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내 애완동물은 흰쥐
일부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격이 넥콘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지자, 녀석의 생명력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크앙, 나를 지켜라!"
많은 수의 쥐들이 넥콘의 몸을 감싸면서 생체 방어벽이 되어주었다.
"이런 징그러운 놈!"
자신의 부하들을 직접 희생할 거란 생각을 못한 범려는 당황했다.
"넥콘을 노려라! 쥐들이 방어벽을 만들면 그 쥐를 죽이고 공격해!"
넥콘은 온몸으로 방어를 해주고 있는 부하들을 희생시켜 가면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녀석은 공격을 거의 안 하잖아."
의외로 쥐의 왕 넥콘은 겁이 많은지 부하들의 힘에만 의존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왕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쥐들이 거의 다 죽어나가자 넥콘에게 직접적인 공격이 들어갔다. 이에 넥콘은 다시금 부하 쥐들을 불렀다.
"부하들이여, 나를 지켜라!"
곧 부하 쥐들이 소환되더니 넥콘의 몸에 올라타면서 스스로 방어벽이 되고, 가까이 다가오는 적을 공격하기도 했다.
"마법사, 쿨 타임이 되는 대로 파이어볼 난사해!"
그나마 쓸 만한 마법 중 하나가 파이어볼이었다.
화르르, 화르르.
수많은 불덩어리들과 각종 마법들이 연신 떨어지자, 부하 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고 넥콘에게 또다시 집중 공격이 퍼부어졌다. 그러자 녀석은 또 쥐들을 소환했다.
"살려 다오!"
왕은 여전히 부하 쥐들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연장하고 있었다.
결국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해골 마법사의 마나가 떨어져 갔다.
"이대로 소모전을 펼치면 내가 불리해. 뭔가 확 하고 피해를 줄 만한 방법이 필요해."
범려는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워낙 쥐들이 능동적으로 방어를 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왔다.
'냉정하게 판단하자.'
범려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병사들에게 외쳤다.
"궁수들과 마법사들은 녀석의 머리만 집중적으로 공격해라!"
머리로 집중 공격하라는 소리에 모든 화살과 마법들이 넥콘의 머리로 쏠리자, 머리를 감싸고 있던 부하 쥐들이 순식간에 죽어나갔다.
"좋아. 어서 쥐들을 집중시켜라."
죽어나간 쥐들을 뒤로하고 넥콘의 머리로 다시 한 번 쥐들이 몰리자, 범려는 같은 명령을 내렸다.
넥콘이 이내 머리 부분에 쥐들을 집중시키자 범려는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모이면 뒤는 어떻게 될까?"
한번 소환하는 데 부하 쥐들의 숫자가 많기는 하지만, 제한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뒤는 당연히 허술해진다.
"클클클, 쥐들이 없는 곳을 공격하라!"
범려가 명령을 내리자, 해골들은 바로 녀석의 뒤를 공격하면서 생명력을 깎아내렸다. 이에 넥콘이 얼른 쥐들을 뒤로 보냈지만 그렇게 되면 머리 부분이 텅 비게 된다.
"후후후, 끝났다."
머리 부분에 쥐들이 없자 그대로 마법과 화살을 직격탄으로 두들겨 맞은 넥콘은 생명력이 크게 떨어졌다.
"하하하, 한번 혼란을 줘볼까."
범려는 시위에 화살을 재더니 그대로 놈의 눈을 향해 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눈을 맞은 녀석은 혼란에 빠져들었고, 3초간 쥐들이 왕의 명령을 듣지 못해 흩어져 버렸다.
범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해 딱 3초 만에 녀석의 생명력 10퍼센트를 추가로 깎아내고 말았다.
"부하들이여, 나를 보호하라."
"소환은 안 된다!"
녀석이 막 소환하려 할 때 바로 다른 한쪽 눈에 공격을 퍼부어 넥콘은 그 상태에서 혼란에 빠져 버렸고, 부하 쥐들은 왕의 명령이 없으니 이리저리 날뛰기만 할 뿐 해골들을 공격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소환하면 뭐 하나. 그걸 지휘할 녀석이 바보가 되어 있는데."
3초가 지나자 혼란 상태에서 벗어난 넥콘은 자신을 보호하라며 쥐들을 불러 모았지만, 범려는 이미 대응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에 그 쥐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따위 방법은 이미 구식이지."
