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66화 (66/80)

제6장. 전쟁의 이유

"음?"

범려는 방금 해골들에게서 빛이 일어나자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벌써 새로운 전직인가?"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변화가 한 번 찾아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이것들이 어떤 걸로 전직을 할까?"

대충 봐서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눈이 바뀌지 않고 몸에서 빛이 났다는 것은 달리 해석해야 한다.

"몸에서 빛나는 정도가 약한 걸 보니 아직은 때가 덜 됐다는 뜻. 하지만 열심히 레벨 업을 한 뒤에는 또 모르지."

범려는 이때부터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전투가 벌어지면 뒤에서 기습해 경험치를 쌓는 방법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양심에 가책을 느낄 만한 유저들도 없으니 전혀 문제가 없었다.

"경험치다!"

"잡아라-!"

물론 적들을 잡을 때는 언제나 일부는 남겨 주는 센스를 발휘해주었다.

그렇게 계속 돌다 보니 범려가 오크, 정령, 천사, 악마들을 제외한 나머지 종족들을 거의 몰살 지경으로 몰고가버렸다.

"헉! 가만 생각해보니 나 혼자 다 잡고 다녔잖아."

원래대로 한다면 아군을 늘려서 뭔가 해야 정상인데 전부 다 손을 대는 바람에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저놈이 저기 있다!"

"우리의 힘을 보여 주자!"

"젠장!"

살아남은 소수의 종족들이 범려에게 강한 적대감을 품으면서 해골 군대를 몰살시키기 위해 자기들끼리 연합 군대를 조직한 것이다.

대략 20개 종족 이상이 연합한 상태라서 병사들의 숫자도 7천에 달했고 병과도 다양해서 잘못하다가는 범려가 당할 수도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모조리 없애버리는 건데. 괜히 아군을 만든다고 살려 놨네."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이미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진형을 갖춰! 부장들은 기병들과 함께 앞으로 나가서 녀석들을 먼저 저지해! 대마법사들은 마법사들을 대동해서 진형을 갖추고 마법을 퍼부어라!"

범려는 동시다발적으로 명령을 하달했다.

이것은 해골 부장들이 보조를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처럼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상황이었으면 불가능했으리라.

"사격 준비!"

범려가 손을 올리자 궁수들이 활줄을 힘차게 당기면서 조준을 하기 시작했다.

"발사!"

쉬이익! 쉬이익!

공기를 가르는 바람 소리가 들리면서 화살은 힘차게 대기를 가르며 연합 군대를 향해 날아들었다.

"블리자드!"

해골 대마법사들이 마법사들과 함께 마법을 시전하자 주변이 순식간에 남극의 극심한 추위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쳤다.

"으으으……."

갑작스런 추위에 연합 군대 병사들이 몸을 으슬으슬 떨었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서슬 퍼런 얼음들이 떨어지자 이리저리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녀석들이 흩어진다!"

연합 군대의 최고 장점은 여러 병과의 조합과 그 규모에 있었지만, 이들은 범려의 해골 군대에 대한 적개심만 있지 이 군대를 하나로 통합해서 통솔할 지휘관은 없었다.

"보병! 앞으로 전진!"

범려는 연합 군대가 흩어지는 것을 보고는 바로 적의 진형을 완전히 무너트릴 심산이었다.

"크아앙! 다들 물러서지 말고 앞으로 나서라!"

각 종족의 우두머리들은 병사들을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 내세우려고 했지만 이미 여러 종족들이 뒤엉킨 상태라서 명령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으아! 적이 밀려온다!"

"도망가자!"

연합 군대는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벌써부터 등을 보였다.

"뭐야, 이거. 여러 종족들이 뭉쳐서 뭐 한가락 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잖아. 전원 돌격! 경험치를 얻자!"

이런 싱겁기 그지없는 전투에서 유일하게 챙길 것은 적을 쓰러트려 경험치를 얻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후, 완전히 계획이 엉망이 돼버렸어."

결국 연합군은 범려의 해골 군대를 이기지 못하고 전원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범려는 경험치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후, 이제 남은 것은 로즈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건데……."

범려는 바로 로즈에게 귓속말을 했다.

"로즈야!"

