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자존심 강한 녀석
"크아앙! 인간 주제에 나를 지배하려 들다니 가소롭구나."
"영혼의 천사, 앞에 나서서 녀석의 시야를 어지럽혀라."
"예! 장군님."
영혼의 천사들이 앞으로 튀어나가더니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해골 용의 시선을 잡아두었다.
"사수들! 사격 준비!"
끼이익!
"발사!"
범려는 자신에게 반항적인 녀석을 가만히 놔둘 사람이 아니기에 거침없이 해골 용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크윽! 인간이 감히 날 공격하다니!"
"흥! 넌 좀 맞아야 돼! 전원 공격!"
범려는 해골 용을 철저하게 길들이기 위해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해골 용은 분노했는지 갑자기 입을 크게 벌렸다.
"브레스다!"
해골 용 입 안에 거대한 마나의 힘이 모이며 그대로 뿜어질 듯하자, 영혼의 천사 5명이서 갑자기 녀석의 턱 밑으로 들어가더니 힘을 합쳐서 턱을 하늘 위로 들어올렸다.
쾅!
순수한 빛의 에너지가 그대로 하늘 위로 솟아오르더니 창공을 꿰뚫으며 우주로 날아가 버렸다.
"후우, 까딱했으면 브레스를 맞을 뻔했잖아."
"인간이 감히!"
"흥! 그렇게 대놓고 쏘는데 맞아줄 녀석이 어디 있나!"
해골 용은 살아생전의 기억 때문인지 인간을 굉장히 하찮게 보고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인간의 손에 의해서 다시 태어났음에도 현실을 망각하고 과거에만 집착하고 있었다.
"네놈부터 죽여주마!"
"어딜!"
캉! 캉! 캉!
"감히 장군님에게 그 추접한 이빨을 들이대려고 하다니."
영혼의 천사들은 해골 용이 범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비켜라! 이 빌어먹을 것들!"
해골 용은 날카로운 앞발을 흔들며 영혼의 천사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들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해골 용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해냈다.
"크윽! 여기를 벗어나야겠군."
해골 용은 이곳에서 싸우면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날갯짓을 하면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때 메시지가 하나 떴다.
-그레이 캐슬의 힘으로 인해 해골 용이 날아오를 수가 없습니다.
"크윽! 어떻게 된 일이냐. 날아오를 수 없다니."
"아르테미스가 왜 신성한 장소에서 용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녀석이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잡아두기 위해서였어."
해골 용이 날아오르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더니 범려를 노려보았다.
"크앙! 날 여기에 가두어두려고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 소리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거라 보냐!"
범려는 모든 조건이 해골 용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공격에 적극성을 띠었다.
쾅! 쾅!
해골 용이 거대한 발로 두 번 땅을 두드리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아니, 해골들이!"
그 지진의 여파 때문인지 병사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전부 다 넘어지고 말았다. 그건 기병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나마 그 영향에 미치지 않았던 것은 영혼의 천사들뿐이다.
"젠장! 빌어먹을 녀석!"
그 두 번의 두드림에 해골 병사들의 공격 흐름이 완전히 끊기고 주도권을 해골 용이 가져가 버렸다.
그나마 해골 용이 공격 흐름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혼의 천사가 시야를 어수선하게 하며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성한 불꽃!"
화르르! 화르르! 화르르!
5명이 연달아 터트린 불꽃이 해골 용에게 어느 정도 타격을 입혔는지 녀석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괴로워했다.
"환영섬!"
범려는 바로 코앞에서 환영섬을 시전하면서 목숨 걸고 공격을 펼쳤다.
"이놈!"
해골 용이 바로 앞에 범려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그 커다란 발톱으로 긁었지만 범려는 창으로 그 공격을 막으면서 옆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런 제길!"
공격을 막기는 했지만 뒤로 날아가는 충격에 범려의 생명력이 단숨에 40퍼센트가 날아가 버렸다.
-해골 병사와 영혼의 천사가 격노 상태에 빠집니다.
약간은 어이없지만 어찌 되었건 병사들이 격노에 빠지면서 다들 눈들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으아-!"
해골 병사 전원이 외치는 우렁찬 소리에 하늘이 울리고 땅이 요동쳤다.