해골들을 이리저리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공격을 펼치는 덕분에 부하 쥐들도, 넥콘도 생명력이 떨어지면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이야……."
넥콘은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려고 던진 말이겠지만, 범려에게는 그저 그런 멘트에 불과했다.
"아이템이나 확인하자꾸나."
범려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 녀석의 시체에 손을 뻗었다.
-아빠 쥐 인형을 획득하셨습니다.
-영광의 왕관을 획득하셨습니다.
-황금 쥐의 가죽을 획득하셨습니다.
-아빠 쥐 인형
소녀가 그토록 원하는 아빠 쥐 인형이다. 이걸 소녀에게 가져다주면 특별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황금 쥐 가죽
털빛이 은은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가죽이다 이걸로 가죽 세공을 한다면 아주 멋진 물건이 탄생할 것 같다.
-영광의 왕관
신의 축복을 받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왕관으로, 역대 왕들 중 인연이 있는 자만이 이 왕관을 썼다.
재질:축복을 받은 황금
방어력:1000 내구력:400/400
옵션:모든 능력 +40
옵션:혼란과 공포에 면역, 주변 파티원에게 마법 저항 10%를 올려 주는 순결의 오라를 발산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왕관 죽여주는데."
범려는 당장 왕관을 썼다. 그러자 왕관에서 은은한 빛이 발하면서 오라의 효과가 해골들한테 미치기 시작했다.
"이제 해골들은 무조건 마법 피해가 50퍼센트 감소된 상태에서 맞겠구나."
아르테미스의 손길로 20퍼센트, 정령의 뼈 효과로 20퍼센트, 지금 순결의 오라로 10퍼센트 감소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마법에 대해서 반쯤은 저항을 하는 셈이다.
"돌아가자."
해골들을 이끌고 지하 수로 바깥으로 나온 범려는 눈부신 햇살을 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지하 수로에서 오래 있던 것도 아닌데 굉장히 눈부시네."
범려는 해골들을 다시 땅속에 숨기고 혼자서 소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여기 아빠 쥐 인형이다."
"오빠! 고마워. 그리고 이거 받아."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무언가 들어 있는 작은 상자를 받으셨습니다.
범려는 소녀가 건네주는 작은 상자를 받았지만, 그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는 대충 예상이 갔다.
"페트만 아니면 된다."
범려는 이 상자가 99.9퍼센트 페트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0.01퍼센트에 페트가 아니길 기도하면서 그 상자를 조용히 열었다.
"찍! 누구냐? 감히 이 몸의 휴식을 방해한 녀석이."
"음, 내 페트가 쥐였어."
"누가 너의 페트라는 거냐? 난 엄연히 너의 주인이고 페트는 너다!"
범려는 조용히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소녀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하, 이 페트 고맙다."
"네! 그럼 오빠 나중에 봐요."
"어, 잘 가!"
소녀가 떠나자 상자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이봐! 왜 상자를 닫는 거냐. 난 너의 주인이다! 당장 이 상자를 열지 못할까!"
이 쥐는 자신이 페트라는 개념이 없는지 소리를 치며 떠들었지만, 범려는 가볍게 상자를 흔들었다.
"으, 으악! 쥐 살려!"
"아우, 왜 이리 상자가 시끄럽지. 이대로 강물 속에 빠트려 버릴까."
"이봐! 감히 날 강물 속에 빠트리려고 하다니, 무엄하도다!"
쥐는 끝까지 위엄 있고 폼 나게 말했지만, 범려에게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어서 날 풀어주지 못할까!"
"알았어. 풀어주지."
"그래. 잘 생각……."
범려는 상자를 열더니 쥐를 잡고 하늘 위로 던졌다.
"으아악-!"
"생각보다 겁 많은 쥐였네."
"이놈, 감히 이 몸을… 으아악-!"
범려는 쥐가 하늘에서 내려오면 받아서 그대로 다시 위로 던졌다.
"이… 놈… 넌… 죽… 었… 어……!"
"뭐라고 하는 거야?"
범려는 쥐를 괴롭히면서 몇 번 더 던져 주었고 쥐는 위에서 기절했는지 대답이 없었다.
"어라? 기절했네."
범려는 기절한 쥐를 흔들어 깨웠다.
