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제작자-69화 (69/80)

제9장. 5명의 천사

-속박(상급 1.54%)

해골 제작자에게는 병사들을 소유하고, 그들을 부릴 수 있게 만듭니다. 대신 제한된 숫자를 넘어서서 병사들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해골 병사 숫자 2,140/2,240

기병 210/210

마법사 50/70

부장 30/30

대마법사 10/10

영혼의 천사 1/?

부장들을 만들고 대마법사들을 다시 만드느라 상당수의 해골들이 사라져 버려 그걸 복구하려면 어쩔 수 없이 사냥을 해야 했다.

"영혼의 천사, 하늘로 날아가서 몬스터가 많은 곳을 확인하고 와라."

"예, 장군님."

단순 정찰이 목적이라면 루이를 이용해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정찰을 하는 게 빠르다고 판단했다.

집중적인 정보를 캐내는 거라면 루이를 선택하고 단순 정찰이라면 영혼의 천사가 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혼의 천사는 10분도 안 돼서 범려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장군님, 여기서 3시간거리에 몬스터 밀집 지역을 발견했습니다."

"3시간?"

분명 해골마를 타고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일 텐데, 거기를 10분 만에 탐색한 영혼의 천사의 능력에 범려는 깜짝 놀랐다.

"안내하겠습니다."

"앞장서라."

범려는 영혼의 천사의 안내에 따라 최단 거리 루트로 몬스터 밀집 지역에 들어섰다.

"여기는……."

범려는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영혼의 천사가 안내한 곳은 샌드웜 무리가 살고 있는 지옥의 사막이었다.

"하긴, 샌드웜 무리 정도 되면 다른 유저들이 쉽사리 손을 대기 힘든 곳이기는 하지."

아무리 파티를 이루고 싸운다 해도 샌드웜의 레벨과 그 거대함에 이건 사냥이 아니라 치열한 서바이벌, 아니 목숨을 거는 싸움이라고 봐야 할 정도다.

"루이, 혹시 저기 보이는 샌드웜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겠어?"

"몬스터가 많다고 해서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루이가 자신 있다는 말투로 쥐들을 부르자 쥐들은 거침없이 샘드웜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더니 5분 만에 모든 정보를 입수해서 돌아왔다.

-샌드웜

레벨:240

크기:지름 6m 길이 15m

특징:혼자서 생활을 하는 몬스터라서 어린 아기 샌드웜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 어미가 아니라면 무리를 이루지 않는다.

범려는 루이의 보고서를 보고도 별다른 느낌이 와 닿지 않았다.

샌드웜은 워낙 크고 대단해서 혼자 있어도 잡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몰아서 잡는 것은 위험하니 하나씩 잡는 방법이 좋겠지."

범려는 판단이 서자 재빨리 행동에 나섰다.

"영혼의 천사, 가서 샌드웜 한 마리 끌고 와라. 네가 전사 역할을 하는 거다."

범려의 명령에 영혼의 천사가 해골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양손을 뻗자 해골 병사들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면서 공 모양으로 둥그렇게 뭉쳐졌다.

"음!"

범려는 영혼의 천사가 무슨 스킬을 쓰려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병사들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

"전에 봤을 때는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자세히 못 봤는데 이렇게 스킬을 쓰는구나."

후우웅! 쿵! 쿵!

커다란 2개의 해골 덩어리가 날아가면서 지면 위에 모습을 드러낸 샌드웜의 몸통에 정통으로 부딪쳐 버렸다.

"엄청 아프겠네."

샌드웜의 그 두꺼운 가죽이 출렁거릴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다.

크워어어!

시작부터 샌드웜의 생명력이 4퍼센트나 깎였다.

"전투 준비! 영혼의 천사는 앞으로!"

기다란 양손 검에서 갑자기 불길이 일어나면서 영혼의 천사의 황금빛 날개가 살며시 펄럭거리더니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걷지 않아도 날개만 가지고 서서히 전진이 가능하네."

