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대마법사 탄생
골렘들이 거대한 벽이 돼주며 버티고 있어서 마법사들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 같았지만 머리 위에서 날아오는 화살 때문에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실드!"
팅! 팅!
화살들이 실드에 튕겨져 나가고, 다른 마법사들은 열심히 공격 주문을 외우며 언데드 군대를 공격했다.
"이 빌어먹을 골렘들!"
각종 마법에 대한 저항이 높은 데다 단단하고 거대한 바위들로 구성된 골렘들도 흑마법사들에게는 최대의 난관이 아닐 수 없었다.
"골렘을 집중 공격하라! 데스나이트들은 골렘을 부숴라!"
일부 전선을 지휘하는 데스나이트들이 직접 나서자 그제야 골렘의 상대가 되었다.
"이 저주받을 돌덩어리!"
후우웅!
챙! 챙!
골렘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할 뿐이었다. 데스나이트는 그 골렘의 몸을 토막 내기 위해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하하하, 그런다고 골렘이 부서질 것 같으냐!"
"이건 어떠냐!"
데스나이트의 검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그대로 골렘의 왼손을 잘라내 버렸다.
"아니!"
"하하하, 아무리 골렘이라도 무적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골렘이 성벽 위에서 전투를 벌였기에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성벽 위에는 데스나이트들이 기어 올라오는 일이 없으니 그저 올라오는 언데드들만 상대하면 됐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골렘들을 쓸어버려라!"
"마법으로 골렘들을 지켜라!"
마법사들이 필사적으로 골렘에게 실드 마법을 펼쳐 그들을 보호하면서 싸웠고, 데스나이트들은 그 실드조차 베어내며 골렘을 잡으려고 애썼다.
마법사들의 전투 장면을 보고 있던 범려는 사태가 별로 좋은 쪽으로 흘러가지 않음을 느끼고 해골 부장을 불렀다.
"부장, 바위는 얼마나 모았지?"
"200개입니다."
그리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2개의 투석기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숫자였다.
"아르테미스."
"……."
아르테미스가 이번에도 말없이 공성 병기를 소환해주자 범려는 재빨리 해골들에게 외쳤다.
"놈들을 향해 바위를 던져라. 아주 따끔한 맛이 무엇인지 보여 주자."
투석기에 바위를 올린 해골 병사들은 즉각 언데드 병사들을 향해 던졌다.
쿵! 쿵!
"적들이 공격한다! 진격하라!"
가만히 있던 병사들에게 바위를 던져서 그들을 불러낸다. 이건 범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쳇, 안 싸우고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었는데. 마법사들이 골렘을 조금만 더 튼튼하게 만들었으면……."
혼자서 아쉬워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발리스타 발사!"
발리스타가 예기를 가득 먹은 투창을 날리자 달려오던 몇몇 언데드들이 그 창에 머리가 꿰여 작살이 나버렸다.
"2천의 병사들이다! 반갑게 맞이해주자!"
범려가 해골 병사들을 독려하며 외치자 취선도 그 말에 사기를 북돋기 위해 큰 소리로 외쳤다.
"적들을 맞이해주자!"
"공격!"
범려의 신호가 떨어지자 해골들이 앞으로 돌진했고, 적 군대와 충돌을 일으키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난사하고, 궁수들은 화살을 비 오듯 쏟아냈으며, 기병들은 적 진영을 어지럽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숫자 싸움에서는 범려가 훨씬 불리할지 모르지만, 집단 전투에서 이 정도는 해골들의 힘만으로도 극복이 가능한 숫자였다.
"데스나이트, 이것들은 어디 있는 거냐?"
취선은 전투를 하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며 데스나이트를 찾았다. 이들을 지휘하는 데스나이트를 한시라도 빨리 없애버려야 싸움을 빨리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진형을 갖추고 방패를 들어라!"
운 좋게도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데스나이트를 하나 발견하자 취선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오르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나 취선이 널 잡으러 왔다!"
챙! 챙!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던 데스나이트는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취선의 공격을 막으며 외쳤다.
"웬 놈이냐!"
"웬 놈은 무슨. 널 지옥으로 안내할 취선 님이시다!"
취선은 데스나이트가 엉뚱한 짓을 못하게 하려고 맹공을 퍼부었다.
"블리자드를 시전해라!"