"으아악-!"
"정신 좀 들어?"
"이, 이놈… 감히 이 몸을… 이렇게 다루다니. 내가 널 응징… 끄윽."
"싱겁군."
범려는 몇 번의 공중던지기와 겨우 한 번의 흔들어 깨우는 것으로 페트를 굴복시켰다.
페트가 몸을 추스르고 입을 열었을 때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놈! 어서 나에게 치즈를 가져와라!"
"자, 여기 땅콩 받아라. 쥐들은 치즈보다 이걸 좋아한다고 적혀 있더라고."
"누가 이런 천민의 음식을 먹는단 말이냐. 어서 스위스 산 치즈를 가져와라!"
"먹기 싫으면 굶어라."
범려는 땅콩 하나만 놔두고 전부 다 치워버렸다. 그리고는 해골들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군대를 일으켰다.
"얘들아, 나와라."
수많은 병사들이 한꺼번에 일어서자 범려는 해골마를 꺼내 그 위에 올라타면서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더군다나 범려의 머리에는 지금 영광의 왕관이 씌워져 있기 때문에 누가 보면 왕이 군대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가는 모습처럼 비춰졌다.
"어험! 이놈 감히 군대를 가지고 있다니……."
쥐는 범려가 해골 군대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조금 위압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그가 거대하게 보였다.
"야, 페트, 이리로 와라."
범려는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올라타라는 말을 했다.
"누가 감히 이 몸을 오라 가라 하는 거냐! 그리고 이 몸의 이름은 아마레스토 곤페치 드 로베르트 루이 14세다."
"간단하게 루이라고 부르지."
"뭣이라! 넌 나의 시종. 나의 이름은 같은 왕족이 아니면 함부로 부를 수 없다!"
"야, 부장, 저놈 한 번만 더 떠들면 목을 잘라라."
"예! 장군님."
"히익!"
루이는 자신의 목에 서슬 퍼런 검이 다가오자 황급히 입을 막았다. 자기 목숨을 오래 보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크크, 그래도 죽기는 싫은 모양이군. 입을 막은 걸 보면 말이야. 부장, 검을 거두어라."
"예!"
"어험! 내가 말이야……."
루이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범려가 그 말을 잘랐다.
"난 검을 거두라고만 했지, 목을 자르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
"큭!"
루이는 다시 입을 막고는 조용히 있었다.
루이가 조용해지자 범려는 다시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툭툭 건드렸고 루이는 그 손을 보고 얼른 어깨 위로 올라갔다.
"……."
목숨의 위협을 느낀 루이는 범려의 어깨 위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범려는 그 모습이 왠지 안쓰러워 보여 한마디 해주었다.
"널 죽이지 않을 테니 그렇게 떨지 마라."
"정말이냐."
"그래."
"으하하하! 네놈이 나의 위대함을 이제야 알아주는구나."
루이는 여전히 거만한 목소리로 한시도 쉬지 않고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난 위대한 쥐들의 왕이다. 어느 누구도 나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다."
"그래. 넌 쥐들의 왕이다. 그리고 내 페트라고."
"누가 페트라는 거냐! 주인은 나다. 그리고 넌 하인일 뿐이야."
루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범려를 하인으로 여기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범려는 루이를 해골들한테 던졌다.
"캑!"
해골들은 루이가 날아오면 거침없이 잡아다 이리저리 던지며 가지고 놀았고, 600명의 해골 병사들이 한 번씩 쥐고 던지면 대략 15분 정도 걸려서 다시 범려의 손에 돌아왔다.
"허억, 이놈 감히 이 몸을 저런 것들에게 던지다니 무, 무엄하도다."
"루이, 너 할 줄 아는 게 뭐냐."
범려는 루이가 뭐라고 지껄이든 간에 상관하지 않고 녀석의 능력에 대해서 물었다.
"하하하! 드디어 내 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냐. 난 모든 쥐들의 말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혹시 도시에서 흔히 보는 작은 쥐들을 말하는 거냐?"
"물론이지. 나보다 작은 쥐들은 무조건 나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
범려는 녀석의 힘을 살짝 시험해보고 싶었다.
"좋아. 그럼 너보다 작은 쥐들을 조금 불러봐라. 그리고 내가 말하는 구역을 탐색해서 뭐가 있는지 알려 줘."
