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연합
쾅!
"젠장! 이것들 때문에 우리한테까지 피해가 오잖아!"
"마스터, 진정하세요."
천상제 길드의 마스터 이름은 옥제. 옥황상제의 줄임말이다.
"우산 놈들 때문에 우리 길드원이 피해를 입잖아! 어떻게 진정을 하라는 거냐!"
옥제는 이 연합 길드 때문에 입은 피해를 고스란히 돌려줄 생각이다.
"어서 길드원들을 소집해라! 이것들을 당장 쓸어버려야겠다."
옥제의 명령으로 천상제 길드원에는 비상 소집령이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우산 길드 때문에 전쟁이 터져서 이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상태였다.
* * *
그사이 범려는 이틀에 한 번씩 비매너 유저를 신고한다는 목적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사람들은 그 게시물을 보며 그 유저들 행태에 하나같이 이런 나쁜 놈이 없다며 욕을 해댔다.
"후후후, 이대로 게시물에 올라간 비매너 유저들이 우산 길드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폭로하면 어떻게 될까?"
범려가 제일 관심을 갖는 부분이 이것이었다. 거대 길드인 우산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면 어떻게 될지 그게 궁금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전쟁도 터졌고 말이야."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 길드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보다 눈앞에 있는 적에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범려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범려는 지금의 상황을 한가로이 즐겼다. 자신은 병사들을 이끌고 나가서 싸울 때가 아니지만, 우산 길드는 한창 전쟁이 터져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을 때다.
"아, 이제 뭘 하지?"
"사냥밖에 더 있어?"
"그러게 말이야."
"어라? 헬렌 누나, 로즈야."
한동안 보이지 않던 그녀들이 당당하게 범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자기야, 우리만 쏙 빼놓고 계획을 세우다니 너무해."
범려는 로즈의 말을 듣자 잠시 멍해졌다. 사실 그녀들을 제외하고 우산 길드를 향한 복수 계획을 세워서 조금 미안한 감이 있었다.
"아하하, 너무 귀찮은 일이 많아서 로즈나 헬렌 누나가 싫어할까 봐 제외시킨 건데."
"흥! 난 범려의 도움이 되고 싶단 말이야."
로즈는 범려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로즈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지금은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야."
범려는 로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거렸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던 헬렌은 살벌한 눈빛을 띠며 한마디 했다.
"나도 제마한테 놀러 갈래."
"언니, 잘 가."
로즈는 손까지 흔들어주며 헬렌에게 인사를 했다. 역시 로즈에게는 범려가 제일 중요한 모양이다.
"너, 너, 흥! 나중에 보자, 로즈야……."
살짝 충격을 받은 헬렌은 제마에게 귓속말을 하더니 그곳으로 가버렸다.
"그런다고 누나를 저렇게 보낼 필요는 없잖아."
"괜찮아."
로즈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대담하게 행동했다.
"에휴, 모르겠다."
"그것보다 우산 길드는 어떻게 됐어?"
"지금은 다른 길드와 전쟁 중이야. 이대로 간다면 아마 2위 길드인 천상제 길드가 중재에 나서거나, 아니면 전쟁을 일으키겠지."
"자기는 전쟁 쪽이 좋아, 아니면 중재 쪽이 좋아?"
"어느 쪽이건 상관없어. 중재를 나선다면 우산과 전쟁 중인 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전쟁을 일으킨다면 창공의 페이셔 지역은 완벽한 전쟁터가 될 거야."
지금 전쟁에서 승패의 결정 요인은 각 길드에 있는 마스터들의 외교 능력이었다. 결국 능력이 부족한 인간은 길드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누가 능력이 부족한지 궁금한데."
범려는 지금의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지켜보았다.
어차피 범려에게는 천마 길드나 다른 길드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우산 길드가 얼마나 힘이 약하게 변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자기야, 난 아무리 들어도 그런 전략적인 부분은 이해가 잘 안 돼."