범려의 명령이 떨어지자 해골 마법사들이 마법을 구현했다.
"크윽!"
날카로운 얼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자 생명력이 이미 많이 떨어져 있던 언데드 병사들은 쉽사리 죽음을 맞이했다.
"하하하! 겨우 범위 마법 한 번 썼을 뿐인데 이렇게 무너지다니 꼴좋구나!"
"다크 애로우!"
"크윽!"
범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은 화살을 피하기 위해 허리를 급하게 숙였다.
"네놈이 이 해골 군대를 조종하는 놈이구나!"
"그걸 이제 알았냐, 이 바보야."
"뭐? 바보!"
"당연히 바보지. 살아 있는 인간이 여기서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냐?"
흑마법사는 범려의 말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취선과 범려 둘 중의 한 사람이 해골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생각해도 마법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바보인 모양이지. 안 그래?"
범려는 흑마법사를 놀리며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단순히 얼마 되지도 않는 해골 병사들을 다루는 주제에!"
흑마법사가 불같이 화를 내자 범려는 그 흑마법사의 눈깔에 화살을 콱 박아주었다.
"크아아악!"
"궁수들은 흑마법사를 집중 공격하라!"
범려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궁수들은 흑마법사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화살에 명중당해 죽고 말았다.
'후후후, 이런 허접 흑마법사 하나 죽이는 거야 일도 아니지.'
"형님, 저 좀 살려 주세요!"
지금쯤 취선과 데스나이트가 한판 시원하게 붙고 있어야 하는데,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가 범려의 귀에 들려왔다.
"아까 혼자서 앞으로 튀어나가더니 꼴좋네."
"형님, 도와주세요!"
"알았다. 간다!"
어쩔 수 없이 취선이 있는 곳으로 간 범려는 그곳의 병사들을 물리치며 취선을 구해냈다.
"휴, 형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뭐 하러 거기는 가서 위험에 처하냐? 다음에 또 이상한 곳에 가면 안 구해줄 거야."
"전 데스나이트를 하나라도 줄여 놓아야 한단 생각에……."
"그런 짓 안 해도 충분히 우리가 이겨. 걱정 마."
범려는 겨우 1천 명도 안 되는 해골 병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저기 보이는 언데드 병사들의 모습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번 잘 놀아볼까!"
흑마법사가 죽은 뒤로 마법적 지원이 부족해진 언데드 군대는 범려의 해골 병사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후후, 이깟 2천 명쯤이야 쉽지."
"형님, 이대로 진격하는 겁니다."
"당연하지. 이대로 가면 마법사들이 위험해져. 우리가 조금이라도 병사들을 이쪽으로 끌어들어야 해."
범려가 언데드 병사들을 순식간에 정리해버리자 이길 것이라고 판단했던 흑마법사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이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어떻게……."
특히 아스타우스는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버렸다.
"너! 당장 병사 3천을 이끌고 놈을 쓸어버려라!"
"알겠습니다, 탑주님."
아스타우스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무분별하게 병사 3천을 뚝 떼어 범려의 군대를 토벌하기 위해 내보내고 만 것이다.
"이번에는 전보다 많은데?"
범려는 지금 오는 병력이 전보다 많다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아르테미스를 통해 공성 병기들을 돌려보냈다.
"이번에는 싸우지 말고 튀어라. 상황이 불리하다."
범려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을 가버리자 한참 쫓아오던 언데드 병사들은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게 되었다.
"여기서 어떻게 하지?"
병사를 이끌고 온 흑마법사는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저 위는 지금 마법사들과 치열한 전투 중인 상태고, 저 아래는 범려의 군대가 도망을 치고 있었다. 한데, 조언을 해줄 녀석들이 단 하나도 없었다.
범려는 멀리 도망을 치고 있다 적들이 쫓아오지 않자 해골들을 땅속에 숨기고 취선과 함께 몰래 뒤로 돌아가서 망원경으로 녀석들을 확인했다.
"왜 추격을 하다가 멈춘 거지?"
만약 범려였다면 애초에 추격을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끝까지 추격을 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저 녀석, 지휘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진 모양이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데스나이트에게 일임을 해야지, 멍청하게."
범려는 그의 상태를 보고 단번에 군대의 상태를 파악하고 말았다.