"제대로 한번 놀아보자! 이 뼈다귀 용아!"
격노가 되자 범려는 바로 버프도 시전했다.
"아르테미스의 손길!"
격노에 버프가 더해지자 해골들은 비정상적으로 능력치가 상승되고 죽음이 두렵지 않은 괴물로 바뀌어버렸다.
"형님! 여기서 뭐 하세요?"
도시 한쪽에서 굉장한 소음이 들려오자 동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려고 달려왔다.
소리의 진원지에 도착한 범려의 동료들은 그가 병사들과 함께 해골 용을 상대하고 있음을 보았다.
"제자야!"
"스승님!"
궁귀와 로즈, 헬렌도 뒤따라 와주었다.
"다들 파티에 가입해주세요!"
범려가 이들을 파티원으로 끌어들이자 다들 버프를 먼저 시전했다.
"헤이스트!"
"으아-!"
"신의 가호! 빛의 숨결!"
"바람의 분노!"
-신의 가호가 내려집니다. 체력이 150 증가합니다. 30분간 지속됩니다.
-빛의 숨결이 내려집니다. 모든 공격 형태의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20분간 지속됩니다.
-바바리안의 외침을 들으셨습니다. 전투력이 10분간 200 상승합니다.
-가속 상태가 5분간 지속됩니다.
-원거리 공격이 10% 상승합니다. 15분간 지속됩니다.
처음으로 궁수들의 버프를 받게 되자 범려는 궁수라는 직업이 버프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스승님, 버프도 있으셨나요?"
"물론이지. 뭐, 나도 최근에 배운 거라 이전에는 몰랐어."
"아, 그렇군요."
궁귀의 레벨은 248이다. 그가 이렇게 버프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 버프 덕분에 원거리 공격을 펼치는 병사들은 갑자기 그 공격력이 뻥튀기되듯이 튀어 올랐다.
"이놈들! 감히 동료들을 불러 모으다니. 치졸한 인간이구나."
"치졸은 무슨."
범려는 이런 걸 가지고 절대 치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이 발 벗고 도와주는데 그걸 마다할 사람이 아니다. 그것도 자신이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믿는 사람들이다.
"이놈들 다 씹어 먹어버리겠다!"
"흥! 어디 우리를 소화시킬 위장이라도 있냐!"
뼈밖에 없으니 내장이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해골 용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받아라!"
해골 용이 다시 브레스를 쏘려고 숨을 짧게 들이마시더니 그대로 토해냈다.
"이런!"
영혼의 천사들도 해골 용이 브레스를 쏠 때 숨을 짧게 내쉴 거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으앗!"
해골 전원이 그 브레스 공격에 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인 숨이 짧은 덕분에 다들 심각한 피해를 입은 녀석들이 없다는 것이다.
"으헉! 그래도 생명력이 30퍼센트 사라졌네."
숨을 조금이라도 깊이 들이마셨다면 아마 해골들은 모두 다 죽었으리라.
"숨이 짧은 게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범려는 일단 숨이 짧은 공격을 고려해 해골들을 좌우로 나누었다.
"놈의 머리를 한쪽으로 고정시킨다!"
범려는 예전에 썼던 방법을 써먹었다. 영혼의 천사들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오라 덕분에 해골들의 생명력은 눈에 띄게 빠르게 회복되어갔다.
"로즈! 해골들 말고 영혼의 천사들 중심으로 힐을 해줘!"
"알았어!"
로즈는 범려의 말대로 영혼의 천사 중심으로 힐을 해나갔다.
"좋았어."
전투가 안정적으로 진행이 되자 녀석의 생명력은 속절없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크아앙-!"
-해골 용의 포효를 들으셨습니다. 3초간 공포로 인한 공황에 빠지게 됩니다.
"이… 이런."
범려가 공포로 인한 공황에 빠지자 일시적으로 해골들의 공격이 주춤해졌지만 영혼의 천사들이 앞 다투어 소리쳤다.
"공격을 멈추지 마라!"
그 말에 병사들은 다시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범려는 3초간의 짧은 공포가 사라지고 원상태로 돌아오자 분노를 터트렸다.