"흥! 내가 왜 너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 난 왕이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명령할 수 없다."
"그럼 목을 잘라야겠군."
범려가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자, 페트는 순간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당장 말을 바꾸었다.
"누, 누가 안 된다고 했느냐. 잠시, 내 힘을 시범적으로 보여 주겠다."
"후후후, 그럼 지도를 잘 봐라.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지역을 탐색해야 한다."
범려가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구역을 정해주자, 루이는 그의 어깨에서 내려오더니 쥐들을 불렀다.
"찍찍찍."
작은 소리로 찍찍거렸지만 그 소리는 그 일대의 모든 쥐들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우르르르!
"흠, 괜찮은 능력이군."
루이가 모여 있는 쥐들에게 찍찍거리면서 말을 하자 다시 쥐들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범려는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몇몇 망구다이들을 불러 쥐들이 정찰하는 지역을 같이 다닐 것을 지시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쥐들과 망구다이가 모아온 정보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략 10분 지난 후 쥐들이 돌아와서는 모든 정보를 알려 주자, 루이는 고개만 끄덕거리면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어 범려가 물었다.
"루이, 쥐들이 뭐라고 했지?"
"그 전에 종이를 줘봐."
범려는 지도를 내밀었다.
"뒷면에 적어라."
루이는 자신의 등 뒤로 손을 집어넣더니 깃털 펜을 꺼내 지도의 뒷면에 열심히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다 됐다. 봐라."
루이가 지도를 툭 던지자, 옆에 있던 해골 병사가 그걸 주워 범려에게 갖다 주었다.
"꽤나 정확하군."
-유니콘 50무리 발견, 무리를 이루는 숫자 10마리.
-유니콘의 레벨은 240으로 추정.
-지형이 평평하고 넓으며 나무가 적다.
-남쪽에는 유니콘이 없으므로 남쪽으로 진입할 경우 제일 안전하다.
단 몇 가지의 내용이 적힌 것이지만 범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망구다이가 가져온 정보를 볼 필요도 없겠어."
지금까지 기병들을 이용해 정보를 얻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어떠냐, 이 몸의 능력이."
루이는 자신의 능력이 대단하다면서, 고개를 쳐들면서 으스댔다.
"쓸 만한 페트인데."
범려는 루이의 능력을 이용해 주변의 정찰병으로 써먹으면 최고의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누가 페트냐! 난 너의 주인이다! 어디서 이 몸을 페트로 여기는 것이냐!"
"부장, 저놈 세 번만 돌려."
"예!"
"안 돼-!"
해골 부장은 잽싸게 루이를 낚아채더니, 투수가 야구공을 던지듯이 녀석을 다른 해골에게 던지며 계속 주고받기를 했다.
"으아악!"
루이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지만, 범려는 묵묵히 지도 뒷면에 적힌 것을 보고 유니콘이 있는 지역으로 들어갔다.
"남쪽에는 유니콘들이 없네."
쥐들이 알려 준 정보는 매우 정확해서 남쪽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유니콘들이 발견되었다.
"후후, 한번 사냥을 해보자."
"으헉! 쥐 살려 줘."
"크크크."
지칠 때로 지친 루이는 범려의 오른쪽 어깨 위에서 푹 퍼져 버렸다.
한편 범려가 손을 휘젓자, 부장들은 그 손짓을 보고 해골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대형을 펼쳐라!"
"기병들은 앞장서 진을 펼쳐라!"
지금 범려가 생각하는 것은, 한 무리씩이 아닌 눈앞에 보이는 유니콘 전체를 대상으로 전투를 벌일 예정이었다.
"유니콘들은 지휘관이 없으니 그대로 쓸어버리면 장땡."
범려는 우두머리가 없다는 약점을 이용해 기병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휘저어버려!"
기병들이 앞으로 튀어나가자 망구다이들이 앞장서서 화살을 날리며 공격을 펼쳤다. 공격을 당한 유니콘들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히이이잉!
망구다이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좌우로 흩어지자, 그 뒤에 있던 개마 기병들이 기다란 창을 앞으로 하고는 유니콘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보병 전진!"
척척! 쿵쿵!
보병들이 단단한 진형을 구축하면서 전진하자 그 뒤에 있던 궁수들도 따라서 움직였다.
"보병 정지! 사수 앞으로!"