로즈는 솔직히 범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천사들을 설득할 때는 그녀의 화술로 엄청난 이득을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럼 내가 처음부터 계획을 설명해줄게. 잘 들어봐."
범려는 로즈에게 모든 내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장장 2시간이 넘었고, 로즈는 범려의 계획과 그간 진행 과정에 몰입되어 시간이 그렇게 길었는지도 몰랐다.
"이게 지금까지의 현 상황이야."
로즈는 멍한 얼굴로 범려를 바라보았다.
"그런 계획을 실행에 옮기다니!"
"뭐, 그렇지."
범려는 쑥스러운 듯 어색하게 웃었지만 로즈는 활짝 미소를 띠며 오히려 칭찬했다.
"역시 내 남친이야. 그럼 이후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건 간단해. 만약 생각대로만 된다면 지금쯤 천상제 길드가 두 길드 연합끼리의 싸움에 끼어들었을 거야. 그게 아니더라도 중재는 하고 있겠지."
범려의 생각처럼 같은 시각 천상제 길드는 길드원들을 이끌고 두 길드 연합의 수장들을 불러들였다.
* * *
"아니! 넌! 흑검!"
"천마, 오랜만이다."
한창 전쟁 중이라서 그런지 각 길드 마스터들이 상대방의 얼굴을 보자 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그만!"
천상제 길드 마스터인 옥제가 날카로운 고함을 치면서 둘의 싸움을 멈추게 만들었다.
"흥!"
옥제가 두 길드 마스터들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서로에 대해, 전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뜻이었다.
그리고 여차해서 말이 안 통하면 옥제도 이 자리에서 전쟁을 선포해 이들을 무력으로 눌러버릴 생각이다.
아니, 무력으로 눌러버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옥제는 판단했다.
"다름이 아니라 각 길드 마스터를 부른 건 전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요."
옥제는 시작부터 강압적인 태도로 다른 길드의 수장들을 깔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전쟁을 마무리 짓겠다니! 천상제 길드가 무슨 힘이 그리 대단하다고 이러는 거요."
가장 먼저 천마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 천마는 같은 창공의 페이셔 지역에 자리 잡은 천상제 길드를 곱게 보지 않았다.
"그건 맞는 말이지. 남의 사생활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입장이 아닌 걸로 아는데."
흑검 역시 지금 순간에는 천마의 말을 거들었다. 원래 흑검은 천상제 길드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동맹을 생각하고 왔는데 강압적인 전쟁 종결을 꺼내자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당신들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고 인근 유저들과 우리 천상제 길드원들도 도중에 피해를 입었소!"
옥제는 천상제 길드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이들에게 나도 충분히 이 전쟁을 따질 권리가 있음을 피력했다.
"흥! 그건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지, 우리가 그것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군."
흑검이 의외로 옥제를 향해 대놓고 거부하는 뜻을 비치자 천마도 같이 나섰다.
"오랜만에 나와 뜻이 통하는 것 같군."
천마의 이 말 한마디가 옥제의 인내심의 끈을 끊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럼 우리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거요?"
"아무리 길드 랭킹 2위지만 우리가 겁먹을 것 같나!"
길드 랭킹이라는 순위가 있지만 그게 절대적인 힘의 수치는 아니었다.
"그럼 전쟁을 해도 된다고 판단해도 되겠군."
"마음대로!"
이 자리에 모인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결론에 도달해버렸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거대 길드의 수장들이라서 그런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럼 다들 이 자리를 떠나고 정확히 2시간 뒤에 전쟁을 시작하지. 누가 먼저 끝장나는지 두고 보자."
"기대하지."
이로써 창공의 페이셔는 3개 파벌로 나뉘어 싸우는 전쟁터가 되었다.
2위 길드가 참여함에 따라 당연히 그들과 친하게 지냈던 유저들이 창공의 페이셔 지역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사이 흑검은 길드 본부로 돌아오던 펭귄 왕자와 골렘 마스터를 불렀다.
"독도! 망고!"
"아, 또 귀찮은 일거리군."