"이런 빌어먹을 해골 용!"
범려는 해골마를 달리더니 손을 뻗으면서 외쳤다.
"뼛조각 찾기!"
"헉!"
모든 뼈로 움직이는 녀석들이라면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공포의 스킬이 시전되었다.
"크억!"
해골 용은 몸이 크게 움찔거리면서 고통스러워했지만, 생명력에 변화는 없었다.
"흥! 그 유명한 리치도 내 손에 걸리면 아웃이야!"
"으윽!"
해골 용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지 그 육중한 몸이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자 해골 병사들이 용의 몸 위로 뛰어올라 마구잡이로 찌르기 시작했다.
"크윽! 크윽!"
몇 번 뼛조각 찾기 스킬을 시전하자 해골 용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다들 그만!"
병사들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자 해골 용이 범려를 향해 고개를 돌린 후 입을 열었다.
"무엇 때문에 공격을 멈춘 거냐. 계속 공격했다면 날 죽일 수도 있었는데."
"내가 왜 널 죽여. 단지 버릇만 고치려고 했을 뿐인데. 난 네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관심 없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네놈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다."
"내가 왜 너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 것이냐. 난 긍지 높은 드래곤. 절대 인간 따위에게 그런 맹세를 할 수 없다."
범려는 여기서 녀석의 기세를 콱 꺾어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뼛조각 찾기 스킬을 시전했다.
"크억! 그만!"
"나에게 충성을 맹세해라!"
"난 절대 그럴 수 없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범려는 녀석에게 스킬을 1분 간격으로 시전했다. 그러자 해골 용은 몸부림을 치면서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했다.
"자, 초를 한번 세볼까."
범려는 스킬을 시전할 때마다 초를 세면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녀석에게 느끼도록 하며 공포의 고문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각인시켜 주었다.
"57, 58, 59, 뼛조각 찾기!"
"크악!"
"1, 2, 3, 4… 58, 59, 뼛조각 찾기!"
해골 용은 1초부터 10초까지는 안전하다는 생각에 몸을 떨지 않았지만, 딱 11초가 되는 순간 범려의 손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공포에 치를 떨었다.
"으윽! 으윽!"
"57, 58……."
"그, 그만! 그만! 너에게 충성하겠다. 그러니 제발! 그 기술만은 쓰지 마라! 제발 부탁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넌 아직 공포에 떨면서 억지로 충성을 맹세하고 있어.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억지스러운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충성이야."
"아, 안 돼!"
해골 용은 비명을 질렀지만 범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전투가 끝나자 별로 재미를 못 느끼고 다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후후후, 이제 다들 갔으니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헉!"
범려는 지금까지 사람들의 눈이 있어서 적당히 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런 눈이 사라졌으니 거침없이 뼛조각 찾기 스킬을 시전했다.
그러자 그레이 캐슬에는 공허한 메아리가 울리면서 힘없는 해골 용이 굴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 이제 내가 원하는 충성을 받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주인님."
"주인? 다음부터 날 부를 때는 장군님이라고 불러라."
"죄송합니다, 장군님."
해골 용은 범려의 말 한마디에 강아지가 된 것처럼 정말 고분고분해졌다.
"그럼 나에게 충성하겠느냐."
"예. 저는 범려 장군님에게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할 것을 맹세합니다.
-해골 용에게 순종의 계약을 받아내셨습니다.
-해골 용의 능력치와 레벨이 변경됩니다.
"앗!"
범려는 능력치와 레벨이 변경된다는 메시지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런! 젠장!"
-해골 용
레벨:1
힘:210 민첩성:238 지능:216 정신력:259 체력: 240
생명력:2,400 마나:3,230
공격력:1,300 방어력:1,160
마법 공격력:1,470 마법 방어력:1,540
-홀리 브레스:빛의 힘이 담긴 용의 숨결을 내뿜는다. 브레스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적들은 신성 피해를 입는다.
쿨 타임:1시간, 마나 소비:3,000, 시전 시간:10초
-암흑으로:일정 범위 안에 있는 적들을 5분간 임의적으로 속성을 암흑 속성으로 바꾸어버린다.