궁수들이 동시에 시위를 당기며 자세를 잡았다.
"발사!"
화살 비가 유니콘들을 향해 떨어지면서 그 범위 안에 들어간 녀석들이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유니콘들을 한곳으로 모아라! 마법사들은 블리자드를 준비해라!"
범려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병들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면서 유니콘들을 쫓아오게 만든 후 포위망을 형성, 공격을 펼쳤다.
휘이잉!
-유니콘 뿔의 마력으로 블리자드의 위력이 감소합니다.
"응? 이건 또 뭐야."
해골 마법사들이 블리자드를 펼치자 거센 바람과 함께 날카로운 얼음이 하늘에서 떨어졌지만, 유니콘의 신비한 능력으로 인해 그 위력이 감소해버렸다.
"젠장! 보병 전진!"
돌격병이 일정한 대열을 맞추어 앞장서자 근위병이 창을 세워 뒤따라 움직였다.
쾅! 쾅! 쾅!
대열을 이룬 돌격병들은 방패를 앞세워 충격을 주었고, 그 뒤에 있던 근위병들은 창에 급격한 회전을 주면서 그대로 내질렀다.
"유니콘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밀어붙여!"
돌격병들이 거대한 방패를 앞세워 밀기 시작하자 근위병은 거기에 맞춰서 같이 방패를 밀어줬다.
히이잉!
유니콘들이 움직일 공간이 점점 협소해지고, 혹 틈을 비집고 뛰쳐나오려는 유니콘이 보이면 개마 기병들이 가차 없이 창으로 내질러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파이어볼 발사!"
해골 마법사들이 20개의 파이어볼을 날리며 유니콘들을 유린하려고 했다.
번쩍!
-유니콘 뿔의 마력으로 파이어볼의 위력이 감소합니다.
"이런!"
이번에도 유니콘의 뿔 때문에 해골 마법사들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해골 병사들이 위험해지자 범려는 짜증이 났다.
"젠장, 유니콘은 마법사들에게 지옥이군."
일반 파티였다면 마법사들은 지독히도 짜증나는 녀석들이었을 것이다.
"회색의 빛! 환영섬!"
범려는 원래 전투에 별로 참여할 생각이 없었지만, 저급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이라도 거들어야 뭔가 될 것 같았다.
"모든 스킬을 퍼부어라!"
해골들은 범려의 명령대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스킬들을 모두 다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밀어붙인 결과 유니콘의 숫자가 크게 줄고, 해골들의 생명력은 상당 부분 감소해 있었다.
"부장들, 생명력이 적은 녀석들을 뒤로 빼!"
범려의 명령에 해골 부장들은 그들을 다급하게 뒤로 빼고 생명력이 가득 차 있는 녀석으로 교체했다.
"조금만 더 버텨라!"
범려가 해골들을 독려하면서 유니콘들을 밀어붙이자 그 숫자가 다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때였다.
"으하하하! 부활-!"
범려의 오른쪽 어깨에 죽은 듯이 기절해 있던 루이가 깨어나면서 부활을 외쳤지만, 범려는 지금 모든 정신이 유니콘 쪽으로 쏠려 있었다.
"이 몸을 위해 유니콘을 잡고 있었구나!"
"망구다이 올가미 던지기로 잡아채라!"
"나의 충실한 하인이 이런 일을 하다니 기특하구나!"
"돌격병! 진형을 굳건히 지켜라!"
범려는 루이가 떠들든 말든 유니콘을 무찌르고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명령을 내리며 해골들을 움직였다.
"나의 하인이여, 아주 잘하고 있구나!"
"에잇! 시끄러워!"
"쿠엑-!"
범려는 바로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루이를 유니콘들이 있는 곳으로 집어던졌다.
히이잉!
유니콘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떨어지자 루이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놈들의 무서운 말발굽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으아악-! 쥐 살려!"
루이가 그 안에서 살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 범려는 병사들과 함께 열심히 유니콘들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주변엔 유니콘들의 시체만이 즐비했고 개중에는 아이템을 토해낸 것들도 있었다.
"아이템 회수 시간이다."
"끄응, 죽을 뻔했네."
범려는 해골 병사들에게 유니콘에서 나온 모든 아이템을 회수하도록 명령했고, 혹 유니콘의 뿔 채취가 가능하면 잘라오라고 일러두었다.