"짜증나는군."
이들은 우산 길드에 들어와 길드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협조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일을 시키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있었다.
"무슨 일이지?"
"천상제 길드도 전쟁에 끼어들었다."
독도는 골렘 마스터로 언제나 골렘들을 데리고 다닌다. 동시에 그의 말투에서 예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보기 어렵다.
"쳇, 아천 연합인가 하고 싸워야 하는데 이제는 천상제 길드하고도 싸워야 하나."
독도는 천상제 길드와도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 귀찮았다. 원래 독도는 길드에 가입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흑검이 찾아와 워낙 간곡히 부탁해서 가입한 것뿐이었다.
"뭐, 좋아. 마스터가 시키는 명령이니 따라야겠지."
"나한테는 천상제 길드건 아천 연합이건 상관없으니 알아서 해."
펭귄 왕자인 망고도 별다른 이유를 붙이지 않았다. 조금 짜증스런 일이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말이다.
"강토, 이 둘에게 지금 어디서 싸워야 하는지 알려 줘라."
"네, 흑검 형님."
강토는 간부들과 회의한 작전 내용을 설명해주었고 둘의 싸움터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려 주었다.
망고는 청강의 도시 북쪽을 맡고 골렘 마스터인 독도는 남쪽을 맡았다.
"그럼 건투를 빈다."
"걱정 붙들어 매. 이 독도, 일 하나는 확실하게 처리한다고."
예의가 전혀 없는 독도지만 일 처리는 확실한 친구인지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럼 부탁하지."
두 사람은 강토의 말을 다 듣고는 정해진 지점으로 이동했다.
끼악끼악.
펭귄 왕자 뒤엔 웬만한 성인 못지않게 덩치를 자랑하는 펭귄들이 따라가고 있었다.
독도는 골렘들과 함께 가버렸다. 골렘들의 행동이 워낙 기민하기 때문에 언제 데리고 갔는지 어느새 사라졌다.
"후우, 숨겨진 직업을 가진 것들은 하나같이 왜 이리도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강토는 범려를 비롯해 그동안 만난 숨겨진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그들만의 개성과 동시에 혼자서도 작은 길드 하나쯤은 통째로 없애버릴 정도의 힘과 지혜를 가진 점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숨겨진 직업, 숨겨진 직업 외치는 건가."
나름대로 전사라는 직업에 애착과 관심을 가졌지만, 숨겨진 직업을 가진 이들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전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밋밋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나도 하나 찾아야지, 원."
강토는 알게 모르게 질투가 생겼는지, 아니면 푸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숨겨진 직업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 * *
한편, 천상제 길드에서는 우산 길드가 자리 잡고 있는 거점의 남쪽으로 은밀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이쪽 길이 확실하지?"
"물론이지. 내가 창공의 페이셔에서 보내온 시간이 있는데 길 하나를 모를까."
"확실히."
천상제 길드원들이 우산 길드의 거점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동안 멀리서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벌써 밤손님이 찾아오다니, 너무 빠르잖아."
그건 바로 독도였다. 골렘들을 자신만의 아공간으로 집어넣고 혼자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빨리 천상제 길드에서 찾아온 것이다.
"모두 조심해. 정보에 의하면 우산 길드에는 숨겨진 직업을 가진 녀석이 최근에 영입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자칫했다가는 우리의 행적이 들킬 염려가 있다."
이번 우산 길드를 급습하기 위해 조직된 야간 투입 전투조가 조장의 이야기를 듣고
'설마 그럴까?'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우산같이 거대 길드에서 그런 사람 하나 없는 것도 이상했다.
"다들 서둘러라.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어딜 가려고?"
갑자기 독도가 툭 하고 튀어나오더니 천상제 길드원들을 향해 외쳤다.
"우산 길드 녀석이냐?"
"그렇다면 어떻게 할래?"
"쳐라!"
조장이 길게 이야기하지도 않고 바로 녀석을 향해 공격 명령을 내렸고, 독도가 오른손을 휘휘 젓자 그 손이 쑥 하고 사라지면서 이내 아공간이 열렸다.
