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68화 (68/80)

제8장. 남은 거대 세력

쩌저적!

동시다발적으로 구현된 마법이라서 불의 정령인 이그니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크윽!"

"어이구, 내 마법사들이 알아서 네놈의 열을 식혀 주는구나."

뒤에 있던 마법사들의 숫자만 80명이다. 거기다 동시에 마법을 펼쳤기에 이그니스의 생명력은 단숨에 30퍼센트가 사라졌다.

"이그니스, 뒤로 물러나라!"

"어딜!"

범려는 재빨리 활을 꺼내 이그니스를 향해 공격을 펼쳤고, 연달아 쏟아내는 화살에 깜짝 놀란 클레이는 다급하게 앞으로 나와 흙으로 장벽을 만들어 공격을 막았다.

"후후후, 목숨을 건졌구나, 불의 정령.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넌 반드시 죽는다."

범려는 마치 사형선고라도 하듯이 이그니스의 생사를 결정해버렸다.

"흥! 불의 정령왕님도 나의 생사를 함부로 하지 못하는데 네놈 따위가 어떻게 내 생사를 결정한단 말이냐!"

"맞아. 난 불의 정령왕이 아니야. 그러니까 너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거야."

"말로 해서는 안 될 놈이군! 불의 정령들이여!"

이그니스는 불의 정령들을 불러 모으더니 범려를 향해 돌진했다.

"블리자드!"

범위 마법이 터지자 이를 계기로 악마들이나 정령들이 해골 군대를 향해 덤벼들었다.

"뼈다귀들을 처치해라!"

"적을 말살하라!"

범려는 이것도 예상을 하고 있었는지 그의 뒤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해골 저격수나 연노병들이 미친 듯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아르테미스의 손길!"

-모든 무기에 성 속성이 부여됩니다.

-모든 형태의 능력치, 공격력과 방어력이 40% 상승합니다.

-모든 마법 저항이 20% 상승합니다.

범려가 버프를 시전하자 1시간 동안 유지되는 최고의 버프가 시전되었다.

"범려 너!"

로즈는 어느새 범려의 옆으로 와서는 씩씩거리면서 노려보았지만, 지금은 화를 낼 상황이 아니었다.

"나중에 보자! 신의 가호! 빛의 숨결!"

-신의 가호가 내려집니다. 체력이 150 증가합니다. 30분간 지속됩니다.

-빛의 숨결이 내려집니다. 모든 공격 형태의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20분간 지속됩니다.

"이거나 받아."

범려는 지금이 전투 중이라는 것을 감안해 로즈에게 마나 포션을 넘겨주었다.

"흥! 내가 이런다고 화가 풀릴 것 같아!"

"나중에 그 화를 모두 다 받아줄 테니 지금을 전투에 집중해줘."

"흥!"

로즈는 그러면서도 마나 포션을 마시고는 바로 힐을 할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이제 결승전이다. 화려하게 끝내보자!"

이 세상의 끝에서 치열하게 싸워 살아남은 군대끼리 결승전을 치르게 되었다.

"화살을 쏴라!"

범려는 철저하게 병과들의 조합을 이용해서 전투를 벌였고, 악마와 정령들은 자신들의 힘과 마력을 믿고 싸웠다.

"일루전 웨이브!"

그런데 악마들이나 정령들은 해골들 중에 마법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일루전 웨이브같이 고대 시대의 마법까지 익히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헉! 저것은!"

하늘에서 구름으로 만들어진 드래곤들이 적들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을 넘어선 공포였다.

"으악!"

쾅! 쾅! 쾅!

한 번에 쏟아내는 마법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그 위력도 기가 막힐 정도다.

"돌격병들, 방패를 들고 전진하라!"

근접 보병들은 적들을 압박하기 위해 발을 맞추며 앞으로 나갔다.

"뼈다귀들이 온다!"

양쪽 진영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하자 난전이 펼쳐졌고 그 사이에서 전장을 휘젓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신성한 불꽃!"

화르르! 화르르!

바로 영혼의 천사였다. 아이템 옵션으로 신성한 불꽃을 연속적으로 터트려서 그런지 주변에는 계속해서 불길이 멈추지 않았다.