"하인 주제에 주인을 사지에 몰아넣다니 정령 죽고 싶은 거냐!"
루이는 범려를 향해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섬뜩한 예기를 담은 화살 하나였다.
"히이익!"
"내가 전투를 하고 있을 때는 시끄럽게 굴지 마라. 거슬리니까."
"네."
루이는 바로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얼른 그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험! 이 존귀한 몸을 지키느라 수고가 많았다, 하인."
방금 전까지 공손하던 자세는 어디 가고 금세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어디선가 묵직한 손이 툭 튀어나오더니 루이를 낚아챘다.
"부장, 이놈 털을 다 밀어버려. 그것도 장검으로 말이야."
"예!"
범려가 해골 부장에게 루이를 던지자, 그는 재빨리 낚아채서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더니 루이에게 가까이 가져다댔다.
"히익-!"
장검은 면도날처럼 예리하게 날이 서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털이 아니라 생가죽을 벗길 수도 있었는데, 해골 부장은 능숙하게 루이의 부드럽고 하얀 털만을 깎아냈다.
"흐윽!"
스르륵, 스르륵.
루이는 장검에 몸이 베일까 봐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고, 어떻게 보면 석상처럼 굳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으, 춥다."
털이 다 밀린 루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춥냐?"
"다, 당연히 춥지. 으으으."
"자, 여기로 와라."
범려가 망토를 가리키자, 루이는 쏜살같이 달려가 그 망토에 몸을 둘둘 말았다.
"크크크, 이놈 괴롭히는 재미가 쏠쏠하네."
남들이 보면 동물 학대니 어쩌니 하겠지만, 이런 거만한 놈은 버릇을 고쳐야 한다.
"으, 춥다."
루이는 일평생 자신의 털이 누군가에게 깎여 나가본 적이 없었기에 추위를 많이 탔다.
그때, 해골 부장이 범려에게 다가와 물건들을 전해주었다.
"범려 님, 여기 유니콘에게서 나온 물건들입니다."
"어디 보자."
-프로스트 노바
일정 범위 안에 수 속성 마법을 공격하는 파이어볼의 아이스 버전이다.
쿨 타임:20, 캐스팅:2초, 마나 소비:110
-유니콘의 뿔
불가사의한 힘이 담긴 뿔로, 재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마법서가 나왔네. 내용을 보니 위력은 파이어볼과 동급이고, 그나마 유니콘의 뿔을 50개나 획득한 것이 다행이군."
뿔은 잘 보관해놓았다가 나중에 해골 궁장에게 맡겨서 활을 제작하도록 하면 되니 오히려 이득이었다.
마법서는 바로 해골 마법사들에게 던져서 익히도록 했다.
"몬스터를 다 잡아버려서 다시 몬스터들이 리젠될 때까지 기다려야겠군."
범려는 여러 물건들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료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본 드래곤 3마리 만들 정도의 용의 뼈와 갑옷으로 만들 비늘이 6장, 그리고 황금 쥐의 가죽은 옷으로 만들어서 스승님에게 보내드리고……."
범려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뒤에 있던 무두장이를 불렀다.
"너 이걸로 옷 하나 만들어라."
해골 무두장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쥐의 가죽을 받은 후, 그 자리에서 몇 가지 물건을 꺼내더니 가죽을 다듬고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두장이의 가죽 세공 숙련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찬란한 가죽의 웃옷
밝게 빛나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가죽 옷입니다. 가죽의 빛을 오래도록 지속시키기 위해 그 빛을 장인이 일부러 특수 처리했습니다.
분류:가죽
방어력:400 내구도:200/200
옵션:체력 +50, 민첩성 +50, 마나 10% 증가
옵션:물리 공격이 성공할 경우 일정한 확률로 추가 공격을 하게 됩니다.
"하하하, 무두장이의 숙련도도 상승하고 스승님에게 드릴 옷도 좋은 걸로 만들어지다니, 이거 일석이조인데."
무두장이의 숙련도가 상승하면서 용의 비늘을 가지고 옷을 만들 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당장 도시로 돌아가서 우편으로 물건을 발송해야지."
범려는 혼자 도시로 돌아와 우편물을 궁귀에게 보내버렸다.
"이걸 스승님이 받아보시면 좋아하시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