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60화 (60/80)

제10장. 대마법사 마고스

"다음 분."

범려는 다음 사람을 외치며 물건을 확인했다.

-오라콘의 반지

어느 금속으로 만들었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반지다. 신묘한 힘이 담겨 있다.

옵션:모든 능력이 +20

옵션:모든 스킬의 쿨 타임을 초기화시켜 주는 리턴을 사용할 수 있다.

-리턴

모든 스킬의 쿨 타임을 초기화시켜 준다. 하지만 리턴 스킬의 쿨 타임은 초기화되지 않는다.

쿨 타임:6시간 마나 소비:80

"대박 아이템!"

범려는 그렇지 않아도 해골 제작의 쿨 타임이 길어서 짜증났는데 쿨 타임을 초기화시켜 주는 스킬을 보자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여기 피 받아 가시고요."

뱀파이어는 피를 받자 그 자리에서 병뚜껑을 열고 마셨다. 그리고는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크게 웃었다.

"으하하, 이 맛이야.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이 기분 말이야."

물건을 다 받은 범려가 소리쳤다.

"오늘은 피가 다 떨어졌습니다."

"뭐야? 피가 없다니! 어서 피를 줘!"

그 많은 뱀파이어들이 피를 달라며 아우성을 치자 범려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지만 속으로는 지금 상황을 더욱더 부추기고 싶었다.

'그래, 더 큰 소란을 일으켜라.'

"피를 달라, 피를-!"

"그래! 사제의 피를 달라! 나도 마시고 싶다!"

소란이 격해지자 근처에 있던 뱀파이어 경비병들이 달려와 이 일에 끼어들었다.

"무슨 일이냐!"

"아니, 저 인간이 사제의 피를 구해 와서……."

한 뱀파이어가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사정을 이야기하자 경비병은 당장 범려를 체포했다.

"감히 이런 문제를 일으키다니, 당장 심판을 받아야겠구나."

"어어, 저는 그런 게 아니라……."

범려가 적당히 항변하는 척하면서 끌려가자 뱀파이어들은 일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어, 이런 게 아닌데.'

뱀파이어들은 범려를 혼내기는 하되 적당히 구슬려서 다음에도 피를 가져오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경비병들이 무작정 끌고 가버린 것이다.

범려는 끌려가면서도 밝게 웃는 표정이었다.

"어이쿠!"

"넌 감옥에 있어라."

"아, 사람 좀 살살 다루지, 험악하게도 굴리네."

살짝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범려의 표정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어디 피 냄새 좀 흘려 볼까?"

범려가 피가 담긴 병뚜껑을 열자 거기서 매우 유혹적인 향기가 퍼져 나갔다.

"킁킁! 이 냄새는……."

감옥을 지키던 뱀파이어가 냄새를 맡고 범려가 있는 곳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철창 앞에 멈춰 섰다.

"이봐, 너 그 피, 나에게 다오."

"아, 이 피 아주 달콤한 향기가 나는 피지."

범려가 거침없이 뚜껑을 닫고 물건을 품속에 집어넣어버리자 뱀파이어는 흥분해 당장 열쇠를 꺼내 철창을 열고 범려에게 다가왔다.

"어서 그 피를 다오."

"제 작은 부탁을 들어주시면……."

"들어주면 준다는 거냐? 무슨 부탁이냐?"

"이곳의 성주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알았다."

간수는 철창을 제대로 닫지도 않고 나가더니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

"이봐, 인간, 성주님이 널 보는 것을 허락하셨다. 그러니 어서 그 피를 다오."

"성주님을 만나 뵙고 난 후에 드리겠습니다."

"뭐야! 인간, 뱀파이어들은 약속을 목숨만큼 중히 여긴다. 내가 거짓말을 할 것 같으냐!"

도리어 뱀파이어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범려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뱀파이어들을 잘 모릅니다. 성주님을 만나면 드리겠습니다."

"크윽!"

간수는 이 분함을 참지 못하고 직접 성주가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자, 이제 믿겠나?"

"감사합니다. 여기 있습니다."

잽싸게 병을 낚아챈 간수는 성주의 방문 입구에서 조심스럽게 외쳤다.

"성주님, 성주님을 뵙고 싶어 하는 인간이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라."