"나와라! 나의 골렘들이여!"
골렘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크기 2.2미터의 20기의 골렘들이었다.
"숨겨진 직업!"
"빙고!"
조장은 아직 야간 기습을 시도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숨겨진 직업을 가진 인물이 나타나자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이렇게 된 이상 여기서 녀석을 무찌르고 전진한다."
"누가 누굴 무찌른다는 건지."
독도는 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몬스터도 물리쳐 봤고, 게임하면서 50명과 동시에 싸워보기도 했다.
"3분! 그 안에 너희들을 끝장내주마!"
조장은 독도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로지 저 골렘들의 방어벽을 뚫고 독도의 몸에 검을 꽂는 것만 생각했다.
"사람 말을 먹는 거냐! 잘근잘근 씹어 먹게!"
독도는 상대를 도발하려는 생각에 3분이라고 말했는데 저쪽에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아 오히려 화를 냈다.
"칫! 골렘들아, 다 죽여라!"
독도의 한마디로 골렘들의 두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번뜩이더니 일제히 적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골렘들을 부숴버려!"
"하하하! 부술 수 있으면 부숴봐!"
독도는 해볼 테면 해보란 식으로 입을 열었고 어느새 손에는 지휘봉 하나를 들고 있었다.
"지옥의 연주를 시작하자!"
독도는 지휘봉을 흔들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지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은 골렘들이었다.
골렘들은 독도의 손놀림에 완벽하게 박자를 맞추며 철통같은 방어와 서릿발 날리는 공격을 펼쳤다.
"크윽!"
천상제 길드원들은 숨겨진 직업의 위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속으로 연방 욕을 해대면서 골렘들의 방어벽을 뚫어버리려고 했지만 골렘들의 기민한 움직임에 완전히 봉쇄되었다.
"후후후!"
독도가 사악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계속 지휘봉을 흔들자 골렘들의 공세는 살기 짙은 죽음의 기운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퍽!
골렘의 맹렬한 공격에 죽어나가는 것은 천상제 길드원들이었다.
"마지막이다."
독도의 한마디에 골렘들의 두 주먹에는 강렬한 빛이 맺히더니 그대로 적들을 향해 내질렀다. 그리고 잠시 후 요란한 폭음이 들리면서 주변을 모두 휩쓸었다.
"다 죽었군."
천상제 길드의 첫 번째 기습 공격은 독도의 손에 의해서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실패로 인해서 이들은 공격을 끝낸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다.
* * *
이후로 각 길드와 연합의 수장들은 대대적인 외교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자신들과 함께 이 전투에 참여하고 승리할 수 있는 길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외교를 시작하자 제일 큰 반응을 보인 것은 여러 작은 중소 길드들이었다. 거대 길드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는데 아천 연합 쪽에서 대거 중소 길드들을 끌어들였다.
이 중소 길드들이 아천 연합에 몰려든 이유는 하나뿐이다.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이곳에 거점을 마련하도록 도와주겠다고 선포했기 때문이다.
"이런, 겨우 선포에 넘어가다니. 군중심리를 이용한 건가?"
범려는 아천 연합이 군중심리를 이용해 이들을 환호하게 만들었기에 연합 길드의 존재가 좋게만 보이지 않았다.
"아천 연합이 이 전쟁에 승리하면 안면을 바꾸고 둘이서 가장 핵심적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지역을 차지하겠지."
우리가 흔히 말해 알짜배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은 발드르 도시와 청강의 도시, 이 두 곳뿐이다. 나머지 지역들은 있으나 마나 하거나 정말 별 볼일 없는 곳이다.
"다른 길드들이 이 사정을 알면 어떻게 될까?"
즉각 길드 연합은 붕괴될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전쟁 중. 그런 사실을 알리는 것은 아천 연합을 이용하려는 범려에게는 좋지 않은 방법이다.
