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53화 (53/80)

제3장. 마나의 흐름

-해골 마법사들이 프로스트 노바를 배웠습니다.

-해골 마법사 1명이 있을 경우 프로스트 노바 마법이 사용 가능합니다.

"빨리도 배우네."

범려는 해골 마법사들이 프로스트 노바를 배우자, 쓸 만한 마법이 하나 더 생겨서 좋아했다.

번쩍번쩍.

해골 마법사들이 프로스트 노바 마법을 배우자 그들의 눈빛이 푸른색에서 녹색으로 바뀌면서 빛을 내었다. 하지만 그 빛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금세 사라졌다.

"뭐지? 뒤에서 뭔가 번쩍거린 것 같았는데."

범려는 해골 마법사들의 녹색 빛을 완전히 감지하지 못했지만 아마 조만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범려야, 어디 있어?]

"아, 로즈, 나 여기 발드르 도시 북문 바깥에 있어."

[그래? 그쪽으로 금방 갈게.]

잠시 후 로즈는 취선, 헬렌과 함께 북문으로 왔다.

"형님,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은 무슨. 우리 안 본 지 며칠 안 지났어."

"헤헤헤."

"다들 사냥 가자."

"넵!"

범려는 다시 유니콘들이 나오는 지역으로 들어왔다.

"형님, 이곳은 어디예요?"

"유니콘이 나오는 지역이지."

"윽, 악마 유니콘……."

헬렌은 유니콘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악마 유니콘이라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누나, 걱정 마요. 여기 병사들이 있으니 괜찮아요."

"그래도, 마법을 저항해서 싫단 말이야."

헬렌의 투덜거림은 범려도 이해하는 부분이었다.

"저도 해골 마법사들이 힘을 제대로 못 쓰니까 짜증나기는 하지만, 아주 못 잡을 정도는 아니니 걱정 말아요."

"알았어."

범려는 헬렌을 적당히 타이른 후 이번에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전투를 벌였다.

그래도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과 든든한 전사가 벽을 만들고 사제가 위험한 해골들을 보살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경험치가 팍팍 들어오는구나."

한꺼번에 몰아서 사냥한 덕분에 엄청난 경험치가 들어가고, 이 일대의 유니콘들은 씨가 말라갔다.

"형님, 유니콘들이 주는 아이템이 별로인데 다른 곳으로 가요."

"어디 좋은 데라도 알고 있어?"

"창공의 페이셔 지역에서 좋은 곳을 하나 알고 있어요."

"정말?"

범려는 두 눈을 반짝거리면서 흥미를 보였다.

"문제는 거기가 성이라는 거예요?"

"성이라면 혹시 성안에서 전투를 벌여야 하는 거냐?"

"아니요, 성 자체가 던전 안에 들어 있어요. 창공의 요새라는 던전인데 위치는 여기서 동쪽으로 한참을 가야 하죠. 그리고 구름에 가려진 던전 입구가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성이 자리 잡고 있어요."

"음, 그러니 던전 안에 거대한 성이 있다는 소리구나."

범려는 처음 취선의 말을 듣고 과연 던전 안에 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설명을 차근차근 듣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병사들의 숫자도 많아서 거기를 공략하려면 개구멍을 통해서 몰래 들어가 보스만 잡고 온다고 해요."

범려는 개구멍이라는 소리를 듣고 웃었다.

"내가 개구멍으로 들어가면 이것들도 다 같이 가야 하는데 그건 어려워. 해골들 숫자가 몇인데."

"그럼 정면 돌파뿐이죠."

정면 돌파라는 말에 범려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지. 정면 돌파 병사들도 있고, 내가 공성 무기 조금 가지고 있으니 공략하는데도 그리 어렵지도 않을 거야."

범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어깨에서 잠들어 있는 루이를 바라보았다.

"루이, 일어나."

"으응, 딱 30분만 더 자자."

휘이익!

"으아악-!"

범려가 가차 없이 루이를 해골들에게 던져 버리자 해골들은 다시 한 번 루이를 잡고 캐치볼 연습을 해버렸다.

"범려야, 너도 페트를 구한 거야?"

"어. 우연치 않게 퀘스트를 통해 얻었지."

"근데 얻은 게 고작 쥐야?"

다른 이들에게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한 루이였다.

"감히 이 몸을 그냥 쥐라고 하다니! 무엄하도다!"

루이는 어느새 범려의 어깨 위로 올라왔고 그 위에서 발끈하면서 소리쳤지만, 손바닥만 한 크기의 쥐가 떠든다고 그걸 귀 기울여 들어줄 사람들은 없었다.

