를 명령하려던 순간, 그의 가슴을 무참히 꿰뚫는 창이 하나 있었다.

"끄억!"

"선장님!"

해적선장은 화살에 맞아 죽은 게 아니라, 발리스타에서 날아온 투창에 몸이 꿰여 목숨을 잃었다.

"선장이 죽었다!"

범려가 큰 소리로 외치자 해골들은 무기를 두 손 높이 들면서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동시에 해적들은 그들을 보고 소리쳤다.

"해, 해골들이다!"

은빛 찬란한 미스릴 갑옷을 입고 있는 해골들은 거침없이 해적선으로 뛰어들어 한바탕 전투를 벌였고, 거기에는 범려도 끼어 있었다.

"다 쓸어버려라! 어차피 놈들은 해적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쿵! 푹! 꽈당!

해골 부장 중 한 명은 해적선에 뛰어들더니, 들고 있던 방패로 해적을 후려쳐서 공중에 띄워 창으로 꿰뚫어버리고는 바닥에 내리찍어버렸다.

세 동작이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깔끔함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걸 눈여겨보고 있었던 취선은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

"뭐 해! 전투 중이야. 다른 곳에 한눈팔지 마!"

범려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취선은 다시 무기를 쥐고 싸웠지만, 부장의 기막힌 전투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엄청나다.'

해골 부장은 여러 가지 무기를 다루는 무기 숙련 스킬 덕에 거침없이 해적들을 난도질하고, 그들의 가슴에 창을 쑤셔 넣고 검으로 목을 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부장들의 전투력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었고, 6명의 부장들이 해치운 해적들의 숫자는 3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한 사람당 전투가 30초를 넘기지 않았으며, 그렇게 전투를 하면서도 병사들을 지휘하는 데 소홀함이 전혀 없었다.

"이곳이 뚫렸다. 쳐라!"

"방패로 밀어붙여라!"

범려는 연이어 터지는 해골 부장들의 지휘 능력에 대단함을 감출 수 없었고, 전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 휘하의 해골 병사들을 부리기 시작했다.

범려는 그런 부장들의 모습에 힘입어 크게 소리쳤다.

"돌격!"

마침내 병사들은 해적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시체를 바다에 빠트려 버렸다.

"와아! 이겼다!"

해골들이 해적선을 깔끔하게 쓸어버리자 궁도협회 사람들은 범려의 용병술과 전투력에 감탄했다.

"제자 녀석, 이곳에서 그냥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구나."

다른 이들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궁귀만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범려는 탈취한 배를 항구에 팔아버렸고, 해적들이 배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1억 골드가 나왔다.

한 사람 앞에 대략 96,138골드가 떨어지지만 뒤에 138골드를 떼서 길드 운영 자금이 되었고 나머지 96,000골드씩 지급되었다.

"허허!"

"사람들이 왜 해적질을 하는지 알겠군."

대륙에서는 이런 돈을 만지기 위해서 별짓을 다해야 하는데, 바다에서는 관리 잘된 배 한 척만 강탈해버리면 나오는 돈이었다.

"이런 돈이 굴러들어오면 나 같아도 해적질하겠다."

범려는 처음으로 배를 처분했는데, 정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동시에 배를 잃은 사람은 눈물을 머금고 대륙으로 돌아가거나 게임을 접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다.

이와 반대로 범려는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정령석을 만들어서 그걸로 배를 구입한 것이다.

"이거 해적들만 처리하고 다녀도 떼돈 벌겠는데?"

범려는 바다에 나올 때부터 해적들을 처리하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하다 보니 시간을 질질 끌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어마어마한 돈을 만지게 되니 해적들이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해적들을 잡자!"

"잡자!"

다들 해적들에 대한 강한 적개심보다는 돈에 대한 유혹이 더 강하게 내비쳐졌다.

이런 상황에서 범려는 잠시 생각했다.

'바다는 돈을 벌기는 좋지만, 아무런 아이템도 나오지 않는다. 물고기와 그에 관련된 뼈나 비늘 정도. 그렇다면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나중에 대륙으로 흘러들어가게 될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대륙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해적 잡기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범려는 해적들을 잡아 본격적으로 놀아볼 계획으로, 만일을 대비해 해골 병사들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다.

"후… 병사들의 숫자를 계속 늘려야 하는 것도 일이야, 일."

