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56화 (56/80)

제6장. 마법 전쟁

범려는 또다시 해골마를 타고 동쪽에 있는 창공의 페이셔 탑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만 6시간이 걸렸다.

"젠장, 겨우 두 개 탑을 돌고 왔는데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고 말았다."

말을 타고 돌아다녀 본 지가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장시간 타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형님, 이제 어쩌실 생각이에요?"

"간단해. 로즈와 헬렌이 저 안으로 들어가서 마법사들을 후퇴하도록 설득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네?"

창공의 페이셔 탑은 이미 언데드 군단으로 인해 포위되어 그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마 탑 주변에 거대한 성벽이 세워져 있어서 언데드 병력들을 가까스로 막고 있었다.

"다행히 북쪽은 언데드 병력들이 별로 없군."

"……."

창공의 페이셔 탑 주변의 북쪽 성벽은 병력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그건 남쪽 성벽에 비해 적을 뿐이지, 최소한 2천의 언데드 병력들이 그곳을 두드리고 있었다.

"대략 2천에서 2천5백 정도의 병력이군. 클클클."

범려는 저 정도 병력은 우습다는 듯이 웃었다.

그걸 보고 있던 취선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런 웃음을 짓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형님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저 2천의 병사들과 싸운다고 해도 근처에 있는 병력들이 우르르 몰려올 텐데.'

취선은 그걸 걱정했지만 범려는 그런 것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로즈, 헬렌 누나, 몸무게가 몇이야?"

범려가 다짜고짜 두 사람의 몸무게를 물어보자 그녀들은 상당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게임 방송국 VJ를 하고 있는 로즈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아, 내가 작전을 설명 안 했지? 미안. 잘 들어. 난 여기서 투석기를 이용해 저기 보이는 탑 안으로 너희 둘을 던질 거야."

"뭐! 그럼 우리보고 저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라는 거야?"

"정확히 말하면 해골 병사들이 어느 정도 길을 뚫은 후에 투석기를 사용할 거야. 그리고 저기 보이는 탑의 창문에 정확히 던지려면 투석기에 탄도학 공식을 적용해야 해."

범려는 나름대로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을 제시했지만 그걸 듣는 로즈와 헬렌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어렵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이 마탑의 마법사들을 조금이라도 북쪽 도로시의 탑으로 이동시키지 않으면 흑마법사들과 싸울 마법사들이 부족해. 내가 직접 가고 싶지만 마법사들이 날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로 인식해서 말이 안 통해!"

범려는 마법사들을 살리는 길이 이 퀘스트를 좀 더 유리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 믿었다.

"그러니 어서 두 사람의 몸무게를 알려 줘. 탄도학 공식에 필요해."

그녀들은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범려의 귀에다 각자의 몸무게를 작게 속삭였다.

"음, 꽤나 무거운데?"

"뭐야!"

"크윽!"

로즈는 무겁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옆구리를 꼬집으면서 범려에게 복수했지만 이미 몸무게는 범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뒤였다.

"크윽, 그것보다 지금은 북쪽 성벽에 붙어 있는 것을 일시적으로 밀어내는 게 우선이야."

"일시적? 저들을 공격하는 게 아니고요?"

"야, 저 많은 병력을 어떻게 공격해? 그냥 겁만 줘서 진형이 잠시 흐트러졌을 때 투석기를 소환해서 둘을 저쪽으로 날리는 거야."

다들 범려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각자 무기를 꺼내들고 북쪽 성벽으로 움직였다.

"이런 빌어먹을 언데드 녀석들. 모든 걸 재로 만들어주마. 인페르노 스톤!"

갑자기 마법사의 뒤로 불타오르는 거대한 암석이 생성되더니 그대로 언데드 병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음이 일어나더니 암석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기면서 언데드들을 부숴버렸다.

"지금이다. 나의 해골 병사들이여, 길을 열어라!"

어느 한 마법사가 성벽에서 날린 마법 덕분에 약간의 틈이 생기자 범려는 지체 없이 병사들을 데리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아르테미스!"