쿨 타임:4분, 마나 소비:1,500
-절망의 포효:비명 섞인 영혼의 울음소리를 터트린다. 이 소리를 듣는 즉시 모든 적들은 3분간 모든 능력치가 30% 하락한다.
쿨 타임:3분, 마나 소비:1,000
-수송:해골 용은 자신의 몸에 해골들을 실어서 원하는 곳에 내려놓는다. 한 번에 1,000명의 해골을 실을 수 있다. [패시브]
해골 용은 이전에 어떤 능력치였는지는 모르지만, 범려에게 복종하는 순간 그 위엄 넘치고 파괴력 짙은 기술들과 능력치들이 빈약하게 변해버렸다.
"에휴, 이것도 내 운명인가."
이렇게 되면 해골 용은 거의 덩치만 산만 한 녀석으로 바뀌는 것이다.
"후, 뭐 좋아. 그래도 녀석의 레벨을 올리면 쓸 만해질 때가 있겠지."
-해골 용은 병사로 분류되지 않기에 병사수의 제한이 추가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범려는 방금 떠오른 메시지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골 용은 자기 머릿수는 확실하게 늘려 주었다는 거다.
범려는 해골 용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녀석의 스킬과 그 능력치를 봐서 꾹 참았다.
"그래도 아주 나쁜 건 아니란 말이야."
해골 용은 능력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레벨이 1이 되었다는 것은 조금 충격이었다.
"난 용을 만들면 레벨이 시작부터 300을 달고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 어떤 해골이라도 레벨은 무조건 변함없이 1부터 시작한다. 그건 해골 용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음 해골 용을 소환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군."
범려는 해골 용이 얼마나 귀찮은 녀석인지 확실하게 인지하고는 시작부터 몰아치는 계획을 세웠다.
"다음 드래곤부터는 놈이 손을 쓰기 전에 제압을 해야 돼."
용을 그대로 놔두면 별 이상한 것들을 많이 쓴다. 그렇게 되면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은 해골 병사들이다.
"해골 용, 이리 와봐."
그 거대한 해골 용이 범려 앞에 얼굴을 내밀면서 고개를 숙였다.
"좋아. 넌 지금 하늘을 날아서 고요의 아티잔에 있는 초보 사냥터를 브레스로 한 번에 쓸고 올 수 있겠지?"
레벨이 1밖에 안 되는 해골 용이 쓸 수 있는 브레스의 제한 은 겨우 한 번이 전부다.
"네, 가능합니다. 몬스터가 얼마나 있냐의 차이가 있겠지만, 제 공격 범위 안에 있는 녀석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습니다."
"좋아. 그럼 한번 싸지르고 와봐."
후웅! 후웅!
해골 용이 거대한 날개로 날갯짓을 하더니 몸이 두둥실 떠오르면서 성을 벗어나 저 아래에 있는 아티잔 지역으로 날아갔다.
"음, 녀석의 브레스 범위가 얼마나 되려나."
범려는 해골 용의 공격력보다 그 범위를 중요하게 여겼다. 공격력이야 레벨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오르게 되니 문제가 안 되지만 그 범위는 평생을 끌고 가는 것이라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해골 용은 성에서 일정 거리를 벗어나자 구름 아래로 쑤욱 들어가 버리더니, 바로 고요의 아티잔에 있는 초보 사냥터를 바라보았다.
"한 방이다."
해골 용은 그 커다란 입을 벌려 엄청난 마나를 10초 동안 모으더니 그것을 일순간 방출해버렸다.
"홀리 브레스!"
콰쾅!
하늘에서 거대한 용의 브레스가 날아들면서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그 아래에 있던 몬스터들이 깡그리 쓸려 버렸다.
-해골 용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순식간에 10단계 정도의 레벨이 오르자 텅텅 비어 있던 마나가 가득 차며 회복되었다.
"와우, 대단한데."
범려는 해골 용의 레벨이 순식간에 오른 것을 보고 브레스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것을 파악했다.
"장군님, 돌아왔습니다."
"후우, 브레스의 위력이 대단하구나."
"감사합니다."
"한 시간 뒤에는 10레벨 사냥터를 가자. 이번에는 자연의 도로시 지역에 가서 한번 날리고 와라."