"어머, 뭐야. 방금 말한 거야?"

"난 그 이름도 유명한 아마레스토 곤페치 드 로베르트 루이 14세. 어디서 천박한 것들이 이 몸에게 대드는 것이냐!"

"어머, 쥐 주제에 별걸 다하네."

로즈와 헬렌은 별꼴이라는 듯이 루이를 바라보았고, 범려는 귀찮아하며 루이를 낚아챘다.

"시끄러워. 그렇게 재잘재잘 떠들고 싶으면 내 어깨에서 내려와. 그렇지 않으면 해골들한테 던져 버릴 테니까."

"흑! 아, 알았다."

루이는 범려에게 혼나고는 아래로 내려가서 당당히 소리쳤다.

"어디서 이 몸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냐!"

여자들은 루이의 말에 상당히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루이는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호통을 쳤다.

"어디서 계집들이 설치는 거냐!"

"이 쪼그만 녀석이!"

가장 먼저 화를 낸 것은 로즈였다. 그녀의 성격이 범려를 만나서 많이 가라앉아 있지만, 이런 거만한 쥐를 가만히 두고 볼 사람이 아니다.

"컥!"

"너 다시 한 번 말해봐!"

"제, 제가 무슨 말을 해, 했다는 겁니까."

"오호라, 네가 했던 말이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지? 그럼 기억나게 해주지."

루이는 두 눈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아닙니다! 모두 다 기억납니다. 그러니 제발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루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로즈에게 고개를 숙였다.

"좋아. 기억이 난다니 이번은 넘어가주지. 하지만 한 번만 더 무엄하다 어쩌고 그러면 넌 내 손에 죽는 거야."

로즈의 가냘픈 몸에서 사악한 기운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며 위협을 하자, 루이는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야, 루이, 이리 와."

루이는 범려의 부르는 소리에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바로 어깨 위로 올라갔다.

"이제 내 말 안 들으면 로즈한테 던져 줄 거야. 그러니 앞으로 잘해."

"네."

거만을 떨던 루이의 성격이 고분고분해지더니 이내 수긍을 했다.

"너 이리 안 와!"

"로즈야, 참아. 뭐 겨우 페트한테 화풀이할 건 없잖아."

"으, 알았어. 범려가 그렇게 말하니 참지."

로즈는 범려가 참으라는 말에 살짝 입술을 깨물더니, 루이를 향해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한 번 보내주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루이, 이제 내 말을 잘 듣는 게 좋아. 네 편은 나 말고 없는 것 같으니까."

"크윽!"

루이는 절망 섞인 신음 소리를 내뱉고는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음을 한탄했다.

'그래도 5분도 안 지나서 거만한 목소리로 떠들겠지?'

아니나 다를까 루이는 4분 58초 만에 다시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나의 신하들이여, 군대를 일으켜 세상을 정복하자!"

"부장, 받아."

범려는 가차 없이 녀석을 해골 부장에게 던졌다. 그러자 어김없이 해골 부장이 루이를 낚아채고는 옆에 있던 해골 병사에게 던졌고, 그 병사는 다른 병사에게 계속 패스에 패스를 이어갔다.

"한 세 번 돌려."

"으아악!"

루이의 저 성격은 어떻게 하더라도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특이한 녀석이었다.

"취선, 여기가 그 던전 입구야?"

"네, 형님. 여기가 창공의 요새 입구예요."

정말 공중 대륙 끝자락에 위치한 던전이었고, 그 입구의 크기는 무척 거대했다.

"들어가자!"

병사들과 함께 던전으로 진입하자, 난이도가 전쟁으로 바뀌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보스와 몬스터들의 생명력이 크게 증가했다는 메시지도 같이 볼 수 있었다.

"정말 던전 안에 거대한 성이 있구나."

"네, 형님. 여기서 저쪽으로 가시면 공성전을 펼칠 수 있고, 아니면 옆길로 가서 개구멍으로 가는 거죠."

"그냥 정면 돌파하지. 루이!"

"왜 날 부르는데."

"여기서 쥐들을 몇 마리 불러 성안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이런 성 하나 정보를 못 얻을까."

루이는 곧장 범려의 어깨에서 내려가 찍찍거리며 쥐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자 대략 수십 마리의 쥐들이 모여들었다.

범려는 그 모습을 보며 아르테미스를 불렀다.

"아르테미스!"