범려가 당당히 문을 열고 성주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 바깥을 보고 있는 여성 뱀파이어가 하나 있었다.

"그래,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뭐지? 응?"

범려는 뱀파이어 성주가 남자가 아닌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것에 놀라 잠시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아아, 죄송합니다. 성주님의 빛나는 외모에 잠시 취에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범려는 시작부터 성주에게 입바른 소리를 했다. 그런 소리가 듣기 싫지는 않은지 성주가 기분 좋게 웃었다.

"호호호, 아부를 할 줄 아는 인간이구나."

"아닙니다. 저는 진실만을 말했을 뿐입니다."

"호호호. 그래, 용건이 무엇이냐?"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제가 흑마법사의 탑주가 되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건 그쪽에서 해결할 일로 보이는데, 왜 나한테 그 이야기를 하는 거지?"

범려는 성주의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힘으로 빼앗으려고 하면 싸움이 일어나기 때문에 먼저 양해를 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호오, 흑마법사들이라고 머리만 쓰는 줄 알았는데 힘으로 해결하겠다?"

"그렇습니다."

범려는 순도 100퍼센트의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하면서 성주의 눈치를 살며시 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눈을 감아주는 대신 넌 나에게 무엇을 주겠느냐?"

"이것입니다."

범려가 피가 담긴 병을 내밀자 성주는 그것의 피 냄새를 맡지 않고도 파악을 해버렸다.

"음, 순결한 처녀의 피야. 그것도 사제의 피."

"눈썰미가 대단하십니다."

"호호호. 난 말이야, 그런 피에 의존하지 않아도 돼. 난 저주받을 피의 속박에서 벗어났으니 말이야."

범려는 '저주받을 피의 속박'이라는 말에 살며시 인상을 찡그렸다.

'젠장, 피의 속박에서 벗어났다면 이 피가 필요 없잖아!'

"호호호, 그렇게 인상을 찡그리니까 상당히 귀여운데?"

"아, 아닙니다. 제가 언제……."

범려는 낭패를 보았다고 속으로 되씹으며 철저하게 표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거 제가 큰 결례를 하게 된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결례라… 그렇지, 큰 결례지."

성주는 범려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턱을 집게손가락으로 가볍게 들었다.

"이제 그 장난스러운 거짓말은 그만 하는 게 어때?"

"무,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까!"

"뱀파이어들과 흑마법사들의 관계가 긴밀하다는 것쯤은 조사를 했을 텐데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고도 모르는 척하다니, 참으로 맹랑한 인간이구나."

성주가 오히려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건만 성주의 표정과 행동은 전혀 화가 나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럼 절 어떻게 하실 겁니까?"

범려는 여기서 아무리 발버둥 치려고 해도 이 성안에 있는 이상 끈적끈적한 거미줄에 걸린 나비와 같은 신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글쎄, 어떻게 할까? 산 채로 껍질을 벗겨 버릴까, 아니면 피를 모조리 빨아먹을까? 그것도 아니면 최면을 걸어서 노예로 만들어버릴까?"

성주의 입에서 험악한 소리가 나왔지만 그녀의 표정은 전혀 누구를 해치겠다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범려를 유혹하겠다는 모습이었다.

범려는 그 매혹적인 모습에 눈을 질끈 감으면서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눈을 감는다고 해서 여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

범려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뭔가 말을 한다면 저 무시무시한 뱀파이어한테 잡아먹힐 것 같았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범려입니다."

성주는 갑자기 차분한 목소리로 물으며 범려의 대답을 기다렸다.

"내가 만약 흑마탑의 공격을 눈감아준다면 내 소원 하나를 들어줄 수 있겠나?"

"소원?"

범려는 소원이라는 말에 약간 의문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좋습니다.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들어드리지요."

"좋아. 흑마탑 공격에 성공하면 바로 나에게로 와야 한다."

"알겠습니다, 성주님."

성주의 방을 나온 범려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성을 나올 수 있었다.

"음, 그 소원이라는 게 뭘까?"

범려는 성주의 소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에이, 몰라.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은 흑마법사보다 마고스라는 마법사를 찾아야 한다. 루이!"

루이는 범려의 몸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오른쪽 어깨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에 마고스라는 마법사가 있다고 한다. 찾아라."