-이 지역에서는 귓속말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헉! 뭐야!"

범려는 지금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기에 방금 떠오른 메시지를 보면서 상당히 당황했다.

"어쩔 수 없네, 로즈가 일을 잘 해결해주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 * *

범려의 걱정과 달리 로즈는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천사님, 안녕하세요."

"네."

로즈는 천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인사를 했고 천사들도 그 인사를 친절하게 받아주었다.

"로즈 사제,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제루엘 님."

대천사 제루엘은 로즈를 가장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확실히 사제라는 직업은 모든 이에게 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잖아도 로즈 사제를 찾고 있었소이다."

"저를요?"

"잠시 자리를 옮기시지."

제루엘은 로즈를 지휘관들이 쓰는 작전 회의실로 안내했다.

"저에게 할 말이 무언지 궁금하네요."

"다름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동안 우리들을 도와줬으면 하네."

"제루엘 님이 부탁하시는 일이라면 신을 모시는 사제로서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제루엘은 자세를 편안하게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이곳에는 수많은 적들이 존재하고 있네. 우리의 목적은 그들을 이곳에서 몰아내고 신의 힘으로 이곳을 바꾸려고 하네."

"그렇다면 제가 더더욱 제루엘 님을 도와야겠군요."

로즈의 한마디에 제루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고 외쳤다.

"고맙네! 그리고 잠시 후에 열리는 작전 회의에 참석해주게."

제루엘은 로즈를 절대적으로 신임하면서 작전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로즈는 작전 회의에 참석하라는 말에 살짝 어리둥절했다. 작전을 계획할 때는 범려도 웬만해서는 자신을 끼워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로즈 사제, 표정이 왜 그런가. 아침에 뭐 잘못 먹기라도 했나?"

"아, 아닙니다."

그녀는 제루엘이 지정해준 자리에 앉더니 심호흡을 하면서 크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후우, 그래. 이번 기회에 이들에게 나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거야.'

로즈는 지금까지 어깨 너머로 배운 범려의 전술 전략을 써먹을 때가 왔음을 느꼈다.

각 천사들을 지휘하는 지휘관들이 하나 둘씩 참석을 하면서 어느새 작전 회의실에는 천사들로 자리가 가득 메워졌다.

"지금부터 작전을 짜도록 하겠다."

제루엘이 대략적으로 생각해놓은 계획을 이야기하자 천사들은 그의 말에 집중했다. 하지만 로즈는 그 작전 내용을 듣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용은 단순하게 악마들을 공격하자는 거잖아.'

천사와 악마들의 관계가 심각함은 잘 알고 있으나 로즈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범려가 하는 계획이 훨씬 능동적이고 자유롭겠어.'

만약 범려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당장 이런 계획 따위는 쓰레기라면서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제루엘 님, 한 가지 이의를 제기해도 되겠습니까?"

"이야기해보게."

제루엘이 발언권을 주자 로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금의 작전을 비판했다.

"지금 이 계획은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곳은 단순히 악마들만 있는 것이 아닌 정령과 오크, 그리고 여러 다른 종족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제루엘 님이 세우신 계획은 다른 종족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령들의 힘은 천사님들이 무시할 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제루엘은 정면으로 자신의 계획이 비판당하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럼 로즈 사제에게는 좋은 계획이 있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오호라, 그럼 그 계획을 듣고 싶군."

로즈는 제루엘의 표정이 굳어져 있는 걸 봤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제가 생각한 계획은 오크들을 이용하자는 겁니다."

"미련한 오크들을 이용하자는 건가?"

천사들은 오크들을 상당히 미련한 일족이라고 치부했다.

"그들은 절대로 미련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한 교류가 없기 때문에 지식이 부족할 뿐입니다. 더군다나 오크의 군대는 4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흥! 그 4만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병력을 동원해 공격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한 천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로즈의 계획을 비난하려고 했지만 뒤이어지는 로즈의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론 천사들과 오크들만 있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지금 이곳은 악마와 정령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요?"

"그, 그건……."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정령들은 천사와 악마들이 싸워 지치기만을 기다리고, 악마는 천사들의 힘이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바로 전력을 다해 공격을 펼칠 것이다.