"무슨 일이시죠? 범려 님."

"투석기와 발리스타를 전부 다 소환해주세요."

아르테미스가 한 번 손짓하자 바로 투석기와 발리스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장, 일부 해골 병사들을 공성 병기에 배치시키고 근처에 바위를 모아와라."

"예! 장군님."

이 후 해골 병사들은 바위를 모아오느라 정신이 없었고, 범려는 이리저리 명령을 하달하고 해골 부장들에게 보고를 받았다.

"투석기에 사용할 바위를 천 개 모아왔습니다."

이어 해골 부장이 말을 마치자 루이가 정보를 가지고 왔다.

"하인, 여기 쥐들이 모아온 요새의 정보다."

"그래. 수고했다. 그리고 부장은 투석기와 발리스타의 최대 사정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게 거리를 만들어놔."

"알겠습니다."

범려는 해골 부장에게 명령을 내린 뒤 루이가 가져온 종이를 펼쳐봤다.

-천공의 요새 정보

성벽의 높이 14m. 성문은 지금 보이는 북문과 남문만 존재하며 북문에 배치된 병사만 400명, 성안 주둔 병사 1,400명, 남문에 배치된 병사 300명.

공성 병기 없음.

서쪽 성벽 밑에 작은 개구멍이 있음. 그곳은 병사들이 배치되지 않아 침투가 쉽지만, 100여 명 이상의 병력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함.

군대를 이끌고 남문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필히 북문을 거쳐서 가는 방법 말고는 없음.

"결국 지금 전투를 벌여야 하는 곳은 북문밖에 없다는 건가."

범려는 병력이 적은 남문으로 가볼까 했지만, 그것도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럼 서쪽에 있는 개구멍에 병사들을 투입해 안을 소란스럽게 해볼까?"

병력 중 50명 정도 떼어내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음, 하지만 성안에 주둔 병력이 천 명이라고 했으니 특공대를 조직해서 타격을 주는 것은 쉽지 않을 거야. 그래도 모든 병력이 북문에 집결하게 된다면 특공대가 침투하는 것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부장!"

"예! 장군님."

"넌 지금 병사 50명을 뽑아서 서쪽에 있는 개구멍 쪽으로 몰래 이동해라.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아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장군님."

"그리고 성안에 있는 병력이 전부 다 북문에 집결하게 되면 그때 진입을 해라. 만약을 위해 취선과 로즈를 같이 보내겠다."

"예!"

범려는 해골 부장이 병사 50명을 뽑으러 가자 로즈 남매를 불렀다.

"둘 다 이리 와봐."

"무슨 일이야?"

"아주 중요한 일."

범려가 작전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하자 둘의 얼굴에는 금세 화색이 돌았다.

"형님, 절 그렇게 신용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제도 특공대 임무를 하게 되다니 꿈만 같아."

"그렇게 좋아할 것 없어. 성안에 들어가면 천 명의 군대가 너희들을 맞이해줄 거니까."

"크윽!"

로즈 남매에게 거침없이 찬물을 뿌리는 범려였지만, 이렇게라도 긴장을 하게 하지 않으면 애꿎은 해골들만 죽어나가는 수가 있다.

"잘 들어. 모든 싸움은 저 병사들이 다 알아서 하겠지만, 너희 둘을 같이 보내는 이유는 해골 병사들이 위험해지면 도와달라는 의미에서야. 알았지?"

"네! 형님!"

"걱정 마. 범려의 해골들 내가 무조건 살릴게."

둘의 각오를 단단히 받아내자 범려는 조금 안심할 수가 있었다.

"각자 준비됐지!"

"예! 장군님!"

"걱정 마십시오, 형님!"

"버프를 걸어!"

동시에 수많은 버프들이 걸리면서 해골들과 팀원들의 능력치가 급상승했다.

"시작하자!"

후우웅! 후우웅!

거대한 돌이 힘차게 성을 향해 날아가자 성에서는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적이다!"

성을 지키고 있던 인간 병사들이 경보를 울리면서 소리를 치자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발리스타 조준!"

끼이익!

6대의 발리스타 시위가 무섭게 당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범려의 발사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쏴라!"

거침없이 날아간 투창은 성벽에서 공격 준비를 하고 있던 병사들을 무참히 꿰어버렸다.

"궁수! 마법사!"

점차적으로 해골 병사들의 공격이 거세지자, 성벽 위에 자리하고 있던 병사들이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적들의 숫자는 별로 없다. 기병들을 출격시켜라!"