현실이라면 역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게임이라는 이유로 가능한 부분이었다.

"온다! 다들 전투 준비!"

"신성한 불꽃!"

화르르!

샌드웜의 머리 부분 전체에 걸쳐 불길이 뒤덮여 버렸다.

"공격!"

병사들의 공격과 동시에 영혼의 천사는 이때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샌드웜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정면에서 싸운다고 하더라도 공중에 두둥실 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샌드웜은 뱀처럼 머리만 공격하면 다른 부분은 바보가 되기 때문에 로즈 역시 힐의 집중도가 영혼의 천사 하나에게만 쏟아졌다.

크워-!

샌드웜이 괴성을 지르면서 요동을 치자 지면이 쿵쿵거리면서 흔들렸다.

-샌드웜이 지면을 흔듭니다. 일시적으로 무기 적중률과 마법 적중률이 50%로 고정됩니다.

"어, 어!"

지면이 흔들리자 해골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힐이 엉뚱한 곳에 들어가잖아!"

로즈는 힐을 하는데 자꾸 목표가 바뀌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이런!"

샌드웜이 대략 10초 정도 몸을 떨었을까. 다시 샌드웜의 몸의 떨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하앗!"

하늘에 둥둥 떠 있던 영혼의 천사는 샌드웜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어서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이럴 때 공중에 떠 있다는 사실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다니."

범려는 영혼의 천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정말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녀석이야."

영혼의 천사 덕분인지 몰라도 해골 군대가 샌드웜을 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 다음 녀석을 잡는다!"

그렇게 지옥의 사막에서 샌드웜의 씨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어디 영혼의 천사를 하나 더 만들어볼까."

범려는 해골 병사들의 몸에 황금색을 띠는 녀석이 눈에 보이면 바로바로 모아서 영혼의 천사로 전직을 시켜 버렸다.

영혼의 천사 하나가 더 나올 때마다 기분이 좋은 범려였다.

"이제 영혼의 천사는 둘!"

영혼의 천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범려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이제 이 녀석을 키우면서 계속 사냥을 해야겠군."

새로운 식구가 생겼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그래도 그만한 값을 하는 녀석이라 키울 맛이 난다.

"가만 생각해보면 해골들 중에서 자기 몫을 안 하는 녀석들은 없네."

그렇다. 해골들은 능력 밖의 일이면 아예 손을 대지 않지만 그들의 능력 안에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은 모두 다 해결한다.

"후후후, 그러고 보니 난 복 받은 녀석이야."

범려는 게임을 하면서 정말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제마는 돈 많은 부자에 정령석 조금만 주면 무슨 물건이 되었건 간에 구해준다.

그리고 헬렌이나 취선 같은 경우는 범려가 어디 가자고 하면 머뭇거림 없이 달려와 주며, 로즈는 두말할 것도 없다.

"하하하!"

범려가 갑자기 크게 웃으며 잠시 동안 행복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로즈가 한마디 했다.

"범려야, 어디 아파? 왜 그렇게 몸을 비비 꼬는 거야? 어디 병이라도 걸린 거야?"

"아… 아니야."

범려는 이내 사냥을 하기 위해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집중했다.

"자, 사냥하러 가자!"

영혼의 천사들이 해골 군대에 끼어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군대가 이제야 다 갖추어진 듯했다.

* * *

"흑검 형님!"

"그래! 무슨 일이냐!"

"해골 제작자가 나타났다는 정보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해골 제작자가 나타났다는 정보뿐이야?"

"형님, 그것보다 이전에 우리와 싸웠던 해골 제작자는 해골들이 없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 해골들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흑검은 해골 제작자에게 해골들이 돌아왔다는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놈이 해골들을 어디서 얻은 모양이군. 대략 병사들의 숫자는?"

"병사들의 숫자는 2천2백 정도 된다고 합니다."

"뭐야! 뭐가 그렇게 많아!"

흑검은 해골 제작자 혼자서 그런 병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못마땅했다.