"로즈 사제, 그럼 정확하게 오크들을 어떻게 이용하자는 거지?"

제루엘은 로즈의 말을 듣고 비판당했던 그 분함은 지워버리고 오크들을 이용하자는 말에 관심이 쏠렸다.

"여러분들이 천사라는 이점을 이용해 오크들에게 축복을 내려 주면서 정령들이나 악마들과 싸우게 만드는 겁니다."

"하지만 오크들이 우리의 말을 들어줄까?"

오크들도 이곳에 보물을 노리고 온 존재들이라서 쉽사리 천사들의 뜻대로 움직이기는 힘들다.

"왜 오크들이 천사님들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 생각하시는 거죠?"

로즈 역시 천사들이 이곳의 보물을 노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거야……."

천사들은 잠시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었고 다들 보물에 관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말을 못하시는 것을 보니 무언가 숨기고 계시군요. 제루엘 님이 작전 회의에 참석해도 된다고 하기에 저에게는 이제 숨길 것이 없다고 느꼈는데 그게 아니군요."

로즈가 눈가에 살짝 눈물을 보이자 천사들은 난감한 기색을 띠었다.

"후우, 내가 그 이유를 알려 주지."

대천사 제루엘이 입을 열자 다른 천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말렸다.

"안 됩니다. 아무리 작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로즈 사제는 우리의 동료네. 사실을 알려 줘도 되지."

"감사합니다, 제루엘 님."

로즈는 제루엘에게 감사를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로즈 사제, 이 세상의 끝에는 제일 신비한 성이 하나 있지. 그 성은 하늘에 둥둥 떠다니면서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힘을 가졌다네."

세상 끝 보물의 정체가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성이라는 소리에 로즈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원을 넘다들며 하늘 위를 떠다니는 성이라고?'

이건 모든 이들이 탐낼 만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

정령들은 인간계에 모습을 드러내려면 계약이 필요하다. 정령왕들이야 워낙 힘이 강대해서 자유롭게 차원을 넘나들지만 그 외의 정령들은 그렇지 못하다.

더군다나 악마들은 자신들의 힘을 소비하지 않고 천계를 공격하려고 하기 때문에 천계에서는 이를 필히 저지해야 했다.

'그랬어. 이런 물건이 있으니 다들 목숨 걸고 싸워서 그 보물을 차지하려고 하지.'

"확실히 하늘에 떠다니는 성이 존재한다면 아무리 오크들이라도 쉽사리 포기를 할 수 없겠네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축복을 내린다고 해서 오크들이 우리를 따르기 힘들지."

"오크들에게 차라리 양보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천사들 중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를 쳤다.

"양보라니! 그런 중요한 물건을 양보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가 그냥 양보하자고 했나요. 조건을 달아야지요."

천사들은 조건이라는 말에 약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양보면 그냥 주는 것인데 거기에 조건을 달자는 것은 상당히 이상하게 들린 것이다.

"오크들에게 말해서 성을 양보하는데, 차후 악마들이 성을 노릴 수 있으니 여러분들이 관리를 하겠다는 조건을 달면 돼요. 이렇게 되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는 것은 여러분들이 될 거예요."

로즈의 말에 천사들은 각자 깊은 생각에 잠기거나, 혹은 옆에 있는 동료들과 상의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결과를 따져 보았다.

'이렇게 해두면 나머지는 천사들이 해결하겠지.'

로즈가 천사들을 이상한 꼬임에 넘어가게 만든 것이었다.

"로즈 사제의 의견에 따르지."

결국 천사들은 로즈의 말을 들어주었고, 그 후 계획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제일 먼저 오크들을 설득할 천사들을 고르고 골라서 3명의 천사들을 뽑았다.

"이들이라면 오크들을 설득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제루엘은 3명의 천사들에게 특명을 내려 오크들을 설득하라고 보냈다. 물론 실질적인 책임자는 천사들이 되도록 조언도 해주었다.

'이제 천사들이 오크들을 이용해 정령들을 공격하고, 정령들은 천사들이 뒤에서 조종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강한 적개심을 품고 악마들과 같이 손을 잡고 천사들을 공격하겠지.'