성벽 위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보이자, 망원경으로 성벽을 보고 있던 범려는 큰 소리로 외쳤다.

"저격수 앞으로! 목표 정면의 지휘관!"

저격수들의 저격 스킬이 발휘되면서 화살이 그 지휘관을 향해 날아들었고, 정확히 그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크윽!"

"젠장, 안 죽었다."

그 많은 화살을 맞고도 지휘관은 죽지 않았고, 부하들이 서둘러 그의 몸을 보호했다.

"제길, 이렇게 되면 그 방법밖에 없다."

범려는 부장들에게 지휘를 맡기고 해골마를 타고 앞으로 나갔다.

"이놈들아! 내가 이 군대의 지휘관이다!"

성벽 아래로 가 큰 소리로

'내가 지휘관이다!'

하고 외치니 수많은 병사들이 범려를 향해 집중 사격을 해댔다.

"컥! 이런."

범려는 너무 많은 적들의 시선을 받게 되자 얼른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눈 먼 화살들에 의해서 상당량의 생명력을 잃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으아, 아슬아슬하게 생명력 40퍼센트 남기고 왔다."

-해골 병사들이 격노 상태에 빠집니다.

범려가 간신히 자신이 원하는 상태에 돌입하게 되자, 병사들은 크게 소리치면서 격분했다.

"장군님! 성문이 열립니다."

"개마 기병과 망구다이를 이끌고 적 기병들을 상대해라."

해골 부장 둘이서 개마 기병과 망구다이를 이끌고 전진을 하자, 적 기병들이 때마침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적들을 물리치러!"

기병들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앞서 나오는 기병들과 전투가 시작되었다.

"헬렌 누나, 해골 마법사들과 같이 북문에 블리자드를 날려 줘."

"알았어."

"아, 그리고 블리자드가 끝나면 토네이도도 부탁해."

"걱정 마."

헬렌은 해골 마법사들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성의 북문을 향해 블리자드 마법을 시전하자 화창한 하늘에 검은 먹구름이 끼면서 주변의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고, 송곳처럼 날카로운 얼음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블리자드!"

북문은 때 아닌 추위와 송곳 같은 얼음으로 인해 큰 피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좋았어!"

범려는 생각보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성안에 있던 보병들이 성벽 위로 올라오면서 죽어버린 보병들을 대신하고 있었다.

"드디어 추가 병력들이 오고 있구나."

범려의 말은 성벽 위로 병력이 몰리면 몰릴수록 개구멍으로 들어가는 병사들이 좀 더 안전하게 진입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토네이도!"

헬렌은 과도한 마나를 소비하고 있는데도 전혀 굴하지 않고 마법을 난발했다.

해골 마법사들은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동안 파이어볼과 프로스트 노바를 연발하며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을 유린했다.

"호호호, 새로운 마법을 선보일 때가 왔구나."

헬렌은 토네이도까지 보여 주자, 해골 마법사들처럼 마나 소모가 적은 마법을 쓰는 게 아닌 다시 한 번 광역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뜨거운 용암 속에 잠자고 있는 홍련의 날개여, 그대의 불꽃으로 눈앞에 보이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힘을 보여 주소서!"

헬렌의 머리 위로 붉은색으로 빛나는 마법진 안에서 무언가가 하나 튀어나왔다.

"어라? 저건 또 뭐야?"

그 붉은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것은 거대한 피닉스였다.

키아악!

소환된 피닉스가 성을 향해 날갯짓을 하자 순식간에 수백 개의 불덩어리들이 날아들었다.

펑! 펑! 펑!

"헬렌 누나, 언제 이런 마법을 배운 거야?"

"호호호, 경매장에서 하나 샀지."

"돈은 어디서 나서?"

"어디서 나기는. 너 따라다니면서 얻은 아이템이랑 돈이 어디 한두 푼인 줄 알아? 그걸 모두 다 처분하고 마법서 하나 산 거야."

헬렌은 지금까지 범려를 따라다니면서 나온 돈과 아이템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마법서 하나 사는 데 모든 걸 투자해버렸다.

잠시 후, 피닉스는 불덩어리를 한 번 쏟아내더니 불꽃가루를 뿌리면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음, 대단한 마법이야. 나도 하나 구하고 싶은데. 누나, 그 마법 이름이 뭐야?"

"마법서 피닉스."

"마법서야? 소환 마법 같은데."

"아니. 마법서야.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니 더 이상 묻지 마."

헬렌은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면서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피닉스를 잠깐 소환해 그 힘을 이용한 마법이었다.