"전에 우리가 알고 있는 숫자와 너무 다르잖아!"

"그렇습니다. 저희가 알고 있던 숫자보다 너무 다릅니다."

우산 길드가 알고 있는 숫자는 대략 600 정도다. 그때는 해골부장들의 숫자가 별로 없을 때였다.

"그것보다 해골 제작자의 위치는 어디 있다고 했지?"

"지금은 공허의 보리스 북쪽에 있다고 합니다."

"그 사막에 있다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냥을 한다는 소리인데."

냉혈의 아멜리아 다음으로 인기가 없는 곳을 꼽으라면 공허의 보리스 지역이다.

사막이라는 점이 상당히 불리하게 적용된 면이 없지 않아 있었고 몬스터들이 아이템을 잘 주지 않아서 사람들이 없기도 하다.

"상관없어. 우리도 길드원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병사들을 합치면 5천이 넘는 숫자니까 말이야."

우산 길드는 그들의 하위 길드인 양산 길드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모집했고 우산 길드의 빵빵한 재력으로 양산 길드를 급성장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병사들의 양성은 잘되고 있어?"

"물론입니다. 다들 병사들을 고용해서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고용된 병사들의 평균 레벨이 240을 넘나들게 될 것입니다."

흑검은 병사들의 양성이 잘되고 있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좋아, 좋아."

"그리고 저희들도 슬슬 공성전을 펼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거대 길드치고 공성전을 안 하는 길드가 없지만 유일하게 공성전을 안 하는 길드가 있다면 우산 길드였다.

"공성전 좋지. 우리도 이제 성을 차지하고 안정적인 생활에 들어가야지. 그런데 어디로 목표를 잡았지?"

"창공의 페이셔 지역에 있는 청강의 도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청강의 도시? 그곳은 지금 천마 길드가 자리 잡고 있는 걸로 아는데."

천마 길드 역시 거대 길드 중 하나다. 예나 지금이나 길드 종합 랭킹은 그리 높지 않지만 자금력 하나만은 단연 최고의 길드다.

"그 청강의 도시는 지금의 천마 길드가 있게 만든 도시이지요."

"클클클, 그렇지. 그 도시 주변에는 돈을 쓸 만한 던전이나 사냥터가 많으니까 말이야."

우산 길드와 양산 길드가 그곳을 양분해서 가져간다면 우산 길드는 이후에 자금을 더 이상 양산 길드에 쏟아 붇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럼 일정을 잡아라. 그 도시를 통째로 먹어주지."

"알겠습니다."

흑검은 부하를 돌려보내더니 혼자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우리가 성을 먹고 기다리면 해골 제작자가 오겠지. 드디어 놈의 힘을 완전히 박살낼 차례가 되었군."

흑검도 여러 방향으로 해골 제작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바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눈에 들어온 것은 해골은 한번 부서지면 다시 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해골을 모조리 부숴버리면 녀석은 이빨 빠진 호랑이. 겁날 게 하나도 없지."

하지만 흑검은 모르고 있었다. 범려가 단 한 번도 해골들을 죽게 놔둔 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 * *

"회색의 빛!"

펑-!

범려는 지금 해골들을 진두지휘하며 사냥을 하고 있었다. 해골 부장들이 워낙 잘 보좌해주고 있기에 지휘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신성한 불꽃!"

"신성한 불꽃!"

화르르! 화르르! 화르르!

지금 범려는 영혼의 천사를 5명이나 만들었다. 그 바람에 해골 부장들의 숫자가 대폭 줄었지만 다른 해골들을 가지고 부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영혼의 천사 제한이 5명일 줄이야."

다른 건 몰라도 영혼의 천사 5명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전방에 딱 세우면 날아오는 마법이건 화살이건 상관없이 무조건 그 기다란 양손 검으로 막고는 반격을 해버린다.

반격을 하면 일단 5명 중 2명은 필수적으로 신성한 불꽃을 토해내기 때문에 전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직속상관이라는 패시브 스킬을 통해 부장들에게 명령을 내려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게 만든다.

