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병사 & 용병
범려는 스승의 심각한 목소리를 듣고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로즈야, 아무래도 칠흑의 데보라 지역으로 가야겠다."
"무슨 일인데 그래?"
"스승님이 날 찾으신다. 심각한 목소리로 미루어보아 보통 일이 아닌 모양이야."
범려가 걸음을 움직이려고 하자 로즈가 갑자기 범려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자."
"워프 게이트?"
범려는 워프 게이트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해골들 때문에 이용하지 못했던 『판게아 월드』 최고 장거리 이동 수단인 워프 게이트를 잊고 살았기 때문이다.
로즈는 범려를 데리고 도시로 달려가더니 얼른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가 커다란 돌로 만들어진 곳을 향해 가리켰다.
"여기야!"
"이 거대한 문이 워프 게이트?"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고, 가려고 하는 데가 칠흑의 데보라에서 어디야?"
범려는 스승님에게 다시 귓속말을 보내더니 그 안에 있는 도시 중에서 어디 있는지 묻고는 로즈에게 대답했다.
"하벤 도시."
"알았어."
로즈는 게이트를 운영하는 마법사에게 다가가더니 이런저런 말을 하고는 뒤돌아 범려에게 손짓했다.
"어서 와. 들어가자."
"돈은?"
"그건 신경 안 써도 돼."
워프 게이트는 한 번 이용하는 데 80골드라는 돈이 들어간다. 적은 돈이 아닌데 그냥 가자는 것이다.
일단 로즈의 손에 이끌려 워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창공의 페이셔 지역에서 바로 칠흑의 데보라 지역으로 날아올랐다.
"여기가 데보라 지역의 하벤 도시인가."
범려는 처음으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온 것이라서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지금은 구경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스승님!"
범려는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궁귀에게 귓속말을 넣었다.
[그래, 하벤 도시에 도착한 거냐?]
"네, 스승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여기 위치는…….]
궁귀가 자신의 위치를 상세하게 설명하자, 범려는 이내 그 위치가 어디인지 알겠다는 듯이 자리를 옮기며 스승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스승님, 저 왔습니다."
"그래, 어서 와라."
궁귀는 범려를 반갑게 맞이해주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제자야, 큰일 났다. 우산 길드에서 전면적으로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해왔다."
"전쟁이요?"
"그때 바다에서 전쟁했을 때 놈들을 바다 속에 수장시켰잖아. 그 후 우리가 육지로 돌아오고 나서 소규모 전투가 자주 벌어졌다."
"전투요?"
길드 인원이 부족한 해태 길드가 전투를 벌였다면 범려가 없는 사이에 지속적으로 우산 길드와 싸움을 했다는 소리다.
"그래. 우리가 먼저 건든 건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전면전을 치러볼까 하는데 너의 힘이 좀 필요하다."
"크윽, 하필 이럴 때."
범려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궁귀는 제자의 표정을 보자 어떻게 된 사연인지 궁금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냐."
"지금은 저한테 해골들이 없습니다."
"아니! 해골들이 없다니!"
"제 직업 관련 일 때문에 잠시 다른 곳에 두고 왔거든요."
궁귀는 범려의 말을 듣자 고개가 절로 아래를 향했다.
"어쩔 수 없지. 전쟁이 터지면 용병들을 가지고 싸워야겠군."
해태 길드의 자금력은 우산 길드나 이런 상위 길드와 나란히 비교하기에는 다소 손색이 있지만, 생긴 지 얼마 안 된 길드치고는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들고 있다.
"스승님, 용병들을 가지고 싸우면 저들도 같은 용병을 쓸 텐데요."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넋 놓고 우산 길드 녀석들에게 당할 수는 없지 않느냐."
"피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범려는 궁귀에게 피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달랐다.
"아니, 난 피하지 않겠다."
"스승님,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태에서 전쟁을 벌인다면 엄청난 피해만 입을 것입니다."
"아니, 괜찮다. 협회 사람들은 이미 각오한 일이다."
이렇게 나오면 범려도 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다. 스승이 싸운다는데 제자가 그걸 돕지 않을 수 없다.