'아르테미스를 불러서 버프를 거는 것과 같은 형식의 마법을 좀 더 멋지게 표현하고자 하는 『판게아 월드』만의 방식인가. 굳이 이렇게까지 활용하다니.'

범려는 『판게아 월드』만의 이런 방식에 혀를 내둘렀다.

"장군님! 적들이 북문에 모두 다 집결한 것 같습니다."

범려는 한참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가 해골 부장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전투에 다시 눈을 돌렸다.

"모두 북문에 모였다 이거지. 그럼 취선이 슬슬 작전을 시작할 때가 됐는데."

취선이 뒤통수를 친다면 적들은 상당히 혼란에 빠질 것이고 지휘 체계가 흐트러질 가능성도 높았다.

"제길, 병력이 이곳으로 몰리는 것은 좋은데 예상보다 많잖아."

범려는 기본적으로 적은 병력으로 공성을 펼치고 있었기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다.

공성을 하면서 지금까지 버텨 온 이유는 마법사들의 광역 마법과 공성 무기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광역 마법을 다시 쓰려면 그 길고 긴 쿨 타임이 지나야 하기에 오로지 공성 무기에만 의존해서 싸워야 했다.

'젠장, 돈이 들더라도 썬더스톰이라도 하나 사야지. 이거 너무 힘들잖아.'

범려는 잠시 투덜거리면서 병사들을 계속 지휘해나갔고 해골 병사들은 온 힘을 다해 적들과 싸워나갔다.

그때!

"적의 기습이다!"

갑작스런 외침 소리에 성벽에서 전투를 하던 적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하자, 범려는 기회는 이때다 생각하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돌격병들이 방패를 앞세워 적군의 화살을 막아내자, 근위병이 그 뒤를 따라서 진군했다.

해골 병사들이 앞으로 나가자 적들의 혼란은 더욱더 가중되었다.

"태풍 몰아치기!"

문득 성벽 너머에서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범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드디어 이 전투의 끝이 보이는구나."

갑작스런 기습에 적들의 지휘 체계가 마비되자 적들은 속절없이 범려의 군대에 몰살을 당했다. 그리고 이내 성안에 있던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냐! 누군데 감히 주인님의 병사들을 죽이는 것이냐!"

"이제 기어 나오는구나."

성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취선은 어느새 범려의 옆으로 와 있었다.

"형님!"

"취선, 어서 이쪽으로 병사들을 데리고 와."

범려는 취선과 함께 있던 병사들을 자기 쪽으로 합류시킨 뒤 해골 부장에게 물었다.

"피해는?"

"전혀 없습니다."

범려는 취선과 로즈가 일을 잘 해결하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놈을 향해 웃어 보였다.

"드디어 이름 있는 놈이 나타났군."

"흥! 누가 너같이 하찮은 녀석을 상대하는 데 나의 주인이신 레오폴트 님이 오신단 말이냐."

"엥? 그럼 넌 누구냐!"

"난 레오폴트 님의 기사인 아만딘 님이시다!"

범려는 이 성의 주인이 나온 줄 알고 좋아했는데 그의 수하가 모습을 드러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보아하니 애송이 녀석이 이깟 해골들을 믿고 우리에게 덤벼들었구나!"

"뭐! 애송이!"

범려는 애송이라는 말을 듣고 발끈했지만, 옆에 있던 해골 부장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장군님, 저에게 저놈을 상대할 기회를 주십시오!"

"아닙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장군님을 모욕한 행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해골 부장들이 서로 나서서 녀석과 싸우게 해달라고 하자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 범려였다.

"좋아. 너, 녀석을 혼자 물리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범려는 해골 부장 하나를 지목하더니 앞으로 내세웠다.

"흥! 직접 나서기 싫어서 부하를 앞장세우다니, 치졸하구나!"

"넌, 내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다."

범려는 침착하게 녀석에게 대응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해골 부장 하나가 앞으로 나오자 아만딘도 앞으로 나왔다.

"흥! 이깟 해골로 날 이기려 하다니, 가소롭구나."

아만딘은 다시 한 번 범려를 불러내기 위해 소리쳤지만, 해골 부장 하나가 해골마를 타고 묵묵히 걸어 나오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이 해골을 쓰러트리고 너를 불러내겠다."

"그러냐? 그럼 먼저 쓰러트리고 나한테 와라. 내가 상대해주마."