"후우, 그럼 내가 할 일이 너무 편해지는데."

영혼의 천사는 해골 부장과 다른 형태로 용이하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진짜로 영혼의 천사 덕분에

'여기 공격해!'

라고 하는 순간 영혼의 천사들과 해골 부장들이 지휘를 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보병의 대열과 궁수들의 진형을 짜고, 심지어 마법사들조차 거기에 맞추어 움직여 주었다.

"역시 명령 체계가 확실하게 잡히기만 하면 편하다니까."

"자기야, 헬렌 언니랑 취선이 접속해 있는데 부를까?"

"누나랑 취선이가 왔으면 불러."

"알았어."

로즈는 바로 귓속말을 날리더니 취선과 헬렌에게 이곳으로 오라고 했다.

"형님!"

"로즈야!"

"언니! 취선아!"

이로써 4명이 모두 다 모였다.

"형님, 그동안 어디에 계셨어요. 귓속말도 안 되고 어디 큰일이라도 당한 줄 알았어요."

"그럴 일이 있었다. 그것보다 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 줄게. 대마법사, 그레이 캐슬로 타운 포탈을 열어줘."

대마법사는 그레이 캐슬로 포탈을 열어주었다.

"따라와."

취선과 헬렌이 범려를 따라서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곧장 상공 10,000피트에 있는 그레이 캐슬로 오게 되었다.

"엇! 형님, 여기가 어디죠?"

"어디기는, 내 집이다."

"네?"

취선은 그 말을 듣고 놀란 토끼눈을 하면서 범려를 바라보았다.

"진짜야. 이곳은 내 집이야."

"이 도시가요?"

"도시는 아니고 성이야. 그런데 좀 크지."

"이게 성이라고요?"

그레이 캐슬의 크기는 정말 웬만한 도시만큼 거대했다.

"그럼 이곳을 둘러봐도 될까요?"

"그래. 하지만 너무 넓으니까 길을 잃을 수도 있어. 조심해. 길을 잃어버리면 나도 못 찾아. 이거 얻은 지 얼마 안 됐거든."

취선은 범려의 말을 듣고 멀리 가지 않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이야, 여기는 대장간, 여기는 술집… 헛! 이곳은 그냥 집이네."

취선은 참새처럼 재잘재잘 떠들어댔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서 그런지 잘 들리지 않았다.

"이야! 이곳은 축구장? 그것보다는 몇 배는 큰 것 같은데."

취선은 성 한쪽 구석에 있는 넓은 공터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음?"

범려는 바람에 실려 오는 취선의 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 크네."

월드컵 경기장을 8개 정도 합쳐 놓은 것처럼 어마어마한 넓이의 공터였다.

"형님, 이거 진짜 성 맞아요? 도시 아니에요?"

"글쎄,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

분명 이곳의 이름은 그레이 캐슬이다. 회색 성이라는 뜻인데 그 넓이는 도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어마어마했다.

"나도 몰라. 그냥 도시가 되었건 성이 되었건 여기는 내가 살 집이야."

"형님, 존경스럽습니다."

취선은 정말로 범려를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취선아, 더 구경하고 싶으면 이걸 받아라."

"이게 뭔가요?"

"이곳 지도다. 거의 설계도처럼 만든 지도라서 보는 데 약간 어려움이 있지만 큰 부담은 없을 거야."

"정말요? 이게 지도예요?"

취선은 이 두꺼운 책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형님 나중에 좋은 거 발견하면 알려 드릴게요."

"엉."

취선은 범려보다 먼저 성의 여러 곳을 둘러보았고 그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곳을 찾았다.

"여긴 각 지역의 도시로 가는 타운 포탈이잖아."

범려는 성을 움직이는 조종실만 가봐서 성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9개 지역의 모든 도시로 가는 길이 있다니 대단해! 더군다나 포탈을 관리하는 NPC가 없어! 이건 공짜 포탈!"