"안녕하……."

"투석기 하나 소환!"

"네, 알겠습니다."

아르테미스는 인사를 하다 말고 범려의 옆에 투석기 하나를 소환했다. 그러자 범려가 로즈와 헬렌에게 소리쳤다.

"어서 위로 올라가! 시간 없어!"

범려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겠다는 심산인지 급하게 두 사람을 투석기 위에 올리더니 해골들에게 명령했다.

"던져!"

끼리리릭!

휘익!

"꺄아악!"

"엄마야!"

그녀들은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로 투석기를 통해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범려는 두 사람이 날아가는 것을 보며 투석기를 역소환했다.

"후퇴한다! 부장들과 기병들은 병사들의 후퇴를 도와라!"

"예!"

보병들이 물러서는 것을 기병들이 도우며 전투 구역에서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뭔가가 순식간에 왔다가 사라지자 그 근처에 있던 흑마법사가 데스나이트를 불러서 물었다.

"방금 뭐냐?"

"지금 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희들 휘하에 있는 병사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넌 당장 일부 병력을 이끌고 저들을 추격해라. 적이라고 의심된다면 죽여도 좋다."

"예!"

데스나이트는 당장 언데드 병력 1천을 이끌고 추격에 들어갔다. 반대로 탑 안에 들어간 로즈와 헬렌은 그 안에 있던 마법사들에게 포위를 당했다.

"누구냐!"

"네? 전 로즈라고 합니다. 직업은 사제이구요."

"사제?"

마법사들은 사제라는 말에 약간은 경계심을 풀었지만 전시였기에 사제라고 해서 크게 반가워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곳의 탑주님을… 아니, 그다음 서열의 부탑주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로즈는 며칠 전 범려에게 각 마탑의 탑주가 사라졌다고 들었다. 그래서 가장 이야기가 빨리 통할 것 같은 부탑주를 찾은 것이다.

"이런 전시에 무슨 이유로 부탑주님을 뵈려는 것이냐!"

"지금 아티잔의 탑을 제외한 나머지 3대 마탑들이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전 그걸 알리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음!"

로즈의 이야기를 들은 마법사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로즈와 헬렌을 부탑주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부탑주님, 긴급 사안입니다."

"들어와라."

부탑주는 다른 마법사들과 같이 전투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부탑주님. 저는 사제 로즈라고 합니다."

"마법사 헬렌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같이 인사를 하자 부탑주는 이런 상황에 마법사와 사제가 찾아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두 사람은 무슨 일로 이곳에 온 겁니까?"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으니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탑에 있는 탑의 마법사들을 제외하고 모든 마법사들이 도로시의 탑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어서 그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마법사들이 도로시의 탑으로?"

부탑주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마법사들이 한곳에 모이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다들 그곳에서 결전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마법사들도 어서 북쪽 도로시의 탑으로 가야 합니다."

"그들이 왜 이곳을 구원하지 않고 북으로 이동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그건… 마법사들이 집결을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모든 마법의 도구들이 북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곳을 버리고 북으로 가셔야 합니다."

로즈는 생각보다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며 어서 도로시의 탑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의 터전. 쉽사리 이곳을 버리고 떠날 수 없네."

"그렇다면 이곳의 마법사들과 오랜 기간을 걸쳐 연구한 마법들을 이곳에 묻으실 작정입니까?"

"마법을 이곳에 묻다니, 무슨 망발인가!"

"마법사들이 이곳에서 죽는다면 그것이 마법이 묻히는 게 아니고 무엇입니까?"

로즈가 범려를 따라다니면서 배운 게 있다면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마음을 흔드는 일이다.

"탑은 언제고 다시 지을 수 있지만, 한번 잃어버린 마법은 다시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어서 북으로 가셔야 합니다."

"끙!"

탑에 대한 미련이 남는지 부탑주가 쉽사리 결정을 못 내리고 있자 옆에 있던 헬렌이 입을 열었다.