"예."

"이런 지팡이와 옷을 만들었다면 굉장한 마법사일 텐데 말이야."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범려는 대마법사에게 로브와 지팡이를 주었고, 일행들에게도 적당히 돈을 나누어주었다.

"자, 피를 팔아서 번 돈이다."

"우아! 이렇게나 많이!"

골드로만 100만 골드를 벌어 상당한 수준의 돈을 챙겼기에 10만 골드씩 나누어주었다.

"그 정도 피를 가지고 이만큼 벌었으면 더 이상 불만 없겠지?"

"네, 형님!"

"자기야, 물론이지!"

다들 10만 골드씩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나머지 돈과 보석들, 그리고 잡다한 아이템들도 챙겼으니 개인적으로 벌어들인 돈은 1천만 골드 정도의 가치를 가지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주인님, 마고스의 저택을 찾았습니다."

"그래? 그럼 당장 이동하자."

"어? 형님, 어디 가세요?"

"가고 싶어? 그럼 따라와."

따라오라는 범려의 한마디에 전부 다 우르르 몰려가게 되었다.

집의 위치는 루이의 안내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아이고, 허리야.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허리가 쑤시네, 쑤셔."

허름한 옷을 입고 혼자서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 다니는 노인의 모습을 보자 저 영감이 진짜 마고스라는 대마법사인지 의심이 되었다.

'저 영감님이 이 지팡이와 로브의 주인?'

정말 뱀파이어의 말대로 치매 걸린 노인네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안녕하세요."

"누구요?"

"저는 범려라고 합니다."

"누구?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귀가 어두워."

"저는! 범려! 라고 합니다!"

"아, 범려라고? 근데 그게 누구야?"

"접니다!"

"아, 자네가 범려라고? 알았네."

범려는 이후에도 제법 큰 소리를 지르며 마고스와 대화를 계속했다.

범려의 얘기를 듣던 마고스가 크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허, 오랜만에 날 웃게 하다니. 내 집으로 들어오게. 친구들도 같이 오고."

"네!"

범려는 뒤에 있던 일행을 향해 손짓했고, 다 같이 마고스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이 집에는 나 혼자 살아서 좀 지저분하네."

정말 혼자 사는지 집 안 구석구석에 먼지와 거미줄, 그리고 이리저리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빨래들이 보였다.

"이 정도면 범려가 살고 있는 집보다는 깨끗하네."

"헛!"

범려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식겁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지금은 상당히 깨끗해졌다. 로즈가 방송 일이 없을 때 와서 방을 청소해주기 때문이다.

"아하하, 미안."

"어이구, 그래도 범려가 더럽게 사는 건 인정하는 모양이네."

"이제는 방 청소 자주 할게."

"그 말을 믿느니 차라리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을 믿겠다."

정말 집 안 청소에 관해서 범려의 신뢰도는 제로였다.

"이거 집 안이 더러워서, 허허허."

마고스가 적당히 웃어넘겼지만 범려는 바깥에 있는 해골들을 불러왔다.

"부장! 병사들 20명만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라. 청소 좀 하자."

해골 병사들 20명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 마고스는 해골들을 보고는 어리둥절해했다.

"뭘 하려는 건가?"

"영감님, 집 안을 청소해드리겠습니다!"

"내 집을 청소하겠다고? 힘들 텐데……."

"아닙니다. 영감님, 이런 건 저희한테 맡기시고 여기 아가씨들과 얘기나 나누고 있으세요."

범려는 마고스를 집 바깥으로 내보내고 헬렌과 로즈를 붙여 주며 말벗이나 하라고 했다.

"허허, 이거 미안해서……."

저택 안에는 유저 둘에 해골 20명만이 있었다.

"모두 정렬!"

착! 착!

해골들은 그리 넓지 않은 곳에 정확하게 정렬하더니 정면을 보며 확실한 군대의 이미지를 보였다.

"여기서 5명은 2층을 청소한다. 나머지 5명은 이곳 1층 현관, 다른 5명은 저택 바깥을 청소하고, 나머지 5명은 지하실을 청소해라. 이상!"

"형님, 저는요?"

"너는 나와 함께 집 안 곳곳 보수할 곳을 찾아서 수리하자."