"스승님, 저에게 작전권을 주십시오."
범려가 작전권을 달라고 하자 궁귀는 놀랐다. 작전권은 이번 싸움에서 총지휘를 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은 있는 거냐?"
"제 병사들이 없어서 절대로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해태 길드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만천하에 알릴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여기서 토막 상식.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은 《손자병법》에는 없는 말이다.
《손자병법》 <모공편>에는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위태롭지 아니하다, 라고 나와 있다.
그러니 백전백승은 잘못된 상식이다.
"좋다, 제자야. 너에게 모든 작전권을 맡긴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궁귀는 모든 작전권을 범려에게 일임을 해버렸다. 그러자 모든 체계는 범려가 해골들을 운영하면서 했던 방식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협회의 회원들은 범려의 지시대로 용병들과 계약을 했다. 범려는 용병들에게 지휘권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용병들과 계약을 할 때 '최우선 명령권자'라는 조건을 달았다.
용병들은 계약에 명시된 대로 최우선적으로 범려의 명령을 들었다.
"협회 회원들이 100명에 각자 5명씩 용병을 고용했으니 다 합치면 600명이군."
해골 병사들의 숫자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지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각 부대를 나눠서 부장을 선출해야겠어."
병력이 충원되자 가장 먼저 각 부대별로 부대를 지휘할 부장을 선출했다.
각 부대는 10명 단위로 부장들을 선출해서 십부장을 만들었고 그 위에 100명을 지휘하는 백부장을 선출했다.
"이제 지휘 체계를 확립했으니 훈련에 들어가 볼까."
범려는 용병들과 같이 협회 사람들을 훈련시켰다.
"제가 말한 순서대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앞으로!"
용병들은 이런 제식훈련이 맞지 않는지 대열을 맞추지 못하고 자꾸만 흐트러졌다.
"그쪽 1번 열, 제 목소리에 맞춰서 발을 내디뎌 주세요!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범려가 해골마를 타면서 위에서 발맞추어 걷는 것부터 시키자 일단 행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제는 부대 단위별로 백부장들이 움직여 주세요!"
이어 6명의 백부장들을 이용해 부대의 진형을 각자 열을 맞추어 행군하자, 일단 부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은 어설프기는 하지만 해결이 되었다.
'후, 일단 이들의 전투 능력을 올리기보다는 내 명령에 잘 따라주게만 해줘도 좋은데 말이야.'
일반 NPC들이라면 범려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하겠지만, 협회 사람들 대부분은 그보다 나이가 많기에 대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루이."
"네, 주인님."
"주변에 스파이가 있는지 확인해봐."
범려의 명령이 떨어지자 루이는 재빨리 아래로 뛰어가더니 쥐들을 불러 주변에 적의 스파이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수많은 쥐들은 이곳에 우산 길드 사람이 있는지 수색을 시작했고 곧 그 결과가 나왔다.
"주인님, 저쪽에 보이는 동쪽 동산에 스파이로 보이는 인물이 한 명 발견됐습니다."
"루이, 그자를 계속 감시해라."
"네."
범려는 계속 감시하라는 지시를 내리고는 잠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음, 스파이를 심다니. 역시 우산 길드군. 그렇다면 나도 그 보답으로 약간의 선물을 해줘야겠지.'
범려는 부대를 기차처럼 줄줄이 늘어세워놓고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자 부대는 정말 기차가 된 것처럼 힘차게 돌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계속 움직이세요! 이제는 뱀이 땅바닥을 기어가는 것처럼 움직일 겁니다. 저를 따라 움직이세요."
범려는 해골마를 타고 가면서 부대를 진두지휘했으며 6개의 부대는 범려를 따라서 뱀처럼 온몸을 비틀면서 움직여 주었다.
"오오!"
한참 범려의 훈련 과정을 지켜보던 스파이는 방금 진형을 보고 경악을 터트렸다.
부대가 뱀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니 적 부대의 허리를 끊기가 애매한 형태의 진형이 된 것이다.