"마법은 누군가가 사용해야 그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겨우 돌과 흙을 이용해 만든 탑에 미련을 두신다고 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망해버린 탑이라는 오명만이 남을 뿐입니다."

"뭐라고!"

부탑주는 화를 냈지만 막상 헬렌의 말에 반박할 여지를 찾지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우, 좋아. 도로시의 탑으로 가지. 모든 마법사들에게 전해라. 탑을 버리고 도로시의 탑으로 간다고. 마지막으로 가기 전에 흑마법사 놈들에게 멋진 선물을 하고 싶다."

부탑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 아래 서열의 마법사들이 발 빠르게 그 명령을 다른 마법사들에게 전달했다.

명령을 받은 마법사들이 탑 안으로 들어왔고, 성벽 위에 남은 것은 이제 골렘들과 일부 마법 생명체들뿐이었다.

"이곳을 폭파하고 도로시의 탑으로 간다. 워프 게이트를 제외한 모든 마법을 비틀어라."

"예!"

마법사들이 순식간에 흩어지더니 워프 게이트를 제외한 모든 마법들을 비틀어버렸다. 이제 마법을 발동시키면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탑을 휩쓸고 말 것이다.

"준비 완료됐습니다."

"가자, 도로시의 탑으로."

수많은 마법사들이 워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 많은 마법사들의 대열 속에 헬렌과 로즈도 끼어 있었다.

"으하하, 드디어 마법사들이 포기를 하는구나!"

흑마탑의 주인인 아스타우스는 마법사들이 포기를 했다면서 좋아했지만 그것도 잠시, 주변에서 느껴지는 불안정한 마나의 흐름을 직감했다.

"이건!"

아스타우스는 거세게 밀려오는 마나의 힘에 놀라며 당장 흑마법사들에게 외쳤다.

"데스나이트와 병사들을 뒤로 당장 후퇴시켜!"

명령이 전달되는 속도는 기가 막히게 빨랐지만 마탑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은 그것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후우웅, 쾅!

주변의 모든 것들이 폭발에 휩쓸리면서 언데드 병사들이 비산을 하며 날아다녔다.

"이런! 다크 실드!"

거대한 다크 실드가 펼쳐지며 주변의 다른 흑마법사는 물론이거니와 일부 언데드 병사들까지 보호하는 실드가 형성되었다.

"크윽!"

아스타우스는 엄청난 마나의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다른 흑마법사들과 병사들을 구할 수 있었다.

"탑주님!"

"난 괜찮다. 어서 상황을 파악해라."

흑마법사들과 데스나이트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상황을 파악하고는 아스타우스에게 알려 주었다.

"언데드 병사 1만이 박살났습니다. 병사들을 복구한다고 해도 2천의 언데드 병사들 정도만 부활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놈의 마법사들 때문에 8천의 병사들을 잃었군."

"탑주님, 일단 몸을 쉬셔야 합니다."

"마차를 만들어라.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겠다."

"알겠습니다."

흑마법사들은 마법으로 순식간에 뼈를 이용해 마차를 만들었고, 그 안에 아스타우스가 올라탔다.

"마법사들은 일부러 탑을 폭파시켰다. 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야 한다."

"예, 탑주님."

아스타우스는 녀석들이 어딘가로 도망을 갔다고 생각했다.

'녀석들이 도망을 가봤자 남은 3개의 탑 중에서 한 군데밖에 없겠지.'

흑마탑주 아스타우스는 몸을 다스리며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아직도 남은 병력들이 더 있고, 마법사들의 골렘들이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 않음을 확인한 그였다.

* * *

"형님, 뒤에 추격이 붙었습니다."

"젠장,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반응이 너무 빨라."

범려는 지금 흑마법사들의 언데드 군대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리고 저 군대를 지휘하는 데스나이트의 숫자도 5기나 되었다.

"젠장, 징그럽게도 쫓아오네."

"형님, 제가 막아볼 테니 진형을 짜보세요."

"뭐? 야, 무슨 소리야!"