범려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꾸준히 해골들을 만들거나 정령석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사부님의 부탁으로 포션의 재료비를 받고 제마가 있는 드워프 조선소으로 다시 가게 되었다.

"으하하! 나의 친구여, 이곳에 또 오는구나."

"그래, 돈 여기 있다. 내 배는 얼마나 완성되었지?"

"아직 15일 안 지났다. 너무 재촉하지 마라. 정령석은 준비된 거냐?"

"여기 있다."

범려는 서슴없이 정령석 1천 개를 내밀며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역시 내 친구. 뭐 하나 빠짐없이 준비하는구나. 배는 내일 발주할 거야. 그리고 배 안에 포션이 들어 있으니 해적들에게 약탈이나 당하지 마라."

"그런 건 걱정 마라. 누가 만들어준 배인데, 겨우 해적들한테 당하겠냐?"

범려는 제마의 조선소에서 만든 배가 『판게아 월드』 최강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음 날, 제마의 말대로 충무공호와 똑같은 배 2척이 범려의 손에 인도되었다.

"이걸로 부장을 둘이나 더 만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단 말이야."

범려는 드디어 『판게아 월드』 유저들이 원하는 함대라는 것을 보유하게 되었다.

"함대를 만들었으니 이제부터는 제독이 되는 건가."

배의 이름은 충무공호를 약간 변형한 충무공 1호, 그리고 2호가 되었다.

"장군님, 출항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그럼 스승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자."

범려는 함대를 이끌고 스승 궁귀가 있는 항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스승의 배가 박살 나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된 일이야!"

배가 박살나 있는 것을 본 범려는 황급히 배에서 내려 스승 궁귀를 찾았다.

"스승님!"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느냐. 귀청 떨어지겠다."

"아니, 저 배가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배가 부서져 있는 겁니까?"

"네가 여기를 떠난 후 딱 한 시간 뒤에 우산 길드 녀석들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녀석들이 워낙 강하다 보니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속속들이 죽어나갔단다. 급하게 몸을 피신하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배는 저 꼴이 되고 말았다."

범려는 궁귀의 말을 듣자마자 두 눈에서 불길이 일더니 우산 길드를 향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런, 우산 길드 녀석들."

"제자야, 배가 부서져서 우리는 더 이상 어디 가고 싶어도 못 간다. 나중에 육지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구나."

"스승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녀석들의 배를 빼앗아 스승님께 드리겠습니다."

범려는 우산 길드를 철저하게 짓밟아버리려고 아주 작정했다. 그리고 스승님이 당했다면 아직 이 주변에서 멀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판단에 당장 배로 돌아와 해골 부장들을 불렀다.

"장군님."

"다들 왔군. 간단하게 본론만 말하겠다. 나의 스승님이 당했다. 자리를 비운 지 며칠이 지나버려서 녀석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찾아서 복수를 해야 한다."

"저희들은 장군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너희들의 뜻, 고맙게 받아들이겠다."

부장들은 배를 띄워 녀석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위해 항해를 시작했다.

한편 범려는 녀석들의 배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속도는 어떤지 궁귀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이야기해줬다.

"배가 굉장히 크군요."

"그렇지. 녀석들의 배를 처음 봤을 때 저렇게 큰 배가 있을 수 있나 했지만, 눈앞에 있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

"그럼 배의 속도는 다른 배와 별반 차이가 없고……."

우산 길드에서 쓰는 배가 어떤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자, 충무공호와 딱 비교되는 것이 있었다.

'녀석들은 배를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인다.'

범려의 배는 돛이 없어도 해골마들 덕분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녀석들은 그게 아니다.

"배를 부수려면 투석기를 써야 하는데 투석기는 무거우니 그건 어렵고. 남은 건 발리스타뿐인데, 사람을 잡는 무기로 배를 부수는 것은 힘들고……."

범려는 우산 길드 녀석들을 모조리 수장시켜 버릴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다가 조심스럽게 해골들을 쳐다봤다.

"부장."

"예, 장군님."

"너희들 수영 100미터 몇 초에 돌파하나?"

"해골 부장들 기준으로 48초입니다."

범려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48초면 세계 수영 선수권 안에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다르게 질문하지. 너희들 수영할 때 갑옷이 무겁지 않냐?"

"수영할 때 갑옷은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말에 범려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잠수는 가능하냐?"

"물론입니다. 저희들은 물속에서 숨을 쉴 필요가 없습니다."