"네, 형님!"

범려와 취선은 집 안을 뒤져 장비를 찾은 다음 집 안 구석에 처박혀 있는 자재들을 이용해 곳곳을 못질하고 고치며 수리했다.

"허허허, 내가 지금은 나이가 들어 이렇게 살고 있지만 젊었을 때는 꽤나 미남 소리를 듣고 살았는데 말이야."

"어머, 진짜요?"

"물론이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은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늙은이가 됐으니 이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거지."

"어머, 할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비록 나이는 드셨지만 지금도 얼마나 멋지신데요."

"허허허, 참 젊은 아가씨들이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구먼."

마고스는 그녀들의 말이 싫지는 않는지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처음 본 젊은이들이 나를 이렇게 도와주다니, 자네들은 참 좋은 젊은이들이야."

마고스는 늙어서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든데 자신을 이렇게 도와주는 이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대략 2시간 동안의 대청소가 끝나자 마고스의 저택은 완벽히 깨끗하게 바뀌게 되었다.

"허허허, 이게 진정 내 집이란 말인가?"

마고스조차 이런 변화가 놀라웠다. 부서진 물건들은 깔끔하게 고쳐졌고, 그렇게 먼지 많고 지저분한 곳은 말끔하게 청소가 되었으며, 빨래는 모두 깨끗하게 빨아서 바깥에 널어놨다.

"그러고 보니 옷이 전부 다……."

마고스가 입고 있는 옷은 전부 다 로브였고, 그 옷의 개수만 해도 60벌은 되었다.

"이러니 뱀파이어들이 몰래 옷을 가져가도 모르지."

뱀파이어들은 마고스를 치매 걸린 늙은이라고 놀렸지만 범려가 보기에는 이런 똑같은 옷이 수십 벌 있다면 한두 개 사라져도 모를 만했다.

"영감님의 지팡이도 설마 그런 건가?"

옷이 이렇게 있는데 지팡이라고 그렇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바로 집을 조사한 결과, 마고스의 지팡이도 대략 50여 개가 있었다.

"똑같은 지팡이가 50개가 넘네."

범려는 마고스의 옷과 지팡이를 대략 10개 정도 뱀파이어들에게 얻었고, 그중 4개는 해골 대마법사들이 사용 중이다. 어떻게 보면 마고스에게 잘 보여서 지팡이나 옷을 얻는 것은 일도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고, 허리야. 나는 허리가 아파서 조금 쉬어야겠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범려는 잠깐 자리를 비우더니 취선과 같이 흔들의자를 하나 가져와 그것을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놓았다.

"이곳에 앉으세요."

"허허허, 이런 것까지 준비해주다니."

마고스는 그 의자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편하구나."

흔들의자가 천천히 움직이자 마고스는 잠이 들었다. 그러자 로즈가 어느새 담요를 가져와 덮어주었다.

"다들 나가자."

마고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다들 바깥으로 모이더니 로즈가 입을 열었다.

"자기야, 여기에 무슨 일로 온 거야?"

로즈는 마고스에 대해서 잘 모른다. 범려가 무턱대고 이곳으로 와버렸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유는 없어. 다만, 이 로브와 지팡이를 만든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왔을 뿐이야. 그리고 이걸 확인해봐."

범려는 로브와 지팡이를 동료들에게 확인해보라고 했다.

"어머!"

"우아! 이런!"

"……."

마고스의 로브와 지팡이를 확인하자 다들 깜짝 놀랐고, 저택 안에서 잠들어 있는 영감님의 정체를 확인했다.

"저 할아버지가 대마법사야? 대단한데."

"그럼 고대 마법서 같은 것도 많이 가지고 있으려나?"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저 영감님 머릿속에 마법이 들어 있는지, 아니면 책으로 기록해놓았는지 말이야."

일행은 범려가 왜 영감님 집을 청소하고 수리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마고스는 대마법사. 아무리 많은 병사들을 가지고 있어도 그걸 단 한 번의 마법으로 뒤엎을 수 있는 존재였다.

"자기야, 그럼 전투에 저 영감님보고 참여하라고 할 거야?"

"그렇게 했다가는 아무리 대마법사라고 해도 마법을 쓰다가 현기증 나서 쓰러질 거야."