카캉! 캉!

들려오는 것은 양손 검을 휘두르고 막는 쇳소리뿐이었지만 그 뒤에 펼쳐지는 검술이 공중과 지상을 오가며 움직이는 활동력이 엄청났다.

"레벨이 겨우 170밖에 안 되는 것이 징그럽게 잘 싸우네."

그리고 녀석의 스킬 중에 생명의 오라 덕분에 해골들에게 조금씩이나마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회복해주고 있어서 로즈가 힐을 하는 부담이 줄었다.

"크악! 내가 이렇게……."

영혼의 천사에게 두들겨 맞거나 성스러운 불길에 계속 맞은 녀석들은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이건 뭐……."

영혼의 천사 혼자서 전부 다 해먹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어떤 의미로는 영웅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나라고 뒈질 수는 없지."

범려는 영혼의 천사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직접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격노를 터트려 볼까."

범려는 영혼의 천사가 가지고 있는 스킬로 인해 생명력 40퍼센트만 깎여도 격노를 터트릴 수 있었다.

"날 때려 봐라, 이것들아!"

격노를 터트리기 위해서 범려가 직접 적들에게 다가가 창을 휘두르며 위협하자 즉각 반응이 왔다.

"네놈이 지휘관이구나!"

"해골들의 지휘관이다! 잡아라!"

"나 잡아봐라!"

범려가 적들을 놀리면서 몇 대 두들겨 맞자 생명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격노가 발동되었다.

-해골 병사들과 영혼의 천사가 격노 상태에 빠집니다.

영혼의 천사도 그 근본이 해골 병사들로 시작해서 같은 격노 상태에 빠져 버렸다.

"크아-!"

해골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힘을 방출했다.

"병사들이여, 눈앞에 있는 적들을 향해 너희들의 분노를 터트려라!"

"돌격하라!"

"적을 무찌르자!"

악마들이나 정령들은 지금 상태를 보고는 어떻게 된 건지 어리둥절했다.

"우리들이 겨우 뼈다귀에 당할 것 같으냐!"

"흥! 그래봐야 뼈다귀들!"

해골 병사들의 무서움은 개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그들의 협동력과 범려의 귀신같은 지휘 능력에 있다.

간혹 가다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한 해골들이 있지만 그들조차 범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아르테미스!"

공간을 가르고 등장한 아르테미스는 주변을 한 번 보더니 손가락을 딱 튕겼다.

아르테미스는 말하지 않아도 영혼의 세계에 있는 발리스타를 전부 다 소환해주었다.

"부장! 해골 병사들을 발리스타가 있는 곳으로 보내라!"

"예!"

명령을 받은 부장은 해골 병사들을 발리스타에 재빨리 배치시켜 공격 명령을 내렸다.

핑! 쉬이익! 쉬이익!

곧 30기가 넘는 발리스타들이 동시에 공격을 펼쳤고 그 대상은 당연 악마들이었다.

"귀찮은 공성 병기군."

악마들은 발리스타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지 요리조리 공격을 피하면서 버티고 있었다.

"악마들을 잡아라!"

전신에 갑주를 걸친 영혼의 천사가 눈에서 붉은빛을 흘리며 해골들을 향해 손을 뻗자 그 주변에 있던 해골들이 순식간에 영혼의 천사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받아라!"

공 모양처럼 만들어진 해골 병사들은 그대로 악마들을 향해 날아갔다.

쾅! 쾅! 콰드득!

커다란 야구공을 투수가 힘차게 던지는 것처럼 똘똘 뭉쳐진 해골 병사들을 던지자 쇠가 일그러지다 못해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왔다.

"컥!"

던져진 해골들의 공격이 격중됨과 동시에 무언가 그 해골들을 뒤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돌아와라!"

바로 영혼의 천사였다. 끌어당겨진 해골들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이런 괴물이……."

해골 투척에 직격당한 악마는 온몸이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끼면서 바닥에 드러누웠다.

"신성한 불꽃!"