범려는 1시간에 한 번 꼴로 해골 용의 브레스를 이용해 사냥을 대신할 목적이었다.
"후후, 이제 용까지 생겼으니 우산 길드 녀석들 이제 너희들의 머리에도 브레스가 떨어질 날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해골 용이라도 레벨이 100을 넘기니 브레스의 공격력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어라, 한 방에 안 죽네."
100레벨 이전 몬스터들은 해골 용의 브레스 한 번이면 100퍼센트 사망 선고나 다름이 없었는데 100을 넘어가니 몬스터들의 생명력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음, 슬슬 다음 단계로 들어가야겠네."
범려는 해골 용의 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을 하고는 해골 용에게 조언을 했다.
"지금까지는 그냥 브레스만 쐈지만, 다른 마법도 같이 섞어서 쏴라. 특히 상대 속성을 암흑으로 바꾸는 스킬 있잖아."
"네. 암흑으로라는 스킬이 있습니다."
"그것과 같이 쓰면 너의 브레스가 신성 피해를 입히니 100레벨 몬스터들도 한 방에 죽을 거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해골 용은 범려의 충고를 받아들여 몬스터들의 속성을 먼저 암흑으로 바꾸어버리고 그다음에 브레스를 썼다.
"암흑으로!"
"홀리 브레스!"
거대한 빛이 하늘에서 떨어질 때마다 주변에는 완전히 초토화된 황량한 들판만 남아 있었다.
"우, 대단해."
범려는 해골 용이 어떤 브레스 공격을 하는지 보지는 않았지만 병사 관리 메뉴에 뜨는 해골 용의 신상 정보를 통해서 녀석의 경험치가 쭉쭉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혼자서도 잘 큰다. 역시 브레스라는 막강한 무기를 들고 있는 녀석은 다르다니까."
범려는 해골 용을 보면서 다른 해골들과 비교를 해보았다.
"후후, 대단해. 영혼의 천사도 엄청나지만 해골 용도 대단해. 이 상태로 간다면 혼자서 160레벨은 달성하겠어."
워낙 기본 능력치가 뛰어나고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기에 해골 용은 처음부터 엄청난 이득을 보고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제 다른 해골 용들을 만들어보실까."
범려는 다른 해골 용을 만들어서 몇 개나 만들 수 있는가 확인하려고 했다. 어차피 용의 심장은 3개나 들고 있으니 하나 더 만든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 전에 다른 사람들을 불러야지."
용을 만들고 나면 반항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좀 필요하다. 정확히는 그들이 사용하는 버프가 필요하다.
"스승님하고 다른 녀석들도 같이 부르면 한순간에 제압을 하겠지?"
범려는 계획대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형님, 용을 또 만든다구요?"
"용을 또? 그거 한 마리만 되는 거 아니야?"
"나도 잘 모르겠다. 한 마리만 되는지, 아니면 하나 더 추가되는지."
확인을 안 해봤으니 범려도 잘 몰랐다. 그리고 용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일이고, 그렇지 않아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럼 제작에 돌입한다."
범려가 바로 해골 용의 조립을 시작하자 다들 숨죽이면서 그것을 지켜보았다.
"후우, 용은 너무 커서 일하기가 힘들다니까."
"이 큰 걸 혼자서 하기는 힘들겠구나. 나도 돕겠다."
궁귀가 범려의 일을 거들어주자 일의 진행이 상당히 빨라졌다.
"어! 나도 나도!"
멀리서 보고 있던 로즈 남매와 헬렌까지 끼어들자 범려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형님, 여기요."
"알았어. 금방 간다."
그렇게 해골 용의 형체를 완성한 후 용의 심장과 영혼을 집어넣자 바로 반응이 보였다.
"크악-! 드디어 기나긴 세월을 지나 다시 부활하는구나."
이번 용은 영혼의 세계에 있는 동안 계속 부활을 꿈꿔왔는지 부활이 되자마자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누가 나를 부활시킨 것이냐."
"나다!"
"인간이 날 부활시켰다고? 참으로 재미있어. 고맙다. 그럼 난 이만 가봐야겠다."
해골 용이 바로 자리를 뜨려는 순간 그레이 캐슬은 그것을 용서치 않았다.
