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49)

 모든것은 인과율...

달 통합사령부를 출발한 수송선 '헤르메스'는 곧 빠른 속도로 가속하기 시작하였다. 루미나는 지루한지 연신 하품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장 2090m, 총 수송병력이 3000명에 수송물자만 40만t에 이르는 무지막지한 이 수송함에는 지금 단 둘... 달 통합사령부에서 연신 깨진 뒤 감봉을 생각한 둘의 예상을 깨버리고, 예정에도 없는 승진과 함께 쫓기듯 기록형 통신기 하나 달랑 들고 탑승한 루미나와 그녀의 뒤처리에 항상 고생하는 키네라 단 둘이었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배의 가장 중심부였다. 과거 뱃머리나 함상 위에 조종석이 존재하였으나 생존성의 문제로 배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게 되었다. 전체적인 공간은 게기판도 보이지 않은 황량한 모습이었다. 정면의 거대한 스크린을 중심으로 좌석은 전체 6석으로 맨 앞의 두 개의 좌석을 중심으로 좌우 두 개씩의 좌석이 있는 형태였다. 모든 조종은 좌석에 배치된 반원의 구체를 스틱처럼 조정하며, 조종시 조종사의 머리부분에서 머리를 감싸는 듯한 홀로그램 정보 창이 떠서 보다 손쉽게 조종하는, 개인으로도 함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이상해..이상해.. 정말 이상해"

하품을 하면서 시간을 죽이는 루미나에 비해 키네라는 정신 없이 홀로그램을 보면서 정보검색을 하며 연신 '이상해'를 반복하고있다. 마침 지루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한 루미나에게는 단비 같은 대사였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슬쩍 홀로그램을 보니 창에는 지구 통합군의 각각의 부대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었다.

"없어... 이런 말도 안 돼.."

"..뭐가 없다는 거여?"

"이런...말도 안 되는.."

자신의 말에 대꾸도 안하고 연신 딴소리를 하는 키네라가 미웠는지 루미나는 키네라 뒤로 돌아가 볼을 잡아당기며 약간의 살기를 띄우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까부터 하는 행동을 설명 좀 했으면 좋겠는데? 해줄꺼지? 그렇지 키네라?"

"알라아라써엉 말하알 하러니까 이꺼저 노아아줘"

볼을 잡아 당겨서 엉성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키네라의 대답에 만족했는지 루미나는 잡고 있던 볼을 놓아주고 자기 자리에 앉았다. 기네라는 잡아당겨진 볼이 아픈지 연신 볼을 비비면서 입을 삐죽거리며 내밀었다.

"뭐가 알고 싶은 거야?"

여기에서 루미나는 한순간 이성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지금 아쉬운 것은 자신.. 가까스로 이성을 회복하고 말했다.

"도대체 아까부터 이상해, 이상해를 연발하는데 도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아하~ 그거? 이것 좀 봐봐 루미나"

"아까 그거잖아, 지구 통합군의 군 배치도!!"

홀로그램에 나타난 것은 역시 아까 전의 군 배치도.. 화성에서 행정직을 하면서 지겹게 보았던 자료였다.

"으이... 자세히 좀 봐봐 뭐가 이상하지 않아?"

'똑같은데 뭘 봐?' 라는 말이 목에서 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루미나는 자료를 다시 한번 자세히,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살펴 보았다. 지구군의 군 병력이 워낙 많아서 부대 배치도만 보는데도 거의 30분 이상이 걸렸다.

역시나 이었다. 똑같았다. 며칠 전 본 정보와 한치도 틀리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지만.. 부대 배치도가 변한다는 것은 인사이동이나 최소한 국지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 들어서는 그런 정보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똑같네.. 너같이 이상해를 연발할 정도의 이상한 점은 없는데?"

"....휴~~"

루미나의 말에 키네라는 그러면 그렇지 라는 듯한 깊은 한숨을 쉬며(이 부분에서 루미나의 이마에 혈관 마크 하나^^) 홀로그램 창에서 부대 이름만을 모았다.

"봐봐 없지?"

".....좀 쉽게 말하지 그래?"

"이이그!! 봐봐 우리가 가는 곳에는 군대가 없는 지역으로 나온다고!!. 더 이상한 것은 제 104군단 '침묵하는 지옥' 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군대야! 더군다나 104군단이라는 것은 지구 군이 군 편성할 때부터 존재하지 않은 번호라고........"