로즈의 생각대로 간다면 천사들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 전투가 벌어질 때 범려가 와서 도와준다면 천사들이 싸움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범려에게 모든 것을 넘길 것이고, 천사들이 몰살을 당한다 하더라도 해골 군대가 천사들과 싸우느라 힘이 약해진 악마들과 정령들을 공격하면 끝이다.

'엎치나 뒤치나 범려에게는 무조건 이득이야.'

로즈는 이런 무서운 작전을 세우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범려도 로즈가 이러한 작전을 세울 것이라는 짐작을 하고 있었다.

* * *

"어디 보자, 로즈가 작전을 세우면 천사들을 이용해 오크들을 설득하게 만들겠지. 그 목표는 정령들이 될 것이고, 정령들은 그들과 싸우느라 상당한 힘을 잃을 것이고, 여기에 악마들도 같이 움직일 것이고……."

범려는 상황을 조심스럽게 추측하더니 이내 결론을 내렸다.

"그래, 이 녀석들이 서로 싸우다가 양패구상을 당하고 나면 난 거기서 힘이 많이 쇠약해진 것들을 건드리면 끝이지."

역시 두 사람은 서로의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하고 있었다.

"루이, 지금 당장 쥐들을 풀어서 오크들이 전투를 언제 나가는지 확인하라."

"알겠습니다."

범려는 오크들이 정령들과 싸우는 시점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던 힘의 균형이 여지없이 무너지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슬슬 퀘스트를 끝낼 때가 다가왔다."

범려는 어설프게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종족들을 처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20개 종족이 내 손에 몰살당했고 4대 종족이 건재한 상황. 남은 16개 종족을 쓸어버리러 가자!"

"와아-! 장군님을 따라가자!"

해골 부장과 대마법사들이 장군님을 따라가자며 호응하자 다른 해골들도 각자의 무기를 들면서 같이 호응해주었다.

"가자!"

* * *

한편, 오크들의 진영에는 천사들이 축복을 내리며 오크들에게 상당히 호의적인 모습으로 등장을 했다.

"취익! 천사들이다."

"취익! 우리에게 축복을 내린다."

오크들은 천사들의 등장에 놀라워했다. 이곳에서는 천사들도 적이나 다름없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그대들에게 행운과 신의 가호가 있기를……."

"취익! 천사들이 이곳에는 웬일이냐?"

오크 군대의 대장 아만타쉬가 천사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유를 물었다. 역시 군대를 지휘하는 대장답게 천사들의 등장에 의심부터 했다.

"그대가 이곳의 사령관이시군요."

천사들은 아만타쉬가 나타나자 다른 오크 병사들과 다른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가 이곳의 사령관임을 알아차렸다.

"취익! 그렇다. 내가 이곳의 사령관이다. 이곳에 무슨 용건이냐?"

"저희들은 신의 이름으로 여러분들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취익! 우리를 도와? 날 따라와라."

아만타쉬는 천사들이 하고픈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그들을 바로 막사로 안내했다.

"취익, 여기는 나와 내 측근들만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온 이유를 듣고 싶다."

"저희에게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냥 돕기 위해 왔을 뿐입니다. 특히 정령들에 대해서 말이지요."

"흐흐흐, 과연 천사들이군. 취익!"

아만타쉬는 정령이라는 말을 듣자 천사들이 온 목적을 알고는 음침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천사들과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취익, 우리가 정령들을 공격해주는 대가로 무엇을 줄 것인가."

"세상 끝에 있는 보물을 드리지요."

"취익! 보물을 준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

아만타쉬는 호통을 치며 천사들에게 화를 냈다. 세상 끝에 있는 보물은 모두가 탐내는 보물. 당연히 천사들도 상당히 탐을 내는 것이다. 그것도 차원을 그냥 넘나드는 물건인데 탐이 안 나면 비정상이다.

하지만 천사들은 오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보물이라는 미끼가 필요했다.

"저희는 보물에 관해서 그리 큰 관심은 없습니다. 저희들 힘으로 어디든 갈 수 있는데 그런 보물이 왜 탐나겠습니까."

물론 천사들도 그들만의 힘으로 차원을 넘나들 수 있지만 상당한 힘을 소비하고 나서야 통과할 수 있다.