-그레이 캐슬의 힘으로 인해 해골 용이 날지 못하게 억압합니다.
"하하하, 이봐, 내 손에서 부활했다고 그런 식으로 가려는 것은 무척 잘못된 행동이야. 알아?"
"아니! 인간 주제에 나를 부활시켜 주어서 그에 대한 감사로 목숨을 살려 주었더니 나를 가두려들어!"
"역시 드래곤들은 길게 이야기해봐야 입만 아픈 것들뿐이야. 다들 버프 타임!"
범려가 버프 타임을 외치자 다들 버프 스킬을 외치며 해골들을 강력한 병사로 바꾸었다.
"나의 병사들이여! 나에게 반기를 드는 녀석이 저 앞에 있다! 공격하라!"
해골 병사들이 거침없이 공격을 펼치자 이전과 다르게 녀석의 생명력은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원래 자신의 몸이 아닌 해골 용은 그 몸에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만!"
해골 용은 그렇게 두들겨 맞다가 갑자기 멈추라면서 소리쳤다.
"뭐냐! 좀 더 두들겨야 하는데."
"항복하겠다. 그러니 그만 공격해. 오랜만에 부활했는데 다시 죽기는 싫단 말이다."
"후후후, 그래?"
범려는 오른손을 녀석에게 가져다대더니 죽음보다 더한 고문을 시작했다.
"뼛조각 찾기!"
"크억!"
해골 용은 병사들의 공격보다 비교도 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자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러는 것이냐. 난 그냥 자유를 얻고 싶은데."
해골 용은 자유를 갈망했지만 범려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아쉽지만 그럴 수는 없다. 왜냐고? 내가 해골 용을 만드는 데 그 개고생을 했는데 너 같으면 그대로 보내주겠냐!"
"헉!"
"좋은 말로 할 때 복종해라!"
범려는 복종을 강요했지만 이놈은 절대 굴하지 않았다.
"싫다! 난 자유롭게 살고 싶다!"
"흥! 누가 이기나 해보자!"
다시 한 번 범려와 해골 용 간의 처절한 사투가 벌어졌고 이 싸움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제 복종해라."
"으으… 그렇게 하겠다."
이리하여 바로 두 번째 해골 용이 탄생하게 되었고 범려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면서 첫 번째 녀석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펄럭펄럭!
커다란 날개를 펄럭거리며 저 멀리서 해골 용 하나가 날아오더니 그 넓은 공터에 앉았다.
"장군님, 이 녀석은 누구입니까?"
"어, 방금 복종시킨 새로운 신입이다. 너한테 관리를 맡기지."
"감사합니다. 장군님 신명을 다 바쳐 신입을 교육시키겠습니다."
첫 번째 해골 용은 범려에게 당한 게 있어서 그 분풀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범려가 딴죽을 걸었다.
"이봐, 난 관리를 하라고 했지 교육을 시키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
"네……."
기분이 좋았다가 금세 힘이 빠져 버렸다.
"브레스 쿨 타임이 되면 시간을 봐서 둘이 같이 사냥을 나가. 이놈 레벨이 1이라는 것을 명심해. 손상 안 가도록 조심하고."
"알겠습니다."
두 해골 용은 고개를 숙이더니 자리에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후, 이제 둘이 만들어졌고 이후 용의 제한에 걸리든 안 걸리든 용을 만들 수 있는 숫자는 마지막 하나군."
범려는 자신의 인벤토리에 하나 남은 용의 심장을 보면서 마지막 쿨 타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형님, 해골 용도 두 마리 됐는데 따로 사냥 안 가요?"
"아직 해골 용이 제한에 도달했는지 확인을 못했어. 뭐, 어차피 3마리 이상 만드는 것도 힘들다."
"3마리나 만들어요?"
취선은 2마리도 많은데 3마리라고 하자 기겁을 했다.
"형님, 3마리까지 만들 수 있을까요?"
"그건 나도 몰라. 일단 해보는 거지. 지금은 두 해골 용이 알아서 레벨 올리고 있으니 굳이 3마리가 필요한지는 아직 몰라."