그 말에 미소가 더욱더 짙어지면서, 새로운 작전이 범려의 머리에 떠올랐다.

"부장들, 잘 들어라. 방금 떠오른 작전인데 불가능하다 싶으면 당장 말해라. 그래야 수정할 수 있으니까."

범려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해골 부장들은 그의 말을 차분히 들으면서 자신들에게 불가능한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있었다.

"어떤가?"

"전부 다 저희들이 가능한 일입니다."

"좋아, 부장들. 녀석들을 찾았다는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 작전을 좀 더 구체화한다."

범려는 부장들과 함께 세부 사항을 정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말을 할 줄 알아서 그런지 진행은 무척이나 빨랐다.

작전을 다 세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문제는 우산 길드 녀석들의 위치였다.

"오늘은 찾았나?"

"아쉽게도 해도만 좀 더 넓혔을 뿐, 녀석들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어디에 숨어 있는 거지? 분명 놈들의 거점이 있을 텐데."

범려는 우산 길드 녀석들이 해적질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점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제발 내일은 흔적이라도 찾아야 하는데 말이야."

* * *

"흑검 형님, 이번에 그 궁수 녀석들의 배를 빼앗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상관없다. 어차피 배를 수리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더 나을 정도로 부숴놨지 않냐."

흑검은 궁귀의 배를 박살내놓은 것만으로도 통쾌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궁수 놈들의 배는 상당히 좋았는데……."

"그건 이제 넘어가자. 그것보다 해골 제작자는 찾았나?"

"아직입니다. 녀석이 어디서 활동하는지도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흑검은 해골 제작자의 손에 죽은 것이 그토록 억울했다.

"빨리 찾아라. 날 죽인 놈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알겠습니다."

강토는 바깥으로 나가 해골 제작자가 어디 있는지 찾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정보를 얻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으흐흐… 해골 제작자, 기다려라. 널 잡아서 모든 아이템을 빼앗고 직업의 비밀을 파헤치겠다."

흑검은 범려를 남몰래 질시해왔다. 해골을 다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싫었던 것인데, 지하 세계에서 범려를 만나자 아이템을 핑계로 녀석을 이기고 싶었던 것이다.

"기다려라, 해골 제작자. 흐흐흐."

흑검이 그에 대해 열심히 헐뜯고 호박씨를 까고 있는 와중에 범려는 혼자서 귀를 파고 있었다.

"아,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러운 거야. 짜증나, 누가 내 욕하는 거 아니야?"

"장군님! 찾았습니다."

"우산 길드 녀석들을 찾았다는 거냐?"

"아쉽게도 그건 아닙니다."

범려는 우산 길드의 거점을 찾았다고 좋아할 뻔했지만, 부장의 보고는 다른 것이었다.

"바로 이것입니다."

"길드 휘장?"

"여기에 새겨진 길드 마크를 보십시오."

"우산 길드."

우산 길드의 길드 마크는 우산이다. 그것도 활짝 펼쳐진 우산 말이다.

"어디서 발견했나?"

"무인도에서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배를 타고 반나절거리에 있습니다."

반나절거리라면 녀석들의 배 속력으로는 거의 하루에 가까운 거리일 것이다.

"흔적을 발견했으니 이곳을 중심으로 하루거리에 있는 모든 섬들을 뒤져라."

"예, 장군님!"

부장은 바깥으로 나가 해골 병사들에게 당장 지시를 내려, 하루거리에 있는 모든 섬을 샅샅이 뒤지도록 했다.

"단서가 발견됐으니 그다음 단서도 조만간 나오겠지."

우산 길드나 범려나 서로를 찾고 있었지만, 아직 만나지 못했다. 유일하게 한발 앞서고 있는 것은 범려의 해골 병사들이 무인도에서 길드 휘장을 발견했다는 것뿐이다.

다음 날은 범려도 직접 우산 길드를 찾기 위해 바다로 나서며 해골들에게 당부했다.

"우산 길드 녀석들을 발견하더라도 절대 싸우지 말고 도망쳐라."

해골 병사들은 범려의 말이라면 절대적이기에 어느 누구 하나 그 명령을 거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범려가 직접 나와 수색하자 어제보다 더 빠른 탐색을 하게 되었고, 적어도 반나절의 시간이 절약될 정도로 우산 길드를 찾는 일에 가속도가 붙었다.

"찾았다, 해골 제작자를 찾았어. 당장 이 사실을 길드마스터에게 알려야 한다."