취선은 공짜 포탈이라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그렇지 않아도 각 도시를 연결하는 포탈을 사용할 때마다 생각보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후후후, 포탈을 이용하는 것은 여기서 하면 되겠네. 그런데 여기로 오는 건 어떻게 하지."

범려야 자기 마음대로 오고 간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쉽사리 오지 못한다.

취선은 혹시 몰라서 지도를 낱낱이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잡화점을 찾게 되었다.

"사람이 없는 이곳에 잡화점이 있다니 신기하네."

취선은 그레이 캐슬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잡화점을 찾았다.

그길로 잡화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아주 나이 든 노인이 하나 있었다.

"콜록! 누가 찾아온 거요?"

"안녕하세요. 여기가 잡화점인가요?"

"어이쿠, 손님이시군요. 어서 오십시오. 근 200년간 손님이 없어서 내일이면 가게 문을 닫을까 했는데 이렇게 손님이 찾아오시다니."

"200년이요? 사람이 어떻게 그리 오래 살 수 있죠?"

취선은 잡화점 주인이 나이가 있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NPC로 생각했는데 절대로 평범한 NPC가 아닌 모양이었다.

"허허허, 전 인간이 아닙니다, 손님. 전 성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성의 한 부분입니다."

"그럼 사람의 모습은 어떻게 하고 있는 거죠?"

"손님들을 위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제 몸은 성의 일부분을 이용해 만들어진 흙 인형에 불과합니다."

취선은 흙 인형이라는 말에 그때서야 이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아, 골렘."

"골렘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 원리는 비슷하니 크게 다르지 않죠."

취선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했다.

"여기에서 파는 물건 중에서 스크롤 종류가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저희 잡화점에서는 여러 가지의 스크롤을 팔고 있습니다. 그중 제일은 다른 지역에서 이곳을 돌아올 수 있는 스크롤이지요."

"아! 있군요. 전 그걸 구입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개당 50실버입니다."

"10개만 주세요. 돈은 5골드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손님."

취선은 그레이 캐슬로 돌아오는 스크롤을 사고서 다른 곳에는 무얼 파는지, 거기도 이런 NPC가 있는지 확인을 하러 돌아다녔다. 하지만 잡화점을 제외한 다른 상점들에는 NPC가 없었다.

"대장간이나 의류점에 아무 NPC도 없다니."

취선은 어찌 되었든 이 사실을 범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하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진짜야?"

"네, 정말 있어요."

"음, 그렇지 않아도 도시만큼 커다란 곳에 NPC 하나쯤은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런 식으로 있을 줄이야."

범려는 바로 그 NPC가 있는 잡화점으로 갔다.

잡화점에 도착한 범려가 당당하게 문을 열자 잡화점 주인이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성주님."

"성주?"

그렇다. 범려는 이 성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에 성의 일부분인 NPC는 바로 그를 알아본 것이다.

"성주님, 이런 누추한 곳에 어쩐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영감님이 이곳의 주인입니까?"

"그렇습니다, 성주님."

범려는 잠시 턱을 쓰다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영감님, 여기서 파는 물건의 목록을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여기 목록표가 있습니다."

잡화점 주인이 두툼한 책자를 건네자 범려는 그걸 받고서 한 장씩 넘기며 무슨 물건이 있는지 확인했다.

"별의별 게 다 있네."

지상에 내려가면 각 도시마다 파는 물건이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걸 완전히 무시하고 전부 다 팔고 있었다.

"음? 그런데 여기 아래에 적혀 있는 물건은 뭔가요?"

범려는 주인에게 보여 주면서 물었다.

"이건 암흑 촉매제라는 것으로, 대장장이가 제련을 할 때 이걸 같이 쓰게 되면 무기에 암흑 속성을 영구적으로 부여하게 됩니다."

"그렇군요."