문제는 천사장 정도 되는 천사가 아니면 차원을 넘나드는 것은 꿈도 못 꾼다는 것이다.

"취익, 확실히 천사들이라면 가능하겠지."

자세한 속사정을 알지 못하는 아만타쉬는 그 말에 그대로 속아 넘어가버렸다.

"아, 그리고 저희가 성을 양보하는 대신 관리를 저희가 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취익, 무슨 소리냐? 관리를 너희들이 하다니."

"사령관님이 성을 차지한다고 해도 악마들은 절대로 그냥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저희들의 힘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만타쉬는 천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틀린 말이 전혀 없었다.

'취익, 천사들이 직접 관리를 해준다면 악마들 같은 존재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지. 사용은 우리가 마음대로 하고 말이야.'

아만타쉬는 자기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천사들에게 말했다.

"취익, 좋다.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사령관."

"취익, 잘 가거라. 배웅은 나가지 않겠다."

"그럼."

아만타쉬는 천사들이 사라지자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령들과 싸우기 위해 오크들은 특별한 무기를 만들어놓았다.

"취익, 바깥에 아무도 없나!"

"취익! 대장 부르셨습니까."

"취익! 주술사들을 불러라. 그들과 할 이야기가 있다."

아만타쉬가 주술사들을 찾자 병사는 바로 막사를 나가서 주술사들을 불러들였다.

"찾으셨습니까, 대장님."

오크 주술사들은 오크들이 항상 하는 '취익'거리는 소리를 전혀 하지 않고 마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취익! 준비는 다 됐는가."

"물론입니다, 대장님. 병사들에게 정령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나누어주었습니다."

정령들은 독특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면 정령이라는 속성 탓에 무조건 절반만 공격력을 입게 된다.

오크들은 이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100퍼센트로 끌어올리기 위해 주술사들을 통해 독특한 아이템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다.

"여기 대장님 것도 만들었습니다. 특별히 대장님 것은 더 좋게 만들었으니 정령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게 되면 다른 오크 병사들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실 겁니다."

"취익! 수고했다. 돌아가라."

아만타쉬가 주술사에게 받은 것은 새끼손가락만 한 작은 토템이었다.

이 아이템을 무기에 장착하고 공격한다면 100퍼센트 이상의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아만타쉬는 주술사가 준 토템을 검 자루 끝에 끈으로 엮어서 매달아놓았다.

"취익! 기다려라, 정령들아."

다음 날 오크들은 모든 준비가 끝났는지 정령들이 머물러 있는 곳으로 진군을 시작했다.

* * *

쿵! 쿵! 쿵!

오크 군대의 행군은 땅을 울리며 저 멀리서 오크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범려의 발에 그 진동이 느껴졌다.

"역시 4만이라는 숫자는 무시할 게 아니라니까."

범려는 어제 하루 종일 남은 종족들을 토벌하러 다니느라 시간을 빠듯하게 보냈다.

덕분에 해골들은 레벨 업을 했고 몇몇 해골들의 몸에서 황금빛이 일어나는 모습을 전에는 잠깐밖에 못 봤는데 이제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이제 황금빛 나는 녀석들이 전직이 가능할까?"

범려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면서 황금빛이 나는 녀석들을 불렀다.

명령대로 모인 해골들은 부장 5명, 대마법사 1명이었다.

"레벨이 가장 높은 녀석들이군."

범려 앞에 모인 해골들은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음, 너희들 솔직히 말해봐라. 이다음에 뭐가 나오는지 너희들은 알고 있지?"

"장군님, 그건 저희가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해골들은 이후에 뭐가 나오는지 알고는 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쳇! 좀 알려 주면 어디가 덧나나. 아르테미스도 그렇고 너희들도 그렇고 비밀을 좀 만들지 마라."

아무리 천하의 범려라도 게임의 비밀을 함부로 알려고 하는 짓은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어차피 영혼의 융합 스킬이 시전되면 자연스럽게 알기 싫어도 알게 되겠지."

범려는 해골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영혼의 융합!"

화아악!

주변이 황금빛으로 물들면서 해골 부장과 해골 대마법사의 융합이 이루어지자 온몸의 뼈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가루가 되면서 하늘 위로 올라가버렸다.