"그럼?"

"마법 때문이야. 마고스는 대마법사라서 알고 있는 마법에 대한 지혜와 지식이 깊을 거야. 난 그 지혜와 지식이 필요해."

"그냥 가르쳐 달라고 하면 될 거 아니야?"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보여 줘야 해."

범려는 마고스에게 마법 지식을 얻기 위해 한 행동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건 중, 고등학생 시절 스승님에게 어르신들을 항시 공경하라는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범려는 며칠 동안 마고스의 저택에 머물면서 해골 병사들을 계속 양성했고, 오라콘의 반지에 붙어 있던 리턴이라는 스킬 덕분에 그들을 더 많이 찍어낼 수 있었다.

"정말 리턴 스킬 좋네."

평소보다 더 많은 병사들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는 퀘스트의 진행이 빨라짐과 동시에 범려의 힘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소리였다.

"아이고, 허리야."

"영감님, 일어나셨어요?"

"허허허, 덕분에 편안하게 낮잠을 잤다네. 그런데 자네는 지금 뭐 하는 건가?"

범려는 한창 뼈를 이용해 병사들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제 병사들을 만드는 중인데요."

"아, 병사들이라. 그러고 보니 자네의 병사들은 해골들이었지?"

"네."

마고스는 나이가 들었지만 대마법사답게 해골 병사들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자네는 무슨 마법사인가? 내가 보기에는 네크로맨서들과는 다른 것 같은데."

"저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단순히 해골들을 이용해 그들을 조금 부릴 줄 아는 힘을 가진 게 전부입니다."

"허허허, 내가 보기에는 그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데. 녹색 눈을 하고 있는 녀석과 주황색 눈을 하고 있는 녀석들은 특히 더 강하게 느껴지고."

마고스가 해골 부장과 해골 대마법사의 능력을 단번에 파악하자 살짝 놀라웠다.

'역시 대마법사.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눈을 속일 순 없구나.'

"맞습니다. 제가 데리고 다니는 해골들 중에서 제일 강한 녀석들입니다."

"그런데 저 녀석이 입고 있는 옷은 내 옷이 아닌가?"

"앗! 그건……."

"쯧쯧, 빌어먹을 뱀파이어 놈들이 내 옷을 훔쳐 가더니 자네에게 팔았나 보군."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그 뱀파이어들을 막지 않았습니까?"

"나이가 드니까 녀석들을 쫓아가려고 해도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아. 더군다나 저 옷들은 한 일 년 넘게 빨지 않아서 냄새가 좀 나는 것들이었지."

다행히도 범려가 저 옷을 받았을 때는 뱀파이어들의 하인들이 잘 빨아놓았는지 특이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옷을 돌려드릴까요?"

"아니, 됐네. 우리 집을 고쳐 주고 청소해준 값이라고 생각하지."

마고스는 원래부터 옷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다. 남은 옷도 많은데 저 옷까지 돌려받으면 처치 곤란이었다.

"영감님, 감사합니다."

"나에게는 별거 아닌 거니 상관없네. 옷이야 또 만들면 되네."

범려는 마고스의 말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런 옷은 미래로 돌아간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옷이었기 때문이다.

"저 녀석들 중에 내가 좀 보고 싶은 녀석들이 있는데, 봐도 되겠나?"

"네, 그러십시오. 해골들을 가지고 실험만 안 하시면 됩니다."

"허허허, 그건 걱정 말게. 실험보다 녀석들 중에 마법의 힘을 가진 녀석들이 눈에 띄어서 말이야."

마고스는 해골들 중에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녀석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범려는 바로 해골 마법사와 대마법사들을 불러서 마고스 앞에 보여 줬다.

"이들입니다."

"허허허, 이런 순수한 마나의 힘이라니."

마고스는 해골들에게 손을 한 번 대었을 뿐인데도 해골들의 몸속에 있는 마나를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 어떤 밝음이나 어두움이 없는 녀석들을 찾기란 힘든데, 이런 녀석들을 잘도 만들었군."

"장군님의 힘이지요."

"허허허, 말까지 할 줄 아는 건가?"

대마법사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안 마고스는 그들과 대화를 하더니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그럼 저 친구가 자네들의 장군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범려 님은 저희의 장군님입니다."