주변에 성난 화염의 파도가 몰아치더니 곧바로 적들을 뒤덮었다.

영혼의 천사가 워낙 잘 싸워준 덕분에 녀석을 기점으로 해골 병사들이 앞으로 쭉쭉 나아가며 적들을 유린했다.

"앵거 오브 어스!"

범위 마법으로 적들의 생명력을 떨어뜨리는 일도 지속적으로 해주었다.

"크윽!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저따위 뼈다귀들에게 밀리다니!"

악마 군대의 사령관 아스모테는 지금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오래전에 사라진 고대 마법이 등장하는가 하면 저 반투명한 황금빛 날개의 천사가 전장을 주름잡고, 또 적의 공격이 얼마나 거센지 해골들을 지휘하고 있는 지휘관에게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악마들과 정령들은 서로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헤쳐 나가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해골들은 몇이나 잡았나!"

"그, 그게……."

"어떻게 된 거야! 저 빌어먹을 해골들을 하나도 잡지 못하다니!"

그게 다 범려의 귀신같은 지휘와 로즈의 힐, 그리고 해골 부장들의 병사 관리 능력의 결정체였다.

"당장 한 녀석이라도 잡아!"

하지만 말만 이렇게 할 뿐, 악마건 정령이건 어느 누구도 해골 병사들을 잡아 죽이지 못했다.

"크윽!"

해골 병사들은 지금까지 올려놓은 레벨이 높아서 절대 한 방에 죽지 않고, 각종 버프나 마법 저항으로 인해 마법이나 물리 방어력이 상당한 수준이 이르고 있었다.

"징그러운 것들, 좀 죽어라!"

동맹군은 해골 병사들을 어떻게든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죽어나가는 것들은 정령과 악마 자신들뿐이었다.

"후후후, 죽음의 늪으로 빠져드는구나. 멍청한 것들."

범려는 적들이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증거로 녀석들이 병사들에게만 집착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는 느긋하게 네놈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가 있지."

아니나 다를까 적들의 공격 방식이 전체적으로 넓게 퍼지는 것이 아닌 전면에 공격이 집중되었다.

후방이 안전해지면 자연스럽게 전방도 안전해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이 유령 죽어라!"

"어림없다."

악마들과 정령들은 아직도 영혼의 천사 하나를 못 잡고 오히려 자신들이 죽어나가자 그 주변에 얼마나 많은 정령과 악마들이 붙었는지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캉! 캉! 캉!

공방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이템에 달려 있는 옵션으로 인해 신성한 불꽃이 연이어 터지는데 이걸 악마나 정령들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크윽!"

"잘 가라."

또 하나의 정령이 영혼의 천사 손에 죽어나갔다.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표현이 안 된다.

불길이 한 번 터질 때마다 그 뒤로 다섯 번 이상은 연달아 터지기 때문에 거의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무섭다.

"너무 잘 싸워 부담이 될 정도군."

범려로서는 정말 대단한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가서 이런 병사는 절대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다들 뭐 하나. 잡아! 저놈을 잡아야 우리가 이긴다!"

영혼의 천사를 중심으로 공격이 펼쳐지며 그 주변으로 적들이 몰리자 범려로서는 정말 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쪽에 집중적으로 공격해!"

레벨 250짜리들이 레벨 170짜리 잡으려고 수십이 몰리는 장면은 흔치 않다. 더군다나 그 170짜리한테 나가떨어지는 것은 더더욱 보기 힘들다.

아니, 이제는 170이 아니라 180이라고 해야겠다. 적들을 잡는 동안 엄청난 경험치가 쌓여서 레벨이 180이 됐다.

"어머! 저쪽에 또 힐이 들어가네."

로즈도 자연스럽게 힐의 중심이 되는 곳이 영혼의 천사 쪽으로 바뀌었다.

"하하하, 자연스럽게 포위 진형이 짜여지다니!"

영혼의 천사 덕분에 적들이 그곳으로 몰리고 해골 병사들은 적들을 쫓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위 진형이 만들어졌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나."

동맹군은 거대한 성벽에 둘러싸인 꼴이 되더니 진형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다음에야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알았다.