"헉! 뼈들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

몸을 구성하는 뼈들이 하늘 위로 올라간 것은 범려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뼈는 없어졌지만 그 영혼들은 거침없이 하나씩 뭉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범려의 머리만 한 영혼의 구슬이 만들어졌다. 그것도 황금색으로 빛나는 구슬로 말이다.

하지만 변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쩌적!

"구슬이!"

황금빛으로 만들어진 영혼의 구슬이 팍 하고 깨지면서 영혼이 슬라임처럼 꾸물꾸물 변화를 일으키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모습은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었지만, 유령처럼 반투명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어 황금빛이 은은하게 빛나는 영혼이 갑자기 시선을 하늘로 두자 그 위에서 한 줄기의 섬광과 함께 무언가가 내려왔다.

"헉! 무구!"

그렇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그 영혼이 입을 무구였던 것이다.

철걱! 철걱! 철걱!

요란한 소리가 들리면서 무구들이 그 영혼의 몸에 장착되더니 머리부터 발끝부터 완벽하게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얼굴 부분은 이상한 철가면으로 가리고 있어서 눈에서만 황금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이제 끝난 건가?"

번쩍!

범려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는 찰나, 방금 영혼의 융합을 한 녀석의 등에서 하늘거리는 반투명한 황금빛의 날개가 튀어 나왔다.

"……!"

이제껏 해골 병사들을 지휘해봤지만 이렇게 해골 병사가 아닌 걸로 바뀌기는 또 처음이었다.

"그런데 갑옷은 있는데 무기는 어디……."

쉬이익!

범려가 말하기 무섭게 하늘에서 무기가 하나 떨어지더니 그걸 전신에 갑옷을 입고 황금빛 날개를 펄럭이는 녀석이 가볍게 받아냈다.

-영혼의 천사

순수하게 영혼으로 만들어진 천사이다. 아르테미스의 힘을 이어받아 신성력을 사용하며 언데드가 아닌 천사로 분류가 된다.

레벨:1

힘:160 민첩성:148 지능:136 정신력:139 체력: 140

생명력:1,400 마나:1230

공격력:1,300 방어력:1160

마법 공격력:1,170 마법 방어력:1,140

-양손 해골 투척:해골 병사들을 병과(兵科)에 상관없이 20명을 한꺼번에 던져서 적진 한가운데에 떨어트린다. 한 손에 10명의 해골 병사들을 쥔다.

공격력의 피해 정도=(해골 병사 레벨의 합)×2

쿨 타임:20초, 마나 소비:50

-신성한 불꽃:영혼의 천사만의 고유 기술이며 전방을 향해 성스러운 화염의 파도를 부채꼴 모양으로 일으켜 퍼져 나간다.

(공격의 형태는 성 속성 물리 공격이며 유효범위는 전방 15m)

쿨 타임:30초, 마나 소비:200

-궁극의 양손 검 숙련:영혼의 천사의 무기는 오로지 양손 검 하나만 다룰 수 있다. 하지만 무기를 하나만 다룬다고 해서 얕보지 말라. 모든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130% 상승한다. [패시브]

-아(牙):모든 무기에 적용되며 200%의 추가 피해를 입히는 기술이다.

쿨 타임:14초, 마나 소비:30

-천사의 구원:해골 제작자의 격노를 20% 더 빨리 앞당기게 된다. 심연의 분노와 중복 사용이 가능하지만 같은 영혼의 천사끼리는 중복이 되지 않는다. [패시브]

-비행:영혼의 천사는 등에 날개가 있기 때문에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패시브]

-생명의 오라:해골 병사들에게만 해당이 되며 초당 7의 생명력을 회복하게 한다. [패시브]

(다른 영혼의 천사와 중복 가능)

-직속상관:영혼의 천사는 해골 부장들에게 명령을 내려 지휘를 할 수 있게 되며 부장들의 해골 병사들에게도 명령 하달이 가능하다. [패시브]

"이런!"

범려는 더 이상 전직한 병사들의 능력치를 보고 놀라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녀석을 보는 순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입고 있는 장비가 궁금하군."

한 번도 해골 병사들의 장비가 만들어진 적이 없는데 유일하게 이 녀석은 생성이 되었다.