그렇게 대화가 지속되자 다른 해골 대마법사들도 대화에 끼어들더니 이내 마법사들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라? 내가 뭘 하기도 전에 저놈들이 해결해버리네."

범려는 해골 마법사들과 대마법사들에게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할 작정이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오랜만에 마법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가 있어서 그런지 마고스는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그들과의 대화에 푹 빠져들었다.

"형님, 저 마법사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그걸 내가 알겠냐. 난 마법에 대해선 아는 게 없어. 그냥 저들이 배운 마법을 어떻게 써먹을지 연구하는 지휘관이잖아."

"그런데 헬렌 누나는 왜 저기에 못 끼어들죠?"

"유저가 마법을 배울 때 뭐 해야 하냐? 그냥 스킬 북만 펼치고 주르륵 넘기기만 해도 배우는데."

확실히 유저들은 마법을 배워도 거기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보다 이걸 어떻게 쓰는가, 그리고 어떤 게 좋은 건가라는 내용만 필요할 뿐이었다.

이후 범려는 마법사들이 마고스와 대화를 하건 말건 열심히 해골 병사들을 양성했다.

간혹 해골 마법사들 없이 사냥을 나가기도 했는데, 새로운 병사들의 전직을 위한 사냥이라서 그리 많은 수의 몬스터보다는 딱 맞춰서 잡는 게 목적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 해골 병사들의 숫자가 전직을 한 상태의 1레벨들만 300명이 넘게 있었다.

"이런, 너무 전직에만 신경을 썼구나."

결국 마고스에게 이야기해서 해골 마법사들과 대마법사들을 사냥에 투입시켰다.

-해골 병사들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레벨 업 소리에 범려의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하하하!"

해골들의 레벨을 정상 궤도에 올리고 나서는 대마법사를 양성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

"뭐야! 대마법사의 제한이 겨우 10?"

해골 대마법사의 양성은 생각보다 쉽다. 마법사들의 눈이 녹색으로 바뀌고 5명이라는 숫자만 채우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마법사의 제한은 10 이상 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법사의 제한이 70까지 오른 것이다. 기본적으로 20이라는 숫자가 주어지고 대마법사 1명이 마법사 제한 5를 늘려 주기에 총 50이 더 늘어난 결과였다.

"마법사나 만들어야지."

해골을 만드는 것은 쿨 타임 때문에 갑작스럽게 많은 수를 만들 수 없을 뿐, 제작 자체가 어려운 점은 하나도 없다. 마법사도 제한 수 끝까지 채웠고, 마고스의 저택 바깥에는 항시 해골들이 열을 맞추어 대기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가 여기에 온 뒤로 뱀파이어들이 이곳을 기웃거리지 않으니 편하구나."

그건 마고스가 모르는 소리였다. 간혹 가다 밤에 몰래 침입하는 도둑이 눈에 띄었는데, 그때마다 해골들이 달려와 그 도둑을 잡아 죽이는 일에 열중했다.

'문제는 그 도둑들이 전부 다 뱀파이어였다.'

뱀파이어들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몰래 와서 물건을 훔쳐 가기 때문에 그놈을 잡아 죽여도 그 사실이 다른 뱀파이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왜 뱀파이어들이 도둑질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해골들의 경험치가 되어주었지.'

놈들을 몇 번 잡아 죽이다 보니 나중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마도 물건을 훔치는 뱀파이어들이 돌아오지 않자 마고스가 다 잡아 죽인 걸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또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자 해골들의 숫자를 인구수 제한까지 가득 채워버렸다.

-속박(중급 96.54%)

해골 제작자에게 병사들을 소유하고, 그들을 부릴 수 있게 만듭니다. 대신 제한된 숫자를 넘어서면 병사들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해골 병사 숫자 2,240/2,240

기병 210/210

마법사 70/70

부장 30/30

대마법사 10/10

"으흐흐,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다 만들었다."

이 정도 숫자면 범려에게는 5천의 병력도 무섭지 않았다. 그걸 뒤엎을 만한 부장들이나 마법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1만의 병력은 좀 많단 말이야."

수치상으로 대략 5배가 되는 숫자였다. 건들기만 해도 우르르 나와서 범려의 군대를 작살낼 만한 위력을 가진 병력인 것이다.