"굉장한 진형이다. 적이 허리를 끊으려고 들면 그 부대는 뒤로 물러나 다른 좌우의 부대를 끌어들이는 방법이야! 하지만 단점이 눈에 훤하게 보여. 저 진형은 머리만 깨버린다면 너무 쉽게 무너질 거야."
스파이는 단번에 진형의 약점을 파악하고는 바로 종이에 그려 가면서 그 형태의 설명도 함께 적었다.
"이걸 당장 길드마스터에게 알려야 해!"
스파이는 범려가 보여 준 진형을 우산 길드에 알리기 위해 곧장 자리를 떠났다.
그 스파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쥐는 바로 루이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고 다시 범려의 귀에 들어갔다.
"음, 방금 건 내가 심심해서 한 짓인데, 그걸 잘도 적어갔군."
범려는 실제로 이 진형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일단 이들의 훈련 수준이 떨어져서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연습을 한다면 되겠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부대를 각 종류별로 나누어놓아서 적합하지 않은 진형이었다.
"내 해골들이라면 사용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들은 불가능하지. 그럼 다른 전술을 사용해야 하는데 다들 잘 따라올지 모르겠군."
지금 범려가 계획하는 진형은 가장 단순한 안행진(雁行陳:기러기 날개 모양의 진형)이다. 부대의 구성도 궁수들을 70퍼센트의 비율로 해놓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게 보이는 진형이다.
정보에 따르면 우산 길드는 정규 인원만 해도 500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용병들을 고용하고 그 숫자를 다 합하면 3,000명으로 변하게 된다.
병력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보니 어떻게 해결이 될 만한 상황이 아니다.
"후, 정규 길드원만 500명. 지금 전력도 벅찬데 길드원 모집도 하고 있다고 하면 앞날이 막막하군."
아무리 생각해도 제대로 싸워 이길 상대가 아니었다.
특히 해태 길드의 협회 사람들은 전원 궁수들이다. 용병들 중에도 마법사는 있지만 기본적인 보조 정도 수준으로 강력한 범위 마법은 기대하기 힘들다.
"후,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대포라도 있어서 상대했지만 어떻게 된 것이 대포도……."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제마 이 녀석한테 당장 귓속말을 날려야겠어. 제마야!"
[갑자기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하게 연락을 한 거냐.]
"네 발리스타 30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너도 필요해."
[발리스타만 필요한 게 아니라 나도 필요하다고?]
"그래. 시간이 별로 없어. 네가 원하는 대로 정령석을 준비해줄 테니 만들어다오."
[후후후, 좋다. 그럼 정령석 2천 개 준비해라. 당장 만들어놓을 테니.]
"좋아. 거래 성립이다."
범려는 귓속말을 종료하고는 틈틈이 정령석 제조에 들어갔다. 물론 길드의 군사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로즈가 취선과 헬렌에게도 연락을 넣었다.
"형님! 저 왔습니다."
"범려야, 무슨 일이야?"
"둘 다 잘 왔어."
범려는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더니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아니, 이 우산 길드 녀석들이!"
취선은 씩씩거리면서 흥분했지만 헬렌은 의외로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범려야, 그 녀석들 혼내줄 계획은 있는 거야?"
"계획을 세울 여건이 안 돼서 급하게 제마에게 발리스타를 주문했죠. 하지만 발리스타를 가지고 싸운다고 해도 얼마 버티지는 못할 거예요."
상당한 살상력을 자랑하는 발리스타일지라도 2,500명을 한 번에 쓸어버릴 상황은 아니다.
"정말? 제마가 온단 말이야?"
헬렌은 갑자기 제마가 온다는 말에 얼굴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음! 이 누나 설마 했는데 진짜인 건가…….'
범려는 지금 헬렌의 상태가 어떤지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었다.
"어험!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바쁘니까 두 사람도 전투에 참여해줬으면 해."
"물론입니다, 형님!"
"당연하지!"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참전을 하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밝혔다.
"그럼 당장 시작하지!"
범려는 두 사람의 자리를 안내해주더니 바로 훈련을 시작했다. 취선이나 헬렌은 범려와 같이 다닌 경험이 풍부하게 때문에 금방 적응을 했다.