"저 흑마법사는 살려 두고 데스나이트만 죽여도 알아서 무너질 군대야. 애들을 불러야겠군."
범려는 조심스럽게 해골들이 있는 곳으로 가 궁수들이나 망구다이처럼 활 쏘는 녀석들만 일으켜 세웠다.
"내 말 잘 들어. 너희들 전원이 내가 정해준 목표를 대상으로 딱 두 번의 정조준 사격을 한다. 알겠지?"
해골들은 범려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는 은밀하게 적 부대가 서성거리고 있는 지역으로 갔다.
"첫 번째 목표는 저기 보이는 데스나이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딱 두 번의 사격으로 녀석을 죽여야 한다."
해골 병사들은 조심스럽게 활을 당기더니 완벽한 정조준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발사!"
수백의 화살이 발사되며 단 하나의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자 메뚜기 떼가 한 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같이 보였다.
후두두둑!
한순간에 수백의 화살을 맞은 데스나이트는 공격을 막아볼 틈도 없이 생명력이 바닥을 쳐 버렸다.
"끄억."
여러 목표물도 아니고 단 하나의 목포물이다 보니 엄청난 화력을 선보이며 녀석을 죽이고 말았다.
"쩝, 낙봉파에서 봉추가 화살 맞고 죽은 것처럼 됐군."
'삼국지'에 나오는 모사 봉추(방통)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서 데스나이트라는 대상으로 바뀌어 재현되었다.
"적들이 온다. 도망가자!"
범려는 재빨리 후퇴 명령을 내려 몸을 피신했고, 그 탓에 흑마법사 측은 데스나이트 한 기를 잃고 말았다.
"이제 뒤를 공격해주지."
범려는 다시 해골들을 숨기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흑마법사들은 그 많은 해골 부대가 땅속으로 숨은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이제 어디로 움직일 거냐, 흑마법사.'
혼자서 몰래 망원경을 들고 숨어 녀석들을 지켜보는 범려였다.
"이것들이 어디로 도망친 거지?"
흑마법사는 한순간에 사라진 해골 군대를 찾았지만 전혀 눈에 보이지 않자 답답했다.
흑마법사가 언데드 병력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것을 본 범려는 다시 병사들을 일으켰다.
"얘들아, 일어서라."
병사들이 땅속에서 일어나자 조심스럽게 녀석들을 향해 다가가는 범려.
"이번에는 저기 보이는 녀석이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각자 두 번의 정조준 사격을 한다."
스르륵.
궁수들은 활을 당길 때는 부드럽게 당겼지만 거기에 들어간 힘은 평소에 당기는 힘보다 2배는 더 됐다.
"발사."
또다시 일점 사격이 이루어지며 데스나이트 한 기가 또 쓰러졌다.
"후퇴!"
죽은 걸 확인한 뒤 바로 몸을 빼버리고는 적당히 후퇴를 하다 해골들을 숨긴 범려는 따로 움직였다.
"후후후, 아주 좋아."
범려는 이런 식으로 데스나이트 사냥을 계속했고, 얼마 가지 않아 데스나이트들을 모조리 척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마법밖에 모르는 흑마법사는 이제 데스나이트 없는 언데드 군대의 유일한 지휘관이 되었다.
'어디 보자. 저놈을 계속 살려 두면 그래도 병사들을 지휘하겠지?'
범려는 저놈도 마저 죽이려고 하다 잠시 행동을 멈췄다.
'굳이 시간을 들여서 놈을 죽일 필요가 있을까?'
저런 바보 지휘관은 그대로 놔두는 게 이득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군대를 흩어버릴 좋은 기회가 생겼다.
"아, 맞아. 저런 바보 흑마법사라면 망구다이 10명만 있어도 저 멀리 유인이 가능할 거야."
범려는 당장 망구다이 10명을 불러내어 일렀다.
"너희는 여기서 최대한 멀리 저것들을 유인해라. 전선에서 완전히 이탈할 정도로 말이야. 알았지?"
망구다이는 명령을 받자 바로 튀어나갔다. 그리고는 그 흑마법사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서 활을 당겨 공격했다.
"크윽!"
흑마법사를 살짝 공격해주자 언데드 군대는 바로 망구다이를 쫓기 시작했다.
"놈들을 쫓아라!"
겨우 10명밖에 안 되는 것들에게 유인을 당하는 멍청한 흑마법사였다.