취선은 갑자기 말 머리를 돌리더니 뒤에서 쫓아오는 언데드 부대를 향해 달려갔다.

"빌어먹을! 부장, 여기서 놈들과 한판 벌인다. 진형을 짜라!"

범려는 해골 부장에게 진형을 짜라고 명령하고는 취선을 구하기 위해 말을 내달렸다.

"오뉴월에 서리 맞아 뒈질 놈이 똥폼 잡고 튀어나가면 어쩌자는 거야!"

챙! 챙! 챙!

"다 덤벼라!"

취선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적의 해골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데스나이트는 어디 있느냐! 나랑 한판 시원하게 붙어보자!"

취선은 이것들을 지휘하는 데스나이트 하나를 붙잡아야 여러 놈을 동시에 상대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크하하! 감히 인간 주제에 나와 실력을 겨루려 하다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군!"

"그럼 나와 한판 겨루는 게 식후 운동밖에 안 되겠구나!"

"물론이지. 너 따위 인간은 내 운동거리도 안 된다!"

"그럼 그 식후 운동을 한판 해보자, 이 뼈다귀야."

취선은 녀석을 적당히 놀려 먹으며 시간을 벌었다.

"흥! 인간, 나와 그렇게 겨루고 싶다면 한번 놀아주지!"

데스나이트가 검을 뽑아들더니 취선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언데드 병사들이 뒤로 주르륵 밀려나며 두 존재가 싸움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하아앗!"

"크아앙!"

둘이 싸움을 벌이자 범려는 섬전의 창을 들고 있다가 멍하니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라? 이놈, 벌써 한판 벌였네."

범려는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취선의 실력을 감상해야 했고, 진형을 완전히 갖춘 채로 전진한 해골 병사들이 범려의 옆에 딱 도착했다.

"장군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음, 기다려야지. 취선이 시간을 벌어줬으니 녀석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알겠습니다, 장군님."

해골 부장은 범려의 옆에 서며 취선을 바라보았다. 위험한 상황이 된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그를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식후 운동도 끝났으니 본편으로 가볼까!"

취선이 이 정도쯤은 우습다는 듯이 도끼를 들고 웃자 데스나이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확 바뀌었다.

"좋다. 원하는 대로 내 본신의 실력을 보여 주마."

데스나이트의 검에서 어둡고 음침한 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을 본 취선은 인상을 찡그렸다.

"어둠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 주지."

"아르테미스의 손길!"

범려는 데스나이트의 검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을 보고 바로 버프를 시전했다. 어둠의 기운은 성스러운 기운으로 상대를 해야 어울리는 법이었다.

-모든 무기에 성 속성이 부여됩니다.

-모든 형태의 능력치, 공격력과 방어력이 40% 상승합니다.

-모든 마법 저항이 20% 상승합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취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범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는 녀석과 다시 한바탕 격돌을 일으켰다.

"으아앗!"

흑백의 기운이 충돌할 때마다 힘의 파장이 넘실댔다. 그러면서도 싸움은 10분이 넘게 지속되었다.

"끝을 보자, 뼈다귀!"

"누가 할 소리!"

둘은 이제 싸움이 막바지에 들어섰다는 것을 느꼈는지 최후의 일격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간다!"

"죽어라, 인간!"

캉! 캉! 팡!

혼신의 힘을 다한 취선이 데스나이트의 검을 부수고 그 여세를 몰아 녀석의 머리까지 박살을 내버렸다.

"으아아-!"

취선은 쓰러진 데스나이트를 보고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기운을 그대로 소리로 내질러 포효했다.

"부장! 당장 녀석들을 공격해라!"

범려는 취선이 데스나이트와의 싸움에서 이기자 이 기세를 몰아 적들을 쓸어버리라 명령했다.

"공격!"

해골 부장들이 앞으로 튀어나가자 범려는 싸움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다른 데스나이트들과 언데드 병사들이 재빨리 진형을 갖추며 대응했다.

"개마 기병! 휩쓸기!"