"그냥 내버려 두는 쪽이 나에게는 이득이군."
아천 연합이 힘을 키우자 우산 길드의 흑검은 아천 연합에게 일시적 휴전을 제안했다.
그로 인해 두 길드 간에 전투가 사라졌다. 그래도 동맹을 맺은 것이 아니기에 언제든지 휴전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인님, 새로운 소식입니다."
"그래, 이리 줘봐."
범려는 그레이 캐슬을 창공의 페이셔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기시켜 놓았다.
성을 대기시켜 놓은 그 장소는 페이셔 지역 근처에 있는 구름 속이기 때문에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디 보자.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정보가 뭐냐."
범려는 루이가 들고 온 정보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이들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조금이나마 승기를 잡아가는 쪽은 우산 길드였다.
"숨겨진 직업을 가진 두 유저들을 잘 다루고 있군."
범려는 이 두 유저를 다루는 우산 길드의 간부들이 대단해 보였다.
특히 흑검은 누군가를 포섭해서 자신의 아래에 두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전략을 세우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휴전협정까지는 좋았는데 공동전선을 펼치지는 않는군."
아천 연합과 우산 길드는 휴전까지만 좋았고 다른 부분은 범려의 마음에 그리 들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면 어떻게 될 것 같기도 한데… 한 번 그러면 아천 연합을 도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내 성격상 반드시 이겨야 하고……."
우산이 밉지만 그렇다고 아천 연합에 마음이 끌리는 것도 아니다.
"아니야, 그냥 내버려 두자. 참여하면 나중에 이것들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서 전쟁 터지는 수가 있어. 그런 불편함을 직접 겪는 일은 피해야지."
범려는 여기서 발을 뺐지만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정보를 한두 개 정도는 줘야 뭔가 길이 열리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범려는 바로 천마에게 귓속말을 집어넣었다.
"안녕하세요."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범려 님 아니십니까.]
천마는 범려가 귓속말을 했다는 소식에 유난히 좋아했다. 『판게아 월드』 안에서는 연예인 수준의 인기를 자랑하는 범려가 아닌가.
"다름이 아니라 전쟁이 상당히 재미있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이렇게 귓속말을 하게 됐습니다."
[재미있게 흘러가다니요. 아직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닌데…….]
"그래서 아천 연합에 조금이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 그게 무엇입니까?]
천마가 귓속말로 상당히 다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하자 범려는 소리 없이 웃었다.
"다른 게 아니라 천상제 길드의 병력 배치도를 우연치 않게 얻어서 그러는데……."
범려가 말끝을 흐리자 천마는 더욱더 다급해졌다.
[벼, 병력 배치도!]
각 길드들이 창공의 페이셔 전 지역을 전쟁터로 삼아서 각 길드의 길드원들이 넓게 배치되어 있고 전투가 벌어지면 후방에 있는 지원군들이 앞으로 와서 싸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병력 배치도는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정보이다.
[당장 만나지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여기는 말이지요……."
범려가 자신이 있는 위치를 알려 주자 천마는 혼자서 그 지도를 얻으려고 부리나케 달려왔다.
"허억, 허억! 범려 님!"
"여기입니다."
얼마나 빨리 왔는지 천마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범려에게 다가왔다.
"범려 님, 병력 배치도를……."
천마는 마음이 너무 급한 나머지 다짜고짜 손을 내밀면서 병력 배치도를 요구했다.
"여기 있습니다."
범려는 배치도를 넘겨주고는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혹 나중에 저희에게 부탁하실 일이 있다면 말씀만 해주십시오. 반드시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길드 마스터의 이름을 걸고 약속합니다."
"그럼 차후에 부탁할 일이 있으면 찾아가지요."
"언제든지 오십시오."
천마는 기쁜 마음으로 대답을 하고는 천상제 길드의 병력 배치도를 가지고 가버렸다.
"이걸로 아천 연합이 천상제 길드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겠군."
병력 배치도를 가지고 길드로 돌아온 천마는 당장 아렌 길드의 아렌을 급하게 찾았다.