"이야, 정말 저 흑마법사 바보구나. 진짜로 10명 가지고 걸리네."
역시 머리가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하는 법이다. 마법적 재능을 제외하고는 맹탕인 것들이니 오죽할까.
"이제 저것들은 버려진 군대가 됐다."
범려는 이렇게 유인하고 데스나이트만 죽여서 가장 효율적으로 적을 격파하고 만 것이다.
"얘들아, 나와라. 적들을 물리치러 가자!"
범려는 지금 생각난 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이 빌어먹을 마법사 놈들!"
"이런 삼 대를 빌어먹을 흑마법사 놈들!"
범려가 적 군대 3천을 저 멀리 떼어놓고 돌아오자 마법사나 흑마법사 병사들의 숫자가 꽤 줄어 있었다. 특히 언데드 병사들이 더 심하게 줄어 있는 상태였다.
"골렘이 강하기는 강하네."
덩치가 3.5미터가 넘는 괴물들이니 고작 1.7미터보다 조금 큰 언데드 병사들이 쉽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루이, 당장 흑마법사들의 병력 수를 확인해줘."
"네."
루이는 군말 없이 쥐들을 불러 흑마법사들의 병사 수를 확인하도록 시켰다.
쥐들이 그것들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언데드 병력은 딱 1만 8천입니다."
"좋아, 이제 놈들과 한판 붙는 거다."
범려는 다시 병사들을 이끌고 언데드 군대의 뒤통수를 또 때렸다.
"공격!"
"뭐야, 또 저 녀석이냐!"
아스타우스는 범려가 또 나타나서 공격을 퍼부어대자 속에서 천불이 났다.
"빌어먹을, 저 녀석은 왜 죽지도 않고 또 나타난 거냐!"
"내가 말이야, 약간 끈질긴 면이 있거든. 그런 의미에서 각설이 타령이라도 읊어주리?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어~ 얼씨구……."
범려는 노래를 하다가 도중에 멈추더니 취선에게 물었다.
"이다음이 뭐냐?"
"네?"
취선은 놀란 나머지 표정이 멍해져 버렸다.
"미안, 내가 실수했다."
범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병사들을 지휘하며 언데드 병사들을 쓸어버렸다.
간혹 가다 흑마법사나 데스나이트가 앞길을 막았지만 그 정도는 우습다는 듯이 녀석들을 처치하고 공격했다.
전과 달리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자 수많은 언데드 병사들이 피해를 입었고, 특히 해골 마법사들이 뿌려 대는 마법의 위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저놈들을 막아라! 병사들을 더 투입시켜!"
아스타우스는 범려의 군대를 막기 위해 언데드 병사를 투입시켰다. 하지만 강철같이 튼튼한 진형을 구축하고 있는 범려의 군대는 절대 물러섬 없이 언데드 병사들을 부수고 있었다.
"네 이놈들!"
-공포의 외침이 발동합니다. 적군의 공격력 방어력이 10% 하락합니다. 20분 동안 지속됩니다.
-공포의 외침이 중첩되어 공격력 방어력이 20% 하락합니다.
…….
-공포의 외침이 중첩되어 공격력 방어력이 50% 하락합니다.
해골 부장들이 번갈아가며 외치자 언데드 병사들이라 혼란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공격력과 방어력이 뚝 떨어져 버렸다.
"클클클, 아주 제대로 걸려 주는구나!"
해골 부장들의 외침을 들은 언데드 병사들은 병신도 이런 병신이 어디 있을까 하는 식으로 바뀌어버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
흑마법사들은 겨우 1천 명도 안 되는 해골 군대에게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버리는 언데드 병사들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탑주님, 이대로 싸우다가는 언데드 병사들이 모조리 몰살당할 것입니다."
"젠장!"
아스타우스는 후방에서 뒤치기하는 범려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생각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잘근잘근 입으로 생살을 씹어 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러난다. 더 이상의 전투는 의미가 없다."
탑주의 퇴각 명령이 떨어지자 언데드 병사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놈들이 도망간다! 추격하라!"
마법사들은 언데드 군대를 이곳에서 절대로 살려 보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언데드 병사 4천을 떼어서 뒤를 막아라."
흑마법사들은 데스나이트들에게 명령을 내려 마법사들이 추격하지 못하게 막았다.