제일 앞에서 돌진하던 개마 기병들이 그 기다란 창을 힘차게 휘두르며 전방에 있는 녀석들을 그대로 쓸어버리자 앞에서 버티고 있던 언데드 병사들의 진형이 흐트러져 버렸다.

개마 기병의 뒤를 따라 움직이던 망구다이들은 흐트러진 진형 속에서 진형을 유지하려는 언데드 병사들을 올가미로 낚아채 그대로 잡아당겼다.

"이런!"

데스나이트들은 순식간에 진형을 흩뜨려 버리는 저 두 기병을 향해 분노를 터트렸지만 그것도 잠시, 기병들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후퇴! 후퇴하라!"

"놈들이 도망친다! 단 한 놈도 살려 둬서는 안 된다!"

범려는 저들을 하나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숫자를 줄여 놓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장! 망구다이들을 데리고 적 데스나이트를 잡아라!"

"예! 장군님."

해골 부장이 망구다이들을 이용해 적 데스나이트를 잡기 위해 먼저 앞질러 달리자 다른 언데드 병사들이 데스나이트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휘리릭!

망구다이들은 달려드는 병사들을 거침없이 올가미로 낚아채더니 그대로 뒤쪽으로 던져 버렸다.

그렇게 병사들이 뒤로 빠질수록 데스나이트를 보호해줄 병사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병사들이여, 나를 보호하라!"

데스나이트들은 저들의 손에 잡히면 이 부대가 끝장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하들을 희생시키면서도 끝까지 도망을 치려 했다.

"어림없다."

범려와 취선은 동시에 데스나이트를 잡으려 뛰어들었고, 순식간에 그 주변에 있던 언데드 병사들을 떨쳐 냈다.

휘리릭! 휘리릭!

망구다이들은 범려와 취선이 언데드 병사들을 떨쳐 내주자 그대로 올가미를 던져서 데스나이트들을 모조리 낚아채버렸다.

"데스나이트들을 잡았다! 나머지 녀석들을 물리쳐라!"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잡혀 버리자 아무리 공포를 모르는 언데드 부대라고 해도 범려의 군대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데스나이트를 부숴라."

"예! 장군님."

해골 부장들이 꽁꽁 묶여 있는 데스나이트들을 부수라고 명하자 수십의 해골 병사들이 무참히 그들의 뼈를 부숴버렸다.

"형님, 이제 북으로 가실 건가요?"

"당연히 북으로 가야지."

범려는 다시 해골 병사들을 이끌고 느긋하게 도로시의 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금 도로시의 탑은 한창 전쟁 준비로 바쁘겠지만 수많은 마법사들이 힘을 합치면 흑마법사들에게 밀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루이!"

"무슨 일이지, 하인?"

"도로시의 탑 주변 지형을 알아봐줄 수 있어?"

"그 정도야 쉽지!"

"당장 알아봐줘."

루이는 쥐들을 부르더니 도로시의 탑 주변 지형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시간만 기다려. 그럼 아주 자세한 지도가 나올 거야."

"기대하지."

범려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탑으로 향했다.

쥐들이 정보를 조사하고 있을 때쯤 도로시의 탑에서는 마법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 * *

"이건 저쪽으로 가져가. 성벽으로 배치되는 골렘의 숫자는 어떻게 됐어?"

"지금 골렘들은 다 배치가 됐지만 더 많은 골렘들이 필요해서 추가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생산한다는데?"

"대략 300기의 암석 골렘입니다. 투입되는 마법사들은 2천 명이고, 제작 완료는 내일입니다."

4대 마탑의 마법사들이 뭉쳐서 일을 진행하다 보니 그 규모가 거대해졌다.

"후후, 이제 흑마법사 놈들이 오는 것만 기다리면 되는 거다."

마법사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탑의 방어를 굳건히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놈들과 전쟁을 벌이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는 동안 범려는 이미 도로시의 탑 주변의 은밀한 곳을 찾아 그곳에서 병사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음, 언데드 대군이 주둔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넓이의 땅이 필요할 테니 대략 군영을 만들려면 서쪽의 평야 지대에 병사들을 주둔시킬 테고, 가장 치열하게 싸울 만한 장소도 서문이겠군."