"흥! 우리를 가두었다고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지."

악마들이나 정령들은 다들 하늘을 날거나 땅속으로 기어들어가며 몸을 빼버렸다.

"후후후, 네놈들이 빠져나간 것은 상관없어. 문제는 네놈들은 다시 갇힌다는 거다."

한 번 갇혔다고 해서 두 번 갇히지 말라는 법 없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갇혔다면 이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그만큼 통찰력이 없고 상황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다.

"영혼의 천사, 앞으로 나서라!"

"예! 장군님!"

영혼의 천사가 앞으로 나서자 아까와 같은 전투가 다시 벌어졌고 딱 10분 만에 녀석들은 또다시 포위되었다.

"마법사들은 전체 마법을 쏟아 부어라!"

딱 좋게 모였는데 범려가 이런 걸 놓칠 리 없다.

해골 마법사들과 대마법사들은 거침없이 포위된 적들을 향해 다양한 범위 마법들이 쏟아냈다.

"하하하! 너희들은 다 죽었다."

"다들 피하라!"

문제는 그렇게 피하기 전에 이미 생명력이 너덜너덜해졌다는 것이다.

"전군 돌격하라!"

범려가 한 번에 적들을 쓸어버리기 위해 돌격 명령을 내리자 궁수나 마법사들을 제외한 모든 병사들이 덮치면서 상황을 끝내버렸다.

"하하하! 끝이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완료 메시지가 뜨자 범려는 환호했고 해골 병사들도 각자의 무기를 하늘 위로 들면서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었다.

"어! 모두 다 물리쳤는데 보물은 왜 안 보이는 거지?"

로즈는 모든 적을 다 물리쳤지만 보물은 정작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 그렇군."

위치를 모르는 것은 범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기야, 이곳에 있는 보물이 무슨 보물인지 알아?"

"아니, 몰라. 혹시나 해서 남은 종족들을 잡으러 다니면서도 확인하고 다녔는데 아무도 입을 열지 않더라고."

"하긴, 천사들도 내가 사제가 아니었다면 어떤 보물인지 이야기해주지 않았을 거야."

"보물은 어떻게 생긴 건데?"

"성이야."

"성?"

로즈는 천사들이 들려주었던 말을 범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제야 범려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그 보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하늘을 떠다니며 차원을 넘나드는 성이라……."

범려는 루이를 불러서 하늘을 떠다니는 성이 있는 곳을 조사해보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루이는 수많은 쥐들을 불러 모아 세상 끝 어딘가에 있는 하늘을 떠다니는 성을 찾으라 명했다.

"그러고 보니 퀘스트를 완료했는데 보상을 안 받았군."

범려는 퀘스트 보상을 받기 위해 아르테미스를 불렀다.

"안녕하세요, 범려 님."

"퀘스트를 완료해서 보상을 받고 싶은데요."

"어떤 보상을 원하세요?"

"네?"

범려는 처음으로 어떤 보상을 원하냐는 말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대부분 이런 건 물음표라고 해도 보상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이건 마치 알라딘과 요술램프 같네요."

"음, 요술램프 정도는 아니지만 제가 가능한 부분에서는 해드릴 수 있어요."

"헉!"

정말 범려가 또다시 놀라게 되는 부분이었다.

"저, 정말 가능한가요?"

"물론이죠. 하지만 제 능력 이외의 것을 원하시면 저는 해드릴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네……."

범려는 일단 아르테미스가 가능한 범위 내의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정확히 어디가 한계점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건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알려 드릴게요. 저는 영혼의 세계를 관장하기 때문에 영혼에 관련된 일은 가능해요. 하지만 아이템 같은 것은 저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해드리기 힘들어요."

"그럼 스킬 관련해서는 어떤가요?"

"스킬 부분은 제가 관리하는 7개의 직업만 해당이 돼요.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것도 해당 직업에 관련된 스킬에 한정돼요."

분명 그 7개의 직업도 아르테미스가 직접 전직을 시켜 주는 직업일 것이다.

"음, 아이템은 힘들고 직업 스킬은 언젠가는 배우고 영혼에 관련된 일이라……."