"함정이 필요해. 어디가 좋을까?"

범려는 1만의 병력을 한꺼번에 몰살시키기 위한 지형이 필요했다.

"혹시 영감님은 이곳 지형을 잘 기억하고 있으려나?"

마고스라면 이곳에서 오래 살았을 테니 범려가 원하는 지형을 알려 줄 것이다.

"어디를 찾는다고?"

"예. 그러니까 산이 있고, 그곳에서 모든 걸 감싸 안는 형태의, 이런 식의 지형을 찾습니다."

범려가 두 손으로 인형을 끌어안는 식의 행동을 취해주자 마고스는 알 것 같다는 눈치를 취했다.

"몇 군데 있기는 하지."

"정말입니까? 그럼 산 위로 1천5백 명 정도의 병사들이 올라가도 문제가 없는 곳입니까? 그리고 산 아래에는 1만 이상, 아니 2만 가까이 되는 병력을 가두기 좋은 곳입니까?"

"그런 조건이라면 딱 한 군데밖에 없네."

"어디입니까?"

범려는 마고스의 어깨를 꽉 붙잡으며 두 눈을 빛냈다.

"아이고, 아파라. 젊은 친구가 늙은이를 그렇게 힘주어 잡으면 내 몸은 어쩌고?"

"아! 죄송합니다."

범려는 황급히 손을 떼고 사과했다.

마고스는 잠시 어깨를 만지더니 이내 괜찮아졌는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

"내 그곳으로 안내를 해줄 테니 가지."

마고스가 노구를 이끌고 나오자 범려가 그를 부축하며 저택 바깥으로 나왔다.

"영감님,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걸어서 5시간 정도 걸리지. 물론 내 걸음으로 말이야."

"그럼 말을 타고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난 말을 탈 줄 모른다네."

그 말에 범려가 뒤에 있는 해골 부장에게 손짓하자 그가 해골마를 타고 앞으로 나왔다.

"영감님과 같이 타라."

"예!"

해골 부장은 말에서 내리더니 마고스를 태우고 그 위에 다시 올라탔다.

"영감님, 이렇게 하면 되죠?"

"허허허, 내 평생 처음 타는 말이 해골마라니."

마고스는 신기한 듯 말을 바라보았다. 말이 달리기 시작하자 상쾌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말을 타는 것도 상당히 즐거운 일이군."

"이곳입니까?"

마고스가 말을 타고 가는 것을 즐기는 동안 범려는 마고스가 말한 지형이 어디 있는지 확인했다.

"아니, 저쪽이네."

도착한 곳의 지형은 적들이 들어간다면 꼼짝없이 갇히게 되며, 도망갈 곳은 들어온 곳뿐인 지형이었다.

"이 정도면 확실히 녀석들을 짓밟을 수 있겠군."

"그런데 누구를 짓밟는다는 건가?"

"흑마법사들입니다."

"음, 그들과 원한 관계가 있나 보군."

"좀 있지요. 놈들 때문에 그 고생을 한 걸 생각하면……."

범려는 이전 퀘스트를 생각하며 힘들었던 추억을 떠올렸다.

"허허, 그럼 내가 도와줄까?"

"네?"

마고스가 직접 도와준다는 소리에 범려는 놀란 표정을 했다.

"허허허, 나도 그 녀석들에게 원한이 조금 있지."

"네, 그러시군요."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범려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마고스 같은 대마법사라면 단 한 번의 마법이라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말 한 번의 마법만 쓰고 마고스가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범려에게는 전혀 손해날 것이 없었다.

"영감님도 흑마탑에 원한이 있으시다면 제가 작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범려의 입에서 그동안 생각해두었던 계획이 쏟아져 나왔고, 마고스는 그 이야기를 차분히 듣더니 입을 열었다.

"음, 녀석들이 언데드 병사들을 그렇게나 많이 만들었단 말인가. 한번 청소를 해야 하기는 하겠군."

"전투는 일주일 후에 할 겁니다. 영감님, 그동안 휴식을 취하시고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그러지. 내 나이가 들어 얼마나 많은 마법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확실하게 도와주지."