범려는 해골 부장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부장의 스킬 중에서 '부장의 역량'이라는 스킬 덕분에 마법사를 제외한 해골 병사들의 모든 스킬을 쓸 수 있었다.

끼이익! 쉬이익!

부장은 곧바로 말을 달리며 활을 쏘아댔고, 아만딘은 들고 있던 방패로 능숙하게 막아냈다.

"흥! 그따위 궁술로는 날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휘이익!"

그의 휘파람 소리에 성안에서 말 한 마리가 나오자, 아만딘은 곧바로 말 위에 올라타 해골 부장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뼈다귀 녀석, 넌 오늘 내 손에 죽는 날이다."

아만딘이 검을 휘두르자 해골 부장은 창을 꺼내 오히려 반격을 했다.

"헛!"

캉! 캉! 캉!

해골 부장의 창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만딘은 방패를 들고 그 창을 막느라 급급했다.

"회오리 찌르기!"

해골 부장의 창이 급격하게 회전하면서 아만딘의 방패와 어깨를 동시에 관통했다.

"크윽!"

그래도 중간 보스 정도 되는 녀석이라 생명력이 좀 되는지 실질적으로 깎여 나가는 생명력은 아주 적었다.

"실력이 제법이구나."

아만딘은 설마 방패가 뚫릴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어 해골 부장이 다시 창을 찌르며 공격해 들어왔으나 그 찌르기를 두 번이나 허용할 아만딘이 아니었다.

"어딜!"

퉁! 퉁!

그러나 방패로 공격을 튕겨 내기는 했지만, 해골 부장의 창이 너무 예리하게 들어오는 바람에 몸에 작은 상처가 생겨났다.

"흐흐흐, 어서 죽어라, 아만딘."

범려는 뒤에서 아만딘을 향해 어서 죽으라고 기도를 했다. 그래야 해골 부장이 멀쩡히 살아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크윽!"

해골 부장과 아만딘의 싸움은 압도적으로 해골 부장이 유리했다.

아만딘의 생명력이 엄청나서 아직까지 버티고 있지만, 단 한 번도 해골 부장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여기서 포기를 한다면 깔끔하게 너의 목을 쳐 주지."

해골 부장은 이 싸움에서 녀석에게 깔끔하게 죽을 것을 요구했지만 아만딘은 어림도 없다는 듯 크게 소리쳤다.

"흥! 누구 마음대로!"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해골 부장은 이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를 동원해서 아만딘을 압박해나갔다. 거리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검과 도끼를 쓰거나, 살짝 멀어진다면 창을 꺼내 여지없이 찔러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하앗!"

해골 부장이 아만딘이 타고 있던 말의 다리를 힘차게 후려침과 동시에 말이 넘어지자 아만딘은 꼴사납게 땅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히이잉!

해골마가 음산한 울음소리를 터트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만딘을 무참하게 짓밟기 시작했다.

말이 한 번 밟을 때마다 생명력이 2퍼센트씩 쭉쭉 빠져나갔다. 범려는 그걸 보고 심각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빌어먹을 녀석. 뭐 저리도 생명력이 많아. 일반 몬스터는 말발굽에 한 번 밟히면 30퍼센트 정도 생명력이 빠져나가는데."

그렇게 말발굽으로 밟히는 것도 스무 번이 다 되자, 그 많던 생명력 거의 다 사라지고 고작 5퍼센트도 남지 않았다.

"이놈! 말에서 내려라!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루자!"

"좋다. 결판을 내주지."

해골 부장은 아주 끝장을 보려고 해골마에서 내려왔다.

"크흐흐, 멍청하게 말에서 내려오다니. 넌 죽었다."

아만딘은 말을 타고 있을 때보다 땅에 발을 붙이고 있을 때 더 뛰어난 무위를 자랑했는지, 그는 곧장 해골 부장을 압박할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

챙! 챙! 챙!

하지만 그렇게 압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해골 부장의 생명력을 건드릴 정도는 안 되었고, 그는 얼마 가지 않아서 다시 해골 부장의 무위에 밀리고 말았다.

"쿠엑!"

공방전을 얼마 벌이지도 않았는데 아만딘은 해골 부장의 창에 맞아서 뒤로 나자빠졌다.

해골 부장은 나자빠진 녀석을 향해 창을 힘차게 던져 몸에 쑤셔 박아버렸다. 그다음에는 도끼를 던지고 활을 당기더니 마지막으로 검을 들고 녀석의 가슴에 틀어박았다.

"커억! 이럴 수가……."