그때 우산 길드의 한 길드원이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해골들이 배를 움직이는 모습을 우연치 않게 발견하고 그 사실을 즉각 알렸다.

"뭐야? 해골들을 찾아?"

"그렇습니다. 흑검 형님 길드원 중 하나가 무인도를 탐색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해골들이 조정하고 있는 배를 봤다고 합니다."

"좋아, 당장 그 배가 어디로 가는지 추적해라. 다른 길드원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발견된 곳에서 반나절거리에 있는 모든 섬과 항구를 뒤져라."

탐색 범위가 정해지자, 우산 길드도 범려를 찾기 위해 작은 조각배들을 뿌리면서 수색을 시작했다.

서로를 찾기 위한 행동이 점점 본격화되자, 며칠 지나지 않아서 서로가 서로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해골들과 길드원들의 눈과 귀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우산 길드에서 나를 찾는 것 같다고?"

가장 먼저 정보를 확인한 것은 범려였다. 해골들이 하루 24시간 돌아다니면서 얻어낸 결과였다.

그 뒤에 흑검이 이 사실을 접했을 때는 범려보다 하루 늦게 알게 되었으니 게임 시간으로 이틀 뒤에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뭐야? 녀석이 나를 찾는 것 같다고?"

"그렇습니다, 흑검 형님. 아무래도 우리들이 녀석을 노리고 있다는 정보가 새어나간 것 같습니다."

"이런! 이 작전은 길드원들만 알고 있는 사실일 텐데, 어떻게 알아냈다는 거냐?"

"저희가 해골 제작자를 찾는다고 보낸 시간이 꽤 되지 않습니까. 그러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상대의 귀에 흘러들어간 것 같습니다."

강토는 어설픈 추측으로 흑검에게 이야기했지만, 해골 제작자는 순수하게 해골들이 수색해서 얻어낸 결론을 가지고 우산 길드가 자신들을 찾는 걸 알아냈을 뿐이다.

"하긴, 녀석을 찾는다고 바다에 나온 순간부터 수색해왔으니까."

강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흑검이었다.

뭐가 되었건 서로가 서로를 찾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각자 지금 있는 거점을 바꿔야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는 그들이었다.

"지금 당장 길드원들을 데리고 이곳을 뜬다. 해골 제작자가 나를 찾고 있다면 조만간 이곳이 발각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우산 길드는 거점을 한두 번 옮겨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무리 없이 자신들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정확히 3시간 만에 범려와 해골들이 우산 길드가 사라진 무인도 거점에 도착했다.

"젠장! 늦었다."

아무것도 없는 거점을 본 범려는 화가 나 모래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충무공호가 아무리 빠르다고 하지만 이미 3시간이 지나버린 상황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갈피를 못 잡는 상태에서 추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특히 바다로 배타고 나가버리면 어디로 갔는지 확인도 불가능하다.

"젠장, 어디 인공위성이나 비행기같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녀석들이 있다면 쉽게 찾을 텐데."

범려는 하늘을 바라보며 짜증을 부렸지만, 지금 없는 것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의미 없는 화풀이였다.

"후, 각 부장들은 배를 타고 동쪽과 북쪽 방향으로 수색을 펼쳐라. 난 서쪽으로 가서 녀석들을 찾겠다. 그리고 녀석들을 발견하면 싸우지 말고 물러나라. 우리의 힘은 하나로 뭉쳤을 때 발휘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장군님."

해골 부장들이 해골들을 인솔해 배에 오르자 범려도 배를 타고 수색에 나섰지만, 우산 길드 녀석들을 수색 도중에 발견할 확률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사람 발자국 흔적만 있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어. 이럴 때 해군에서 쓰는 초계기 같은 게 있으면 얼마나 좋아."

지금 같은 상황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없다는 게 범려는 정말 아쉬웠다.

"공군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늘에서 정찰 정도는 해줄 만한 녀석은 필요해."

하늘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은 범려는 해골들과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녀석들이 전직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몸뚱이는 그대로인 상태에서의 전직. 하늘을 날아다니려면 완전히 다른 것이 필요해."

범려는 해골 병사들이 하늘을 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다른 생각을 했지만,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 0퍼센트의 문제일 뿐이었다.

"지금은 안 되지만 미래에는 모르는 일이지."

범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서 수색하기 위해 저 멀리 바다로 나갔다.