"나를 따르라!"
데스나이트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마법사들을 막는 데 전력을 다했고, 추격을 하려던 범려의 군대도 언데드 병사들 때문에 길이 막혔다.
"젠장, 저것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기회인데!"
일부 언데드 병사들이 싸워준 덕분에 흑마법사들은 저 멀리 도망을 칠 수 있었다.
범려가 아쉬워하고 있을 때,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대마법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영혼의 융합 스킬을 이용해 대마법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후후후, 퀘스트를 완료했다. 이제 그 보상을 확인해봐야지."
범려는 영혼의 융합이라는 스킬을 통해 대마법사를 만들 수 있다고 하자 바로 그 스킬을 확인했다.
-영혼의 융합
숙련된 병사들 중에서 정점에 다다른 영혼들을 한데 묶어 더욱더 강력한 존재를 만들어낸다.
해골 부장:개마 기병, 망구다이, 돌격병, 근위병, 마법사 각 한 명씩
해골 대마법사:마법사 5명
??
:??
마나 소비:300 쿨 타임:1초
"대마법사는 생각보다 조건이 단순한데."
범려가 해골 마법사들을 불러오자 마법사들의 눈에서 녹색 빛이 반짝반짝하며 자신들을 어서 대마법사로 바꾸어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영혼의 융합!"
해골 부장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뼈들이 흩어지고 영혼의 구슬이 합쳐지는 것까지는 똑같았는데, 뼈들이 녹색 빛을 발하며 약간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해골 대마법사
레벨:1
힘:10 민첩성:10 지능:300 정신력:220 체력:40
생명력:400 마나:2,520
공격력:200 방어력:60
마법 공격력:1,220 마법 방어력:1,000
-타운 포탈:해골 제작자가 단 한 번이라도 가보았던 도시가 있다면 그곳을 기억해 단숨에 이동할 수 있다.
쿨 타임:24시간 캐스팅:10초 마나 소비:300
-하늘의 창:빛으로 만들어진 창을 소환해 날리며 무(無) 속성 마법 데미지를 준다. 3.4×3.4m의 범위 안에 있는 적들은 모두 공격당한다.
쿨 타임:15초 캐스팅:2초 마나 소비:60
-해골 운석 소환:목표 지점에 해골 모양의 운석을 소환한다. 운석의 크기는 지름 1m. 그리 큰 운석은 아니지만 작다고 얕보다가는 당신의 머리가 깨질 것이다. 무(無) 속성 마법 데미지 범위를 공격하며, 3개의 운석을 소환한다.
캐스팅:10초 쿨 타임:5분 마나 소비:380
-마나의 가르침 [패시브]
대마법사는 마나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과거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을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미래의 마법사들에게 가르침을 내릴 수 있다.
-마나의 교류 [패시브]
대마법사가 있는 파티는 모든 스킬의 마나 소비가 30% 줄어듭니다. 다른 대마법사들과 중복 효과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허허허, 이게 대마법사라는 건가?"
마나의 가르침으로 인해 마법사들이 이전에 배웠거나, 혹은 사용했던 마법들을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가르침을 내린다는 대목이었다. 이걸로 해골 마법사를 차후에 만든다고 해도 마법서를 추가로 살 필요가 없었다.
"이름에 걸맞은 괴물이군."
범려는 혹시나 해서 대마법사에 등록된 마법 스킬을 확인해봤다. 그 안에는 지금까지 배웠던 마법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해골 마법사가 5명이나 융합된 거니 블리자드 마법도 혼자 쓰겠지?"
확실히 그냥 마법사들과는 격이 다르다.
"이왕 이렇게 만든 거, 나머지 녀석들도 또 만들어야지!"
-해골 대마법사의 힘으로 인해 마법사의 제한이 5 늘어납니다.
뒤늦게 뜬 또 다른 메시지를 보면서 범려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후후후, 제한이 5 늘었어."
범려는 지금 있는 해골 마법사들을 모두 대마법사로 바꾸어버렸다. 그러자 마법사들이 사라지며 모두 대마법사가 되었고, 해골 마법사 제한도 최대 40이 되고 말았다.
"하하하! 이제 마법사들이 더 늘었다. 아직 부장 제한도 다 채우지 못했는데 말이야."