범려는 혹시 다른 촉매제도 있나 물어보았고 주인은 원소 속성의 촉매제는 기본적으로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처음 이용할 때도 모든 물건을 공개적으로 팔 수 있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주님을 제외한 사람들이 물건을 구하는 것은 제약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약을 풀기 위해서는 이 그레이 캐슬을 위해 공헌도를 올리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일종의 평판 혹은 친밀도를 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NPC가 영감님뿐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공헌도를 올리지요?"

"간단합니다. 이곳에서 거주를 하겠다고 하면 인지도는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사냥과 전투를 통해 얻은 전리품을 이곳에 팔기만 해도 인지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즉, 사냥을 했을 경우 일부 전리품을 상납하라는 거다.

"생각보다 절차가 단순하군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곳에 대장간은 있지만 대장장이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외부에서 대장장이를 고용해서 들여놔도 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성주님에게는 이미 쓸 만한 대장장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범려에게는 해골 대장장이가 있다. 그 외에도 무두장이와 재단사가 있으니 웬만한 것은 직접 제작이 가능하다.

"아, 그러면 되겠네요. 고맙습니다, 영감님."

"별말씀을요, 성주님."

범려는 해골 대장장이와 재단사, 무두장이를 각자의 위치에 배정해주었다.

"그런데 다들 제작 도구들은 있는데 재료가 없네. 이래서는 물건을 만들 수가 없잖아."

범려는 왜 잡화점 주인이 사냥하고 얻은 전리품을 필요로 하는지 그제야 이해했다. 즉, 다른 사람들 손에 의해 물건을 얻어서 구해오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이렇게 되면 길드 사람들을 이곳에 모두 다 거주하게 만들어야지."

범려는 당장 스승님에게 연락을 취했다.

"스승님!"

[오, 제자야.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전쟁에서 패한 이후 퀘스트를 하나 하고 있었습니다."

[퀘스트? 대단한 퀘스트였나 보지.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걸 보면 말이야.]

"예. 퀘스트 하는 데 기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냐?]

"다른 게 아니라 해태 길드원이 살 만한 집을 구했습니다."

[집을 구해? 지금 길드 상황이 집을 구할 만큼 만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너도 잘 알 텐데.]

범려의 스승인 궁귀는 지금 길드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우산 길드의 집요한 괴롭힘 때문에 길드의 존속 여부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구한 집은 녀석들이 절대로 발견하지 못하는 곳입니다."

[정말이냐?]

"이 제자 언제 스승님에게 거짓을 고한 적이 있습니까."

[없지, 단 한 번도. 가끔 사고를 쳐서 오기는 했지만.]

"크윽!"

범려는 가끔 사고를 쳤다는 말에 절로 신음을 흘렸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집값은 공짜라서 별로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뭐? 집값이 공짜? 이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느냐!]

궁귀는 집값이 공짜라는 소리에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범려가 관리하는 성에는 정말 따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스승님, 사실입니다."

[그건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하지 않는 이상 믿기 어렵다. 그리고 길드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다 연락을 취하기도 어렵다.]

"그럼 스승님이 먼저 오셔서 확인을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길드원들이야 나중에 오라고 하면 되죠."

[알았다. 일단 나부터 데리러 와라. 여기는 공허의 보리스 울팡 마을이다.]

"예, 금방 가겠습니다."

범려는 귓속말을 끊고는 바로 해골 대마법사 한 명을 데리고 울팡 마을과 가까운 도시로 넘어간 뒤, 곧장 마을을 향해 해골마를 내달렸다.

"이곳이 울팡 마을이군."

범려는 단 한시도 쉬지 않고 해골마를 몰아온 덕분에 금방 마을에 도착했다.

"제자야."

"스승님."

둘은 반갑게 서로를 맞이했다.

"대마법사, 그레이 캐슬로 가는 타운 포탈을 열어라."

해골 대마법사가 바로 포탈을 열자 그곳으로 궁귀와 범려가 들어가 버렸다.

길 가다 다른 유저들은 방금 마법을 보고 엄청 신기해했지만 포탈이 금방 사라져 버려서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스승님, 이곳이 그레이 캐슬입니다. 제 집이죠."