키네라의 말에 놀라 다시 한번 홀로그램 창을 본 루미나는 키네라를 보았다.

"......"

"......."

잠시의 침묵 속에 둘은 서로 처다 보았다. 마치 서로 빨리 답을 내 놓으라는 듯...

"...잠시 정리 좀 하자... 그럼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없는 지역에 가고있다는 거야 지금!? "

키네라의 말에 루미나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루미나는 제일 무서운 것이 귀신이었다. 어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인데, 라마 리 루미나의 종족인 '아돈족'에는 귀신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원흉은 장난기 많은 루미나의 아버지인 라마 누 바르소가 문제였다.. 각설하고 루미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닐 꺼야.. 생..생각해 봐. 지금 우리에게는 수송선이 100척이 넘어.. 또 최신의 무인 호위함이 30척이야.. 대부분의 군단이 그렇듯이 각 군단은 함 건조선과 자원 채취선 등이 있어서 배나 무기 등은 자급자족이야.. 필요한 것이라도 기껏해야 소량의 생필품 정도라고.... 그런데 이 대량의 수송송이라는 것은.... 단 두 가지야! 첫째는 보급을 받는 부대가 소규모라서 함 건조선등이 없어서 보급을 받는다, 라는 것인데 말이 안되는 소리.. 대부분 그런 소규모 부대는 주위에 대규모의 군단에 소속되어있으니 첫째는 제외"

"어째서? 군대는 주둔해야하지만 전략적 가치가 적은 곳은 소규모 부대를 배치하는 것이 낳지 않나?"

"아니야.. 만약 그런 곳이 있다면 군사령부는 그 지역에다 하나의 군단을 배치할걸? 이런 식의 수송보다 그편이 싸게 먹히니깐.. 우주전의 극심한 소모전에서 시간이 걸리는 수송보다는 차라리 처음 돈이 들더러도 군단을 배치하는 것이 싸게 먹히지. 전략적으로도 낳지.. 수송이 필요하다는 것은 주위에 군단이 없다는 소리인데 전략적 가치가 적다하더라도 그런 큰 구멍을 안전에 관하여서는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령부가 남겨두겠어?"

"음.. 그건 그렇고 둘째는?"

"둘째는 군단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물건이라는 것이지."

"자급자족하는 군단이 생산하지 않은 물건이라.. 그렇다는 것은 아마 신무기겠지? 생필품이라고는 너무 많고"

"그렇지.. 신무기 또는 그 제조에 필요한 설비겠지. 그렇다는 것은 이 수송선 100척의 가치는??"

"아마 작은 유인 행성 1개의 가지정도 아닐까? 지구의 신무기들은 기상천외한 무기들이 많아서 각 종족들이 탐내니깐.."

"그렇지. 그런 가치를 지닌 함들을 짠 돌이 군사령부가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보내는 행정적 실수를 할 것 같아?"

"오오~~"

루미나의 놀라운 변신에 키네라는 감탄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키네라는 알고있었다. 루미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알고있기 때문에 저런 놀라운 변신이 오로지 무서움을 논리적으로 생각해 극복하려는 처절한 노력이라는 것을.. ㅡ.ㅡ "..그렇다는 것은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가고있다는 말?"

"그렇겠지 아마 군사령부가 꼭꼭 숨겨둔 전쟁의 막판에 승부를 가르는 비장의 군대!!뭐 이런 식이 아닐까?"

키네라의 말에 루미나는 한 손은 허리에 놓고 한 손을 허공을 가리키는 포즈까지 취하며 말했다. 어느새 무서움이 가셨는지 제법 쾌활한 목소리였다.

"결론은 가봐야 한다는 것이군."

"뭐...그렇지"

'잉! 포즈까지 취했는데..'

열성적인 율동에도 무덤덤한 키네라의 대답에 기운이 빠지는 루미나였다.

 15일 후 『단거리 도약성공』 『보호 캡슐의 해제』 『루미나 중위님(소위에서 104군단으로 전속되면서 진급했다), 키네라 소위님(같이 진급) 단거리 도약에 성공하였습니다. 좌표에 명시된 지점까지 앞으로 20분 남았습니다』 깊은 잠에 빠져 자고있는 키네라의 귀에 이 수송선의 전자 뇌인 쿠닉(루미나가 지었다)의 안내 방송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

무거운 눈을 간신히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보호 캡슐의 천장이었다. 키네라는 흐느적거리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서 보호 캡슐의 문을 열었다.