"아렌!"
"무슨 일이야?"
천마는 아렌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전황을 한 번에 뒤엎어버릴 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왔다."
"무슨 헛……."
아렌이 큰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천마는 다급하게 그의 입을 막으면서 다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엄청난 정보를 입수해왔어. 잘 봐. 천상제 길드의 병력 배치도야."
"뭐! 읍!"
"쉬잇!"
천마가 다시 한 번 아렌의 입을 막으면서 인상을 썼다.
"내가 말했지, 조용히 하라고."
천마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차마 그러지 못해 인상만 썼다.
"병력 배치도라는 것 좀 보자."
아렌은 차분하면서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비밀리에 얻어온 거야."
천마가 펼친 병력 배치도는 아주 상세하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 배치도는 루이가 쥐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얻어온 정보다. 그 내용이 자세하게 적혀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진짜 상세한 배치도야. 하지만 이게 진짜인지는 확인을 해봐야 알겠는데."
아렌은 이것이 잘못된 정보일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그럼 날 못 믿겠다는 거야?"
"아니, 난 널 믿어. 하지만 이 정보가 어디를 통해 건너온 건지는 믿을 수 없으니 확인을 해야겠다."
"좋아. 그러지."
천마는 해골 제작자인 범려가 준 정보를 믿었지만 아렌의 말대로 정보 입수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부분은 인정을 했다.
"길드에 있는 암살자들에게 시켜 보겠다."
"그렇게 해라."
아렌은 길드에 있는 암살자를 부르더니 병력 배치도를 주면서 확인하고 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암살자가 조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확인한 결과는 어떤가?"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진품이군."
천상제 길드의 병력 배치도가 진짜임을 확인되고 둘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당장 다른 길드원들에게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연락은 다 한 후 두 사람은 길드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서로 머리를 맞대며 이 병력 배치도를 토대로 철저한 작전을 구상해나갔다.
길드원들은 갑작스런 호출에 어리둥절했지만 마스터들이 천상제 길드를 향해 대대적인 기습 작전을 펼친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습 작전이라고?"
길드 랭킹 2위인 천상제 길드를 상대로 기습 작전은 쉽게 통할 수가 없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할 수 있을까?"
"글쎄, 아무리 우리가 길드를 연합했다고는 하지만……."
다들 긴가민가하면서도 길드 수장들이 이런 상황에 헛소리를 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작전을 계획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다들 각 조별로 지도를 나눠줄 테니 거기에 그려진 루트대로 이동해서 전투를 벌여라."
"예에."
길드원들은 각 팀원들과 함께 지도를 보면서 자기들끼리 또 거기에 맞는 계획을 세웠다.
"작전 시작 지점까지는 현재 게임 시간으로 2시에 모이고 그로부터 정확히 3분 뒤에 작전을 실행하라."
생각보다 간단한 전달 사항이었다. 지도에 그려진 대로 움직이고 전투를 벌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들 건투를 빈다."
* * *
아천 연합이 이렇게 기습 작전을 실행하고 있을 때 천상제 길드 쪽에서는 새롭게 병력을 구성하고 있었다.
"이쪽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
이 병력 구성도를 짜는 일은 길드 마스터가 아닌 길드의 간부들이 머리를 모아서 짜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안 끝났냐?"
천상제 길드 마스터인 옥제는 간부들이 하고 있는 병력 배치도를 보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이고, 난 저런 거 봐도 모르겠던데."
"마스터, 공부 좀 하지."
간부들은 옥제를 향해 대놓고 공부 좀 하라면서 시비를 걸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식한 길드 마스터 때문에 간부들이 고생하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럼 모르는 걸 어떻게 해."
"그러니까 공부 좀 하라고, 이 무식한 인간아!"
간부들은 옥제가 제발 좀 공부를 했으면 하는 소원이 있다.
