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49)

 모든것은 인과율...

2210년. 나기와의 전쟁이 끝난지 7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과거와 같으면 아득히 먼 과거 의 일이 되어 버렸겠지만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약200년으로 늘어난 지금은 아 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1세대여서 전쟁의 여파는 아직 사회 곳곳에 남아있었다.(수명의 한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뮬레이션의 결과로는 육체적으로는 약 600-700년을 살아 갈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300년이 한계라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직 초기 유전자 조작으로부터 약120년 밖에는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 지만 대체적으로 보통사람의 정신적 한계인 200년을 평균수명으로 삼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지구의 황폐화였다. 나기인의 우주에서의 폭격도 문제이지만 수 천년에 걸쳐서 인류가 파괴한 자연은 거의 사망 직전에 이르렀다. 또한 나기와의 전투에서 소모한 자원의 문제도 심각한 문제였다. 물론 어마어마한 함대건조 등에 필요한 물자는 대부분 태양계 밖 의 운석이나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 또는 토성의 고리에서 채취 한 자원으로 충당한다지만 지구에서도 적지 않은 자원이 쓰여졌다.

따라서 정부는 지구를 회복하기 위해 적은 수의 관광도시와 공항 , 악간의 군 기지를 뺀 모 든 인류를 우주로 강제 이주시켰다. 따라서 현재 인류는 상당수 개조한 화성과 달, 그리고 그 중간 궤도에 만든 인공 행성. 그리고 소수의, 나기로부터 얻은 영토에서 살아가고 있었 다. 특히 달은 지구를 잊지 못하는 나이 드신 분들과 함께 지구군의 사령부가 존재함으로 행 정 중심인 화성과 함께 태양계의 주요한 거점이 되어졌다.

그 달에서 지금 군 최상층들이 비밀스럽게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있었다.

"방금 첩보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장소는 달 사령부에서 지하 깊숙이 존재하는, 과거 원형 경기장 모습처럼 천장이 막혀 있는 반구의 광장이었다. 총 100석이 존재하는 광장은 동서남북으로 4등분하여 자리가 구 분되어 있었고 각 부위마다 다른 위치의 좌석보다 조금 높은 위치의 좌석이 존재하여 그 구 역을 대표하는 자리임을 나타냈다. 총100석의 자리는 빈틈없이 꽉 차여져있으나 반구 정 중 앙에서 홀로그램으로 보고를 하는 이의 목소리 외에는 어떠한 소음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는 회의장은 알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만 흐르고 있었다.

그중 동쪽 상석에 앉은 검은색 제복을 입은 노인이 침묵을 해치며 나직이 말했다.

"그래 일전에 보고한 병력들은 어디로 향하고있나?"

"그것이......"

"........여기 분들은 모두 바쁜 분들이시다. 속히 말해라!!"

상당히 짜증이 난다는 듯 남쪽의 상석에 앉아 있는 붉은색 제복을 입은 젊은이로 보이는 인 물이 말하였다.

높으신 분의 호통을 듣자 홀로그램 안의 남성은 긴장한 듯 목을 가다듬고 글을 읽기 시작했 다. 높으신 분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 책임을 떠넘긴 상관에게 속으로 욕을 해 주면서 말이다.

"첩보부에서 온 연락을 보면 일전에 보고한 병력은 상당한 대병력으로 지금 전선에서 크게 우회하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여기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는데 처음 예측은 양동작전나 독립부대로써 아군의 후미를 치기 위함으로 예측하였으나 그들의 예측 항로를 보니 전선과 는 전혀 상관없는 지역으로 향하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 상관없다는 지역은 어디인가"

맨 처음 침묵을 깬 동쪽 상석의 자리에 앉아았던 노인이 물었다.

"그것이.. 아군 지역임에는 확실하지만 그들이 향하는 지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지역도 아 니고 지구에 있어서도 특별히 의미를 두고있지 않은 거의 쓸모 없는 지역으로....".

"그래서 어디란 말이나가!!"

홀로그램의 남자의 말이 길어지자 참지 못하고 탁자를 치면서 동쪽 상석에 앉아있던 노인이 소리쳤다. 비로소 홀로그램안의 남자가 회의실에서 흐르는 분위기를 알아챘다.

그것은 초조함이었다.

'젠장'

자신의 진급은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이따위 하찮은 보고에 관심을 내 는 눈앞의 인물들을 욕하면서 원하는 대답을 말했다.