지금 해골 부장들의 숫자는 11명, 제한 숫자는 아직도 물음표 상태였다.
"자기야!"
모든 걸 해결하고 나자 저 멀리서 로즈가 해골마를 타고 달려왔다.
우당탕!
"크악!"
로즈는 말을 타고 오다 범려와 가까워지자 냅다 몸을 던져 범려의 품으로 안겨 들었다.
그 탓에 범려는 사람이 온몸으로 달려들면 그게 여자라도 충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머나, 괜찮아?"
"……."
로즈가 얼마나 대단한 충격으로 들이받았는지 온몸이 꿈틀거리며 범려의 눈이 하얗게 드러나 있었다.
"어머, 범려야! 힐! 힐!"
다급하게 힐을 써서 죽음은 모면했지만 정신까지 차리지는 못했다.
범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5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크윽, 아차 했으면 로즈한테 죽을 뻔했네."
"미안해……."
"괜찮아."
범려는 대범하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다음에 다시 그런다면 반드시 피할 것이라 다짐했다.
"그대가 이 해골들의 주인인가?"
"……."
어느 마법사가 범려에게 다가와 해골들을 가리키며 묻자 범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대가 이 병사들을 조종해 흑마법사들과 싸운 건가?"
"맞습니다."
"하하하!"
마법사는 갑자기 크게 웃으며 이마를 손으로 탁 짚었다.
"내 그대의 이야기는 사제님으로부터 들었네. 우리를 도발시켜 마법사들을 한곳에 모으게 하고, 흑마법사들의 군영을 불태운 뒤 후방에서 그들을 괴롭혔다고 말이야."
범려는 차마 퀘스트를 위해 그렇게 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우리를 도와준 것에 대해 내 고개 숙여 감사의 표시를 하겠네."
한 마법사가 고개를 숙이자 다른 마법사들도 같이 고개를 숙여 범려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아니, 이러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범려는 다급히 손을 저으며 사양했지만 마법사들은 예를 다하고 얼굴을 들었다.
"우리는 자네를 흑마법사들과 같은 의미로 생각했는데 미안하네."
마법사들이 다시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자 범려는 얼른 마법사들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우리는 큰 은혜를 입었네. 그러니 이것 가지고는 모자라지."
막무가내식의 마법사들 앞에서 범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염치없지만 우리의 부탁을 한 가지 들어줄 수 있겠나?"
"무슨 부탁입니까?"
"다른 게 아니라……."
-흑마법사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마법사들은 흑마법사들에게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마법사들의 힘이 너무나 쇠약해졌습니다.
난이도:A
완료 조건:흑마법사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려라.
보상:봉인된 비기
"음, 알겠습니다."
범려는 퀘스트를 받아들였고, 마법사들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힘을 모아 범려의 군대에게 흑마탑이 있는 지역으로의 포탈을 열어주었다.
"가자, 흑마법사들이 있는 탑으로."
범려의 일행과 해골 군대가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주변의 환경이 뒤바뀌어버렸다.
"여기가 흑마법사들이 사는 지역인가?"
다들 이 지역을 보고 상당히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주변이 온통 죽음으로 가득 차 있고, 간혹 지나가는 동물들이 눈에 보이기는 했지만 전부 다 병들어 있었다.
"이곳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땅도 시커멓고, 나무도 색을 잃었어."
"다들 이 주변에서 벗어나지 말고 대기해봐."
범려가 루이를 불러 작게 무슨 소리로 이야기하자 루이가 쥐들을 불러내어 주변을 정탐시켰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쥐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아주 잘 살아가고 있었다.
'정말 쥐라는 것들은 엄청난 적응력을 자랑하는구나.'
몇 분이 지나자 루이는 범려에게 이 주변의 정보를 가져다주었다.
"그래, 알았다."
"자기야, 루이가 뭐라고 한 거야?"
"이곳에 무슨 몬스터가 있는지, 그리고 제일 가까운 마을이나 도시가 있는지 알려 주던데."
"그래서 뭐가 있다는데?"
"이 주변의 몬스터는 헬하운드라는 불 뿜는 똥개고, 마을은 없대."
마을이 없다는 말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헬하운드는 신경이 쓰였다.
크르릉!
어디선가 개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범려는 재빨리 그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에 어슬렁거리는 한 무리가 있는 건가?"