분명 옥제는 길드 마스터로서 카리스마가 흘러넘치다 못해 주체가 안 된다. 하지만 신이 얼마나 공평한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 바로 그 카리스마에 비례하여 머리가 나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가 우리 마스터 때문에 못산다."
지금의 천상제 길드가 어떻게 2위로 올랐냐 하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이 무식한 길드 마스터가 가는 곳마다 싸움을 벌이고 다니다 보니, 여기서 필연적으로 간부들이 그 뒤치다꺼리를 하고 싸움에 패한 이들을 흡수하는 식으로 활동했다.
이런 일이 반복된 결과 지금의 길드 랭킹 2위의 천상제 길드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무식한 인간을 마스터라고!"
간부들은 분노 어린 울부짖음을 하면서도 새로운 병력 배치도를 작성하기 바빴다.
간부들의 모든 신경이 새로운 병력 배치도를 향해 쏟아진 사이 최전선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은밀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컥!"
"아니, 적… 컥!"
얼마나 은밀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펼치는지 아천 연합은 순식간에 천상제 길드원들을 처리하면서 앞으로 나갔다.
처음은 이렇게 당했지만 천상제 길드가 호락호락하게 당할 만큼 녹록한 길드가 아니다.
"크윽, 내가 죽어도……."
천상제 길드원은 자신이 죽어가면서 적이 왔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주변에 있던 길드원들이 그걸 보고 뒤따라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마스터! 적의 기습입니다!"
"뭐! 기습? 누가 쳐들어왔는데?"
"아천 연합입니다."
"이 잡것들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당장 길드원들을 후퇴시키고 간부들은 나가서 각자 정해진 위치로 가라!"
"예! 마스터!"
길드에 위기가 닥치자 길드 마스터인 옥제는 단숨에 간부들에게 명령을 내려 전선을 뛰어들게 만들었다.
이럴 때 보면 과연 이 사람이 병력 배치도를 보면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인간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천상제 길드의 단합력은 참으로 대단했다. 괜히 길드 랭킹 2위가 아니었다.
"역시 천상제 길드! 이렇게 되면 힘을 한곳으로 모아야겠지."
"물론이지."
아렌과 천마는 간부들에게 명령을 내려 병력들을 후퇴시키고 재정비하도록 했다.
"연합 놈들이 물러간다!"
천상제 길드원들은 아천 연합이 쉽게 물러나자 당장이라도 뒤쫓아 공격하고 싶었지만 길드 간부들이 그들을 진정시켰다.
"어라? 천상제 길드가 안 쫓아오네."
천마는 이 계획이 실패와 성공에 관계없이 천상제 길드의 거센 저항, 혹은 추격을 생각했지만 그들은 의외로 쫓아오지 않았다.
"음, 아무래도 녀석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나 보군."
아렌이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한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싸움을 멈출 이유가 없잖아."
천마는 당장이라도 병력을 이끌고 공격을 명령하고 싶었다.
"좋아. 녀석들이 전열을 재정비하면 귀찮아지니 한 번 더 두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렌이 공격에 동의하자 연합은 병력을 이끌고 2차 공격을 감행했다.
"적들이 다시 온다!"
"숫자가 많아. 전면전을 벌이자는 속셈이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옥제는 상대가 전면전을 원하면 자신도 똑같은 방법으로 되갚아줄 요량이다.
"병사들이여, 적이 쳐들어온다! 우리도 맞서 싸우자!"
"와아!"
옥제가 앞으로 나서면서 아천 연합을 향해 소리치자 병사들도 똑같이 소리를 지르며 나섰고, 하늘에서는 해골 용을 타고 그걸 보면서 즐거워하는 이가 있었다.
"이거 완전 전쟁 영화네."
바로 범려였다.
범려는 천마가 병력 배치도를 받는 순간 바로 작전을 시행하기 위해 움직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주변을 천천히 배회해라. 바람이 너무 차다."
"예, 장군님. 알겠습니다."
해골 용을 타면서 전투 상황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던 범려는 저 아래에 보이는 마법과 검이 난무하는 짜릿한 승부에 너무나 재미있어 했다.