해골 부장 혼자서 수하 하나를 처치해버리자 해골들은 두 손을 번쩍 들면서 괴기스런 함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앙-!"

얼마나 괴기스러운지 적들은 이내 몸을 움찔거렸다.

이어 한바탕 싸운 해골 부장이 크게 외쳤다.

"나와 겨루어볼 사람이 있으면 당장 앞으로 나와라!"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의 대군을 앞에 두고 외쳤던 것처럼 우렁차게 소리치자 특이한 메시지가 범려의 눈앞에 떴다.

-해골 부장의 숨겨진 기술이 밝혀집니다.

-공포의 외침을 습득했습니다.

-공포의 외침

적의 사기를 꺾는 외침을 내지릅니다. 아군을 제외한 모든 적군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20분 동안 10% 하락하게 만들며, 일정 확률로 혼란에 빠져 적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아무에게나 공격합니다.

단! 언데드에게는 혼란이 걸리지 않습니다.

쿨 타임:20초, 마나 소비:200

"으하하하, 새로운 기술을 익히다니."

범려는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기술을 익혔다는 메시지에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다.

"으아! 우리는 다 죽을 거야!"

성을 지키던 병사들은 부장의 외침 소리를 듣더니 절반 가까이 혼란에 빠지면서,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날뛰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우리는 다 죽었어. 어서 도망쳐야 해!"

"도망치면 내 손에 먼저 죽는다! 컥!"

"네놈 손에 죽느니 차라리 내가 먼저 널 죽이고 도망치겠다."

범려는 혼란에 빠진 적들이 서로 죽이고 죽이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이놈-!"

갑자기 병사들끼리 싸우고 있을 때 성안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려오면서, 혼란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을 순식간에 진정시켰다.

"진짜 보스 등장이시군."

범려는 이 던전의 진짜 주인이 나타난 것을 확인하고는 뒤에 있는 헬렌에게 물었다.

"누나, 블리자드 쿨 타임 돌아왔어?"

"5분 남았어. 다른 것도 1분 간격으로 쿨 타임이 남아 있어."

해골 부장이 아만딘과 싸우느라 굉장히 오랫동안 시간을 잡아먹은 상태여서 마법 쿨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누가 나의 기사를 죽인 것이냐!"

"나……."

"나다! 내가 너의 기사를 죽였다."

범려는 해골 부장을 막고 앞으로 나서서 외쳤다.

"이놈!"

"헉!"

보스인 레오폴트가 들고 있는 도끼를 힘차게 휘두르자, 거대한 파동이 범려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왔다.

"힐!"

로즈는 범려에게 날아오는 파동만 보고 바로 힐을 시전해서 그의 목숨을 또다시 구해주었다.

"크윽!"

자칫했으면 골로 가버릴 상황이었는데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

"이놈 운이 좋구나!"

"이게 진짜! 한판 붙어보자는 거냐!"

"애송이 녀석이 내 부하를 쓰러트렸다고 해서 기고만장하구나!"

레오폴트는 직접 나서지 않고 병사들을 통솔하더니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병사들을 가지고 놀겠다 이거냐. 좋아, 나도 그 놀이에 가담해주지. 대신 너와는 일대일 승부를 좀 벌여야겠다."

범려는 손짓으로 부장들에게 지휘를 맡기고는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레오폴트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넌 내 화살이나 먹어!"

쉬이익! 쉬이익!

범려의 화살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자 레오폴트는 몸을 숙여 피하려고 했지만, 그의 화살은 녀석이 몸을 숙일 것까지 계산을 하고 쏘아졌다.

"크윽!"

"어디서 내 화살을 피하려고."

멈추지 않고 날아드는 화살에 더군다나 치명타까지 터지며 레오폴트의 온몸에 화살이 계속 박혀들었다.

"이 비열한 자식! 정정당당히 무기를 들고 나와 한판 겨루자."

"그래. 정정당당하게 활 들고 공격하잖아. 내가 어디 무기 안 들었냐?"

"크윽! 검을 들고 싸우잔 말이다!"

"난 검 못해."

쉬이익!

착실하게 레오폴트 몸에 화살을 꽂아가면서 괴롭히는 동안 해골 병사들은 주변에 있는 적들을 깡그리 쓸어버렸다.

"어떤 무기라도 좋으니 활 말고 다른 걸로 승부를 보자!"

레오폴트는 해골마를 타고 달려오는 범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계속 화살을 맞아서 억울한 상태였고, 가까이서 자신의 도끼로 확 찍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미안해서 어쩌지. 내 창은 저기 보이는 다른 녀석들이 들고 있어서 말이야."