결국 아르테미스는 램프의 지니가 아니었다. 원하는 소원은 정말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게임의 제약적 한계로 인해 범려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을 했다. 그러나 딱히 좋은 답이 나오지 않았다.

"후, 정말 어렵군."

"범려야, 어떻게 할 거야?"

로즈는 범려의 옆에서 퀘스트의 보상이 소원을 빌어 얻는 것임을 들었다.

"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킬은 나중에 배운다고 하지만 다른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럼 마지막으로 배우는 스킬을 가르쳐 달라고 해. 아이템도 안 된다, 오로지 영혼에 관련된 것이다, 직업 스킬은 제약을 받는다. 답이 없잖아."

로즈의 말은 정말 딱 들어맞았다. 스킬 중에는 각 직업별로 제일 마지막에 배우는 스킬이 존재한다.

"그래. 다른 스킬들은 생각보다 빨리 배우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스킬은 언제 배울지 모르지."

이 『판게아 월드』에서 만렙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그런 길에 걸맞게 스킬 역시 구하기 힘들 것이다.

"아르테미스 님, 해골 제작자의 스킬 중에서 제일 마지막에 배우는 스킬이 뭔가요?"

"그건……."

아르테미스는 약간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용의 영혼이오."

"……."

범려는 그 말을 듣자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용의 영혼이라면 전에 실패한 해골 용의 마지막 재료로 예상되는 물건이다.

이걸로 용을 만든다면 정말 대단하겠지만 실패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후, 이 스킬을 지금 배워야 하는 건가, 아니면 기다려야 하는가."

범려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마지막에 배우는 스킬이라면 정말 오랜 시간 뒤에 배울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우지 않기에는 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지루했다.

"결국 용의 영혼뿐인가."

범려는 결론이 났는지 아르테미스를 보았다.

"결정하신 모양이네요, 범려 님."

"네. 스킬을 배우겠습니다. 해골 제작자의 마지막에 배우는 스킬을 저에게 가르쳐 주세요."

"알겠습니다."

딱!

아르테미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범려의 머리 위로 빛의 가루가 떨어지면서 메시지창이 하나 떴다.

-용의 영혼 소환

과거의 절대자로 불렸던 드래곤의 영혼을 소환하게 됩니다.

쿨 타임:1시간, 마나 소비:1,000

"내용 참 간단하군."

뭐 하나 바뀐 것도 없이 그냥 메시지 하나 보여 주고 끝이다. 약간은 무미건조하기도 했다.

"이제 용을 조립해볼까."

범려가 용을 만들기 위해 뼈를 꺼내려는 찰나 아르테미스가 그걸 막았다.

"이곳에서는 용을 만드실 수 없어요."

"무슨 말이죠?"

"용은 정해진 장소에서만 만들 수 있어요."

아르테미스의 말에 범려는 살짝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용 하나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뭐 이리 많은지 답답했다.

"마지막으로 힌트를 드리자면 용은 차원을 넘어 다닐 정도로 거대한 힘이 결집된 곳에서만 만들어진답니다."

범려는 그 말에 머리에서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세상 끝에 있는 보물."

그 성은 차원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엄청난 힘을 가진 성이라고 했다. 그곳이라면 용을 만드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좋아. 당장 그 보물부터 찾아야겠군."

범려는 해골마에 오르더니 해골들을 이끌고 달려 나갔다. 물론 아르테미스에게 손을 흔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마 용을 만드시게 되면 꽤나 고생하실 거예요."

아르테미스는 이후에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는 듯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을 타고 움직이는 이들은 전원 이곳을 샅샅이 뒤진다. 하늘에 떠 있는 성의 존재를 알게 되면 무조건 나에게 와서 알려라. 그리고 발견을 못했을 경우 즉각 돌아와라."

범려는 쥐들 가지고는 부족한지 말을 탈 수 있는 모든 직업을 동원해 주변 수색을 명령했다.

"영혼의 천사, 너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성을 발견하게 되면 즉시 날아와서 알려라."

"네, 장군님."

"수색하라!"