"역시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은 싸움 구경이야."
이날 하루 전투는 상당히 치열하다 못해 처절할 정도로 엄청난 전투가 벌어졌다.
양쪽 다 살아서 돌아간 유저들은 얼마 없었고, 대부분은 전투가 벌어지면서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크윽! 이런 결과를 가져오다니."
옥제는 설마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길드가 이렇게 여지없이 깨질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우리가 정면으로 붙으면 이길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옥제님. 놈들이 전부 다 끌고 와서 공격을 해올 줄이야."
"그렇지. 아천 연합의 인원이 우리보다는 많기는 많았지."
현재 아천 연합은 인원수만 따진다면 거대 길드 3개 정도를 합쳐 놓은 수준이다.
천상제 길드는 아천 연합에 비해 숫자가 적지만 길드원의 질적인 면에서는 그들보다 훨씬 위에 있어서 아천 연합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한동안은 우리와 싸움이 없을 거야."
천상제 길드는 아천 연합이 힘을 다시 회복하기 전까지 며칠 걸릴 거라 예상했다.
문제는 그것보다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우산 길드였다.
그날 밤 우산 길드는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었지만, 천상제 길드와 아천 연합이 크게 전투를 벌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흑검 형님, 지금이 기회입니다."
"당장 길드원들을 소집해라."
흑검은 지금 이 순간에 천상제 길드를 공격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거라 여겼다.
우산 길드와 양산 길드원들이 모이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흑검 형님, 길드원 전원 다 모였습니다."
"좋아. 그럼 당장 천상제 길드가 있는 곳으로 가자."
그 많은 병력들이 천상제 길드가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몰려가자 천상제 길드가 발칵 뒤집혔다.
"길드원들의 부활 상태는 어때?"
"전원 부활을 한 상태지만 다들 포션이나 기타 소모품 준비가 미흡합니다."
"길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써서라도 보충해줘라. 어서!"
옥제는 다급하게 길드의 자금을 풀어서 길드원들의 포션 및 기타 소모품들을 모두 지급해주었다.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까……"
옥제와 길드의 간부들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
"하필 이럴 때."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 것은 길드원들이 옥제를 굳게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하루만이라도 늦게 쳐들어왔으면 그나마 대응하는 데 문제가 없겠는데……."
그놈의 시간이 원수였다.
같은 시각 범려는 루이에게서 현재의 진행 상황을 끊임없이 보고받았다.
"아, 이놈의 우산 길드! 하필이면 이때 공격을 하냐. 뭐, 같은 지역에 있으니 충분히 기회를 볼 만도 하겠지."
범려는 자신이 이번 전투에 끼어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게 모르게 고민을 했다.
만약 전투에 끼어든다고 해도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하아, 이대로 가면 우산이 유리해지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렇다고 천상제 길드를 살려 줄 수도 없고 난감하네."
사실 천상제 길드는 범려의 계획에서 길드가 해체되든 존속되든 상관은 없다. 하지만 우산 길드의 손에 천상제 길드가 무너지는 것을 찬성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 일단 도와주자. 전투가 벌어질 때 가볍게 범위 마법을 몇 번 사용하고 도망치면 되니까."
마법 좀 날려 준다고 해서 전투가 크게 휘청거리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우산 길드에게 약간의 페널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음, 그래. 이번 전투에서 우산 길드에게 페널티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범려가 생각해봐도 약간의 페널티는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법사들과 대마법사들만 나를 따라와라."
범려는 확실하게 녀석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마법사들만 데리고 은밀히 천상제 길드 근처에서 대기했다.
"어서 오너라, 우산 길드! 내가 너희들에게 가벼운 페널티를 선사해주마."
그렇지 않아도 범려가 올려놓은 비매너 유저들의 정체가 슬슬 밝혀질 때가 되었다.
비매너 유저들의 정체가 밝혀질 때 우산은 패배의 쓴맛을 봐야 한다. 그래야 길드 이미지를 추락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