마고스의 확신에 찬 대답을 들은 범려는 해골 병사들을 이곳에 끌고 와서는 녀석들을 완벽하게 부숴버릴 계획을 세우고 훈련했다.

역시 해골들은 범려의 명령대로 이행했고, 만약을 위해 그 외 다양한 방어 전술도 훈련했다.

"결전의 날이다!"

해골들을 훈련시키고 하는 사이 일주일이 지나자 범려는 기병들을 이끌고 흑마법사의 탑 앞에 도착했다.

"대마법사, 시작은 블리자드로 하자."

해골 대마법사 10명이 캐스팅을 하자 탑에 블리자드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 뭐냐!"

갑작스럽게 떨어진 블리자드에 놀란 흑마법사들은 마탑에 설치되어 있는 마법 방어진을 가동시켰다.

"어떻게 된 거냐! 마법사 놈들이 쳐들어온 거냐?"

"탑주님, 그놈입니다. 저희와 같은 언데드들을 이끌고 공격했던 그놈입니다!"

"그놈?"

탑주는 순간 범려의 얼굴을 떠올리더니 입을 열었다.

"당장 언데드 병사들을 준비해라! 녀석을 잡으러 가겠다."

"알겠습니다."

흑마탑은 마법사들이 쳐들어올 것을 대비해 미리 마법 방어진을 설치해두어서 해골 대마법사들의 위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쳇! 탑의 마법 방어가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범려는 괜히 블리자드를 썼다며 투덜거리고는 다시 명령했다.

"다른 마법을 써라. 블리자드 같은 범위 마법은 제외하고."

그러자 대마법사들이 각기 다양한 마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끼이익!

성문이 열리며 그 뒤로 엄청난 수의 언데드 군대가 눈에 들어왔다.

"겁나 빨리도 병력을 준비했네."

"장군님, 지금 도망갈까요?"

"아니. 조금 놀아주면서 도망가야지. 마법사들은 범위 마법 말고 다른 걸로 열심히 날려. 망구다이들은 앞으로 나가서 녀석들을 괴롭혀라."

"예!"

망구다이들이 우르르 튀어나가며 화살을 날려 주자 언데드 병사들이 쫓아왔고, 도망치면서 활을 당기는 녀석들인지라 아무리 쫓아가도 당하는 것은 언데드 군대였다.

"이대로 후퇴한다!"

범려는 녀석들이 따라올 수 있게 천천히 후퇴하면서 마법과 화살을 날려 주었다.

계속 화살과 마법을 맞자 그들을 지휘하던 흑마법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데스나이트들은 적을 추격하라!"

대략 100여 기의 데스나이트들이 앞으로 달려 나가자 그동안 가만히 있던 개마 기병들이 튀어나가면서 집단전을 펼쳤다.

개마 기병들은 말을 절대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며 그 기다란 창으로 끊임없이 공격해주었다.

"크윽!"

화려한 창술과 기마술에 데스나이트들은 일순간 주춤했고, 그사이 개마 기병들은 저 멀리 도망쳐 버렸다.

"젠장! 계속 추격하라!"

흑마법사는 개마 기병의 능력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계속 추적하라고 외쳤다.

선두에선 데스나이트들이 추격해왔고, 뒤에는 보병들이 빠른 속도로 따라오고 있었다.

"속력을 높여라!"

범려는 기병들에게 속력을 높이라 명령하고는 해골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산골짜기로 들어가 버렸다.

"저기다! 적들이 저쪽으로 갔다!"

흑마법사들은 범려를 따라 골짜기로 들어갔다.

"녀석들은 어디 있냐!"

산골짜기로 들어온 흑마법사들은 범려를 찾으려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산속의 메아리뿐이었다.

"아이고, 허리야. 이제 내가 나설 차례가 왔구나."

대마법사 마고스가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 꾸부정한 허리가 서서히 펴지며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헛!"

단순히 허리만 펴진 것이 아니라 그 푸석푸석한 머리와 수염이 윤기 넘치는 은백색으로 변하면서 몸이 점점 젊어지고 있었다.

"창조의 흔적이여, 멸망의 기억이여, 떠도는 세월의 파편이여! 그 힘을 보여 주노라!"

쿠쿵!

대기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그 밝던 하늘이 어둡게 변하면서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오너라-!"

7권에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