병사들은 일제히 흩어지며 퍼져 나갔고 범려는 로즈와 같이 수색을 하기 위해 찾아다녔다.

그렇게 수색을 하러 떠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제일 먼저 돌아온 것들은 기병들이었다.

"다들 성을 찾았나?"

기병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없군."

그 뒤로 쥐들이 왔지만 결과는 기병들과 다르지 않았다.

"후, 정말 이 땅에 보물이 있기는 한 거야?"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하늘에서 반투명한 황금빛 날개를 펄럭거리며 날아온 존재가 하나 있었다.

"장군님, 발견했습니다."

"정말?"

"네. 저를 따라오시지요."

영혼의 천사는 범려와 해골 군대를 밑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로 인도했다.

"어디에 있는 거야?"

"장군님, 저 아래를 보시지요."

"아래?"

범려는 영혼의 천사 말대로 말에서 내려 낭떠러지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 아래에 회색 점이 보였다.

"저게 뭐지?"

"장군님, 저것이 성입니다."

"아니, 그건 무슨 말이야?"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저 회색 점이 성입니다."

범려는 저 아래에 보이는 것이 하늘을 떠다니고 차원을 넘나드는 성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줄 수 있겠지?"

"네, 장군님."

천사의 말은 이렇다. 이 세상 끝은 거대한 대륙 자체가 공중에 떠 있는 곳이라서 그 아래에 있던 성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성이 이 공중에 떠 있는 대륙의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는 말이네."

"그렇습니다."

"그럼 여기서 저곳으로 가는 방법은 있나?"

"대마법사를 이용하면 됩니다."

영혼의 천사의 대마법사를 이용한다는 말에 범려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이지?"

"타운 포탈입니다."

"아!"

-타운 포탈:해골 제작자가 기억하고 있는 도시가 있다면 병사들을 그곳으로 함께 데려간다. 1일 1회.

캐스팅:10초, 쿨 타임:24시간, 마나 소비:300

이럴 때 써먹으라는 스킬인 타운 포탈이었다.

"그렇군. 일일이 해골들을 데려다놓지 못하니 그런 방법을 쓰면 되겠네. 영혼의 천사, 갔다 오자."

"네."

영혼의 천사는 범려를 데리고 성으로 내려갔다.

"이야, 이곳이 그 말로만 듣던 성이야?"

범려는 이 성의 웅장함에 할 말을 잃었다.

-그레이 캐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레이 캐슬?"

회색 성이라는 뜻이다.

"쳇, 회색의 전승자인 내가 있는데 성 이름이 회색 성이라니."

범려는 성을 조금 둘러본 후 머릿속에 적당히 기억을 하고는 다시 위로 올라왔다.

"대마법사, 그레이 캐슬로 가는 타운 포탈을 열어라."

명령이 떨어지자 대마법사는 바로 마법을 시전하면서 그레이 캐슬로 가는 문을 열었다.

"들어가자!"

모든 해골들이 포탈을 통해서 성으로 이동했다.

"이야, 성이 정말 크다."

로즈도 성에 오니 그 웅장함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이 성을 어떻게 조작하지?"

그레이 캐슬은 차원을 넘나드는 물건. 세상 어느 곳이든 못 가는 곳이 없는 성이다.

"아마 이 성을 조종하는 조종실이 있을 거야."

로즈가 성의 핵심을 조종하는 조종실이 있을 거라 이야기하자 범려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성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후아, 뭐 이렇게 넓어."

성안에 있는 건물들이나 방은 하나같이 크고 멋졌다. 더군다나 가장 핵심으로 보이는 성안에 있는 궁전은 그 화려함이 더 대단했다.

"헉헉! 뭐, 뭐가 이렇게……."

범려는 발로 뛰어다니며 조종실을 찾으러 돌아다녔지만 조종실을 찾기도 전에 지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고, 힘들다. 루이!"

"네, 주인님."

"여기도 쥐가 있냐? 있으면 지도를 만들어줘."

"아쉽게도 이곳에는 쥐가 살지 않습니다."

"……."

루이의 말에 범려는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을 짓고 이번에는 해골들을 불렀다.