"전속력 전진!"

충무공호의 가장 아래층에 있던 해골마들이 힘차게 달리면서 벨트를 움직였고, 그 벨트는 다시 스크류를 움직이게 만들어 속도를 내었다.

그렇게 아무리 속도를 내서 주변을 수색했지만, 어디로 갔는지 확인도 하기 힘든 우산 길드를 찾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오늘은 철수하고, 내일부터는 숨바꼭질 놀이를 해야겠구나."

범려는 우산 길드가 자취를 감춰버리자, 같이 모습을 감춰서 둘 중 먼저 모습을 들키는 쪽이 기습을 당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느꼈다.

"어디 한번 놀아나볼까."

놀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상대와 진심으로 놀아줄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누가 이기든, 진 놈은 게임을 접을 만큼 타격받는다."

우산 길드와의 싸움에서 범려가 진다면 해골들이 몽땅 박살나서 그 충격에 게임을 접을 것이고, 우산 길드는 12억 골드짜리 배를 빼앗기거나 부서져 다시는 바다에 나오지 못할 것이었다.

특히 범려는 장거리 항해를 하기 위해 이미 배에 모든 설비를 갖추고 있어서 화살 같은 소모품을 제외한 것은 전부 다 배 안에서 해결이 가능했다.

"얘들아, 지금부터 소모품을 해결하러 항구로 가기 전까지는 바다에서 무한 체류 상태에 돌입한다. 우산 길드 녀석들 말고 다른 해적들을 발견할 확률도 있기 때문에 움직일 때는 3척이 같이 움직인다."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해골들은 범려의 명령을 듣고 잔뜩 경계하면서, 그 아무 느낌 나지 않는 푸른 눈빛을 일렁이며 살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좋아, 눈빛이 아주 좋아."

범려는 그 눈빛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격려해주었다. 그 칭찬은 해골들에게 우산 길드를 찾기 위한 큰 원동력이 되었다.

"난 함장실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테니, 녀석들을 발견하면 찾아와라."

"예, 장군님!"

그렇게 해골들과 우산 길드원은 끝없이 정찰을 하면서 치열한 정보 전쟁을 시작했다.

그 보이지 않는 싸움이 극에 달하자, 제일 먼저 짜증을 낸 사람은 흑검이었다.

"젠장! 해골 제작자 녀석, 어디로 숨은 거냐. 무인도에서 거점을 잡지도 않고, 어느 항구로 가는지도 확인이 안 되고 있어!"

불같이 화를 내봐도 딱히 답이 없던 흑검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던지면서 화풀이를 해댔다.

"강토!"

"예! 흑검 형님."

"넌 당장 항구로 돌아가서 정보를 얻을 만한 곳이 있나 찾아봐라. 특히 해골 제작자와 연루된 유저들에 관련된 정보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서 정보를 모아라."

"예!"

강토는 흑검의 명령대로 혼자서 항구로 돌아가더니 정보에 관련된 뭔가를 얻으려고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비슷한 경우로 범려 역시 숨바꼭질을 잘하는 우산 길드를 찾기 위해 혼자서 항구에 몰래 들어와 있었다.

"이놈의 우산 길드 녀석들, 숨바꼭질 한번 더럽게 잘하네."

해골들이 밤낮없이 배를 몰아 녀석들을 찾고 있었지만, 숨바꼭질을 한 뒤로는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고 흔적도 없었다.

"돈이 들어가더라도 정보 길드를 이용해서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지."

범려는 대낮에 술집으로 들어가 정보 길드가 있는 비밀 장소로 가서는 정보 길드원을 만났다.

"오랜만에 오시는군요, 범려 님."

"뭐, 길게 이야기할 것 없이 지금 바다에 나가 있는 우산 길드의 위치를 알고 싶습니다."

"지금 바다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정보료가 상당히 비쌉니다. 500골드 이상은 생각하고 계시겠지요?"

단순히 위치만 알려 주는 데도 500골드다. 여기서 추가 정보를 달라고 한다면 1천 골드는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지게 생겼다.

'하여튼 정보 길드는 올 때마다 돈타령이니 죽을 맛이네.'

범려는 암흑가의 명성 덕분에 어느 정도 할인 혜택을 받아서 이 정도지, 다른 사람이었면 이것보다 더한 금액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보 요원은 잠시 사라지더니, 현 위치와 이동 예상 경로가 표시된 지도를 하나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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