범려는 서문이 치열한 격전지가 될 거라 예상하고 전투가 시작되면 마법사들과 몇몇 기병들만 이끌고 가서 광역 마법을 날려 주고 도망칠 계획을 세웠다.

"하하하, 기대되는구나."

총 4개의 광역 마법을 해골 마법사들이 익히고 있고, 한 번 쓸 때마다 네 번 중첩되어 떨어지니 총 열여섯 번의 광역 마법이 떨어진다.

이 정도면 웬만한 길드에서는 꿈도 못 꿀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

"루이, 지금 흑마법사들이 어디쯤 있는지 확인 가능해?"

"움하하하! 내가 왜 그런 일을 해야 하지? 난 주인이야. 그런 건 하인인 네가 해야지."

"죽을래, 아니면 찾을래?"

범려가 해골 부장이 차고 있던 허리의 검을 뽑아 겨누자 루이는 그 자리에서 말을 바꿨다.

"예, 주인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여기서 확실히 이야기하지. 다음에 한 번만 더 하인 어쩌고 한다면 그 자리에서 목을 자르겠다."

"히익! 네……."

어차피 루이는 싫어도 범려를 떠날 수 없는 페트에 불과하다. 그러니 범려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꼭 이런 짓까지 해야 되나."

범려는 잠시 이런 협박까지 해서 녀석을 조용히 시켜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 생각은 금방 지워버렸다.

"형님, 누나한테 연락을 넣어서 서쪽에 병력을 집중하라고 할까요?"

"아니, 내버려 둬. 거기 마법사들도 바보는 아닐 거야. 그리고 그런 대군이 둔영을 만들려면 서쪽밖에 없으니 알아서 병력이 서문에 집중될 거야."

범려의 예상대로 마법사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최소한 적들이 어느 방향으로 쳐들어오는지는 알고 있었다.

"형님, 마법사들하고 흑마법사들이 전투를 벌이면 저희도 싸우나요?"

"아니, 안 싸워. 개전(開戰)할 때 해골 마법사를 이끌고 마법 한 번 뿌려 준 후에 뒤로 빠질 거야."

"그게… 전부예요?"

"그럼 뭐가 더 있겠냐? 병력이 너무 많아서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이야."

"최소한 게릴라 전법 같은 거라도……."

범려는 잠시 한숨을 쉬었다. 지형 조건이 게릴라 전법을 펼치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탑 주변이 넓지 않음에도 평야가 많고 산이 있긴 했지만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게릴라전의 최대 약점은 적이 자신을 발견하면 그날로 끝이라는 거다. 은밀하게,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움직이는 게 기본인데 그러기에는 지형적 요건이 좋지 않았다.

"게릴라 전투보다는 마탑의 마법사들이 저 언데드 군대와 충돌하는 게 제일 좋아."

"그래도 이대로 방관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나중에 실컷 싸우게 되니 걱정 마라. 지금은 언데드 병력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야."

다음 날이 되자 흑마법사들의 언데드 군대가 보란 듯이 북쪽 탑에 도착했다. 그리고 범려의 예상대로 서쪽 평야 지대에 군영을 설치하고는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빠르면 3시간 뒤에 전투가 벌어지겠군."

범려는 전투 시간을 예상했다. 인간들이었다면 하루 정도를 쉬어줘야 하기에 다음 날 전투가 벌어질 테지만, 언데드들은 그날 바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마법사들을 죽여라!"

"캬캬캬, 마법사들을 죽여라!"

언데드 병사들이 쇳소리를 내며 함성을 질렀다.

"적들이 쳐들어온다! 공격 준비!"

성벽 위에는 암석 골렘들이 대기하고 있고, 마법사들이 그 골렘의 뒤에 서 있었다.

"오너라. 너희를 모조리 마나의 제물로 바쳐 주마."

쿵! 쿵!

크아앙-!