"진형을 펼쳐라!"
용병들은 범려의 명령대로 철저하게 움직였다. 협회 사람들도 거기에 맞춰서 진형을 펼쳤다.
가장 먼저 일자진을 펼쳐서 일렬로 늘어서고는 전진과 후진을 하면서 진형을 /자 모양으로 안행진을 만들고 반대로 △자 모양으로 추행진을 만드는 등 다양한 변화를 주었다.
"진형을 절대로 흐트러트리지 마라!"
범려는 진형이 흐트러지면 그대로 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진형을 유지하도록 훈련을 시켰다.
"돌격!"
"와아-!"
범려는 병사들을 돌격시킬 때도 진형을 유지한 상태로 움직이도록 했다.
"거기 줄이 흐트러진다!"
그렇게 며칠간 훈련을 거듭하게 되자 다들 범려의 지휘와 그 진형에 익숙해져 갔다.
"이제 제마가 발리스타를 만들었는지 확인을 좀 해야 하는데."
범려는 전투가 벌어지면 발리스타를 좀 쓰다가 버려 버릴 무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발리스타는 바퀴가 달려서 이동이 가능한 물건이지만 그 이동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뒤에서 밀고 앞에서 당겨야 가져갈 수 있다.
"후, 발리스타는 적당한 자리를 잡아서 사용해야겠군. 루이!"
"네, 주인님."
"발리스타를 설치할 만한 곳을 찾아라. 평지가 아니라 반드시 산이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명령이 떨어지자 루이는 재빨리 쥐들을 모아 주변 탐색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발견된 장소는 두 곳이었다.
"음, 좋았어!"
루이가 발견해온 장소는 근처 산 정상이었다. 그 정상에 일정한 평지가 조성돼 있어서 발리스타를 올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사정거리를 생각해봐도 2개의 산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서 산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싸운다면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당장 제마한테 가봐야겠어."
범려는 발리스타를 가지러 가기 위해서 제마가 있는 드워프 도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도시로 이동을 하고 해골마를 타고 달려 도착하니 2시간도 안 돼서 드워프들이 있는 조선소에 도착했다.
"제마야! 나 왔다!"
"어라? 정령석을 벌써 다 만든 거야?"
"정령석은 가서 만들어도 돼. 그것보다 발리스타는 30기 다 만들었냐?"
"그거라면 작업장에서 제작 중이다. 내가 특별히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내일이면 모두 완성될 거야."
"발리스타가 완성되면 너도 해태 길드에 가입해라."
"엥? 난 길드 가입 안 한다. 거기 가입하면 매일같이 쓸데없는 생명력 포션이나 마나 포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귀찮아."
제마는 포션을 만들어도 좀 독특한 포션을 만들어보고 싶은지 길드 가입을 거절했다.
"그럼 한시적으로만 가입해라. 전쟁이 끝나고 탈퇴해도 상관없어. 그러니 도와주라."
제마는 범려가 간곡히 부탁하자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이내 승낙했다.
"좋아. 전쟁에 참가하긴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길드에서 탈퇴한다."
"고맙다, 친구!"
범려는 제마의 손을 굳게 맞잡고는 미소 지었다.
제마가 가지고 있는 포션은 이 전쟁을 오래 이끌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고, 정령 폭탄은 웬만한 고위 마법사 한 명을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힘을 발휘할 것이다.
다음 날, 범려는 발리스타 30기를 전부 아르테미스를 불러서 영혼의 세계에 보관해두었다.
그런 후 루이가 알려 준 위치에 발리스타를 15기씩 올려놓고 그것을 다룰 용병들도 골라놓았다.
이걸로 범려가 할 수 있는 준비는 거의 다 마쳤다. 남은 것은 용병들과 길드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훈련시켜서 생존력을 높이는 방법이 전부였다.
"범려야, 나 여기에 부른 거 내 포션이 탐나서 그런 거지?"
"크크크, 어떻게 알았냐."
"어떻게 된 게 사람들이 포션 하나 안 들고 있어."