"집?"

궁귀는 이 거대한 성이 범려가 구한 집이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게 너의 집이라는 거냐? 도시가 아니고?"

"그냥 도시만큼 커다란 성이에요. 그리고 제가 말씀드렸다 시피 주변에 빈집들이 많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 집을 하나 고르시면 돼요."

"그러냐? 그럼 난 저 위에 있는 집을 고르고 싶구나."

궁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궁전으로 범려가 사는 집이었다.

"아, 저기는 성주가 사는 집이라서 선택이 안 되는데요."

"성주? 여기가 네 집이라고 했으니 성주는 너겠구나."

"네……."

범려는 스승보다 제자의 집이 기가 막힐 정도로 멋지고 화려하다는 사실이 약간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음, 그럼 그다음으로 좋은 집을 찾아봐야겠구나."

"네, 그러세요. 스승님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시고 집 주인으로 등록하시면 돼요."

"고맙다."

궁귀는 좋은 집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집은 구할 수 없었다. 왜냐면 취선과 헬렌이 먼저 궁전 다음으로 좋은 집을 선점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요즘 젊은것들은……."

궁귀는 어린것들이 벌써 좋은 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별수 없었다.

"다음으로 좋은 집은 여기뿐인가."

궁귀가 발견한 집은 단순한 2층 집이었다. 현실세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집 말이다.

"어디 한번 들어가 볼까."

궁귀는 겉모습으로 보이는 집의 크기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안에 들어가자 그 생각을 싹 접었다.

"이게 집이야?"

집 안은 겉모습과 다르게 바깥보다 두 배 정도로 넓어 보였다.

"아니야. 이럴 리 없다."

궁귀는 몇 번이고 밖과 안을 비교하면서 살펴보았지만 정말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허허, 참 대단한 집이군. 이 집으로 결정했다."

궁귀가 집주인으로 등록을 하자 바로 메시지가 떴다.

-그레이 캐슬 1-004번지 집 주인으로 등록되셨습니다.

-캐슬의 주민이 되셨습니다. 그레이 캐슬의 공헌도가 생성됩니다. 공헌도를 올리는 방법은 잡화점에 가셔서 주인과 상담을 하시면 됩니다.

궁귀는 공헌도라는 것이 궁금해서 잡화점을 바로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공헌도를 올리는 법과 그에 따른 보상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음, 나쁘지 않은데."

공헌도를 올리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나 공헌도를 올려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당장 연락이 닿는 길드원들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겠군."

궁귀는 바로 접속되어 있는 길드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상황이 급한 길드원은 연락을 했음에도 답변이 오지 않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길드원은 바로 오겠다고 했다.

"주인장, 혹시 캐슬로 돌아오는 타운 포탈 스크롤이 있나?"

"물론이지요. 그런데 몇 장이 필요하십니까."

"5장."

궁귀는 자신이 쓸 것을 포함해 스크롤을 5장 샀다. 그리고 범려에게 도시로 돌아가는 방법도 물었다.

"스승님, 다른 도시로 가는 길은 성 동남쪽에 각 지역으로 가는 포탈이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세요."

궁귀는 범려의 말대로 성의 동남쪽에 있는 포탈을 이용해 길드원들을 찾으러 떠났다.

"음, 스승님이 길드원들을 찾으러 떠났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되겠군."

범려는 궁귀가 길드원을 이곳에 눌러 살게 한다면 충분히 공헌도를 올릴 테고, 그렇게 되면 각종 재료들이 해골들에게 돌아가게 될 테니 그때부터는 완벽한 자급자족의 형태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근데 여기는 어떻게 하지. 나랑 로즈 둘이 살기에는 너무 큰데."

궁전에는 99개의 방이 있지만, 궁전에서 살 수 있는 유저는 성주를 포함한 두 명밖에 안 돼서 범려와 로즈 말고는 아무도 없다.