순도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범려는 녀석을 신나게 골려 주었고, 레오폴트는 자신의 말을 타고 달려가는데도 따라잡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놈!"

레오폴트는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무기를 던지며 범려에게 위협을 해봤지만, 해골마를 타고 이리저리 토끼처럼 뛰어다니는데 누가 잡히겠는가.

"메롱이다. 우헤헤헤!"

범려의 주특기인

'적을 욕 나올 정도로 놀려 먹어라.'

가 발휘되면서 상대를 광분하게 만들었다.

"야! 이놈! 너 거기 안 서!"

"캘캘캘, 나만 쫓아오지 말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시지."

레오폴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의 부하들이 싸늘한 시체로 되어 있는 모습에 얼른 말을 멈춰 세웠다.

"어떻게 이런!"

"쯧쯧쯧, 나만 쫓아오더니 꼴좋구나. 이제는 다른 무기로 놀아주지."

범려는 레오폴트를 향해 섬전의 창을 꺼내들었다.

"한판 해볼까?"

"아니, 너 다른 무기가 있었잖아!"

"전쟁터에서 적장의 말을 다 믿으면 안 되지."

한마디로 얼굴에

'나는 천하제일 바보.'

라고 써 붙인 꼴이 되자 레오폴트는 더욱더 광분했다.

"으으으-!"

"그렇게 소원하던 싸움을 해주겠다는데 너무 흥분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서 범려는 해골마의 기수를 돌려 레오폴트에게 달려들었다.

"하앗!"

"이놈!"

캉! 캉!

무식한 쇳소리가 들리면서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범려는 순수한 힘으로는 녀석에게 밀리기 때문에 힘보다는 기교를 부리며 상대했다.

"받아라!"

"환영섬!"

놈의 도끼에 이상한 기운이 맺히는 것을 본 범려는 순식간에 환영섬을 펼치며 그 공격을 원천 봉쇄해버렸다.

"크윽!"

"흥! 내가 그 기술을 순순히 쓰게 만들 줄 알았냐."

레오폴트는 자신의 핵심 기술을 못 쓰게 되자 절망해버렸다.

"클클클, 기술 하나 막혔다고 아주 죽을상을 짓는구나."

범려가 또 놀리자 레오폴트의 두 눈에서 불꽃이 팍 튀기더니, 맹렬하게 도끼를 휘두르며 공격을 펼쳤다.

"크윽!"

"이놈! 내가 이 기술이 막혔다고 물러설 줄 알았더냐!"

레오폴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범려가 말 위에서 몸을 주춤거렸고, 자칫했으며 말에서 떨어지는 불상사도 생겨날 뻔했다.

'빌어먹을, 보스라서 그런지 힘 더럽게 세네.'

범려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었지만, 해골들은 어느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은 채 전투 장면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정말 혼자서 싸우라는 거야 뭐야. 단 한 녀석도 안 도와주네.'

속으로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을 향해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다!"

범려는 이렇게 당하기는 억울한지 녀석과 힘으로 승부를 보기 시작했다.

"회색의 빛!"

"크억!"

레오폴트는 파괴력은 강하지만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하는지 범려가 스킬을 써서 공격하면 모조리 그 공격을 맞았다.

"이런 맷집만 겁나게 센 놈."

"덤벼라!"

범려는 질긴 생명력으로 끝까지 버티는 레오폴트의 모습에 역시 보스는 뭔가 다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좀 죽어라, 이 질긴 놈아."

"널 죽일 때까지 죽지 않는다!"

"환영섬!"

수십 가닥으로 갈라지는 섬전의 창이 아무런 방해물도 없이 레오폴트 몸에 그대로 꽂히자 생명력이 쭉쭉 빠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와! 범려 잘한다!"

로즈가 크게 소리쳤지만, 아쉽게도 그 목소리는 범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제대로 들어갔다!'

범려의 관심을 잡아끄는 것은 레오폴트의 생명력이 얼마나 떨어졌는가다.

"이만 포기하고 좋게 죽어라, 레오폴트!"

"누구 마음대로 사람을 죽이는지 모르겠구나!"

"쳇!"

범려는 녀석의 목을 순순히 받아내고 싶었지만 그건 어림도 없었고, 여전히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며 놈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게 전부였다.

"하압!"

퍽!

히이잉!

범려는 기수를 돌려 놈의 뒤로 돌더니 창으로 레오폴트의 말 다리를 부러트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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