"윽... 이놈의 수송선은 토종 지구인만을 위해서 만든 것이 분명해.. 으~~ 돌아가면 노조에 꼭 이의 신청할 꺼야!!"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루미나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들으며 키네라는 속으로 '나도' 라고 한마디 해주고 기운을 간신히 차려 옷을 입기 시작했다.

타 종족보다 훨씬 몸이 튼튼한 지구인은 보호 캡슐이 없어도 상관없을 정도의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둘에게는 과학이 점점 발달하면서 쇠퇴하는 육체를 지닌 타 종족에 비해 지구인의 팔팔한 육체는 상당히 부러운 점이 아닐 수 없었다. 루미나와 키네라가 타던 함은 대부분 초 거대함으로써 도약에 대한 충격흡수가 거의 100%에 이르는 함이었지만 지금 타는 수송성은 설계부터 탑승자의 충격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니(지구인들은 도약 중에도 보호캡슐 없이 팔팔하게 잘만 돌아다닌다) 이런 허약한(?) 불평도 어느 정도 수궁이 가는 편이다.

"끄으으으으응"

시원스럽게 기지개를 킨 기네라가 좌석에 앉아 좌표를 확인하는 동안 루미나는 조그마한 상자 두 개를 꺼내 하나는 키네라에게 주고 또 하나는 자신의 무릎에 놓고 포장을 뜯었다.

상자의 표면에는 'ration' 이라는 영문과 그 밑에 조그만 아돈족전용 이라는 글자가 써있었다. 물론 알약 하나로 때울 수도 있지만 급박한 전시가 아니면 대부분의 종족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미각부분은 조금 다르지만...

"찌익!"

포장을 뜯는 순간 순식간에 음식이 뜨거워 지기 시작했다. 뜯어진 상자에는 흔히 먹는 합성 재료가 아닌 싱싱한, 아돈족이 주식으로 즐겨 먹는 검은색의 가지 같이 생긴 열매가 4개가 들어있었다.

'푸지옴'

아돈족의 주식인 푸짐이라는 나무열매를 구워서 먹는 간단한 요리(타 종족이나 지구인들은 요리라고도 부르지 않는다.)로써 지구인의 미각으로는 너무 단맛이 나 질겁하는 요리였다.

행복한 표정으로 푸지옴을 오물거리던 루미나는 상자도 뜯지 않고 좌표확인에 정신 없는 키네라를 바라보았다.

"안 먹어? 어차피 단거리 도약이라 해도 정확한 좌표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잖아.. 앞으로 한 하루는 더 가야 할 것 같은데? 천천히, 느긋이 먹고 좀 해라. 만약 우리의 예상대로 비장의 군대(?)라면 꽤나 고달픈 생활이 될 것 같은데 있는 시간이라도 느긋하게 지......."

"속편하다. 준비나 해! 좌표 오차가 10분밖에 차이가 않으니깐, 그러니 빨리 먹기나 해"

"..."

"조금 있으면 그 좌표로 이동이야... 아마 군단이 주둔하고 있으면 잠시 후면 눈으로도 볼 수 있을 꺼야?"

"....."

"식사할 시간도 없을 것 같은데..."

"......"

"응?? 벌써 레이더에 반응하네??"

"......"

"......"

아까부터 자기 혼자 떠드는 것을 알아차린 키네라가 정보창에서 시선을 돌려 루미나를 처다 보았다.

"왜 그래?? 아까부터 말이 없어?"

키네라의 목소리에 입에 물고있던 푸지옴을 치우며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말이야? 그 좌표대로라면 거리로 얼마 남았어??"

"거리??...음..한 한 1만km정도?? 왜?"

"그럼 저기 보이는 것은 뭐지?"

"이 거리에서 뭐가 보이느......"

"....."

"....."

"딸그랑~~"

키네라의 무릎에 있던 레이션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둘은 관심 없다는 듯 이야기를 관두고 밖을 비추는 스크린을 보았다. 말없이.....

 에고 이번 화도 끝^^. 내용이 편마다 제각각인데 10편 정도 가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 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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