제마는 협회 사람들이나 용병들이 포션조차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포션을 일일이 나누어주었다.
제마의 포션은 일반 포션 가게에서 파는 것보다 2배 이상의 효능을 발휘했다.
"이제 비상시에 사용할 포션 말고는 남은 게 없다."
"고맙다, 제마야. 사람들한테 포션 나눠줘서."
"쳇!"
이럴 때 보면 제마도 성격 좋은 녀석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포션을 나누어준 것이다.
"그것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을 텐데 뭐냐."
"제마 네가 할 일은 간단해. 사람들과 같이 싸우면서 정령 폭탄을 쿨 타임이 될 때마다 던져 주면 돼. 물론 폭탄이 터진 후에 나타나는 후폭풍을 고려해서 던져 줘."
"쉬운 일이군. 그렇게 하지."
* * *
해태 길드가 이렇게 준비를 착착 마쳐 가고 있을 때 우산 길드 역시 전쟁 준비를 마치고, 해태 길드를 공격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서 칠흑의 데보라 지역으로 가고 있었다.
"이놈의 해태 길드, 해골 제작자를 믿고 그렇게 날뛰었다 이거지."
"흑검 형님, 이제 하루만 더 가면 데보라 지역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래, 알았다."
지금 우산 길드는 엄청난 돈을 들여서 용병들을 구입해놓고 해태 길드와 전쟁을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내일, 내일이면 해태 길드를 『판게아 월드』에서 지워버리마. 해골 제작자가 없는 이상 해태 길드는 아무것도 아니다."
흑검이 해태 길드를 이전부터 한 번에 쓸어버릴 수도 있었는데 소규모 전투만 한 이유는 바로 범려 때문이었다.
해골 제작자의 병력이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해태 길드와의 소규모 전투를 통해 그가 반응을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를 확인하려고 했다.
그 결과 흑검은 해태 길드와 해골 제작자의 관계가 그리 깊지 않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아쉽게도 흑검이 해태 길드를 건드렸던 시기는 범려가 퀘스트를 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갔던 시기였다.
그러니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 것이다. 그걸 가지고 오해를 한 흑검은 지금 공격해서 해태 길드를 해산시키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후후후, 해태 길드를 없애버리면 아무리 해골 제작자라고 해도 우리를 이길 수 없겠지."
흑검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면서 좋아했지만 지금 해태 길드에는 범려가 있다. 비록 해골 군대가 없지만 그는 지금까지 해골 군대를 지휘해온 지휘관이다.
"흑검 형님, 스파이의 정보가 도착했습니다."
"그래, 해골 제작자는 왔냐?"
"해골마를 끌고 다니는 인간들 몇몇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해골 병사들은 없다고 합니다."
"그럼 해골 제작자는 없는 모양이군. 해골마야 그 길드에 몇몇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받은 해골마일 거다.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지."
흑검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건 강토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산 길드에선 해골 군대의 숫자를 600으로 알고 있다. 다들 그 숫자가 늘어날 거라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혼자서 엄청난 군대를 가지고 있으니 이 정도면 한계치라고 판단한 것이다.
"강토야, 내일 해태 길드를 없애버리고 나면 해골 제작자가 온다고 해도 우리를 이길 수 없겠지?"
"물론입니다, 흑검 형님. 제아무리 해골 제작자가 강하다고 해도 저희 길드는 그것보다 더 강합니다!"
강토는 우산 길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지 우렁찬 대답을 했다.
"그렇지!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거라 믿는다."
흑검 역시 우산 길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다음 날, 칠흑의 데보라에 도착을 하자 2,500명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활보하기 시작했다.
지나는 길에 걸리는 몬스터 무리들은 모조리 죽었으며 우산 길드의 행군을 본 유저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들의 시선을 피해 사냥을 했다.
이렇듯 요란한 행군을 하자 데보라 지역에는 우산 길드에 대한 소식이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범려의 귀에도 이 소식이 들어가게 되었다.
"형님, 우산 길드가 여기로 온다는 소식 들었어요?"