"그 검을 잠깐 볼 수 있을까?"

"여기 있습니다, 장군님."

영혼의 천사는 범려에게 무기를 보여 주었다.

-소울 블레이드

영혼의 천사 전용 무기며 양손 검이다.

공격력:1000 내구력:무한

옵션:모든 능력치 +50

옵션:영혼의 천사의 레벨 1당 추가로 +10의 공격력을 가지게 된다. 공격 시 20% 확률로 마나 소비 없이 신성한 불꽃 스킬이 발휘된다.

착용 제한:영혼의 천사

"혹시 방어구도 볼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장군님."

영혼의 천사는 바로 자신의 쓰고 있는 갑옷을 벗어 보여 주었다.

-영혼의 예복

영혼의 천사 전용 갑옷이다.

부위:가슴

재질:판금

방어력:1,650 내구력:무한

옵션:모든 능력치 +50

옵션:영혼의 천사 레벨 1당 방어력이 +2씩 증가하며 공격을 막았을 경우 5% 확률로 반격과 함께 마나 소비 없이 신성한 불꽃을 시전한다.

착용 제한:영혼의 천사

범려가 확인한 결과 다른 방어구들도 '영혼의 ○○'(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옵션은 다 똑같았다.

더군다나 영혼의 세트는 총 8종으로 모든 능력치 400 증가와 반격 확률이 40퍼센트나 되기 때문에 방어에 성공하는 순간 스킬이 시전될 것이다.

"루이, 4대 종족을 제외하고 남은 종족이 몇이나 있지?"

"세 종족이 남아 있습니다."

"그 정도면 영혼의 천사가 레벨 올리는 데는 문제없겠지."

레벨이 1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세 종족을 쓸어버리는 동안 레벨이 꽤 오를 것이다. 그리고 아이템이 상당한 능력치를 자랑하기 때문에 레벨도 한 190 정도 오르면 써먹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가자. 오크들이 열심히 정령들과 싸울 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계획을 추진해야지."

범려는 병사들을 이끌고 사냥을 하려 움직였다. 영혼의 천사는 날개가 있기 때문에 이동을 할 때 하늘을 날아다니며 움직였다.

'공군이 생긴 건가.'

이상한 것은 다른 해골 병사들과 달리 영혼의 천사는 해골 병사들의 제한을 늘어나게 하지는 않았다. 그냥 인구수 증가에 1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이후 몇몇 병사들도 같이 전직을 시키며 해골 부장과 대마법사를 충당했고 부족한 병사들을 제작하기도 했다.

* * *

범려가 다른 곳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오크들은 정령들이 있는 곳에서 병사들을 대기시켜 놓고 정령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으하하! 정령들아! 너희들을 잡으러 내가 왔다!"

아만타쉬의 우렁찬 목소리에 정령들이 속속 모습을 보였다. 아쉽게도 정령왕들은 오지 않았지만 그들의 직속 부하들이 정령들을 이끌고 있었다.

"클클클, 오크 따위들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불의 최상급 정령인 이그니스가 오크들을 보면서 비웃었다. 정령왕들의 직속 부하답게 언어 구사가 가능했다.

"악마들도 아니고 천사들도 아닌 오크들이 오다니, 별로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군."

땅의 최상급 정령 클레이는 오크들을 너무 얕잡아보고 있었다.

"이런 오크들은 바람처럼 쓸어버리면 되는데 뭐가 걱정이야. 클레이, 싸우기 싫으면 내가 나설까?"

바람의 정령 슈리엘은 오크들을 쓸어버리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나 있었다.

"좋아. 그럼 바람의 군대가 먼저 나가서 오크들을 쓸어버리라고. 뒷정리는 이 클레이가 할 테니 말이야."

"하하하! 세상의 바람들이여! 오크들을 쓸어버리러 가자!"

슈리엘이 바람의 정령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서자 아만타쉬는 큰 소리로 외쳤다.

"정령들이 온다! 토템을 박아라!"

쿵! 쿵!

몇몇 오크들이 앞으로 뛰어 나오더니 토템을 땅바닥에 꽂았다.

"취익! 용맹한 오크들이여! 정령들을 쓸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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