"B-13 -678지역입니다."

"....."

"....."

"...............큰일이군... 망할 데라놈들... 어찌 알았는지?"

동쪽 상석의 노인이 한탄하듯 소리냈다.

노인은 홀로그램의 인물을 손을 흔들어 퇴장시킨 후 깍지를 낀 손을 턱에 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데라-

상위종족 바로 아래 계급인 자유종족 중에서도 손꼽히는 종족으로, 과거 나기가 지구에서 철수해서 지구로 하여금 반격의 시간을 벌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또한 지구인과 나기와의 싸움에서 상당한 군사, 기술지원으로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여기까지만 하면 지구입장으로써는 매우 감사한 종족으로 천년만년 친하게 진해야 할 종족이었다. 허나 속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어차피 나기와 데라의 싸움도 지구와는 상관없는 둘끼리의 자원분쟁으로 시작된 싸움이었다. 단지 시간이 우연이 맞아떨어진 사건으로 그때 당시 데라는 지구의 존재여부조차 관심 없었다, 또한 데라의 전쟁에서 승리한 나기가 남은 병력을 모아 단번에 지구를 처리하려는 욕심에 (따로 지구를 처리하기 위해 병력을 모으는 것 보다 현재 종전 후 남아있는 함을 해산하지 않고 지구로 전진하는 것이 싸게 먹힘) 사후처리를 소홀히 하여 나기와 지구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나기와의 전쟁에서 지고도 전쟁의 목표였던 자원을 차지할 수 있었다(지구와 나기의 전쟁 막바지에..) 군사기술지원도 지구가 불상해서나 지구의 분전에 감동해서가 아닌 나기의 힘을 조금이라도 더 소모시키기 위한 작전이었다. 사실 데라도 지구가 승리하리라고는 처음부터 예상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전 종족의 예상을 깨며 지구가 승리한데서 발생하였다. 승리한 지구측에 은근히 데라가 압박을 한 것이었다. 너희의 시간을 벌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든지(자원을 목표로 한 전쟁인 주제에..) 우리가 지원한 기술에 의해 승리할 수 있었다든지 하는 말로 지구가 차지해야할 나기의 영토를 야금야금 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 지구는 무슨 속셈이 깔려있던 도움은 도움이기에 상당부분을 양보하였다. 그러자 데라는 지구측이 자신들의 무력에 겁먹은 것으로 착각하고는 지구측과 협상한 내용을 무시하고 나기의 영토를 전부 차지하고 전 종족에게 나기의 영토가 자신들의 소유가 되었음을 선포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물론 지구측은 발칵 뒤집어졌다. 지구의 영토는 변방끝자락에 존재하였다. 따라서 지구가 더욱 발전하여 중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또한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나기의 영토를 차지하여야만 하였다. 따라서 지구는 데라에게 처음 협상한 내용을 지킬 것을 전하였고 물론 지구측을 깔보던 데라는 무시해 버렸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지구는 데라에 선전포고를 한 후 밀고 당기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

무거운 침묵이 숨막히는 정적을 불러왔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상석의 남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서쪽의 하얀색 제복을 입은 뚱뚱한 이가 말했다.

"어찌 보면 좋은 일 일 수도 있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동쪽에 앉아있던 인물들이 모두 일어서며 큰소리를 내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그 장소에는 그분들 중 한 분이 계신다는 것을 잊었나!"

"그분을 버리려는 것인가?!!"

"지금 그 말뜻은 무엇이요??!!"

분노의 함성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동쪽 상석의 노인이 한 팔을 들어 주위를 진정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방금 그대가 말한 뜻은 무엇인가?"

차분하고 조용히 말하지만 그의 말에서는 조용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 살기가 퍼지자 흥분하며 떠들던 사람들이 침묵했다. 그의 살기에서는 대답여부에 따라 살인도 불사하겠다는 뜻이 똑똑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살기를 받는 서쪽 상석의 인물은 느긋한 포즈로 담배하나를 피우면서 말했다.

"언제까지 우리가 그분들에게 끌려 다녀야 하는가 생각해 보았네.. 우리는 군부의 우두머리들이네. 아무리 그분들이 우리의 은인이라 해도 이제는 우리 뜻을 따라야하지 않겠는가?"

잠시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그의 말의 숨은 뜻보다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입을 여는 서쪽 상석의 남자의 의도 때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