범려는 『판게아 월드』에서 하도 많은 일을 겪다 보니 일단 뭐가 되었건 준비를 완벽하게 해놓은 상태에서 뭐를 해도 해야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우산 길드 녀석들에게 복수를 하려면 힘을 키울 수 있을 때 많이 키워야지."
"우산 길드……."
취선도 우산 길드 때문에 정말 귀찮았다. 그들은 전쟁이 있고 난 뒤부터는 대놓고 해태 길드원들을 척살하고 다니고 있었다.
물론 저항을 하지만 그 힘이 미약하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취선아, 너에게 부탁 하나 하자."
"무슨 부탁입니까?"
"다른 건 없고 흩어져 있는 해태 길드원들을 모은 후 우산 길드의 근거지를 찾아라. 그리고 그곳을 찾아가서 부숴야 해태 길드가 어떤 길드인지 알게 해주지."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라."
취선은 그레이 캐슬로 가는 스크롤 수십 장을 사가지고 성안에 있는 공짜 포탈을 이용해 순백의 크라운 지역으로 날아갔다. 가장 서쪽에 있는 지역을 뒤져 동쪽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이제 취선이 길드원을 알아서 이곳으로 데려오겠지."
범려가 로즈 다음으로 믿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취선이다. 성격이 워낙 거칠고 험한 부분이 있지만 누군가를 믿는다면 그 사람과 지옥까지 따라가는 성격이다.
"제자야, 나도 지상으로 내려가겠다."
"스승님도 직접 내려가시게요? 스승님은 길드마스터라서 우산 길드 녀석들에게 얼굴이 알려졌을 텐데요."
"후후,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나보다는 제자 네 얼굴이 더 많이 알려져 있을걸."
"쩝."
궁귀의 말대로 사람들은 해태 길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해골 제작자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관심이 조금 쏠리는 것이다.
"그건 제가 관심을 끌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닌데."
"나도 안다. 네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어 하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럼 난 이만 가보겠다."
궁귀 역시 지상으로 내려가 버리자 몇몇의 해태 길드 사람들과 로즈와 헬렌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나도 내려가서 사냥이라도 좀 할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범려는 해골 용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해골 용들과 전투를 하면 전투 양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게 궁금해서였다.
"슬슬 녀석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
해골 용들이 브레스를 한 번 쓰고 나면 지상으로 내려가서 공격하는 것밖에 없어서 실질적인 효율성도 따져 봐야 한다.
"때마침 저기 오는군."
두 해골 용은 거칠게 날갯짓을 하면서 성으로 돌아오더니 휴식을 취했다.
"너희 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일어나라."
"장군님, 급한 일이 생긴 겁니까?"
"급한 일은 없어. 그냥 너희와 같이 사냥을 가고 싶을 뿐이다."
범려가 사냥을 간다고 하자 해골 용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럼 준비해라."
"네! 장군님."
해골 용들이 대답함과 동시에 해골 병사들이 갑자기 자신의 몸을 압축시키더니 용의 갈비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안은 해골 병사 1천 명이 타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해골들이 올라탈 수 있었다.
두 해골 용의 갈비뼈 안에 2천 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들어갔고 갈비뼈 안을 들어가지 못한 병사들은 용의 등에 올라가더니 그곳에서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음, 나도 슬슬 가볼까."
"이곳으로 오르시지요."
한 해골 용이 자신의 머리 위로 오르라면서 머리를 들이밀자 범려는 가볍게 그 위로 올라갔다.
"이 자리 좋은데."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하늘 위로 날아오르겠습니다."
곧 해골 용의 거대한 날개가 펄럭거리자 해골들을 실은 그 육중한 몸이 조금씩 공중으로 떠올랐다.
"오오, 떠오른다."
"꽉 잡으십시오, 장군님. 이제부터 제대로 된 속도를 내게 됩니다. 그리고 목적지는 잡으셨습니까?"
"목적지? 아니. 잡지 않았어. 그냥 몬스터가 바글거리는 곳으로 가자. 그곳에서 사냥을 하는 게 우리들이 할 일 아니겠어?"
"알겠습니다."
해골 용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르자 범려는 굉장히 상쾌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우산 길드 녀석들, 이제 너희들은 내 손에 죽었어!'
8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