"진짜 썰렁하네. 이거 어디 NPC를 고용하든가 해골들을 만들든가 해야겠군."

범려는 이 궁전의 황량함을 견디지 못하고 해골 병사들을 궁전 안에 주둔시켰다.

"너희들, 여기서 살아라. 심심해서 안 되겠다."

이 한마디로 지금은 해골들이 궁전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심심하면 범려가 청소를 시키고 정원을 가꾸라고 하는 등 잡일을 시켰다.

"아, 그러고 보니 용을 만들어야지. 성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용을 머릿속에서 까맣게 지우고 살았네."

범려는 바로 성의 공터가 있는 곳으로 해골 병사들을 데리고 나왔다.

"장소도 적당하고 이곳에서 만들면 되겠지."

아르테미스가 말한 조건을 모두 다 갖추고 있으니 더 이상 실패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범려는 용의 뼈를 가지런히 진열시키고 용의 심장도 올려놓았다. 그리고 운명의 실과 인연의 바늘을 이용해 뼈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후우."

뼈를 조립하는 일은 상당히 고된 작업이다. 그리고 용의 뼈가 커다란 만큼 그 시간은 다른 해골들 작업하는 것보다 수배는 많이 걸렸다.

"다 됐다!"

범려가 작업을 끝내자 용의 심장이 가슴에 자리 잡더니 몸 전체에 엄청난 힘을 방출하면서 윙윙거렸다.

"이제 영혼을 소환해보실까. 용의 영혼 소환!"

마지막으로 용의 영혼이 소환되며 범려가 영혼을 용의 뼈 위에 올려놓자 영혼은 그대로 용의 뼈에 녹아들었다.

"크아앙-!"

드디어 용이 괴성을 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범려는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환성이다!"

"나를 잠에서 깨우는 자는 누구인가!"

이제까지 그 어떤 해골도 범려 앞에서 이런 대사를 읊은 녀석이 없는데 이 해골 용은 유일하게 자신을 깨운 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나다!"

"인간?"

"내가 너를 만들어서 깨웠다."

"인간! 용의 힘은 만들어진다고 해서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해골 용은 범려의 말을 전혀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범려의 말은 사실이다.

과거로 돌아가 1천 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용의 심장을 만들었으며 진짜 용을 잡아 뼈를 구했고 아르테미스에게 부탁해 영혼을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성한 기운이 모여든다는 이 성을 얻어서 만든 것이다.

"야! 이 뼈밖에 없는 놈아,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 내가 안 만들면 누가 널 만들어. 그리고 여기에 나 말고 인간이 또 있냐!"

범려가 화가 났는지 해골 용에게 따지고 들자, 용은 주변을 둘러보고 범려 이외에는 특별한 인간이 없음을 알고 한숨을 쉬었다.

"좋다. 너의 말을 믿지. 하지만 내가 너의 힘으로 부활했다고 해서 너를 믿고 따를 것이라 생각지 마라!"

쾅!

해골 용은 그 커다란 발로 땅바닥을 후려치면서 당당하게 불복종의 의사를 표시했다.

"뭐야! 내가 고생고생하면서 만들었는데 내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거냐!"

"물론이다! 내가 어찌 인간 따위의 말을 듣겠느냐!"

범려는 여기서 화가 났다. 저 용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고생했는데 정작 해골 용은 주인의 뜻에 따르지 않겠다며 거부를 하는 것이다.

"저거 좀 맞아야 정신 차리겠네."

범려의 어깨 위에 있던 루이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래.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릴 녀석이다."

루이의 말에 맞장구를 친 범려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해골 병사들은 재빨리 전투 대형으로 진형을 바꾸더니 해골 용과 싸울 준비를 마쳤다.

다른 녀석은 보통 이러지 않아도 전투가 시작되면 알아서 꼬리를 마는데 저놈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역시 뼈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용이라, 이거냐."

범려는 녀석을 보고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반항적인 녀석을 길들이는 것도 한 가지 재미로 생각하는 것이다.

"후후후, 그래.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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