"얘들아, 좀 뒤져라. 그리고 너희들이 간 곳을 종이에 그려서 지도로 만들어라. 알았지."

"예! 장군님!"

해골 병사들은 범려의 말대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범려는 해골들 덕분에 편하게 쉴 수 있었다. 그리고 6시간이나 지나고 나서 두툼한 책자 수준으로 지도가 완성되었다.

"장군님, 지도입니다."

-그레이 캐슬의 내부 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

해골들이 만든 지도가 아이템으로 분류되었는지 범려는 그 지도를 받자마자 바로 펼쳐 보았다.

"오우, 굉장히 자세하네."

첫 장은 성의 외부 이미지를 단순히 펜 터치를 한 그림이었다. 외부 그림은 분명 하늘을 날 수 있는 영혼의 천사가 그렸을 것이다.

그 뒤 설계도에 가까운 지도를 보고 로즈와 같이 성의 핵심 조종실에 도착했다.

"여기가 성을 움직이는 조종실인가 보군."

조종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SF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방 가운데 커다란 탁자만 놓여 있을 뿐이다.

"음, 이거 방 가운데 탁자만 있는 것을 보니……."

-띠링! 그레이 캐슬의 조종실에 오셨습니다. 그레이 캐슬의 주인으로 등록하시겠습니까?

범려는 잠시 당황했지만 예전에 업데이트된 나의 집 시스템으로 인해 범려를 이곳의 주인으로 등록하기로 했다.

"등록하겠다. 이름은 범려."

-이제부터 그레이 캐슬의 주인은 범려 님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배나 집이나 이름을 등록해야 쓰는 건 똑같군."

『판게아 월드』에서 이런 집을 가진 유저는 아마 범려 혼자뿐일 것이다.

"이 방에는 탁자 하나만 있네. 혹시 이 성을 조종하는 데 있어서 이 탁자가 뭔가 있는 건가."

범려는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탁자 위가 빛나더니 3D 입체 화면인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이렇게 조종하는가 보군."

범려는 그 홀로그램을 손으로 툭툭 건드리면서 어디로 움직일 건지 정했다.

"목표 지점은 『판게아 월드』 대륙 상공 1만 피트로 정하고 이동!"

촤아악!

이내 뭔가 빨려가는 느낌이 들더니 그 거대한 성이 이상한 공간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와 동시에 탁자에는 지금 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화면이 하나 떠오르며 보여 주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차원을 넘나드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네."

그레이 캐슬의 차원을 넘나드는 속도는 가히 빛의 속도라고 봐도 될 정도로 금방 도착했다.

"구름이 멋진데."

그레이 캐슬은 지금 『판게아 월드』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거대한 대륙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성도 내 물건으로 되었고 남은 것은 용을 만드는 일인데."

범려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불안한 느낌이 밀려오자 손이 멈칫멈칫했다.

"모든 조건이 맞춰진 건 맞는데 불안해. 일단 다른 해골 병사들을 만들어야겠어."

범려는 바로 용을 만들기보다 정령의 뼈를 꺼내서 해골 병사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부족한 해골 부장들의 숫자를 채우고 거기에 비워지는 병사들을 채웠다.

"대마법사!"

범려는 해골 대마법사를 불러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도시 주변으로 타운 포탈을 시도했다.

"가자, 얘들아. 로즈도 같이 갈 거지?"

"응!"

해골들이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도착한 도시는 공허의 보리스 지역에 있는 전사의 도시였다.

"하, 이곳은 개미 이벤트를 할 때 와보고 다시 와보는구나."

그때 개미 이벤트는 정말 위험했었다. 그 많은 수의 개미들과 혈전을 벌이며 여왕개미를 잡기 위해 목숨을 불사할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뭐, 덕분에 섬전의 창을 구하고 다른 애들도 아이템을 얻었으니……."

"자기야, 어디로 갈 거야?"

"어디로 가긴. 레벨 높은 녀석들을 사냥하러 가지."

범려는 지금 추가로 영혼의 천사를 더 만들기 위해 사냥을 하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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