"나도 들었다. 생각보다 요란하게 움직이더군."
지금 범려가 생각하는 우산 길드는 마치 적군에게 '나 거기로 가고 있소'라며 광고를 하는 꼴처럼 보였다.
"취선, 사람들한테 가서 이틀 뒤에 여기서 전투가 벌어질 태나 준비들 하라고 해."
"네, 형님."
범려는 우산 길드가 지금의 이동속도로 움직인다면 이곳에 아무리 빨리 와도 이틀은 걸릴 거라 예상했다.
"우산 길드 네놈들 용병을 이 세상에서 깡그리 지워주마."
범려는 우산 길드를 박살내는 것보다 그들이 데리고 온 용병들을 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마법사들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해태 길드가 저들을 몰살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요원한 일이다.
범려는 기지개를 펴면서 몸을 가볍게 풀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비를 확인했다.
"용병 사냥을 해볼까."
그는 해골마를 타고는 용병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또다시 병사들의 훈련을 지속했다.
그들의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굴린 후 다음에는 협회 사람들을 훈련시켰다. 작전권을 넘겨받은 이상 범려는 이유를 불문하고 이들을 철저하게 훈련시켰다.
간혹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궁귀에게 찾아가 하소연을 했지만, 그는 오히려 화를 내면서 훈련이나 열심히 하라고 호통을 쳤다.
이렇게 되니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도 궁귀의 권력을 등에 업은 범려를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 * *
고된 훈련을 하면서 벌써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우산 길드의 군대가 해태 길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형님, 정확하게 이틀 뒤에 왔는데요."
"뭐, 그렇지."
취선은 범려의 예상대로 정확히 이틀 뒤에 모습을 드러낸 우산 길드가 신기했고, 범려는 저 많은 수의 용병들을 보자 답답함을 느꼈다.
"상당히 많네. 그래도 저기서 2천 명 정도는 죽여야겠지."
"물론이죠, 형님!"
취선은 눈앞에 보이는 적들을 향해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우산 길드다!"
"적이다!"
특히 협회 사람들은 우산 길드에 대한 지독한 적개심을 품고 있는지 취선보다 더한 투지를 뿜어내면서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허허, 이 정도 기세라면 한번 해볼 만하겠는데.'
범려는 처음에는 녀석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심산이었는데, 이거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대 정렬!"
범려가 전투를 위해 부대를 정렬시키자, 병사들은 각자 지금까지 훈련해온 대로 자리를 잡고 공격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진형을 펼쳐라!"
우르르.
안행진이 펼쳐지자 부대가 2개로 갈리면서 날개 모양의 진형이 펼쳐졌다.
범려는 궁수를 많이 준비했기 때문에 이 전법이 가장 안전했다.
한편, 흑검은 해태 길드가 병력을 단순히 둘로 갈라놓은 것을 보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놈들이 우리를 보고 겁먹었나 보군. 군대를 양쪽으로 가르다니.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돌격!"
우산 길드원들이 범려의 군대를 향해 달려가자 그대로 병사들과 충돌을 일으키기 직전이었다.
"발사!"
적을 기다리고 있던 해태 길드는 범려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많은 화살이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왔고 산 정상에서는 발리스타가 투창을 발사했다.
쉬이익! 쉬이익!
"화살이 날아온다!"
우산 길드 유저들은 방패를 들거나 마법을 펼쳐 화살을 막았지만, 그 수많은 화살 속에 끼어서 날아오는 무서운 파괴력을 가진 창은 실드를 꿰뚫고 날카로운 창끝에 마법사들은 몸을 관통당하고 말았다.
"크억!"
전사들도 방패를 들어서 투창을 막기는 했지만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그대로 뒤로 넘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젠장!"
그 힘 좋은 전사들은 팔이 저릴 정도의 충격을 받아서 방패를 다시 들어올리기가 무척 힘들었다.
"화살을 멈추지 말고 쏴라! 방패를 들고 있는 병사들은 방어를 견고히 하라!"
흑검은 날아오는 화살을 정신없이 막느라 산 위에 발리스타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돌격하라! 녀석들이 활을 못 쏘게 근접전을 펼쳐야 한다!"