흑마법사들의 언데드 군대가 괴기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뛰어가자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더니 공격을 시작했다.

"전투가 시작됐다. 망구다이 4명 앞으로 나와라."

망구다이 4명이 앞으로 나오자 해골 마법사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해골마 갈비뼈 안으로 들어갔다.

"후후후, 편하군."

범려는 바로 망구다이들을 데리고 한창 싸우고 있는 서쪽 성문을 향해 달려간 후 마법 사정거리가 아슬아슬하게 닿는 부분에 마법사들을 내렸다.

"순서대로 간다. 먼저 블리자드."

해골 마법사 20명이 동시에 마법을 준비하더니 순식간에 쏟아냈다. 같은 마법이 네 번이나 중첩해서 떨어지는 것은 참으로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다크 실드!"

마법이 떨어지는 곳곳에서 흑마법사들이 실드 마법을 펼치며 마법에 대한 피해를 줄이려 했다. 하지만 같은 마법이 네 번 중첩되어 떨어지는 통에 그 실드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다크 실드!"

흑마법사들은 다크 실드를 계속 펼치며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그뿐이었다. 범려는 해골 마법사들에게 다음 마법을 지시했다.

"앵거 오브 어스!"

쿠르르릉!

역시 네 번이나 중첩된 앵거 오브 어스가 발현되자 지축을 뒤흔들며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 언데드 군대에게 피해를 주었다.

흑마탑주인 아스타우스는 지금 시전된 마법을 알고 있었다. 4대 탑주들만이 알고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탑주들이 돌아왔나? 아니야, 탑주들이 돌아왔으면 이런 식으로 전투를 치르진 않았을 거야."

아스타우스는 혹 탑주들이 모습을 드러낸 줄 알고 잔뜩 경계했지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 주변에 있는 해골 마법사들만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저것들은 뭐지?"

몰래 다가와서 앵거 오브 어스를 시전한 존재가 탑주가 아니라 해골 마법사들이라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탑주님, 저것은……."

"나도 보고 있다. 당장 저것들을 쓸어버려라. 저대로 놔뒀다가는 일에 차질이 생길 것 같구나."

"알겠습니다."

옆에 있던 흑마법사가 일부 병력을 이끌고 해골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겨우 마법 두 번밖에 안 썼는데 벌써 오다니."

범려는 남은 일루전 웨이브와 홀리 어벤저를 쓰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일단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게 끝이 아니다."

단 두 번의 마법이었지만 그 주변 일대 언데드들의 생명력을 크게 떨어트려 놓았다. 이것만 하더라도 마탑의 마법사들에겐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전속력으로 달려라!"

저들과 싸우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고 열심히 말을 달리자 얼마 가지 않아서 흑마법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돌아갔나?"

너무 빨리 도망쳐 나왔기에 추적을 하다가 포기하고 돌아간 것이다.

"다시 간다. 나머지 두 개의 마법을 사용해야지."

범려는 퀘스트로 받은 2개의 마법을 시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마법이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해골 마법사들은 이전보다 더 안전하고 몸을 숨기기 편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일루전 웨이브부터 간다."

범려의 명령에 해골 마법사 20명이 동시에 마법을 준비하자 하늘에서 갑자기 시커먼 구름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하늘에서 요동을 치는 먹구름들 안에서 구름을 뚫고 나오는 희미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드래곤?"

구름으로 만들어진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이 드래곤은 아래로 내려오면 올수록 점점 구름보다는 진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대지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어라?"

쾅! 쾅! 쾅!

누가 보면 드래곤이 자살을 하려고 일부러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는 모습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구름으로 만들어진 환영이 들이받는 것이었다.

"음, 이거 공격력 좀 되는 마법 같은데?"

마법의 등급이 높을수록 그 강렬한 이펙트와 함께 그에 걸맞은 파괴력을 선보이는 것 같았다.

"다음은 홀리 어벤저다. 그런데 마법 이름이 꼭 신성 마법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해골 마법사들이 홀리 어벤저를 시전하고 있는 동안 범려는 잠시 고민했지만, 그걸 납득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어라? 천사?"