해골들의 힘을 믿고 진형을 갖춘 범려는 곧 덩치가 사자만 한 헬하운드 무리를 볼 수 있었다.
"무슨 똥개가 저리도 크지?"
헬하운드의 코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지고, 입에서는 간헐적으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진형을 펼쳐라."
범려는 똥개들의 능력보다 저 뒤에서 비쳐지는 붉은 눈빛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간파했다.
'똥개라고 해서 만만히 봤는데 숫자가 좀 되잖아.'
얼추 눈대중으로 확인해보니 100마리는 가볍게 넘길 정도의 숫자였다.
'젠장, 루이한테 이 녀석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해보는 건데.'
살짝 후회가 밀려왔지만 과거의 시간을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사격 준비!"
수백 개 활의 시위가 당겨지며 진중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둘 중 헬하운드 무리가 먼저 공격을 해왔다.
크앙!
"발사!"
화르르!
헬하운드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자 방패를 들고 있던 돌격병의 생명력이 깎여 나가며 뒤에 있던 근위병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쳤다.
"이런!"
"생명의 샘!"
-생명의 샘을 소환합니다. 5분간 지속됩니다.
로즈가 보병들 근처에 생명의 샘을 만들자 화염에 피해를 입은 병사들이 그 샘물을 마시며 떨어진 생명력을 회복했다.
"이럴 때 마법사가 활약해야 하는데 대마법사는 지금 레벨이 1이라서… 크윽!"
차분하게 바꿨어야 하는데 무턱대고 다 바꾸는 바람에 마법적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블리자드!"
유일하게 마법사로서 활약하고 있는 헬렌은 블리자드를 시전하며 녀석들의 생명력을 갉아먹었다.
컹!
헬하운드들은 방패에 불길이 가로막히자 얼굴에 직접 쏘려고 했지만 뒤에 있던 근위병들이 창으로 매섭게 찔러오는 바람에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의외로 방패 너머에 있는 해골들은 쉽사리 건드리지 못한 것이다.
"밀어붙여!"
범려가 돌격병과 근위병의 힘을 믿고 전진시키자 이에 압박을 느낀 헬하운드들이 주춤하는 모습이 보였다.
"포위!"
단숨에 몬스터들을 포위하자 이제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쯧쯧쯧, 이런 허접한 똥개들을 봤나."
범려는 헬하운드 무리를 가볍게 쓸어버리고는 다음 사냥을 위해 움직였다.
"여기서 마법사들을 더 늘리는 작업을 해야겠어."
"해골들을 만드시게요?"
"당연하지. 대마법사 4명을 만드는 데 20명의 해골 마법사들이 합체했어. 다시 그 숫자를 늘려야지. 안 그래?"
"그럼 저희는 잠시 동안 로그아웃할래요. 형님이 병사를 만들기 시작하면 사냥이 무척 힘들어지거든요."
범려가 해골 제작에 몰입하면 전투에 상당히 소홀해지고, 그럴 때마다 해골 병사들의 반응도 소극적으로 바뀌어버렸다.
"알아서 해. 어차피 마법사들을 만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니까."
취선과 헬렌은 일단 로그아웃을 했다. 반대로 로즈는 범려의 옆에 남아서 그 뼈를 만드는 일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
"어? 로즈는 안 갔어?"
"나? 로그아웃해봤자 할 일도 없고, 자기 옆에 있는 게 더 재미있어."
로즈는 조심스럽게 범려의 일을 지켜보더니 어느새 지루한지 잠시 하품을 하다 눈을 감아버렸다.
"이런, 여기서 잠을 자버리다니."
그래도 캡슐 안이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이라 상관은 없지만 범려는 신경이 쓰였다.
"로즈, 일어나. 잠 오면 침대에서 자."
"으응? 알았어. 그럼 나중에 봐."
"엉."
로즈마저 로그아웃하자 범려는 혼자서 정령의 뼈를 가지고 마법사를 만들기 위한 마법의 각인을 새기기 시작했다.
"이것도 상당히 고된 작업이야."
범려는 오랜 시간을 작업하면서 해골 마법사 40명을 만들 정도의 뼈를 준비하게 되었다.
"이걸로 쿨 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만들면 되겠군."
뼈에 마법의 각인을 새길 때, 벌써 두 녀석의 해골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