수많은 화살들이 구름처럼 발리스타의 공격을 가려 주니 발리스타는 사정거리에 있는 적들을 무참히 짓밟기 시작했다.
쾅! 쾅!
방패를 들고 있던 용병들이 적들과 충돌을 일으키자 전투는 그야말로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소환! 피닉스!"
"나도 질 수 없지! 정령 폭탄!"
헬렌은 적병이 부딪치는 것을 보자 바로 마법을 펼쳤고, 제마는 헬렌의 마법을 보더니 이에 질세라 정령 폭탄을 던졌다.
"우리 쪽 마법사들은 뭐 하나! 마법 공격을 펼쳐라!"
흑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마법사들에게 공격을 펼치라고 명령하자 한창 실드를 펼치던 마법사들이 공격 마법을 캐스팅했다.
"흥! 우리가 마법사들의 마법을 호락호락하게 맞아줄 것 같으냐."
범려는 손을 휘저으면서 소리쳤다.
"포션을 마셔라-!"
갑자기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더니 녹색 액체가 담긴 이상한 포션을 들이켰다.
"파이어볼!"
"아쿠아 볼!"
우산 길드 마법사들은 해태 길드 사람들이 무슨 포션을 마신지도 모른 채 마법을 뿌려 댔다.
-제마 유저가 만든 특급 마법 저항 포션을 마셨습니다.
-마법 저항이 1분간 70% 상승합니다.
-다시 특급 마법 저항 포션을 마시려면 10분이 지나야 합니다.
마법 저항이 70퍼센트 상승되는 괴물 포션을 마시자 그 위력적인 마법 공격이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쐐기를 박아주지. 아르테미스의 손길!"
하늘에서 순백의 구름들이 몰려들며 회오리치더니 그 중심에서 찬란한 빛을 뿌리며 아르테미스가 나타났다.
-모든 무기에 성 속성이 부여됩니다.
-모든 형태의 능력치, 공격력과 방어력이 40% 상승합니다.
-모든 마법 저항이 20% 상승합니다.
마법 저항이 90퍼센트가 돼버리자 이건 마법사들이 아무리 마법을 쏟아내도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아르테미스의 손길은 1시간 여유가 있지만 마법 저항 포션은 겨우 1분. 그 안에 마법사들이 마법을 계속 쏟아내야 하는데.'
제마가 준 포션의 위력은 어마어마했지만 1분간의 효과가 사라지면 10분간 그 포션을 다시 마실 수 없다.
어차피 1분이면 엄청난 양의 마법을 쏟아낼 것이니 최소한 절반은 넘게 쏟아낼 것이다.
"방어를 철저히 해라! 궁수들은 활시위를 멈추지 마라!"
범려의 진형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안행진은 궁수들이 사격전을 펼치기에 최고의 조건이었고, 좌우에 있는 산이 거대한 성벽처럼 길을 막고 있어서 적들이 오로지 한곳으로만 들어오고 있었다.
"뚫어라! 적 진형을 돌파해서 포위해라!"
흑검은 안행진 반대편에 보이는 길로 용병들과 길드원들을 밀어 넣으면서 통과하라고 재촉했지만, 안행진 건너편으로 보이는 길은 죽음의 길이다.
적들이 그 길을 뚫고 나가려면 상대방의 공격을 무시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통과하는 순간 상대방의 생명력은 걸레 조각처럼 너덜너덜해진다.
그런 이들이 아무리 맹렬한 공격을 펼쳐 봐야 효과가 없다. 그것도 모르고 흑검은 무리한 돌진을 하고 있었다.
"흑검 형님! 저 진형 끝으로 돌진한 용병들이 모두 다 죽었습니다! 이대로 돌진하다가는 전멸입니다!"
"무슨 소리야! 적 병력은 얼마 안 돼! 저기만 뚫고 지나가면 다 죽일 수 있다!"
"형님, 진정하셔야 합니다!"