하늘에서 소환된 천사의 손에 거대한 빛의 기운이 모여들더니 그게 그대로 언데드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한 줄기의 거대한 빛이 떨어져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면서 피해를 준 것이다.

"홀리 어벤저는 소환 마법이었어. 그것도 천사를 소환해서 신성한 힘을 터트리는 마법."

범려에게 소환 버프가 있듯 해골 마법사들도 소환 공격 마법을 펼친 것이다.

두 마법이 연이어 쏟아지자 생명력이 별로 없던 녀석들은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고, 생명력이 가득 차 있는 언데드들은 상당량의 생명력이 빠져나갔다.

"이쯤 해서 물러나지."

범려는 마법들의 쿨 타임을 생각해 다시 물러났지만, 아스타우스는 방금 두 마법을 보고 어디서 시전됐는지 두 눈 벌겋게 뜨고 찾고 있었다.

"어디서 탑주들만이 쓰는 마법을 부린 것이냐!"

특히 홀리 어벤저는 빛의 마법, 그것도 흑마법사들이 제일 꺼리는 천사를 잠깐 소환해서 공격하는 아주 독특한 마법이었다.

"아스타우스 님, 찾았습니다! 방금 두 개의 마법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어디냐? 누가 그 마법을 쓴 것이냐!"

"앵거 오브 어스를 썼던 해골들입니다."

"뭐라? 그럼 그것들을 당장 추격해야지 뭐 하나!"

"그게… 저희가 추격하려고 했지만 이미 저 멀리 도망간 상태라서……."

탑주는 보고한 흑마법사를 발로 차버렸다.

"크억!"

"이런 머저리 같은 녀석!"

"죄, 죄송합니다."

발에 차인 흑마법사는 그 뒤로 몇 대를 더 얻어맞았다.

"두고 보자, 이놈!"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이런 식으로 괴롭힘을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흑마탑주 아스타우스가 분노를 터트리고 있을 때, 탑에서 싸우고 있던 마법사들은 언데드 군대에 떨어진 마법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탑주님들이 사용하는 마법이 나오다니."

"혹시 탑주님들이 돌아오신 건가?"

마법사들은 탑주가 돌아왔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곧 탑주들이 사라지기 전에 했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난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4대 탑주들이 한결같이 이런 말을 남기고 모두 사라진 것이다.

"탑주님들은 한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시는 분들이니 돌아오셨을 리 없습니다. 그건 누구보다 저희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서쪽 크라운 탑의 부탑주가 말하자 다들 잘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저 마법을 부린다는 겁니까? 탑주들만이 사용하는 마법을 말입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 마법사를 찾아야 합니다."

"당장 사람을 보내도록 합시다."

부탑주들은 마법사 2명을 바깥으로 몰래 빼돌리기 위해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어서 워프 게이트를 준비해라."

"부탑주님들, 큰일 났습니다! 워프 게이트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냐!"

"10분 전부터 작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워프 게이트를 관리하던 마법사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멀쩡하던 물건이 왜 작동을 안 해?"

"아무래도 흑마법사들이 워프 마법을 못 쓰도록 탑 주변에 마법진을 설치한 모양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흑마법사들은 지금 언데드 군대와 함께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마법사들이 이렇게 당황해하고 있을 때, 아스타우스는 부하들에게 하나의 보고를 받았다.

"탑주님, 마탑 주변에 워프나 텔레포트를 하지 못하도록 마법 방해 마법진을 10분 전에 설치 완료했습니다."

"잘했다. 이렇게 해야 마법사들이 저번처럼 탑을 폭파시키고 도망가는 일이 없겠지. 흐흐흐."

아스타우스는 이제 마법사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의뭉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아무리 쥐라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

"이렇게 된 이상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합니다."

"맞습니다. 저놈들은 우리를 하나도 살려 둘 생각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지 못하게 막은 거 아닙니까?"

마법사들의 저항은 이전보다 더욱 거세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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