강토는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본 결과를 이야기했다. 그는 범려가 펼친 진형의 정체를 알지는 못하지만 이대로 전투를 하다가는 전멸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흑검 형님! 물러나야 합니다!"
강토가 버럭 소리를 치며 흑검의 무모한 기세를 한풀 꺾어버렸다.
"알았다. 일시적으로 후퇴한다."
결국 흑검은 강토의 말대로 후퇴를 명령했다. 그러자 무식하게 돌진하려던 용병들이나 길드원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슬슬 뒤로 빠지는군."
범려는 적 병사들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느긋하게 보고 있다가 적당한 거리가 생기자 큰 소리로 외쳤다.
"추행진을 펼쳐라!"
날개 모양의 안행진이 갑자기 변형을 일으키더니 삼각형 모양의 돌진 진형으로 바뀌면서 전진을 했다.
궁수가 많은 군대에는 맞지 않은 진형이지만 적을 붙들어둬야 하기에 쫓아가는 척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멈추지 말고 화살을 쏴라!"
-특급 마법 저항 물약 효과가 사라집니다. 10분 후에 재사용 가능합니다.
그동안 마법에 대해 잘 버텼는데 이제 그 효과가 사라졌다. 다행히도 적들이 물러가는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와아-!"
해태 길드는 적이 후퇴하자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며 추격을 시도했다.
전진 속도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피해를 입혔기에 도망을 하는 도중 많은 용병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강토! 용병들과 길드원들을 데리고 저들의 추격을 저지해라!"
"네, 흑검 형님."
강토는 바로 병력을 조금 빼돌리더니 해태 길드의 추격에 맞서 공격을 펼쳤다.
"이런!"
범려는 일부 병력이 추격을 저지하고 나서자 더 이상 진군을 못했다.
"이런, 제길!"
발목을 잡히자 범려는 어쩔 수 없이 강토의 병력과 전투를 치러야 했고, 강토는 흑검이 저 멀리 후퇴하기 전까지 버티다가 그가 안전하게 후퇴한 것을 보고 자신도 후퇴해버렸다.
"쳇!"
이대로 가면 승리를 예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강토가 후퇴를 해버리니 정말 아쉬웠다.
"어쩔 수 없다. 우리도 이만 물러서자. 우리가 싸웠던 곳에 진영을 설치한다!"
해태 길드는 산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우산 길드는 좀 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루이, 적들이 있는 곳에 쥐들을 풀어 24시간 감시해라. 적들이 움직이면 바로 알려 주고."
"네, 주인님."
루이는 범려의 명령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쥐들을 불러 모으더니 바로 적 진영에 스파이로 잠입시켰다.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 놈들이 움직일 경우 바로 걸리게 될 것이고 나머지는 협회 회원들의 상태인데……."
한 번의 싸움에 이기기는 했지만 다음은 모르는 법이다. 범려라고 해서 언제나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우산 길드는 거대한 길드야.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몰라. 이럴 때 해골 병사들이 있었으면……."
범려는 해골 병사들이 그리웠다. 그들은 이런 전투를 단숨에 뒤엎을 만한 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용의 심장 때문에 봉인되어 있는 실정이니 불러올 수가 없다.
"자기야."
범려 혼자서 우산 길드 진영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로즈가 옆에 오더니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무슨 좋은 일 있는 거야?"
"좋은 일은 무슨. 그냥 자기 옆에 있는 게 좋아서 그러지."
"……."
범려는 이 상황에서 뭐라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로즈를 끌어안았다.
"그런데 이 전투는 언제 끝날 것 같아?"
"그거야 나도 모르지.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거야. 저들은 사람 숫자가 너무 많아서 더욱더 속전속결로 끝내려고 할 테니까."
"왜 그러는데?"
"이유는 간단해. 저 많은 인원이 있는데 우리한테 그 머릿수가 통하지 않았거든. 억울해서라도 금방 올 거야."
범려의 말대로 우산 길드의 수뇌부들은 억울해하고 있었다. 이 많은 병력이 저 진형 하나 뚫지 못하고 무너진 사실을 말이다.
"아하! 그렇구나."
로즈는 범려의 이야기를 듣자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